낭만을 꿈꾸는 늑대 22부
수혼이 마음을 열고 영은을 받아들인 다음부터 둘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수혼은 저번처럼 아예 집 열쇄를 영은에게 주어 자기가 집에 없더라도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지나는 학교로 가끔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 만나기는 하지만 수혼과 영은의 사이를 잘 알고 있어 수혼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만나면 차나 한잔씩 하는 정도였다. 그때마다 수혼이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의 성격이 온순해 진건지 몰라도 여전처럼 찬바람이 불거나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수혼이 불만인 것은 지나의 아슬아슬한 옷차림 이였다.
수혼이 요즘 들어서 골치 아픈 것은 체육관에 매일 오는 마수지라는 여인이다. 선배의 연인으로 알고 최대한 상대하지 않으려 해도 체육관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수지라는 여자의 존재가 부담이 되고 있었다. 더구나 요즘 들어서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것이, 어느 날은 운동이 끝난 후 수혼이 뒷정리를 하는데 속옷차림으로 체육관을 활보하고 다녀 수혼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행이 수혼이 밖으로 도망쳐 가까스로 그녀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되어 학교에서도 기말고사를 보고 있었다. 수리대학은 전통적으로 기말고사 기간에 선배들이 일학년 후배들에게 술을 먹이는 전통이 있었다. 그건 평소에 공부하고 시험 때만 공부하지 말고 평소에 공부하라는 무언의 교훈을 주기위한 전통 이였다. 선배들은 돌아가며 후배들을 불려 밤새도록 술이 떡이 될 때까지 먹인다. 이때는 후배들이 도망가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해서 아무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학생들은 시험공부도 못하고 술도 덜 깬 상태에서 시험을 보게 되니 평소 공부하지 않던 녀석들은 기말고사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법대생들이 인생의 관문처럼 통과해야 하는 사법고시를 패스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대학에 들어왔다고 인생의 장밋빛 문이 활짝 열린 것으로 착각하고 헤이해지고 풀어져 놀고 먹자로 빠지기 쉬운 일학년들의 정신상태를 선배들이 미연에 잡아주기 위한 전통으로 수리대 법학과가 유난히 사법고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도 이런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혼도 학과전통에 따라 집에도 체육관에도 가지 못하고 사일 째 시험이 끝나자마자 단체로 선배들에게 잡혔다. 후배들이 도망가려 해도 선배들이 시험장 앞을 지키고 있기에 불가능했다. 교수들도 전통이란 미명하에 선배들의 이런 행동을 묵인하는 편이라 그날 배정된 선배들은 시험도 보지 않는지 시험시작과 함께 시험장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 배정된 선배는 이학년 학생회장인 허영기와 몇몇 학생들인 모양이다.
“자 오늘도 신나게 놀아 봐야지.”
“아이~ 선배 좀 살려주세요. 이제 화장실가면 오줌밖에 안 나와요. 배속에 술밖에 없는 것 같다 말입니다.”
“무슨 소리. 일학년 때 아니면 언제 놀아. 자식들..........호강에 겨워서 말이야. 너희들이 좋아하는 술을 공짜로 사주는데. 잔말하고 따라와!”
“선배 전 술도 못 먹어요. 삼일동안 먹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먹었더니 병원에 실려 갈 정도 입니다. 전 빠지면 안돼요.”
“웃기는 소리. 그거 먹고 병원에 실려 갈 체력이면 사법고시는 어떻게 패스 하려고 그래. 못해도 몇 년은 책 속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넌 체력부터 키워.............다들 똑바로 들어 열외는 없다. 술 못 먹는 녀석들도 술집에서 밤새. 알았어.”
“정말 돌겠군.”
“자자~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야지. 너희들 몰라 술을 먹어야 문제가 술술 풀린다는 거. 우리 선배들도 모두 당한 일이야. 기말고사 일주일 동안 원 없이 먹도록..........앞으로 마실 술까지 말이야. 자 가자. 오늘은 특별히 나이트클럽으로 간다.”
“선배 그럼 나이트 끝나면 집에 가요.”
“여관 잡았다. 나이트 끝나면 모두 여관으로 가서 2차한다.”
“아예 사람을 잡는구나. 잡아~~~~”
일학년들과 인솔하는 이학년들은 무슨 행렬같이 교문을 벗어나고 있었다. 일학년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마냥 얼굴이 누렇게 뜨고 죽을상들이다. 삼일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술 먹고 다음날 신경을 곤두세워 시험보고,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수혼도 예외일 순 없어 그 행렬에 끼여 있었다. 허영기가 오늘의 인솔자로 성북동에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가고 있었다.
모두 전철을 타기위해 전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 마수지가 달려왔다.
“야 영기야.”
“어. 수지 아냐. 너희 학교도 시험기간 아니야.”
“오늘은 실기만 있는 날이라 빨리 끝내고 왔어. 근데 다들 어디가.”
“나이트클럽”
“시험기간인데 단체로 나이트를 간다고.”
“법학과 전통이야. 시험기간에 일학년들 술 먹이는 거.”
“그럼 수혼씨도 여기 끼여 있겠네.”
“그치. 그 녀석도 일학년이니................아마 중간에 있을 걸.”
“아~ 그래서 요즘 체육관에 못 왔구나.”
“무슨 소리야.”
“아니야~.................나도 따라가면 안돼.”
“뭐 상관없겠지. 근데 넌 시험공부 안하니.”
“안 해도 상관없어. 나도 따라가도 되는 거지.”
“그래. 우리 신나게 놀자.”
모두 전철을 타고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수지는 영기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수혼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수혼도 수지를 알아보고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나이트에 도착하니 아직 대낮이라 나이트 문도 열지 않았다. 일행은 일차로 밥이나 먹자고 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으며 반주를 먹기 시작했다. 이학년들이 돌아가며 일학년들의 잔을 모두 체우고 먹이니 안 먹을 수가 없다. 수혼도 소주 반병정도를 마셨다. 대충 시간이 되어 모두 자리를 떨고 일어나 나이트로 들어갔다.
수혼도 일행에 끼어 들어가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친다.
“사부. 여긴 웬일입니까?”
수혼이 돌아보니 자신에게 무술을 배우고 있는 제자 중 한명으로 강철의 집에 있는 체육관에서 처음 대련했던 죽죽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한 자루 죽도를 들고 수혼과 대결하던 그 사내다.
“선배들 따라 끌려왔어요. 근데 죽죽아저씨는 웬일입니까?”
“제발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세요. 누구 혼사길 막을 일 있습니까? 아직 장가도 가지 않은 사람에게 아저씨가 뭡니까? 그냥 편하게 죽죽이라고 부르세요. 그리고 이곳은 우리 강철파가 관리하는 업소죠. 제가 책임자고.”
“예~ 형님 구역이구나.”
“참 사부도. 의형제라는 분이 어떻게 형님이 관할하는 구역도 모르세요.”
“제가 뭐~ 형님하시는 일에 관여해야죠.”
“자자~ 다른 분들도 모두 들어가는데 사부도 들어가세요.”
“예~ 체육관에서 만나죠.”
“즐겁게 놀다 가세요.”
수혼이 들어가니 동기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서 술을 주문하고 있었다. 수혼도 적당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술이 나오고 일학년들은 지겨운 술을 다시금 먹기 시작했다. 아무리 술을 즐기는 놈이라도 삼일 밤낮을 술에 찌들어 있으면 술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기 마련이다. 남녀 불문하고 일학년 대부분은 선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억지로 입속에 떨어 넣고 있었다. 술을 못 먹는 녀석들은 아예 엎드려 자거나 무대에 나가 춤을 추었다.
수혼도 적당히 취해 나른해진 몸을 의자에 깊숙이 파묻고 쉬고 있었다. 수혼도 술 냄새만 나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나마 쓰려지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다.
학생들이 하나둘 무대로 나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피곤한지 엎드려 자는 녀석들도 많았다. 수지는 영기와 붙어있다 영기가 다른 사람 손에 이끌러 무대로 나가자 살며시 수혼에게 다가왔다.
“뭐해. 자”
“아냐. 힘들어서 쉬고 있어.”
“호호호. 수혼씨 입에서 힘들다는 말도 나오고, 선배들이 얼마나 먹었으면 이래.”
“말도 마. 삼일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술만 먹었어. 이젠 술만 봐도 질려.”
“대단해 정말. 그래도 용케 버티고 있네.”
“이건 아무래 생각해도 고문이야. 아직도 삼일이나 이 짓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죽을 맛이다.”
“호호호. 정말 대단한 학교야.........요즘 수혼씨가 왜 체육관을 안나오나 했더니 이곳에 잡혀 있었구나. 내가 찾아오길 잘했네.”
“나 상관 말고 나가서 춤이나 춰. 말하기도 힘들다.”
“그래 좀 쉬어.”
수지는 수혼이 지쳐있자 쉴 수 있도록 내두고 무대로 나갔다.
수혼일행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라이트에 찾아와 춤을 추고 있었다. 번쩍이는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수혼은 잠들지 못하고 눈만 감고 있었다. 그때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들이기 시작했다. 수혼이 무슨 일인가 하여 바라보니 라이트입구에서부터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든 덩치들이 밀고 들어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나이트종업원들과 강철파 조직원들은 이들을 지지하며 싸우고 있었다.
삽시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은 모두 싸움을 피해 한쪽구석으로 몰려가 몸을 사리고 있었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각목이나 쇠파이프가 부디 치는 소리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각목이나 쇠파이프에 가격당해 피를 흘리며 쓰려져 가고 있었다.
수혼이 벌떡 일어나 살펴보니 쓰려진 사람 중에는 일부 자기학과 아이들도 끼어 있었다. 더욱이 쳐들어온 녀석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패고 있어 끔찍할 정도였다.
강철파와 종업원들은 불시에 대한 기습공격이라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다만 죽죽이 죽도를 들고 이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머리수의 차이가 있어 얼마안가 죽죽도 당할 것 같았다.
수혼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학교 동기들도 보호해야 하고 또한 저번에 제자들이 보여주었던 끈끈한 정을 생각하니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수혼은 처음부터 공중으로 도약하며 화려한 음양각을 선보였다. 반짝이는 조명아래 수혼의 발그림자는 꽃 입처럼 날리고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혼은 한 사람의 머리를 밟아 다시 도약하여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음양수을 날리자 이번에는 음양수의 화려한 손 그림자가 장내에 휘날린다. 죽죽을 포위하며 공격하던 녀석들이 퍽퍽 나가떨어지고 수혼은 죽죽 뒤에 내려앉았다.
“사부. 끼어들지 마십시오.”
“이대로 있으면 당해요. 혼자서는 무리라고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철형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사부는 우리 일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앞에 있는 녀석들만 생각해요.”
“사부~~”
“됐어요. 제자가 당하고 있는데 사부된 입장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고요, 나도 의리가 있는 놈 입니다. 조심해요.”
수혼은 날아오는 각목을 금나수로 잡아 끌어당기고 끌려온 녀석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해 버리니 녀석은 피를 토하며 뒤로 쭉 밀려가 버린다. 위기에서 벗어난 죽죽의 죽도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고 수혼도 제자리에서 솟구쳐 오르며 다시금 음약각의 화려한 발차기를 날린다. 수혼이 싸움에 끼어들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강철파와 종업원들도 사기충천하여 다시금 싸움에 임하니 이젠 서로 간에 힘의 균형이 맞아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빡” 수혼의 팔목에 맞은 각목이 부려져 나가고 수혼의 손은 상대방의 목을 가격해 버린다. 수혼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있었다. 산에서 나무을 아작 내듯이 추호의 사정도 없는 주먹과 발에 가격당한 녀석들은 팔이 부려지거나 거품을 물고 쓰려진다. 갑자기 사람들의 머리위로 한 인영이 날아올라 회전하며 수혼의 음양각과 비슷한 발그림자가 떨어져 내린다. “파~파팍” 회전하던 인영의 몸은 정확하게 수혼의 곁에 떨어져 내리는데 수혼이 보니 마수지다.
“넌 왜 끼어들어”
“수혼씨가 싸우는데 가만있을 수 있어. 나도 한 가닥 하니 도움이 될 거야.”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빨리 저쪽으로 가?”
“걱정하지 마. 내 한 몸 지킬 능력은 돼. 짐이 되진 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죽죽, 수혼, 수지가 함께 연합하여 공격해 들어가니 쳐들어온 녀석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각목이 부려져 나가고, 턱이 날아가고 , 죽죽의 죽도에 머리가 깨진 녀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한번 승기를 잡은 강철파는 여세를 몰아 밀어붙이니 얼마 되지 않아 싸움이 끝나고 있었다. 쳐들어온 녀석들은 대부분 바닥에 쓰려져 있거나 어디 한 군대 부려져 벽에 기대여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죽죽은 한 놈을 잡아들었다.
“너희들 누구야. 성철파야, 갈치파야.”
“몰라요. 우린 그냥 이곳에 쳐들어가라는 명령만 받았어요.”
“뭐야. 그럼 누가 시킨 거야.”
“교관 형들이 시켰어요.”
“교관이라니 이름도 몰라.”
“몰라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몰라요.”
“뭐라고 너희들이 다가 아냐.”
“예~ 이 일대 강철파가 관리하는 업소는 모두 쳐들어갔어요.”
“십팔 이 새끼들이 계획적으로...........야 다른 곳도 빨리 열락해봐!”
다른 조직원들이 여기저기 열락을 해본다.
“형님. 장난이 아닙니다. 멸치형님 업소도 습격당해 싸우고 있고, 불곰형님 업소는 아예 받질 안습니다. 다른 업소도 똑 같아요.”
“다들 준비해. 가까운 멸치형님 업소로 지원 간다.”
“예~”
강철파 조직원들은 각목이며 쇠파이프를 챙기고 다시 출전준비를 하였다.
“죽죽. 나도 가요.”
“사부. 방금 도와주신 것만 해도 고마운데 어떻게”
“멸치도 내 제자죠. 가서 도와주어야지요.”
“사부. 감사합니다.”
“나도 갈래.”
“넌 여기남아 위협해.”
“나도 사부야. 너만 사부니.”
“야 고집 부릴 때가 아냐! 어쩌면 죽을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죽죽 아저씨 어디죠. 빨리 가요.”
“고맙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수혼과 수지가 이들과 동행하려 하자, 싸움이 시작되고부터 구석으로 피해 떨고 있던 영기가 뛰어나면 수혼과 수지를 잡았다.
“야~ 조수혼, 마수지. 어디 갈려고 그래.”
“선배. 좀 볼일이 있어요. 혼자 빠져서 죄송합니다.”
“영기씨 이해해. 나도 가야해.”
“이것들이 미쳤어. 이건 조폭들 싸움이야. 너희들이 끼어들 싸움이 아냐.”
“개인적인 사정이 있습니다. 자 가요.”
수혼이 죽죽을 따라 앞으로 달려가자 수지도 따라가려 나서니 영기가 수지의 팔을 잡는다.
“너라도 여기 있어. 위험하단 말이야.”
“미안해 영기씨. 나도 가봐야겠어.”
수지는 영기의 팔을 뿌리치고 수혼을 따라 나선다. 영기는 달려가는 두 사람의 뒤 모습을 바라보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두 사람모두 자신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버린다. 특히나 애인이라는 수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죽죽 일행이 도착한 곳은 단란주점 이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비명소리와 물건 무셔지는 소리가 들린다. 죽죽 일행이 입구를 밀고 들어가니 단란주점의 특성상 싸울 수 있는 공간이 넓지 않아 강철파가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수혼과 수지의 몸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솟구쳐 오르고 수혼과 수지의 발그림자가 좁은 공간에 아름답게 펴져 나갔다. 강철파를 밀어붙이던 녀석들은 뒤쪽에서 불의의 습격을 당하자 당황하여 퍽퍽 쓰려져가고 일방적으로 밀리던 멸치와 나머지 강철파 녀석들도 지원군이 도착하자 힘을 내서 싸우기 시작했다.
죽죽의 죽도는 바람을 가르고 수혼과 수지는 좁은 공간이라 화려한 발기술 보다는 금나수와 음양수로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수혼의 금나수에 걸린 녀석들은 팔이 부려져 나가거나 뼈가 으스러지고 그나마 수지의 주먹에 인중이나 명치를 가격당해 쓰려진 놈들은 행복한 놈들 이였다.
수혼 일행이 도착하고 싸움은 일방적으로 흘려가 강철파가 손쉽게 승리했다.
“사부.”
싸움이 끝나자 멸치가 수혼에게 달려왔다. 처음부터 수혼과 수지를 보았지만 싸우는데 정신이 없어 인사도 못하고 있었다.
“인사는 나중에 하고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해요.”
“예~ 알겠습니다. 멸치형님도 부상자 수습하고 바로 따라 오세요. 우린 불곰형님 업소로 갑니다.”
“뭐야. 우리만 습격당한 게 아니야.”
“이 일대 업소가 한꺼번에 습격당한 모양입니다.”
“알았어. 곧 따라 갈 테니 먼저 출발해.”
수혼일행은 바로 다음 장소인 불곰업소로 출발했다. 불곰이 관리하는 업소는 죽죽과 같은 라이트클럽 이였다. 업소에 도착하니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형님 열리질 않습니다.”
“어떠하든 열어봐”
조직원들이 몸으로 들이 박고, 갖은 수를 써도 문은 단단히 잠겨 열리지 않았다.
“다들 비켜보세요.”
수혼이 앞으로 나서자 모두 한쪽으로 물려났다. 수혼은 뒤로 물려나더니 앞으로 달려가다 날아올라 몸이 옆으로 일자로 쭉 밀려간다.
“꽝~~~”
소리와 함께 수혼의 다리가 문짝을 박살내며 들어가고 수혼이 손바닥으로 문짝의 양쪽 모서리를 가격하자 문짝은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들어가자.”
모두들 열린 문으로 물밀 듯이 들어갔다. 나이트클럽은 이미 쳐들어온 세력들에 의해 점령당해 한쪽에 강철파와 종업원들은 피를 흐리며 쓰려져 있고, 손님들은 한쪽 구석에 모여 공포에 떨고 있었다. 수혼 일행이 들이 닥치자 놈들은 쇠파이프와 각목을 들고 수혼일행을 공격해 왔다. 천장도 높고 장소도 넓으니 수혼과 수지는 처음부터 도약하여 화려한 발차기 발기술을 선보인다. 수혼과 수지의 발차기에 이여 죽죽의 죽도가 바람을 가르고, 어느새 뒤따라온 멸치도 자신의 장기인 발치기를 날리니 순식간에 장내는 피가 퇴고 고함소리가 진동했다. 녀석들은 싸움을 끝내고 승리감에 도취되어 긴장이 풀려 있어서 그런지 자신들이 했던 것처럼 갑자기 쳐들어온 수혼일행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불곰을 비롯한 이곳 강철파 조직원들도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덤비니 싸움은 강철파의 일방적인 우세로 진행되다 곧 진정되었다.
“여기 말고, 또 다른 곳도 열락해봐~”
죽죽의 지시에 조직원들이 다시 전화를 해대기 시작한다.
“형님 큰형님 본대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현제 다른 업소는 승리한 곳이 몇 군대 있고,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맑은 샘은, 맑은 샘은 어때.”
“현제 불통입니다.”
“강철형님 열락해. 빨리”
조직원이 강철에게 전화를 하자 죽죽은 전화기를 빼앗듯 받아든다.
“형님. 죽죽 입니다. 저희들은 모두 맑은 샘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멸치, 불곰형님 업소는 무사합니다. 형님은 다른 업소로 지원해 주세요.”
죽죽은 전화를 끊자마자 조직원들을 이끌고 다시 출발했다. 수혼과 수지도 이들을 따라 나선다.
“맑은 샘은 뭐여요.”
“이곳 성북동 일대에서 가장 큰 룸살롱으로 우리파의 성북동지부의 핵심사업장 입니다.”
“그래요~ 다 좋은데 이렇게 달려가야 하는 겁니까.”
“예~ 힘드십니까?”
“죽겠다 정말. 며칠 동안 술만 먹어서 그런지 힘드네요.”
“힘드시면 여기서 쉬세요. 이젠 저희들 힘만으로도 싸울 수 있어요.”
“제가 장소를 알면 축지법이라도 씨서 좀 쉽게 갈 수 있는데, 그럴 수도 없고.......하여튼 가자고요..............이봐! 수지 넌 힘들면 좀 쉬어.”
“남 걱정하지 말고 자기나 걱정해. 저 얼굴 좀 봐! 땀이 줄줄 흐르네.”
“너도 삼일, 아니지 오늘까지 사 일째 연속으로 술 마셔봐. 당연한 걸 가지고는......”
“흥~ 누가 먹으래”
“내가 먹고 싶어 먹었냐.”
“참 대단한 분들이네. 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도 싸울 생각이 나요.”
“달리는 건 달리는 거고, 저 싸가지 없는 가시나 말하는 것 좀 봐”
“저게~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는데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누가 도와주래. 그냥 가~ 너 없어도 충분해.”
“이런 쌍! 정말 간다..........그래도 네가 있으니 도움은 되지. 그치........그치.”
“하하하하. 그래 좀 도움 된다. 눈곱만큼은 돼.”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티격티격 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긴장이 풀렸다. 수혼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긴장을 풀자 다시 입을 다물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수혼이 마음을 열고 영은을 받아들인 다음부터 둘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수혼은 저번처럼 아예 집 열쇄를 영은에게 주어 자기가 집에 없더라도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지나는 학교로 가끔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 만나기는 하지만 수혼과 영은의 사이를 잘 알고 있어 수혼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만나면 차나 한잔씩 하는 정도였다. 그때마다 수혼이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의 성격이 온순해 진건지 몰라도 여전처럼 찬바람이 불거나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수혼이 불만인 것은 지나의 아슬아슬한 옷차림 이였다.
수혼이 요즘 들어서 골치 아픈 것은 체육관에 매일 오는 마수지라는 여인이다. 선배의 연인으로 알고 최대한 상대하지 않으려 해도 체육관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수지라는 여자의 존재가 부담이 되고 있었다. 더구나 요즘 들어서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것이, 어느 날은 운동이 끝난 후 수혼이 뒷정리를 하는데 속옷차림으로 체육관을 활보하고 다녀 수혼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행이 수혼이 밖으로 도망쳐 가까스로 그녀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되어 학교에서도 기말고사를 보고 있었다. 수리대학은 전통적으로 기말고사 기간에 선배들이 일학년 후배들에게 술을 먹이는 전통이 있었다. 그건 평소에 공부하고 시험 때만 공부하지 말고 평소에 공부하라는 무언의 교훈을 주기위한 전통 이였다. 선배들은 돌아가며 후배들을 불려 밤새도록 술이 떡이 될 때까지 먹인다. 이때는 후배들이 도망가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해서 아무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학생들은 시험공부도 못하고 술도 덜 깬 상태에서 시험을 보게 되니 평소 공부하지 않던 녀석들은 기말고사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법대생들이 인생의 관문처럼 통과해야 하는 사법고시를 패스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대학에 들어왔다고 인생의 장밋빛 문이 활짝 열린 것으로 착각하고 헤이해지고 풀어져 놀고 먹자로 빠지기 쉬운 일학년들의 정신상태를 선배들이 미연에 잡아주기 위한 전통으로 수리대 법학과가 유난히 사법고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도 이런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혼도 학과전통에 따라 집에도 체육관에도 가지 못하고 사일 째 시험이 끝나자마자 단체로 선배들에게 잡혔다. 후배들이 도망가려 해도 선배들이 시험장 앞을 지키고 있기에 불가능했다. 교수들도 전통이란 미명하에 선배들의 이런 행동을 묵인하는 편이라 그날 배정된 선배들은 시험도 보지 않는지 시험시작과 함께 시험장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 배정된 선배는 이학년 학생회장인 허영기와 몇몇 학생들인 모양이다.
“자 오늘도 신나게 놀아 봐야지.”
“아이~ 선배 좀 살려주세요. 이제 화장실가면 오줌밖에 안 나와요. 배속에 술밖에 없는 것 같다 말입니다.”
“무슨 소리. 일학년 때 아니면 언제 놀아. 자식들..........호강에 겨워서 말이야. 너희들이 좋아하는 술을 공짜로 사주는데. 잔말하고 따라와!”
“선배 전 술도 못 먹어요. 삼일동안 먹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먹었더니 병원에 실려 갈 정도 입니다. 전 빠지면 안돼요.”
“웃기는 소리. 그거 먹고 병원에 실려 갈 체력이면 사법고시는 어떻게 패스 하려고 그래. 못해도 몇 년은 책 속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넌 체력부터 키워.............다들 똑바로 들어 열외는 없다. 술 못 먹는 녀석들도 술집에서 밤새. 알았어.”
“정말 돌겠군.”
“자자~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야지. 너희들 몰라 술을 먹어야 문제가 술술 풀린다는 거. 우리 선배들도 모두 당한 일이야. 기말고사 일주일 동안 원 없이 먹도록..........앞으로 마실 술까지 말이야. 자 가자. 오늘은 특별히 나이트클럽으로 간다.”
“선배 그럼 나이트 끝나면 집에 가요.”
“여관 잡았다. 나이트 끝나면 모두 여관으로 가서 2차한다.”
“아예 사람을 잡는구나. 잡아~~~~”
일학년들과 인솔하는 이학년들은 무슨 행렬같이 교문을 벗어나고 있었다. 일학년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마냥 얼굴이 누렇게 뜨고 죽을상들이다. 삼일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술 먹고 다음날 신경을 곤두세워 시험보고,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수혼도 예외일 순 없어 그 행렬에 끼여 있었다. 허영기가 오늘의 인솔자로 성북동에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가고 있었다.
모두 전철을 타기위해 전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 마수지가 달려왔다.
“야 영기야.”
“어. 수지 아냐. 너희 학교도 시험기간 아니야.”
“오늘은 실기만 있는 날이라 빨리 끝내고 왔어. 근데 다들 어디가.”
“나이트클럽”
“시험기간인데 단체로 나이트를 간다고.”
“법학과 전통이야. 시험기간에 일학년들 술 먹이는 거.”
“그럼 수혼씨도 여기 끼여 있겠네.”
“그치. 그 녀석도 일학년이니................아마 중간에 있을 걸.”
“아~ 그래서 요즘 체육관에 못 왔구나.”
“무슨 소리야.”
“아니야~.................나도 따라가면 안돼.”
“뭐 상관없겠지. 근데 넌 시험공부 안하니.”
“안 해도 상관없어. 나도 따라가도 되는 거지.”
“그래. 우리 신나게 놀자.”
모두 전철을 타고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수지는 영기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수혼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수혼도 수지를 알아보고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나이트에 도착하니 아직 대낮이라 나이트 문도 열지 않았다. 일행은 일차로 밥이나 먹자고 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으며 반주를 먹기 시작했다. 이학년들이 돌아가며 일학년들의 잔을 모두 체우고 먹이니 안 먹을 수가 없다. 수혼도 소주 반병정도를 마셨다. 대충 시간이 되어 모두 자리를 떨고 일어나 나이트로 들어갔다.
수혼도 일행에 끼어 들어가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친다.
“사부. 여긴 웬일입니까?”
수혼이 돌아보니 자신에게 무술을 배우고 있는 제자 중 한명으로 강철의 집에 있는 체육관에서 처음 대련했던 죽죽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한 자루 죽도를 들고 수혼과 대결하던 그 사내다.
“선배들 따라 끌려왔어요. 근데 죽죽아저씨는 웬일입니까?”
“제발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세요. 누구 혼사길 막을 일 있습니까? 아직 장가도 가지 않은 사람에게 아저씨가 뭡니까? 그냥 편하게 죽죽이라고 부르세요. 그리고 이곳은 우리 강철파가 관리하는 업소죠. 제가 책임자고.”
“예~ 형님 구역이구나.”
“참 사부도. 의형제라는 분이 어떻게 형님이 관할하는 구역도 모르세요.”
“제가 뭐~ 형님하시는 일에 관여해야죠.”
“자자~ 다른 분들도 모두 들어가는데 사부도 들어가세요.”
“예~ 체육관에서 만나죠.”
“즐겁게 놀다 가세요.”
수혼이 들어가니 동기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서 술을 주문하고 있었다. 수혼도 적당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술이 나오고 일학년들은 지겨운 술을 다시금 먹기 시작했다. 아무리 술을 즐기는 놈이라도 삼일 밤낮을 술에 찌들어 있으면 술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기 마련이다. 남녀 불문하고 일학년 대부분은 선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억지로 입속에 떨어 넣고 있었다. 술을 못 먹는 녀석들은 아예 엎드려 자거나 무대에 나가 춤을 추었다.
수혼도 적당히 취해 나른해진 몸을 의자에 깊숙이 파묻고 쉬고 있었다. 수혼도 술 냄새만 나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나마 쓰려지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다.
학생들이 하나둘 무대로 나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피곤한지 엎드려 자는 녀석들도 많았다. 수지는 영기와 붙어있다 영기가 다른 사람 손에 이끌러 무대로 나가자 살며시 수혼에게 다가왔다.
“뭐해. 자”
“아냐. 힘들어서 쉬고 있어.”
“호호호. 수혼씨 입에서 힘들다는 말도 나오고, 선배들이 얼마나 먹었으면 이래.”
“말도 마. 삼일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술만 먹었어. 이젠 술만 봐도 질려.”
“대단해 정말. 그래도 용케 버티고 있네.”
“이건 아무래 생각해도 고문이야. 아직도 삼일이나 이 짓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죽을 맛이다.”
“호호호. 정말 대단한 학교야.........요즘 수혼씨가 왜 체육관을 안나오나 했더니 이곳에 잡혀 있었구나. 내가 찾아오길 잘했네.”
“나 상관 말고 나가서 춤이나 춰. 말하기도 힘들다.”
“그래 좀 쉬어.”
수지는 수혼이 지쳐있자 쉴 수 있도록 내두고 무대로 나갔다.
수혼일행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라이트에 찾아와 춤을 추고 있었다. 번쩍이는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수혼은 잠들지 못하고 눈만 감고 있었다. 그때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들이기 시작했다. 수혼이 무슨 일인가 하여 바라보니 라이트입구에서부터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든 덩치들이 밀고 들어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나이트종업원들과 강철파 조직원들은 이들을 지지하며 싸우고 있었다.
삽시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은 모두 싸움을 피해 한쪽구석으로 몰려가 몸을 사리고 있었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각목이나 쇠파이프가 부디 치는 소리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각목이나 쇠파이프에 가격당해 피를 흘리며 쓰려져 가고 있었다.
수혼이 벌떡 일어나 살펴보니 쓰려진 사람 중에는 일부 자기학과 아이들도 끼어 있었다. 더욱이 쳐들어온 녀석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패고 있어 끔찍할 정도였다.
강철파와 종업원들은 불시에 대한 기습공격이라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다만 죽죽이 죽도를 들고 이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머리수의 차이가 있어 얼마안가 죽죽도 당할 것 같았다.
수혼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학교 동기들도 보호해야 하고 또한 저번에 제자들이 보여주었던 끈끈한 정을 생각하니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수혼은 처음부터 공중으로 도약하며 화려한 음양각을 선보였다. 반짝이는 조명아래 수혼의 발그림자는 꽃 입처럼 날리고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혼은 한 사람의 머리를 밟아 다시 도약하여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음양수을 날리자 이번에는 음양수의 화려한 손 그림자가 장내에 휘날린다. 죽죽을 포위하며 공격하던 녀석들이 퍽퍽 나가떨어지고 수혼은 죽죽 뒤에 내려앉았다.
“사부. 끼어들지 마십시오.”
“이대로 있으면 당해요. 혼자서는 무리라고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철형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사부는 우리 일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앞에 있는 녀석들만 생각해요.”
“사부~~”
“됐어요. 제자가 당하고 있는데 사부된 입장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고요, 나도 의리가 있는 놈 입니다. 조심해요.”
수혼은 날아오는 각목을 금나수로 잡아 끌어당기고 끌려온 녀석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해 버리니 녀석은 피를 토하며 뒤로 쭉 밀려가 버린다. 위기에서 벗어난 죽죽의 죽도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고 수혼도 제자리에서 솟구쳐 오르며 다시금 음약각의 화려한 발차기를 날린다. 수혼이 싸움에 끼어들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강철파와 종업원들도 사기충천하여 다시금 싸움에 임하니 이젠 서로 간에 힘의 균형이 맞아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빡” 수혼의 팔목에 맞은 각목이 부려져 나가고 수혼의 손은 상대방의 목을 가격해 버린다. 수혼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있었다. 산에서 나무을 아작 내듯이 추호의 사정도 없는 주먹과 발에 가격당한 녀석들은 팔이 부려지거나 거품을 물고 쓰려진다. 갑자기 사람들의 머리위로 한 인영이 날아올라 회전하며 수혼의 음양각과 비슷한 발그림자가 떨어져 내린다. “파~파팍” 회전하던 인영의 몸은 정확하게 수혼의 곁에 떨어져 내리는데 수혼이 보니 마수지다.
“넌 왜 끼어들어”
“수혼씨가 싸우는데 가만있을 수 있어. 나도 한 가닥 하니 도움이 될 거야.”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빨리 저쪽으로 가?”
“걱정하지 마. 내 한 몸 지킬 능력은 돼. 짐이 되진 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죽죽, 수혼, 수지가 함께 연합하여 공격해 들어가니 쳐들어온 녀석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각목이 부려져 나가고, 턱이 날아가고 , 죽죽의 죽도에 머리가 깨진 녀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한번 승기를 잡은 강철파는 여세를 몰아 밀어붙이니 얼마 되지 않아 싸움이 끝나고 있었다. 쳐들어온 녀석들은 대부분 바닥에 쓰려져 있거나 어디 한 군대 부려져 벽에 기대여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죽죽은 한 놈을 잡아들었다.
“너희들 누구야. 성철파야, 갈치파야.”
“몰라요. 우린 그냥 이곳에 쳐들어가라는 명령만 받았어요.”
“뭐야. 그럼 누가 시킨 거야.”
“교관 형들이 시켰어요.”
“교관이라니 이름도 몰라.”
“몰라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몰라요.”
“뭐라고 너희들이 다가 아냐.”
“예~ 이 일대 강철파가 관리하는 업소는 모두 쳐들어갔어요.”
“십팔 이 새끼들이 계획적으로...........야 다른 곳도 빨리 열락해봐!”
다른 조직원들이 여기저기 열락을 해본다.
“형님. 장난이 아닙니다. 멸치형님 업소도 습격당해 싸우고 있고, 불곰형님 업소는 아예 받질 안습니다. 다른 업소도 똑 같아요.”
“다들 준비해. 가까운 멸치형님 업소로 지원 간다.”
“예~”
강철파 조직원들은 각목이며 쇠파이프를 챙기고 다시 출전준비를 하였다.
“죽죽. 나도 가요.”
“사부. 방금 도와주신 것만 해도 고마운데 어떻게”
“멸치도 내 제자죠. 가서 도와주어야지요.”
“사부. 감사합니다.”
“나도 갈래.”
“넌 여기남아 위협해.”
“나도 사부야. 너만 사부니.”
“야 고집 부릴 때가 아냐! 어쩌면 죽을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죽죽 아저씨 어디죠. 빨리 가요.”
“고맙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수혼과 수지가 이들과 동행하려 하자, 싸움이 시작되고부터 구석으로 피해 떨고 있던 영기가 뛰어나면 수혼과 수지를 잡았다.
“야~ 조수혼, 마수지. 어디 갈려고 그래.”
“선배. 좀 볼일이 있어요. 혼자 빠져서 죄송합니다.”
“영기씨 이해해. 나도 가야해.”
“이것들이 미쳤어. 이건 조폭들 싸움이야. 너희들이 끼어들 싸움이 아냐.”
“개인적인 사정이 있습니다. 자 가요.”
수혼이 죽죽을 따라 앞으로 달려가자 수지도 따라가려 나서니 영기가 수지의 팔을 잡는다.
“너라도 여기 있어. 위험하단 말이야.”
“미안해 영기씨. 나도 가봐야겠어.”
수지는 영기의 팔을 뿌리치고 수혼을 따라 나선다. 영기는 달려가는 두 사람의 뒤 모습을 바라보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두 사람모두 자신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버린다. 특히나 애인이라는 수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죽죽 일행이 도착한 곳은 단란주점 이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비명소리와 물건 무셔지는 소리가 들린다. 죽죽 일행이 입구를 밀고 들어가니 단란주점의 특성상 싸울 수 있는 공간이 넓지 않아 강철파가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수혼과 수지의 몸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솟구쳐 오르고 수혼과 수지의 발그림자가 좁은 공간에 아름답게 펴져 나갔다. 강철파를 밀어붙이던 녀석들은 뒤쪽에서 불의의 습격을 당하자 당황하여 퍽퍽 쓰려져가고 일방적으로 밀리던 멸치와 나머지 강철파 녀석들도 지원군이 도착하자 힘을 내서 싸우기 시작했다.
죽죽의 죽도는 바람을 가르고 수혼과 수지는 좁은 공간이라 화려한 발기술 보다는 금나수와 음양수로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수혼의 금나수에 걸린 녀석들은 팔이 부려져 나가거나 뼈가 으스러지고 그나마 수지의 주먹에 인중이나 명치를 가격당해 쓰려진 놈들은 행복한 놈들 이였다.
수혼 일행이 도착하고 싸움은 일방적으로 흘려가 강철파가 손쉽게 승리했다.
“사부.”
싸움이 끝나자 멸치가 수혼에게 달려왔다. 처음부터 수혼과 수지를 보았지만 싸우는데 정신이 없어 인사도 못하고 있었다.
“인사는 나중에 하고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해요.”
“예~ 알겠습니다. 멸치형님도 부상자 수습하고 바로 따라 오세요. 우린 불곰형님 업소로 갑니다.”
“뭐야. 우리만 습격당한 게 아니야.”
“이 일대 업소가 한꺼번에 습격당한 모양입니다.”
“알았어. 곧 따라 갈 테니 먼저 출발해.”
수혼일행은 바로 다음 장소인 불곰업소로 출발했다. 불곰이 관리하는 업소는 죽죽과 같은 라이트클럽 이였다. 업소에 도착하니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형님 열리질 않습니다.”
“어떠하든 열어봐”
조직원들이 몸으로 들이 박고, 갖은 수를 써도 문은 단단히 잠겨 열리지 않았다.
“다들 비켜보세요.”
수혼이 앞으로 나서자 모두 한쪽으로 물려났다. 수혼은 뒤로 물려나더니 앞으로 달려가다 날아올라 몸이 옆으로 일자로 쭉 밀려간다.
“꽝~~~”
소리와 함께 수혼의 다리가 문짝을 박살내며 들어가고 수혼이 손바닥으로 문짝의 양쪽 모서리를 가격하자 문짝은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들어가자.”
모두들 열린 문으로 물밀 듯이 들어갔다. 나이트클럽은 이미 쳐들어온 세력들에 의해 점령당해 한쪽에 강철파와 종업원들은 피를 흐리며 쓰려져 있고, 손님들은 한쪽 구석에 모여 공포에 떨고 있었다. 수혼 일행이 들이 닥치자 놈들은 쇠파이프와 각목을 들고 수혼일행을 공격해 왔다. 천장도 높고 장소도 넓으니 수혼과 수지는 처음부터 도약하여 화려한 발차기 발기술을 선보인다. 수혼과 수지의 발차기에 이여 죽죽의 죽도가 바람을 가르고, 어느새 뒤따라온 멸치도 자신의 장기인 발치기를 날리니 순식간에 장내는 피가 퇴고 고함소리가 진동했다. 녀석들은 싸움을 끝내고 승리감에 도취되어 긴장이 풀려 있어서 그런지 자신들이 했던 것처럼 갑자기 쳐들어온 수혼일행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불곰을 비롯한 이곳 강철파 조직원들도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덤비니 싸움은 강철파의 일방적인 우세로 진행되다 곧 진정되었다.
“여기 말고, 또 다른 곳도 열락해봐~”
죽죽의 지시에 조직원들이 다시 전화를 해대기 시작한다.
“형님 큰형님 본대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현제 다른 업소는 승리한 곳이 몇 군대 있고,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맑은 샘은, 맑은 샘은 어때.”
“현제 불통입니다.”
“강철형님 열락해. 빨리”
조직원이 강철에게 전화를 하자 죽죽은 전화기를 빼앗듯 받아든다.
“형님. 죽죽 입니다. 저희들은 모두 맑은 샘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멸치, 불곰형님 업소는 무사합니다. 형님은 다른 업소로 지원해 주세요.”
죽죽은 전화를 끊자마자 조직원들을 이끌고 다시 출발했다. 수혼과 수지도 이들을 따라 나선다.
“맑은 샘은 뭐여요.”
“이곳 성북동 일대에서 가장 큰 룸살롱으로 우리파의 성북동지부의 핵심사업장 입니다.”
“그래요~ 다 좋은데 이렇게 달려가야 하는 겁니까.”
“예~ 힘드십니까?”
“죽겠다 정말. 며칠 동안 술만 먹어서 그런지 힘드네요.”
“힘드시면 여기서 쉬세요. 이젠 저희들 힘만으로도 싸울 수 있어요.”
“제가 장소를 알면 축지법이라도 씨서 좀 쉽게 갈 수 있는데, 그럴 수도 없고.......하여튼 가자고요..............이봐! 수지 넌 힘들면 좀 쉬어.”
“남 걱정하지 말고 자기나 걱정해. 저 얼굴 좀 봐! 땀이 줄줄 흐르네.”
“너도 삼일, 아니지 오늘까지 사 일째 연속으로 술 마셔봐. 당연한 걸 가지고는......”
“흥~ 누가 먹으래”
“내가 먹고 싶어 먹었냐.”
“참 대단한 분들이네. 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도 싸울 생각이 나요.”
“달리는 건 달리는 거고, 저 싸가지 없는 가시나 말하는 것 좀 봐”
“저게~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는데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누가 도와주래. 그냥 가~ 너 없어도 충분해.”
“이런 쌍! 정말 간다..........그래도 네가 있으니 도움은 되지. 그치........그치.”
“하하하하. 그래 좀 도움 된다. 눈곱만큼은 돼.”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티격티격 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긴장이 풀렸다. 수혼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긴장을 풀자 다시 입을 다물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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