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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정풍운(雷霆風雲) - 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20 1,097회 0건
제 3 장 뇌정천왕의 딸

적석산에서의 싸움으로 웬만큼 자신의 전투력(?)이 강해졌음을 실감한 현성은 두 여인과 함께 황산으로 출발했다. 이제야 뇌정검호각을 찾아 나선 것이다.

왠지 성격이 점점 더 어려지는 듯한 뇌온려와 시대에 익숙하지 않은 이현성만으로는 힘든 여정이었겠지만 사희영과 함께라 별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다.

거의 보름에 걸친 여정 끝에 이현성은 황산 어귀에 있는 정덕현(旌德縣) 내 어느 객점의 객실에 누워 있었다.

그는 사희영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름 동안 사희영과 함께 이곳까지 오면서 그녀는 그에게 뇌온려라는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공경하면서도 쌀쌀하게 대해왔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는 현성은 내내 그녀의 눈치만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현성은 동굴 속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어둠속에서 미려하게 요동치던 사희영의 미끈한 동체…. 현성은 너무도 나긋나긋했던 사희영의 교구를 떠올리며 하체에서 열기가 불끈 치솟음을 느꼈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의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보름동안 사희영의 눈치를 보느라 뇌온려조차 안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여인들의 방으로 통하는 문과 자신의 하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이현성은 결심을 한 듯 몸에 걸친 옷을 모두 벗고는 극도로 신중한 움직임으로 문으로 향했다.

객잔에서 얻은 방은 두 개짜리 였다. 사희영과 뇌온려가 같은 방을 쓰고 이현성만 따로 방을 썼다. 사희영은 비록 이현성에게는 쌀쌀맞게 굴었지만 뇌온려에게는 정성을 기울였다. 뇌온려도 처음에는 남편(?)이 새 계집(?)을 들였다고 토라져 있었지만 이제는 사희영을 친동생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소리 없이 이현성의 방과 여자들의 방을 잇는 문이 열렸다. 어두운 방 안의 침대 위에 두명의 여인이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현성은 가슴이 방망이질치는 것을 느끼며 등 뒤의 문을 닫았다.

현성은 스르륵 침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때의 그의 모습은 천하제일신법대가(天下第一身法大家)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성은 육욕(肉慾)으로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지만 어차피 둘 다 자신의 여자이니 눈치 볼 것 없다며 자신을 납득 시켰다.

뇌온려는 어린아이처럼 자고 있었다. 이현성은 되도록 사희영의 몸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위에서 뇌온려의 몸을 덮었다.

“으으응…”

뇌온려의 뒤척임. 현성은 숨을 멈추고 뇌온려를 내려다 보았다. 새하얀 침의 속에 감추어진 삼십대 후반의 여체…! 옆에서 사희영이 자고 있기 때문일까 오랫동안 안아 온 여자임에도 마치 첫 경험처럼 흥분되었다. 뇌온려의 무르익어 터질 듯한 육체에서 현성을 미치게 하는 암컷의 내음이 강하게 발해지는 듯 했다.

벌거벗은 이현성의 하체는 어느덧 불덩이같이 달아올라 있었다.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미망인의 육체…! 그녀는 이현성 자신에게 후사를 맡긴 뇌정천왕의 아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도 욕정이 사그라지지 않는 걸 보면 자신은 착한 사람이 되기에는 틀린 것 같았다.

“으응”

현성에게 안 긴 것이 불편했기 때문인가. 뇌온려가 그의 품 안에서 요동쳤다. 그러면서 침의 상의 자락이 좌우로 그대로 벌어졌다.

-출렁!

꼭 조였던 옷자락이 풀어지자 한 쌍의 탐스런 살덩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왔다. 달덩이같이 희고 탐스런 한 쌍의 수밀도(水蜜桃)! 그 크기는 중년여인답게 흡사 사발을 엎어놓은 듯이 큼직했다. 딸 하나의 어머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젖무덤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탄력이 있었다.

이현성은 욕정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뇌온려의 흐드러진 젖가슴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살포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조심조심 탐스러운 뇌온려의 젖가슴의 감촉을 즐겼다. 그녀의 유방은 이현성의 탐욕스런 손아귀 안에서 제멋대로 형체가 이지러졌다.

“하으응.”

잠결임에도 느낀 것일까, 뇌온려의 입에서 묘하게 달콤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현성은 뇌온려의 풍만한 유방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손목까지 파묻히는 풍만함과 부드러움. 게다가 쥐고 있던 손을 놓으면, 바로 부르르르 흔들리면서 본래의 아름다운 유방으로 되돌아온다. 손에 달라붙는 듯한 피부의 감촉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였다. 이현성은 연체동물처럼 부드러운 유방을 반죽하듯이 주무르고 일그러트렸다.

어느새 풍만한 유방의 정상에서 유두가 오똑하게 발기했다. 잠들어 있는 와중에도 뇌온려의 물오른 육체는 어느덧 끈적끈적한 열기에 휩싸여 버린 것이다. 이현성은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잡아 당겼다. 그러자 뇌온려의 젖가슴은 고무처럼 끌려 올라왔다. 이현성은 그 당겨진 젖꼭지를 날름 핥았다. 그 순간 뇌온려의 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부르르 떨리며 뇌온려의 눈꺼풀이 뜨여졌다.

“상고~옹?”

멍하게 풀린 눈동자로 이현성을 부르는 뇌온려, 현성은 급히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술로 막았다.

현성은 뇌온려의 두 뺨을 양손으로 쥐고 격렬하게 입맞춤을 했다. 잠결에 몸에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난 뇌온려는 일순 당황했지만 이윽고 적극적으로 이현성을 받아들였다. 색혼제령대법의 후유증으로 이현성에 관해서는 한 없이 음란해진 그녀도 보름동안이나 안기지 못했기에 굶주려있던 것이다.

뇌온려는 아름다운 얼굴을 상기한 채로 이현성의 혀를 정성스럽게 맞아들이고 타액을 받아셨다. 그녀의 눈동자는 달아오른 욕정으로 흐릿해졌다.

이윽고 부드러운 입술이 아쉬운 듯이 떨어지자, 타액으로 실이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쉬잇!”

이현성은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뇌온려도 옆에 누워있는 사희영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장난감을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는 어린아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둘은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이현성은 자신의 품안에 있는 미망인의 입안으로 혀를 넣으면서 그 풍만한 유방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아, 아, 아, 아 ···아으응 ···”

뇌온려의 입에서 새어나는 달뜬 쾌감의 신음 소리는 타액과 함께 이현성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뇌온려의 혀는 이현성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 그의 혀에 휘감겼다.

-쪼오옥 쭈읍

얼마 후 타액을 입가로 흘리면서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젖가슴만을 주무르던 이현성의 손이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갔다. 이현성의 손은 가볍게 뇌온려의 치마끈을 풀어냈다. 그리고는 시선을 내려 뇌온려의 하체를 응시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뇌온려의 하체! 눈같이 하얀 아랫배와 흐드러진 엉덩이, 만지면 묻어날 듯 백옥같은 허벅지…! 펑퍼짐한 엉덩이 앞쪽의 계곡은 자그마한 속곳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현성은 떨리는 손으로 속곳의 좌우를 쥐고는 천천히 아래로 벗겨내렸다. 그녀는 둔부를 살짝 들어올려 이현성이 자신의 고의를 벗기는 것을 도왔다. 이내 자그마한 속곳이 뇌온려의 발끝으로 벗겨졌다.

그는 뇌온려의 꼭 붙은 두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좌우로 벌렸다. 그녀의 두 다리는 이현성에 의해 좌우로 한껏 벌려졌다. 민망하게 벌어진 백옥같은 중심부의 언덕 아래에는 원색으로 갈라진 균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그 깊고 넓게 갈라진 틈의 형태와 색조는 너무도 선명하게 부각되어 보였다. 검뭇한 음모(陰毛) 사이에 갈라진 수직의 균열…! 이현성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 같이 촉촉하게 젖은 뇌온려의 비부를 뚫어질 듯이 바라보았다.

어느새 아래로 기어 내려간 이현성의 뜨거운 숨결이 뇌온려의 벌려진 중심부로 접근했다. 이어 떨리는 손길이 그녀의 여린 꽃잎을 한 겹 한 겹 벌리고 헤집기 시작했다. 잠깐은 옆에 누워있는 사희영의 눈치를 보던 뇌온려도 곧 모든 것을 잊고 이현성의 손길을 세포 하나하나마다 느끼며 희열에 떨었다. 이현성의 손가락 하나가 그녀의 꽃잎을 헤치고 뜨겁게 젖어있는 그녀의 질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응…"

뇌온려의 계곡 속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액체는 아교처럼 이현성의 손바닥을 끈적이게 했다. 현성의 손가락으로는 뜨거운 열기와 맥박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아아…하아…흐윽”

뇌온려는 거칠게 헐떡거리며 현성의 손이 움직이기 쉽도록 다리를 조금 더 벌렸다. 해초처럼 부드러운 살결들이 이현성의 손가락을 조여왔고 미끄럽고 끈적이는 애액의 바다 속에서 탐험이라도 하듯이 현성이 이곳 저곳을 눌러대자 그 안은 더욱 뜨겁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것을 즐기던 현성은 손가락을 뽑아내고 코를 킁킁거리며 눈앞에 있는 균열의 향기를 맡았다. 녹아내릴 것처럼 끈적끈적한 음탕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이현성은 티끌하나 없이 새하얀 허벅지를 덥석 깨물었다가 그 중심부로 살금살금 핥아갔다.

“아응, 아아·· 아아아”

곧 뜨겁고 미끈덩한 살덩이가 뇌온려의 살 틈을 헤집고 들어왔다. 이현성은 흘러내리는 뇌온려의 애액을 다 마셔 버리겠다는 듯이 빨아 들이면서 혀로 핥아갔다.

“아윽! 아아아아! 상공·· 좋아, 좋아요. 우우우우”

어느새 두 사람은 사희영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뇌온려는 음부(陰部)에서부터 머릿속까지 번개가 몸을 가르는 듯한 충격에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하고 푸들거리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중심부에 파묻힌 이현성의 머리를 그곳에 내리누르며 몸부림쳤다. 현성은 흘러넘치는 맑은 물을 마시며 그녀의 깊은 동굴 안팎의 주름을 핥고 빨아댔다.

-쪼옥 쪼옥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한 소리를 내면서 현성의 두 입술이 자신의 꽃잎을 압박하며 그 사이의 혀가 민감한 계곡 안쪽을 샅샅이 훑고 지날 때마다 뇌온려는 전율할 듯한 쾌감에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느 정도 만족한 이현성의 눈에 좀 더 아래쪽에 있는 연분홍 빛 국화꽃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혀를 천천히 그 아래로 가져갔다.

“아아아아아, 안돼요, 안 돼··거기는 ···으응 ··하아아아”

생리적인 거부감일까 엉덩이를 흔들며 달아나려고 하는 뇌온려의 허리를 못 움직이게 붙잡고는 혀로 국화꽃을 가르면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으윽!”

헐떡이는 뇌온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현성은 국화꽃의 잔주름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핥다가 그 안으로 천천히 혀를 앞뒤로 움직여 밀어 넣었다.

“흐윽 흐윽”

뇌온려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충격적인 느낌에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흔들면서도 필사적으로 이현성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 부끄러울 정도로 애액을 흘려대던 그녀의 눈앞에 불똥이 튈 것 같은 쾌감이 터졌다.

"하아아아아아앙!"

드디어 뇌온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며 그녀의 몸이 크게 경직했다. 이현성은 그제야 얼굴을 떼어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사희영이였다.

사희영은 이현성이 침대 안으로 숨어들었을 때부터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뇌온려야 지닌바 무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희영은 그렇지 않았다. 이현성은 절정고수의 감각을 너무 무시한 것이다.

처음에 착하게만 여겼던 이현성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게다가 뇌정천왕의 전부인(前婦人)이라고까지 하니 이현성에게 자신의 일생(一生)을 바치기로 생각한 그녀는 마치 속은 듯한 기분이었다. 영웅(英雄)은 호색(好色)이란 말이 허언은 아니구나하며 한숨을 내쉬던 그녀였다. 하지만 보통 남자들과는 다른 이현성의 상냥함에 후회는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 이현성이 침대로 들어 왔음을 알았을 때 사희영은 남자들이란 어쩔 수 없는 짐승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이현성이 지난 보름동안 금욕(禁慾)아닌 금욕을 해왔다는 것을 알기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잠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귓가에 들리는 음탕한 소리는 점점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실눈을 뜨고 이현성이 하는 양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열정적인 입맞춤에 자신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고, 이현성이 뇌온려의 젖가슴을 주무를 때마다 자신의 젖가슴까지 찌릿거리는 듯 했다. 결국 이현성이 뇌온려의 은밀한 계곡을 핥기 시작할 때는 자신도 모르는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더러워……어떻게 그런 곳을…’

나직했던 뇌온려의 흐느낌이 격한 신음으로 바뀌자 사희영은 비부의 욱신거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드러나지 않게 한쪽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다른 한손은 침의 위로 그곳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윽! 아아아아! 상공·· 좋아, 좋아요. 우우우우”

물이 많아지는 것도 흡독조화심법의 묘용인 걸까? 뇌온려가 이현성을 부르며 몸부림을 칠 때쯤에, 사희영은 속곳을 적시는 것도 모자라 침대보 위에도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경험도 동굴에서의 한번밖에 없는데 이렇게 음탕해지다니….아…한 번은 아니었나.’

동굴에서의 일을 떠올리자 사희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둠 속이지만 이현성이 자신이 깨어난 것을 알아챌까 창피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욕구는 더욱 불타올랐다.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가득 메웠던 그 힘차고 딱딱했던 것이 가지고 싶었다.

“아아아아아, 안돼요, 안 돼··거기는 ···으응 ··하아아아”

대체 어디를 건드렸기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자신도 뇌온려처럼 이현성의 아래에서 쾌락에 몸부림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 새 자신이 이런 음탕한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면 이현성이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자신이 원래 이런 여자였던가.

"하아아아아아앙!"

폭발하는 듯한 탄성. 사희영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고 있었다. 이현성에게서 범해지며 다다른 육체와 영혼의 희열. 자신도 경험한 적 있는 지극한 쾌락. 사희영은 뇌온려의 다리 사이에서 얼굴을 드는 이현성을 멍하게 바라봤다.

왠지 모를 쪽팔림에 이현성의 이성(理性)은 찬물이라도 끼얹어진 듯 깨어났다. 사희영과 눈을 마주친 시간은 짧았지만 이현성에게는 몇시진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그러니까.”

뭔가 변명할 말을 찾는 이현성은 그녀의 눈에 떠올라 있는 기묘한 열기와 그녀에게서 나는 색정적인 꽃향기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에 있을 일을 기대하고 있던 뇌온려는 갑작스런 중지에 열에 뜬 눈으로 이현성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러다 사희영이 깨어났음을 안 그녀는 부끄러움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사희영 때문에 우물쭈물하고 있는 이현성을 보니 그녀는 내심 심술이 솟아났다.

“아앙… 상공… 넣어줘요. 온려의 몸속으로.”

뇌온려의 섬섬옥수가 어느새 딱딱한 현성의 육봉을 보듬어 쥐었다. 현성이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침과 애액으로 흠뻑 젖은 채 살포시 숨 쉬고 있는 분홍비 조개가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눈치 없는(?) 뇌온려의 행동에 이현성은 더욱 당황했지만 흥분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현성이 이래저래 주저하고 있자 뇌온려는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 당겨서는 자신의 끈적하게 젖은 점막 안으로 받아들였다.
뜨겁고 커다란 육봉은 순식간에 뇌온려의 몸 안을 깊숙이 꿰뚫었다.

“크으윽.”
“응……악…상공…들어와요.”

뇌온려는 자신의 다리로 이현성의 허리를 꽉 껴안아 엉덩이가 위로 쳐들린 상태로 관통되고 있었다. 그녀는 보기 좋은 아미를 찡그리면서도 이현성의 육봉을 받아들였다. 뜨겁게 흥분한 뇌온려의 질 안은 마치 이현성의 육봉을 집어삼킨 소화기관처럼 꿈틀거렸다. 더 이상 이현성에게 사희영을 신경 쓸 정신은 남아있지 않았다.

“…아…아우우.”

이현성은 허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빡빡한 질벽의 요동이 주는 달콤한 감촉에 하반신이 저려왔다.

어두운 객실의 침대 위에서 길고 아름다운 다리로 어린 청년의 허리를 감싸고는 열락의 눈물을 흘리는 미소부.

“아아아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러운 마음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사희영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내밀었다.

욕정에 취한 이현성은 평소와는 다른 대담함을 발휘했다. 그녀의 뒷목에 한쪽 손을 감아 잡아당긴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향기나는 꽃송이 같은 사희영의 입술을 빨았다. 막상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사희영은 구원받은 심정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으웁, 쪼옥 쮸우웁.”

이세계에 처음 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치 능숙하게 이현성의 혀가 사희영의 입 안에 침입해서는 솟아나오는 타액을 격렬하게 빨아들였다. 그녀의 타액에서는 실제로 꽃향기가 났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남자를 취하게 하는 미액(媚液)처럼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일으켰다.

이현성은 긴 속눈썹 안쪽을 물기로 적신 보석 같은 사희영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면서도 음미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사희영의 사슴같은 목으로 꿀꺽꿀꺽 서로의 타액이 삼켜지고 있었다.

“응 후우…흐읍”
“아앙…응응”

두 사람은 그렇게 녹아버릴 것만 같은 입맞춤에 포로가 되었다. 그리고 곧 바로 객실은 서로 다른 두 여인의 교성과 신음으로 더욱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악!"
"흐윽!"

.
.
.

황산 어귀의 평범한 객점은 아늑한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저 먼 산중에서 포효하는 짐승의 울음소리마저 평온하게 울려온다.

그리고 그 차갑고 온건한 어둠은 한 객실 안에서만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찌보면 그리 넓지 많은 않은 침대 위 두 여인이 서로를 끌어안고 누워있었다. 마치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올라탄 듯한 자세였다. 둘 모두 천하절색이라고 할만한 미모의 여인들이었다.

아래에 깔린 여인은 30대의 미소부, 뇌정검호각의 안주인으로서 다정관음(多情觀音)이라는 별호로 온 강호인들에게 그 정숙함을 칭송받던 뇌온려였다.

그런 그녀가 새하얀 피부를 붉게 물들인 채 다른 여인과 몸을 비비며 엉덩이를 꿈틀거리고 있으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고 있는 것은 화용월태(花容月態)의 젊은 미녀, 그녀를 연모하는 남자가 기백은 넘는 서시독화 사희영이다. 흡독조화심법이라는 상고의 기공을 익혀 백독이 침범하지 못하고 그윽한 꽃향기와도 같은 체향을 가진 그녀는 지금 그 흡독조화심법으로 인해 마음은 한 남자에게 점점 예속(隸屬)되어 가며 밖으로는 색정적 장미향을 뿌리고 있었다.

평소의 정숙함을 어딘가로 날려 보내고 놀랍도록 음탕하게 허덕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세상에 그 어떤 남자라도 욕정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활짝 벌려 세워진 뇌온려의 허벅지 사이의 깊은 골짜기는 살짝 입을 벌린 채 뜨거운 온천수를 토해내고 있었다.

성숙한 그 조가비의 위쪽에는 사희영의 음란한 형태의 꽃잎이 누르는 형태로 포개져 있었다. 활짝 핀 장미꽃같은 사희영의 동굴입구는 흥분과 기대로 옴찔옴찔 경련하고 있었다.

어서 먹이를 달라고 재촉하는 듯이……

둘은 하나같이 서로의 유방과 유방을 비비며 갈구하는 눈빛으로 자신들의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여인의 밑에서 거대한 육봉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는 이계(異界)에서 온 이현성이라는 억세게 재수 좋은 청년이었다.

이현성이 아래위로 겹쳐진 두 여인의 붉은 계곡을 번갈아 보며 넋이 나가 있을 때,

“어서……!”

뇌온려가 가쁜 숨을 할딱이면서 자신들의 비소를 주시하고 있는 이현성을 재촉했다.

이현성은 어느새 전개된 새로운 상황에 이를 데 없이 흥분해있었다. 이것은 꿈에서만 꾸던 ‘3P’가 아닌가.

이윽고, 이현성은 헐떡이며 겹쳐 누은 두 여인의 위로 올라탔다. 마치 짐승과도 같이…… 아니. 짐승은 ‘3P’는 안한다.

“아앙…… !”

이현성이 등 위로 올라타자 사희영는 마치 암코양이처럼 할딱이며 둔부를 요염하게 흔들었다. 자신의 음란함을 두려워하던 그녀의 이성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지 오래인 듯 했다.
이현성은 그런 그녀의 비소를 뒤로부터 삽입했다.

“아흥…… 흥…… 아앙!”

이현성의 거대한 실체가 서서히 밀려들자 사희영은 뜨거운 할딱임을 토하며 몸부림쳤다. 두 여인의 사이에서는 유방과 유방이 겹쳐진 채 짓눌렸다.

“아아……!”

뇌온려는 사희영의 밑에 깔린 채 사희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숨을 할딱였다. 이미 한 번 절정을 겪은 그녀는 더욱 거세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현성의 실체가 세차게 사희영의 몸 속을 드나드는 것이 그녀에게도 느껴졌다.

“아흥…… 아학……!”

사희영은 전율적인 쾌감에 몸부림치며 찢어질 듯한 신음성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교구는 연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뿌리까지 찔러 넣어진 육봉의 끝이 자궁(子宮)입구까지 범하고 있었다. 그녀는 뇌온려의 부드러운 지체(肢體)를 누른 채로 잠시도 끊이지 않는 쾌락에 헐떡였다.

“앙… 하으으… 나 난………흐아아앙…”

-찌거걱

지금까지 이상으로 귀두 끝이 자궁 입구를 찌르자, 사희영은 기절할 것 같은 전신을 떨었다.
이현성도 거친 숨을 내쉬면서 사정의 때가 가까웠음을 전한다.

“큭. 이제… 나…싸 쌀 것 같아.”

처음에 뇌온려의 살집 안에 꽂았을 때는 싸지 않았으니, 그것은 오늘 밤 첫 번째 사정이었다. 이현성은 폭발 직전의 포신과도 같은 육봉을 미녀의 균열에 찔러 넣은 채 몸을 떨었다.

그의 진한 정액이 자신의 자궁 안에 쏟아진다. 극치에 다다르고 있는 육체적인 쾌감과 함께 한 여자로서 지아비에게 정복된다는 최고의 지복감(至福感), 이미 쾌락에 지배되고 있는 사희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상공. 저에게…하아아앙! 주세요.”

그 말을 듣자마자 이현성은 두 사람의 결합부를 응시하면서 격렬하게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쯔뻑쯔뻑 쯔뻑

순간 정점을 향하여 달리던 이현성의 허리가 멈추며 사희영은 배 안에서 그의 육봉이 단숨에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진한 이현성의 정액이, 미녀의 배 안에 토해졌다.

“앗 앗… 아아앗… 나오고 있어…안에… 우웃”

사희영은 환희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현성의 씨앗을 받아들였다.

“허억, 헉 헉헉”

격한 절정의 여운에 취해 있는 동안 둘의 육봉과 꽃잎사이에서는 새하얀 정액이 거품을 내며 새어나왔다.



‘아아… 또… 이상해져…… 흐윽… 참을 수 없어.…!’

뇌온려는 사희영이 행위의 절정에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숨결이 거칠어졌다. 그녀의 성숙한 꽃잎은 안타깝게 움찔대며 주인의 늠름한 실체를 갈구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여운에서 벗어난 이현성은 그대로 사희영에게서 실체를 이탈시켰다. 보통 사람이라면 얼굴도 보기 힘든 두 미녀와의 정사이기 때문인지 그의 육봉은 사정직후임에도 굳건하게 기립해 있었다. 이현성은 곧바로 사희영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양물을 그 아래의 뇌온려의 조가비에 거칠게 찔러넣었다.

“아악…… 여보…… 흐윽…… 미워…… 아흑!”

뇌온려는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불기둥의 돌연한 기습에 숨넘어갈 듯한 희열의 교성을 터뜨렸다. 이현성은 그런 그녀의 벌려 세워진 양 무릎을 쥐고 거칠게 하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흑…… 여보…… 여보…… 흐윽!”
“아앙…… 상공 흐응!”
“헉헉…… 으음…… 어…… 어때요?”
“흐윽…… 몰라…… 미워…… 여보…… 아아…… 좋아…… 흐윽!”

절정은 바로 그들의 눈 앞에서 화려하게 손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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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黃山)은 안휘성의 동쪽에 자리 잡은 중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가운데 하나이다. 이 황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수많은 시인들이 찬미했는데, 서하객(徐霞客)이라는 인물은 30년에 걸쳐서 중원의 산하를 두루 여행한 후에 ‘오악(五岳)을 보고 사람은 평범한 산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황산을 보고 돌아온 사람은 그 오악도 눈에 차지 않는다’는 말로 황산을 극찬했다. 이현성이 단순히 과거의 중국으로 온 것이 아님은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만 봐도 뻔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세계의 지리는 실제의 중국과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


그 황산(黃山)의 시신봉(視神峰)을 온통 휘감은 장대한 페허가 있었다.
광활한 대장원(大莊院)의 폐허!
화려하던 옛날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무는 햇살 속에 무너진 석축과 불탄 서까래만이 잿더미 속에 누워 있었다.

스산한 추풍(秋風)이 쓸쓸한 잔해를 어루만질 뿐이다.

-뇌정검호각(雷霆劍豪閣)!

그렇다! 이 페허가 바로 북산신검영과 함께 천하이대검파라고 불렸던 뇌정검호각의 잔해인 것이다.

찬란했던 오백 년의 무명(武名)이 싸늘한 재로 누워 스러져 있는 것이다.
다시 일어설 수 없는는 대거인(大巨人)의 시신과도 같은 모습은 그것을 보는 이의 심사를 절로 천만 길의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초토(焦土)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등지고 한 명의 청년이 추풍에 옷깃을 날리며 그 폐허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청년은 바로 이현성이었다. 그가 이제야 황산의 뇌정검호각에 이른 것이다.

이현성의 이 장 뒤에는 두명의 미녀가 다소곳이 시립해 있다. 날아갈 듯한 궁장미녀와 신비한 분위기의 미소부였다. 물론 그녀들은 서시독화(西施毒華) 사희영(師姬瓔)과 다정관음(多情觀音) 뇌온려(雷溫麗)다.

“이제야 왔구나…!”

이현성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순전한 의무감으로 여기까지 찾아오기는 했지만 뇌온려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버린 그는 뇌정천왕 능천휘의 최후를 떠올리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상공 잠깐만요…!"

그때 갑자기 뒤에 서 있던 사희영이 이현성을 불렀다. 칼로 베는 듯한 삼엄한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사희영은 주변에 여러 명이 은신해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본래 정체되어 있던 무공의 증진을 위해 검후의 유물을 찾던 그녀는 이현성과의 정사 이후 엄청난 무공의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이현성은 감각을 집중했다. 뭔가 기분 나쁜 기운들이 느껴졌다. 그는 부서진 전각 사이로 시선을 집중 시켰다. 백여장 쯤 떨어진 곳 그는 기이한 토산 앞에 하나의 인영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현성의 두 눈에 번뜩 이채가 스쳤다.

“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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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토산 앞에는 삼 장 높이의 거대한 석비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었다.

<뇌정투혼총(雷霆鬪魂塚).>

그렇다. 그 토산(土山)이 바로 뇌정검호각의 오백 년 위업을 지키려 최후의 일인까지 장렬히 스러져간 뇌정검호각 검호(劍豪)들의 무덤이었다.

지금 여인의 수중에서도 지전이 재로 화하고 있었다. 지전이 그의 손에서 불꽃으로 춤추며 타올랐다.

“…!”

그 불길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은 여인의 두 봉목이 결연함으로 빛났다.

“뇌정검호각의 영령들이시여! 소녀 능벽운을 지켜보아 주소서! 여러분의 한에 의지하여 반드시 원수를 갚고 말겠습니다!』

비장하게 복수를 다짐하는 여인은 이십 세 전후로 보이는 나이에 일신에 하얀 소복(素服)을 걸치고 있었다. 그 소복여인에게는 남다른 고귀한 기품이 배어 있었다. 고고한 그 기품이 여인의 미모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특히, 수수로운 한 쌍의 봉목은 아련한 슬픔에 잠겨 있었다.

"흐흐흐…!"

느닷없이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의 뒤쪽에서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여인의 뒤쪽으로 네 명의 괴인이 유령같이 나타났다. 그 들은 전신에 칙칙한 회포를 걸친 자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괴한 형태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얼룩덜룩한 색의 뱀문신이었다.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소름이 오싹 돋게 만들었다.
네 명의 괴인들은 하나같이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있었다. 여인은 괴인들의 접근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향을 계속하고 있었 다.

"흐흐! 이제야 네년이 나타났구나. 몇 달 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어."

네 명의 괴인 중 한 명이 여인의 등에 대고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

괴인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네 괴인이 나타난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 여전
히 지전을 태우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네 괴인들의 눈빛은 더욱 흉흉하게 변했다.

"크크… 귀머거리인 체하여 우리 심인사천왕(心印四天王)을 우롱 할 작정이냐?"
"킬킬… 형님! 죽이기 전에 재미부터 봅시다.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뇌정호각의 금지옥엽의 속살 맛을 보겠습니까…."

심인사천왕이라 자칭한 그 자들은 음흉한 흉소를 흘리며 여인의 등 뒤로 다가섰다. 그녀의 몸매를 훑어보는 심인사천왕의 눈빛은 지극히 음탕했다.

"…!"

이때, 여인이 마지막 지전을 태우고 막 교구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 그녀의 가볍고 아름다운 동작은 마치 나비의 날개짓을 보는 것 같았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가운데 절제된 그녀의 몸짓은 여인이 고 도의 수련을 거쳤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몸을 일으킨 여인이 그림 같은 동작으로 서서히 돌아서는 순간 주변은 텅 비고 그녀 하나만이 보이는 듯했다.

그녀의 빼어난 미모는 가히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의 살결은 백자같이 희고 투명했으며, 짙은 갈색을 띤 크고 영롱한 눈망울은 가히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의 눈빛인 듯했다.

또한, 오똑한 콧날 밑에는 작약빛 입술이 살포시 다물어져 있었다.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살짝 찡그린 아미와, 가늘고 길게 뻗어 매혹적인 인상을 더하는 눈꼬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이 나가게 할 정도로 뇌살적이었다. 십전완미(十全完美)라 해도 그 비유가 모자랄 정도였다.
게다가 소복에 감싸여진 그녀의 몸은 어쩐지 섬뜩해 보이면서도 농염해서 가히 천하 일절이라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교의 졸개들이냐?"

여인은 갑자기 서늘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음성은 나직한 가운데 전혀 감정이 들어 있지 않은 삭막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음성은 비록 차갑게 느껴지긴 했지만 너무나도 듣기 좋은 음성이었다.

"캇캇! 마교? 마교 따위랑 우리를 비교하면 섭하지."

그 자들은 마치 발정난 수컷들같이 침을 흘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네놈들을 잡아 그 배후를 묻겠다."

여인은 심인사천왕을 바라보며 스산한 음성으로 물었다.

"…!"

이 말을 들은 그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푸헤헤헤… 형님들 들었습니까…"
"크크…… 누가 누굴 잡는다고. 다리나 벌려라 이년아!"

고함을 지름과 동시에 심인사천왕 중 한 자가 득달같이 여인을 덮쳤다. 갈고리같이 변해 여인을 움켜 쥐어가는 그자의 손길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쾌무비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꾸에엑!"

여인을 덮쳐들던 그 자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여인은 아무 동작도 취하지 않은 듯 했건만 그 자의 몸뚱이가 돌연 허 공에서 둘로 쩍 갈라져 떨어지는 것이었다.

선혈과 잘려진 내장조각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져 삽시에 장내는 역겨운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허억!"
"사… 사술(邪術)이다!"

지켜보던 삼인은 동료의 돌연한 참살에 아연실색했다. 그들 역시 절정수준에 이른 고수들이었다. 그러나 이 여인이 어떻게 자신들의 동료를 죽였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입은 하나면 충분하다! 가문의 원수 놈들! 아무나 먼저 덤벼라 네 놈들의 피를 영전에 바치겠다!”

여인은 어느새 빼냈는지 양손에 두 자루의 검을 들고는 하얀 소복자락을 요요하게 펄럭이며 선 채 심인삼천왕을 쓸어 보았다.
그런 여인의 시선을 접한 심인삼천왕은 등줄기가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제서야 그 자들은 눈 앞에 선 이 여인이 자신들이 상대하기 힘든 초고수임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그들은 아니었다.

"발… 칙한 계집!"

심인삼천왕의 우두머리인 듯 한 자가 두려움을 떨쳐 버리려는 듯 이를 부득 갈며 외쳤다.

"쳐… 랏! 저 계집을 육시를 내버려랏!"

그 자는 발악하듯 외쳤다.

"카캇!"
"죽어랏!"

그러자 사나운 폭갈과 함께 주위의 잡초들 사이에서 십여 명의 인영이 날아올라 여인을 덮쳐들었다. 역시 얼굴에 뱀 의 문신을 새긴 그 자들은 바로 심인사천왕이 이끌고 온 살수들이었다.
기쾌무비하게 덮쳐드는 그 자들의 신형 때문에 순간적으로 여인의 모습이 뒤덮였다.
헌데 여인의 눈이 부릅떠지는가 싶은 순간, 수십개의 검영이 그녀 주위를 뒤덮었다. 그리고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재차 혈우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당당한 기세로 그녀를 덮쳐가던 살수들은 이내 차가운 시신이 되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심인사천왕 중 일 인의 입에서 경악이 터져 나왔다.

“항마분뢰검법(降魔分雷劍法)! 네년 청연신니(淸姸神尼)와는 무슨 관계냐!”
“멍청이들. 나를 붙잡으려 기다렸다면 그 정도는 미리 알아왔어야지.”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그녀의 섬섬옥수가 눈부신 속도로 한 차례 휘둘러지자 청연신니와의 관계를 물었던 자의 낫(鎌)이 나무토막처럼 잘려지며 거의 동시에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남은 심인사천왕의 두 인물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

순식간에 목을 벤 여인은 여전히 처음 자세대로 요요하게 서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심인사천왕의 우두머리를 향해 다가섰다. 남은 두명은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한 순간 한명의 손에서 은밀하게 일지가 튕겨졌다.

그녀는 돌연 기이한 냄새를 느꼈다.

“무… 무슨 짓을… 흐윽!”

그제서야 그녀는 눈앞에 홍분(紅紛)이 아른거림을 느끼고 휘청거렸다. 미혼약(迷魂藥)에 중독된 것이다.

“역시 비… 비겁한 놈들이구나…!”
“흐흐, 건방진 계집! 무공만 높다고 강호에서 득세를 할 줄 알았느냐?”

득의하는 심인사천왕. 그러나 다음순간 그 자들의 목에 언뜻 가느다란 핏자국이 수평으로 번졌다.
그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목이 매끈하게 잘려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끊어진 목에서 분수같이 선혈이 솟구쳐 올랐다. 목이 없는 두 구의 시신은 한동안 서 있다가 고목같이 앞으로 넘어졌다.

그들의 목이 잘려나간 속도는 실로 너무도 빨라 눈 깜짝할 순간에 불과했다.

“흥. 한 놈은 살려놓으려 했건만”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끼며 이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무공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한 그녀였지만 강호의 경험이 적어 치졸한 한수에 당하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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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일미(神州一美) 능벽운(凌碧雲)

능천휘(凌天輝)와 뇌온려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로 뇌정검호각에 존재하는 모든 무공비급을 십오세에 달통한 희대의 천재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인 뇌정천왕(雷霆天王)의 무공만은 익힐 수는 없었다. 능천위의 독문 심법인 뇌정복마심결이 극양의 무공이라 여인의 몸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년 전 우연히 청연신니(淸姸神尼)의 눈에 띄어 그녀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능벽운의 혼곤한 의식이 깨어났을 때 처음 보인 것은 반짝이는 별빛과 그녀가 꿈에도 잊지 않던 이의 얼굴이었다.

“엄마!”
“벽운아.”

이어진 눈물의 모녀상봉.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비록 정신이 온전치 못한 뇌온려도 자신과 남편이 없는 사이에 뇌정검호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하나뿐인 딸의 무사한 모습에 기쁘지 않을 리 없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능벽운은 낯선 얼굴들이 눈에 보이자 표정을 수습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 여자랑 남자는 누구죠?”

뇌온려는 젖은 눈가를 닦아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얘는 아무리 오랜만이라도 그렇지 아버지도 몰라보니.”
“에?”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능벽운. 그러나 항상 이성적인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쉽게 혼란에 빠지지 않았다. 잠시 입을 뻐끔거리던 그녀는 뇌온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대신 자신의 상황을 확인했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아직 산 속이기는 했으나 뇌정검호각의 폐허가 있던 시신봉(視神峰)은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뇌온려의 곁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쌍의 남녀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자…잠깐만 엄마. 그…그러니까”

뒤이어 그녀는 냉정한 이성으로 머릿속을 정리했다.

‘설마 저 여자보고 아버님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테니. 저 젊은 남자가? 그럼 설마… 오년(五年) 사이에 아버지가 반노환동(反老還童)이라도 했다는 거야!’

그러고 보면 예전 부친의 모습과 닮은 듯도 하고….

말을 바꿔야겠다. 차갑게 십여명의 생명을 취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녀는 이미 혼란에 빠져있다.

“잠깐만요.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구원의 밧줄을 내려준 것은 이현성이다. 현성은 나름대로 조리 있게 북망산에서 있었던 비극과 그 뒤부터 이상해진 뇌온려의 상태를 설명했다. 좀 거북하기는 했지만 한번은 거쳐 가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 귀를 기울이던 능벽운은 이현성의 설명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그렇군요. 아버님은 진짜로 돌아가신 거군요. 그리고 엄마는….”

주르르…!
이현성의 이야기를 들은 능벽운의 커다란 봉목에서 뜨거운 이슬이 구슬로 굴러 내렸다. 이현성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능벽운의 교구를 바라보며 무겁게 침음했다. 뇌온려만이 현성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 볼 뿐이었다.

“능각주께 은혜를 입어 뇌정검결을 잇게 되었으니… 소생이 신명을 바쳐 뇌정검호각을 부흥시켜 드리겠습니다.”


이현성의 말에 능벽운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현성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작게 되뇌였다.

“난 … 없어요.”
“예?”
“난 인정할 수 없다구요! 당신은 지금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나와 혼인하겠다는 건가요. 감히!”

‘뭐 뭐야. 무협지에선 대충 이런 말이면 통하던데….’
능벽운이 깨어나기 전 몇 십번이나 연습했던 말이었는데 오히려 역효과였다. 이현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당신을 보살펴 주라고.”
“그게 그거잖아요. 당신 따위가 없어도 난 충분히 강해요. 게다가 엄마와!”

바르르 입술을 깨무는 능벽운. 이현성! 목숨이 위험하다.

“내놔요!”
“예? 뭘.”
“아버님의 천뢰신검(天雷神劍)! 엄마를 겁탈해 놓고는 무슨 염치로 아직도 그 검을 가지고 있는 거죠!”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이현성은 내심 억울했지만 군말없이 허리에서 천뢰신검을 떼어 능벽운에게 내밀었다. 그 때 두 사람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뇌온려가 보다 못해 끼어들었다.

“벽운아 아버지한테 왜 그러는 거니!”
“엄마….”

능벽운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시선으로 뇌온려를 바라보다가 이현성에게 차가운 전음을 보냈다.

[어머니를 생각해 당신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두고 보겠어요.]
[네 넷.]
[그리고 당신. 그 계집애 같은 말투는 집어 치워요.]

‘진짜 계집애 주제에 내 군바리 말투 어디가 계집애 같다는 거야! 흥 그러는 너는 아버지는 아버님이고 어머니는 엄마냐, 이 마더콤플렉스 주제에!’

자신보다 세살은 어린 능벽운에게 한마디 못하고 당한 이현성은 분노를 삭히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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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이후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능벽운이 뇌온려를 꼭 데려가야 하겠다고 하니 이현성도 그녀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목적지도 없었으니….

그런 상황에서 사희영은 처음에는 공중에 붕 뜬 듯 멍한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기로 결정했는지 이현성에게 애정(愛情)을 다했다.


능벽운이 향한 곳은 황산의 북서쪽에 있는 구화산(九華山)이었다. 청양현 서남쪽에 위치한 구화산은 오대산(五臺山), 아미산(峨眉山), 보타산(普陀山)과 함께 불교의 사대 명산의 하나이다. 산내에는 삼백여개의 절과, 칠십사개의 불각이 있으며, 산 전체를 합치면 육천사백체의 불상이 있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는 뇌정검호각의 잔존세력이 집결해 있었다. 본산에 있던 이들이 한명도 남지 않고 전사했다하지만, 하나의 거대 문파는 단지 본산에 존재하는 이들로만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사업을 하는 이들도 있고, 강호를 여행하는 이들도 있으며, 그 문파의 비호아래에 있는 수십개의 중소문파도 있다. 그렇기에 강호의 대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 들을 이렇게 집결시킨 이는 팔비천강(八臂天剛) 소일초(蘇一招)라는 이였다. 팔비라는 이름에 걸맞는 암기의 대가였다. 그는 뇌정검호각의 장로 중에 살아남은 단 현명의 인물로 사고 당시 강호에 일을 보러 나가 있었다.

구화산 기슭.
능벽운을 따라 완만한 구릉을 지나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선 계곡이 나왔다. 계곡 입구는 바위들과 키 작은 나무들이 마치 진식을 이룬 듯 숲을 이루고 있으니 거짓말 좀 보태면 천혜의 요새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이 곳 벽선곡(碧鮮谷)이 바로 비정한 강호 인심 속에서도 의리를 지킨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계곡 안에는 원래부터 장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따라서 장원 주변에는 간단하게 지은 초옥 수십채가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일행이 능벽운의 뒤를 따라 나타나자 여기저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이현성은 어색한 마음에 공연히 얼굴을 쓰러 내렸다.

그때 장원의 대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털복숭이 중년인이 쏜살 같이 튀어나왔다.

“벽운아! 말도 없이 시신봉에 갔다기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사내에게서는 천둥과도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장로님!”

그때 반갑게 사내를 부르는 뜻밖의 목소리. 잠시 주춤하던 털복숭이 남자는 자신을 부른 뇌온려를 발견하고는 깜짝놀라 외쳤다.

“주모님! 살아 계셨구려!”

그는 나는 듯 달려와 뇌온려를 붙잡고 감격에 몸을 떨었다.

‘이 덩치값 못하는 아저씨가 소일초로군.’

옆에 있던 이현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년인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산(山)만한 거구의 사내. 무려 구척(九尺)에 가까운 그의 몸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압도당하게 만들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 굴 듯 하던 털복숭이 사내는 한참 후에야 이현성과 사희영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런데 자네들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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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이 생살을 뜯어먹어도 시원찮을 개같은 마교 놈들! 비열한 술수로 각주님을 해치다니!”

현성에게 뇌정천왕의 최후를 듣던 소일초는 항우와도 같은 기세를 뿜어냈다. 숨 막히는 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한참 뒤에야 울분을 가라앉힌 소일초는 이현성을 향해 서늘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그런데.. 자네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자네의 이야기만으로는 자네의 신분을 증명할 수가 없구만. 내가 자네를 마교의 첩자로 의심한다면 변명할 말은 있는가?”

생김새와 다르게 의외로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의심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요. 저는….”

잠시 당황을 표정을 지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이현성.

“저는 일인 전승문파인 열풍신문(熱風神問)의 십구대 장문인입니다.”
“열풍신문…?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인데.”

소일초의 눈빛이 더 강열해졌다. 이현성은 신중하게 다음 말을 내뱉었다.

“그렇다면 열화지존(熱火至尊)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그분이 저희 문파의 개파조사이십니다.”

-열화지존(熱火至尊)!

고금무적(古今無敵)으로 일컬어지는 칠존 오후중 하나로 칠존 중에서도 내공에서 만큼은 천하에 적수가 없었던 칠백년 전의 인물이다. 그런 그의 이름이 나오는 데 강호 무림인중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즈…증명할 수 있는가?”

자연히 소일초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현성은 그에게 옅은 미소를 보이며 품속에서 홍색(紅色)의 보홀(寶笏)을 꺼냈다.

“이것이 바로 본문의 보물인 열화보홀(熱火寶笏)입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칠백년 전 사람의 신물을 알아보겠는가. 그런데 무림인들은 보통 사람이 아닌 가보다. 진짜 알아본 건지 알아본 척 하는 건지 소일초는 경악의 탄성을 흘렸다.

“오오…!”

뒤이어 이현성은 조금은 비통한 듯 말을 이었다.

“여러 대를 거쳐오면서 저희 문파의 독문 무공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내공심법인 열화진결만은 저에게 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거라도 시험을 해보시겠습니다.”

이현성이 손목을 걷어 내밀자 소일초는 무엇에라도 끌린 듯 맥을 짚었다.
가볍게 불어 넣은 내기에 폭풍처럼 솟구치는 뜨거운 내력의 소용돌이. 소일초는 깜짝 놀라 손을 떼어냈다.

그것은 인간의 내공이 아니었다. 비록 뇌정검호각의 장로인 자신이라 해도, 아니 저 팔무제(八武帝)라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과연 칠대천존의 후인!

“소협…. 그 말이 사실이오?”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어느새 바뀐 소일초의 말투, 이현성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현성이 이런 거짓말을 생각한 것은 사희영에게 칠존오후 중에 자신이 본 시체의 주인공인 열화지존이 끼어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본래 무협의 주인공들은 본래 휘황찬란한 배경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 아닌가?

물론 현성이 자신을 열화지존의 후인이라고 설정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성은 열화지존의 독문무공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화지존의 상징은 엄청난 극양의 내공이고 자신이 먹은 용정혈지도 극양의 영약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현성이 이와 같은 말을 꾸며 낸 것이다.

매우 어설픈 거의 도박에 가까운 수작이었지만 소일초의 모습을 보니 나름대로 먹혀들어간 듯했다.

소일초는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런데 말이오. 아까부터 주모님의 모습이 이상하오만.”

이현성. 그가 안도하기엔 아직 일렀다.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있었으니 그의 등에서는 다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능벽운이 소일초의 옆에서 그를 당장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현성은 완연히 당황한 모습을로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정확한 사실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색혼야차라는 사람이 이상한 술수를 건… 것 같습니다. 아마 그게 잘 못 된 것 같습니다.”

“색혼제령대법!”

소일초가 다시 고함을 질렀다. 마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사이한 섭혼술. 그것을 색혼야차가 익혔음을 모르는 무림인은 없었다. 그리고 그 효과 역시.

이현성은 우물쭈물 말했다.

“이름은… 모르겠습니다만.”

순간 소일초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날카롭게 반짝였다.

“설마 자네 주모님을 더럽혔는가.”

마치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 처음과는 다른 차가운 살기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이현성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소일초의 표정이 흠칫 변했다. 능벽운이 그에게 전음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소장로님. 마교는 바보가 아니에요. 마교가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사람을 간자로 보내겠어요? 그리고 만약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저희 뇌정검호각의 십팔대 각주가 되요. 비록 믿을 수도 없는 인물이고 중간에… 불상사도… 저질렀지만, 일단은 두고 보는 게 좋을 듯해요.]

잠시 생각에 빠졌던 소일초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를 봐도 고수의 풍모가 보이지 않는 녀석이지만 저 무지막지한 내공은 진짜다. 네 말대로 첩자라고 하기엔 너무 강하고, 또 너무 어설퍼. 만약 그가 진짜 칠대천존의 후인이라면 주모님이 괴룡(怪龍)을 낚은 것일지도…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으냐?]
[……네….]
----------

그날 밤.

능벽운은 창가에 앉아 멍한 눈으로 뇌온려를 떠올리고 있었다.

청연신니와 함께 폐관에 들어가 있던 그녀에게 소일초가 뇌정검호각 멸문의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은 불과 보름 전의 일이었다. 깜짝 놀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간 뇌정검호각의 폐허. 그곳으로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들고 온 어머니와 그녀의 새 남자.

함께 오는 동안 진짜 그녀의 아버지에게 하던 것처럼 세심하게 이현성을 챙겨주던 뇌온려. 그러면서도 때때로 소녀적으로 돌아간 듯 밝게 웃는 모습은 그녀가 지금까지는 몇 번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만약 뇌온려가 능천휘가 실제로 죽었음을 알더라도 그렇게 웃을 수 있었을까, 능벽운은 비록 거짓된 환상 속에 빠져있더라도 모친의 미소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랬다.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능벽운은 이번엔 이현성을 떠올렸다. 이현성 자신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지만, 그는 분명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결국 소일초를 만난 자리에서 밝힌 것은 칠존의 하나인 열화지존의 후인이라는 것. 그러나 그것이 정말 사실일까? 능벽운은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현성을 변호한 것은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대체 그는 누구지? 만약 어머니를 눈물짓게 한다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강한 다짐을 하면서 그녀는 무심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밤의 화원(花園)은 운치가 있다.
일단은 잔잔한 어둠이 깔려있어 분위기가 가라앉고…. 계절은 가을(秋)이니 시원한 밤바람(夜風)이 그윽해서 좋다.

또, 귓불에서 속삭여도 충분히 들릴 만큼 조용하기 이를 데 없지 않는가?

거기에, 은은히 흩뿌려지는 편월(片月)의 금가루는 태양의 빛과는 또 다른 정취를 보여준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의 남녀가 있었다.

먼저 가벼운 인상의 사내...
나이는 이십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다.
나름대로 훤칠한 체구에서는 가끔 무서운 힘이 흘러나오는 듯도 하지만 그것이 착각으로 보일 정도로 전체적으로 무사(武士)의 패기보다는 서생같은 온유로움이 흐르는 인물이었다.

그에 반(反)해,
그의 옆에 있는 여인...

실제적 외모는 삼십대 초반쯤 되어 보였다.
여인의 인상은 고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가 버릴 듯 가녀려 보이는 얼굴. 그러면서도 풍만함을 느끼게 하는 몸매. 그래서 더욱 색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남자들만의 착각일까?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짝 열렸다.

“상공...벽운이 왜 그렇게 되어 버린 걸까요.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녀의 붉은 입술과는 대조적으로 박속같이 하얀 치아는 고르기 이를 데 없었다.

“오년 만에 만난 상공에게 이리 함부로 하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온려...”

청년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그는 가슴이 아팠다. 처음에는 이런 미녀의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했지만.. 점점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인은 살포시 미소를 머금더니 청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아이는 분명 당신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걸 거에요.”
“아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쓸쓸한 울림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자 여인은 빙긋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더니 청년의 목 뒤로 팔을 두르곤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입 맞춰 줘요.”
“엑! 이런 데서?”
“모두 자고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곳에 올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걸요.”

여인의 말 대로였다. 그들이 배정받은 숙소는 장원 안에서도 깊숙한 내원. 묶고 있는 건 그들의 일행뿐이었다.

“하지만. 누가 보기라도 하면. 으읍”

누가 약한 자의 이름을 여인이라고 했던가. 이럴 때의 여인은 분명 남자보다 강했다.
보드라운 혀가 두 사람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지… 지금 뭐하는 거야!’

소리로 나오지 않는 경악성을 토한 것은 창밖을 내다본 능벽운이었다.






스르르...

그의 팔이 점차 여인의 목을 뱀처럼 둘러치면서 손이 아래로 내려왔다. 다정관음 뇌온려의 앞가슴의 옷깃은 어느새 살그머니 벌어져 있었다.

이현성의 손은 뱀처럼 그 사이로 스며들었다.

“하악!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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