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적석산(積石山)
어느날 엄청난 충격파가 전 무림을 휩쓸었다.
<뇌정검호각(雷霆劍豪閣)이 멸망(滅亡)했다!>
그같은 소문이 강호를 온통 벌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뇌정검호각!
그들이 누구인가? 비록 신주사패천(神州四覇天)만은 못하지만 천하이대검파(天下二大劍派)로까지 꼽히는 명문이 아니었던가?
당금의 뇌정검호각 각주인 뇌정천왕(雷霆天王) 능천휘(凌天輝)는 당금 무림의 최고 고수인 팔무제(八武帝)중 한명이기도 했다. 헌데 능천휘가 그의 아내 다정관음(多情觀音) 뇌온려와 함께 북망산에서 실종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유서깊은 명가 중의 명가 뇌정검호각이 일주야만에 무참한 초토(焦土)로 화된 것이다. 과연 당금 무림에서 누가 저 뇌정검호각을 하루밤낮 사이에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멸망시킬 수 있었단 말인가? 강호무림은 막연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머지않아 무림은 수백년래의 다시없을 대겁풍(大劫風)에 휩싸이게 되리라!
과연 누가 있어 이 전율스러운 겁난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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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성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성숙하고 풍염한 나신을 보며 신음했다. 뇌온려는 팽팽하게 부푼 늠름한 육봉을 한손으로 잡고 뜨겁게 달아올라있는 자신의 몸 안으로 인도하였다.
"으음…아아… 하아…아…"
뇌온려는 커다란 귀두가 꽃잎을 찢을 듯 벌리며 들어오는 것이 느끼며 절로 신음소리를 냈다. 이현성의 육봉이 단번에 뇌온려의 질속까지 박혀들자 그녀는 육봉에서 손을 떼고 양손으로 이현성의 가슴을 짚고는 슬쩍슬쩍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학!"
그녀가 율동할 때마다 늠름한 육봉이 그녀의 질속을 묵직하게 찔러왔다. 뇌온려는 점점 진한 쾌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아…하아…이렇게……아아… "
뇌온려는 하체를 가득 메운 그 느낌이 익숙해지자 점점 엉덩이를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뇌온려의 희고 매우 풍만한 엉덩이가 높이 들렸다가 힘 있게 내려올 때마다 침상이 흔들렸다.
"하으응…상공… 온려는… 하아 좋아요. 상공의 것이 몸속에 가득 찼어요… 아하악…"
애액으로 충분히 젖어있는 그녀의 질인데도 그 탈태환골로 거대해진 육봉은 여전히 빡빡한 감이 있었다. 본래 탈태환골한다고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용정혈지가 워낙 양기가 강한 영물이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육동(肉洞)이 요동치며 이현성의 육봉을 압박해오니, 지난 몇 달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현성은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이현성은 풍만한 젖가슴을 양손으로 하나씩 움켜잡고 자신의 하복부를 내리찍는 뇌온려의 율동에 맞춰 자신도 밑에서 쳐올렸다.
"아하악…아악… 하앙… 상공 멋져요! 하윽…"
뇌온려는 자신의 몸과 마음의 주인에게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 최고의 쾌락을 안겨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현성의 탄탄한 가슴을 손으로 내리눌러 지탱한 채 열심히 엉덩이를 내리찍으며 회음부에 온힘을 쏟아 그 단단한 육봉을 조였다.
"하으흑… 상공…하으윽… 하아아악!!"
"허헉…"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비음을 내지르면서도 뇌온려는 그 거센 율동을 멈추지 않았다. 철기둥처럼 단단한 육봉이 속살들을 헤집고 자궁까지 뚫어버릴 듯 박혀드니, 강렬한 자극과 쾌감은 그녀의 연약한 몸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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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번째의 절정인지… 애액으로 질퍽하게 녹아내린 그녀의 몸속을 이현성의 육봉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뇌온려를 이를 데 없는 황홀경 속에 빠뜨리고 있었다. 현숙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쾌락과 환희에 젖어 지극히 음란하고 요염했다.
둘의 자세는 어느새 후배위로 바뀌어 개처럼 엎드린 뇌온려를 이현성이 뒤에서 범하고 있었다. 백설같이 희고 풍만한 엉덩이가 이현성의 하복부에 찰싹찰싹 세차게 부딪치고 그 충격에 뇌온려의 탄력넘치는 엉덩이 살이 끊임없이 교염(嬌艶)하게 흔들렸다.
"아하악…아악… 하앙… 하윽…"
그리고 그녀의 가슴은 그녀의 헐떡임에 따라 이현성의 손에 잡혀 있는 것과 상관없이 음란한 땀을 흘리며 출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달콤한 즙으로 가득찬 과일 같았다. 그녀의 가슴은 이현성의 손이 농락하는 대로 이리 저리 모양이 바뀌었다.
“하으으...안돼…아하악…아악… 하앙… …하윽…”
이현성의 손가락은 가슴 속으로 파묻힌 듯 잘 보이지 않았다. 뇌온려의 하얀 피부에 이현성의 손가락 자국이 붉은 낙인처럼 새겨졌다.
그사이에도 이현성의 육봉은 쉬지 않고 뇌온려의 비부를 유린하고 있었다. 이현성의 육봉이 뇌온려의 질안을 드나들 때마다 앙증맞은 붉은 입술에선 달콤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끈적한 점액질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두 사람의 이음부 사이에선 거품같은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앗…아…, 좋아요…, 아아아…, 으응….”
이현성의 육봉이 그녀의 몸속에서 난폭하게 움직이니, 색욕으로 미친 듯한 목소리가 뇌온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으음…흐응…하아.… 아흐응….흐음…"
그리고 마침내 절정에 이른 뇌온려의 나신이 경직된 채 부들부들 떨렸고, 이현성 역시 육봉을 그녀의 몸 속 깊숙히 찔러넣고는 대량의 정액을 방출했다
뇌온려는 자궁 깊숙한 곳을 두드리는 뜨거운 정액을 느끼며 쓰러지듯 무너져 내렸다. 이윽고 사정을 마친 이현성이 몸을 떼어 내자 떨리는 뇌온려의 허벅지를 타고 두 사람의 체액이 흘러나왔다.
둘은 운우의 여운을 즐기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다.
새벽녘, 이현성은 잠에서 깨자마자 뇌온려가 깨지 않게 조심해서 밖으로 나왔다.
가을!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제법 바람이 싸늘한 추상지절(秋霜之節)이 되었다. 북망산에서 사대흉신으로부터 어렵사리 도망친 이현성은 별 수 없이 뇌정검호각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능천휘가 준 가죽주머니에는 돈도 들어있었고, 뇌온려도 생각보다는 멀쩡했다. 단지 이현성을 남편으로 여기며 그가 말하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해도(指鹿爲馬) 믿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뇌온려에게 의지해 뇌정검호각으로 가던 이현성은 뇌정검호각이 멸문당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문을 듣고 여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피붙이 하나 없는 외딴 세계에서 기댈 곳조차 잃어버린 이현성은 하는 수 없이 일단 무공부터 익힌 후 다시 뇌정검호각을 찾기로 했다.
-수월암(水月庵)!
그들이 묶고 있는 이곳은 암자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대웅전과 조사당, 그리고 도처에 열 몇 군데의 암자를 지닌 방대한 규모로 암자라고 하기엔 어색한 곳이었다. 이현성은 수월암에 얼마간의 돈을 시주한 뒤 자신과 뇌온려를 모자지간이라 속이고 암자 중 한 곳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과연 진짜로 속은 것인지 돈을 보고 속아 준 것인지는 이현성도 확신할 수 없었다. 암주는 수월사태(水月師太)라는 불덕 깊은 노니로 그들이 뇌온려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왔다고 하자 따로 떨어진 조용한 암자를 마련해 주었다.
“차앗!”
아직 해가 솟지 않은 이른 새벽, 외딴 숲 속 공터에서 검무(劍舞)를 추는 청년이 한 명 있었다.
벌거벗은 상체가 구리로 빚은 듯 탄탄해 보이는 이 청년은 바로 이현성이었다. 이현성이 뇌정천왕 능천휘의 부인인 다정관음 뇌온려와 함께 수월암으로 온 지도 벌써 넉달이 흘렀다. 본래 뇌정천왕 능천휘가 남겨준 주머니에는 뇌정검호각의 비전절기가 적혀 있었으나 이현성에게 그것을 읽고 이해할 능력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뇌온려에게 부탁해 능천휘의 무공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져서인지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못하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아직 이현성의 검에서는 별다른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 자세만은 나름대로 완벽했으니 이는 용정혈지와 차원이동의 효과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고 강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되었기 때문이다.
<뇌정복마진경(雷霆伏魔眞經)>
이것이 뇌정천왕 능천휘가 이현성에게 남긴 가죽주머니 속에 들었던 비급이다.
뇌정복마진경은 뇌정검호각의 시조인 서천검성(西天劍聖) 능무외(凌無畏)가 천축에서 얻은 것으로, 그 안에는 한 가지 내공심법(內功心法)과 구초(九招)의 검결(劍訣)이 수록되어 있었다.
-뇌정복마심결(雷霆伏魔心訣)!
-복마대구식(伏魔大九式)!
바로 이것들이었다.
뇌정복마심결(雷霆伏魔心訣)은 본래 불가의 무공임에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고도 파괴적인 내공심법이다. 이를 운용하면 몸안에서 음양이기(陰陽二氣)가 충돌하여 무엇이든 바스러뜨리는 뇌정강살(雷霆剛煞)을 발생시킨다. 그 뇌정강살을 몸 밖으로 토해내면 격렬한 섬광(閃光)과 뇌전(雷電)이 작렬하며 부딪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만일 이를 검으로 시전하면 어떤 호신강기라도 끊어 버리는 검강, 즉 뇌전검강(雷電劍剛)이 된다.
<복마구식(伏魔九式)>
그 구초의 검결에 검학의 시작과 끝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복마구식은 그만큼 심오하며 또한 위력적이었다. 이는 전육식(前六式)과 후삼식(後三式)의 두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뇌정출운(雷霆出雲)!
-뇌정사일(雷霆射日)!
-뇌정참마(雷霆斬魔)!
-뇌정자해(雷霆刺海)!
-뇌정파천(雷霆破天)!
-뇌정십방멸(雷霆十方滅)!
치밀하고도 기오막측한 변화를 담고 있는 육식의 검결. 이를 능가할 만한 검법은 고금을 통틀어도 흔치 않았다.그러나 그토록 위력적인 복마전육식도 후삼식(後三式)에 비하면 빛이 바래고 만다. 전육식이 반딧불이라면 후삼식의 위력은 바로 보름달인 것이다.
-뇌정멸겁파(雷霆滅劫波)!
-천승비폭류(千乘飛瀑流)!
-뇌정만겁파천무(雷霆萬劫破天舞)!
“휴우! 역시 어렵구나! 이제 전 육식은 어떻게 되는데 후삼식은 연결이 매끄럽지가 않군.”
이현성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으며 검무를 멈추었다.
만일 다른 무림인이 그의 혼잣말을 들었다면 놀라서 까무러쳤을 것이다. 능천휘도 전육식을 달통하는 데 무려 삼십 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단지 넉달 만에 복마구식을 펼칠 수 있게 되다니, 그러나 그 안에 감추어진 진실을 알게 된다면 까무러치다 못해 기가 막혀 죽어버릴 것이다.
본래 복마대구식은 뇌정복마심결을 본바탕에 두고 있는 것으로 최소한 삼성의 경지를 이루어야 일초반식이라도 펼칠 수 있는 검법이다. 그 서천검성 이래의 최고기재라는 뇌정천왕 능천휘조차도 뇌정복마심결의 삼성에 이르는 데는 십년의 고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현성은 뇌정복마심결을 전혀 익히지 않고 있었다. 아니 전혀 익히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자신의 몸 안에 자리 잡은 막대한 잠력을 느낀 이현성은 뇌정복마심결에 따라 그 기운을 인도하려 했다. 하지만 심법을 조금만 일으켜도 전신이 터져나갈 듯 힘이 끌어 오르니 익힐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검법만이라도 익히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검이 막힘없이 흘러가니 굳이 형이상학적으로 복잡하기만한 뇌정복마심결을 익히기는 포기하고 단순한 운기로 기를 다스리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검에는 뇌정지기가 담기지 않았기는 하지만 북망산에서의 사건 이후 엄청나게 빠르고 강건해진 그의 몸에서 펼쳐지는 검법은 꽤나 날카로웠다.
‘벌써 사개월째, 이대로 이쪽 세계에 눌러 살아야 하는 걸까?’
이현성은 고개를 설래 저었다. 저쪽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기약 없는 일이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는 것이 그의 신조였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또 하나의 신조는 ‘내일 할 일은 내일로 미루자’였다. 지금 고민해봤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조금의 실마리라도 잡힐 때까지 고민을 떨쳐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뇌온려가 있다. 그녀는 처음으로 소유한 자신의 여자다. 나이가 좀 많긴 하지만 아직 예쁘고 순종적인 원래 세계에 있었다면 결코 손이 닿을 수 없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이현성은 놓아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 좀 기분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안 돌아가도 별로 상관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여튼 이대로 원래 세계로 돌아가던 돌아가지 않던 복이 터진 것만은 사실이란 말야. 이 내가 꿈에서나 상상하던 무림고수가 되다니. 영웅호색이니 앞으로 삼처사첩은 기본이라 이거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더라도 이 정도 힘이면 못할 게 뭐가 있겠냐.’
어느새 고민이 자아도취(自我陶醉)로 변해 이현성이 감동의 도가니탕 속에서 허우적될 때였다.
-파라라랑!
돌연 이현성의 시야로 한무리의 나비떼가 들어왔다.이현성은 움찔 놀라 나비들을 바라보았다. 때는 바야흐로 만추(晩秋), 나비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만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파라락! 휘르르르!
나비들은 이현성의 머리 위에서 무엇인가 호소하듯이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그것들은 한 줄로 열을 이루어 좌측의 숲으로 날아들어갔다.
‘설마 도움을 청하는 것인가? 나비가 이 계절에…?’
이현성은 어이없어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가 쫓아오지 않자 숲으로 날아가던 나비들은 다시 되날아와 이현성의 주위로 어지러이 군무(群舞)를 추었다.
“좋아!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 뭔가 있는 거겠지. 따라가 주마.”
수백질(帙)에 달하는 무협지 짬밥을 쌓은 이현성은 웃으며 나비들을 따라 몸을 날렸다. 곧 그의 모습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적석산 기슭에 하나의 은밀한 동굴이 퇴락한 덩굴에 덮여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 깊지 않은 그 동굴에서 지금 기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흐흐! 본좌가 풍류를 좋아하여 숱한 계집을 맛보았으나 지금껏 너 만한 우물(尤物)은 보지 못했다.”
사내, 깡마른 체구에 눈두덩이가 시퍼런 것이 아주 음침한 인상을 지닌 사내가 한 명 여인을 바닥에 누인 채 희롱하고 있었다.
그 자에게 희롱당하고 있는 여인!
나이는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데 몸에는 눈같이 흰 옷을 걸치고 있고 아무 장식도 없는 머리카락은 여인의 키보다도 더 길었다. 화용월태(花容月態)라고나 할까? 청초함 속에서도 날카로움이 엿보이는 여인의 용모는 사내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여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매력은… 향기(香氣)였다. 기이하게도 여인의 몸에서는 그윽한 꽃내음이 나는 것이다. 단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느껴지는 꽃내음…! 달콤하고 향긋한 그 꽃내음은 세상 모든 수컷들을 미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여인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한 떨기 인간꽃인 것이다. 그것은 여인이 한 가지 상고기공(上古奇功)을 연마한 결과였다. 흡독조화심법(吸毒造化心法)으로 불리는 그것은 어떤 극독이라도 해독시킬 수 있는 신공이었다.
“흐흐! 좋도다! 오대천후(五大天后)의 유물을 찾으러 왔다가 이런 복을 얻을 줄은 정말 몰랐는 걸!”
눈두덩이가 푸른 사내는 킁킁대며 여인의 몸에서 향기를 맡았다.
“…!”
여인은 치욕스러운 표정이었으나 미동도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지금 운기조식 중에 혈도가 찍혀 전혀 내공을 운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내는 여인의 불룩한 젖가슴을 슬슬 쓰다듬으며 히죽거렸다. 그 자의 말에 여인의 몸에 경련이 일었다. 이죽거리는 사내의 손길은 쉴새없이 여체를 주물렀다.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길이 점점 음험해져갔다.
“흐흐! 좋아 좋아!”
-찌익!
사내의 거친 손길에 여인의 저고리가 그대로 뜯겨나갔다. 그러자 새하얀 저고리가 찢기며 그보다도 더 흰 속살이 드러났다. 눈같이 흰 피부, 무르익은 수밀도(水蜜桃)같은 탐스런 젖가슴…! 그 위에 그윽한 향기마저 풍기니 금상첨화였다.
사내는 이번에는 여인의 치맛자락에 손을 가져갔다.
-찌지직!
사내가 괴악하게 웃으며 손을 움직이자 치맛자락도 함께 찢겨나갔다.
“흐흐흐, 저세상에 보내기 전에 네년의 속살을 마음껏 즐겨주마!”
사내는 헐떡이며 여인의 몸에 남은 마지막 천 조각을 제거했다. 눈부신 한 쌍의 옥주(玉柱)! 그 사이에 자리한 도독한 둔덕에는 가뭇가뭇한 방초들이 소담스럽게 덮혀 있었다. 사내는 욕정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체의 중심부를 노려보며 여인의 예쁜 무릎을 쥐어 좌우로 벌렸다. 백옥기둥같은 한 쌍의 허벅지가 팔자로 벌어지며 조물주가 창조한 여체의 가장 오묘한 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여인의 두 다리를 한껏 벌려 세워 부끄러운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발정난 숫컷처럼 헐떡이며 얼굴을 그 사이로 가져갔다.
“…!”
여인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남에게 보이지 않은 비역에 사내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전율했다. 처녀의 신비지가 드디어 음적의 야욕에 유린당하려는 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
-쉬쉭!
돌연 사내의 등판을 향해 벼락같이 들이닥치는 칼바람이 있었다.
‘헉!’
여체의 향기에 취해 있던 사내는 질겁하여 몸을 옆으로 뒹굴렸다.
“죽어랏!!”
-퍼퍽! 후두둑!
졸지에 당한 기습에 색혼야차는 미처 피하질 못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었다.
“천…천뢰신검(天雷神劍)! 네놈이 어떻게 뇌정천왕 능천휘의 보검을…!”
소년이 휘두르는 보검을 본 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여인을 겁탈하려던 음적(淫敵)! 그 자는 바로 뇌정천왕 능천휘를 암살한 사인의 악적 중 한 명인 색혼야차(色魂夜叉)였던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를 급습하여 여인을 구한 청년은 이현성이었다.
“이얍!”
이현성은 질풍같이 복마구식의 검결을 시전하여 색혼야차를 휩쓸어갔다. 비록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호신강기를 종이장처럼 찢은 검이었으니 색혼야차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틀었다.
“크흑!!”
몸을 뒹굴려 간발의 차이로 피한 색혼야차의 시야로 득달같이 덮쳐오는 현성의 모습이 보였다.
“괜찮아요 아가씨?”
이현성은 색혼야차를 쓰러뜨린 뒤 급히 여인을 돌아보았다. 다음 순간 이현성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발가벗겨진 채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여인의 부끄러운 자태 때문이었다. 지척의 거리인지라 이현성은 여인의 짙은 수풀과 신비한 균열을 그대로 직시하고 말았다. 여인의 그곳은 이현성도 본 적있는 칠색화모나 뇌온려와는 너무도 달랐다. 한 번도 사내를 경험해보지 못한 처녀의 비역인 그곳은 형태와 색조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 그녀들과는 전적으로 틀렸던 것이다.
수줍고 앳되 보이기까지 한 그곳, 이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경이에 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
이현성의 그 집요한 눈길에 여인의 봉목이 수치와 분노로 이지러졌다.
헌데 다음 순간,
“조심해요!”
여인의 입에서 다급한 경호성이 터졌다.
그와 함께 이현성도 등뒤로 들이닥치는 칼날같은 음풍(陰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퍼펑!
“음풍장(陰風掌)! 뒈져라 비겁한 놈!”
대체 누가 누구보고 비겁하다고 하는 건지 독갈과 함께 태산같은 장경이 이현성의 등판에 작렬했다. 색혼야차가 한숨을 돌려 이현성을 급습해온 것이다.
“큭!”
이현성은 등판이 박살나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비틀 물러섰다.
“캇캇! 감히 본좌의 즐거움을… 헉!”
득의의 광소를 터뜨리던 색혼야차는 불신과 회의의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회심의 일장을 맞은 이현성이 죽기는커녕 몇 발자국 휘청이다가 몸을 세운 때문이다. 그 자는 알 리가 없었다. 이현성의 전신이 용정혈지 덕분에 무쇠같이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오냐! 네놈이 금강지체라도 되는지 보자!”
색혼야차는 이를 갈며 이현성에게 재차 덮쳐들려 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케에엑!”
한줄기 연분홍빛 섬광이 허공을 가르며 색혼야차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휘청이며 바닥에 내려서는 그 자의 어깨에 나비장식이 달린 비녀 하나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이현성의 시야로 발가벗겨져 누워 있던 여인이 암기를 던져낸 자세로 상체를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벌…벌써 혈도(穴道)를 풀다니…!”
-피핑!
색혼야차는 여인이 일어나 앉는 것을 보자 전갈에게라도 물린 듯이 펄쩍 뛰어올랐다. 자신의 음풍장이 통하지 않는 이현성에게 그녀마저 합세한다면 이미 상처를 입은 상태로는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는 동굴 밖으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멈춰. 이 개자식아!”
이현성은 이를 갈며 그뒤를 쫓으려 했다.
바로 그 때,
“그만두고 이리 와서 저를 좀 도와줘요!”
다급하게 여인이 부르는 소리에 이현성은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여인은 두 팔로 상체를 버팅긴 자세에서 더 이상은 못 일어나고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상체의 혈도는 풀었으나 하체는 아직도 마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자가… 돌아오기 전에 어서 저의 혈도를 풀어주세요!”
눈 둘 바를 몰라하는 이현성에게 여인이 다급히 재촉했다.
“어…어느 혈도를?”
이현성은 고개를 돌린 채 더듬더듬 물었다. 그러자,
“회… 회음혈(會陰穴)을!”
여인이 얼굴을 도화빛으로 물들이며 말했고 동시에 이현성의 얼굴도 시뻘게졌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 당연 이현성도 뇌온려에게 혈도의 위치를 배웠고, 설사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음혈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었다.
“예의를 따질 때가 아니에요! 어서 그곳을!”
당황하는 이현성에게 여인이 다급히 재촉했다.
“그…그럼 실례를…!”
이현성은 더듬거리며 어림짐작으로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
“…!”
두 사람은 동시에 펄쩍 뛸 듯이 놀랐다. 이현성의 손이 수풀 사이의 아주 보드랍고 야들야들한 균열 속으로 쓱 들어가 버린 때문이다. 물기에 젖은 따뜻한 살점의 감촉에 이현성은 화들짝 놀라 손가락을 빼냈다.
“흐…윽…!”
여인은 부끄러움이 실린 교성을 흘리며 움츠려드는 이현성의 손목을 잡았다. 여인의 손은 너무도 부드러워 마치 뼈가 없는 듯이 느껴졌다.
“제…제가 인도할 테니 소협은 내공력만 불어넣어주세요!”
여인은 부끄러움으로 죽어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이현성의 손가락을 정확히 회음혈에 갖다대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야릇한 감촉을 느끼며 이현성은 살풋 내공을 발휘했다.
다음 순간,
“됐어요!”
여인은 한차례 바르르 몸을 떤 뒤에 매몰차게 이현성의 손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 내었다.
“나가 있어요. 옷을 입어야 하니…!”
“…!”
싸늘해진 여인의 말에 이현성은 급히 동굴 밖으로 뛰쳐 나왔다. 손끝에 느껴졌던 그 야릇한 느낌이 불에 덴 듯이 느껴졌다.
잠시후, 여인은 찢긴 의복을 간신히 여미고 동굴을 걸어나왔다.
-휘르르르!
여인이 밖으로 나오자 주위를 맴돌던 나비들의 떼가 반가이 너울거리며 여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여인의 몸에서 나는 그윽한 꽃향기들이 나비들을 불러 모으는 듯했다.
“…!”
여인은 말없이 이현성을 노려봤다. 이현성은 차마 여인의 얼굴을 마주 볼 엄두가 안나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런 이현성의 순진한 모습에 여인의 옥용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 때문에 이현성에게 노기를 표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내심 얄궂은 운명을 느꼈다. 남녀간의 법도가 지엄한 세상이 아닌가? 은밀한 비역이 아니라 그저 감추어졌던 속살만 보여도 그 상대에게 시집을 가야 하던 시대다. 하물며 이 청년에게 은밀한 곳을 만지게까지 하였으니…! 도리대로라면 그녀는 이 청년에게 출가를 해야만 한다. 색혼야차를 쫓아낸 알 수 없는 무공실력도 맘에 들었다.
“소협의 이름은…?”
“이…이현성이라고 합니다!”
여인의 물음에 이현성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좋은 이름이네요. 저는 사희영(師姬瓔)이라고 해요. 남들은 제게 서시독화(西施毒花)라는 과분한 명호를 붙여주었죠.”
서시독화 사희영. 스물 네 살의 그녀는 본래 호접독모의 제자로 당금 무림의 비슷한 연배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실력이었다. 그러나 호접독모가 죽고 나서는 사문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라 더 이상 무공을 진척시킬 방법이 없어 검후의 유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에 적석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서시독화 사희영의 자기소개를 끝으로 둘 사이에는 잠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결국 다시 말을 꺼낸 것은 사희영이었다.
“소협도 검후의 유물을 노리고 오셨나요?”
“검후? 에. 아뇨 저는 근처의 암자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현성은 검후가 누군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지난 세월 보았던 수많은 무협지를 떠올리자 자연스레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 검후의 유물이 출현했나요?”
“글쎄요. 소문만 들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신주사패천까지 나선 걸로 봐서 막연한 헛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신주사패천
비록 무림의 정세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이현성이었지만 몇 달 동안 그 이름은 여러번 들을 수 있었다. 신주사패천이란 백여년 전 마교와 구파일방의 정사대전이 양패구상으로 끝난 후 현 무림의 패권을 다투는 세력 네곳을 말함이었다.
“……괜찮으시다면 함께 검후의 유물을 찾아보지 않으실래요.”
그녀는 주저주저하다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닥친 급박한 순간에 이현성에게 구함을 받은 그녀는 내심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또한 수많은 고수들이 몰려들면서 점차 용담호혈로 변해가고 있는 적석산에서 여인 혼자 몸으로 다니다가는 언제 또 방금 전과 같은 경우를 당할 지 알 수가 없기도 했다. 따라서 어차피 피붙이 하나 없는 자신이니 이현성이 괜찮은 사내라면 자신을 맡겨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으로 함께 다니면서 이현성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현성은 그때 뇌온려를 떠올렸다. 만약 무림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면 뇌온려를 알아보는 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색혼야차 같은 자들이 더 있다면 그녀가 위험했다.
“저, 안 되나요?”
애처롭게 되묻는 사희영의 모습에 이현성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곳엔 왜 이리 미녀가 많은 걸까.
“그게. 저 안 된 다기 보다는 그러니까….”
이현성이 우유부단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멀리서 엄청난 폭음이 그들에게 까지 들려왔다.
==========
“뭐! 뭐죠?”
둘은 동시에 시선을 주고받았다.
“가봐요!.”
“에, 에엣.”
사희영은 어느새 이현성의 손목을 붙잡고 폭음이 들린 방향으로 경공을 펼쳤다. 이현성은 서늘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감히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이현성으로서는 정말로 종잡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반각도 되지 않아 그들이 도달한 곳에는 이남일녀가 한 여인을 상대로 대치하고 있었다. 이현성은 사희영과 함께 근처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장내를 주시했다.
싸우고 있는 네사람의 면면을 살피던 이현성은 내심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는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현성의 시선이 향한 여인은 도대체 나이를 종잡을 수가 없어 보이는 미부였다. 그녀는 어찌보면 맑고 순진무구한 소녀 같고 어찌 보면 아주 농염 하고 완숙한 여인으로도 보였다. 용모뿐 아니라 몸매도 아주 빼어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풍만함이 더할 수 없이 탐스러웠다. 젖무덤은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툭 터질 듯 탱탱하게 부풀어 있었고, 양지유같이 매끄럽고 팽팽한 복부의 선은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한줌 밖에 되지 않는 잘룩한 허리는 버들가지처럼 나긋나긋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로 탐스럽고 풍만한 둔부와 그 전면의 도독하게 살진 둔덕, 미끈한 허벅지가 한눈에 바라다 보였다.
‘미친 아줌마!’
그녀는 칠색화모였다. 방금 전의 폭음은 과연 그녀가 만들어낸 것이었던 지 그녀 앞에는 한자가 넘는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대치하고 있는 이남 일녀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저들은 마교의 칠색화모와, 현음마부의 음부삼신재에요.]
사희영의 전음이 이현성의 귓가로 전해졌다. 이현성도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전음이란 걸 익히고는 있었다.
[음부삼신재?]
[몰라요?]
[아. 예]
사희영은 장내를 주시하면서도 이현성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음부삼신재는 신주사패천의 하나인 현음마부의 부주 현음노조의 제자로 촉망받는 신예들이었다. 음부삼신재의 이름은 이렇다.
-냉면수라(冷面修羅).
-현음옥룡(玄陰玉龍).
-빙서시(氷西施).
특히, 막내인 빙서시는 청해일미(靑海一美)로 불리는 대단한 미녀였다.
"컥!"
그녀와 대치하고 있던 이남 일녀 중 한 사내가 괴로운 신음성을 토하며 휘청 뒤로 물러섰다. 격전 중에 냉면수라가 어느새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사형!"
다른 두 남녀 현음옥룡과 빙서시가 냉면수라의 모습에 동요한 사이 그 틈을 노리고 칠색화모의 공세가 이어졌다.
"호홋! 끝이다, 애송이들!"
쉬――하악!
칠색화모의 입에서 요악한 교소가 터짐과 함께, 그녀의 섬섬옥수가 전광석화같이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의 가슴을 후려쳐왔다.
퍼퍽! 하는 둔중한 음향이 일며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크악!"
"크…흑!"
대굴대굴 나뒹구는 그들의 가슴에는 놀랍게도 시뻘건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홀로 남은 빙서시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녀의 얼음장같은 얼굴은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용서할 수 없다!"
그녀는 차갑게 외치며 열 손가락으로 맹렬히 나삼여인을 찍어갔다. 그녀의 손 끝에서는 반고형의 검푸른 강기가 폭사되고 있었다. 그 기세는 실로 무서웠다.
그러나, 칠색화모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 하며 요사스러운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홋! 현음강살(玄陰剛殺)인가?"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즉시 몸을 선풍같이 휘둘렀다. 그러자, 혈금광의 노을이 일어나며 빙서시가 발출한 지력은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금속성을 내며 사방으로 튕겨졌다.
빙서시가 발출한 열 가닥의 지력은 엉뚱한 곳으로 튕겨나가며 그대로 주위의 암벽에 작렬했다. 그 순간, 현음강살에 부딪친 암벽에는 놀랍게도 두 자 길이의 얼음기둥이 생겨났다.
그만큼 빙서시가 발출한 현음강살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에 슬쩍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얼어붙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무서운 현음강살을 가볍게 튕겨 버린 칠색화모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 것인가. 과연 마교의 사대흉신. 색혼야차와는 다른 그녀의 무서움이야말로 오금이 저릴 정도라 아니할 수 없었다.
숨을 죽이고 그들의 일전을 지켜보던 이현성은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다. 방금 전 그가 겨루었던 색혼야차는 이처럼 대단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비록 기습이었다고는 해도 겨우 삼사개월동안 익힌 미약한 자신의 검술로 상대를 약간이나마 압도할 수 있었다는 건 왠지 거짓말 같았다.
일격이 실패한 빙서시는 놀라움과 분노로 그녀의 서릿발같은 얼굴이 더욱 더 싸늘한 냉기로 얼어붙었다.
"소녀잔양신공!"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나직한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자신의 현음강살을 튕겨 버린 칠색화모의 수법이 바로 전설상의 소녀잔양신공임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었다.
본래 저 뇌정천왕의 어검술도 막아낸 신공이니 빙서시의 공격을 막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인지도 모른다. 빙서시는 두 눈에 서릿발 같은 한망을 폭사했다. 그녀는 이를 갈며 날카로운 외침을 토해냈다.
"바득! 어디 한번 받아 봐랏!"
그러나 그녀는 포기 하지 않고 손끝에 공력을 배가하여 재차 현음강살을 쏘아보내려 했다.
그러나 칠색화모는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달려드는 빙서시의 태도에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그녀는 팔짱까지 척하니 끼며 태연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호홋! 그럴 여유가 있을까? 일각 이내에 손을 쓰지 않으면 네년의 두 사형은 전신이 한 줌 혈수로 화하고 말 텐데…!"
그녀는 힐끗 눈짓으로 앞을 가리키며 간악한 교소를 지었다.
"…!"
빙서시는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손을 멈추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 칠색화모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당한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은 사시나무 떨 듯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피부는 급격히 시뻘건 핏빛으로 변해가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에 빙서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마공이란 말인가?"
그녀는 곤혹함을 느끼며 아미를 찡그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급히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을 양 옆구리에 끼었다. 우선은 두 사람을 살리는 것이 급했다.
"오냐! 오늘은 그냥 가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당신의 철면피한 얼굴을 내 손으로 뭉개 버리고 말겠어."
빙서시는 칠색화모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빙심은 이순 간 무서운 살기와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이어 휙! 하며 그녀는 질풍같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녀의 신 형은 벼락같이 북쪽으로 날아 사라져갔다.
놀라운 경공술이었다. 눈깜짝할 순간 빙서시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서시독화 사희영은 빙서시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내심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역시 빙서시가 음부삼신재 중 최강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호호홋! 그럼"
칠색화모는 요염한 교소와 함께 사희영과 이현성이 숨은 방향을 노려봤다.
“나오시는 게 어때요. 쥐새끼마냥 숨어서 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녀는 처음부터 사희영과 이현성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시선을 서로 마주했다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머,어머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칠색화모는 이현성을 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쉽사리 북망산을 떠올리지는 못했다. 그 당시 이현성은 외모 자체보다는 특이한 복장으로 인상을 남겼었기 때문이다.
“여기 있었군. 사매.”
그때 한 줄기 파공음이 들리며 한 사람이 자리에 나타났다. 사희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나타난 것이 색혼야차였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사희영은 뾰족한 비명을 터뜨렸다. 힘겹게 쫓아 보낸 그와 이렇게 금방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아군마저 있으니 이번에는 진짜로 욕을 보게 될 수도 있었다.
“호오, 그러고 보니 건방진 연놈들도 같이 있군.”
색혼야차는 마치 그제야 둘을 발견했다는 듯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호홋, 오라버니가 아는 자들인 가요?”
“감히 네 흥을 깨뜨린 연놈들이지.”
“셋째 오라버니. 이번 일은 교의 대사이니 토색질을 하면 안 된다고 첫째 오라버니가 말씀하셨잖아요.”
“흥. 이 녀석들도 분명 검후의 유물을 노리고 왔을 테니, 제거대상이야. 그러는 김에 재미 좀 보는 건 대형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라고,”
“정말이지. 셋째 오라버니는 항상”
“그리고, 저 놈은 북망산에서 우리를 골탕먹인 놈이 틀림없어!”
“에. 예?”
칠색화모의 시선이 이현성을 아래위로 훑었다. 이현성이 빼든 천뢰신검과 머리에 쓴 두건 속의 그리 길지 않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기억을 재생시키기에 충분했다.
“설마. 이 아이는.”
“사매, 이년 놈들은 네 손으로 처리 해야겠네. 잠깐 저 계집을 막아 줘. 먼저 이놈을 처치할 테니까?”
“예?”
색혼야차의 행동은 칠색화모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너무 급하게 구는 것도 이상했고 아직 애송이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사희영에게서 나는 야릇한 향기와 외모로 그녀의 정체가 서시독화임은 이미 짐작했으나 그녀의 무공은 결코 빙서시 이상은 되지 못할 것이고 그녀가 만났던 얼룩무늬에 벗기기 힘든 바지를 입은 청년은 무공이 없었다.
“내가 너 따위 꼬마가 무서워 도망갔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단지 네녀석이 복마구식을 흉내 내길래 당황했을 뿐이다. 각오해랏!”
색혼야차의 얼굴은 잠시 전을 생각해낸 때문인지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천뢰신검과 복마대구식을 만나고 당황한 상태에서 자신의 음풍장이 통하지는 않는 듯하자 사희영에게 암기 공격을 받자 제대로 생각해 볼 여유도 가지지 못한 채 도망쳐 버렸던 그였지만 상처를 치료하면서 냉정을 되찾았다.
자신의 음풍장은 본래 음유한 기술이니 스치기라도 하면 처음에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음기가 뼛속까지 파고 들어 내공을 좀 먹는 장법이 있다. 또한 이현성의 검식은 분명 형태는 복마구식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뇌정강살같은 파괴력은 전혀 담겨있지 않은 하찮은 공격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힘도 담겨 있지 않은 검이었다면 어찌 자신의 호신강기를 간단하게 찢었겠는가. 그리하여 그가 겨우 떠올린 것은 암살검(暗殺劍)이었다. 그거 하나면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스스로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듯한 어수룩한 모습. 북망산에서 다정관음과 함께 사라진 천뢰신검, 복마구식과 비슷한 형태의 검법,
이 것들로 추측해 볼 때 이현성의 정체는 분명 뇌정검호각에서 키운 암영(暗影)이 분명했다. 아마도 뇌정천왕을 암중에서 호위하다가 일이 잘못되자 다정관음만이라도 데리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리고 뇌정검호각이 무너진 것을 안 후에는 자신들과의 관련성을 파헤치기 위해 자신들을 적석산까지 추적해 온 것이다라고 색혼야차는 생각하고 있었다. 본래 그는 머리는 나쁘고 상상력은 풍부했다. 이제 암살검이라는 정체도 알았고 지금쯤에는 자신의 장력이 이현성의 내부를 헤집고 있을테니 전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앗 받아라!”
차갑고 음유한 장력이 이현성에게 쏟아졌다.
‘난 왜 자꾸 이 인간들이랑 얽히는 거야.’
이현성은 속으로 푸념을 하며 좌로 뛰어 피했다.
“소협!”
“넌 기다려라.”
사희영이 놀라 끼어들려 했으나 칠색화모는 그녀를 제지했다. 사희영은 무공이 칠색화모에 미치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칠색화모는 이현성과 색혼야차의 싸움을 주시하며 생각에 빠졌다.
‘대체 저 아이는 누구란 말인가. ’
“우하하. 건방진 쥐새끼 쉽게 피해낼 수 있을 성 싶으냐. 만마류성(萬魔流星)”
색혼야차의 장력이 수십가닥으로 나뉘어 이현성의 전신의 경락에 쇄도했다. 경험이 부족한 이현성은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고 몸을 옆으로 굴렸다.
“푸헤헤 뇌려타곤이냐.”
이현성은 득의하게 웃어제끼는 색혼야차를 노려보며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어서며 생각했다.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아까도 했는데 지금도 할 수 있어!’
어찌 보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생사결, 비록 군인이었다고 해도 보통의 현대인으로 살아오면서 이런 싸움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색혼야차의 장력이 스칠 때마다 몸 안에서 솟구치는 기이한 내력은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별것도 아닌 놈이! 끝을 내주마.”
다시 한 번 색혼야차의 장력이 아직 방비를 하지 못한 이현성을 향해 쏘아졌다.
“소협 위험해요.”
사희영이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현성은 직선적으로 쏘아지는 장력을 상체를 숙여 피하며 색혼야차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본래 장(掌)과 검(劍)의 대결이라면 검보다는 장의 간격이 짧은 편이라 이현성이 색혼야차의 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은 자신의 거리를 버리고 오히려 색혼야차에게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격이라 그 행동은 경험부족으로 인한 실수라고도 할 수 있었다.
‘빠, 빠르다!’
그렇지만 웅혼한 내력으로 장풍을 쏘고 있던 색혼야차에게는 적절한 대응이었다. 색혼야차는 당황해서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물러나는 자가 쫓아오는 자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 그 행동으로 인해 적절한 거리가 이루어졌다. 이현성은 뇌정사일의 초식을 펼쳤다. 아니 색혼야차가 보기엔 단순히 위에서 앞을 향해 곧장 내리치는 표두격(豹頭擊)인 듯도 했다.
‘소리도 형태도 없다. 역시 암살검!’
몇 달동안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여 허례허식 없는 지극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제멋대로 펼쳐지는 검식은 빛살과도 같은 속도의 움직임과 결합하여 특이한 위력을 만들어 내어 색혼야차를 착각의 늪으로 빠지게 했다.
“으아앗!”
색혼야차는 필사적으로 장력을 발출했다.
"걸리면 골로 간다!"
이현성은 생각이 미처 뇌리에서 떠나기 전에 신형을 아래위로 회전하며 물러났다. 회전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돌고 돌아 하나의 바람이 되어 다시 색혼야차를 덮쳤다. 옆에서 보고 있는 사희영과 칠색화모의 눈에도 은근한 경악이 어렸다.
현 무림의 무공들이 술(術)보다는 기(氣)를 중시하게 된 것은 내력을 이용한 호신강기 때문이다. 충분한 내력이 담겨 있지 않은 공격은 상대에게 닿아도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강한 위력의 무공과 신병이기를 얻기 위해 무림인들은 피땀을 흘렸고 전투는 강기의 대결이 되었으니 내공과 그것을 이끌어내는 초식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이현성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는 자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기운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이현성의 검은 색혼야차의 살을 찢고 뼈를 발라냈다. 검강도 검기도 검풍도 아니었다. 색혼야차는 차가운 강철의 감촉을 옆구리 깊숙이 느꼈다.
“크아아악”
“셋째 오라버니!”
색혼야차가 피를 뿜으며 물러서자 사희영을 견제하고 있던 칠색화모 역시 놀라 부르짖으며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색혼야차의 상세는 그리 좋지 않았다. 엄청난 고통과 출혈로 정신마저 혼미해 지려는 듯 보였다.
“크윽 뼈 속까지 아프다.”
“어떻게 네 녀석이.”
칠색화모는 색혼야차의 상처를 지혈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현성을 노려봤다. 돌연 어디선가 사나운 일갈이 터져나왔다.
"간악한 것들!"
쐐액! 하며 한 자루의 고검이 벼락같이 칠색화모에게 폭사되어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고검이 날아드는 속도는 너무도 기쾌무비하여 도무지 피하고 어찌하고 할 사이조차 없었다.
"어…어검술(御劍術)!"
칠색화모는 두 눈을 휘둥그래 떴다. 급작스런 이 상황에 그녀는 어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다급한 경악성을 발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빙글 돌아섰다. 그녀의 몸 주위로 혈금광이 일었다. 소녀잔양신공을 펼친 것이다.
-터어엉!
철벽을 두드리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더불어, 실로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고검은 소녀잔양신공을 꿰뚫지 못했지만 어검술의 여파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는지 칠색화모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채 괴로운 신음성을 발했다. 강렬한 진동이 일어 그녀의 내부를 뒤흔든 것이었다.
어느날 엄청난 충격파가 전 무림을 휩쓸었다.
<뇌정검호각(雷霆劍豪閣)이 멸망(滅亡)했다!>
그같은 소문이 강호를 온통 벌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뇌정검호각!
그들이 누구인가? 비록 신주사패천(神州四覇天)만은 못하지만 천하이대검파(天下二大劍派)로까지 꼽히는 명문이 아니었던가?
당금의 뇌정검호각 각주인 뇌정천왕(雷霆天王) 능천휘(凌天輝)는 당금 무림의 최고 고수인 팔무제(八武帝)중 한명이기도 했다. 헌데 능천휘가 그의 아내 다정관음(多情觀音) 뇌온려와 함께 북망산에서 실종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유서깊은 명가 중의 명가 뇌정검호각이 일주야만에 무참한 초토(焦土)로 화된 것이다. 과연 당금 무림에서 누가 저 뇌정검호각을 하루밤낮 사이에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멸망시킬 수 있었단 말인가? 강호무림은 막연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머지않아 무림은 수백년래의 다시없을 대겁풍(大劫風)에 휩싸이게 되리라!
과연 누가 있어 이 전율스러운 겁난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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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성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성숙하고 풍염한 나신을 보며 신음했다. 뇌온려는 팽팽하게 부푼 늠름한 육봉을 한손으로 잡고 뜨겁게 달아올라있는 자신의 몸 안으로 인도하였다.
"으음…아아… 하아…아…"
뇌온려는 커다란 귀두가 꽃잎을 찢을 듯 벌리며 들어오는 것이 느끼며 절로 신음소리를 냈다. 이현성의 육봉이 단번에 뇌온려의 질속까지 박혀들자 그녀는 육봉에서 손을 떼고 양손으로 이현성의 가슴을 짚고는 슬쩍슬쩍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학!"
그녀가 율동할 때마다 늠름한 육봉이 그녀의 질속을 묵직하게 찔러왔다. 뇌온려는 점점 진한 쾌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아…하아…이렇게……아아… "
뇌온려는 하체를 가득 메운 그 느낌이 익숙해지자 점점 엉덩이를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뇌온려의 희고 매우 풍만한 엉덩이가 높이 들렸다가 힘 있게 내려올 때마다 침상이 흔들렸다.
"하으응…상공… 온려는… 하아 좋아요. 상공의 것이 몸속에 가득 찼어요… 아하악…"
애액으로 충분히 젖어있는 그녀의 질인데도 그 탈태환골로 거대해진 육봉은 여전히 빡빡한 감이 있었다. 본래 탈태환골한다고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용정혈지가 워낙 양기가 강한 영물이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육동(肉洞)이 요동치며 이현성의 육봉을 압박해오니, 지난 몇 달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현성은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이현성은 풍만한 젖가슴을 양손으로 하나씩 움켜잡고 자신의 하복부를 내리찍는 뇌온려의 율동에 맞춰 자신도 밑에서 쳐올렸다.
"아하악…아악… 하앙… 상공 멋져요! 하윽…"
뇌온려는 자신의 몸과 마음의 주인에게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 최고의 쾌락을 안겨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현성의 탄탄한 가슴을 손으로 내리눌러 지탱한 채 열심히 엉덩이를 내리찍으며 회음부에 온힘을 쏟아 그 단단한 육봉을 조였다.
"하으흑… 상공…하으윽… 하아아악!!"
"허헉…"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비음을 내지르면서도 뇌온려는 그 거센 율동을 멈추지 않았다. 철기둥처럼 단단한 육봉이 속살들을 헤집고 자궁까지 뚫어버릴 듯 박혀드니, 강렬한 자극과 쾌감은 그녀의 연약한 몸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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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번째의 절정인지… 애액으로 질퍽하게 녹아내린 그녀의 몸속을 이현성의 육봉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뇌온려를 이를 데 없는 황홀경 속에 빠뜨리고 있었다. 현숙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쾌락과 환희에 젖어 지극히 음란하고 요염했다.
둘의 자세는 어느새 후배위로 바뀌어 개처럼 엎드린 뇌온려를 이현성이 뒤에서 범하고 있었다. 백설같이 희고 풍만한 엉덩이가 이현성의 하복부에 찰싹찰싹 세차게 부딪치고 그 충격에 뇌온려의 탄력넘치는 엉덩이 살이 끊임없이 교염(嬌艶)하게 흔들렸다.
"아하악…아악… 하앙… 하윽…"
그리고 그녀의 가슴은 그녀의 헐떡임에 따라 이현성의 손에 잡혀 있는 것과 상관없이 음란한 땀을 흘리며 출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달콤한 즙으로 가득찬 과일 같았다. 그녀의 가슴은 이현성의 손이 농락하는 대로 이리 저리 모양이 바뀌었다.
“하으으...안돼…아하악…아악… 하앙… …하윽…”
이현성의 손가락은 가슴 속으로 파묻힌 듯 잘 보이지 않았다. 뇌온려의 하얀 피부에 이현성의 손가락 자국이 붉은 낙인처럼 새겨졌다.
그사이에도 이현성의 육봉은 쉬지 않고 뇌온려의 비부를 유린하고 있었다. 이현성의 육봉이 뇌온려의 질안을 드나들 때마다 앙증맞은 붉은 입술에선 달콤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끈적한 점액질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두 사람의 이음부 사이에선 거품같은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앗…아…, 좋아요…, 아아아…, 으응….”
이현성의 육봉이 그녀의 몸속에서 난폭하게 움직이니, 색욕으로 미친 듯한 목소리가 뇌온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으음…흐응…하아.… 아흐응….흐음…"
그리고 마침내 절정에 이른 뇌온려의 나신이 경직된 채 부들부들 떨렸고, 이현성 역시 육봉을 그녀의 몸 속 깊숙히 찔러넣고는 대량의 정액을 방출했다
뇌온려는 자궁 깊숙한 곳을 두드리는 뜨거운 정액을 느끼며 쓰러지듯 무너져 내렸다. 이윽고 사정을 마친 이현성이 몸을 떼어 내자 떨리는 뇌온려의 허벅지를 타고 두 사람의 체액이 흘러나왔다.
둘은 운우의 여운을 즐기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다.
새벽녘, 이현성은 잠에서 깨자마자 뇌온려가 깨지 않게 조심해서 밖으로 나왔다.
가을!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제법 바람이 싸늘한 추상지절(秋霜之節)이 되었다. 북망산에서 사대흉신으로부터 어렵사리 도망친 이현성은 별 수 없이 뇌정검호각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능천휘가 준 가죽주머니에는 돈도 들어있었고, 뇌온려도 생각보다는 멀쩡했다. 단지 이현성을 남편으로 여기며 그가 말하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해도(指鹿爲馬) 믿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뇌온려에게 의지해 뇌정검호각으로 가던 이현성은 뇌정검호각이 멸문당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문을 듣고 여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피붙이 하나 없는 외딴 세계에서 기댈 곳조차 잃어버린 이현성은 하는 수 없이 일단 무공부터 익힌 후 다시 뇌정검호각을 찾기로 했다.
-수월암(水月庵)!
그들이 묶고 있는 이곳은 암자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대웅전과 조사당, 그리고 도처에 열 몇 군데의 암자를 지닌 방대한 규모로 암자라고 하기엔 어색한 곳이었다. 이현성은 수월암에 얼마간의 돈을 시주한 뒤 자신과 뇌온려를 모자지간이라 속이고 암자 중 한 곳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과연 진짜로 속은 것인지 돈을 보고 속아 준 것인지는 이현성도 확신할 수 없었다. 암주는 수월사태(水月師太)라는 불덕 깊은 노니로 그들이 뇌온려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왔다고 하자 따로 떨어진 조용한 암자를 마련해 주었다.
“차앗!”
아직 해가 솟지 않은 이른 새벽, 외딴 숲 속 공터에서 검무(劍舞)를 추는 청년이 한 명 있었다.
벌거벗은 상체가 구리로 빚은 듯 탄탄해 보이는 이 청년은 바로 이현성이었다. 이현성이 뇌정천왕 능천휘의 부인인 다정관음 뇌온려와 함께 수월암으로 온 지도 벌써 넉달이 흘렀다. 본래 뇌정천왕 능천휘가 남겨준 주머니에는 뇌정검호각의 비전절기가 적혀 있었으나 이현성에게 그것을 읽고 이해할 능력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뇌온려에게 부탁해 능천휘의 무공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져서인지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못하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아직 이현성의 검에서는 별다른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 자세만은 나름대로 완벽했으니 이는 용정혈지와 차원이동의 효과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고 강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되었기 때문이다.
<뇌정복마진경(雷霆伏魔眞經)>
이것이 뇌정천왕 능천휘가 이현성에게 남긴 가죽주머니 속에 들었던 비급이다.
뇌정복마진경은 뇌정검호각의 시조인 서천검성(西天劍聖) 능무외(凌無畏)가 천축에서 얻은 것으로, 그 안에는 한 가지 내공심법(內功心法)과 구초(九招)의 검결(劍訣)이 수록되어 있었다.
-뇌정복마심결(雷霆伏魔心訣)!
-복마대구식(伏魔大九式)!
바로 이것들이었다.
뇌정복마심결(雷霆伏魔心訣)은 본래 불가의 무공임에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고도 파괴적인 내공심법이다. 이를 운용하면 몸안에서 음양이기(陰陽二氣)가 충돌하여 무엇이든 바스러뜨리는 뇌정강살(雷霆剛煞)을 발생시킨다. 그 뇌정강살을 몸 밖으로 토해내면 격렬한 섬광(閃光)과 뇌전(雷電)이 작렬하며 부딪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만일 이를 검으로 시전하면 어떤 호신강기라도 끊어 버리는 검강, 즉 뇌전검강(雷電劍剛)이 된다.
<복마구식(伏魔九式)>
그 구초의 검결에 검학의 시작과 끝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복마구식은 그만큼 심오하며 또한 위력적이었다. 이는 전육식(前六式)과 후삼식(後三式)의 두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뇌정출운(雷霆出雲)!
-뇌정사일(雷霆射日)!
-뇌정참마(雷霆斬魔)!
-뇌정자해(雷霆刺海)!
-뇌정파천(雷霆破天)!
-뇌정십방멸(雷霆十方滅)!
치밀하고도 기오막측한 변화를 담고 있는 육식의 검결. 이를 능가할 만한 검법은 고금을 통틀어도 흔치 않았다.그러나 그토록 위력적인 복마전육식도 후삼식(後三式)에 비하면 빛이 바래고 만다. 전육식이 반딧불이라면 후삼식의 위력은 바로 보름달인 것이다.
-뇌정멸겁파(雷霆滅劫波)!
-천승비폭류(千乘飛瀑流)!
-뇌정만겁파천무(雷霆萬劫破天舞)!
“휴우! 역시 어렵구나! 이제 전 육식은 어떻게 되는데 후삼식은 연결이 매끄럽지가 않군.”
이현성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으며 검무를 멈추었다.
만일 다른 무림인이 그의 혼잣말을 들었다면 놀라서 까무러쳤을 것이다. 능천휘도 전육식을 달통하는 데 무려 삼십 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단지 넉달 만에 복마구식을 펼칠 수 있게 되다니, 그러나 그 안에 감추어진 진실을 알게 된다면 까무러치다 못해 기가 막혀 죽어버릴 것이다.
본래 복마대구식은 뇌정복마심결을 본바탕에 두고 있는 것으로 최소한 삼성의 경지를 이루어야 일초반식이라도 펼칠 수 있는 검법이다. 그 서천검성 이래의 최고기재라는 뇌정천왕 능천휘조차도 뇌정복마심결의 삼성에 이르는 데는 십년의 고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현성은 뇌정복마심결을 전혀 익히지 않고 있었다. 아니 전혀 익히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자신의 몸 안에 자리 잡은 막대한 잠력을 느낀 이현성은 뇌정복마심결에 따라 그 기운을 인도하려 했다. 하지만 심법을 조금만 일으켜도 전신이 터져나갈 듯 힘이 끌어 오르니 익힐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검법만이라도 익히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검이 막힘없이 흘러가니 굳이 형이상학적으로 복잡하기만한 뇌정복마심결을 익히기는 포기하고 단순한 운기로 기를 다스리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검에는 뇌정지기가 담기지 않았기는 하지만 북망산에서의 사건 이후 엄청나게 빠르고 강건해진 그의 몸에서 펼쳐지는 검법은 꽤나 날카로웠다.
‘벌써 사개월째, 이대로 이쪽 세계에 눌러 살아야 하는 걸까?’
이현성은 고개를 설래 저었다. 저쪽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기약 없는 일이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는 것이 그의 신조였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또 하나의 신조는 ‘내일 할 일은 내일로 미루자’였다. 지금 고민해봤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조금의 실마리라도 잡힐 때까지 고민을 떨쳐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뇌온려가 있다. 그녀는 처음으로 소유한 자신의 여자다. 나이가 좀 많긴 하지만 아직 예쁘고 순종적인 원래 세계에 있었다면 결코 손이 닿을 수 없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이현성은 놓아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 좀 기분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안 돌아가도 별로 상관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여튼 이대로 원래 세계로 돌아가던 돌아가지 않던 복이 터진 것만은 사실이란 말야. 이 내가 꿈에서나 상상하던 무림고수가 되다니. 영웅호색이니 앞으로 삼처사첩은 기본이라 이거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더라도 이 정도 힘이면 못할 게 뭐가 있겠냐.’
어느새 고민이 자아도취(自我陶醉)로 변해 이현성이 감동의 도가니탕 속에서 허우적될 때였다.
-파라라랑!
돌연 이현성의 시야로 한무리의 나비떼가 들어왔다.이현성은 움찔 놀라 나비들을 바라보았다. 때는 바야흐로 만추(晩秋), 나비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만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파라락! 휘르르르!
나비들은 이현성의 머리 위에서 무엇인가 호소하듯이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그것들은 한 줄로 열을 이루어 좌측의 숲으로 날아들어갔다.
‘설마 도움을 청하는 것인가? 나비가 이 계절에…?’
이현성은 어이없어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가 쫓아오지 않자 숲으로 날아가던 나비들은 다시 되날아와 이현성의 주위로 어지러이 군무(群舞)를 추었다.
“좋아!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 뭔가 있는 거겠지. 따라가 주마.”
수백질(帙)에 달하는 무협지 짬밥을 쌓은 이현성은 웃으며 나비들을 따라 몸을 날렸다. 곧 그의 모습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적석산 기슭에 하나의 은밀한 동굴이 퇴락한 덩굴에 덮여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 깊지 않은 그 동굴에서 지금 기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흐흐! 본좌가 풍류를 좋아하여 숱한 계집을 맛보았으나 지금껏 너 만한 우물(尤物)은 보지 못했다.”
사내, 깡마른 체구에 눈두덩이가 시퍼런 것이 아주 음침한 인상을 지닌 사내가 한 명 여인을 바닥에 누인 채 희롱하고 있었다.
그 자에게 희롱당하고 있는 여인!
나이는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데 몸에는 눈같이 흰 옷을 걸치고 있고 아무 장식도 없는 머리카락은 여인의 키보다도 더 길었다. 화용월태(花容月態)라고나 할까? 청초함 속에서도 날카로움이 엿보이는 여인의 용모는 사내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여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매력은… 향기(香氣)였다. 기이하게도 여인의 몸에서는 그윽한 꽃내음이 나는 것이다. 단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느껴지는 꽃내음…! 달콤하고 향긋한 그 꽃내음은 세상 모든 수컷들을 미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여인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한 떨기 인간꽃인 것이다. 그것은 여인이 한 가지 상고기공(上古奇功)을 연마한 결과였다. 흡독조화심법(吸毒造化心法)으로 불리는 그것은 어떤 극독이라도 해독시킬 수 있는 신공이었다.
“흐흐! 좋도다! 오대천후(五大天后)의 유물을 찾으러 왔다가 이런 복을 얻을 줄은 정말 몰랐는 걸!”
눈두덩이가 푸른 사내는 킁킁대며 여인의 몸에서 향기를 맡았다.
“…!”
여인은 치욕스러운 표정이었으나 미동도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지금 운기조식 중에 혈도가 찍혀 전혀 내공을 운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내는 여인의 불룩한 젖가슴을 슬슬 쓰다듬으며 히죽거렸다. 그 자의 말에 여인의 몸에 경련이 일었다. 이죽거리는 사내의 손길은 쉴새없이 여체를 주물렀다.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길이 점점 음험해져갔다.
“흐흐! 좋아 좋아!”
-찌익!
사내의 거친 손길에 여인의 저고리가 그대로 뜯겨나갔다. 그러자 새하얀 저고리가 찢기며 그보다도 더 흰 속살이 드러났다. 눈같이 흰 피부, 무르익은 수밀도(水蜜桃)같은 탐스런 젖가슴…! 그 위에 그윽한 향기마저 풍기니 금상첨화였다.
사내는 이번에는 여인의 치맛자락에 손을 가져갔다.
-찌지직!
사내가 괴악하게 웃으며 손을 움직이자 치맛자락도 함께 찢겨나갔다.
“흐흐흐, 저세상에 보내기 전에 네년의 속살을 마음껏 즐겨주마!”
사내는 헐떡이며 여인의 몸에 남은 마지막 천 조각을 제거했다. 눈부신 한 쌍의 옥주(玉柱)! 그 사이에 자리한 도독한 둔덕에는 가뭇가뭇한 방초들이 소담스럽게 덮혀 있었다. 사내는 욕정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체의 중심부를 노려보며 여인의 예쁜 무릎을 쥐어 좌우로 벌렸다. 백옥기둥같은 한 쌍의 허벅지가 팔자로 벌어지며 조물주가 창조한 여체의 가장 오묘한 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여인의 두 다리를 한껏 벌려 세워 부끄러운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발정난 숫컷처럼 헐떡이며 얼굴을 그 사이로 가져갔다.
“…!”
여인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남에게 보이지 않은 비역에 사내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전율했다. 처녀의 신비지가 드디어 음적의 야욕에 유린당하려는 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
-쉬쉭!
돌연 사내의 등판을 향해 벼락같이 들이닥치는 칼바람이 있었다.
‘헉!’
여체의 향기에 취해 있던 사내는 질겁하여 몸을 옆으로 뒹굴렸다.
“죽어랏!!”
-퍼퍽! 후두둑!
졸지에 당한 기습에 색혼야차는 미처 피하질 못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었다.
“천…천뢰신검(天雷神劍)! 네놈이 어떻게 뇌정천왕 능천휘의 보검을…!”
소년이 휘두르는 보검을 본 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여인을 겁탈하려던 음적(淫敵)! 그 자는 바로 뇌정천왕 능천휘를 암살한 사인의 악적 중 한 명인 색혼야차(色魂夜叉)였던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를 급습하여 여인을 구한 청년은 이현성이었다.
“이얍!”
이현성은 질풍같이 복마구식의 검결을 시전하여 색혼야차를 휩쓸어갔다. 비록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호신강기를 종이장처럼 찢은 검이었으니 색혼야차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틀었다.
“크흑!!”
몸을 뒹굴려 간발의 차이로 피한 색혼야차의 시야로 득달같이 덮쳐오는 현성의 모습이 보였다.
“괜찮아요 아가씨?”
이현성은 색혼야차를 쓰러뜨린 뒤 급히 여인을 돌아보았다. 다음 순간 이현성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발가벗겨진 채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여인의 부끄러운 자태 때문이었다. 지척의 거리인지라 이현성은 여인의 짙은 수풀과 신비한 균열을 그대로 직시하고 말았다. 여인의 그곳은 이현성도 본 적있는 칠색화모나 뇌온려와는 너무도 달랐다. 한 번도 사내를 경험해보지 못한 처녀의 비역인 그곳은 형태와 색조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 그녀들과는 전적으로 틀렸던 것이다.
수줍고 앳되 보이기까지 한 그곳, 이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경이에 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
이현성의 그 집요한 눈길에 여인의 봉목이 수치와 분노로 이지러졌다.
헌데 다음 순간,
“조심해요!”
여인의 입에서 다급한 경호성이 터졌다.
그와 함께 이현성도 등뒤로 들이닥치는 칼날같은 음풍(陰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퍼펑!
“음풍장(陰風掌)! 뒈져라 비겁한 놈!”
대체 누가 누구보고 비겁하다고 하는 건지 독갈과 함께 태산같은 장경이 이현성의 등판에 작렬했다. 색혼야차가 한숨을 돌려 이현성을 급습해온 것이다.
“큭!”
이현성은 등판이 박살나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비틀 물러섰다.
“캇캇! 감히 본좌의 즐거움을… 헉!”
득의의 광소를 터뜨리던 색혼야차는 불신과 회의의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회심의 일장을 맞은 이현성이 죽기는커녕 몇 발자국 휘청이다가 몸을 세운 때문이다. 그 자는 알 리가 없었다. 이현성의 전신이 용정혈지 덕분에 무쇠같이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오냐! 네놈이 금강지체라도 되는지 보자!”
색혼야차는 이를 갈며 이현성에게 재차 덮쳐들려 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케에엑!”
한줄기 연분홍빛 섬광이 허공을 가르며 색혼야차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휘청이며 바닥에 내려서는 그 자의 어깨에 나비장식이 달린 비녀 하나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이현성의 시야로 발가벗겨져 누워 있던 여인이 암기를 던져낸 자세로 상체를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벌…벌써 혈도(穴道)를 풀다니…!”
-피핑!
색혼야차는 여인이 일어나 앉는 것을 보자 전갈에게라도 물린 듯이 펄쩍 뛰어올랐다. 자신의 음풍장이 통하지 않는 이현성에게 그녀마저 합세한다면 이미 상처를 입은 상태로는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는 동굴 밖으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멈춰. 이 개자식아!”
이현성은 이를 갈며 그뒤를 쫓으려 했다.
바로 그 때,
“그만두고 이리 와서 저를 좀 도와줘요!”
다급하게 여인이 부르는 소리에 이현성은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여인은 두 팔로 상체를 버팅긴 자세에서 더 이상은 못 일어나고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상체의 혈도는 풀었으나 하체는 아직도 마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자가… 돌아오기 전에 어서 저의 혈도를 풀어주세요!”
눈 둘 바를 몰라하는 이현성에게 여인이 다급히 재촉했다.
“어…어느 혈도를?”
이현성은 고개를 돌린 채 더듬더듬 물었다. 그러자,
“회… 회음혈(會陰穴)을!”
여인이 얼굴을 도화빛으로 물들이며 말했고 동시에 이현성의 얼굴도 시뻘게졌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 당연 이현성도 뇌온려에게 혈도의 위치를 배웠고, 설사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음혈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었다.
“예의를 따질 때가 아니에요! 어서 그곳을!”
당황하는 이현성에게 여인이 다급히 재촉했다.
“그…그럼 실례를…!”
이현성은 더듬거리며 어림짐작으로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
“…!”
두 사람은 동시에 펄쩍 뛸 듯이 놀랐다. 이현성의 손이 수풀 사이의 아주 보드랍고 야들야들한 균열 속으로 쓱 들어가 버린 때문이다. 물기에 젖은 따뜻한 살점의 감촉에 이현성은 화들짝 놀라 손가락을 빼냈다.
“흐…윽…!”
여인은 부끄러움이 실린 교성을 흘리며 움츠려드는 이현성의 손목을 잡았다. 여인의 손은 너무도 부드러워 마치 뼈가 없는 듯이 느껴졌다.
“제…제가 인도할 테니 소협은 내공력만 불어넣어주세요!”
여인은 부끄러움으로 죽어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이현성의 손가락을 정확히 회음혈에 갖다대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야릇한 감촉을 느끼며 이현성은 살풋 내공을 발휘했다.
다음 순간,
“됐어요!”
여인은 한차례 바르르 몸을 떤 뒤에 매몰차게 이현성의 손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 내었다.
“나가 있어요. 옷을 입어야 하니…!”
“…!”
싸늘해진 여인의 말에 이현성은 급히 동굴 밖으로 뛰쳐 나왔다. 손끝에 느껴졌던 그 야릇한 느낌이 불에 덴 듯이 느껴졌다.
잠시후, 여인은 찢긴 의복을 간신히 여미고 동굴을 걸어나왔다.
-휘르르르!
여인이 밖으로 나오자 주위를 맴돌던 나비들의 떼가 반가이 너울거리며 여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여인의 몸에서 나는 그윽한 꽃향기들이 나비들을 불러 모으는 듯했다.
“…!”
여인은 말없이 이현성을 노려봤다. 이현성은 차마 여인의 얼굴을 마주 볼 엄두가 안나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런 이현성의 순진한 모습에 여인의 옥용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 때문에 이현성에게 노기를 표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내심 얄궂은 운명을 느꼈다. 남녀간의 법도가 지엄한 세상이 아닌가? 은밀한 비역이 아니라 그저 감추어졌던 속살만 보여도 그 상대에게 시집을 가야 하던 시대다. 하물며 이 청년에게 은밀한 곳을 만지게까지 하였으니…! 도리대로라면 그녀는 이 청년에게 출가를 해야만 한다. 색혼야차를 쫓아낸 알 수 없는 무공실력도 맘에 들었다.
“소협의 이름은…?”
“이…이현성이라고 합니다!”
여인의 물음에 이현성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좋은 이름이네요. 저는 사희영(師姬瓔)이라고 해요. 남들은 제게 서시독화(西施毒花)라는 과분한 명호를 붙여주었죠.”
서시독화 사희영. 스물 네 살의 그녀는 본래 호접독모의 제자로 당금 무림의 비슷한 연배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실력이었다. 그러나 호접독모가 죽고 나서는 사문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라 더 이상 무공을 진척시킬 방법이 없어 검후의 유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에 적석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서시독화 사희영의 자기소개를 끝으로 둘 사이에는 잠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결국 다시 말을 꺼낸 것은 사희영이었다.
“소협도 검후의 유물을 노리고 오셨나요?”
“검후? 에. 아뇨 저는 근처의 암자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현성은 검후가 누군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지난 세월 보았던 수많은 무협지를 떠올리자 자연스레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 검후의 유물이 출현했나요?”
“글쎄요. 소문만 들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신주사패천까지 나선 걸로 봐서 막연한 헛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신주사패천
비록 무림의 정세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이현성이었지만 몇 달 동안 그 이름은 여러번 들을 수 있었다. 신주사패천이란 백여년 전 마교와 구파일방의 정사대전이 양패구상으로 끝난 후 현 무림의 패권을 다투는 세력 네곳을 말함이었다.
“……괜찮으시다면 함께 검후의 유물을 찾아보지 않으실래요.”
그녀는 주저주저하다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닥친 급박한 순간에 이현성에게 구함을 받은 그녀는 내심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또한 수많은 고수들이 몰려들면서 점차 용담호혈로 변해가고 있는 적석산에서 여인 혼자 몸으로 다니다가는 언제 또 방금 전과 같은 경우를 당할 지 알 수가 없기도 했다. 따라서 어차피 피붙이 하나 없는 자신이니 이현성이 괜찮은 사내라면 자신을 맡겨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으로 함께 다니면서 이현성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현성은 그때 뇌온려를 떠올렸다. 만약 무림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면 뇌온려를 알아보는 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색혼야차 같은 자들이 더 있다면 그녀가 위험했다.
“저, 안 되나요?”
애처롭게 되묻는 사희영의 모습에 이현성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곳엔 왜 이리 미녀가 많은 걸까.
“그게. 저 안 된 다기 보다는 그러니까….”
이현성이 우유부단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멀리서 엄청난 폭음이 그들에게 까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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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죠?”
둘은 동시에 시선을 주고받았다.
“가봐요!.”
“에, 에엣.”
사희영은 어느새 이현성의 손목을 붙잡고 폭음이 들린 방향으로 경공을 펼쳤다. 이현성은 서늘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감히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이현성으로서는 정말로 종잡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반각도 되지 않아 그들이 도달한 곳에는 이남일녀가 한 여인을 상대로 대치하고 있었다. 이현성은 사희영과 함께 근처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장내를 주시했다.
싸우고 있는 네사람의 면면을 살피던 이현성은 내심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는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현성의 시선이 향한 여인은 도대체 나이를 종잡을 수가 없어 보이는 미부였다. 그녀는 어찌보면 맑고 순진무구한 소녀 같고 어찌 보면 아주 농염 하고 완숙한 여인으로도 보였다. 용모뿐 아니라 몸매도 아주 빼어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풍만함이 더할 수 없이 탐스러웠다. 젖무덤은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툭 터질 듯 탱탱하게 부풀어 있었고, 양지유같이 매끄럽고 팽팽한 복부의 선은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한줌 밖에 되지 않는 잘룩한 허리는 버들가지처럼 나긋나긋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로 탐스럽고 풍만한 둔부와 그 전면의 도독하게 살진 둔덕, 미끈한 허벅지가 한눈에 바라다 보였다.
‘미친 아줌마!’
그녀는 칠색화모였다. 방금 전의 폭음은 과연 그녀가 만들어낸 것이었던 지 그녀 앞에는 한자가 넘는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대치하고 있는 이남 일녀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저들은 마교의 칠색화모와, 현음마부의 음부삼신재에요.]
사희영의 전음이 이현성의 귓가로 전해졌다. 이현성도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전음이란 걸 익히고는 있었다.
[음부삼신재?]
[몰라요?]
[아. 예]
사희영은 장내를 주시하면서도 이현성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음부삼신재는 신주사패천의 하나인 현음마부의 부주 현음노조의 제자로 촉망받는 신예들이었다. 음부삼신재의 이름은 이렇다.
-냉면수라(冷面修羅).
-현음옥룡(玄陰玉龍).
-빙서시(氷西施).
특히, 막내인 빙서시는 청해일미(靑海一美)로 불리는 대단한 미녀였다.
"컥!"
그녀와 대치하고 있던 이남 일녀 중 한 사내가 괴로운 신음성을 토하며 휘청 뒤로 물러섰다. 격전 중에 냉면수라가 어느새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사형!"
다른 두 남녀 현음옥룡과 빙서시가 냉면수라의 모습에 동요한 사이 그 틈을 노리고 칠색화모의 공세가 이어졌다.
"호홋! 끝이다, 애송이들!"
쉬――하악!
칠색화모의 입에서 요악한 교소가 터짐과 함께, 그녀의 섬섬옥수가 전광석화같이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의 가슴을 후려쳐왔다.
퍼퍽! 하는 둔중한 음향이 일며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크악!"
"크…흑!"
대굴대굴 나뒹구는 그들의 가슴에는 놀랍게도 시뻘건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홀로 남은 빙서시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녀의 얼음장같은 얼굴은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용서할 수 없다!"
그녀는 차갑게 외치며 열 손가락으로 맹렬히 나삼여인을 찍어갔다. 그녀의 손 끝에서는 반고형의 검푸른 강기가 폭사되고 있었다. 그 기세는 실로 무서웠다.
그러나, 칠색화모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 하며 요사스러운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홋! 현음강살(玄陰剛殺)인가?"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즉시 몸을 선풍같이 휘둘렀다. 그러자, 혈금광의 노을이 일어나며 빙서시가 발출한 지력은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금속성을 내며 사방으로 튕겨졌다.
빙서시가 발출한 열 가닥의 지력은 엉뚱한 곳으로 튕겨나가며 그대로 주위의 암벽에 작렬했다. 그 순간, 현음강살에 부딪친 암벽에는 놀랍게도 두 자 길이의 얼음기둥이 생겨났다.
그만큼 빙서시가 발출한 현음강살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에 슬쩍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얼어붙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무서운 현음강살을 가볍게 튕겨 버린 칠색화모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 것인가. 과연 마교의 사대흉신. 색혼야차와는 다른 그녀의 무서움이야말로 오금이 저릴 정도라 아니할 수 없었다.
숨을 죽이고 그들의 일전을 지켜보던 이현성은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다. 방금 전 그가 겨루었던 색혼야차는 이처럼 대단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비록 기습이었다고는 해도 겨우 삼사개월동안 익힌 미약한 자신의 검술로 상대를 약간이나마 압도할 수 있었다는 건 왠지 거짓말 같았다.
일격이 실패한 빙서시는 놀라움과 분노로 그녀의 서릿발같은 얼굴이 더욱 더 싸늘한 냉기로 얼어붙었다.
"소녀잔양신공!"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나직한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자신의 현음강살을 튕겨 버린 칠색화모의 수법이 바로 전설상의 소녀잔양신공임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었다.
본래 저 뇌정천왕의 어검술도 막아낸 신공이니 빙서시의 공격을 막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인지도 모른다. 빙서시는 두 눈에 서릿발 같은 한망을 폭사했다. 그녀는 이를 갈며 날카로운 외침을 토해냈다.
"바득! 어디 한번 받아 봐랏!"
그러나 그녀는 포기 하지 않고 손끝에 공력을 배가하여 재차 현음강살을 쏘아보내려 했다.
그러나 칠색화모는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달려드는 빙서시의 태도에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그녀는 팔짱까지 척하니 끼며 태연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호홋! 그럴 여유가 있을까? 일각 이내에 손을 쓰지 않으면 네년의 두 사형은 전신이 한 줌 혈수로 화하고 말 텐데…!"
그녀는 힐끗 눈짓으로 앞을 가리키며 간악한 교소를 지었다.
"…!"
빙서시는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손을 멈추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 칠색화모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당한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은 사시나무 떨 듯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피부는 급격히 시뻘건 핏빛으로 변해가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에 빙서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마공이란 말인가?"
그녀는 곤혹함을 느끼며 아미를 찡그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급히 냉면수라와 현음옥룡을 양 옆구리에 끼었다. 우선은 두 사람을 살리는 것이 급했다.
"오냐! 오늘은 그냥 가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당신의 철면피한 얼굴을 내 손으로 뭉개 버리고 말겠어."
빙서시는 칠색화모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빙심은 이순 간 무서운 살기와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이어 휙! 하며 그녀는 질풍같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녀의 신 형은 벼락같이 북쪽으로 날아 사라져갔다.
놀라운 경공술이었다. 눈깜짝할 순간 빙서시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서시독화 사희영은 빙서시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내심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역시 빙서시가 음부삼신재 중 최강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호호홋! 그럼"
칠색화모는 요염한 교소와 함께 사희영과 이현성이 숨은 방향을 노려봤다.
“나오시는 게 어때요. 쥐새끼마냥 숨어서 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녀는 처음부터 사희영과 이현성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시선을 서로 마주했다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머,어머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칠색화모는 이현성을 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쉽사리 북망산을 떠올리지는 못했다. 그 당시 이현성은 외모 자체보다는 특이한 복장으로 인상을 남겼었기 때문이다.
“여기 있었군. 사매.”
그때 한 줄기 파공음이 들리며 한 사람이 자리에 나타났다. 사희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나타난 것이 색혼야차였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사희영은 뾰족한 비명을 터뜨렸다. 힘겹게 쫓아 보낸 그와 이렇게 금방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아군마저 있으니 이번에는 진짜로 욕을 보게 될 수도 있었다.
“호오, 그러고 보니 건방진 연놈들도 같이 있군.”
색혼야차는 마치 그제야 둘을 발견했다는 듯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호홋, 오라버니가 아는 자들인 가요?”
“감히 네 흥을 깨뜨린 연놈들이지.”
“셋째 오라버니. 이번 일은 교의 대사이니 토색질을 하면 안 된다고 첫째 오라버니가 말씀하셨잖아요.”
“흥. 이 녀석들도 분명 검후의 유물을 노리고 왔을 테니, 제거대상이야. 그러는 김에 재미 좀 보는 건 대형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라고,”
“정말이지. 셋째 오라버니는 항상”
“그리고, 저 놈은 북망산에서 우리를 골탕먹인 놈이 틀림없어!”
“에. 예?”
칠색화모의 시선이 이현성을 아래위로 훑었다. 이현성이 빼든 천뢰신검과 머리에 쓴 두건 속의 그리 길지 않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기억을 재생시키기에 충분했다.
“설마. 이 아이는.”
“사매, 이년 놈들은 네 손으로 처리 해야겠네. 잠깐 저 계집을 막아 줘. 먼저 이놈을 처치할 테니까?”
“예?”
색혼야차의 행동은 칠색화모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너무 급하게 구는 것도 이상했고 아직 애송이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사희영에게서 나는 야릇한 향기와 외모로 그녀의 정체가 서시독화임은 이미 짐작했으나 그녀의 무공은 결코 빙서시 이상은 되지 못할 것이고 그녀가 만났던 얼룩무늬에 벗기기 힘든 바지를 입은 청년은 무공이 없었다.
“내가 너 따위 꼬마가 무서워 도망갔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단지 네녀석이 복마구식을 흉내 내길래 당황했을 뿐이다. 각오해랏!”
색혼야차의 얼굴은 잠시 전을 생각해낸 때문인지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천뢰신검과 복마대구식을 만나고 당황한 상태에서 자신의 음풍장이 통하지는 않는 듯하자 사희영에게 암기 공격을 받자 제대로 생각해 볼 여유도 가지지 못한 채 도망쳐 버렸던 그였지만 상처를 치료하면서 냉정을 되찾았다.
자신의 음풍장은 본래 음유한 기술이니 스치기라도 하면 처음에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음기가 뼛속까지 파고 들어 내공을 좀 먹는 장법이 있다. 또한 이현성의 검식은 분명 형태는 복마구식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뇌정강살같은 파괴력은 전혀 담겨있지 않은 하찮은 공격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힘도 담겨 있지 않은 검이었다면 어찌 자신의 호신강기를 간단하게 찢었겠는가. 그리하여 그가 겨우 떠올린 것은 암살검(暗殺劍)이었다. 그거 하나면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스스로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듯한 어수룩한 모습. 북망산에서 다정관음과 함께 사라진 천뢰신검, 복마구식과 비슷한 형태의 검법,
이 것들로 추측해 볼 때 이현성의 정체는 분명 뇌정검호각에서 키운 암영(暗影)이 분명했다. 아마도 뇌정천왕을 암중에서 호위하다가 일이 잘못되자 다정관음만이라도 데리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리고 뇌정검호각이 무너진 것을 안 후에는 자신들과의 관련성을 파헤치기 위해 자신들을 적석산까지 추적해 온 것이다라고 색혼야차는 생각하고 있었다. 본래 그는 머리는 나쁘고 상상력은 풍부했다. 이제 암살검이라는 정체도 알았고 지금쯤에는 자신의 장력이 이현성의 내부를 헤집고 있을테니 전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앗 받아라!”
차갑고 음유한 장력이 이현성에게 쏟아졌다.
‘난 왜 자꾸 이 인간들이랑 얽히는 거야.’
이현성은 속으로 푸념을 하며 좌로 뛰어 피했다.
“소협!”
“넌 기다려라.”
사희영이 놀라 끼어들려 했으나 칠색화모는 그녀를 제지했다. 사희영은 무공이 칠색화모에 미치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칠색화모는 이현성과 색혼야차의 싸움을 주시하며 생각에 빠졌다.
‘대체 저 아이는 누구란 말인가. ’
“우하하. 건방진 쥐새끼 쉽게 피해낼 수 있을 성 싶으냐. 만마류성(萬魔流星)”
색혼야차의 장력이 수십가닥으로 나뉘어 이현성의 전신의 경락에 쇄도했다. 경험이 부족한 이현성은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고 몸을 옆으로 굴렸다.
“푸헤헤 뇌려타곤이냐.”
이현성은 득의하게 웃어제끼는 색혼야차를 노려보며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어서며 생각했다.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아까도 했는데 지금도 할 수 있어!’
어찌 보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생사결, 비록 군인이었다고 해도 보통의 현대인으로 살아오면서 이런 싸움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색혼야차의 장력이 스칠 때마다 몸 안에서 솟구치는 기이한 내력은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별것도 아닌 놈이! 끝을 내주마.”
다시 한 번 색혼야차의 장력이 아직 방비를 하지 못한 이현성을 향해 쏘아졌다.
“소협 위험해요.”
사희영이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현성은 직선적으로 쏘아지는 장력을 상체를 숙여 피하며 색혼야차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본래 장(掌)과 검(劍)의 대결이라면 검보다는 장의 간격이 짧은 편이라 이현성이 색혼야차의 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것은 자신의 거리를 버리고 오히려 색혼야차에게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격이라 그 행동은 경험부족으로 인한 실수라고도 할 수 있었다.
‘빠, 빠르다!’
그렇지만 웅혼한 내력으로 장풍을 쏘고 있던 색혼야차에게는 적절한 대응이었다. 색혼야차는 당황해서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물러나는 자가 쫓아오는 자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 그 행동으로 인해 적절한 거리가 이루어졌다. 이현성은 뇌정사일의 초식을 펼쳤다. 아니 색혼야차가 보기엔 단순히 위에서 앞을 향해 곧장 내리치는 표두격(豹頭擊)인 듯도 했다.
‘소리도 형태도 없다. 역시 암살검!’
몇 달동안 나름의 요령을 터득하여 허례허식 없는 지극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제멋대로 펼쳐지는 검식은 빛살과도 같은 속도의 움직임과 결합하여 특이한 위력을 만들어 내어 색혼야차를 착각의 늪으로 빠지게 했다.
“으아앗!”
색혼야차는 필사적으로 장력을 발출했다.
"걸리면 골로 간다!"
이현성은 생각이 미처 뇌리에서 떠나기 전에 신형을 아래위로 회전하며 물러났다. 회전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돌고 돌아 하나의 바람이 되어 다시 색혼야차를 덮쳤다. 옆에서 보고 있는 사희영과 칠색화모의 눈에도 은근한 경악이 어렸다.
현 무림의 무공들이 술(術)보다는 기(氣)를 중시하게 된 것은 내력을 이용한 호신강기 때문이다. 충분한 내력이 담겨 있지 않은 공격은 상대에게 닿아도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강한 위력의 무공과 신병이기를 얻기 위해 무림인들은 피땀을 흘렸고 전투는 강기의 대결이 되었으니 내공과 그것을 이끌어내는 초식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이현성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는 자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기운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이현성의 검은 색혼야차의 살을 찢고 뼈를 발라냈다. 검강도 검기도 검풍도 아니었다. 색혼야차는 차가운 강철의 감촉을 옆구리 깊숙이 느꼈다.
“크아아악”
“셋째 오라버니!”
색혼야차가 피를 뿜으며 물러서자 사희영을 견제하고 있던 칠색화모 역시 놀라 부르짖으며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색혼야차의 상세는 그리 좋지 않았다. 엄청난 고통과 출혈로 정신마저 혼미해 지려는 듯 보였다.
“크윽 뼈 속까지 아프다.”
“어떻게 네 녀석이.”
칠색화모는 색혼야차의 상처를 지혈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현성을 노려봤다. 돌연 어디선가 사나운 일갈이 터져나왔다.
"간악한 것들!"
쐐액! 하며 한 자루의 고검이 벼락같이 칠색화모에게 폭사되어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고검이 날아드는 속도는 너무도 기쾌무비하여 도무지 피하고 어찌하고 할 사이조차 없었다.
"어…어검술(御劍術)!"
칠색화모는 두 눈을 휘둥그래 떴다. 급작스런 이 상황에 그녀는 어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다급한 경악성을 발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빙글 돌아섰다. 그녀의 몸 주위로 혈금광이 일었다. 소녀잔양신공을 펼친 것이다.
-터어엉!
철벽을 두드리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더불어, 실로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고검은 소녀잔양신공을 꿰뚫지 못했지만 어검술의 여파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는지 칠색화모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채 괴로운 신음성을 발했다. 강렬한 진동이 일어 그녀의 내부를 뒤흔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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