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43부
수혼은 다음날부터 학교가 끝나면 체육관에 나갔다.
체육관은 설렁했다. 처음에는 강철파의 젊은 제자들이 북적거렸고, 다시 호식일행이 북적거리던 체육관에 이젠 썰렁하기만 했다. 강철파는 성철파와의 전쟁 때문에 비상상태고, 호식 일행은 수혼이 학교 끝나고 올 시간이면 모두 업장에 나간다.
저번 어둠의 천사와의 대결 때문에 망가진 체육관 시설은 호식일행이 말끔하게 손질했다. 매트리스도 새로 깔고........이참에 페인트도 다시 칠해서 칙칙했던 체육관 분위기가 환해졌다. 수혼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짧은 반바지만 입었다.
수혼은 체육관 불을 모두 꺼버리고 천으로 눈을 가렸다. 산에서 생활할 때 수혼은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습기나 향기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동물의 배설물과 발자국만으로 이동경로와 시간을 측정하여 사냥하곤 했던 수혼이다.
직접 농사짓고, 사냥하고........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벗 삼아 살 때와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면 몸속에 탁기가 가득해 예전 같지 않았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과 탁한 공기, 복잡한 주위환경은 수혼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어 버렸다.
어둠의 천사 나머지 2명은 암수에 능하다고 했다. 어제 가본 골목은 길도 좁을 뿐 아니라 사람의 왕래도 많다. 대부분 술 취한 행인들이라 심심찮게 부디 치는 일도 많다.
호객꾼들의 외침, 흥정하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음........그리고 눈을 현혹시키는 형형색색의 불빛들과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여인들의 모습.........그런 환경 속에서 정체도 모르는 누군가의 암습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수혼은 자신의 둔감해진 감각을 깨워야했다. 산에서 생활할 때의 야수 같은 감각을 깨워야 그녀들의 암습에 대쳐 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혼은 어두운 체육관에 눈을 가리고 무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모든 잡념을 떨쳐 버리고 오직 하나하나의 동작에 정신을 집중한다.
수혼은 음양권과, 음양수, 음양각을 차례로 수련했다.
수혼이 수련하고 있는 체육관 건물 앞에 두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수지와 다른 한명의 여인이다.
그 여인은 밤인데도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었다.
“직접 만나보시겠습니까?”
“수지씨는 그 사람이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죠.”
“제가 그 사람 핸드폰에 추적 장치를 부착했죠.”
“근데~~ 체육관 불이 모두 껴져 있는데요.”
“신호는 맞는데.........올라가 볼까요.”
수지가 곧이라도 올라가려하자 여인의 수지의 어깨를 잡았다.
“수지씨~ 정말 잊기로 한거죠.”
수지의 동작이 멈추고........천천히 돌아 여인과 마주본다. 수지의 눈동자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제가 잠시 원화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사랑에 빠졌지만........이젠 모두 잊었어요.”
“수지씨를 말을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라........사랑이 그렇게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죠. 제가 사랑을 논할 자격은 없지만 사랑은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모두 잊었다고 말씀드리면 거짓말이고.............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잊으려고요.......벽 같은 사람을 사랑해서 뭐하겠어요. 내가 들어갈 작은 공간도 없는 사람인데..........”
“음~~~ 힘들군요. 수지씨나 저나 원화라는 형틀에 묶여 있는 사람들 같아요. 이럴 때는 사부님이 원망스러워요...............우리 그냥 돌아가요.”
“왜요~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고서~”
“저 사람하고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엔 너무 커 버렸어요. 특히나 뒤에 강철이 버티고 있다면 우리와 한길을 가긴 이미 틀린 사람이라고 봐야 해요.”
“여기까지 와서 만나보지도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다음에........다음에 만나죠. 수지씨도 그 사람 보면 또 흔들릴 것 같아요. 아무리 말씀은 그리 하셔도 수지씨 마음속에서 아직 그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같은 여자로서의 제 느낌 이죠.”
“저 때문이라면 혼자 들어가세요. 전~ 인천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같이 가요.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기회가 되면 제가 찾아올게요.”
“그리 말씀하시면 할 수 없죠..........근데 원화님은 왜 그 사람을 만나려 하시는 거죠. 원예도 전인으로써 의무감 때문인가요.”
“글쎄요...........꼭 그런 것만은 아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죠.”
수지와 여인은 불 꺼진 체육관을 한 번 더 바라보고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 수혼은 호식에게 전화해서 단도나, 표창 던지는 재주를 가진 아이한명을 체육관으로 호출했다. 수혼은 체육관으로 향하는 길에 동네 문구점에서 바둑알을 샀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호식이 보낸 녀석이 대기하고 있었다.
“표창 많이 던져 봤어.”
“표창은 아니고.......고등학교 때까지 야구 했어요. 던지는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바둑알 같이 작은 것도 던질 수 있어.”
“더 쉽죠.”
“좋아~ 내가 옷 갈아입는 동안 저기 있는 오뚝이 샌드백을 체육관 곳곳에 배치해.”
수혼은 녀석에게 지시하고 탈의실로 들어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눈을 가리고 나왔다.
“배치 끝났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뭐죠.”
눈을 가리고 나온 수혼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녀석이 자신이 할일이 궁금한 모양이다.
“지금부터 내가 천천히 움직일 거야.........거기 바둑알 있지.......그걸 나에게 향해 던져.”
“예~ 눈까지 가려고 계신데.........그냥 막 던져요.”
“걱정하지 말고........있는 힘껏 던져봐”
수혼이 체육관 중앙에 서자 녀석은 바둑알을 손안가득 잡아서 천천히 수혼에게 던졌다. 수혼의 가슴으로 날아간 바둑알을 수혼이 가볍게 쳐내 버린다.
“있는 힘껏 던지라니까? 이렇게 천천히 던지면 훈련이 안돼”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바둑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바둑알 소리를 듣고 살짝 피한다. 수혼은 체육관에 있는 샌드백 사이를 걸어 다니며 날아오는 바둑알을 피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수혼의 지시대로 있는 힘껏 바둑알을 던졌다.
날아간 바둑알이 수혼의 가슴에 명중한다. 쉼 없이 날라 오는 바둑알을 모두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체육관 곳곳에 널린 샌드백을 건드리지 않고 이동해야 한다. 모든 감각을 깨워 공기의 진동과 미세한 온도의 변화, 그리고 소리만 듣고 샌드백 사이를 자나며 바둑알 피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 녀석의 손에 더 이상 바둑알이 없었다. 수혼은 땀을 닦으며 눈을 가린 천을 풀었다.
“내가 얼마나 맞은 거야.”
“2개 중 1개 정도는 피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 멀었군........오늘 수고 좀 해야겠다. 계속 던질 수 있지.”
“힘든 일도 아닌 데요.........바둑알 주워오겠습니다.”
수혼과 녀석은 바둑알을 모두 수거하고 수혼이 다시 눈을 가린다. 녀석은 체육관에 널린 샌드백의 위치를 바꾸고..........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처음보다 익숙해 져서 이번에는 10개중 7개 정도는 모두 피한다. 또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수혼은 몸의 감각을 키우고 있었다. 시각은 완전히 무시하고, 청각과 촉감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다시 바둑알이 떨어졌다.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다시 하니 수혼은 대부분의 바둑알을 피한다.
수혼은 카세트를 가져오더니 음악을 크게 틀었다. 다시금 바둑알이 날아온다.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공기의 파장을 들을 수 없다. 바둑알이 수혼의 몸에 맞는 횟수가 많아졌다.
수혼은 촉각에 의존했다. 바둑알이 몸에 닦기 전에 바람을 일으키며 미세하게 온도가 변한다. 수혼은 피부로 바람을 느끼고, 온도를 느끼려 노력했다. 몸의 피부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나중에는 심부감각까지 하나하나 깨운다.
작가 주 : 오감(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제외하고 몇 가지 감각이 더 알려져 있다. 심부감각, 내장감각, 평형감각 등이 그것이다. 심부감각은 피부보다도 심부에 있는 근육이나 건(腱:힘줄) 등에 있는 감각수용기에 의하여 전달된다. 이로써 근육의 정도를 감지할 수 있어 눈을 감고 있어도 손·발의 위치나 운동 상태, 또는 손에 들고 있는 물체의 무게 등을 알게 된다. 내장감각은 내장에 있는 통각신경에 의하여 전달된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수용기가 알려져 있다. 평형감각은 내이의 달팽이관 옆의 미로 속에 있는 수용기에 의하여 직진 및 회전의 가속도를 알 수 있다.
밤이 세도록 수혼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나중에는 바둑알을 던지는 녀석이 치쳐버리고,......훈련은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 본래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던 수혼이라 이틀간의 수련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수혼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다음 깊은 명상에 잠겼다. 명상 속에 수혼은 몸속 세포들을 하나하나 깨우고 긴장시킨다. 명상이 끝나고 헐렁한 면바지에 남방을 걸치고 집을 나왔다.
저녁 9시쯤 588에 도착하여 골목길 입구에서 심호흡을 했다. 588은 전과 다름없었다. 형형색색의 등으로 장식한 업소들은 손님 맞은 준비를 끝내고,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로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술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들은 때를 지어 다니고.........길가 던 사내들은 업소 창가에 상품처럼 앉아있는 여자들을 보는데 정신없고, 어떤 이는 호객꾼과 한참 가격흥정을 하고 있다. 골목길은 시장 통을 방불케 할 만큼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수혼이 골목길에 들어섰다. 한 걸음씩 앞으로 걸을 때마다 온몸의 세포들이 긴장한다.
호객꾼들은 수혼을 보자 인상을 찡그리고 외면해 버린다. 수혼이 골목길에 걸어가다 벽에 붙은 벽보를 보았다. 벽보에는 자신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고 밑에 몇 줄의 글이 있었다.
어둠의 천사라는 년들은 보아라. 감히 우리 천랑파의 건드리다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년들이라 할 만하다. ○월 ○일 내가 직접 588로 쳐들어가서 내년들을 잡아들이겠다.
그날 내년들이 나서지 않으면 588업소들을 박살내 버리고 거기 있는 년들 모두를 우리 천랑파가 잡아다 노리개로 삼고....... 다음에 섬이나 딴 나라에 팔아버릴 것이다.
십이나 팔아먹는 년들이 용기가 있을 까만은 정정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라........하긴 내년들이 암습이나 할 줄 알지 별다른 재주가 있겠는가?
내년들이 나서지 않음. 다음날부터 588에 있는 년들 계속 잡아들인 것이다. 기회는 하루뿐이다.
수혼은 글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호식이가 쓴 모양인데. 악독하게 소문내라고 했다고 저런 식으로 할 줄이야.
“개자식~ 우릴 팔아먹어, 야~ 새끼야 우리가 물건이야. 누구 맘대로 팔아 개자식아. 저런 새끼는 삼대가 빌어먹어야 돼~........아마 아들을 나면 지 마누라하고 붙어먹고, 딸을 나면 십이나 팔아먹다 늙어죽을 거다. 개자식아~”
“맞아~ 새파란 새끼가 어디 와서 행패야. 저 새끼 오늘 넘기기 힘들 거야~ 지금까지 저런 새끼 한두 명 있었어. 저 새끼는 어둠의 천사에게 목가지 댕강 자리지 않음 다행이지.”
호객행위를 하던 아줌마들이 수혼의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여자의 욕이 하도 어의가 없어 뒤를 돌아보자 여자들이 흠칫하더니 도망친다.
입맛이 쓰다. 험한 삶을 산 여자들이라 욕하는 것도 대단하다. 수혼이 씁쓸하게 돌아서는데 등줄기가 싸늘해진다. 수혼의 예민한 감각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수혼은 손가락을 구부려 금나수를 실천했다. “퍽~~~” 누군가가 비닐 봉지를 던진 모양이다. 비닐봉지가 터지며 안에서 누런 악취가 풍기는 것이 솟아져 나와 손이 범벅이 된다. 고악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몇 몇 여자들이 킥킥대고 웃으면서 업소 안으로 도망친다.
수혼에게 고악한 냄새가 진동하니 사람들이 수혼에게서 떨어지러 우왕좌왕하고 수혼은 악취에 손을 떨어버린다. 누런 것의 정체는 인간의 배설물 이였다. 그걸 봉지에 싸서 누군가가 수혼에게 던진 것이다.
봉지가 손가락에 의해 터지면서 남방에서도 악취가 진동한다.
예민하진 수혼의 감각기관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수혼이 지독한 악취 때문에 흐트러진 사이에.......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를 바람처럼 이동한 검은 물체가 번쩍하더니 수혼를 향해 덮쳐 온다. 손을 떨고 있던 수혼은 몸속 세포들의 경고에 무의식적으로 칠성밟기를 실천했다. 수혼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온 검은 인영의 손목에서 미세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반짝이는 보이다 물체가 뱀처럼 흔들리며 수혼의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은 뒷걸음치며 날아오는 물체를 피했다. 분명 저건 면도(緬刀)일 것이다. 종이처럼 얇은 면도는 춤을 취며 밀려나는 수혼을 따라온다.
수혼의 가슴을 노리고 다가오는 검은 인영의 손목을 금나수로 잡아갔다. 수혼이 물러나지 않고 자신의 손목을 잡아오자 검은 인영의 면도는 “위이잉~”소리를 내며 교모하게 휘어져 수혼의 팔목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의 손이 뒤로 물려감과 동시에 다른 손이 앞으로 쭉 뻗어 나오는데 “우르릉~”하는 공기의 파동 소리와 더불어 강맹한 힘이 검은 인형의 머리를 향해 날아간다. 수혼의 음양권 중 붕권이 터진 것이다.
주위에 있던 공기가 주먹주위에 소용돌이치며 날아가니 인영은 깜짝 놀라 무릎을 굽혀 주먹을 피하면서도 면도는 살아있는 뱀처럼 휘어져 다시금 수혼의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은 상대방이 물러서지 않고, 계속 공격하자 뒤로 쭉 물러났다가 상대방을 향해 달려가다 상대방의 면도가 뱀처럼 춤을 추며 가슴을 노리자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상대방도 수혼의 다리를 향해 면도를 날리며 자신도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수혼의 다리에가 교차하며 공중에서 벚꽃이 바람에 날리듯 화려한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상대방을 감싸오자 상대방의 검도 요동치며 한 무리의 빛줄기를 만들어낸다.
발그림자와 빛의 무리가 공중에서 엉키고, 그 속에서 다시금 손 그림자가 피어나며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날아간다.
수혼은 상대의 얼굴에 감싸인 복면을 벗겨버리고 싶었다. 상대는 어린아이처럼 작은 체구에 온몸에 꽉 끼는 검은 야행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 복면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뱀처럼 휘어져 들어온 검이 역시나 가슴을 노린다. 상대방도 상당한 신법의 소유자인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비틀며 수혼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수혼의 음양수가 머리를 향해 날아와도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해 버린다. 하지만 상대방 역시 수혼에게 이러타할 타격을 입히지는 못하고 이었다.
힘을 떨어진 두 사람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수혼은 다리에 힘을 집중하고 음양군림보를 실천했다.
“꽝~~~~”
바닥에 갈린 아스파트가 갈라지며 엄청난 소리와 더불어 땅이 흘린다. 땅에 차지한 상대방의 몸이 순간적으로 흔들리자 수혼의 금나수가 머리와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몸의 평행감각이 흔들린 상태에서도 검이 빛을 토한다. 수혼의 금나수는 빛 사이로 들어가 상대방의 복면과 면도를 든 팔목을 잡았다. 수혼의 손가락이 곡지혈을 누르려는 찰나 면도가 휘어지며 수혼의 팔목을 향해 날아오고, 수혼이 급하게 잡은 팔을 움직여 면도를 피하는 사이 힘이 조금 풀리자 상대방은 몸을 비틀어 수혼에게 벗어나려 했다.
“찌지익~”
복면이 벗겨지고........얼굴이 들어났다. 앙증맞고 귀여운 소녀 같은 얼굴이다. 눈, 코, 입 모든 것이 작은 얼굴..........어제 수혼이 보았던 얼굴이다. 여인의 얼굴을 보고 수혼의 멈칫하는 사이 여인은 수혼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수혼은 여인을 ?아가려다가 멈추고 자신의 팔을 보았다. 남방 팔목은 여기저기 베어져 나풀거리고 있고, 어느 곳에는 붉은 핏물이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면도에 남방이 걸레가 된 것이다. 다행이 깊은 상처는 없지만 여기저기 작은 상처가 많았다.
손에는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검은 복면과 면도가 들려 있었다. 수혼은 마지막에 그녀의 손에서 면도를 빼앗아 버렸다. 도망치기 급했던 여인은 면도를 빼앗기고 도망친 것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정지한 듯 시끄럽게 떠들던 호객꾼의 소리도, 술 취한 취객들의 고성도 들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멍하니 수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싸움은 길지 않았다. 3분정도의 시간동안 두 사람은 목숨을 건 공방전을 벌렸다.
여인은 집요하게도 가슴, 그것도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아예~ 죽여 버릴 심산이 아니면 그런 공격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혼은 그 여인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제 보았던 그 여인이다. 유난히 손이 곱던 꼬마 아이........그녀가 검의 달인 이였을 줄이야.
급할 것이 없다. 수혼은 핸드폰으로 호식에게 전화했다.
“나야~ 애들 몇 명 대리고 588로 와~”
“잡았어. 그 쌍년들 잡은 거야.”
“잡으러가야지. 누군지 아니까 천천히 가도 돼~”
“알았어. 당장 달려가지.”
수혼은 남방을 벗어 손을 닦았다. 아무리 적이라도 똥을 던지다니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수혼이 손을 닦고 있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주위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특히나 호객꾼들은 업소로 들어가더니 업소 불을 끄고 문을 닫아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같이 시끄럽던 같던 588일대가 조용한 적막에 감싸인다.
조금 있으니 봉고차한대가 도착하고 호식과 몇 명이 수혼에게 달려왔다.
“잉~ 무슨 냄새야.”
“나도 찜찜해 죽겠다. 누구 달려가서 물하고 비누 좀 사와라”
“야~ 건업아 내가 가서 좀 사와~ 근데..........이거 똥냄새 아니야.”
“그래 똥냄새다.”
“우욱~ 지독하다 몇 칠은 썩은 똥냄새 같은데.”
“나도 미치겠다. 이년 잡히기만 해봐~.........어휴~”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그년이 사용하던 면도.........팔목에 감고 있었던 모양이야. 도망가면서 무기도 버리고 가대”
“푸 하하하~ 역시 천랑이야.”
수혼은 대충 팔을 씻고 어제 갔던 업소로 찾아갔다. 다른 업소는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데 비해 그 업소는 어제 보았던 노파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고, 어제와 같은 차림으로 3명의 여자가 유리너머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 다시 만나내요.”
“또 왔어. 저년이 마음에 든 모양이지.”
“예~ 아주 마음에 들어요.”
“오호~~ 오늘은 단체손님인가........친구들까지 끌고 온 모양이네. 근데 어떡하지 우리 업소에 있는 년은 3명뿐인 대. 손님만 좋다면 나까지 나설 수 있고.”
“아예~ 저 여자를 데려갈 참 입니다.”
“그건 곤란한데..........저년 빛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거기다가 저년 없음 우리 장사 망해”
“천랑 저년이야..........십팔 무슨 잡담이야~ 애들아 들어가서 잡아와~”
수혼과 노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호식이 답답하다는 듯 명령하자 아이들이 노파를 밀치고 업소 안으로 들어가 여자를 잡아온다. 여자는 의외로 순순히 잡혀 업소 밖으로 끌려 왔다.
“뭐야~~ 십팔 이런 어린년이란 말이야. 너 몇 살이야.”
“25살인데요.”
“뭐~ 거짓말 하지 마.........하긴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이름이 뭐야~”
“유 미희.........근데 왜 이러는 거죠.”
“십팔~ 네가 우리 아이 병신 만들었다며.......그러고도 멀쩡할 줄 알았어.”
“무슨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 적 없어요.”
수혼은 여인에게 다가와 얼굴을 살펴보았다. 잠시 전 자신을 공격했던 여인이 분명하다.
수혼은 여인에게 면도를 보여주었다.
“이거 당신 거지.”
“그게 뭐죠.”
여인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수혼의 손에 들린 물건을 처음 본다는 식이다. 여인은 수혼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녀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했다.
“조금 전에 당신에게 빼앗은 물건인데 기억하지 못해”
“흥~ 말도 안돼는 소리 마세요. 오늘 업소 밖으로 나간적도 없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천랑~ 일단 잡아가자고........족치면 지가 불겠지.”
“좋아~ 일단 체육관으로 잡아가. 난 집에 가서 샤워 좀 해야겠다. 으미~ 냄새야.”
“이봐~ 미희를 누구 맘대로 잡아간다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
노파가 여자를 끌고 가려하자 길을 막아선다. 수혼은 꼭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몸에 진동하는 악취가 코끝을 자극하니 그녀가 괘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약한 지면 안 된다.
“신고해요~ 경찰이 당신들을 도와줄까요.”
노파는 씩씩거리고 있었다. 수혼 말대로 경찰이 자신들을 도와줄리 마무하다.
“왜~ 미희를 끌고 가는 거야.”
“그녀가 어둠의 천사기 때문이죠.”
“증거 있어. 증거를 대봐~”
“제가 직접 봤어요. 조금 전에 절 공격한 여인도 못 알아볼 것 같아요.”
“허~ 참~ 오늘 미희은 하루 종일 업소 밖으로 나간적도 없어............내말 못 믿어.”
노파는 주위에 있던 다른 업소들 사람들을 불려내기 시작했다. 문을 닫고 있던 업소에서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나왔다.
“이 사람이 익지를 쓰는데.......당신들도 알지, 우리 미희가 업소 밖으로 나간 적 있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한 여인이 앞으로 나선다.
“제가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오늘 미희는 업소 밖으로 나간 적 없어요.”
“맞아요. 미희가 어둠의 천사라니.........말도 안돼”
수혼은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은 하자 난감하다. 자신이 잘못 보았단 말인가. 작은 체구의 인형 같은 얼굴.......분명 이 여인이 맞다.
“천랑~ 일단은 잡아가서 조사해 보자고.........난 천랑을 믿어.”
호식이 나서자 수혼은 잠시 생각해 보다 호식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할머니........일단 조사해보고........죄가 없으면 돌려보내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어. 끌고 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제가 천랑파 수장입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죄가 없으면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돌려보내요.”
수혼은 호식에게 눈짓했다.
“걱정하지 마~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여인은 노파에게 이야기하고 당당하게 호식일행을 따라 나선다.
수혼은 여인을 끌고 골목길을 빠져 나갔다. 노파는 수혼이 살아지자 업소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쪽방에 야행복을 입은 여인하나가 팔에 어름찜질을 하고 있었다.
노파가 방안으로 들어서더니 여인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본다.
“다친 거야............네 실력으로도 어쩌지 못한 모양이지.”
“대단한 녀석이야. 아빠보다 더 강해.”
“그래서 면도까지 빼앗기고...........이렇게 도망 친 거야.”
“실력도 실력이지만........동물 같은 놈이야..........내 암습을 바로 간파하더라고..........근데 여기까지 찾아 온 거야.”
“얼굴을 본 모양이다. 덕분에 미희가 너 대신 잡혀갔다.”
“재수 없어. 수많은 업소 중에........그날 왜 우리업소를 찾아와서~~.........미희년 고생 좀 하겠군.”
“도대체 왜 실수한 거야. 아무래 그 녀석 실력이 뛰어나도 내가 이렇게 당할 정도는 아니잖아. 지금 보니까 팔도 못쓰는 것 같은데........”
“미희년이 박재 만들자고 해서 심장만 도려내려다 내가 당한 거지. 그냥 다른 놈들처럼 병신 만들려고 했으면 이렇게 당하지 않았지........그 새끼~ 실력 좋대.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아. 쓸데없이 정면승부하다 내가 당한거지.”
“하여튼 몸조리 잘해. 미희년이 나설 모양이니 넌 이일에서 손때. 그러나 저러나 면도는 찾아와야 하는데 걱정이군.”
“십팔~..........미희년까지 나서게 될 줄이야. 미희년도 실수하면 어떠하지.”
“할 수없지.......내년들 둘 다 녀석에게 시집이나 가는 수밖에.......너희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 아니야. 약골들은 싫고 둘 다 이기는 놈 있으면 함께 시집간다고 했지.”
“싫어~~ 짐승 같은 남자 놈하고 살 맞대고 살라고. 말도 안돼~.........만일 그런 일 생기면 혀 깨물고 자살할 거야.”
“미친년~ 죽기가 쉬운지 알아.......잠자코 결과나 기다려. 미희년이 알아서 하겠지.”
“아이~ 십팔.......가슴도 아픈 것 같아.”
“뭐~ 팔뿐만 아니라 가슴도 당한 거야.”
“붕권을 피하기는 했는데........다 못 피하고 스친 모양이야.”
“어디 봐~~”
노파가 여인의 가슴을 감싼 야행복을 찢어버리자 작은 젖가슴이 나타난다. 오른쪽 젖가슴 위에 금색으로 여우머리가 문신되어 있었다. 너무나 생생하게 문신되어 꼭 살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밑으로 검은 멍이 들어 있었다. 노파가 살짝 눌려보자 여인이 신음한다.
“미친년 갈비뼈가 부려진 모양인데.......안되겠다. 영감탱이 불려와야지.”
“안돼~ 아빠는 싫어.”
“왜~ 이년아”
“아빠도 남자잖아.”
“미친년.........내년들은 남자라면 벌벌 떠는 구나.”
“남자 새끼들 모두 싫어........그냥.........내가 치료할게.”
“하여튼...........어디보자”
노파는 여인에게 다가가 부려진 갈비뼈를 맞추기 시작했다.
저기요. 어떤 분께서 하루에 두편씩 올려 달라고 하시던데......불가능합니다.
님들도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한편 한편 올리는 글은 양이 많습니다. 뛰어쓰기도 잘 안하니까 다른분들(-개인적인 생각입니다.-)올리는 글과 비교하면 많은 양이죠.
제도 회사원입니다. 취미생활로 글 쓰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한번에 많은 양을 올리지 못하는 점....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붉은미르 -
수혼은 다음날부터 학교가 끝나면 체육관에 나갔다.
체육관은 설렁했다. 처음에는 강철파의 젊은 제자들이 북적거렸고, 다시 호식일행이 북적거리던 체육관에 이젠 썰렁하기만 했다. 강철파는 성철파와의 전쟁 때문에 비상상태고, 호식 일행은 수혼이 학교 끝나고 올 시간이면 모두 업장에 나간다.
저번 어둠의 천사와의 대결 때문에 망가진 체육관 시설은 호식일행이 말끔하게 손질했다. 매트리스도 새로 깔고........이참에 페인트도 다시 칠해서 칙칙했던 체육관 분위기가 환해졌다. 수혼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짧은 반바지만 입었다.
수혼은 체육관 불을 모두 꺼버리고 천으로 눈을 가렸다. 산에서 생활할 때 수혼은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습기나 향기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동물의 배설물과 발자국만으로 이동경로와 시간을 측정하여 사냥하곤 했던 수혼이다.
직접 농사짓고, 사냥하고........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벗 삼아 살 때와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면 몸속에 탁기가 가득해 예전 같지 않았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과 탁한 공기, 복잡한 주위환경은 수혼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어 버렸다.
어둠의 천사 나머지 2명은 암수에 능하다고 했다. 어제 가본 골목은 길도 좁을 뿐 아니라 사람의 왕래도 많다. 대부분 술 취한 행인들이라 심심찮게 부디 치는 일도 많다.
호객꾼들의 외침, 흥정하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음........그리고 눈을 현혹시키는 형형색색의 불빛들과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여인들의 모습.........그런 환경 속에서 정체도 모르는 누군가의 암습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수혼은 자신의 둔감해진 감각을 깨워야했다. 산에서 생활할 때의 야수 같은 감각을 깨워야 그녀들의 암습에 대쳐 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혼은 어두운 체육관에 눈을 가리고 무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모든 잡념을 떨쳐 버리고 오직 하나하나의 동작에 정신을 집중한다.
수혼은 음양권과, 음양수, 음양각을 차례로 수련했다.
수혼이 수련하고 있는 체육관 건물 앞에 두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수지와 다른 한명의 여인이다.
그 여인은 밤인데도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었다.
“직접 만나보시겠습니까?”
“수지씨는 그 사람이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죠.”
“제가 그 사람 핸드폰에 추적 장치를 부착했죠.”
“근데~~ 체육관 불이 모두 껴져 있는데요.”
“신호는 맞는데.........올라가 볼까요.”
수지가 곧이라도 올라가려하자 여인의 수지의 어깨를 잡았다.
“수지씨~ 정말 잊기로 한거죠.”
수지의 동작이 멈추고........천천히 돌아 여인과 마주본다. 수지의 눈동자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제가 잠시 원화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사랑에 빠졌지만........이젠 모두 잊었어요.”
“수지씨를 말을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라........사랑이 그렇게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죠. 제가 사랑을 논할 자격은 없지만 사랑은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모두 잊었다고 말씀드리면 거짓말이고.............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잊으려고요.......벽 같은 사람을 사랑해서 뭐하겠어요. 내가 들어갈 작은 공간도 없는 사람인데..........”
“음~~~ 힘들군요. 수지씨나 저나 원화라는 형틀에 묶여 있는 사람들 같아요. 이럴 때는 사부님이 원망스러워요...............우리 그냥 돌아가요.”
“왜요~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고서~”
“저 사람하고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엔 너무 커 버렸어요. 특히나 뒤에 강철이 버티고 있다면 우리와 한길을 가긴 이미 틀린 사람이라고 봐야 해요.”
“여기까지 와서 만나보지도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다음에........다음에 만나죠. 수지씨도 그 사람 보면 또 흔들릴 것 같아요. 아무리 말씀은 그리 하셔도 수지씨 마음속에서 아직 그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같은 여자로서의 제 느낌 이죠.”
“저 때문이라면 혼자 들어가세요. 전~ 인천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같이 가요.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기회가 되면 제가 찾아올게요.”
“그리 말씀하시면 할 수 없죠..........근데 원화님은 왜 그 사람을 만나려 하시는 거죠. 원예도 전인으로써 의무감 때문인가요.”
“글쎄요...........꼭 그런 것만은 아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죠.”
수지와 여인은 불 꺼진 체육관을 한 번 더 바라보고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 수혼은 호식에게 전화해서 단도나, 표창 던지는 재주를 가진 아이한명을 체육관으로 호출했다. 수혼은 체육관으로 향하는 길에 동네 문구점에서 바둑알을 샀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호식이 보낸 녀석이 대기하고 있었다.
“표창 많이 던져 봤어.”
“표창은 아니고.......고등학교 때까지 야구 했어요. 던지는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바둑알 같이 작은 것도 던질 수 있어.”
“더 쉽죠.”
“좋아~ 내가 옷 갈아입는 동안 저기 있는 오뚝이 샌드백을 체육관 곳곳에 배치해.”
수혼은 녀석에게 지시하고 탈의실로 들어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눈을 가리고 나왔다.
“배치 끝났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뭐죠.”
눈을 가리고 나온 수혼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녀석이 자신이 할일이 궁금한 모양이다.
“지금부터 내가 천천히 움직일 거야.........거기 바둑알 있지.......그걸 나에게 향해 던져.”
“예~ 눈까지 가려고 계신데.........그냥 막 던져요.”
“걱정하지 말고........있는 힘껏 던져봐”
수혼이 체육관 중앙에 서자 녀석은 바둑알을 손안가득 잡아서 천천히 수혼에게 던졌다. 수혼의 가슴으로 날아간 바둑알을 수혼이 가볍게 쳐내 버린다.
“있는 힘껏 던지라니까? 이렇게 천천히 던지면 훈련이 안돼”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바둑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바둑알 소리를 듣고 살짝 피한다. 수혼은 체육관에 있는 샌드백 사이를 걸어 다니며 날아오는 바둑알을 피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수혼의 지시대로 있는 힘껏 바둑알을 던졌다.
날아간 바둑알이 수혼의 가슴에 명중한다. 쉼 없이 날라 오는 바둑알을 모두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체육관 곳곳에 널린 샌드백을 건드리지 않고 이동해야 한다. 모든 감각을 깨워 공기의 진동과 미세한 온도의 변화, 그리고 소리만 듣고 샌드백 사이를 자나며 바둑알 피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 녀석의 손에 더 이상 바둑알이 없었다. 수혼은 땀을 닦으며 눈을 가린 천을 풀었다.
“내가 얼마나 맞은 거야.”
“2개 중 1개 정도는 피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 멀었군........오늘 수고 좀 해야겠다. 계속 던질 수 있지.”
“힘든 일도 아닌 데요.........바둑알 주워오겠습니다.”
수혼과 녀석은 바둑알을 모두 수거하고 수혼이 다시 눈을 가린다. 녀석은 체육관에 널린 샌드백의 위치를 바꾸고..........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처음보다 익숙해 져서 이번에는 10개중 7개 정도는 모두 피한다. 또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수혼은 몸의 감각을 키우고 있었다. 시각은 완전히 무시하고, 청각과 촉감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다시 바둑알이 떨어졌다.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다시 하니 수혼은 대부분의 바둑알을 피한다.
수혼은 카세트를 가져오더니 음악을 크게 틀었다. 다시금 바둑알이 날아온다.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공기의 파장을 들을 수 없다. 바둑알이 수혼의 몸에 맞는 횟수가 많아졌다.
수혼은 촉각에 의존했다. 바둑알이 몸에 닦기 전에 바람을 일으키며 미세하게 온도가 변한다. 수혼은 피부로 바람을 느끼고, 온도를 느끼려 노력했다. 몸의 피부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나중에는 심부감각까지 하나하나 깨운다.
작가 주 : 오감(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제외하고 몇 가지 감각이 더 알려져 있다. 심부감각, 내장감각, 평형감각 등이 그것이다. 심부감각은 피부보다도 심부에 있는 근육이나 건(腱:힘줄) 등에 있는 감각수용기에 의하여 전달된다. 이로써 근육의 정도를 감지할 수 있어 눈을 감고 있어도 손·발의 위치나 운동 상태, 또는 손에 들고 있는 물체의 무게 등을 알게 된다. 내장감각은 내장에 있는 통각신경에 의하여 전달된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수용기가 알려져 있다. 평형감각은 내이의 달팽이관 옆의 미로 속에 있는 수용기에 의하여 직진 및 회전의 가속도를 알 수 있다.
밤이 세도록 수혼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나중에는 바둑알을 던지는 녀석이 치쳐버리고,......훈련은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 본래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던 수혼이라 이틀간의 수련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수혼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다음 깊은 명상에 잠겼다. 명상 속에 수혼은 몸속 세포들을 하나하나 깨우고 긴장시킨다. 명상이 끝나고 헐렁한 면바지에 남방을 걸치고 집을 나왔다.
저녁 9시쯤 588에 도착하여 골목길 입구에서 심호흡을 했다. 588은 전과 다름없었다. 형형색색의 등으로 장식한 업소들은 손님 맞은 준비를 끝내고,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로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술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들은 때를 지어 다니고.........길가 던 사내들은 업소 창가에 상품처럼 앉아있는 여자들을 보는데 정신없고, 어떤 이는 호객꾼과 한참 가격흥정을 하고 있다. 골목길은 시장 통을 방불케 할 만큼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수혼이 골목길에 들어섰다. 한 걸음씩 앞으로 걸을 때마다 온몸의 세포들이 긴장한다.
호객꾼들은 수혼을 보자 인상을 찡그리고 외면해 버린다. 수혼이 골목길에 걸어가다 벽에 붙은 벽보를 보았다. 벽보에는 자신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고 밑에 몇 줄의 글이 있었다.
어둠의 천사라는 년들은 보아라. 감히 우리 천랑파의 건드리다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년들이라 할 만하다. ○월 ○일 내가 직접 588로 쳐들어가서 내년들을 잡아들이겠다.
그날 내년들이 나서지 않으면 588업소들을 박살내 버리고 거기 있는 년들 모두를 우리 천랑파가 잡아다 노리개로 삼고....... 다음에 섬이나 딴 나라에 팔아버릴 것이다.
십이나 팔아먹는 년들이 용기가 있을 까만은 정정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라........하긴 내년들이 암습이나 할 줄 알지 별다른 재주가 있겠는가?
내년들이 나서지 않음. 다음날부터 588에 있는 년들 계속 잡아들인 것이다. 기회는 하루뿐이다.
수혼은 글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호식이가 쓴 모양인데. 악독하게 소문내라고 했다고 저런 식으로 할 줄이야.
“개자식~ 우릴 팔아먹어, 야~ 새끼야 우리가 물건이야. 누구 맘대로 팔아 개자식아. 저런 새끼는 삼대가 빌어먹어야 돼~........아마 아들을 나면 지 마누라하고 붙어먹고, 딸을 나면 십이나 팔아먹다 늙어죽을 거다. 개자식아~”
“맞아~ 새파란 새끼가 어디 와서 행패야. 저 새끼 오늘 넘기기 힘들 거야~ 지금까지 저런 새끼 한두 명 있었어. 저 새끼는 어둠의 천사에게 목가지 댕강 자리지 않음 다행이지.”
호객행위를 하던 아줌마들이 수혼의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여자의 욕이 하도 어의가 없어 뒤를 돌아보자 여자들이 흠칫하더니 도망친다.
입맛이 쓰다. 험한 삶을 산 여자들이라 욕하는 것도 대단하다. 수혼이 씁쓸하게 돌아서는데 등줄기가 싸늘해진다. 수혼의 예민한 감각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수혼은 손가락을 구부려 금나수를 실천했다. “퍽~~~” 누군가가 비닐 봉지를 던진 모양이다. 비닐봉지가 터지며 안에서 누런 악취가 풍기는 것이 솟아져 나와 손이 범벅이 된다. 고악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몇 몇 여자들이 킥킥대고 웃으면서 업소 안으로 도망친다.
수혼에게 고악한 냄새가 진동하니 사람들이 수혼에게서 떨어지러 우왕좌왕하고 수혼은 악취에 손을 떨어버린다. 누런 것의 정체는 인간의 배설물 이였다. 그걸 봉지에 싸서 누군가가 수혼에게 던진 것이다.
봉지가 손가락에 의해 터지면서 남방에서도 악취가 진동한다.
예민하진 수혼의 감각기관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수혼이 지독한 악취 때문에 흐트러진 사이에.......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를 바람처럼 이동한 검은 물체가 번쩍하더니 수혼를 향해 덮쳐 온다. 손을 떨고 있던 수혼은 몸속 세포들의 경고에 무의식적으로 칠성밟기를 실천했다. 수혼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온 검은 인영의 손목에서 미세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반짝이는 보이다 물체가 뱀처럼 흔들리며 수혼의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은 뒷걸음치며 날아오는 물체를 피했다. 분명 저건 면도(緬刀)일 것이다. 종이처럼 얇은 면도는 춤을 취며 밀려나는 수혼을 따라온다.
수혼의 가슴을 노리고 다가오는 검은 인영의 손목을 금나수로 잡아갔다. 수혼이 물러나지 않고 자신의 손목을 잡아오자 검은 인영의 면도는 “위이잉~”소리를 내며 교모하게 휘어져 수혼의 팔목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의 손이 뒤로 물려감과 동시에 다른 손이 앞으로 쭉 뻗어 나오는데 “우르릉~”하는 공기의 파동 소리와 더불어 강맹한 힘이 검은 인형의 머리를 향해 날아간다. 수혼의 음양권 중 붕권이 터진 것이다.
주위에 있던 공기가 주먹주위에 소용돌이치며 날아가니 인영은 깜짝 놀라 무릎을 굽혀 주먹을 피하면서도 면도는 살아있는 뱀처럼 휘어져 다시금 수혼의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수혼은 상대방이 물러서지 않고, 계속 공격하자 뒤로 쭉 물러났다가 상대방을 향해 달려가다 상대방의 면도가 뱀처럼 춤을 추며 가슴을 노리자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상대방도 수혼의 다리를 향해 면도를 날리며 자신도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수혼의 다리에가 교차하며 공중에서 벚꽃이 바람에 날리듯 화려한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상대방을 감싸오자 상대방의 검도 요동치며 한 무리의 빛줄기를 만들어낸다.
발그림자와 빛의 무리가 공중에서 엉키고, 그 속에서 다시금 손 그림자가 피어나며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날아간다.
수혼은 상대의 얼굴에 감싸인 복면을 벗겨버리고 싶었다. 상대는 어린아이처럼 작은 체구에 온몸에 꽉 끼는 검은 야행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 복면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뱀처럼 휘어져 들어온 검이 역시나 가슴을 노린다. 상대방도 상당한 신법의 소유자인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비틀며 수혼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수혼의 음양수가 머리를 향해 날아와도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해 버린다. 하지만 상대방 역시 수혼에게 이러타할 타격을 입히지는 못하고 이었다.
힘을 떨어진 두 사람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수혼은 다리에 힘을 집중하고 음양군림보를 실천했다.
“꽝~~~~”
바닥에 갈린 아스파트가 갈라지며 엄청난 소리와 더불어 땅이 흘린다. 땅에 차지한 상대방의 몸이 순간적으로 흔들리자 수혼의 금나수가 머리와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몸의 평행감각이 흔들린 상태에서도 검이 빛을 토한다. 수혼의 금나수는 빛 사이로 들어가 상대방의 복면과 면도를 든 팔목을 잡았다. 수혼의 손가락이 곡지혈을 누르려는 찰나 면도가 휘어지며 수혼의 팔목을 향해 날아오고, 수혼이 급하게 잡은 팔을 움직여 면도를 피하는 사이 힘이 조금 풀리자 상대방은 몸을 비틀어 수혼에게 벗어나려 했다.
“찌지익~”
복면이 벗겨지고........얼굴이 들어났다. 앙증맞고 귀여운 소녀 같은 얼굴이다. 눈, 코, 입 모든 것이 작은 얼굴..........어제 수혼이 보았던 얼굴이다. 여인의 얼굴을 보고 수혼의 멈칫하는 사이 여인은 수혼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수혼은 여인을 ?아가려다가 멈추고 자신의 팔을 보았다. 남방 팔목은 여기저기 베어져 나풀거리고 있고, 어느 곳에는 붉은 핏물이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면도에 남방이 걸레가 된 것이다. 다행이 깊은 상처는 없지만 여기저기 작은 상처가 많았다.
손에는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검은 복면과 면도가 들려 있었다. 수혼은 마지막에 그녀의 손에서 면도를 빼앗아 버렸다. 도망치기 급했던 여인은 면도를 빼앗기고 도망친 것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정지한 듯 시끄럽게 떠들던 호객꾼의 소리도, 술 취한 취객들의 고성도 들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멍하니 수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싸움은 길지 않았다. 3분정도의 시간동안 두 사람은 목숨을 건 공방전을 벌렸다.
여인은 집요하게도 가슴, 그것도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아예~ 죽여 버릴 심산이 아니면 그런 공격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혼은 그 여인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제 보았던 그 여인이다. 유난히 손이 곱던 꼬마 아이........그녀가 검의 달인 이였을 줄이야.
급할 것이 없다. 수혼은 핸드폰으로 호식에게 전화했다.
“나야~ 애들 몇 명 대리고 588로 와~”
“잡았어. 그 쌍년들 잡은 거야.”
“잡으러가야지. 누군지 아니까 천천히 가도 돼~”
“알았어. 당장 달려가지.”
수혼은 남방을 벗어 손을 닦았다. 아무리 적이라도 똥을 던지다니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수혼이 손을 닦고 있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주위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특히나 호객꾼들은 업소로 들어가더니 업소 불을 끄고 문을 닫아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같이 시끄럽던 같던 588일대가 조용한 적막에 감싸인다.
조금 있으니 봉고차한대가 도착하고 호식과 몇 명이 수혼에게 달려왔다.
“잉~ 무슨 냄새야.”
“나도 찜찜해 죽겠다. 누구 달려가서 물하고 비누 좀 사와라”
“야~ 건업아 내가 가서 좀 사와~ 근데..........이거 똥냄새 아니야.”
“그래 똥냄새다.”
“우욱~ 지독하다 몇 칠은 썩은 똥냄새 같은데.”
“나도 미치겠다. 이년 잡히기만 해봐~.........어휴~”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그년이 사용하던 면도.........팔목에 감고 있었던 모양이야. 도망가면서 무기도 버리고 가대”
“푸 하하하~ 역시 천랑이야.”
수혼은 대충 팔을 씻고 어제 갔던 업소로 찾아갔다. 다른 업소는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데 비해 그 업소는 어제 보았던 노파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고, 어제와 같은 차림으로 3명의 여자가 유리너머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 다시 만나내요.”
“또 왔어. 저년이 마음에 든 모양이지.”
“예~ 아주 마음에 들어요.”
“오호~~ 오늘은 단체손님인가........친구들까지 끌고 온 모양이네. 근데 어떡하지 우리 업소에 있는 년은 3명뿐인 대. 손님만 좋다면 나까지 나설 수 있고.”
“아예~ 저 여자를 데려갈 참 입니다.”
“그건 곤란한데..........저년 빛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거기다가 저년 없음 우리 장사 망해”
“천랑 저년이야..........십팔 무슨 잡담이야~ 애들아 들어가서 잡아와~”
수혼과 노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호식이 답답하다는 듯 명령하자 아이들이 노파를 밀치고 업소 안으로 들어가 여자를 잡아온다. 여자는 의외로 순순히 잡혀 업소 밖으로 끌려 왔다.
“뭐야~~ 십팔 이런 어린년이란 말이야. 너 몇 살이야.”
“25살인데요.”
“뭐~ 거짓말 하지 마.........하긴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이름이 뭐야~”
“유 미희.........근데 왜 이러는 거죠.”
“십팔~ 네가 우리 아이 병신 만들었다며.......그러고도 멀쩡할 줄 알았어.”
“무슨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 적 없어요.”
수혼은 여인에게 다가와 얼굴을 살펴보았다. 잠시 전 자신을 공격했던 여인이 분명하다.
수혼은 여인에게 면도를 보여주었다.
“이거 당신 거지.”
“그게 뭐죠.”
여인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수혼의 손에 들린 물건을 처음 본다는 식이다. 여인은 수혼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녀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했다.
“조금 전에 당신에게 빼앗은 물건인데 기억하지 못해”
“흥~ 말도 안돼는 소리 마세요. 오늘 업소 밖으로 나간적도 없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천랑~ 일단 잡아가자고........족치면 지가 불겠지.”
“좋아~ 일단 체육관으로 잡아가. 난 집에 가서 샤워 좀 해야겠다. 으미~ 냄새야.”
“이봐~ 미희를 누구 맘대로 잡아간다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
노파가 여자를 끌고 가려하자 길을 막아선다. 수혼은 꼭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몸에 진동하는 악취가 코끝을 자극하니 그녀가 괘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약한 지면 안 된다.
“신고해요~ 경찰이 당신들을 도와줄까요.”
노파는 씩씩거리고 있었다. 수혼 말대로 경찰이 자신들을 도와줄리 마무하다.
“왜~ 미희를 끌고 가는 거야.”
“그녀가 어둠의 천사기 때문이죠.”
“증거 있어. 증거를 대봐~”
“제가 직접 봤어요. 조금 전에 절 공격한 여인도 못 알아볼 것 같아요.”
“허~ 참~ 오늘 미희은 하루 종일 업소 밖으로 나간적도 없어............내말 못 믿어.”
노파는 주위에 있던 다른 업소들 사람들을 불려내기 시작했다. 문을 닫고 있던 업소에서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나왔다.
“이 사람이 익지를 쓰는데.......당신들도 알지, 우리 미희가 업소 밖으로 나간 적 있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한 여인이 앞으로 나선다.
“제가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오늘 미희는 업소 밖으로 나간 적 없어요.”
“맞아요. 미희가 어둠의 천사라니.........말도 안돼”
수혼은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은 하자 난감하다. 자신이 잘못 보았단 말인가. 작은 체구의 인형 같은 얼굴.......분명 이 여인이 맞다.
“천랑~ 일단은 잡아가서 조사해 보자고.........난 천랑을 믿어.”
호식이 나서자 수혼은 잠시 생각해 보다 호식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할머니........일단 조사해보고........죄가 없으면 돌려보내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어. 끌고 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제가 천랑파 수장입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죄가 없으면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돌려보내요.”
수혼은 호식에게 눈짓했다.
“걱정하지 마~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여인은 노파에게 이야기하고 당당하게 호식일행을 따라 나선다.
수혼은 여인을 끌고 골목길을 빠져 나갔다. 노파는 수혼이 살아지자 업소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쪽방에 야행복을 입은 여인하나가 팔에 어름찜질을 하고 있었다.
노파가 방안으로 들어서더니 여인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본다.
“다친 거야............네 실력으로도 어쩌지 못한 모양이지.”
“대단한 녀석이야. 아빠보다 더 강해.”
“그래서 면도까지 빼앗기고...........이렇게 도망 친 거야.”
“실력도 실력이지만........동물 같은 놈이야..........내 암습을 바로 간파하더라고..........근데 여기까지 찾아 온 거야.”
“얼굴을 본 모양이다. 덕분에 미희가 너 대신 잡혀갔다.”
“재수 없어. 수많은 업소 중에........그날 왜 우리업소를 찾아와서~~.........미희년 고생 좀 하겠군.”
“도대체 왜 실수한 거야. 아무래 그 녀석 실력이 뛰어나도 내가 이렇게 당할 정도는 아니잖아. 지금 보니까 팔도 못쓰는 것 같은데........”
“미희년이 박재 만들자고 해서 심장만 도려내려다 내가 당한 거지. 그냥 다른 놈들처럼 병신 만들려고 했으면 이렇게 당하지 않았지........그 새끼~ 실력 좋대.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아. 쓸데없이 정면승부하다 내가 당한거지.”
“하여튼 몸조리 잘해. 미희년이 나설 모양이니 넌 이일에서 손때. 그러나 저러나 면도는 찾아와야 하는데 걱정이군.”
“십팔~..........미희년까지 나서게 될 줄이야. 미희년도 실수하면 어떠하지.”
“할 수없지.......내년들 둘 다 녀석에게 시집이나 가는 수밖에.......너희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 아니야. 약골들은 싫고 둘 다 이기는 놈 있으면 함께 시집간다고 했지.”
“싫어~~ 짐승 같은 남자 놈하고 살 맞대고 살라고. 말도 안돼~.........만일 그런 일 생기면 혀 깨물고 자살할 거야.”
“미친년~ 죽기가 쉬운지 알아.......잠자코 결과나 기다려. 미희년이 알아서 하겠지.”
“아이~ 십팔.......가슴도 아픈 것 같아.”
“뭐~ 팔뿐만 아니라 가슴도 당한 거야.”
“붕권을 피하기는 했는데........다 못 피하고 스친 모양이야.”
“어디 봐~~”
노파가 여인의 가슴을 감싼 야행복을 찢어버리자 작은 젖가슴이 나타난다. 오른쪽 젖가슴 위에 금색으로 여우머리가 문신되어 있었다. 너무나 생생하게 문신되어 꼭 살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밑으로 검은 멍이 들어 있었다. 노파가 살짝 눌려보자 여인이 신음한다.
“미친년 갈비뼈가 부려진 모양인데.......안되겠다. 영감탱이 불려와야지.”
“안돼~ 아빠는 싫어.”
“왜~ 이년아”
“아빠도 남자잖아.”
“미친년.........내년들은 남자라면 벌벌 떠는 구나.”
“남자 새끼들 모두 싫어........그냥.........내가 치료할게.”
“하여튼...........어디보자”
노파는 여인에게 다가가 부려진 갈비뼈를 맞추기 시작했다.
저기요. 어떤 분께서 하루에 두편씩 올려 달라고 하시던데......불가능합니다.
님들도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한편 한편 올리는 글은 양이 많습니다. 뛰어쓰기도 잘 안하니까 다른분들(-개인적인 생각입니다.-)올리는 글과 비교하면 많은 양이죠.
제도 회사원입니다. 취미생활로 글 쓰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한번에 많은 양을 올리지 못하는 점....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붉은미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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