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판 2008년 12월 23일 4부 상
전면개정 2010년 2월 21일
우쿄이야기/宇京物語 1券 美少年 5부- 갈등
<그러고 보니 지금 케이는 나이가 정확히 얼마더라?>
<열 일곱, 만으로 열 여섯,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한국나이로는 열 여이죠.>
혁은 새삼스럽게 우쿄의 나이를 물었다. 두사람의 앞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인
한 소녀가 외모나 체격적으로 약간 더 성숙한 초등학생 같은 우쿄와 비슷한 나이라는
게 객관적으로 사실 실감은 안났다. 만으로 16세..... 왠지 좋은 나이지 싶었다.
12세의 꽃은 그럴듯 하다.
그러나 13세는 더욱 짜릿하다.
14세의 꽃은 더더욱 달콤하다.
그리고 그 매력은 15세가 되면 더욱 늘어난다.
16세는 신神의 나이이다.
-스트라톤(?~BC 270년경)-
혁은 언젠가 읽은 그리스 역사를 다룬 서적에서 읽은 글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까 케이의 사촌동생 있잖아. 권 우석군.>
<아, 우석군도 한국나이는 열 여살인데 저보다 딱 반년 늦거든요.>
그러고 잠시 색각하던 우쿄는 앞의 사진의 소녀를 보더니 짐짓 짓궂게 말했다.
<韓國一の女番長はそんなに可愛くないですね.
(한국 제일의 여자 짱은 그렇게 안예쁘네요.)>
다소 신랄한 비아냥을 아주 심드렁하게 말하는 우쿄의 말에 혁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청바지와 얇은 분홍색 스웨터, 스웨터의 깃 위로 단정히 나온 연 하늘색 남방의
칼라가 구두 끈을 맵시 있게 묶은 검은 색의 학생용 구두로 된 맵시 있고 산뜻한
옷차림으로 몸매에 어울려 오히려 기품 있게 느껴지는 우쿄는 심지어 일주일 전에
어머니 -카스미-의 기일忌日이라고 일본에 갔을 때 -한동안 나빴던 시력이 한결
좋아졌다며-평소에 착용하는 안경을 다시 맞추면서 이전의 다소 촌스러운 것 같던
약간 네모난 반 무테 안경에서 완전히 동그란 모양의 무테안경으로 바꿔서 더
예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사뭇 여성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귀엽게 보였다.
혁은 일부러 약간 탈색된 청바지에 흰 색의 후드 티로 세팅한 가벼운 케쥬얼
차림임에도 장신의 호리호리하고 균형잡힌 체격에 청년다운 기백이 넘치는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때문인지 신사적인 위엄과 품격이 전혀 죽지 않았다.
청년과 소년커플(?)은 지나가는 관람객들-여자뿐이 아니라 남자들까지-의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일요일에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은 두 사람은 유관순 열사의 사진 앞에 서 있었다.
일본인 소년에게 국민누님인 유관순양이 졸지에 무슨 칠공주파 두목 취급을
당하고 못생겼다는 소리까지 들으니-솔직히 키만도 170Cm라는 당시에 여자라기에는
엄청난 거구에 외모만으로는 미소녀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인이라면 화를 낼
일이었다.
유관순양이 독립 운동하다가 일제 경찰에게 잡혀서 어린 나이에 상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문까지 당해 순국한 것이지, 비행청소년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그렇게 말했던 우쿄도 할말은 있었다.
재작년에는 일본인인 자신이 비합리적인 이유로 유관순 같은 한국의 호국영령들을
존경하라고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는 않은 게 사실이었다.
독립기념관은 우쿄가 한번 가보고 싶다기에 와본 것이었다.
우쿄는 일본인으로서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입장에서 이렇다 하는
일체의 감정은 완전히 배제하고 전시물을 냉정히 감상하고만 있었다.
자신과 같은 나이에 자기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한 소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어께를 으쓱해 하는 혁을 뒤로 하고 우쿄는 잠자코 유관순에 대한 설명서를
읽어내려갔다.
<享年 18歲............可哀想に....(가엾게도....)>
이 말 한마디로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사망한 [한국의 잔다르크]에 대한 감상을
한 우쿄는 가볍게 손으로 입을 막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혁은 "역시!!"하는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우쿄는 여동생인 수진이나 일본에서의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알고 있던 여자동급생들을 생각하고는 그 소녀들과 같은
나이라는 점을 상기했을 것이었다. 무척 여린 성품의 우쿄에게 그점에 상당히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와서 서울 밖은 처음 나가보네요.>
관람을 마치고 오는 길에 혁의 옆, 보조석에 앉은 우쿄는 고속도로로 차가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말했다.
<그랬니?>
<사실 그럴 여유가 없었거든요. 한국에서 엄마나 아버지가 몇번 계획을 세워주시긴
했지만 번번히 뭐가 어긋나버려서....あ, 仁川空港や果川はソウル外なのか.......
( 아, 인천공항이랑 과천-서울 대공원-은 서울 밖이던가.......)>
혁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우쿄는 서울에서 한 두번 가족들의 계획으로
나들이를 가긴 했지만 아직은 서울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쿄의 감각으로는 수진과
같이 갔던 과천 서울 대공원은 서울인지 서울 밖인지 짐작조차 안가고 있었다.
한국에 온 뒤 우쿄의 생활은 의외로 바뻤다. 매일 학교에 가고 학교에서 수업 틈틈히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혁에게 물어서 배우기도 했는데 혁에게 배우는 것은 한국어나
한국의 역사에 대한 것도 있고 그 외 여러가지도 있었다. 혁은 개인적으로 바쁠
터인데도 주저없이 우쿄의 한국어 교습상대가 되어주었다. -실은 혁은 우쿄와 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우쿄도 내심 마찬가지였다. -
요즘에는 혁의 번역작업을 거드는 조수역할을 해줬다.
언젠가 혁이 의뢰받은 독일어 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을 보고 우쿄가 독일어를
좀 안다며 자원봉사를 자청했던 것이다.
요즘 연달아서 독일어 서적이 혁에게 의뢰가 들어왔는데 독일어 번역 자격증이 있고
실력도 있지만 영어나 일본어, 스페인어와는 달리 독일어는 그다지 자주 번역의뢰가
오는게 아니고 혁도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보니 가끔 막힐 때도 있었다.
좀 아는게 아님은 우쿄가 우석과 독일어로 대화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혁도 알고
있었다.
우쿄는 10살 때 취미로 독일어를 영어보다 앞서서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
과학 연구원인 외삼촌이 독일로 유학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 때문에 과학관련 서적을
독일어로 자주
접하면서 독일어가 아주 유창했고 그걸 또 호기심이 발동한 우쿄가 틈틈히 삼촌에게
배웠던 것이다.
온순하고 소심한 성격과는 달리 호기심은 왕성해서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은 닥치는대로
배우고 파고들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장난감이나 놀이라든가 하는 것은 관심조차 없었다.
애초에 우쿄가 우등생소리를 들을 만큼 공부를 잘 했던 것은 단순히 공부가 재미있는
놀이 같은 감각에서였지, 그걸로 누굴 이기겠다거나 나중에 출세하겠다거나 하는 의식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출세라는 말 자체가 자기와는 안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두번인가 월반越班 했던 이래 그 후에도 몇 번 월반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접었던 것은 애초에 몸이 약해서 무리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점차 다른데도 취미를 붙여서이기도 했다.
독서. 시작詩作, 그림-일러스트 그리기, 피아노나 기타연주, 서예나. 가벼운 목공예소품
만들기, 그리고 컴퓨터 등. 생각해보면 작년의 그 처절한 입시공부는 전혀 우쿄답지
않은 짓이었지만 작년에는 그렇게라도 자학自虐적인 몸부림을 쳐야 할 만큼 정신적인
고통을 심하게 당했던 것이다.
하여튼 우쿄라는 든든한 자원봉사자 덕분에 일이 한결 쉬웠다. 아르바이트 비를
주겠다고 혁이 제안했지만 그냥 혁을 돕고 싶다며 거절했다.
거기에 우쿄의 독일어 실력은 상상이상이었다. 혁이 파악한 우쿄의 어학실력은
가장 중요한 "외국어"인 한국어는 처음에 무척 어눌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요즘들어서
여전히 중간에 일본어가 문장 통째로 들어가고 가끔 막히는 단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점차 한국인의 그것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글은 잘 안쓴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노트에 대부분 한자투성이에 한문으로만 된 서적을 무슨 만화책 읽듯 하는데는
질릴 지경이었다.
반면에 영어는 일단 읽기, 쓰기, 듣기등은 완벽했다. 시험에서도 거의 만점이었다.
문제는 발음이 너무 엉성했다.
미키가 언젠가 하는 말이 Brother를 "부라쟈~"로 발음하는 바람에 한동안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어는 발음조차 완벽에 가까웠던 것이다. 어차피 영어도 글을 읽고
해석하는 일이지, 말을 하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수진은 공부하다가 물어올 때, 우석은 이틀 간격으로 과외를 해줬다.
우석이 우쿄의 집에 올때가 대부분이고 어쩌다 우석의 집에 갈 때는 미진의 눈치를
봐야 했다.
레포트-숙제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시를 쓰거나 일러스트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였다. 일요일에는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작곡을 하기도 하고......
< 그럼 전주는?>
우쿄는 그 순간에 약간 언잖은 표정을 지었다. 혁은 아차 싶었다.
저녁에 우쿄의 집에 도착한 혁은 속으로 자신의 무신경을 자책하면서 다시 우쿄의
표정을 살폈다.
우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혁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재미 있었니?>
<네. 근데 센빠이가 저 때문에 괜히 힘들셨을 까봐 .........>
<그렇지 않았어. 나도 간만에 재미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혁은 우쿄의 입술을 보자 잠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두 주일 전에 혁은 우쿄와 키스를 한 적이 있었다. 혁으로서는 동성同性과는 처음이었다.
근데 그게 전혀 불쾌감이나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어떤 여자와도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先パイ?>
우쿄의 부름에 그때의 느낌이 살아나 잠시 멍해 있던 혁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혁과 우쿄는 석주와 마주쳤다.
<둘이 어디 놀러 갔다 오기라도 했냐?>
<네, 천안의 독립기념관에요.>
<독립기념관에?>
독립기념관은 재작년에 석주가 한번쯤 우쿄를 데리러 가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었다.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세요, 선생님?>
석주의 행색에서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왔음을 안 혁의 질문에 석주는 우쿄에게
잠시 눈길을 주면서 대답했다.
<시골에 갔다 오는 길이다. 온 김에 들어가자.>
<아, 아니 죄송하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음, 그래? 전에 그 재일교포 조교수 말이니? 하긴 너한테 어울리는 아가씨지 싶더라만...>
석주의 활달한 농담에 혁은 우쿄의 짐짓 눈치를 살피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쿄는 혁의 눈길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낮-
<야! 케이京!! 강의 끝났다. 웬일이냐, 너 같은 범생이가? >
석진이 부르는 소리에 우쿄는 정신을 차렸다.
자기가 수업 중에 졸았다는 사실에 아연해 했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따듯해지며 우쿄는 나른함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키도 우쿄가 어디 아픈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퇴실하고 있었다.
돌연 석진이 우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케이. 너 사실대로 토설吐說해. >
<엣? 뭘?!! >
석진의 눈길이 음흉해져 있었다.
<저번에, 내가 준 야동CD에 늦바람 들어서 밤마다 딸 치는 거 아냐? >
< 娘…..を打つ? それが何だ? (딸(여자아이)……을 쳐? 그게 뭔데?) >
우쿄는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표정으로 눈만 껌벅거렸다.
석진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오른 손의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C자 모양을 만든 뒤 사타구니 쪽으로 내려서 앞뒤로 흔드는 시늉을 했다.
<이거 말야. 이거!! >
<엑?!!! >
순간적으로 앞의 단추를 모조리 풀어서 셔츠가 드러난 가쿠란 차림으로 안경을 바로
고쳐 쓰면서 얼굴이 빨개진 우쿄는 얼마 안 가서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팔로 감싸고 웃어대는 우쿄의 모습을 보고 석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석진의 다소 야한 농담은 적당히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같이 멋쩍게 웃으며 강의실을 나와서 다음 강의실로 가기 전에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케타로짱, 이 곡을 정말 네가 쓴 거니? >
음악 동아리 방에서 우쿄에게서 악보를 받은 미나는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쿄가 작곡한 악보는 피아노용 뉴에이지 음악이다.
소현도 옆에서 악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중얼거렸다.
<뭐랄까, 조지 윈스턴이나 Liz Story의 곡들하고 분위기가 비슷하다고나
할지…. >
<실은 돌아가신 아버지-노조무-랑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에요. >
<아, 그래? 하여간 대단하네, >
음악학과인 두 아가씨는 우쿄의 악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쿄가 전공하고 있는 학과는 역사, 철학, 문학 등의 전부 인문계 쪽으로 음악이나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는데도 악보를 보면 음악가로서의 자질이 충분해 보였다.
<한번 연주해 봐줘. >
<넷? >
상당히 용기를 내서 미나에게 보였던 우쿄는 새삼 얼굴이 빨개졌다.
미나와 소현에게 살짝 자랑하고 싶었던 우쿄는 다른 사람 앞에서 처음 하는 자작곡
연주라서 좀 쑥스럽고 창피했다.
선배들의 부추김을 받아서 얼떨결에 피아노 의자에 앉은 우쿄는 심호흡을 하고 피아노의
덮개를 열었다. 동아리안의 다른 팀원들도 우쿄를 주목했다.
이미 우쿄의 -꽤 하는 것 같은-피아노나 기타 연주실력은 다들 알고는 있다 하더라도
일부는 “저런 꼬마가 무슨 작곡을 하겠냐”하는 같잖다는 표정이었다.
미나가 악보 놓는 곳에 악보를 놓으려 하자 우쿄는 필요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악보는 머릿속에 다 있기 때문이다.
은근하고 조용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실내는 우쿄가
연주하는 은은하고 청명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피아노연주 외에는 침묵에
휩싸였다. 다들 상당히 놀란 눈치들이었다.
소현과 미나는 우쿄의 능란하고 농익은 피아노연주에서 왠지 모를 몽환적인 우수憂愁가
느껴져서 뭉클한 기분이 느껴졌다.
연주를 하는 동안 우쿄는 전혀 눈을 뜨지 않았다.
그의 굳게 다문 입가에 흐르는 한 듯 만듯한 은은한 미소는 음악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이윽고 연주가 끝난 뒤에도 다들 침묵에 싸여 있었다.
문에서 박수소리가 들릴 때까지…….
한 명이 치는 박수소리에 다들 정신이 들어서 문 쪽을 보니 회색 후드 티와 청바지로
된 편한 옷차림의 혁이 한쪽 어깨를 문에 기대고 양 다리를 약간 꼬고 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도서관으로 오는 길에 혁은 우쿄의 피아노 연주실력과 자작곡을 칭찬했다.
이미 소현에게 우쿄의 피아노 연주실력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듣긴 처음이었다.
우쿄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피아노는 누구한테 배운 거니? >
<아버지한테요. 틈틈이 기타 연주하는 법이랑 작곡하는 법도 배웠어요. 아, 친 아버지
말고 일본에서 원래 아버지한테요. 고등학교에서 음악선생을 하셨지만 생전에
마니아들에게 유명했던 음악가셨어요. >
우쿄는 자못 자랑스러운 말투였다.
아마 그 일본의 원래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우면서 강렬한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여러 정신세계적인 면에서…….
혁도 노조무의 모습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다. 우쿄가 다이어리의 한 면에 양쪽으로
일본의 부모와 친부모 사진을 각각 한 면에 붙여 놓았던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양쪽의 친 자매인 어머니들은 차치하고 아버지들은 우쿄가 누굴 닮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장의 사진이었다.
물론 원래 혁과 같은 훤칠한 키의 단정한 미남자임에 틀림없지만 현재는 중년의 남자라면
몸에 늘어나야 할 군살을 몽땅 근육으로 갈아치워버린 듯한 강건함에다 억세보이면서도
짧은 헤어스타일의 근엄하고 남자답고 쾌활한 친아버지 석주와는 달리 일본에서의
아버지라는 사오토메 노조무씨는 긴 생머리를 뒤에서 묶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분위기가
농후한 겉으로는 20대 초반의 무척 아름다운 미남자였는데 그 모습이 사망직전인 30대
후반이라는 것이다.
단지 우쿄와는 달리 상당히 키가 커 보이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지만…….
다소 차갑고 무표정하면서도 부드러운 신비스런 분위기가 우쿄와 닮아 있었던 것이다.
우쿄는 혁과 같이 도서관에서 혁의 번역작업을 거들었다. 원래는 우쿄가 혁의 집을
방문해서 돕기 일쑤지만 오늘은 마무리 단계여서 도서관에서 같이 끝내기로 한 것이다.
이제 두 달이 되는 동안 우쿄는 지금껏 혁을 친 형처럼 잘 따랐고 혁도 우쿄에 대한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고 친동생처럼 귀여워해주고 가르쳐왔다. 그 관계에 약간의
변화를 주게 된 계기가 바로 2주週 전에 혁과 우쿄가 학교주변을 출몰하던 파렴치한을
때려잡고 처음으로 키스를 한 날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저 장난성의 일회성 사건이었고 처음에 두 사람은 별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뒤부터 우쿄의 태도가 다소 달라져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잘 따르는 건
여전하지만 미묘하게 혁의 시선을 피하려 들고 눈만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져 있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뭔가 민망해하는 표정이고 원래 수줍음을 잘 타는 건 알지만 이제 서로
친해지고 했으니 좀 덜해졌다 싶었는데 최근 오히려 정도가 더 심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가늘고 크지 않은 목소리도 약간 작아지고 약간 콧소리가 들어가 있었다.
우쿄의 이런 모습이 혁으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마치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어떻게 사랑고백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켜서
혁을 내심 흥분시키고 있음은 분명했고 그래서 더 당혹스러웠다.
< 케이, 너 요즘 좀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니? >
<엣? >
우쿄는 놀란 토끼 눈으로 혁을 응시하다가 곧바로 책으로 시선을 내리깔며
얼굴이 빨개졌다.
< 일은 요….. 요즘처럼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는데요. >
<아. 그거 다행이구나. 근데 미키씨도 요즘 좀 멍해 한다 길래…. >
<…….. 춘곤증春困症 때문인가 봐요….. >
우쿄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어 보였다.
<피곤하거나 하면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어, 그게 오히려 능률을 떨어트리는 수가 있으니까.
그럴 때는 좀 쉬거나 짬짬이 낮잠 같은 걸 자 두는 게 좋아. 뭐, 입시 때처럼 죽자 살자 하고 할 이유도 없잖아? >
책을 덮으며 혁은 자상한 미소를 지어줬다.
도서관을 나오며 혁이 생각난 듯 우쿄에게 말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나랑 같이 놀러 갈래? >
<예, 놀러요?>
<응, 언젠가 천안에 있다는 독립기념관에 가보고 싶다고 했잖아?>
실제로 언젠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긴 했다.
근데 상당히 먼거리고 아직 서울 밖으로 나간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아직 한국의 지리에
익숙한 것도 아니었고 거기다 근교 장거리 전철망이 발달되어 있는 일본의 도쿄와는 달리
서울은 아직 천안까지 전철이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주> 현재는 2003년임. KTX도 개통이 안됐음.)
그러니 아직은 계획상이었다. 혁은 옆에서 그걸 들었던 것이다.
<でもそれは後に韓國が慣れれば行って見るつもりでそれに先輩も.........(하지만 그거야 나중에
한국이 익숙해지면 가 볼 생각이고 거기다 센빠이도.........)>
<독립기념관이 아니어도 한국에 볼 곳은 많아. 그리고 너무 서울에 있는 것 보다는 자주
여행을 다녀보면서 익숙해 지는 게 더 좋아. 그리고 나, 내일 한가하거든. 미키씨랑
데이트라도 할까했더니 그 누님은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혁의 표정이 다소 능글맞아져 있었다.
<제가 대타인가요?>
우쿄의 표정이 살짝 앵돌아져 있었다.
<말하자면....>
혁은 일부러 짓궂게 말한 뒤 우쿄의 손을 잡고 걸었다. 우쿄는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는
혁의 손길이 좋다고 느꼈다.
<내 일을 도와준 보답이라고 생각해 둬.
아, 그리고 말야. 케이도 기억하겠지만 나와 영진이 형이 옛날에 케이의 아버지의
제자였거든. 그때 동창들이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언제쯤 가능한지 좀
여쭈어 줄 수 있겠니? >
실제로 영진은 치한사건이 일어나고 바로 얼마 뒤에 혁과 함께 석주의 집을 방문해
인사를 드렸다. 이번에는 동창들과 연락이 닿아서였다.
<네, 물어보겠습니다. 근데…… >
< 조심해야지,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
원래 친부모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교과서에서 배운 것밖에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일본인 특유의-편견이 적었던
우쿄로서는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친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게
없었고 고의로 숨긴 적이 없었다.
전주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고 그냥 말할 기회나 이유가 없었고 설명을 하기 번잡煩雜해서
-그냥 한국의 이모 댁에 홈스테이로 신세지고 있다는 정도 이상은-
밝힌 적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아들은 일본인日本人인데 친 아버지가 한국인韓國人이라는 사실이 잘못
알려진다면 학교에서 우쿄의 정체성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고 괜한 오해가 불거질
수 있어서 유학생활 자체에 지장을 줄 공산이 컸다.
처음에 우쿄는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한두 명씩은 우쿄가 일본인이라며 찌질대는 판국에 내막도
모르면서 딴지를 걸고 시비를 걸 어줍잖은 애국심만 가득 찬 저능低能한 찌질이들이
꼬일 것이었다. 어느 곳에서든 사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남의 입장 같은 것은
편리하게 무시한 채 어줍잖은 애국론이나 도덕론이나 정의나 신념 등을 내세워서 자기가
정의의 사자인 양 으스대고 사람을 깔아뭉개고 우위를 점하려는 데서 쾌감을 얻으려는
용렬庸劣하고 속 검은 위선자僞善者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쿄는 일본에서가 아니라 바로 전주의 친척들이라는 사람들 일로 그걸 뼈저리게
깨달았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사람에게 그렇게 혹독하게 상처를 받아보긴 그때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예. 그런데 그게 아니라 몇 사람이 오시는지…… >
<응? 아! 그런 거였군. 한 대여섯 명쯤? >
<네에……. >
혁의 한 손이 우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쿄를 와락 껴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가면 갈수록 이 작고 귀여운 소년이 같은 남자로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우쿄는 조금씩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처음의 어두운 분위기도
많이 없어졌고 밝고 생기 넘치는 발랄한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어서 보면 볼수록 귀엽게
느껴졌다.
혁은 이제 우쿄를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보고 싶어져 미칠 지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최근의 혁의 밤 생활에서도 여파가 미치고 있었다.
2달 여전에 미키와 처음 재회한 후에 둘이 사흘 간격으로 성 관계를 했었다.
그런데 최근 2주 사이에 미키와의 성관계가 격감했다.
어이없게도 그 뒤로는 혁이 거의 수음으로 성욕을 해소하고 있었다.
애인이나 연인은 아니어도 성관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여자가 있다면 자위 따위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된 것은 미키도 요즘 이런저런 일도 바빠서 밤에 혁과 같이 있을 시간도 없기도
했지만 우쿄가 계속 혁의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고 있었던 탓이었다.
여자에게도 이 정도로 푹 빠진 적이 없던 혁이어서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두 달 동안 우쿄를 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 보건대 단순히 마음에 드는 후배에
대한 감정이 아니었다. 어처구니 없지만 우쿄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전제하에서나
나올듯한 감정이어서 어이도 없고 화도 났지만 이건 우쿄의 잘못이 아니어서 공정하게
속으로 자신을 질타하면서 우쿄에게 감정에 제동장치를 걸고 일단 그냥 선배로서
대하고는 있었다. 2주 전의 키스는 예외로 하고서 말이다.
그렇더라도 여타 후배들 중에 우쿄에 대한 혁의 배려 등이 각별한 것이어서
학교에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요컨대 지나치게 귀여워한다는 것이다.
우쿄는 혁에게 여러 가지로 고마움을 느꼈다.
영진이 처음 만났을 때 한 농담-우쿄가 혁의 아들 아니었냐는- 이 아니어도 혁이
돌아가신 아버지인 노조무와 여러모로 동일시同一視하게 되었다.
노조무는 사뭇 중성적이고 여성적인 반면에 혁은 다소 남성적인 면이 강하지만 공통점이
많았다.
둘다 미남자이고 온화하고 섬세하고 자상한 면등…….
그 생각을 했다가 2주 전의 키스사건때문에 민망하게 느껴져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가는 도중에 우연히 공중목욕탕을 맞닥뜨렸다.
혁은 잠시 생각하다 우쿄에게 손가락으로 거길 가리켰다.
<혹시 공중 목욕탕 간 적이 있니? >
<…..아 센토錢湯…… 어렸을 때 빠빠-노조무-를 따라……. >
<한국에서는 가본 적이 없지? 같이 가볼래? >
<에? >
우쿄는 망설여졌다. 자신의 벗은 몸을 혁에게 보이려니 창피스러웠다.
더구나 12살 때 공중목욕탕에서 또 성추행을 당한 경험 때문에 가기가 망설여졌다.
혁은 우쿄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고 곤란해 하는 구나 싶었다.
<아니, 뭐 싫으면…… >
< い. いや行きましょう!! (아, 아니 가요!! >
우쿄가 먼저 목욕탕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결국 목욕탕에 같이 들어갔다.
공중목욕탕 같은 데서 같이 벌거벗고 목욕하는 것도 선 후배간에 격의를 없애고 정을
돈독히 하는 방법이다.
우쿄는 -일본인들이 원래 그런다지만- 아무리 친해도 너무 예의에 안 벗어나려고
조심스러워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게 한편으로는 마음에 들면서도 좀 섭섭한
점이었다. 거기다 실은 혁이 의도한 바가 있었다.
우쿄가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결국 남자이다. 같은 남자인 우쿄의 나체를 보고 그가
남자라는 걸 확실히 인식하게 되면 자신의 이상욕구도 잦아들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였다.
<한국의 센토는 반다이番臺-계산대-가 밖에 있네요? >
<반다이? , 아 그렇지. >
혁은 계산을 하고 우쿄와 남탕에 들어섰다.
그리고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 순간에 자신의 계산이 빗나가고 있음을 느껴야 했다.
혁은 자기 옷을 벗으면서 우쿄의 탈의 모습을 우쿄가 눈치 못 채게 곁눈질로 훔쳐봤다.
상의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 셔츠를 벗는 순간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제길!! )
몸매가 가냘픈데 체중도 지나치게 가벼워서 상당히 말랐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에
안았을 때 느낀 것이지만 의외로 도톰하고 부드러운 살집으로 뼈대를 미끈하게 감싸고
있어서 늑골을 드러낸다거나 하지 않았다. 피부 자체가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의
피부였다. 거기다 허리가 상당히 잘록해서 가냘픈데다 또 볼륨이 있는데에는
혁은 할 말을 잃었다.
(사오토메 우쿄군!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니? …………그래도 다리에 털은 나 있을
거야. 분명히!! )
그러나 그것도 우쿄가 바지를 벗는 순간에 기대를 져버리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상황이 더 심각했다. 남자 다리가 이럴 수가 있을 까 싶었다. 그래도 남자애인데
근육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도 철저히 빗나가고 말았다.
결국 우쿄가 속옷만 남기고 완전히 벗었을 때 혁은 하체에 피가 몰려서 가벼운 빈혈까지
느껴야 했다.
우쿄가 입고 있는 속옷은 어떤 무늬도 없는 하얀색 브리프였다.
가는 허리에 여자였다면 초미니스커트가 어울릴 것 같은 예쁜 다리 사이에 입혀져 있어서
마치 -여성용- 팬티를 연상시켰다.
우쿄의 몸매는 10살 밑의 날씬한 아동兒童, 또는 가슴이 빈약한 어린 소녀의 몸매여서
사실상 여자의 나체를 대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니, 뒷태로는 여지없는 여자의 몸매였다
근처의 남자들까지 당황해 하든가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우쿄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좀 떨어진 곳의 아저씨는 노골적으로 우쿄를 마치 백숙으로 삶아놓은 영계
-鷄라도 보는 듯 군침까지 삼키고 있었다.
얼굴이 벌개져서 트렁크에 텐트까지 치고 있었다.
혁은 우쿄를 데리고 공중목욕탕에 들어온 것이 후회스러워지고 있었다.
<케이, 너 혹시 다리에 면도하니? >
<아니요. 털이 없는 게 이상한가요? >
털 하나 없는 우쿄의 다리에는 상처하나 없었고 더욱이 털을 밀어낸 흔적도 없었다.
어쩌다 만난 여자들 중에도 종종 다리에 털이 난 여자가 있더라 만…………
안 그래도 얼굴에 면도를 한 흔적도 없는데 여자같이 매끈했던 우쿄였다.
<아니, 예쁜데, 네 또래의 남자라면 다리에 털 정도는 나 있어야 하지 않나 해서…… >
우쿄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쪽 볼을 부풀렸다.
이미 석진을 통해 우쿄의 콤플렉스를 알고 있어서 미안했지만 안경까지 벗은 터라
골이 난 표정이 남자친구에게 토라진 소녀 같아서 귀여웠다.
(돌겠군!!! 남자애가 이 무슨…….. 하지만 속옷을 벗으면…… )
그런데 우쿄가 속옷을 벗는 걸 망설였다. 이미 다른 남자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였다.
마침 우쿄의 바로 옆이 타올 비치대備置臺였다.
우쿄는 큼직한 타올을 집어 하체에 감싼 뒤 속옷을 벗었다.
오히려 -스커트 안으로 팬티를 벗는 여자의 야한 자태를 연상시켜서-그게 더 야릇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혁도 다 벗은 뒤 타올을 걸쳤다.
우쿄 때문에 발기된 음경을 우쿄에게 보일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혁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을 한 기분이었다.
<자, 들어갈까? >
<はいっ!!! >
그 순간에 아까 우쿄를 군침을 삼키며 보던 40대 남자가 코를 싸 쥐며
홀의 한 가운데로 달려가 티슈를 한 움큼 뽑았다 코를 싸 쥐던 양 손과 얼굴에 새 뻘건
피를 잔뜩 묻힌 채로…….
혁은 어이가 없었다.
가끔 일본만화 같은 데 남자가 성적으로 흥분해서 코피를 쏟는 장면이 나오던데
저 아저씨가 우쿄를 보고 그랬던 것인가?
욕장에 들어서자마자 우쿄는 샤워기로 몸을 적신 뒤 비누칠을 했다.
혁은 탕에서 몸의 때를 불린 뒤 밖에서 씻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씻지 않고
들어가면 탕이 더러워져서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기 때문에 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혁은 우쿄가 하는 대로 같이 몸부터 씻었다.
샤워기에 서서 씻는 중에 우쿄가 비누를 떨어뜨렸고 우쿄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혀
비누를 주웠다.
타올에 감싸여 있는 엉덩이의 윤곽을 본 순간 혁은 숨이 멎을 것 같은 흥분에 휩싸였다.
우쿄는 비누를 집어서 바로 섰다가 혁의 멍한 모습에 의아했다.
<센빠이, 괜찮으세요? >
<어? 응…….>
우쿄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제법 근육이 붙은 혁의 마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몸을 보고 내심 감탄했다. 치한사건때 혁을 오나펫으로 삼아 오나니를 했을
때에 상상했을 대보다 더 멋있었다.
<센빠이는 정말 몸매가 멋있어요. >
<그, 그래? >
진난만하게 웃는 모습 때문에 혁은 심장이 뭔가 뾰족한 것에 쿡쿡 쑤셔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우쿄의 가냘프고 야들야들한 나체가 혁을, 아니 욕장 안의 다른 남자들까지 색다르게
흥분시키고 있음도 엄연한 사실이었다.
순간 혁과 우쿄의 허리에 감싸여 있던 타올이 샤워기의 물에 씻겨지듯 흘러내려서 이제는
하체까지 완전히 노출되었다.
혁은 완전히 발기한 성기를 소년의 눈 앞에 보이게 되어서 당황했고
우쿄는 좀 당황했다가 혁의 음경을 보고 순간적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すごい!!(대단해!!!) >
<풋!!, 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
혁이 실소를 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반문하자 우쿄도 금새 얼굴이 빨개져서 얼굴을
거울로 돌려버렸다.
이내 둘은 -우쿄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혁의 음경은 성인남성의 강건함과 카리스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혁도 우쿄의 성기에 눈이 갔다. 발기가 안된 우쿄의 성기는 크기만 클 뿐이고
그냥 어린아이의 고추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음모는 아직 나지도 않아서 마치 초등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원래 남자가 같은 남자의 성기를 본다고 흥분할 이유가 없는데, 이상하게 우쿄의 것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느껴졌다.
우쿄는 혁의 시선을 의식하고 양 손으로 가랑이를 가리며 멋쩍게 웃었다.
혁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너, 아직 고래 안 잡았나 보구나? >
<네? 고래요? 제가 어부漁夫도 아닌데 웬 고래를……. >
혁은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애초에 우스갯소리를 잘 못하는 우쿄가 어쩌다 하는 일본식
농담을 이해 못할 때가 있는 혁이었다.
우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쿄는 잠깐 생각하다 둘레를 둘러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 사람들은 좀 이상해요. 왜 그걸 다 벗겨냈어요? >
<응, 뭘? >
우쿄는 장난스럽게 자신의 음경에서 포경을 죽 늘어뜨렸다.
<일본에서는 포경수술을 안받니? 한국에서는 당연히 무조건 받아야 되는 줄 아는데….. >
<왜 무조건 받아야 되는데요? >
<아니, 위생문제도 있고…….. >
<위생 때문이면 그냥 평소에 깨끗이 씻으면 되잖아요? >
그러고 보니 혁이 생각해도 좀 이상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굳이 일부러 포경수술을 받는 경우가 없다고 혁도 들은 적이 있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가령 옜날에 군대에 포경인 상태로 입대하면 강제로 수술을 받게
한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있었다. 옛날에 어땠든 지금은 군 복무때 그런 것을 본 적은
없지만...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 친부모라면……..>
<아, 그러고 보니까요 언젠가 오카상가 그 얘기를 오토상한테 했다가 혼나셨어요. >
대충 다 씻고 나서 둘은 미지근한 탕에 가서 그 옆에 앉았다.
먼저 우쿄가 혁의 등을 밀어줬다.
의외로 미는 힘이 대단했다. 혁은 소년의 손길에 내심 흥분이 되었다.
<…… 왜 혼나셨는데? >
한국의 대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날에 우쿄는 목욕중에 우경에게 등을 밀렸었고
실수로 성기를 보였었다. (주>3부하장-신편)
창피해 하는 우쿄에게 귀엽다며 웃어줬지만 들은게 있었던 우경은 은근히 신경이
쓰였고 다음날 밤 석주에게 우쿄에게 포경수술 받게 하는게 어떻냐고 물었다.
<아니, 필요없어!!>
<왜요?>
정색을 하며 말하는 우경에게 석주는 약간 흥분해서 말했다.
<포경 수술이라는 건 애초에 유태인하고 예수쟁이들이 하는 할례라는 짓이야.
우리가 유대인이야. 예수쟁이 집안이야?!!! 남들 한다고 우리도 그 짓거리를 해야 돼?!!!>
<아,네~~~네네~~♡>
이례적으로 반쯤 역정을 내는 남편에게 우경은 애교스럽게 어물쩡 넘어가 버렸다.
혁으로서는 석주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다 싶었다. 석주는 대종교 신자이다.
석주의 친가에게서 이어받은 민족주의 성향은 비판적으로 발전해서 반일성향만이 아니라
아예 서구의 제국주의 자체에 심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사실 반공 보수성향의 가풍과는 배치되기는 했다.
혁이 속주의 제자였을 때 석주가 교회 집사라는 좀 나이가 든 교사랑 언쟁을 벌이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반미적인 발언을 했다가 “빨갱이”라는 모욕을 듣고 멱살잡이까지 했었기
때문이다.
우쿄는 일요일에 교회 전도사가 멋도 모르고 집에 왔다가 석주에게 호되게 호통을 듣는
봉변을 당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수진이가 어렸을 때 멋도 모르고 친구 따라 교회에 갔다가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대요. 크크큭~~~~ >
<그래? >
<실은 일본의 집에서도 기독교는 싫어하는 편이고요. >
<왜? 나쁠 건 없잖아? >
<우리 집은 대대로 신사를 운영해 온 宮事가문이거든요. 거기다 할아버지께서 하는 말씀이
그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민족문화하고는 상극이라 하시고 한국에서는 오토상이 하시는
얘기가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너무 나쁜 짓만 하고 다니고 한국에서 민족문화를 우상숭배네, 미신타파네, 하며 너무 좀먹었다면서요. >
<하긴 사실이지. 한국에서도 기독교가 민족적인 면에서 좋은 일을 한 적이 별로니까…. >
오히려 극악이라고 해야 할 거야, 하고 생각했다.
단 적인 예가 최근의 단군상 파동이 있지 않은가?
물론 한국에서 기독교가 선진문물을 소개하고 일부는 독립운동등에도 참여한
면은 인정하지만 민족정기차원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독毒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일본이든 미국이든 닥치는대로 외세에 편승해 기득권을 챙기고
민족정기를 압살하는데 광분해왔던 것이다.
외가에서 카톨릭을 믿긴 하지만 혁도 기독교- 특히 개신교에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마산에서 교회 목사인 파렴치한 재영의 아버지가 지위를 이용해 벌인 가관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작태作態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쿄는 철학적인 이유로 싫었다. 무엇보다 존재자체가 모호한 유일신이나 조물주에
인간의 정신을 속박하고 신의 소유물로만 여기는 노예근성에 젖은 교리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우쿄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단지 유일신이나 조물주의 존재를 믿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아니 우주의 삼라만상은 200억여 년간의 진화를 거친 자체노력과
자유의지의 결과물이지 조물주의 창조물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재하든 말든 조물주가 주장할 지분 따위는 이 우주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혁이 우쿄의 등을 밀어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혁은 방금 전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이 무색하게 우쿄의 아담한 신체 윤곽을 보고
또다시 하체가 경직됨을 느껴야 했다.
(이거야 원……. 기껏 흥분을 가라앉혔더니…….)
차라리 미키를 생각하면 어떨까 했지만 초대형 팔등신의 미녀인 그녀는
그녀고 우쿄는 남자아이임에도 작고 아담한 우쿄만의 매력이 있었다.
거기다 지금은 온통 우쿄에게 신경이 쏠려 있었다.
혁은 아예 우쿄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 痛い!! 痛いです!!(아파요!!) >
<어, 미안!! >
우쿄의 몸에 신경을 안 쓰려다 오히려 신경이 쏠려서 너무 아프게 문지른
모양이다.
혁은 이래저래 우쿄에게 미안해졌다.
<……………그럼 케이는 종교 믿는 게 있니? >
<..... 당연히 신토神道잖아요? 집에서 신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마마-카스미-는
생전에 직업 자체가 정식 미코(巫女)셨고 오카상-우경-도 처녀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미코일을 했었대요. 지금은 한국에는 신사가 없다고 그냥 절에 다니시지만..... >
우쿄도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인 고통을 한동안 불교에 의지해야 했었다.
지금은 완전히 신토로 돌아온 상태였다.
딱히 개종改宗이라든가 할 필요가 우쿄의 감각으로는 없었다.
일본인들은 대개 불교와 신도를 같이 신봉한다는 점을 혁은 상기했다.
근데 은사의 사모님이 한 때 무당을-그것도 무슨 신 내림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했었다니 좀 이해가 안 갔다. 한국의 무당과 일본의 무당은 좀 다른 건가?
그러고 보니 혁은 딱히 종교를 믿는 게 없었다.
어렸을 때 가톨릭 교도인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니긴 했는데……
우쿄의 등까지 밀어주고 나서 탕에 들었다.
우쿄는 좀 뜨거운지 혁보다 좀 시간이 걸려서 간신히 들어왔다.
요 녀석, 아직 애기군, 하고 피식 웃었다.
<일본의 아버지하고는 그렇다 치고, 친 아버지랑은 목욕한 적이 있니? >
우쿄는 머리에 손바닥 만하게 접은 수건을 얹으며 잠시 생각했다.
<아, 어렸을 때 일본에 오셔서 온천에서요. >
<그 뒤로는? >
<그러고 보니…….없어요. >
<그럼 한번쯤 아버지가 목욕하실 때 등을 밀어드려 보는 건 어떨 까? >
그러자 우쿄가 벌떡 일어났다.
< 今日そうします!! それは良い考えですね!!(오늘 그래야겠어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
우쿄의 머리에 얹혀있던 수건이 그대로 탕 안으로 낙하했다.
<어…. 그러니? >
혁은 좀 놀랐다. 옆의 손님들은 우쿄의 입에서 일본어가 나와서 상당히 놀랐다.
우쿄는 상당히 들뜬 표정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마른 타올로 하체를 감싼 뒤 몸도 말릴 겸 락커룸의 넓은 홀이
한가운데에 펼쳐진 평상에 앉았다.
음료수는 자기가 사겠다는 걸 혁은 굳이 안 말리고 캔맥주를 부탁했는데 우쿄가
자기 걸로 대용량의 우유를 두 개나 산 걸 보고 놀랐다.
<그걸 다 마시게? >
<하나 드실래요? >
<아니, 근데 무슨 우유를 두 개나…… >
<우유가 키 크는데 좋대요. >
<아, 그래? 푸하하하하하!!!! 그래, 맞아. 하하하~~~ >
혁은 이제야 알겠다며 대소大笑했다.
우쿄는 아직 성장기에 속했고 성장욕구도 있었다.
실제로 늦게까지 키가 안 크다가 막판에 갑자기 성장해 키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금이야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하는 키이지만 지금보다 더 성장할
여지가 있고 그러려고 노력한다는 걸 느끼자 우쿄가 한층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모습도 무척 귀여운데 지금보다 성장하려고 하는 게 좀 섭섭하기도
했다.
우쿄는 혁의 웃음에서 노조무가 우쿄가 기특하다고 느낄 때의 웃음과 같은 걸
느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은 편하게 탁자에 앉아 맥주와 우유로 건배를 하고 기분 좋게 들이켰다
잠시 후 목욕탕 앞에서 우쿄와 헤어져 집에 들어온 혁은 더 이상 욕구를 참지 못했다.
우쿄와 목욕탕에 같이 간 것은 완전히 역효과였다.
오히려 우쿄의 나체를 명확하게 알게 되어 터무니 없는 욕정을 더 부채질하게 된 꼴이었다.
혁은 침대의 한쪽 구석을 손으로 짚고 바닥에 무릎으로 서서 바지를 벗은 채 엎드려서
오나니에 빠져들었다.
<케이!!! 허억!!>
혁의 머릿 속에서 시간이 입욕 전에 샤워기 앞에서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우쿄가 비누를
떨어뜨려서 주우러 허리를 숙였을 때로 돌아가 있었다.
혁은 그대로 우쿄를 뒤에서 끌어안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우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혁은 상관없이 하체를 우쿄의 하체에 밀착했다.
음경이 우쿄의 비누칠이 된 가랑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기 위해 혁은 다리를 약간 굽혀야 했다.
우쿄는 양 손을 벽에 짚고 서서 엉덩이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혁의 과격한 힘에 앞으로
밀리고 있었다.
혁은 우쿄의 허벅지 사이로 음경을 비벼대면서 한 손을 우쿄의 앞으로 뻗쳐서 가슴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살결을 탐닉한 뒤 아래로 내려가 우쿄의 성기를 쥐었다.
우쿄는 너무 놀라서 비명도 못 지르고 있었지만 혁은 우쿄의 음경을 거칠게 쥐어서
훑어댔다.
< 先輩, 痛いです. 是非彼だけ......(센빠이, 아파요. 제발 그만……) >
우쿄는 울면서 사정했지만 혁은 이성을 잃고 더더욱 거칠게 아래에서 우쿄를 밀어
붙이면서 그의 성기를 주물러댔다.
결국 우쿄는 혁의 애무에 견디지 못하고 정액을 방출했다.
혁은 성기를 애무하던 손으로 우쿄의 정액을 받아냈다.
꽤 많은 정액이 혁의 손에 받아졌다. 혁은 짓궂게 그걸 들어서 우쿄에게 보여줬다.
우쿄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혁은 정액을 우쿄의 엉덩이 계곡에 발랐다 그리고 이내 혁의 한 손가락이 우쿄의
직장直腸 안으로 침범해 들어갔다.
<あっ!!! 先輩!! そこは!! >
혁은 발버둥치는 우쿄를 감싸 안아 고정시키고 우쿄의 몸 안을 유린하면서 직장 안까지
정액을 발랐다.
한동안 손가락으로 유린 한 뒤 드디어 음경을 항문에 대고 누르기 시작했다.
우쿄는 하얗게 질려버렸다. 혁의 음경은 자신의 것보다 컸다 이건 흉기라고 하는 게
어울릴 것이었다.
질려서 얼어붙다시피 한 우쿄의 부끄러운 곳으로 혁의 거대한 불기둥이 침범해
들어갔다.
<ああっ!!!!!!!!!!!!!!! せ, 先輩!!! だめ!!!!!!!!!!!!! >
기어이 혁의 육봉은 우쿄의 직장 안으로 완전히 삽입되었다.
우쿄는 고통스러워서 몸에서 완전히 힘이 빠져 있었다.
혁은 음경에서 느껴지는 우쿄의 따뜻한 체온과 직장의 조임에 도취되어서 허리를
움직였다. 우쿄는 하체에서의 격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혁은 미소년의 육체에 탐닉해서 더더욱 격하게 허리를 움직여서 직장 안을
파고들었다.
혁의 불기둥은 전에 느끼지 못한 협소함에 절단될 것 같은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혁은 우쿄의 몸 안에 정액을 방출했다. 정액은 결합이 된 음경과 괄약근
사이를 비집고 밖으로 흘러내렸다. 항문이 파열되어서 흐르는 피와 섞여서……
우쿄는 거의 실신상태였다.
혁은 오나니만으로는 처음 겪는 격한 쾌감에 휩싸여서 여전히 침대에 손을 짚고
엎드린 채였다. 정액은 혁의 음경에서 그대로 방바닥으로 직하해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혁은 일어서서 바지를 다시 입고 뒷마무리를 한 뒤 침대에
걸터앉아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 쥐었다. 뭔가 나락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뒤에는 그대로 드러누워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지옥地獄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면…… 나는 이것만으로 지옥 행이 확실해……>
하지만 혁은 더더욱 우쿄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
망연히 자문自問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혁과 헤어지자마자 집에 들어선 우쿄는 석주부터 찾았다.
<お父さんは學校ですぐ 全州にいらっしゃったの.
(아빠는 학교에서 바로 전주로 내려가셨어.)>
<マジ?(정말?)>
토요일이라 방금 막 학교에서 온 듯 아직 교복을 갈아입지 않은 수진의 대답에 우쿄는
살짝 서운한 빛을 보였다.
< お爺さんがお父さんを呼び出したから.(할아버지께서 아빠를 호출하셨거든 .)>
<あ, そう.(아, 그래?)>
친 할아버지나 전주全州라는 단어만 들어도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던 우쿄는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놓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바로 약통을 집어 위장약을 몇알 꺼내
삼켰다.
카스미의 사후에 위장약이 상당히 친숙해 있을만큼 스트레스성 복통에 시달려온 우쿄였다.
전면개정 2010년 2월 21일
우쿄이야기/宇京物語 1券 美少年 5부- 갈등
<그러고 보니 지금 케이는 나이가 정확히 얼마더라?>
<열 일곱, 만으로 열 여섯,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한국나이로는 열 여이죠.>
혁은 새삼스럽게 우쿄의 나이를 물었다. 두사람의 앞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인
한 소녀가 외모나 체격적으로 약간 더 성숙한 초등학생 같은 우쿄와 비슷한 나이라는
게 객관적으로 사실 실감은 안났다. 만으로 16세..... 왠지 좋은 나이지 싶었다.
12세의 꽃은 그럴듯 하다.
그러나 13세는 더욱 짜릿하다.
14세의 꽃은 더더욱 달콤하다.
그리고 그 매력은 15세가 되면 더욱 늘어난다.
16세는 신神의 나이이다.
-스트라톤(?~BC 270년경)-
혁은 언젠가 읽은 그리스 역사를 다룬 서적에서 읽은 글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까 케이의 사촌동생 있잖아. 권 우석군.>
<아, 우석군도 한국나이는 열 여살인데 저보다 딱 반년 늦거든요.>
그러고 잠시 색각하던 우쿄는 앞의 사진의 소녀를 보더니 짐짓 짓궂게 말했다.
<韓國一の女番長はそんなに可愛くないですね.
(한국 제일의 여자 짱은 그렇게 안예쁘네요.)>
다소 신랄한 비아냥을 아주 심드렁하게 말하는 우쿄의 말에 혁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청바지와 얇은 분홍색 스웨터, 스웨터의 깃 위로 단정히 나온 연 하늘색 남방의
칼라가 구두 끈을 맵시 있게 묶은 검은 색의 학생용 구두로 된 맵시 있고 산뜻한
옷차림으로 몸매에 어울려 오히려 기품 있게 느껴지는 우쿄는 심지어 일주일 전에
어머니 -카스미-의 기일忌日이라고 일본에 갔을 때 -한동안 나빴던 시력이 한결
좋아졌다며-평소에 착용하는 안경을 다시 맞추면서 이전의 다소 촌스러운 것 같던
약간 네모난 반 무테 안경에서 완전히 동그란 모양의 무테안경으로 바꿔서 더
예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사뭇 여성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귀엽게 보였다.
혁은 일부러 약간 탈색된 청바지에 흰 색의 후드 티로 세팅한 가벼운 케쥬얼
차림임에도 장신의 호리호리하고 균형잡힌 체격에 청년다운 기백이 넘치는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때문인지 신사적인 위엄과 품격이 전혀 죽지 않았다.
청년과 소년커플(?)은 지나가는 관람객들-여자뿐이 아니라 남자들까지-의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일요일에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은 두 사람은 유관순 열사의 사진 앞에 서 있었다.
일본인 소년에게 국민누님인 유관순양이 졸지에 무슨 칠공주파 두목 취급을
당하고 못생겼다는 소리까지 들으니-솔직히 키만도 170Cm라는 당시에 여자라기에는
엄청난 거구에 외모만으로는 미소녀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인이라면 화를 낼
일이었다.
유관순양이 독립 운동하다가 일제 경찰에게 잡혀서 어린 나이에 상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문까지 당해 순국한 것이지, 비행청소년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그렇게 말했던 우쿄도 할말은 있었다.
재작년에는 일본인인 자신이 비합리적인 이유로 유관순 같은 한국의 호국영령들을
존경하라고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는 않은 게 사실이었다.
독립기념관은 우쿄가 한번 가보고 싶다기에 와본 것이었다.
우쿄는 일본인으로서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입장에서 이렇다 하는
일체의 감정은 완전히 배제하고 전시물을 냉정히 감상하고만 있었다.
자신과 같은 나이에 자기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한 소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어께를 으쓱해 하는 혁을 뒤로 하고 우쿄는 잠자코 유관순에 대한 설명서를
읽어내려갔다.
<享年 18歲............可哀想に....(가엾게도....)>
이 말 한마디로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사망한 [한국의 잔다르크]에 대한 감상을
한 우쿄는 가볍게 손으로 입을 막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혁은 "역시!!"하는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우쿄는 여동생인 수진이나 일본에서의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알고 있던 여자동급생들을 생각하고는 그 소녀들과 같은
나이라는 점을 상기했을 것이었다. 무척 여린 성품의 우쿄에게 그점에 상당히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와서 서울 밖은 처음 나가보네요.>
관람을 마치고 오는 길에 혁의 옆, 보조석에 앉은 우쿄는 고속도로로 차가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말했다.
<그랬니?>
<사실 그럴 여유가 없었거든요. 한국에서 엄마나 아버지가 몇번 계획을 세워주시긴
했지만 번번히 뭐가 어긋나버려서....あ, 仁川空港や果川はソウル外なのか.......
( 아, 인천공항이랑 과천-서울 대공원-은 서울 밖이던가.......)>
혁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우쿄는 서울에서 한 두번 가족들의 계획으로
나들이를 가긴 했지만 아직은 서울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쿄의 감각으로는 수진과
같이 갔던 과천 서울 대공원은 서울인지 서울 밖인지 짐작조차 안가고 있었다.
한국에 온 뒤 우쿄의 생활은 의외로 바뻤다. 매일 학교에 가고 학교에서 수업 틈틈히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혁에게 물어서 배우기도 했는데 혁에게 배우는 것은 한국어나
한국의 역사에 대한 것도 있고 그 외 여러가지도 있었다. 혁은 개인적으로 바쁠
터인데도 주저없이 우쿄의 한국어 교습상대가 되어주었다. -실은 혁은 우쿄와 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우쿄도 내심 마찬가지였다. -
요즘에는 혁의 번역작업을 거드는 조수역할을 해줬다.
언젠가 혁이 의뢰받은 독일어 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을 보고 우쿄가 독일어를
좀 안다며 자원봉사를 자청했던 것이다.
요즘 연달아서 독일어 서적이 혁에게 의뢰가 들어왔는데 독일어 번역 자격증이 있고
실력도 있지만 영어나 일본어, 스페인어와는 달리 독일어는 그다지 자주 번역의뢰가
오는게 아니고 혁도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보니 가끔 막힐 때도 있었다.
좀 아는게 아님은 우쿄가 우석과 독일어로 대화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혁도 알고
있었다.
우쿄는 10살 때 취미로 독일어를 영어보다 앞서서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
과학 연구원인 외삼촌이 독일로 유학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 때문에 과학관련 서적을
독일어로 자주
접하면서 독일어가 아주 유창했고 그걸 또 호기심이 발동한 우쿄가 틈틈히 삼촌에게
배웠던 것이다.
온순하고 소심한 성격과는 달리 호기심은 왕성해서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은 닥치는대로
배우고 파고들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장난감이나 놀이라든가 하는 것은 관심조차 없었다.
애초에 우쿄가 우등생소리를 들을 만큼 공부를 잘 했던 것은 단순히 공부가 재미있는
놀이 같은 감각에서였지, 그걸로 누굴 이기겠다거나 나중에 출세하겠다거나 하는 의식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출세라는 말 자체가 자기와는 안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두번인가 월반越班 했던 이래 그 후에도 몇 번 월반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접었던 것은 애초에 몸이 약해서 무리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점차 다른데도 취미를 붙여서이기도 했다.
독서. 시작詩作, 그림-일러스트 그리기, 피아노나 기타연주, 서예나. 가벼운 목공예소품
만들기, 그리고 컴퓨터 등. 생각해보면 작년의 그 처절한 입시공부는 전혀 우쿄답지
않은 짓이었지만 작년에는 그렇게라도 자학自虐적인 몸부림을 쳐야 할 만큼 정신적인
고통을 심하게 당했던 것이다.
하여튼 우쿄라는 든든한 자원봉사자 덕분에 일이 한결 쉬웠다. 아르바이트 비를
주겠다고 혁이 제안했지만 그냥 혁을 돕고 싶다며 거절했다.
거기에 우쿄의 독일어 실력은 상상이상이었다. 혁이 파악한 우쿄의 어학실력은
가장 중요한 "외국어"인 한국어는 처음에 무척 어눌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요즘들어서
여전히 중간에 일본어가 문장 통째로 들어가고 가끔 막히는 단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점차 한국인의 그것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글은 잘 안쓴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노트에 대부분 한자투성이에 한문으로만 된 서적을 무슨 만화책 읽듯 하는데는
질릴 지경이었다.
반면에 영어는 일단 읽기, 쓰기, 듣기등은 완벽했다. 시험에서도 거의 만점이었다.
문제는 발음이 너무 엉성했다.
미키가 언젠가 하는 말이 Brother를 "부라쟈~"로 발음하는 바람에 한동안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어는 발음조차 완벽에 가까웠던 것이다. 어차피 영어도 글을 읽고
해석하는 일이지, 말을 하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수진은 공부하다가 물어올 때, 우석은 이틀 간격으로 과외를 해줬다.
우석이 우쿄의 집에 올때가 대부분이고 어쩌다 우석의 집에 갈 때는 미진의 눈치를
봐야 했다.
레포트-숙제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시를 쓰거나 일러스트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였다. 일요일에는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작곡을 하기도 하고......
< 그럼 전주는?>
우쿄는 그 순간에 약간 언잖은 표정을 지었다. 혁은 아차 싶었다.
저녁에 우쿄의 집에 도착한 혁은 속으로 자신의 무신경을 자책하면서 다시 우쿄의
표정을 살폈다.
우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혁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재미 있었니?>
<네. 근데 센빠이가 저 때문에 괜히 힘들셨을 까봐 .........>
<그렇지 않았어. 나도 간만에 재미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혁은 우쿄의 입술을 보자 잠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두 주일 전에 혁은 우쿄와 키스를 한 적이 있었다. 혁으로서는 동성同性과는 처음이었다.
근데 그게 전혀 불쾌감이나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어떤 여자와도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先パイ?>
우쿄의 부름에 그때의 느낌이 살아나 잠시 멍해 있던 혁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혁과 우쿄는 석주와 마주쳤다.
<둘이 어디 놀러 갔다 오기라도 했냐?>
<네, 천안의 독립기념관에요.>
<독립기념관에?>
독립기념관은 재작년에 석주가 한번쯤 우쿄를 데리러 가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었다.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세요, 선생님?>
석주의 행색에서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왔음을 안 혁의 질문에 석주는 우쿄에게
잠시 눈길을 주면서 대답했다.
<시골에 갔다 오는 길이다. 온 김에 들어가자.>
<아, 아니 죄송하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음, 그래? 전에 그 재일교포 조교수 말이니? 하긴 너한테 어울리는 아가씨지 싶더라만...>
석주의 활달한 농담에 혁은 우쿄의 짐짓 눈치를 살피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쿄는 혁의 눈길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낮-
<야! 케이京!! 강의 끝났다. 웬일이냐, 너 같은 범생이가? >
석진이 부르는 소리에 우쿄는 정신을 차렸다.
자기가 수업 중에 졸았다는 사실에 아연해 했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따듯해지며 우쿄는 나른함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키도 우쿄가 어디 아픈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퇴실하고 있었다.
돌연 석진이 우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케이. 너 사실대로 토설吐說해. >
<엣? 뭘?!! >
석진의 눈길이 음흉해져 있었다.
<저번에, 내가 준 야동CD에 늦바람 들어서 밤마다 딸 치는 거 아냐? >
< 娘…..を打つ? それが何だ? (딸(여자아이)……을 쳐? 그게 뭔데?) >
우쿄는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표정으로 눈만 껌벅거렸다.
석진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오른 손의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C자 모양을 만든 뒤 사타구니 쪽으로 내려서 앞뒤로 흔드는 시늉을 했다.
<이거 말야. 이거!! >
<엑?!!! >
순간적으로 앞의 단추를 모조리 풀어서 셔츠가 드러난 가쿠란 차림으로 안경을 바로
고쳐 쓰면서 얼굴이 빨개진 우쿄는 얼마 안 가서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팔로 감싸고 웃어대는 우쿄의 모습을 보고 석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석진의 다소 야한 농담은 적당히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같이 멋쩍게 웃으며 강의실을 나와서 다음 강의실로 가기 전에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케타로짱, 이 곡을 정말 네가 쓴 거니? >
음악 동아리 방에서 우쿄에게서 악보를 받은 미나는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쿄가 작곡한 악보는 피아노용 뉴에이지 음악이다.
소현도 옆에서 악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중얼거렸다.
<뭐랄까, 조지 윈스턴이나 Liz Story의 곡들하고 분위기가 비슷하다고나
할지…. >
<실은 돌아가신 아버지-노조무-랑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에요. >
<아, 그래? 하여간 대단하네, >
음악학과인 두 아가씨는 우쿄의 악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쿄가 전공하고 있는 학과는 역사, 철학, 문학 등의 전부 인문계 쪽으로 음악이나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는데도 악보를 보면 음악가로서의 자질이 충분해 보였다.
<한번 연주해 봐줘. >
<넷? >
상당히 용기를 내서 미나에게 보였던 우쿄는 새삼 얼굴이 빨개졌다.
미나와 소현에게 살짝 자랑하고 싶었던 우쿄는 다른 사람 앞에서 처음 하는 자작곡
연주라서 좀 쑥스럽고 창피했다.
선배들의 부추김을 받아서 얼떨결에 피아노 의자에 앉은 우쿄는 심호흡을 하고 피아노의
덮개를 열었다. 동아리안의 다른 팀원들도 우쿄를 주목했다.
이미 우쿄의 -꽤 하는 것 같은-피아노나 기타 연주실력은 다들 알고는 있다 하더라도
일부는 “저런 꼬마가 무슨 작곡을 하겠냐”하는 같잖다는 표정이었다.
미나가 악보 놓는 곳에 악보를 놓으려 하자 우쿄는 필요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악보는 머릿속에 다 있기 때문이다.
은근하고 조용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실내는 우쿄가
연주하는 은은하고 청명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피아노연주 외에는 침묵에
휩싸였다. 다들 상당히 놀란 눈치들이었다.
소현과 미나는 우쿄의 능란하고 농익은 피아노연주에서 왠지 모를 몽환적인 우수憂愁가
느껴져서 뭉클한 기분이 느껴졌다.
연주를 하는 동안 우쿄는 전혀 눈을 뜨지 않았다.
그의 굳게 다문 입가에 흐르는 한 듯 만듯한 은은한 미소는 음악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이윽고 연주가 끝난 뒤에도 다들 침묵에 싸여 있었다.
문에서 박수소리가 들릴 때까지…….
한 명이 치는 박수소리에 다들 정신이 들어서 문 쪽을 보니 회색 후드 티와 청바지로
된 편한 옷차림의 혁이 한쪽 어깨를 문에 기대고 양 다리를 약간 꼬고 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도서관으로 오는 길에 혁은 우쿄의 피아노 연주실력과 자작곡을 칭찬했다.
이미 소현에게 우쿄의 피아노 연주실력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듣긴 처음이었다.
우쿄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피아노는 누구한테 배운 거니? >
<아버지한테요. 틈틈이 기타 연주하는 법이랑 작곡하는 법도 배웠어요. 아, 친 아버지
말고 일본에서 원래 아버지한테요. 고등학교에서 음악선생을 하셨지만 생전에
마니아들에게 유명했던 음악가셨어요. >
우쿄는 자못 자랑스러운 말투였다.
아마 그 일본의 원래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우면서 강렬한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여러 정신세계적인 면에서…….
혁도 노조무의 모습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다. 우쿄가 다이어리의 한 면에 양쪽으로
일본의 부모와 친부모 사진을 각각 한 면에 붙여 놓았던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양쪽의 친 자매인 어머니들은 차치하고 아버지들은 우쿄가 누굴 닮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장의 사진이었다.
물론 원래 혁과 같은 훤칠한 키의 단정한 미남자임에 틀림없지만 현재는 중년의 남자라면
몸에 늘어나야 할 군살을 몽땅 근육으로 갈아치워버린 듯한 강건함에다 억세보이면서도
짧은 헤어스타일의 근엄하고 남자답고 쾌활한 친아버지 석주와는 달리 일본에서의
아버지라는 사오토메 노조무씨는 긴 생머리를 뒤에서 묶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분위기가
농후한 겉으로는 20대 초반의 무척 아름다운 미남자였는데 그 모습이 사망직전인 30대
후반이라는 것이다.
단지 우쿄와는 달리 상당히 키가 커 보이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지만…….
다소 차갑고 무표정하면서도 부드러운 신비스런 분위기가 우쿄와 닮아 있었던 것이다.
우쿄는 혁과 같이 도서관에서 혁의 번역작업을 거들었다. 원래는 우쿄가 혁의 집을
방문해서 돕기 일쑤지만 오늘은 마무리 단계여서 도서관에서 같이 끝내기로 한 것이다.
이제 두 달이 되는 동안 우쿄는 지금껏 혁을 친 형처럼 잘 따랐고 혁도 우쿄에 대한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고 친동생처럼 귀여워해주고 가르쳐왔다. 그 관계에 약간의
변화를 주게 된 계기가 바로 2주週 전에 혁과 우쿄가 학교주변을 출몰하던 파렴치한을
때려잡고 처음으로 키스를 한 날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저 장난성의 일회성 사건이었고 처음에 두 사람은 별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뒤부터 우쿄의 태도가 다소 달라져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잘 따르는 건
여전하지만 미묘하게 혁의 시선을 피하려 들고 눈만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져 있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뭔가 민망해하는 표정이고 원래 수줍음을 잘 타는 건 알지만 이제 서로
친해지고 했으니 좀 덜해졌다 싶었는데 최근 오히려 정도가 더 심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가늘고 크지 않은 목소리도 약간 작아지고 약간 콧소리가 들어가 있었다.
우쿄의 이런 모습이 혁으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마치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어떻게 사랑고백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켜서
혁을 내심 흥분시키고 있음은 분명했고 그래서 더 당혹스러웠다.
< 케이, 너 요즘 좀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니? >
<엣? >
우쿄는 놀란 토끼 눈으로 혁을 응시하다가 곧바로 책으로 시선을 내리깔며
얼굴이 빨개졌다.
< 일은 요….. 요즘처럼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는데요. >
<아. 그거 다행이구나. 근데 미키씨도 요즘 좀 멍해 한다 길래…. >
<…….. 춘곤증春困症 때문인가 봐요….. >
우쿄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어 보였다.
<피곤하거나 하면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어, 그게 오히려 능률을 떨어트리는 수가 있으니까.
그럴 때는 좀 쉬거나 짬짬이 낮잠 같은 걸 자 두는 게 좋아. 뭐, 입시 때처럼 죽자 살자 하고 할 이유도 없잖아? >
책을 덮으며 혁은 자상한 미소를 지어줬다.
도서관을 나오며 혁이 생각난 듯 우쿄에게 말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나랑 같이 놀러 갈래? >
<예, 놀러요?>
<응, 언젠가 천안에 있다는 독립기념관에 가보고 싶다고 했잖아?>
실제로 언젠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긴 했다.
근데 상당히 먼거리고 아직 서울 밖으로 나간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아직 한국의 지리에
익숙한 것도 아니었고 거기다 근교 장거리 전철망이 발달되어 있는 일본의 도쿄와는 달리
서울은 아직 천안까지 전철이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주> 현재는 2003년임. KTX도 개통이 안됐음.)
그러니 아직은 계획상이었다. 혁은 옆에서 그걸 들었던 것이다.
<でもそれは後に韓國が慣れれば行って見るつもりでそれに先輩も.........(하지만 그거야 나중에
한국이 익숙해지면 가 볼 생각이고 거기다 센빠이도.........)>
<독립기념관이 아니어도 한국에 볼 곳은 많아. 그리고 너무 서울에 있는 것 보다는 자주
여행을 다녀보면서 익숙해 지는 게 더 좋아. 그리고 나, 내일 한가하거든. 미키씨랑
데이트라도 할까했더니 그 누님은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혁의 표정이 다소 능글맞아져 있었다.
<제가 대타인가요?>
우쿄의 표정이 살짝 앵돌아져 있었다.
<말하자면....>
혁은 일부러 짓궂게 말한 뒤 우쿄의 손을 잡고 걸었다. 우쿄는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는
혁의 손길이 좋다고 느꼈다.
<내 일을 도와준 보답이라고 생각해 둬.
아, 그리고 말야. 케이도 기억하겠지만 나와 영진이 형이 옛날에 케이의 아버지의
제자였거든. 그때 동창들이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언제쯤 가능한지 좀
여쭈어 줄 수 있겠니? >
실제로 영진은 치한사건이 일어나고 바로 얼마 뒤에 혁과 함께 석주의 집을 방문해
인사를 드렸다. 이번에는 동창들과 연락이 닿아서였다.
<네, 물어보겠습니다. 근데…… >
< 조심해야지,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
원래 친부모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교과서에서 배운 것밖에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일본인 특유의-편견이 적었던
우쿄로서는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친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게
없었고 고의로 숨긴 적이 없었다.
전주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고 그냥 말할 기회나 이유가 없었고 설명을 하기 번잡煩雜해서
-그냥 한국의 이모 댁에 홈스테이로 신세지고 있다는 정도 이상은-
밝힌 적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아들은 일본인日本人인데 친 아버지가 한국인韓國人이라는 사실이 잘못
알려진다면 학교에서 우쿄의 정체성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고 괜한 오해가 불거질
수 있어서 유학생활 자체에 지장을 줄 공산이 컸다.
처음에 우쿄는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한두 명씩은 우쿄가 일본인이라며 찌질대는 판국에 내막도
모르면서 딴지를 걸고 시비를 걸 어줍잖은 애국심만 가득 찬 저능低能한 찌질이들이
꼬일 것이었다. 어느 곳에서든 사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남의 입장 같은 것은
편리하게 무시한 채 어줍잖은 애국론이나 도덕론이나 정의나 신념 등을 내세워서 자기가
정의의 사자인 양 으스대고 사람을 깔아뭉개고 우위를 점하려는 데서 쾌감을 얻으려는
용렬庸劣하고 속 검은 위선자僞善者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쿄는 일본에서가 아니라 바로 전주의 친척들이라는 사람들 일로 그걸 뼈저리게
깨달았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사람에게 그렇게 혹독하게 상처를 받아보긴 그때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예. 그런데 그게 아니라 몇 사람이 오시는지…… >
<응? 아! 그런 거였군. 한 대여섯 명쯤? >
<네에……. >
혁의 한 손이 우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쿄를 와락 껴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가면 갈수록 이 작고 귀여운 소년이 같은 남자로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우쿄는 조금씩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처음의 어두운 분위기도
많이 없어졌고 밝고 생기 넘치는 발랄한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어서 보면 볼수록 귀엽게
느껴졌다.
혁은 이제 우쿄를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보고 싶어져 미칠 지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최근의 혁의 밤 생활에서도 여파가 미치고 있었다.
2달 여전에 미키와 처음 재회한 후에 둘이 사흘 간격으로 성 관계를 했었다.
그런데 최근 2주 사이에 미키와의 성관계가 격감했다.
어이없게도 그 뒤로는 혁이 거의 수음으로 성욕을 해소하고 있었다.
애인이나 연인은 아니어도 성관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여자가 있다면 자위 따위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된 것은 미키도 요즘 이런저런 일도 바빠서 밤에 혁과 같이 있을 시간도 없기도
했지만 우쿄가 계속 혁의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고 있었던 탓이었다.
여자에게도 이 정도로 푹 빠진 적이 없던 혁이어서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두 달 동안 우쿄를 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 보건대 단순히 마음에 드는 후배에
대한 감정이 아니었다. 어처구니 없지만 우쿄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전제하에서나
나올듯한 감정이어서 어이도 없고 화도 났지만 이건 우쿄의 잘못이 아니어서 공정하게
속으로 자신을 질타하면서 우쿄에게 감정에 제동장치를 걸고 일단 그냥 선배로서
대하고는 있었다. 2주 전의 키스는 예외로 하고서 말이다.
그렇더라도 여타 후배들 중에 우쿄에 대한 혁의 배려 등이 각별한 것이어서
학교에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요컨대 지나치게 귀여워한다는 것이다.
우쿄는 혁에게 여러 가지로 고마움을 느꼈다.
영진이 처음 만났을 때 한 농담-우쿄가 혁의 아들 아니었냐는- 이 아니어도 혁이
돌아가신 아버지인 노조무와 여러모로 동일시同一視하게 되었다.
노조무는 사뭇 중성적이고 여성적인 반면에 혁은 다소 남성적인 면이 강하지만 공통점이
많았다.
둘다 미남자이고 온화하고 섬세하고 자상한 면등…….
그 생각을 했다가 2주 전의 키스사건때문에 민망하게 느껴져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가는 도중에 우연히 공중목욕탕을 맞닥뜨렸다.
혁은 잠시 생각하다 우쿄에게 손가락으로 거길 가리켰다.
<혹시 공중 목욕탕 간 적이 있니? >
<…..아 센토錢湯…… 어렸을 때 빠빠-노조무-를 따라……. >
<한국에서는 가본 적이 없지? 같이 가볼래? >
<에? >
우쿄는 망설여졌다. 자신의 벗은 몸을 혁에게 보이려니 창피스러웠다.
더구나 12살 때 공중목욕탕에서 또 성추행을 당한 경험 때문에 가기가 망설여졌다.
혁은 우쿄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고 곤란해 하는 구나 싶었다.
<아니, 뭐 싫으면…… >
< い. いや行きましょう!! (아, 아니 가요!! >
우쿄가 먼저 목욕탕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결국 목욕탕에 같이 들어갔다.
공중목욕탕 같은 데서 같이 벌거벗고 목욕하는 것도 선 후배간에 격의를 없애고 정을
돈독히 하는 방법이다.
우쿄는 -일본인들이 원래 그런다지만- 아무리 친해도 너무 예의에 안 벗어나려고
조심스러워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게 한편으로는 마음에 들면서도 좀 섭섭한
점이었다. 거기다 실은 혁이 의도한 바가 있었다.
우쿄가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결국 남자이다. 같은 남자인 우쿄의 나체를 보고 그가
남자라는 걸 확실히 인식하게 되면 자신의 이상욕구도 잦아들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였다.
<한국의 센토는 반다이番臺-계산대-가 밖에 있네요? >
<반다이? , 아 그렇지. >
혁은 계산을 하고 우쿄와 남탕에 들어섰다.
그리고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 순간에 자신의 계산이 빗나가고 있음을 느껴야 했다.
혁은 자기 옷을 벗으면서 우쿄의 탈의 모습을 우쿄가 눈치 못 채게 곁눈질로 훔쳐봤다.
상의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 셔츠를 벗는 순간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제길!! )
몸매가 가냘픈데 체중도 지나치게 가벼워서 상당히 말랐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에
안았을 때 느낀 것이지만 의외로 도톰하고 부드러운 살집으로 뼈대를 미끈하게 감싸고
있어서 늑골을 드러낸다거나 하지 않았다. 피부 자체가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의
피부였다. 거기다 허리가 상당히 잘록해서 가냘픈데다 또 볼륨이 있는데에는
혁은 할 말을 잃었다.
(사오토메 우쿄군!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니? …………그래도 다리에 털은 나 있을
거야. 분명히!! )
그러나 그것도 우쿄가 바지를 벗는 순간에 기대를 져버리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상황이 더 심각했다. 남자 다리가 이럴 수가 있을 까 싶었다. 그래도 남자애인데
근육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도 철저히 빗나가고 말았다.
결국 우쿄가 속옷만 남기고 완전히 벗었을 때 혁은 하체에 피가 몰려서 가벼운 빈혈까지
느껴야 했다.
우쿄가 입고 있는 속옷은 어떤 무늬도 없는 하얀색 브리프였다.
가는 허리에 여자였다면 초미니스커트가 어울릴 것 같은 예쁜 다리 사이에 입혀져 있어서
마치 -여성용- 팬티를 연상시켰다.
우쿄의 몸매는 10살 밑의 날씬한 아동兒童, 또는 가슴이 빈약한 어린 소녀의 몸매여서
사실상 여자의 나체를 대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니, 뒷태로는 여지없는 여자의 몸매였다
근처의 남자들까지 당황해 하든가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우쿄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좀 떨어진 곳의 아저씨는 노골적으로 우쿄를 마치 백숙으로 삶아놓은 영계
-鷄라도 보는 듯 군침까지 삼키고 있었다.
얼굴이 벌개져서 트렁크에 텐트까지 치고 있었다.
혁은 우쿄를 데리고 공중목욕탕에 들어온 것이 후회스러워지고 있었다.
<케이, 너 혹시 다리에 면도하니? >
<아니요. 털이 없는 게 이상한가요? >
털 하나 없는 우쿄의 다리에는 상처하나 없었고 더욱이 털을 밀어낸 흔적도 없었다.
어쩌다 만난 여자들 중에도 종종 다리에 털이 난 여자가 있더라 만…………
안 그래도 얼굴에 면도를 한 흔적도 없는데 여자같이 매끈했던 우쿄였다.
<아니, 예쁜데, 네 또래의 남자라면 다리에 털 정도는 나 있어야 하지 않나 해서…… >
우쿄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쪽 볼을 부풀렸다.
이미 석진을 통해 우쿄의 콤플렉스를 알고 있어서 미안했지만 안경까지 벗은 터라
골이 난 표정이 남자친구에게 토라진 소녀 같아서 귀여웠다.
(돌겠군!!! 남자애가 이 무슨…….. 하지만 속옷을 벗으면…… )
그런데 우쿄가 속옷을 벗는 걸 망설였다. 이미 다른 남자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였다.
마침 우쿄의 바로 옆이 타올 비치대備置臺였다.
우쿄는 큼직한 타올을 집어 하체에 감싼 뒤 속옷을 벗었다.
오히려 -스커트 안으로 팬티를 벗는 여자의 야한 자태를 연상시켜서-그게 더 야릇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혁도 다 벗은 뒤 타올을 걸쳤다.
우쿄 때문에 발기된 음경을 우쿄에게 보일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혁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을 한 기분이었다.
<자, 들어갈까? >
<はいっ!!! >
그 순간에 아까 우쿄를 군침을 삼키며 보던 40대 남자가 코를 싸 쥐며
홀의 한 가운데로 달려가 티슈를 한 움큼 뽑았다 코를 싸 쥐던 양 손과 얼굴에 새 뻘건
피를 잔뜩 묻힌 채로…….
혁은 어이가 없었다.
가끔 일본만화 같은 데 남자가 성적으로 흥분해서 코피를 쏟는 장면이 나오던데
저 아저씨가 우쿄를 보고 그랬던 것인가?
욕장에 들어서자마자 우쿄는 샤워기로 몸을 적신 뒤 비누칠을 했다.
혁은 탕에서 몸의 때를 불린 뒤 밖에서 씻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씻지 않고
들어가면 탕이 더러워져서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기 때문에 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혁은 우쿄가 하는 대로 같이 몸부터 씻었다.
샤워기에 서서 씻는 중에 우쿄가 비누를 떨어뜨렸고 우쿄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혀
비누를 주웠다.
타올에 감싸여 있는 엉덩이의 윤곽을 본 순간 혁은 숨이 멎을 것 같은 흥분에 휩싸였다.
우쿄는 비누를 집어서 바로 섰다가 혁의 멍한 모습에 의아했다.
<센빠이, 괜찮으세요? >
<어? 응…….>
우쿄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제법 근육이 붙은 혁의 마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몸을 보고 내심 감탄했다. 치한사건때 혁을 오나펫으로 삼아 오나니를 했을
때에 상상했을 대보다 더 멋있었다.
<센빠이는 정말 몸매가 멋있어요. >
<그, 그래? >
진난만하게 웃는 모습 때문에 혁은 심장이 뭔가 뾰족한 것에 쿡쿡 쑤셔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우쿄의 가냘프고 야들야들한 나체가 혁을, 아니 욕장 안의 다른 남자들까지 색다르게
흥분시키고 있음도 엄연한 사실이었다.
순간 혁과 우쿄의 허리에 감싸여 있던 타올이 샤워기의 물에 씻겨지듯 흘러내려서 이제는
하체까지 완전히 노출되었다.
혁은 완전히 발기한 성기를 소년의 눈 앞에 보이게 되어서 당황했고
우쿄는 좀 당황했다가 혁의 음경을 보고 순간적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すごい!!(대단해!!!) >
<풋!!, 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
혁이 실소를 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반문하자 우쿄도 금새 얼굴이 빨개져서 얼굴을
거울로 돌려버렸다.
이내 둘은 -우쿄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혁의 음경은 성인남성의 강건함과 카리스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혁도 우쿄의 성기에 눈이 갔다. 발기가 안된 우쿄의 성기는 크기만 클 뿐이고
그냥 어린아이의 고추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음모는 아직 나지도 않아서 마치 초등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원래 남자가 같은 남자의 성기를 본다고 흥분할 이유가 없는데, 이상하게 우쿄의 것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느껴졌다.
우쿄는 혁의 시선을 의식하고 양 손으로 가랑이를 가리며 멋쩍게 웃었다.
혁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너, 아직 고래 안 잡았나 보구나? >
<네? 고래요? 제가 어부漁夫도 아닌데 웬 고래를……. >
혁은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애초에 우스갯소리를 잘 못하는 우쿄가 어쩌다 하는 일본식
농담을 이해 못할 때가 있는 혁이었다.
우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쿄는 잠깐 생각하다 둘레를 둘러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 사람들은 좀 이상해요. 왜 그걸 다 벗겨냈어요? >
<응, 뭘? >
우쿄는 장난스럽게 자신의 음경에서 포경을 죽 늘어뜨렸다.
<일본에서는 포경수술을 안받니? 한국에서는 당연히 무조건 받아야 되는 줄 아는데….. >
<왜 무조건 받아야 되는데요? >
<아니, 위생문제도 있고…….. >
<위생 때문이면 그냥 평소에 깨끗이 씻으면 되잖아요? >
그러고 보니 혁이 생각해도 좀 이상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굳이 일부러 포경수술을 받는 경우가 없다고 혁도 들은 적이 있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가령 옜날에 군대에 포경인 상태로 입대하면 강제로 수술을 받게
한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있었다. 옛날에 어땠든 지금은 군 복무때 그런 것을 본 적은
없지만...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 친부모라면……..>
<아, 그러고 보니까요 언젠가 오카상가 그 얘기를 오토상한테 했다가 혼나셨어요. >
대충 다 씻고 나서 둘은 미지근한 탕에 가서 그 옆에 앉았다.
먼저 우쿄가 혁의 등을 밀어줬다.
의외로 미는 힘이 대단했다. 혁은 소년의 손길에 내심 흥분이 되었다.
<…… 왜 혼나셨는데? >
한국의 대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날에 우쿄는 목욕중에 우경에게 등을 밀렸었고
실수로 성기를 보였었다. (주>3부하장-신편)
창피해 하는 우쿄에게 귀엽다며 웃어줬지만 들은게 있었던 우경은 은근히 신경이
쓰였고 다음날 밤 석주에게 우쿄에게 포경수술 받게 하는게 어떻냐고 물었다.
<아니, 필요없어!!>
<왜요?>
정색을 하며 말하는 우경에게 석주는 약간 흥분해서 말했다.
<포경 수술이라는 건 애초에 유태인하고 예수쟁이들이 하는 할례라는 짓이야.
우리가 유대인이야. 예수쟁이 집안이야?!!! 남들 한다고 우리도 그 짓거리를 해야 돼?!!!>
<아,네~~~네네~~♡>
이례적으로 반쯤 역정을 내는 남편에게 우경은 애교스럽게 어물쩡 넘어가 버렸다.
혁으로서는 석주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다 싶었다. 석주는 대종교 신자이다.
석주의 친가에게서 이어받은 민족주의 성향은 비판적으로 발전해서 반일성향만이 아니라
아예 서구의 제국주의 자체에 심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사실 반공 보수성향의 가풍과는 배치되기는 했다.
혁이 속주의 제자였을 때 석주가 교회 집사라는 좀 나이가 든 교사랑 언쟁을 벌이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반미적인 발언을 했다가 “빨갱이”라는 모욕을 듣고 멱살잡이까지 했었기
때문이다.
우쿄는 일요일에 교회 전도사가 멋도 모르고 집에 왔다가 석주에게 호되게 호통을 듣는
봉변을 당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수진이가 어렸을 때 멋도 모르고 친구 따라 교회에 갔다가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대요. 크크큭~~~~ >
<그래? >
<실은 일본의 집에서도 기독교는 싫어하는 편이고요. >
<왜? 나쁠 건 없잖아? >
<우리 집은 대대로 신사를 운영해 온 宮事가문이거든요. 거기다 할아버지께서 하는 말씀이
그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민족문화하고는 상극이라 하시고 한국에서는 오토상이 하시는
얘기가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너무 나쁜 짓만 하고 다니고 한국에서 민족문화를 우상숭배네, 미신타파네, 하며 너무 좀먹었다면서요. >
<하긴 사실이지. 한국에서도 기독교가 민족적인 면에서 좋은 일을 한 적이 별로니까…. >
오히려 극악이라고 해야 할 거야, 하고 생각했다.
단 적인 예가 최근의 단군상 파동이 있지 않은가?
물론 한국에서 기독교가 선진문물을 소개하고 일부는 독립운동등에도 참여한
면은 인정하지만 민족정기차원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독毒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일본이든 미국이든 닥치는대로 외세에 편승해 기득권을 챙기고
민족정기를 압살하는데 광분해왔던 것이다.
외가에서 카톨릭을 믿긴 하지만 혁도 기독교- 특히 개신교에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마산에서 교회 목사인 파렴치한 재영의 아버지가 지위를 이용해 벌인 가관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작태作態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쿄는 철학적인 이유로 싫었다. 무엇보다 존재자체가 모호한 유일신이나 조물주에
인간의 정신을 속박하고 신의 소유물로만 여기는 노예근성에 젖은 교리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우쿄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단지 유일신이나 조물주의 존재를 믿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아니 우주의 삼라만상은 200억여 년간의 진화를 거친 자체노력과
자유의지의 결과물이지 조물주의 창조물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재하든 말든 조물주가 주장할 지분 따위는 이 우주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혁이 우쿄의 등을 밀어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혁은 방금 전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이 무색하게 우쿄의 아담한 신체 윤곽을 보고
또다시 하체가 경직됨을 느껴야 했다.
(이거야 원……. 기껏 흥분을 가라앉혔더니…….)
차라리 미키를 생각하면 어떨까 했지만 초대형 팔등신의 미녀인 그녀는
그녀고 우쿄는 남자아이임에도 작고 아담한 우쿄만의 매력이 있었다.
거기다 지금은 온통 우쿄에게 신경이 쏠려 있었다.
혁은 아예 우쿄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 痛い!! 痛いです!!(아파요!!) >
<어, 미안!! >
우쿄의 몸에 신경을 안 쓰려다 오히려 신경이 쏠려서 너무 아프게 문지른
모양이다.
혁은 이래저래 우쿄에게 미안해졌다.
<……………그럼 케이는 종교 믿는 게 있니? >
<..... 당연히 신토神道잖아요? 집에서 신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마마-카스미-는
생전에 직업 자체가 정식 미코(巫女)셨고 오카상-우경-도 처녀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미코일을 했었대요. 지금은 한국에는 신사가 없다고 그냥 절에 다니시지만..... >
우쿄도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인 고통을 한동안 불교에 의지해야 했었다.
지금은 완전히 신토로 돌아온 상태였다.
딱히 개종改宗이라든가 할 필요가 우쿄의 감각으로는 없었다.
일본인들은 대개 불교와 신도를 같이 신봉한다는 점을 혁은 상기했다.
근데 은사의 사모님이 한 때 무당을-그것도 무슨 신 내림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했었다니 좀 이해가 안 갔다. 한국의 무당과 일본의 무당은 좀 다른 건가?
그러고 보니 혁은 딱히 종교를 믿는 게 없었다.
어렸을 때 가톨릭 교도인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니긴 했는데……
우쿄의 등까지 밀어주고 나서 탕에 들었다.
우쿄는 좀 뜨거운지 혁보다 좀 시간이 걸려서 간신히 들어왔다.
요 녀석, 아직 애기군, 하고 피식 웃었다.
<일본의 아버지하고는 그렇다 치고, 친 아버지랑은 목욕한 적이 있니? >
우쿄는 머리에 손바닥 만하게 접은 수건을 얹으며 잠시 생각했다.
<아, 어렸을 때 일본에 오셔서 온천에서요. >
<그 뒤로는? >
<그러고 보니…….없어요. >
<그럼 한번쯤 아버지가 목욕하실 때 등을 밀어드려 보는 건 어떨 까? >
그러자 우쿄가 벌떡 일어났다.
< 今日そうします!! それは良い考えですね!!(오늘 그래야겠어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
우쿄의 머리에 얹혀있던 수건이 그대로 탕 안으로 낙하했다.
<어…. 그러니? >
혁은 좀 놀랐다. 옆의 손님들은 우쿄의 입에서 일본어가 나와서 상당히 놀랐다.
우쿄는 상당히 들뜬 표정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마른 타올로 하체를 감싼 뒤 몸도 말릴 겸 락커룸의 넓은 홀이
한가운데에 펼쳐진 평상에 앉았다.
음료수는 자기가 사겠다는 걸 혁은 굳이 안 말리고 캔맥주를 부탁했는데 우쿄가
자기 걸로 대용량의 우유를 두 개나 산 걸 보고 놀랐다.
<그걸 다 마시게? >
<하나 드실래요? >
<아니, 근데 무슨 우유를 두 개나…… >
<우유가 키 크는데 좋대요. >
<아, 그래? 푸하하하하하!!!! 그래, 맞아. 하하하~~~ >
혁은 이제야 알겠다며 대소大笑했다.
우쿄는 아직 성장기에 속했고 성장욕구도 있었다.
실제로 늦게까지 키가 안 크다가 막판에 갑자기 성장해 키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금이야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하는 키이지만 지금보다 더 성장할
여지가 있고 그러려고 노력한다는 걸 느끼자 우쿄가 한층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모습도 무척 귀여운데 지금보다 성장하려고 하는 게 좀 섭섭하기도
했다.
우쿄는 혁의 웃음에서 노조무가 우쿄가 기특하다고 느낄 때의 웃음과 같은 걸
느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은 편하게 탁자에 앉아 맥주와 우유로 건배를 하고 기분 좋게 들이켰다
잠시 후 목욕탕 앞에서 우쿄와 헤어져 집에 들어온 혁은 더 이상 욕구를 참지 못했다.
우쿄와 목욕탕에 같이 간 것은 완전히 역효과였다.
오히려 우쿄의 나체를 명확하게 알게 되어 터무니 없는 욕정을 더 부채질하게 된 꼴이었다.
혁은 침대의 한쪽 구석을 손으로 짚고 바닥에 무릎으로 서서 바지를 벗은 채 엎드려서
오나니에 빠져들었다.
<케이!!! 허억!!>
혁의 머릿 속에서 시간이 입욕 전에 샤워기 앞에서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우쿄가 비누를
떨어뜨려서 주우러 허리를 숙였을 때로 돌아가 있었다.
혁은 그대로 우쿄를 뒤에서 끌어안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우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혁은 상관없이 하체를 우쿄의 하체에 밀착했다.
음경이 우쿄의 비누칠이 된 가랑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기 위해 혁은 다리를 약간 굽혀야 했다.
우쿄는 양 손을 벽에 짚고 서서 엉덩이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혁의 과격한 힘에 앞으로
밀리고 있었다.
혁은 우쿄의 허벅지 사이로 음경을 비벼대면서 한 손을 우쿄의 앞으로 뻗쳐서 가슴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살결을 탐닉한 뒤 아래로 내려가 우쿄의 성기를 쥐었다.
우쿄는 너무 놀라서 비명도 못 지르고 있었지만 혁은 우쿄의 음경을 거칠게 쥐어서
훑어댔다.
< 先輩, 痛いです. 是非彼だけ......(센빠이, 아파요. 제발 그만……) >
우쿄는 울면서 사정했지만 혁은 이성을 잃고 더더욱 거칠게 아래에서 우쿄를 밀어
붙이면서 그의 성기를 주물러댔다.
결국 우쿄는 혁의 애무에 견디지 못하고 정액을 방출했다.
혁은 성기를 애무하던 손으로 우쿄의 정액을 받아냈다.
꽤 많은 정액이 혁의 손에 받아졌다. 혁은 짓궂게 그걸 들어서 우쿄에게 보여줬다.
우쿄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혁은 정액을 우쿄의 엉덩이 계곡에 발랐다 그리고 이내 혁의 한 손가락이 우쿄의
직장直腸 안으로 침범해 들어갔다.
<あっ!!! 先輩!! そこは!! >
혁은 발버둥치는 우쿄를 감싸 안아 고정시키고 우쿄의 몸 안을 유린하면서 직장 안까지
정액을 발랐다.
한동안 손가락으로 유린 한 뒤 드디어 음경을 항문에 대고 누르기 시작했다.
우쿄는 하얗게 질려버렸다. 혁의 음경은 자신의 것보다 컸다 이건 흉기라고 하는 게
어울릴 것이었다.
질려서 얼어붙다시피 한 우쿄의 부끄러운 곳으로 혁의 거대한 불기둥이 침범해
들어갔다.
<ああっ!!!!!!!!!!!!!!! せ, 先輩!!! だめ!!!!!!!!!!!!! >
기어이 혁의 육봉은 우쿄의 직장 안으로 완전히 삽입되었다.
우쿄는 고통스러워서 몸에서 완전히 힘이 빠져 있었다.
혁은 음경에서 느껴지는 우쿄의 따뜻한 체온과 직장의 조임에 도취되어서 허리를
움직였다. 우쿄는 하체에서의 격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혁은 미소년의 육체에 탐닉해서 더더욱 격하게 허리를 움직여서 직장 안을
파고들었다.
혁의 불기둥은 전에 느끼지 못한 협소함에 절단될 것 같은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혁은 우쿄의 몸 안에 정액을 방출했다. 정액은 결합이 된 음경과 괄약근
사이를 비집고 밖으로 흘러내렸다. 항문이 파열되어서 흐르는 피와 섞여서……
우쿄는 거의 실신상태였다.
혁은 오나니만으로는 처음 겪는 격한 쾌감에 휩싸여서 여전히 침대에 손을 짚고
엎드린 채였다. 정액은 혁의 음경에서 그대로 방바닥으로 직하해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혁은 일어서서 바지를 다시 입고 뒷마무리를 한 뒤 침대에
걸터앉아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 쥐었다. 뭔가 나락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뒤에는 그대로 드러누워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지옥地獄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면…… 나는 이것만으로 지옥 행이 확실해……>
하지만 혁은 더더욱 우쿄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
망연히 자문自問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혁과 헤어지자마자 집에 들어선 우쿄는 석주부터 찾았다.
<お父さんは學校ですぐ 全州にいらっしゃったの.
(아빠는 학교에서 바로 전주로 내려가셨어.)>
<マジ?(정말?)>
토요일이라 방금 막 학교에서 온 듯 아직 교복을 갈아입지 않은 수진의 대답에 우쿄는
살짝 서운한 빛을 보였다.
< お爺さんがお父さんを呼び出したから.(할아버지께서 아빠를 호출하셨거든 .)>
<あ, そう.(아, 그래?)>
친 할아버지나 전주全州라는 단어만 들어도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던 우쿄는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놓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바로 약통을 집어 위장약을 몇알 꺼내
삼켰다.
카스미의 사후에 위장약이 상당히 친숙해 있을만큼 스트레스성 복통에 시달려온 우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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