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6장 무림맹Ⅱ
그날 저녁 지오는 남궁시후의 방문을 받았다.
“형님 안에 계십니까?”
“시후구나 들어오너라.”
이제 12세인 남궁시후는 보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어른스러웠다.
일찍 부모를 여이고 동생을 돌보며 살아서 인가 그 또래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은 남궁시후에게선 느낄 수 없었다.
“그래 무공에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느냐?”
“소제가 부족하여 큰 진전은 없습니다. 요즘 총관아저씨께서 남궁세가의 비전인 패천검을 익히고 있습니다.”
“음... 시아는 무엇을 공부하느냐?”
“시아는 기관 진식에 관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그럭저럭 배우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는 듯 합니다.”
“그래... 내가 너를 부른 것은 네게 무엇을 전해 주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먼저 그 것을 행함에 있어서는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그래서 네 몸을 조사해봐야 손을 이리 줘 보거라.”
지오는 남궁시후의 손을 잡고는 내공을 조금 밀어 넣었다.
그러자 남궁시후는 조금 놀랐으나 손을 빼지는 않았다.
지오는 남궁시후의 내공이 어느 정도 인지 측정을 해 보았다.
나이가 어려 그다지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남궁환웅이 온갖 좋은 약제를 복용시켜 나름대로 쌓여있는 내공이 조금 있었다.
보령마단을 복용시키기 위해선 내공이 반갑자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남궁시후의 내공은 그에 미치지 못해 지오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전에 귀충곡에서 만난 마교 전대 교주 주귀창이 전이대법(轉移大法)을 펼친 것을 기억하고는 그때의 느낌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제대로 전수를 받지 않아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법을 전수받으면서 그 나름대로의 원리를 깨우치고 있었기 때문에 대법을 펼치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을 듯 했다.
“시후야 지금부터 네게 전이대법(轉移大法)을 시행하려고 한단다. 고통이 따를 것이니 너는 잘 참아야 한다 알겠느냐?”
“네 형님. 그런데 전이대법(轉移大法)이란게 무엇이지요?”
“훔... 쉽게 설명하자면 내공을 전수해 주는 것 이란다.”
“아니. 내공을 전수해 줄 수도 있나요?”
“물론 무림에선 실전된 대법이지만 가능 하단다.”
그렇게 말한 지오는 남궁시후를 가부좌를 틀게 하고는 그의 장심에 손을 얹고 조용히 내공을 밀어 넣었다.
먼저 남궁시후의 내공과 충돌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기운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남궁시후가 고통에 몸을 살며시 떨었다. 그러나 남궁시후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잘 참고 있었다.
그런 시후를 보며 지오는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반시진(1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남궁시후의 내공이 반갑자 정도 채워지자 지오는 기운을 거두고는 손을 떼었다.
“잘 참았구나... 많이 힘들었을 텐데.”
“휴... 이정도 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황교 무리들이 세가를 쳐들어 올 때 힘이 없음을 얼마나 탄식했는데요. 어서 힘을 길러 반드시 세가로 돌아 갈 겁니다.”
남궁시후는 그때 당시 정말 자신의 힘이 없음을 원망했다.
어떻게 남궁세가의 사람이 될 수 있었던가. 천운이 따라주어 우연히 마지오를 알게 되었고 더군다나 남궁세가 가주의 손자로 들어 올 수 있었는데 황교 무리들로 하여금 터전을 빼앗겨 남궁시후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
“그런 마음이라면 못할 것이 없겠구나. 이제 네 내공은 반갑자 정도가 된다. 적어도 네 나이또래에선 너보다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후아... 대단해요... 단전에서 힘이 느껴져요.”
“하하...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란다.”
지오의 말에 남궁시후는 의아한 얼굴로 지오를 바라보았다.
지오는 빙긋 웃고는 품속에 고이 간직한 마룡단환 한 알을 꺼내어 남궁시후에게 건넸다.
“그건 마교의 신단 이란다. 소림의 대환단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전혀 떨어지지 않으니 실로 대단한 것이다.”
남궁시후는 마룡단환에 대해선 모르나 소림사의 대환단은 알고 있었다.
무공을 익힌 자에겐 1갑자의 내공을 올려주며 그 환단을 복용하면 일생동안 잔병은 없다할 정도로 대단한 환단 이었다.
그런데 지오가 준 환단이 그 대환단과 똑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니 믿기지 않았다.
소림의 대환단도 소림에 몇 알 없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 자신의 눈앞에 있으니 놀라움은 더 컸다.
“형님... 제게 너무 많은 은혜를... 남궁세가의 양자로 받아 주신 것도 감사한데....”
시후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녀석... 너는 누가 뭐라 해도 내 동생이 아니더냐... 은혜랄 게 뭐가 있느냐... 그저 형이 동생에게 해주는 것을.”
“그래도....”
“어허. 말이 많구나. 어서 그 환단을 복용하고 운기를 시작해라. 알아둘 것은 환단의 기운이 완전히 네 것이 되기 전에는 운기를 멈추지 마라.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운기를 해야 할 것이다.”
“네. 형님 명심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남궁시후는 환단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에서 스스르 녹아 목을 타고 넘어가자 지오는 뒤로 돌아 장심에 손을 얹고 운기를 도와주었다.
시후의 기운이 각 혈을 따라 일주천 하고 다시 이주천을 한 뒤에야 지오는 손을 떼었다.
남궁시후는 고통이 심한지 인상을 찡그리며 계속해서 운기행공을 했다.
그런 시후를 잠시 지켜보던 지오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늦가을의 날씨라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지오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문득 설란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왔다.
그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주무셨네요?”
“아... 제갈 소저 여긴 어쩐 일이오?”
“잠이 안와 잠시 거닐다 보니 이곳이네요.”
그렇게 말하곤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런 제갈 지연의 모습이 설란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맹안에 온통 마공자 얘기들 뿐 인거 아세요?”
“그렇소?”
“그래요. 마청한 대협의 자제분이란 것도 엄청난 화제인데 더군다나 소림 제일 무를 다투는 방무석 대사를 단 몇 초 만에 그 지경을 만들었으니 어찌 야단이지 않겠어요?”
“..................”
“마공자님....”
“말씀하시오.”
“진정 구파일방과 사대세가를 피로 물들이시려 하나요?”
지오는 할 말이 없었다. 제갈 지연의 눈이 촉촉이 젖어 오자 지오는 그녀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아무 말 없이 그저 하늘만 바라보았다.
“마공자님의 한을 알아요. 그래서 저 역시 무척 가슴이 아프답니다. 또한 마공자님의 길을 막지도 못하고요. 그러나 원수는 원수를 낳을 뿐이란 걸 모르세요?”
지오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소저가 어찌 내 심정을 알겠소. 나만 아니었다면 그리 당하시진 않으셨을 것을... 어머님의 그리 죽지는 않으셨을 것을...”
지오는 가슴이 아파왔다.
당시 그 자리에 자신만 없었다면 아버님이 그리 쉽게 당하시진 않았을 것이란 자책이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 때 지오의 뒤에서 제갈 지연이 안아왔다.
지오는 순간 놀랐지만 제갈 지연을 떼어 놓지는 않았다.
“공자님 제가 어찌 공자님의 그 아픈 마음을 알 수 있겠어요. 그러나 공자님이 아픈 만큼 저 역시 그런 공자님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답니다.”
지오는 제갈 지연의 고백을 받으면서 더욱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설란의 모습에 지오는 제갈 지연의 손을 풀고는 그녀에게 돌아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소저 내겐 아직도 시신도 거두지 못한 여인이 있소. 내겐 잊을 수도 잊혀지지도 않는 여인이오.”
“알아요. 언 언니의 얘기 소녀도 알고 있답니다.”
그 말에 지오는 놀라고 말았다.
“어찌 소저가 ...”
“공자님의 일이라면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려고 노력 했답니다.”
지오는 그녀의 말에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지오에 대해 많은걸 사람들에게 물었던 것 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굳이 잊으실 필요 없어요. 그저 공자님의 가슴한쪽에 조그마한 자리만 제게 주세요. 그걸로 전 족하답니다.”
“소저 어찌 나처럼 어찌될지 모르는 사람에게...”
제갈 지연의 손가락 하나가 지오의 입을 막았다.
“그런 말씀 마세요. 공자님은 더없이 좋은 분이세요. 처음 저와 설아 동생을 구해 주실 때도... 또한 청룡단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도와주실 때도 공자님의 가슴은 참으로 따듯한 분이란 걸 느꼈어요.”
“그거야...”
“더 이상 말씀하지 마세요...”
그녀가 뒤꿈치를 들어 지오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지오는 그저 말없이 그녀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처음은 그저 입술만 대고 있던 지오는 그녀의 눈이 떨리며 수줍은 듯 온몸을 가늘게 떨자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혀를 안으로 집어넣어 그녀의 혀를 휘감았다.
제갈 지연은 정신이 몽롱해져 왔다. 처음으로 남자에게 입술을 허락하고 자신의 허리를 조여 오는 강인한 팔에 정신이 아찔해지며 그녀는 필사적으로 지오의 목에 매달려 그의 혀를 받아 들였다.
행복했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
그의 팔에 허리를 맞기고 그의 혀에 자신의 혀를 맞기고 그렇게 시간이 멈추어 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처럼 시간은 멈추지 않고 어느새 지오는 입술을 때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갈 지연은 차마 그의 눈을 마주 하지 못했다.
자신이 마치 발가벗은 양 속속들이 비춰지는 듯 했다.
“아름답구려.”
“...............”
“그녀에게도 소저에게도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오.”
“그런 말씀 마세요... 전 지금 무척 행복해요... 아마 언 언니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지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제갈 지연도 활짝 웃으며 지오의 품에 안겼다.
“어디로 가실 건가요?”
“글쎄... 우선 마교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난 후에 결정할 것이오.”
“혼자 가시겠죠?”
지오는 제갈 지연이 물음에 그저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따라간다고 하면 허락 하지 않으시겠죠?”
“..........”
“그럼 가시기 전에 절 한번 찾아주세요.”
“그리 하겠소.”
“고마워요. 전 이곳 황룡각 이란 곳에 있어요. 꼭 오셔야 되요...”
그렇게 말하곤 제갈 지연은 돌아갔다.
지오는 제갈 지연이 돌아간 자리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날이 훤히 밝아 오고 있었다.
지오는 방에서 기척이 들려오자 남궁시후의 운기가 끝이 난걸 알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마단의 약효를 완전히 흡수했는지...”
그렇게 말하고 지오는 남궁시후의 손을 잡아 기운을 느껴보았다.
마단의 효과는 역시 탁월했다.
불과 몇 시진 만에 내공이 1갑자 반을 상회하고 있었다.
“잘했구나. 마단의 기운을 잘 흡수했구나...”
“다 형님의 덕입니다.”
“내공이 많다 해도 초식이 뒷받침 되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앞으로 수련을 더욱 열심히 하거라.”
“형님 말씀 명심 또 명심 하겠습니다.”
“그래 오늘은 이만 가서 쉬고 나중에 네 무공을 한번 보자꾸나.”
“네. 형님도 수세요.”
지오는 남궁시후를 보네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굳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어떤 자세로든 운기를 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날이 밝자 지오는 무림맹주의 방문을 받았다.
“이른 아침부터 맹주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마공자에게 할 말이 있어 왔다네.”
“무슨 일입니까?”
“실은 어제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이 모여서 마공자의 일을 상의했네.”
“음... 어떤 결정이 나왔는지요?”
“우선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의 결정은 자네와의 비무 일세. 또한 비무 결과에 대해선 절대 승복한다는 조건일세.”
“저 역시 바라던 바 군요.”
무림맹주와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은 지오의 무공이 뛰어 나지만 절대지지 않을 것 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결과에 절대 승복한다는 조건을 건 것이다.
비록 그들이 살수를 전개 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약관의 나이에 무림 경험도 그다지 없는 지오를 상대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었다.
“또한 자네에게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무엇입니까?”
“지금 중원 무림은 황교와 마교의 침범으로 많은 혼란을 격고 있네. 비무 결과에 상관없이 중원 무림의 안녕에 힘써 주게.”
지오는 순간 황교의 소궁주인 달나이가 떠올랐다.
잘못하면 달나이와 검을 겨누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 이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친구를 적으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지오는 이내 결심을 하고 맹주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 역시 중원 무림이 혼란을 격는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림맹 에서 그들을 상대 하는 일은 없을 것 입니다.”
맹주의 안색이 굳어 졌다.
“다만 마교와는 은원이 있으니 그 문제만큼은 저 역시 보고만 있지 않을 것 입니다.”
그제 서야 맹주의 안색이 밝아지며...
“그렇게 해주겠나? 아무튼 고맙네.”
“제게도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 무엇인가? 말해보게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뭐든 들어 주겠네.”
“제갈 세가에선 반드시 제갈 성이 나오게 해 주십시오.”
“음... 그건 그렇게 하겠네... 그럼 비무 날자는 보름 뒤 소림이 있는 하남성의 동봉현 에서 하기로 하겠네. 괜찮겠는가?”
“그렇게 하지요.”
“그럼 그렇게 알고 난 이만 가보겠네.”
“살펴 가십 시요.”
지오는 맹주가 돌아가고 자리에 앉아 부모님을 떠 올렸다.
‘아버님 어머님 드디어 한을 풀어 드릴 수 있겠군요. 마음 같아선 구파일방과 사대세가 전채를 피로 물들이고 싶지만 이쯤에서 마음을 푸세요. 하지만 아버님께 오명을 씌운 마교 만큼은 절대 용서 하지 않겠습니다.’
지오는 마치 부모님이 하늘에서 웃어 주는 것 만 같았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지오는 남궁환웅이 거하는 처소로 갔다.
“어서 오거라. 그래 일찍 맹주가 다녀갔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 더냐?”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에서 저와 비무를 결정 했다고 합니다.”
“음... 자신은 있는 것이냐?”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어제 네 무공을 보니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겠더구나.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일대종사의 위치에 오른 인물들이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 경륜을 무시 할 수 없단다. 조심해야 할 것 이다.”
“네.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 언제 비무를 하기로 했느냐?”
“보름 뒤 소림이 위치한 하남성의 등봉현 에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너를 믿지만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네. 명심 하겠습니다.”
“그래... 그나저나 어제 시후를 불렀다고 하더니 어떻더냐?”
“아직 시후의 무공을 보지는 못 했습니다. 다만 내공을 조금 증진 시켜 주었습니다.”
“아니... 내공을 증신 시켜주다니?”
“사실 제게 아버님이 남겨주신 마교의 환단이 있어 그걸 시후에게 복용 시켰습니다.”
“아니 마교의 환단이라니...”
남궁환웅은 마교의 환단이라고 하기에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네... 보령마단(寶羚魔丹)이란 환단 인데 그 약효가 소림의 대환단과 비슷하여 무공을 익힌 자에겐 내력을 1갑자정도 증진 시켜주고 일반인이 복용하면 평생 잔병이 없는 그런 환단 입니다.”
“아니... 마교 에서도 대환단과 같은 환단이 있었단 말이냐?”
“지금은 마교 에서도 찾아 볼 수 없지요. 아버님께서 마교내에 네 알 남은 환단을 모두 저에게 남겨 주셨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지오는 남아 있던 한 알을 남궁환웅에게 꺼내 주며
“저 역시 한 알 복용하고 한 알은 저 때문에 내공을 잃었던 곽아저씨께 복용시켜 드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한 알입니다. 할아버님께서 복용하세요.”
“아니다. 내가 그걸 복용해야 무엇 하겠느냐. 네가 복용 하거라.”
“아닙니다. 이 환단은 한번의 효과뿐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전 복용을 했으니 더 이상 저에겐 필요 없는 것 이지요.”
“그럼 넣어 두었다가 네가 필요 할 때 사용 하거라.”
극구 사양하는 남궁환웅을 보며 지오는 마음을 돌려 환단을 다시 품에 넣었다.
“그래. 그럼 시후의 내공은 어느 정도 이냐?”
“지금 1갑자 반의 내공이 쌓여 있을 겁니다.”
“아니 그렇게 많은 내공을....”
“보령마단(寶羚魔丹)을 복용하기 위해선 내공이 반갑자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처음 시후의 내공을 보니 그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아 우연히 알게 된 전이대법(轉移大法)을 시후에게 시전을 한 후 복용을 시켰습니다.”
“뭐라고... 전이대법(轉移大法)?”
지오는 귀충곡(鬼蟲谷)에서의 일을 남궁환웅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허허... 실로 커다란 기연을 얻었구나. 내공이 6갑자에 이르다니... 실로 경악할 지경이구나.”
그렇다 육갑자의 내공이라면 360년 동안 내공수련을 꾸준히 해야 이룰 수 있는 경지였다.
소림의 제일승인 현 무림맹주도 5갑자정도의 내공 수위로 알려져 있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무공은 내공이 높다고 하여 무공역시 높은 것 은 아니었다.
일정의 무공경지에 오르면 그때부턴 깨달음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저 내공은 필요한 힘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 일뿐 무공의 높고 낮음과는 일정경지에 오른 이라면 그다지 크게 작용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공이 높다 면 같은 경지의 무공을 사용하는 자들이 겨룬다면 당연 오래 힘을 사용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볼 수 있다.
지오는 내공으로만 본다면 현제 중원무림에선 천하제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궁환웅은 지오와 함께 시후의 무공을 보기 위해 연무장으로 향하였다.
남궁환웅이 시후를 보더니 그 나이에선 보기 힘든 내공을 보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시후의 총명함이 내공을 받침으로 무공증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을 알기 때문 이었다.
시후의 무공은 그 기초가 무척이나 탄탄 하였다.
그 만큼 남궁환웅과 총관이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 이었다.
남궁시후는 명문자제 중 단연 돋보이는 실력을 나타내었다.
아직은 어려 무림에 이름을 알리기는 힘이 들지만 각대 문파에선 눈여겨보는 인물 중 한명이었다.
지오는 시후의 무공을 이것저것 돌봐주고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두워지자 지오는 방을 나와 제갈 지연이 머물고 있는 황룡각(凰龍閣)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지오는 황룡각(凰龍閣)에 도착하여 제갈 지연의 방 앞에서 그녀를 불렀다.
“소저 안에 계시오?”
그러자 안에서 제갈 지연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마공자님 들어오세요.”
지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분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은은한 불빛에 교태롭게 서있는 제갈 지연의 모습이 보이자 지오는 조금 흥분이 되었다.
지오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갈 지연은 몸을 날려 지오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안 오시는 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요.”
“그럴 리가 있겠소. 약속을 하였는데.”
“알아요... 그래도 여인의 마음은 그렇지 않답니다.”
그렇게 말한 제갈 지연이 애교 섞인 눈빛으로 지오를 흘겨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지오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창밖으로 가을의 청명한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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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흑흑... 늦게 일어나서 훈련을 못 갔어요... ㅠㅠ 쩝... 보충 교육받게 생겼네요...흐흐.
그래서 다시 연중이 취소가 됐네요...^^
요번 편에서 조금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시겠네요... 지오와 제갈 지연이 만났는데
아쉽게도 글이 길어져 다음 편으로 넘어 가야 되서요...ㅋㅋ
음... 어찌됐든 야릇한 장면은 다음 편에 기대를 해주시고 드디어 지오의 의중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결국 지오는 무림을 피로 물들이기 보단 각 문파의 수장과 비무를 통해 부모님의
한을 풀어 드리려 하고 있네요.
전에 어떤 분이 지오가 너무 순진하지 않느냔 지적을 해 주셨는데.
사실 제가 봐도 애가 좀 띨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그래도 여자들은 저런 남자를 더욱 좋아 한답니다...^^
과연 보름후의 비무는 어떻게 진행될지 또한 마교와의 대립은 어떤 형태로 흐르게
될지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아참... 그리고 제가 워낙 작명 실력이 떨어져서 혹시 무림에서 사용할 만한 이름을
알고 계신 분은 좀 알려 주세요... 이건 작명으로 시간 다 보네니...ㅡㅡ^
부탁드립니다... 그럼 즐독 하시고 아시죠...전 리플과 추천을 먹고 산답니다...^^
그날 저녁 지오는 남궁시후의 방문을 받았다.
“형님 안에 계십니까?”
“시후구나 들어오너라.”
이제 12세인 남궁시후는 보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어른스러웠다.
일찍 부모를 여이고 동생을 돌보며 살아서 인가 그 또래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은 남궁시후에게선 느낄 수 없었다.
“그래 무공에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느냐?”
“소제가 부족하여 큰 진전은 없습니다. 요즘 총관아저씨께서 남궁세가의 비전인 패천검을 익히고 있습니다.”
“음... 시아는 무엇을 공부하느냐?”
“시아는 기관 진식에 관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그럭저럭 배우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는 듯 합니다.”
“그래... 내가 너를 부른 것은 네게 무엇을 전해 주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먼저 그 것을 행함에 있어서는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그래서 네 몸을 조사해봐야 손을 이리 줘 보거라.”
지오는 남궁시후의 손을 잡고는 내공을 조금 밀어 넣었다.
그러자 남궁시후는 조금 놀랐으나 손을 빼지는 않았다.
지오는 남궁시후의 내공이 어느 정도 인지 측정을 해 보았다.
나이가 어려 그다지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남궁환웅이 온갖 좋은 약제를 복용시켜 나름대로 쌓여있는 내공이 조금 있었다.
보령마단을 복용시키기 위해선 내공이 반갑자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남궁시후의 내공은 그에 미치지 못해 지오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전에 귀충곡에서 만난 마교 전대 교주 주귀창이 전이대법(轉移大法)을 펼친 것을 기억하고는 그때의 느낌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제대로 전수를 받지 않아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법을 전수받으면서 그 나름대로의 원리를 깨우치고 있었기 때문에 대법을 펼치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을 듯 했다.
“시후야 지금부터 네게 전이대법(轉移大法)을 시행하려고 한단다. 고통이 따를 것이니 너는 잘 참아야 한다 알겠느냐?”
“네 형님. 그런데 전이대법(轉移大法)이란게 무엇이지요?”
“훔... 쉽게 설명하자면 내공을 전수해 주는 것 이란다.”
“아니. 내공을 전수해 줄 수도 있나요?”
“물론 무림에선 실전된 대법이지만 가능 하단다.”
그렇게 말한 지오는 남궁시후를 가부좌를 틀게 하고는 그의 장심에 손을 얹고 조용히 내공을 밀어 넣었다.
먼저 남궁시후의 내공과 충돌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기운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남궁시후가 고통에 몸을 살며시 떨었다. 그러나 남궁시후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잘 참고 있었다.
그런 시후를 보며 지오는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반시진(1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남궁시후의 내공이 반갑자 정도 채워지자 지오는 기운을 거두고는 손을 떼었다.
“잘 참았구나... 많이 힘들었을 텐데.”
“휴... 이정도 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황교 무리들이 세가를 쳐들어 올 때 힘이 없음을 얼마나 탄식했는데요. 어서 힘을 길러 반드시 세가로 돌아 갈 겁니다.”
남궁시후는 그때 당시 정말 자신의 힘이 없음을 원망했다.
어떻게 남궁세가의 사람이 될 수 있었던가. 천운이 따라주어 우연히 마지오를 알게 되었고 더군다나 남궁세가 가주의 손자로 들어 올 수 있었는데 황교 무리들로 하여금 터전을 빼앗겨 남궁시후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
“그런 마음이라면 못할 것이 없겠구나. 이제 네 내공은 반갑자 정도가 된다. 적어도 네 나이또래에선 너보다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후아... 대단해요... 단전에서 힘이 느껴져요.”
“하하...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란다.”
지오의 말에 남궁시후는 의아한 얼굴로 지오를 바라보았다.
지오는 빙긋 웃고는 품속에 고이 간직한 마룡단환 한 알을 꺼내어 남궁시후에게 건넸다.
“그건 마교의 신단 이란다. 소림의 대환단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전혀 떨어지지 않으니 실로 대단한 것이다.”
남궁시후는 마룡단환에 대해선 모르나 소림사의 대환단은 알고 있었다.
무공을 익힌 자에겐 1갑자의 내공을 올려주며 그 환단을 복용하면 일생동안 잔병은 없다할 정도로 대단한 환단 이었다.
그런데 지오가 준 환단이 그 대환단과 똑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니 믿기지 않았다.
소림의 대환단도 소림에 몇 알 없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 자신의 눈앞에 있으니 놀라움은 더 컸다.
“형님... 제게 너무 많은 은혜를... 남궁세가의 양자로 받아 주신 것도 감사한데....”
시후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녀석... 너는 누가 뭐라 해도 내 동생이 아니더냐... 은혜랄 게 뭐가 있느냐... 그저 형이 동생에게 해주는 것을.”
“그래도....”
“어허. 말이 많구나. 어서 그 환단을 복용하고 운기를 시작해라. 알아둘 것은 환단의 기운이 완전히 네 것이 되기 전에는 운기를 멈추지 마라.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운기를 해야 할 것이다.”
“네. 형님 명심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남궁시후는 환단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에서 스스르 녹아 목을 타고 넘어가자 지오는 뒤로 돌아 장심에 손을 얹고 운기를 도와주었다.
시후의 기운이 각 혈을 따라 일주천 하고 다시 이주천을 한 뒤에야 지오는 손을 떼었다.
남궁시후는 고통이 심한지 인상을 찡그리며 계속해서 운기행공을 했다.
그런 시후를 잠시 지켜보던 지오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늦가을의 날씨라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지오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문득 설란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왔다.
그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주무셨네요?”
“아... 제갈 소저 여긴 어쩐 일이오?”
“잠이 안와 잠시 거닐다 보니 이곳이네요.”
그렇게 말하곤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런 제갈 지연의 모습이 설란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맹안에 온통 마공자 얘기들 뿐 인거 아세요?”
“그렇소?”
“그래요. 마청한 대협의 자제분이란 것도 엄청난 화제인데 더군다나 소림 제일 무를 다투는 방무석 대사를 단 몇 초 만에 그 지경을 만들었으니 어찌 야단이지 않겠어요?”
“..................”
“마공자님....”
“말씀하시오.”
“진정 구파일방과 사대세가를 피로 물들이시려 하나요?”
지오는 할 말이 없었다. 제갈 지연의 눈이 촉촉이 젖어 오자 지오는 그녀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아무 말 없이 그저 하늘만 바라보았다.
“마공자님의 한을 알아요. 그래서 저 역시 무척 가슴이 아프답니다. 또한 마공자님의 길을 막지도 못하고요. 그러나 원수는 원수를 낳을 뿐이란 걸 모르세요?”
지오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소저가 어찌 내 심정을 알겠소. 나만 아니었다면 그리 당하시진 않으셨을 것을... 어머님의 그리 죽지는 않으셨을 것을...”
지오는 가슴이 아파왔다.
당시 그 자리에 자신만 없었다면 아버님이 그리 쉽게 당하시진 않았을 것이란 자책이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 때 지오의 뒤에서 제갈 지연이 안아왔다.
지오는 순간 놀랐지만 제갈 지연을 떼어 놓지는 않았다.
“공자님 제가 어찌 공자님의 그 아픈 마음을 알 수 있겠어요. 그러나 공자님이 아픈 만큼 저 역시 그런 공자님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답니다.”
지오는 제갈 지연의 고백을 받으면서 더욱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설란의 모습에 지오는 제갈 지연의 손을 풀고는 그녀에게 돌아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소저 내겐 아직도 시신도 거두지 못한 여인이 있소. 내겐 잊을 수도 잊혀지지도 않는 여인이오.”
“알아요. 언 언니의 얘기 소녀도 알고 있답니다.”
그 말에 지오는 놀라고 말았다.
“어찌 소저가 ...”
“공자님의 일이라면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려고 노력 했답니다.”
지오는 그녀의 말에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지오에 대해 많은걸 사람들에게 물었던 것 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굳이 잊으실 필요 없어요. 그저 공자님의 가슴한쪽에 조그마한 자리만 제게 주세요. 그걸로 전 족하답니다.”
“소저 어찌 나처럼 어찌될지 모르는 사람에게...”
제갈 지연의 손가락 하나가 지오의 입을 막았다.
“그런 말씀 마세요. 공자님은 더없이 좋은 분이세요. 처음 저와 설아 동생을 구해 주실 때도... 또한 청룡단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도와주실 때도 공자님의 가슴은 참으로 따듯한 분이란 걸 느꼈어요.”
“그거야...”
“더 이상 말씀하지 마세요...”
그녀가 뒤꿈치를 들어 지오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지오는 그저 말없이 그녀의 입술을 받아 들였다.
처음은 그저 입술만 대고 있던 지오는 그녀의 눈이 떨리며 수줍은 듯 온몸을 가늘게 떨자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혀를 안으로 집어넣어 그녀의 혀를 휘감았다.
제갈 지연은 정신이 몽롱해져 왔다. 처음으로 남자에게 입술을 허락하고 자신의 허리를 조여 오는 강인한 팔에 정신이 아찔해지며 그녀는 필사적으로 지오의 목에 매달려 그의 혀를 받아 들였다.
행복했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
그의 팔에 허리를 맞기고 그의 혀에 자신의 혀를 맞기고 그렇게 시간이 멈추어 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처럼 시간은 멈추지 않고 어느새 지오는 입술을 때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갈 지연은 차마 그의 눈을 마주 하지 못했다.
자신이 마치 발가벗은 양 속속들이 비춰지는 듯 했다.
“아름답구려.”
“...............”
“그녀에게도 소저에게도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오.”
“그런 말씀 마세요... 전 지금 무척 행복해요... 아마 언 언니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지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제갈 지연도 활짝 웃으며 지오의 품에 안겼다.
“어디로 가실 건가요?”
“글쎄... 우선 마교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난 후에 결정할 것이오.”
“혼자 가시겠죠?”
지오는 제갈 지연이 물음에 그저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가 따라간다고 하면 허락 하지 않으시겠죠?”
“..........”
“그럼 가시기 전에 절 한번 찾아주세요.”
“그리 하겠소.”
“고마워요. 전 이곳 황룡각 이란 곳에 있어요. 꼭 오셔야 되요...”
그렇게 말하곤 제갈 지연은 돌아갔다.
지오는 제갈 지연이 돌아간 자리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날이 훤히 밝아 오고 있었다.
지오는 방에서 기척이 들려오자 남궁시후의 운기가 끝이 난걸 알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마단의 약효를 완전히 흡수했는지...”
그렇게 말하고 지오는 남궁시후의 손을 잡아 기운을 느껴보았다.
마단의 효과는 역시 탁월했다.
불과 몇 시진 만에 내공이 1갑자 반을 상회하고 있었다.
“잘했구나. 마단의 기운을 잘 흡수했구나...”
“다 형님의 덕입니다.”
“내공이 많다 해도 초식이 뒷받침 되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앞으로 수련을 더욱 열심히 하거라.”
“형님 말씀 명심 또 명심 하겠습니다.”
“그래 오늘은 이만 가서 쉬고 나중에 네 무공을 한번 보자꾸나.”
“네. 형님도 수세요.”
지오는 남궁시후를 보네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굳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어떤 자세로든 운기를 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날이 밝자 지오는 무림맹주의 방문을 받았다.
“이른 아침부터 맹주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마공자에게 할 말이 있어 왔다네.”
“무슨 일입니까?”
“실은 어제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이 모여서 마공자의 일을 상의했네.”
“음... 어떤 결정이 나왔는지요?”
“우선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의 결정은 자네와의 비무 일세. 또한 비무 결과에 대해선 절대 승복한다는 조건일세.”
“저 역시 바라던 바 군요.”
무림맹주와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수장들은 지오의 무공이 뛰어 나지만 절대지지 않을 것 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결과에 절대 승복한다는 조건을 건 것이다.
비록 그들이 살수를 전개 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약관의 나이에 무림 경험도 그다지 없는 지오를 상대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었다.
“또한 자네에게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무엇입니까?”
“지금 중원 무림은 황교와 마교의 침범으로 많은 혼란을 격고 있네. 비무 결과에 상관없이 중원 무림의 안녕에 힘써 주게.”
지오는 순간 황교의 소궁주인 달나이가 떠올랐다.
잘못하면 달나이와 검을 겨누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 이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친구를 적으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지오는 이내 결심을 하고 맹주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 역시 중원 무림이 혼란을 격는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림맹 에서 그들을 상대 하는 일은 없을 것 입니다.”
맹주의 안색이 굳어 졌다.
“다만 마교와는 은원이 있으니 그 문제만큼은 저 역시 보고만 있지 않을 것 입니다.”
그제 서야 맹주의 안색이 밝아지며...
“그렇게 해주겠나? 아무튼 고맙네.”
“제게도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 무엇인가? 말해보게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뭐든 들어 주겠네.”
“제갈 세가에선 반드시 제갈 성이 나오게 해 주십시오.”
“음... 그건 그렇게 하겠네... 그럼 비무 날자는 보름 뒤 소림이 있는 하남성의 동봉현 에서 하기로 하겠네. 괜찮겠는가?”
“그렇게 하지요.”
“그럼 그렇게 알고 난 이만 가보겠네.”
“살펴 가십 시요.”
지오는 맹주가 돌아가고 자리에 앉아 부모님을 떠 올렸다.
‘아버님 어머님 드디어 한을 풀어 드릴 수 있겠군요. 마음 같아선 구파일방과 사대세가 전채를 피로 물들이고 싶지만 이쯤에서 마음을 푸세요. 하지만 아버님께 오명을 씌운 마교 만큼은 절대 용서 하지 않겠습니다.’
지오는 마치 부모님이 하늘에서 웃어 주는 것 만 같았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지오는 남궁환웅이 거하는 처소로 갔다.
“어서 오거라. 그래 일찍 맹주가 다녀갔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 더냐?”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에서 저와 비무를 결정 했다고 합니다.”
“음... 자신은 있는 것이냐?”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어제 네 무공을 보니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겠더구나.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일대종사의 위치에 오른 인물들이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 경륜을 무시 할 수 없단다. 조심해야 할 것 이다.”
“네.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 언제 비무를 하기로 했느냐?”
“보름 뒤 소림이 위치한 하남성의 등봉현 에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너를 믿지만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네. 명심 하겠습니다.”
“그래... 그나저나 어제 시후를 불렀다고 하더니 어떻더냐?”
“아직 시후의 무공을 보지는 못 했습니다. 다만 내공을 조금 증진 시켜 주었습니다.”
“아니... 내공을 증신 시켜주다니?”
“사실 제게 아버님이 남겨주신 마교의 환단이 있어 그걸 시후에게 복용 시켰습니다.”
“아니 마교의 환단이라니...”
남궁환웅은 마교의 환단이라고 하기에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네... 보령마단(寶羚魔丹)이란 환단 인데 그 약효가 소림의 대환단과 비슷하여 무공을 익힌 자에겐 내력을 1갑자정도 증진 시켜주고 일반인이 복용하면 평생 잔병이 없는 그런 환단 입니다.”
“아니... 마교 에서도 대환단과 같은 환단이 있었단 말이냐?”
“지금은 마교 에서도 찾아 볼 수 없지요. 아버님께서 마교내에 네 알 남은 환단을 모두 저에게 남겨 주셨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지오는 남아 있던 한 알을 남궁환웅에게 꺼내 주며
“저 역시 한 알 복용하고 한 알은 저 때문에 내공을 잃었던 곽아저씨께 복용시켜 드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한 알입니다. 할아버님께서 복용하세요.”
“아니다. 내가 그걸 복용해야 무엇 하겠느냐. 네가 복용 하거라.”
“아닙니다. 이 환단은 한번의 효과뿐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전 복용을 했으니 더 이상 저에겐 필요 없는 것 이지요.”
“그럼 넣어 두었다가 네가 필요 할 때 사용 하거라.”
극구 사양하는 남궁환웅을 보며 지오는 마음을 돌려 환단을 다시 품에 넣었다.
“그래. 그럼 시후의 내공은 어느 정도 이냐?”
“지금 1갑자 반의 내공이 쌓여 있을 겁니다.”
“아니 그렇게 많은 내공을....”
“보령마단(寶羚魔丹)을 복용하기 위해선 내공이 반갑자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처음 시후의 내공을 보니 그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아 우연히 알게 된 전이대법(轉移大法)을 시후에게 시전을 한 후 복용을 시켰습니다.”
“뭐라고... 전이대법(轉移大法)?”
지오는 귀충곡(鬼蟲谷)에서의 일을 남궁환웅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허허... 실로 커다란 기연을 얻었구나. 내공이 6갑자에 이르다니... 실로 경악할 지경이구나.”
그렇다 육갑자의 내공이라면 360년 동안 내공수련을 꾸준히 해야 이룰 수 있는 경지였다.
소림의 제일승인 현 무림맹주도 5갑자정도의 내공 수위로 알려져 있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무공은 내공이 높다고 하여 무공역시 높은 것 은 아니었다.
일정의 무공경지에 오르면 그때부턴 깨달음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저 내공은 필요한 힘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 일뿐 무공의 높고 낮음과는 일정경지에 오른 이라면 그다지 크게 작용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공이 높다 면 같은 경지의 무공을 사용하는 자들이 겨룬다면 당연 오래 힘을 사용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볼 수 있다.
지오는 내공으로만 본다면 현제 중원무림에선 천하제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궁환웅은 지오와 함께 시후의 무공을 보기 위해 연무장으로 향하였다.
남궁환웅이 시후를 보더니 그 나이에선 보기 힘든 내공을 보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시후의 총명함이 내공을 받침으로 무공증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을 알기 때문 이었다.
시후의 무공은 그 기초가 무척이나 탄탄 하였다.
그 만큼 남궁환웅과 총관이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 이었다.
남궁시후는 명문자제 중 단연 돋보이는 실력을 나타내었다.
아직은 어려 무림에 이름을 알리기는 힘이 들지만 각대 문파에선 눈여겨보는 인물 중 한명이었다.
지오는 시후의 무공을 이것저것 돌봐주고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두워지자 지오는 방을 나와 제갈 지연이 머물고 있는 황룡각(凰龍閣)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지오는 황룡각(凰龍閣)에 도착하여 제갈 지연의 방 앞에서 그녀를 불렀다.
“소저 안에 계시오?”
그러자 안에서 제갈 지연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마공자님 들어오세요.”
지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분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은은한 불빛에 교태롭게 서있는 제갈 지연의 모습이 보이자 지오는 조금 흥분이 되었다.
지오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갈 지연은 몸을 날려 지오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안 오시는 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요.”
“그럴 리가 있겠소. 약속을 하였는데.”
“알아요... 그래도 여인의 마음은 그렇지 않답니다.”
그렇게 말한 제갈 지연이 애교 섞인 눈빛으로 지오를 흘겨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지오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창밖으로 가을의 청명한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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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흑흑... 늦게 일어나서 훈련을 못 갔어요... ㅠㅠ 쩝... 보충 교육받게 생겼네요...흐흐.
그래서 다시 연중이 취소가 됐네요...^^
요번 편에서 조금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시겠네요... 지오와 제갈 지연이 만났는데
아쉽게도 글이 길어져 다음 편으로 넘어 가야 되서요...ㅋㅋ
음... 어찌됐든 야릇한 장면은 다음 편에 기대를 해주시고 드디어 지오의 의중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결국 지오는 무림을 피로 물들이기 보단 각 문파의 수장과 비무를 통해 부모님의
한을 풀어 드리려 하고 있네요.
전에 어떤 분이 지오가 너무 순진하지 않느냔 지적을 해 주셨는데.
사실 제가 봐도 애가 좀 띨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그래도 여자들은 저런 남자를 더욱 좋아 한답니다...^^
과연 보름후의 비무는 어떻게 진행될지 또한 마교와의 대립은 어떤 형태로 흐르게
될지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아참... 그리고 제가 워낙 작명 실력이 떨어져서 혹시 무림에서 사용할 만한 이름을
알고 계신 분은 좀 알려 주세요... 이건 작명으로 시간 다 보네니...ㅡㅡ^
부탁드립니다... 그럼 즐독 하시고 아시죠...전 리플과 추천을 먹고 산답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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