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숲에서 하나의 날렵한 인영이 질풍같이 날아 내리며 허공으로 튕겨진 고검을 받아들었다. 마치 천상의 선인(仙人)같이 탈속한 기품을 지닌 아름다운 용모의 미청년이었다!
미청년이 날아 내리는 것을 본 칠색화모는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녀는 독기 서린 표정을 지으며 교갈을 터뜨렸다.
"네년은… 북산신검영(北山神劍營)의 계집이구나!"
헌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느닷없이 계집이라니? 설마 남장여인이란 말인가? 청년은 나삼여인이 한눈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자 흠칫하는 기색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검을 고쳐 잡으며 서릿발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마교의 잡배 따위가 무엇을 노리고 이곳으로 왔느냐"
그는 싸늘하게 추궁의 어조로 말하며 나삼여인을 노려보았다. 검결(劍訣)을 지은 설하영의 고검으로부터 서릿발같은 검기가 뻗어나왔다. 재차 어검술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칠색화모는 내심 가슴이 섬뜩해졌다. 그녀는 이미 설하영의 어검술의 공포를 경험한지라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같은 신주사패천의 후계자인데 음부삼신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구나. 저 아이들까지 합세한다면"
그녀는 이현성과 미청년 그리고 사희영을 번갈아 보며 재빨리 생각을 굴렸다. 이현성은 긴장을 풀지 않고 손에 든 천뢰신검을 고쳐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칠색화모는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흥! 정말 박정한 아이로군."
그녀는 몸을 세우며 홱 이현성을 돌아보았다. 방금 전의 충돌 때문인지 그녀의 안색은 백지장같이 희게 변해 있었다.
"…!"
그것을 본 이현성은 멈칫하며 검끝을 내렸다. 창백한 칠색화모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고묘에서의 일을 떠올리곤 미안한 감정을 느낀 것이었다.
칠색화모는 눈치가 빠르고 교활한 여자였다. 그녀가 이현성의 순진한 그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녀의 봉목으로 언뜻 야릇한 광채가 흘렀다.
"호홋! 잡배의 손속이 무정하다 원망치 마라, 어린 계집!"
그녀는 색혼야차를 부축한 채로 한차례 소매를 슬쩍 저었다. 그러자, 빠지직! 하며 그녀의 몸 주위로 시뻘건 핏빛 노을이 벼락같이 번졌다.
그러나 그것은 허초였다. 모두가 멈칫하는 사이, 칠색화모는 색혼야차와 함께 질풍같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아차!"
미청년은 그제서야 흠칫 놀라며 발을 굴렀다. 그러나 이미 늦은 후였다. 그 때는 이미 칠색화모가 까마득히 날아간 후였던 것이다. 멀리서 칠색화모의 음성이 들려왔다.
"기억해 두어라. 다음에 만날 때는 너희들이 나 칠색화모 섭요홍(攝妖紅)에게 베푼 은혜를 그대로 돌려줄 테니까! 호홋!"
칠색화모는 요사스런 교소의 여운을 남기고는 그녀의 모습은 곧 세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교도 검후의 무공을 노리는 것일까? 그럴 리가."
미청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검후의 무공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정사대전 이후 세력이 약해진 그들이 무공 하나 때문에 나설 리는 없었다. 마교에도 수많은 광세절학이 있으니 중요한 것은 비급이 아닌 그것을 익히는 사람의 자질이었다. 그는 칠색화모가 사라진 곳을 주시하며 눈썹을 모았다.
‘역시 그들도 그 걸 노리는 것이겠지.’
이때, 이현성이 검을 집어넣고는 미청년을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위경에서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희영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칠색화모의 뒷모습을 쫓고 있던 미청년은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 렸다. 그는 겸양의 태도로 마주 포권했다.
"별말씀을… 무림동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지요. 그보다 우제는 설영(雪孀)이라 합니다만."
“아. 당신이”
사희영이 놀라 탄성을 질렀다. 옥기린 설영은 신주사패천중 하나인 북산신검영(北山神劍營)의 후계자였다. 달리 북패천(北覇天)이라 불리며 뇌정검호각과 함께 천하이대검파로 꼽히는 천년명가(千年名家)였다. 그들은 검법의 기오 막측함으로 환우일절(還宇一絶)이었다.
설영은 항상 남장을 했지만 그녀가 여인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었다. 그녀의 본명은 설하영으로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여자로 대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별호도 남자 같은 옥기린이었고 이름도 여자같지 않도록 가운데 글자를 빼고 설영이라 자칭하고 다녔다.
사희영은 정신을 추스리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소매는 사희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이현성 소협이구요!"
“아! 서시독화 사소저였구려”
설하영은 남자같은 말투로 인사를 받았지만 이현성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흠. 남장여인이군. 뭐 무협지의 정통 패턴이지. 저 얼굴이 어떻게 남자냐. 좀 못생겼으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속는 사람이 바보 아냐!’
설하영은 맑은 봉목을 빛내며 이현성을 응시했다. 추수같이 서늘하고 깊은 그녀의 눈동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소저의 위명은 많이 들었지만 함께 계신 이형제의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 구려. 형제의 사부님은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오. 색혼야차를 물리친 실력으로 보아 필시 대단한 분이실 것인데."
그녀는 몹시 궁금한 듯 관심을 보이며 이현성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현성의 입에서는 그녀의 기대에 미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때를 대비해 나름의 무협지 말투를 연습했던 그였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소제의 사부님은 오래 전에 세속의 명리를 초월하신 분입니다. 말씀드려도 모를 것입니다."
"그렇소?"
설하영은 적잖이 실망의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 때였다.
"검주(劍主)님!"
다급한 음성과 함께 한 명의 장한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장한의 나이는 삼십 전후 정도 되어 보였는데, 중후한 인상에 검 은 경장을 날렵하게 걸치고 있었다. 그의 어깨너머로는 수술이 달린 장검의 손잡이가 보였다.
이현성은 세 사람 앞에 갑자기 등장한 검수를 바라보았다. 검수 는 뭔가 급한 용무가 있는 듯 초조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검수는 한 무릎을 꿇며 급히 보고했다.
"현음마부(玄陰魔府)의 가주 현음노조(玄陰老祖)가 북서쪽에 나타났습니다. 그자의 현음강살(玄陰剛殺)에 이미 본영의 정영 여러명이 살상당했습니다. 급히 가보셔야겠습니다!"
"현음노조가…!"
설하영은 안색이 일변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일시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사희영도 그 말에 흠칫했다.
"음부삼신재나 옥기린뿐만 아니라 사패천의 총수 중 한 명도 이 적석산에 나타난 것 일까? 검후의 유물이 그만한 가치를 지닌 것인가?"
그녀는 내심 의아함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득 설하영이 서두르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소저! 이형제! 우제는 급히 가볼 곳이 있어 이만 헤어져야겠소."
이현성은 선선히 답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형산(衡山) 근처에 오게 된다면 반드시 북산신검영(北山神劍營)으로 한번 들러 주시오. 그럼."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질풍같이 신형을 날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뒤로 흑의검수도 급히 몸을 날려 사라졌다.
남겨진 두 남녀는 저마다의 생각에 빠졌다.
‘뭔가 얻은 것도 없이. 죽을 뻔 하고. 이런 상황 맘에 안 들어, 역시 수월암으로 돌아가는 게’
‘신주사패천의 수장에, 마교 과연 노리는 것이 검후의 무공뿐인 걸까.’
“관계하기엔 일이 너무 커져버린 것 같네요. 검후의 유물은 포기하는 편이 좋겠어요.”
사희영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이현성 역시 어차피 신외지물에는 목숨을 걸고 싶지 않았다.
“그러죠.”
“근처 암자에서 수련을 하고 계시다고 했죠. 잠시 쉬어갈 수 있을까요?”
“아 예? 예”
뇌온려와 함께 있는 곳에 사희영을 데려가기엔 매우 어색했지만 그다지 거절할 만한 이유도 찾기 어려웠고, 사희영 그녀는 너무 예뻤다. -_-
“그런데 검후가 누구죠?”
“에엣 몰랐어요?”
“예. 원래 무림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둘은 수월암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희영은 이현성에게 칠존오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칠대천존과 오대천후는 무림의 역사가 시작되고 고금을 통틀어 가장 강한 열 두 고수를 일컫는 이름이었다. 칠존오후 중 가장 근래의 인물인 마교의 천마후만 해도 백여년전의 정사대전에서 구파일방의 최고수 열명의 합공을 받고도 버틴 인물이었다. 만약 그녀가 갑자기 실종되지 않았다면 세상은 마교천하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왠지 이현성에게 친밀하게 구는 사희영의 태도 덕분에 둘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사문을 밝히려 하지 않기는 하지만 무공도 뛰어나고 심성도 착하고, 욕심이 많지 않은 것도 나름대로 장점일 수 있으니 내 한 몸 맡겨도…. 어머 나 혼자 무슨 망상을…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이현성의 망상이었다.
“어이 그림 좋은데.”
“이거 우리 같은 홀애비들은 외로워서 살겠나.”
그때 갑작스럽게 두사람의 귓가를 두드리는 목소리. 그 내용들은 뭔가 무협스럽지 않았다.
“누구야!”
이현성이 주위를 둘러보니 석장쯤 떨어진 바위 위에 세 명의 녹포괴인들이 앉아 있었다.
‘저들은!’
사희영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파락호 같은 말투와 바짝 마른 녹포삼인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 단 하나였다.
녹혈삼귀(綠血三鬼), 연수합격(連手合擊)의 달인들로써 세 사람이 일시에 손을 쓰면 지상의 그 누구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마인(魔人)들로 독마갱(毒魔坑)의 삼대교령들이었다.
“이거 참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계집일 세 그려.
“맛있는 게 있으면 당연히 어르신한테 먼저 대접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럼. 그럼.”
[소협. 도망가요!]
녹혈삼귀들이 시답잖은 소리를 지껄이는 동안 사희영은 이현성에게 전음을 보내고 함께 달아나려 했다. 그들이 상대하지 못할 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 뜻대로 될 리 없었다. 녹혈삼귀의 몸이 일순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세 방향을 점하고 이현성과 사희영을 둘러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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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를 아는가? 본래 공간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것은 기 혹은 마나라고 하는 형이상학적인 힘들과는 다른 절대적 평형 상태에 이른 실체적 에너지다. 온수와 냉수를 섞으면 평형점을 찾아 미지근한 물이 되어버리듯이 절대적인 균형 상태에 이른 에너지는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절대적 평형 상태로 공간에 가득 찬 에너지를 학자들은 영점(zero point)에너지라 부른다. 영점에너지는 웬만해선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평온을 깨트리는 것은 바로 신의 영역 ‘엔트로피의 역전’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닫힌 차원일 때의 이야기다. 만약 한 순간이나마 차원이 열린다면 어떻게 될까? 양 차원 간의 에너지의 절대량이 동일하지 않는 한,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그 열린 틈을 타고 에너지의 교류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끼어든 생명체는 백중 백은 그 에너지의 막대한 분류에 치여 흔적도 없이 완벽하게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백의 하나, 천의 하나, 만의 하나, 그 생명이 살아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 생명이 살아남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그 에너지의 흐름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마치 풍선의 안과 밖의 기압 평형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터지지 않는 것처럼, 몸을 그릇으로 삼아 그 분류하는 에너지를 품고 몸 안의 에너지와 밖의 에너지가 평형을 이뤄야만 살아날 수 있다. 그 순간이 비록 수억만분의 일초라 하더라도, 공간을 이루는 에너지를 담게 된 육신을 어찌 평범하다 할 수 있겠는가.
차원이동을 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담았던 이현성의 육체는 생체내 초전도성의 강화로 그의 존재가 양자적으로 바뀌어 버렸다. 인간의 몸이 초전도체로 변화하면 인체 주위에 형성되어 있던 마이스너장(오라)이 강화되며,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도가(道家)에서 양신(陽神)을 이루는 것과 같다.
전위궤도단원자원소로 이루어진 인간은 생명과 의식차원에서 제3종 초전도체가 되어 양자 현상이 거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기의 흐름에 저항도 전혀 없어져서 용정혈지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인 이현성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또한 용정혈지로 인해 생겨난 막대한 내력으로 증폭된 마이스너장은 육체의 외부에서 가해지는 에너지를 밀어내므로 직접적인 타격이 아닌 강기류는 그것에 담긴 힘이 이현성의 잠력보다 강한 힘이 아니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효과는 이현성이 쥔 검에도 해당하여 그의 검은 적의 호신강기를 갈기갈기 찢었다. 색혼야차의 싸움에서 이현성이 이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싸움은 삼대 일 녹혈삼귀와 이현성만의 싸움이 되어 있었다. 사희영은 그들의 십초를 받아내지 못하고 장력을 얻어맞고 쓰러져 있었고, 이현성은 빠른 몸놀림으로 피해냈고 가끔 얻어맞더라도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이 애송이는 괴물인가. 칠성의 녹혈강기에도 전혀 내상을 입은 것 같지 않다니. 게다가 진기도 서리지 않은 검으로 호신강기를 두부처럼 뚫어버리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벌써 수십초가 흘렀다. 녹혈삼귀는 자신들의 연수합격을 이렇게 오랫동안 버텨내는 이는 무림에 출두하고 처음이었다. 마치 팔무제와 싸우고 있는 기분이었다.
[녀석이 이번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면 독을 쓴다.]
한명의 전음에 다른 두 명은 움찔했다. 무림의 대선배인 자신들이 애송이 하나와 수십초를 겨루고도 결판을 내지 못하고 독까지 쓰다니,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살심이 일었다.
"고약한 애송이, 각오해랏!"
녹혈삼귀는 아주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그들이 함께 수련한 삼상섬뢰(參象閃雷)의 절학이 전개되었다. 벼락치는 소리가 나며 땅에 금이 갔다.
"흥, 이 인간들은 모양만 요란하지 실속이 없다니까."
얼마전의 이현성이었다면 두려움에 떨만한 상황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수십초동안 이어진 화려한 공격이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하자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존지로(世尊指路)-!"
"선인해영(仙人解影)-!"
"귀화출묘(鬼火出廟)-!"
세 방향에서 녹혈삼귀 각자의 절기가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할 곳이 없었다. 이현성도 이번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강기류가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은 싸우면서 깨닫고 있었지만 이번 공격은 웬만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심코 최대한의 힘을 짜내어 복마구식의 후삼식 중 하나인 뇌정멸겁파(雷霆滅劫波)의 초식을 펼쳤다. 그의 몸 주위에 수십개의 검의 환영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기운이 담겨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녹혈삼귀가 쏘아낸 강기들은 이현성의 검에 걸려 사방으로 튕겨났다.
이현성은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타격에 부르르 떨었지만 자신이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반격에 나섰다.
“이야압.”
그의 몸이 돌며 선풍(旋風)이 일어났다. 회선강기(廻旋剛氣)가 일어나며 회오리바람에 휘감기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_-) 그의 몸은 회전의 탄력과 함께 녹혈삼귀 일인을 향해 쇄도 했다.
모양만 뇌정자해(雷霆刺海)인 초식이 펼쳐지며 녹혈삼귀 일인의 상체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크아악.”
남은 녹혈삼귀 둘은 깜짝놀랐다 상대가 이토록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인간일 줄 몰랐던 것이다. 사실 녹혈삼귀가 이현성의 공격에 당한 이유는 이현성이 초식명을 외치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했다. 본래 초식의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닌 진언(眞言)의 성격이 강했다. 초식의 이름을 말함으로써 자신의 내력을 끌어내어 삼라만상의 힘에 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현성은 초식 이름을 외치지 않았고 무공의 본래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으나 덕분에 상대보다 반박자는 빨랐다. 이것은 녹혈삼귀들에게는 마치 암습처럼 느껴졌다.
“마왕토혈공(魔王吐血功)!”
분을 참지 못한 다른 녹혈삼귀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입에서 검은 독무를 뿜어냈다.
“젠장!”
피할 곳이 없었다. 이현성은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숨을 멈추고 독무를 가르며 앞으로 뛰어나가 천뢰신검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녹혈삼귀의 입을 꿰뚫고 척수를 끊어버렸다. 뒤편으로 일장쯤 나가떨어지는 녹혈삼귀.
“으으윽. 마귀비행(魔鬼飛行)-!”
혼자 남은 녹혈삼귀는 염두를 굴리다 경공을 펼쳐 달아나려했다. 그러나 이현성은 그의 뒤통수를 향해 천뢰신검을 뿌렸다. 천뢰신검의 날카로운 검날에 그는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과 동체가 분리되어 버렸다.
“난 강간범(强姦犯)이 제일 싫다고..”
첫 살인의 충격이고 뭐고 없이 제자리에 서서 망연하게 중얼거리는 이현성. 한 동안 그렇게 있던 이현성은 뇌 속이 하얗게 변하며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살인자가 되버렸….’
이현성의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일각여의 시간이 흐른 뒤, 사희영이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니 녹혈삼귀의 시체들이 널 부러져 있고 그 사이에 이현성도 쓰러져 있었다.
‘이소협이 해치운 건가. 설마 동귀어진(同歸御眞)!’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이현성에게 다가갔다. 울긋불긋한 수포가 일어나는 이현성의 몸은 그가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살아있어!”
사희영은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어떻게든 그를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희영은 그를 들쳐 업고 빠르게 장내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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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혈삼귀의 시체들이 너부러져 있는 장내에 삼십대 사내가 십수명의 수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그는 옥기린 설하영을 부르러 왔던 그 사내였다. 그의 수하들 역시 북산신검영의 검수들이라 하나 같이 검기가 엄정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녹혈삼귀! 독마갱이 마교의 지원을 나온 것인가..”
“독마갱 따위가 무슨 문제가 된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의 옆에서 조금은 젊은 검사가 의문을 표시했다.
“물론 독마갱의 세력이야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지만 이들 녹혈삼귀는 다르다. 검주(劍主)님도 이들 중 한 명을 겨우 상대하실 정도야. 그런 이들이 이런 곳에서 죽어 있다니.”
“만약 노검주(老劍主)님이라면 쉽게 이기실 수 있지 않을까요?”
젊은 검사의 반문에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녹혈삼귀와 싸운 자는 둘…. 아니 하나는 먼저 당했군? 제대로 싸운 건 단 한명, 그것도 엄청난 고수.”
사내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 옆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계속했다.
“주변에 남겨진 엄청난 초식의 흔적들은 모두 녹혈삼귀의 무공들 뿐. 그들과 싸운 자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단지 흩어진 발자국들 뿐. 대체 어떤 무공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녹혈삼귀를 죽일 수 있단 말이냐. 시체의 흔적을 봐도 중수법(重手法)따위를 쓴 것도 아니고 단순히 검에 베인 상처뿐이야. 녹혈삼귀는 초절정 무공들은 난발했는데 상대는 마치 삼류무사처럼 싸운 것 같으니 이게 말이나 되는 건가. 마치 가지고 논 듯 하구나. 팔무제(八武帝)와 동급 아니 그 이상일지도…. 팔무제 중에 이렇게 싸우는 이는 아무도 없어. 이번 일은 정말 쉽지 않게 되었다. 마교에 현음마부 그리고 독마갱에, 알려지지 않은 팔무제급의 고수, 과연 ‘그것’의 이야기가 얼마나 퍼진 건지 모르겠구나. 서둘러야 한다. 가자!”
사내의 외침에 십수명의 검사들은 처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때 적석산 기슭에 자리한 은밀한 동굴, 퇴락한 덩굴에 덮여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 안에서 한 여인이 흐느끼고 있었다.
"흐윽! 죽으면 안 돼요, 소협!"
그녀는 천하제일미녀(天下第一美女)라 해도 손색이 없는 출중한 미모를 지닌 여인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듯한 하얀 피부에 그린 듯한 눈썹, 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 기품이 엿보이는 도톰한 입술, 조각같은 콧날에 갸름한 턱 선하며, 어느 하나 빠지는 데 없는 미녀였다.
서시독화 사희영!
바로 그녀였다.
사희영이 이현성을 데려온 이 동굴은 본래 그녀가 색혼야차에게 겁탈당할 뻔 했던 곳이었다. 다른 곳을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일단 색혼야차가 패퇴한만큼 이곳을 찾을 이는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다시 온 것이다.
그녀의 무릎 위에는 이현성이 죽은 듯이 안겨 있었다. 지금 그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으며 호흡마저 지극히 미약했다.
그의 몸에는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지만 녹혈삼귀가 뿜은 독무에 의해 중독되어 있었다. 용정혈지의 약효로 인해 거의 백독(百毒)이 불침하는 경지에 이른 이현성이었지만 녹혈삼귀의 독공은 너무나도 지독했다. 만약 기연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얻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녹혈삼귀와의 싸움에서 사희영이 입은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다만 충격이 심해 기절했던 것뿐이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이현성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분명 가지고 있었다.
흡독조화심법(吸毒造化心法)
-바로 그녀가 익힌 심법의 이름이었다.
그것은 무림에 전설로 내려오는 한 가지 해독비결(解毒秘訣)이었다. 이 기이한 무공의 창시자는 만독노조(萬毒老祖)란 인물이었다. 한 때 독문(毒門)의 최강자였던 그에게는 한 명의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부부생활을 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가 독인(毒人)이라는 것이었다. 아내를 사랑해 주는 것은 고사하고 곁에 두 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에 만독노조는 아내에게 한 가지 해독신공(解毒神功)을 전수하여 그 난관을 해소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흡독조화심법이다. 그리고 사희영의 사부인 호접독모가 이 심법의 당대 전수자였던 것이다.
흡독조화심법을 연성하면 몸에서 기이한 꽃향기를 풍기게 되는데 사희영이 몸에서 발하는 향기도 이 심법때문이었다. 흡독조화심법은 세상의 어떤 극독이라도 해독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통의 해독공이나 극양(極陽)의 신공을 익힌 자들은 명문(命門)혈을 통해 내기를 주입하여 상대의 몸 안의 독기를 태워버림으로써 해독을 하게 된다. 그러나 흡독조화심법은 본래 만독노조가 부부생활을 하기 위해 만든 심법이라 그러한 묘용이 불가능했다. 사실 사희영의 무공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도 그 심법의 특성 때문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녀가 흡독조화심법으로 타인의 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 방법이 있을 뿐인데 그것은 음부를 통해 상대의 독기를 흡수하여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녀의 망설임으로 인해 이현성의 상세는 더욱 나빠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가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남자에게 이십여년동안 간직해온 순결을 바치고 싶겠는가.
‘흑, 어떻게 해야 할까.’
사희영이 이현성을 만난 지는 하루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동안 함께 겪은 일들은 그리 흔하다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정조를 잃을 위기에서 구해지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만지게 했으며 쉽지 않은 상대들과 두 차례의 싸움을 함께 했다. 만약 그녀 혼자였더라면 진즉에 산중고혼이 되었을 일들이었다.
그녀는 지난 만남을 반추하며 이현성을 살려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이현성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처음에 자신을 대할 때는 우유부단한 듯한 성격에 순진한 듯 보였지만 싸움에서는 거리낌이 없어보였다. 몸에서 느껴지는 내력은 자신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행동 하나 하나에는 무공을 익힌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별다를 거 없는 무공으로 녹혈삼귀의 합곡을 맞아 대등하게 싸웠다. 결코 외모와 같은 약관의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실력이었다. 어쩌면 반노환동(反老還童)의 고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어. 내가 그를 구해준다면 분명 모른 척 하지는 않겠지.’
그녀는 이미 가슴 깊이 이현성을 담고 있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쉽게 버릴 인연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사희영은 떨리는 손으로 이현성의 옷을 벗겨 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이현성의 옷을 벗겨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가 보는 사람도 없건만 처녀 특유의 수줍음으로 두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이현성의 하의를 조심스럽게 벗겨 내렸다. 건장하고 탄탄한 이현성의 알몸이 이내 그녀의 눈 앞에 드러났다. 생전 처음 보는 사내의 실체였다.
‘이…이게 몸 안에 들어가는 거야…!’
그녀도 잘근 입술을 깨물며 일어나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도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당당하고 균형잡힌 탄력있는 몸매,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드러났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찬 공기와 맞닿은 나신을 떨자 그에 따라 유방이 흔들렸고 그 위에 매달린 분홍빛 작은 돌기 역시 잔 떨림을 보였다. 하얀 살결의 아랫배 밑에는 도톰한 두덩, 그리고 수풀이 있었다. 그리 무성하거나 짙은 음모(陰毛)는 아니었다. 오히려 적은 편에 가까운 거웃이 사희영의 비부를 살짝 감출정도로만 가지런히 솟아 있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건만 사희영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옮겨 자신의 젖가슴과 비부를 가렸지만 그녀의 작은 손으로는 미처 가려지지 않는 가슴,
사희영은 절로 화끈거리는 얼굴의 열기를 느끼며 이현성의 하체(下體)로 시선을 돌렸다. 삐죽삐죽한 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이현성의 큼직한 물건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이것을… 세워야 해!"
비록 처녀의 몸이지만 그녀도 남녀 간의 정사(情事)에 대해서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론과 행위는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가녀린 교구(嬌軀)는 어쩔 수 없는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이현성의 실체를 쥐었다. 그리고는 명주고름 같은 섬섬옥수로 그것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색혼야차에게 범해질 위기에 쳐했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내의 실체를 스스로 만지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사희영이었다. 하지만 더러운 음마(淫魔)가 아니라 순진한 이현성의 몸이라 생각하자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약간은 흥미로운 감정을 품고 만지작거리자, 이현성의 그것은 미미하게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육봉(肉峰)이 기운을 차리는 그 모습에 사희영은 수십초가 수시간처럼 느껴졌다.
"아아... 너무 굉장해! 어머..어머...."
힘찬 맥동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 듯 꿈틀거리는 그것은 그녀를 감동시켰다. 그녀의 두 볼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으며 온몸이 달아올랐다. 흑백(黑白)이 또렷한 두 눈동자가 취한 것처럼 몽롱해졌다.
손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뜨거움과 단단함, 그것의 힘있는 고동(鼓動)이 그녀에게로 전해지고 있었다. 묘한 기분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하게 두근거렸다.
‘난 이 소협을 구해야 하는 데 내가 흥분하면 어떡해. 처음 남자를 접하면서 이렇게 음란하다니’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나긋나긋한 손길로 계속해서 이현성의 육봉을 자극했다. 그런 사희영도 기이한 느낌에 휩싸이고 있었다.
아까부터 너무 자주 말하는 것 같지만 흡독조화심법은 만독노조가 부부생활을 위해 만들어낸 심법이라 산만해지기 쉽거나 심마를 없애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에 따라 사내에게 성의 쾌락을 제공할 수 있는 정신을 갖추게 하는 효력도 있었다.
사희영은 그것도 모르고 이현성을 구하기 위한 준비로 극도로 흡독조화심법을 운용하면서 자신의 흥분을 자신이 음란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희영은 손뿐만 아니라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과 심지어 살짝 살짝 입술까지 동원했다. 그러자 이현성의 순양지물(純陽之物)은 더욱 단단해져서 돌덩이처럼 용틀임을 했다.
사희영은 비로소 이현성의 몸에서 손을 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겁에 질려 이현성의 실체를 바라보았다.
"저… 저게 정말 내 몸에 들어갈까?"
하지만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현성의 하체 위에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았다. 장대한 이현성의 일부가 그녀의 샅을 찌른다.
"이제부터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사희영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외치며 떨리는 손으로 이현성의 실체를 쥐고는 그 위에 주저앉았다. 시대에 어울리는 정조(貞操)관념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순결을 준다는 것은 자신의 지아비로 섬기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본래 색혼야차에게 강간당할 뻔 했던 장소에서 이현성에게 순결을 바치게 되다니, 본래 이 장소는 그녀의 순결을 빼앗는 곳으로 하늘이 점지한 곳인지도 모를 일이다.
쇳덩이 같은 그것의 끝이 몇 번 미끄러지다가 여리디 여린 그녀의 몸을 열고 들어왔다. 이현성의 뜨거움을 느낀 사희영은 바르르 떨면서 힘주어 둔부(臀部)를 내리눌렀다. 순간 그녀는 몸의 깊은 곳이 불로 지져지는 듯한 격통을 느끼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성을 삼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꿰뚫고 들어온 낯선 남자의 살덩이, 사희영의 두려움과 기대는 일순 고통으로 바뀌었고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생살을 찢는 아픔이 밀려왔다. 손가락 하나도 넣어본 적이 없는 좁은 길을 뜨겁게 달구어진 칼이 헤집는 듯한 고통에 그녀는 혼절할 것만 같았다. 그와 함께 한 줄기 선연한 앵혈(鶯血)이 사희영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그 고통을 참아냈다. 그것이 이현성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마침내 그녀는 완전히 이현성의 하체 위에 주저앉았다. 화끈거리는 작렬감이 중심부에서 전해왔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신의 아랫배 속에서 용틀임을 하는 이현성의 실체가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져 그녀를 전율케 했다. 그녀는 고통속에서도 이현성의 위에서 서서히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그녀의 하체가 야릇하게 일렁일 때마다 그곳에서 번져 나온 선혈로 두 사람의 비소가 젖어 들어갔다. 하지만 사희영은 아찔아찔해져오는 정신을 집중하여 흡독조화심법을 운용해 이현성의 내부에 있는 독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현성의 내부에서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기운이 이현성의 혈도를 타고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구결을 운용함에 따라 그녀의 비처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마왕토혈공의 독기뿐만 아니라 그 막대한 잠력도 함께였다. 흘러들어온 내력은 회음혈에서부터 기문, 혈해, 음릉천, 루곡, 삼음교, 상구, 태백, 은백, 귀움, 지오회, 구허, 양교, 양능천, 풍시, 환조의 순으로 돌아 다시 회음으로 돌아와서는 장강, 양관, 명문, 신주, 대추, 강간, 백회, 인당, 인중, 신장, 천돌, 담중, 구미, 중완, 신궐, 기해, 관음혈 순으로 기경팔맥을 막힘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엄청난!’
사희영은 깜짝 놀랐으나 흡독조화심법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 않으면 정조까지 버려가며 이현성을 살리려고 하는 노력이 소용없어 지기 때문이다.
일각의 시간이 흘렀을까 막대한 진기의 흐름 속에는 이미 독기는 한줌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아.”
하체로부터 뿌듯이 차오르는 내기. 사희영은 자신의 무공이 한단계 상승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협 당신은 대체..”
애틋함과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한 숨을 토하던 그녀는 자신의 비동 깊숙이 자리한 이현성의 양물이 꿈틀대는 느낌에 말을 멈추었다. 놀라 정신을 수습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이현성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현성은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녹혈삼귀를 쓰러트리고 고통속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몽롱한 가운데 하체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쾌감과 몸속에서 발버둥 치는 막대한 힘에 의해 정신을 차렸다. 몸 안의 힘은 차츰 가라앉아 갔으나 하체의 쾌감은 조금씩 확연하게 느껴져 그는 노곤함 속에서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는 청초하면서도 완숙한 미녀가 그의 배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사소저!’
정신이 돌아 올수록 사희영의 속살들이 육봉에 착 들러붙어서 황홀하게 조이는 느낌이 확연해졌다.
“왜?”
수많은 의문들이 한 글자로 변해 입 밖으로 토해졌다.
이현성의 시선을 의식하고 얼굴을 홍시처럼 붉힌 사희영은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 거렸다.
“이… 소협을…치…치료 하…려면…”
그녀의 말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 말한마디에 이현성은 나름대로 상황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부분으로 시선을 향했다. 어둠 속이었지만 그의 밝아진 안력은 자신의 하복부에 점점이 보이는 혈흔(血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를 구하기 위해 소저의 순결을!”
왠지 감격에 찬 듯한 이현성의 목소리. 사희영은 더 이상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 이현성의 분신을 자신의 몸 안에서 뽑아내려 했다. 그러나 조금 몸을 일으켰던 그녀는 하반신의 극통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흐윽.”
이현성은 육봉이 마찰되며 빠듯하게 조여 오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까지 된 이상 이현성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참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희영의 허리를 붙잡았다.
“무…무슨!”
“미안해요. 사소저. 하지만 난.”
이현성은 사희영의 허리를 잡아 올렸다 내리며 억지로 그녀의 몸을 일렁이게 했다. 아픔을 느끼는 사희영과는 반대로 부드럽게 휘감고 오물거리는 그녀의 질벽(膣壁)은 이현성에게 강한 쾌감을 주었다.
“하윽!”
그의 하복부에 올라타고 자신의 육봉을 뿌리까지 비부에 머금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음하는 사희영의 모습은 이현성에게 강한 소유욕을 느끼게 했다.
"아하악… 아하아…하아… 아흐으윽…아흑"
상하좌우로 사희영의 허리를 움직이며 쾌감을 느끼는 이현성에 반해 오로지 통증만을 느끼는 사희영은 지독한 아픔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본래 무림인으로 생활하면서 보통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게 견뎌낼 수 있는 그녀였지만 속살 깊숙한 곳이 헤집어지는 듯한 아픔은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아픔을 견뎌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심법을 운용했다.
이것도 흡독조화심법의 묘용인 걸까 사희영의 내부에서도 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 속에 야룻한 쾌감이 서서히 번져 간 것이다. 그녀의 풍만한 하채는 어느덧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이현성의 행위에 동조하고 있었다.
이현성의 우람한 흉기가 하체로 박혀들 때마다 칼로 저미는 듯한 파괴(破壞)의 통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통증은 동시에 야룻한 쾌감을 수반하고 있었다.
"흐윽‥‥‥!"
어느새 사희영은 이현성의 육봉을 몸 안에 받아들인 채 이현성이 억지로 허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게 허리를 돌리고 있었다. 흥분이 고조되며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기이한 열락(熱樂)에 빠져들어 그녀의 엉덩이가 그리는 원은 점점 커져가고 그녀의 신음도 끈적이듯 농후해졌다.
그녀의 비부를 보호하기 위해 슬금슬금 흘러나오던 애액은 어느새 부턴가 허벅지를 타고 흐를 정도로 넘쳐 나왔다. ‘철퍽철퍽’ 하는 끈적한 소리와 두 사람의 뜨거운 호흡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흐윽 대체 내가 왜….”
하체에서 퍼져 나오는 쾌감은 사희영에게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애액으로 질척질척한 그녀의 몸속에서 만들어진 녹아내리는 듯한 열락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니 사희영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몽롱한 황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허리를 위 아래로 빠르게 흔드니 매끈한 살결의 아름답고 풍만한 유방이 부드럽게 물결쳤다.
이현성은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놀라 뒤로 쓰러지려고 하는 사희영을 끌어 안았다. 젖가슴이 두사람 사이에 끼어 이지러지며 뭉클한 감촉이 이현성을 전율케 했다.
그는 바짝 마른 입안을 적셔줄 샘물을 찾았다. 뜨거운 신음을 내쉬고 있는 사희영의 도톰한 입술을 이현성의 입술이 거칠게 덮었다.
“하우웁 움 우움.”
갑작스럽게 숨이 막혀 발버둥치는 그녀의 뒷머리를 끌어안고 엉겁결에 벌어진 그녀의 이빨 사이로 혀를 침입시켰다.
“하우움 우 으”
그 미끈덩한 살덩이는 그녀의 입 안을 마구 헤집고 핥고 빨아대었다. 그 사이에도 그녀의 귀여운 엉덩이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음에도 홍등가의 창녀처럼 능란하고 도발적인 율동을 하고 있었다.
긴 속눈썹을 떨며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사희영은 이윽고 이현성의 혀를 스스럼없이 받아들
이기 시작했다. 이현성은 사희영의 치아의 뒷면에서부터, 입천장, 잇몸, 모든 장소를 핥았다. 그리고 스며 나오는 타액(唾液)을 빨아 들여 꿀꺽 꿀꺽 삼켰다.
“흐으응”
“…… 아으으, 푸하.”
두 사람의 입이 떨어지면서도 잠시 혀만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이 때 사희영의 눈동자는 이미 멍하게 녹아내려 있었다.
그녀의 허리가 본능적으로 기묘한 율동을 하며 따스한 육동(肉洞)이 이현성의 육봉을 뿌리까지 휘어 감고 조여 왔다.
이현성은 혀를 내밀어 그녀의 미간에서부터 콧날을 핥아 내리다가 발갛게 상기된 볼을 따라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음…아… 하윽… 하아악… 아! 아! !"
초점 없는 눈으로 쾌락에 몸을 맡기는 사희영. 어느새 책상다리를 한 이현성의 허리 위에 긴 다리를 휘감고 그녀의 질벽은 뿌리까지 이현성의 분신을 끌어 당겼다. 두 팔로 이현성의 목에 두르고 허리를 일렁일 때마도 치솟은 가슴의 융기는 아래 위로 심하게 흔들렸다.
“아아…히이…너무…너무……좋아…좋아요”
사희영은 헛소리하듯 헐떡이며 열락을 탐한다. 방금 전까지 순결을 지켜왔던 여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음탕한 모습이었다.
이현성이 상체를 기울이며 허리를 들썩이자 이현성의 목에 둘러져 있던 사희영의 손에서 힘이 빠졌는지 그녀의 팔이 스르르 풀러졌다. 뒤로 무너질 뻔한 그녀. 그러나 이현성이 그녀의 등을 받치고 그녀가 스스로 바닥에 양 손을 붙여 체중을 지탱했다. 이현성이 고개를 숙이자 지금까지 껴안고 있어 보이지 않았던 두 사람의 결합부분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사희영의 검은 수풀과 이현성의 음모(陰毛)가 뒤얽히며 붉은 균열 사이를 이현성의 발기한 육봉이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아히, 아, 아……”
사희영은 이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 헐떡이면서 하얀 목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둘이 합쳐진 결합부에서 땀과 애액이 섞인 음란한 액체가, 그녀와 이현성의 움직임에 맞추어, 철퍽철퍽 소릴를 내며 주변으로 튀었다.
“흐응, 아앙…아아”
혀를 내밀고 헐떡이는 사희영의 하얀 목덜미에 이현성이 달라붙으며, 수많은 붉은 자국을 만들었다. 마치 자신의 소유물에 도장을 찍듯 이현성의 흔적이 그녀에게 새겨지고 있었고 그 이상으로 타액이 하얀 피부에 발라졌다.
물론, 그 사이에도 두 사람의 허리가 멈추지는 않았다.
“아아, 흐윽!”
사희영의 풍만한 엉덩이가 그의 하체에 맞부딪혀 일그러지며 살 부딪히는 자극적인 소리가 크게 울릴 때면, 그녀의 긴밀한 육동(肉洞)속에서는 이현성의 육봉이 뿌리까지 뜨겁게 조여지니 짜릿한 쾌감이 그의 전신으로 퍼져간다. 애액으로 질퍽한 사희영의 육동(肉洞) 깊숙한 곳을 드나드는 이현성의 육봉은 애액으로 번들거리며 더욱 성을 내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은 그렇게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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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영은 꿈을 꾸었다. 그것은 자신이 거대한 봉황(鳳凰)에게 안겨있는 꿈이었다.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속에서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를 맞이한 것은 극열한 통증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검은 눈동자.
“깨어났어요?”
상냥한 남자의 목소리. 사희영은 벌거벗은 채로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놀라 정신을 수습하니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하나 둘씩 머릿속에 떠올랐다. 욱신거리는 하체에는 뭔가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함이 느껴졌다.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제가 당신한테 한 일은 반드시 책임질께요.”
이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자신의 몸과 그녀를 일으켰다. 팔 안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사희영은 이현성의 ‘책임진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그것을 바라고 한 행동이지만) 사부가 죽고나서 홀몸이 된 그녀에게 이렇게 부드럽게 말을 건네준 이는 처음이었다.
‘아 이 사람이라서 차라리 다행이야.’
“이…이제 떨어…져 주세요.”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려는 듯 현성을 가볍게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옷가지를 챙기려했다. 욱신거리는 하체의 통증에 그녀가 비틀거리자 현성이 일어나 그녀를 부축했다. 말없이 자신의 하복부를 내려다보는 사희영.
어둠 속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추잡하게 유린된 자신의 비부가 보였다. 그와 함께 사희영은 문득 자신의 질 안에 분출했던 용암(鎔巖) 같은 정액을 떠올리고 새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그것이 몇 번이고 질벽을 때릴 때 그녀는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며 절정에 도달했었다.
잠시 후 둘은 옷을 갖추어 입고 마주 앉았다. 현성은 어색함에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대체 무협지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넘어갔는지를 떠올리기 위해서 그는 열심히 통박을 굴렸다.
먼저 움직인 것은 사희영이었다. 그녀는 멍청하게 있는 이현성에게 절을 했다. 현성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말리려고 하자 그녀는 부끄러움을 참는 듯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비록 부족한 몸이지만 성심성의껏 상공을 섬기겠사옵니다.”
어느새 호칭이 상공이 되어버렸다. 이현성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무협지보면 다 저러더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그렇게 얼렁뚱땅 이현성은 두 번째 여인을 맞이했다.
그리고 둘이 밖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꼴딱 져서 밤이었다. 이현성은 사희영의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제 뭘하죠?”
“상공의 뜻대로 하세요.”
사희영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어차피 사부가 죽고 천하에 그녀와 인연이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럼 암자로 돌아가죠.”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뇌온려를 떠올렸다. 아침에 수련을 나와 하루가 넘어갔으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새로운 여인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니 뇌온려는 정신이 그다지 바르지 않으니 상관없지만 사희영에게 뇌온려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사희영의 손을 잡고 수월암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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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석산에서의 사건이 알려지자 무림은 혼란에 휩싸였다. 현 무림의 패자인 신주사패천 중 두 세력과 마교가 충돌했다는 소문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들을 싸우게 만든 것이 저 오대천후 중 한 사람인 검후의 유물이라 하는 말까지 나돌자 사람들은 과연 그 승자가 누구였는지를 알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뒤이어 터져 나온 소문은 그 싸움의 승자에 관한 것이 아닌 그 검후의 유물에 대해서였다. 검후의 유물 중에는 한 동이의 천궁봉밀액(天宮蜂蜜液)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한 방울만 있어도 초절정고수를 만들 수 있다는 천고의 영약이 한 동이나 있었다니…. 어쩌면 현 무림의 세력판도가 순식간에 뒤바뀔 지도 모르는 일. 중소무림인들은 자신들이 그 급류에 휘말리지 않게 되기만을 바라게 되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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