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편이 너무 늦어 죄송한데 그나마 이제 반만완성해서 올리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편 올리기 전에
앞 편을 일부 교정했음을 알립니다. 아참 아직 호모섹스 같은 건 안나오니까 부담 가지기 마시길.
우쿄이야기/宇京物語 1券 美少年 4부- 벚꽃바람
<뭐 꼭 그런 것만도 아니제. >
<그런 것만도 아니라니? >
영진의 말에 혁은 의아해 했다.
혁은 며칠전에 주로 거래하던 출판사에서 인류문화사 관련서적의 번역을 의뢰받았었고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었던 영진의 집에서 영진과 함께동료 번역작가인 석현과 그 내용을 같이 토른하고 잇었는데 하필이면 책의
내용이 性 풍속사였고 동성애나 남색에 대한 내용이 심심찮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에 혁은 아연실색했다.
혁도 역사歷史-정치 문화등을 망라해-에 관한 지식은 해박했지만 성 풍속사 같은 것은 그저 단편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하물며 동성애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처음 입대했을 때 "샤워 중에 비누가 떨어지면 허리만 숙여서 줍지 말라"는 경구警句를 처음 듣고 의미를
몰라서 어리둥절해 했던 그였다.
현재 대학원 생인 그가 생활을 위해 하는 일은 일본어와 스페인어. 독일어와 영어의 프리랜서 통역및 번역작가로 관련 자격증은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준비해 제대除隊 얼마 전에 취득했다. 일을 시작한 것은 그 직후로 덕분에
평균적인 샐러리 맨 이상의 소득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학교 등록금등의 학비는 ROTC 출신 장교로서의 군 복무자에 대한 특전으로 전액 국비지원을 받고 있어서
혁에게 부담은 없지만 입대전의 대학시절에도 전적으로 과외나 아르바이트, 장학금 등으로 어렵게나마 직접
해결하면서 생활했던 그였다.
만에 하나 아버지와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원한다면 부유富有한 아버지 슬하에서 소위 말하는 오렌지 족의
방탕放蕩한 생활도 할 수 있었겠지만 순전히 멋을 위해 적절適切히 명품을 구입하는 것 외에 과도한 사치나
방종과는 거리를 두어왔던 그로서는 설령 아버지와 그리 되지 않았더라도 집이나 아버지에 의지한다거나 하는
정신적인 미숙과는 애초에 무관한 성격이어서 최소한 스스로 살아갈 능력도 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왔고
그대로 실천해 왔었다.
그로서는 마산의 외가로 쫓겨나다시피 한 순간부터 아버지의 슬하를 벗어나 완전히 홀로서기를 했던 것이다.
다만 현재의 그의 거처에 대해서만은 그런 원칙을 어겼다는 게 그의 유일한 딜레마였다.
학교에서 몇 불록 정도 떨어진 혁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30여층의 주상복합住商複合건물로 지하에서 1~2층까지
가 상가인데 식당가도 조성되어 있고 거주민을 위한 헬스클럽과 대형 마트, 세탁소등의 편의시설도 있어서 혼자
생활하기에도 달리 불편한 것은 없었다.
심지어 성인 용품점까지 있는데는 실소했지만 헬스클럽은 시설등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등록하기까지 했다.
전역을 앞두고 여전히 집에 들어가기 껄끄러웠던 혁에게 그의 아버지에게 은밀히 부탁받은 석현이 거주할
오피스텔을 알아봐 주었다며 계약을 강권하기에 계약조건이 너무 좋은것을 내심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친구를
믿고 예약을 일임한 뒤 전역하고 들어온 뒤에야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서 건설한 오피스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군 입대 이후에 건설된 것이기 때문인데 심지어 아버지는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을 자신의 아들을 위해 일부러
비워두었던 것이다. 밖에 내놓은 자식이라고는 해도 안쓰럽기는 매 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입주한 그 날 석현이 취중에 고해성하하듯 털어 놓는데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서 바로 짐-이라고 해봐야
책 몇권, 옷가지 몇벌의 정말 얼마 안돼는- 싸 들고 나가버리려다 친구들이 붙잡아서 말리는 소동이 일어났지만
나중에 안 더 황당한 사실은 이 싯가時價로 따져 가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 건물의 명의상 건물주가 남도
아니고 바로 혁 본인이라는 것이다.
만번 양보해 자신의 부친의 사업수단은 인정하지만 과정이 떳떳지 못한 면이 허다하다 보니 이것도 그런 건가
하고 냉담하게 넘어가 버렸고 처음에 어떻게 집을 구해 나가려고도 했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거니와
기실 어렵게 마련했던 집 보증금, 관리비 등이 고스란히 굳었기도 하고 아버지에 대한 마음도 어느정도는
누그러져 이런 것까지 뿌리치는 것도 마음에 걸려서 그냥 눌러 앉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거주지는 아버지의 신세를 졌지만 그 외 생활에서는 누구의 도움 없이 빨리 자리를 잡아갔던 것이다.
실은 장교로서의 군 복무시기와 함께 비행청소년으로 10대 후반에 심히 삐둘어졌던 시절이 역설적으로
인격적으로 강인하게 단련시키고 성숙하도록 북돋아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 때 내가 말을 잘 못한 게 동성애라는 게 그저 이성간의 성행위가
어려울 때의 대체물로 나타난 것처럼 말한 게 잘못이라는 기제. 실은 꼭 그것만도 아닌데...... >
<근데 나는 이해가 안가. 동성애라는 게 고대 로마 같은 퇴폐했던 사회에서나 유행했다고 아는데...... >
<남색이 제도적이었던 古代 그리스는그렇게 퇴폐한 사회는 아니었어. >
석현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뒤 담배 연기를 내보낼 요량으로 베란다를 막고
있는 미닫이 문을 살짝 연 뒤에 등을 기댔다.
영진의 애견인 뭉치는 담배연기 때문에 거의 질식직전이었다가 황급히 베란다로 도망쳤다.
혁, 영진, 석현 못말리는 골초인 세 남자로 인해 새 주인을 맞이 하고도 한참 뒤인 일주일 전에야 이삿짐 정리를
대충 완료했지만여전히 어수선한 房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영진의 여자친구인 주희가 영진의 흡연 습관에 바가지를 긁어대며 책상 앞에 써 붙인 "절대금연"이라는 문구가
무색無色해져 있었다.
영진은 자신이 군대에 있을 동안에 고무신 꺼꾸로 안신고 기다려준 사랑스런 여자친구가 고마워서라도 되도록
지키려고는 하지만 음주흡연에서 욕망이 의지를 압도하는 남자의 못말리는 본성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스는 논외라 쳐도 고대 로마제국은 그렇지 않았냐는 것이지. >
<로마제국도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막나간 사회는 아니었다 카더라, 마.>
<사실 그 문화권文化圈이 문란하다, 아니다 하는 문제는 제 3자의 편견에 불과한 게 대부분이야. 가령 우리나라만
해도 이웃의 일본을 많이 비난했지만 그런 거야 조선시대의 엄격한 유교적 잣대를 일방적으로 들이댔던 것 뿐이었던 게 엄연한 사실이지. >
<한 시간을 2000년 쯤 되돌려 보면 오히려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서는 삼한三韓의 풍속이
심하게 문란했다고 기술되어 있고 반대로 왜인전倭人傳에서는 고대 일본 쪽이 엄격했다고 되어 있다 안 카나? >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혁은 사뭇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원서를 집어 들어 잠시 훑어보았다.
<이 책은 호모섹스가 고대에는 아주 정상적이었던 것인 양 기술하고 있군.>
<그랬나 보지, 실제로….>
석현의 대답에 혁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뭣? >
<세계 역사를 반추反芻해 보면 동성애가 용인되거나 아예 제도적이었던 사회가 의외로 많았다는 얘기야.>
<그럴 리가 있나? 아니, 기독교의 성경에서도 동성애나 수간獸姦같은 걸 강력하게 규제하는 대목이 있다는
것은 그 시대에도 그런 게 있다 하더라도 극소수의 부도덕하고 비 정상적인 행위로 여겨졌으니까 금기시 했을
거 아냐?>
<글쎄? 정 반대로 워낙에 그런 게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 야훼신이 성깔이 괴팍해서 그런 게 불만시러뎬彭?보제…. 원래 그 신은 사람 못살게 구는 게 취미 아이었나?>
영진의 직설적인 독신瀆神발언에 혁과 석현은 비록 그 자신이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짐짓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영진씨, -명색이- 조물주를 그렇게 모독하시면 나중에 벌받습니다. >
<농담이다~~~ >
영진은 석현의 핀잔에 장난스럽게 대응했다.
석현은 혁의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의 친구였고 영진은 마산에서의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친구로 시차를 두고
사귀었었다. 영진과 석현이 알게 된 것은 대학 진학 후에 혁을 통해서였지만 그저 “친구의 친구”라는 식이었고
본격적으로 친구 사이가 된 것은 영진의 제대와 복학 이후였다.
<하여튼, 몇몇 고대 전사戰士집단의 경우 오히려 장려되기까지 했다는 거야. 가장 최근의 경우 이전의
아프리카의 원시부족에서 그런 사례가 보이는데 어른 전사가 소년 병을 하나씩 맡아서 애인으로 삼으면서
전투기술이나 군사학등을 가르쳤다는 거지. 그리고 그런 관계가 되면 서로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더 용감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전력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고대 그리스에서도 어른인 선생과 미성년자인 제자 사이에
있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군. 현대의 군대에서는 군 기강 문란을 이유로 금지하는데…… >
<고대 그리스 전쟁 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 않나? 그리고 실은 군대에서 강조하는 “전우애”라는 게 그런
데서 연원을 둘 수 있는 거다.>
<신 영진, 전역하고 몇 달도 안된 녀석이 군인정신軍人精神을 모독하는 말을 잘도 하는군? >
<사실이 그런데 무슨 모독이고?>
<그래도 그리 기분 좋은 게 아니거든…… >
<그게 서양에서뿐이 아냐. 일본에서도 무사집단이나 스님들 사이에 주로 사제지간을 중심으로 많았다고
하더라구, 심지어 이전에는 스님들 사이의 남색을 슈도衆道라고 했을 정도니까. 그리스에서도 그런 면이
있지만 그런 관계를 정신의 합일合一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라 하여서 심지어는 이성간의 성애보다 상위上位에
두고 고상하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신성시神聖視했던 경우도 있으니까. >
<…………고상한 게 다 죽었군!! >
<애초에 일본 연극인 가부키가 성인남자들만을 배우로 내세운 것도 여자 배우는 매춘으로 빠지기 일쑤고 어린
머스마들을 여자대역으로 썼더만 고것들이 또 남색으로 빠져서 그랬다는 거 아이가? 그런 풍토風土다 보니께
부자나 무사 귀족들 사이에 남자 첩妾을 두는 경우까지 있었고……>
<뭐 일본 쪽이라면……….. 하지만 우리나라나 중국中國은 그게 그리 흔한 일도 아니었잖아, 안 그래? >
혁의 단언에 석현과 영진은 헛웃음을 쳤다.
<….. 아냐?>
<강민혁이, 우리는 지금까지 니가 완벽한 천재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닌 갑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법이야. >
영진의 놀림에 혁은 퉁명스럽게 응수했다.
<혹시 단수斷袖라는 말 들어봤냐? >
<아니?. 단수斷水는 아닐 터이고…… >
<강민혁군君답지 않은 썰렁한 농담이었어. >
<흠!! 칭찬으로 듣겠어. >
<어흠!! 하여튼 중국 사에서 전한前漢의 황제인 애제가 애인으로 삼던 환관宦官을 팔베개 해주면서 같이
자다가 먼저 깨서는 깨우지 않으려고 자기 옷 소매를 잘랐다는 얘기에서 호모섹스를 애둘러 표현한 말이 되었지. 중국의 경우도 황족이나 귀족 사이에 그런 일이 많았던 모양이야. >
순간적으로 혁은 우쿄를 옆에 팔베개를 해 주며 같이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버렸다.
<마, 우리나라에도 고려 목종이나 공민왕이 유명했다 아이가? 거기다 최근에 발견된 화랑세기의 필사본에서는
신라의 화랑도도 그런 사례가 많았던 모양이고……>
<화랑세기…… 그거 솔직히 믿을 만한 게 못 되는데…… >
<씨알도 안 먹힐 소리만 써넣은 한단고기보다야 그나마 나을 걸?>
<우얘되暳?간에 동성애라는 게 고래古來로 생각만큼 드문 일도 아니고 색안경을 끼고 볼 일도 아니었다
이 말이제. >
혁은 괜한 반발감이 일기 시작했다.
<거 참 이상하네. 그렇다고 그게 바람직한 것도 아닌 건 확실하잖아, 안 그래? >
< 바람직하고 뭐고 간에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거나 차별할 필요는 없다 이런 거지.>
<아, 그러셔? 그럼 가령 내가 너희 둘 앞에서 여장裝이라도 해볼까? 그게 보기 좋은지 꼴불견인지?>
혁의 약간 흥분한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은 뭔가 상상하는 듯 하더니 곧 이어서 영진은 눈살을 찌푸렸고 석현은
박장대소拍掌大笑 하기 시작했다.
<야 야, 그거 참 볼만하겠다!! 민혁이 이 자식, 보기보다 인물 하나는 볼만하니까 그 근육 좀 덜어내고 얼굴 좀
다듬으면 남자들이 줄 설 것 같은데? >
그 말에 혁은 정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무신 소리고!! 일마가 게이 같은 게 될 리가 없겠지만 서도 설령 그래도 야는 곧 죽어도 탑TOP만 하려 들지
바텀BOTTOM은 절대 안될 기다. 지 덩치의 2배도 넘는 넘도 때려눕히던 아가 뭔~~~ >
<……생각해 보니 그렇네? >
석현은 영진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진의 입에서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用語-단어 자체는 새로울 것도 없지만-에 혁은 어리둥절 했다.
<탑, 바텀? 그건 또 뭐야? >
영진은 생각 같아선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은 걸-아무래도 혁의 불쾌지수가 더 높아질 듯싶어서- 꾹 참았다.
<……… 그런 게 있다, 마. 더 알려고 들지 마라. >
그러다 잠시 후 현관에서 초인종招人鐘이 울리더니 주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나왔어. >
자못 귀여운 아가씨의 목소리에 영진은 각자 두어 개씩 까 마신 맥주 캔이 널브러져 있는 탁자 위의 재떨이에
수북한 담배꽁초와 방안에 자욱한 담배연기를 보고 아연해 했다. 눈치 없는 강아지 뭉치는 다소 냉정한 주인보다
자기를 엄청 이뻐해 주는 주인의 여친 목소리가 들리자 그저 좋아서 득달같이 현관玄關으로 달려가 꼬리를 치며 좋아했다.
<자, 잠깐만 리달리라~~ 어이쿠!! 큰일났네. 이 꼬락서니를 보면 주희가 날 잡아먹으려 들 기다~~~! >
<에라, 못난 놈~~ 아직 장가도 못간 놈이 벌써부터 여자한테 쥐어 사냐? >
세 남자는 -영진을 놀려먹으면서- 방안의 연기를 황급히 밖으로 내보내고 재떨이를 치운 뒤 비로소 숙녀를
맞았다.
주희의 양 손에 영진을 위해 준비한 밑반찬이 한 보따리였다.
<문 여는 게 왜 이렇게 늦어, 어머나!! 방안이 깨끗하네? >
영진은 시치미 뚝 떼는 표정이었고 나머지 둘은 능글맞게 영진을 흘겨보았다.
<우데~~~, 언제는 안 깨끗했나? >
<으이그~~~, 평소에는 홀아비 냄새 풀풀 풍기면서 사는 주제에♡>
주희의 애교스런 면박에 영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잠시 후 혁이 석현과 함께 영진의 집을 나선 뒤 교수의 호출을 받고 다시 학교로 갔다 나온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이제는 차갑다기 보다는 시원스러운 봄의 밤공기가 싱그럽게 느껴졌다.
학교의 교정校庭에는 벚나무가 우거져 있는 공원이 있다.
공원을 지나치는 순간 뒤에서 부르는 앳된 소리가 들렸다.
<先パイ~~~!! >
자못 귀엽게 느껴지는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혁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 早乙女君!! >
혁은 뒤로 몸을 돌려서 소년에게 따뜻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고 보면 우쿄와 혁은 알고 지낸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친해진 정도는 그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우쿄는 혁을 마치 친형처럼 따르고 있었고 혁은 그런 우쿄를 귀여워했다.
마침 소년의 뒤로 혁의 연인도 같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사제지간에? >
혁은 우쿄의 윤기 있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면서 미키에게 물었다.
<끝나고 나서 잠깐 자료를 대부貸付 받으러 도서관에 갔더니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데? >
뒤에서 우쿄를 끌어안고 있는 미키는 우쿄가 여간 기특한 게 아니었다.
< 공부를 한 건 아니에요. 그냥 재미 있는 책이 많이 들어왔길래……>
미키의 칭찬에 우쿄는 짐짓 화들짝 놀라며 사실을 정정했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좀 놀기도 하고 그래. 원래 네 나이쯤 되면 공부벌레보다는 활달하게 뛰어
노는 게 더 어울려. >
< そうでしょうか………(그런가요?)>
우쿄는 혁의 진심 어린 충고에 그런가 하고 안경을 고쳐 쓰며 약간 고개를 갸우뚱 했다.
천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수재秀才네 뭐네 해도 평소에 타인에게 풍기는 우쿄의 인상印象은 역시다소 수줍음을 타는 천진난만한
어린 남자아이였다.
현재 17살이라는 나이보다 더 어려 보여서 마치 초등학생을 방불케 하는 동안에다 거의 여자아이 같은
예쁘장한 모습도 다소 작은 키의 가녀린 몸매와 함께 앙증맞은 느낌이어서 수재라든가 특히 한국인에게는
일본인이라는 비우호적인 시선 대신에 “귀여운 이웃집 꼬마”라는 느낌으로 같은 학교의 여대생들에 더해 몇몇 남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혁이 아는 한 우쿄는 겉으로 보이는 어른들에게 어린 아이로 귀여움 받기 십상인 온순하고 천진한
분위기와는 달리 상당히 조숙하고 자기 통제가 철저하며 사려思慮 깊은 성격이다. 언뜻 보이는 학문이나
철학적인 견해를 봐도 생부인 석주가 말하듯 외가에서 응석이나 어리광이나 피던 꼬마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응석받이로만 자랐다는 것도 평소의 일본인으로서의 예의 바른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오히려 뜻밖에 엄한 가정교육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진지하고 점잖은 꼬마철학자는
아마도 그 신중한 성격에 자신의 여러 감정(민족적 정체성. 일본의 가족들과 한국의 친 가족들에 대한 애정,
친가에 대한 적대감등)을 두 번 세 번 성찰省察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너무 공부만 하고 마음고생도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는 어느 정도 즐겨도 되지 않겠니? >
< そうですね 。(그렇네요……)>
우쿄는 혁의 말에 뭔가 공감이 된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마치 뭔가에 쫓기며 도망치듯 너무 앞만 보고 온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제는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자신도 돌아보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덧 세 사람의 시선은 공원의 벚나무로 옮겨졌다.
< 韓國は櫻がちょっと遲れますね……(한국은 벚꽃이 좀 늦네요…… )>
우쿄는 공원의 벚나무를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다.
< 東京よりは北だからそうなの……(도쿄보다는 북쪽이니까 그렇겠지…… )>
미키도 우쿄의 말에 깊은 동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차피 필 꽃인데 그렇게 기다려져? >
혁의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질문에 두 사람은 진지하게 합창했다.
< 當たり前じゃないでしょうか? 日本人なのに…
(당연하잖아요? -벚꽃이라면 너무나 좋아하는- 일본사람인데…… )>
두 사람의 반응이 재미있었던 혁은 문득 며칠 전에 새로 발급 받았다며 미키가 보여준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본 적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
분명히 대한민국 정부에서 대한민국 국적보유자에게 발급한 신분증이니까 그녀의 한국이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전혀 뜻밖에도 일본 이름인 요시노 미키(吉野 美木)라는 이름이 떡 하니 찍혀 있었던 것이다.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황당해하며 묻는 혁에게 그녀는 자기도 도무지 모르겠다며 고개만 으쓱거리고 있었는데
원래의 한국식 성을 알아내려 백방으로 애를 쓰다 지친 아버지가 조만간 새엄마의 성인 진 씨로 바꾸려 하는
모양이지만 자신은 절대 이 이름을 지킬 거라는 것이다.
새 엄마는 좋아하지만 그거와는 무관하게 지금 -일본식-이름이 더 좋다면서…..
<아, 여의도에 윤중로라는 곳이 벚꽃으로 유명하거든. 어때, 벚꽃이 피면 이렇게 세 명이 다같이 구경 가 보는
게? >
<あら(어머)~~ 그거 나쁘지 않겠네? >
<……저도 끼어도 되는 거예요? >
<왜 안돼? 이렇게 세 명이라니까……>
우쿄는 수진에게 배운 것 같은 어린애다운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デㅡトでしょ?(……데이트잖아요?) >
제법 당돌한 우쿄의 말에 혁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가볍게 알밤을 먹였다.
<꺄~~~~~~~~~~~~~~~~~~ㄱ!! >
혁과 미키와 헤어져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우쿄는 근처의 주택가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듣고
바로 그 쪽으로 향했다.
제법 넓지만 인적이 없는 골목에서 웬 덩치 큰 괴한怪漢이 여대생 두 명을 막아서고 있었는데 바바리 코트
Burberry coat를 한껏 벌리고 있었고 여대생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바바리 코트 안의 괴한의 몸은 완전히 나체體였다.
(韓國にも通り魔があるにはあるね。(한국에도 토오리마-지나가는 사람을 괴롭히는 악한-가 있긴 있구나.))
자신도 일본에서 몇 번 똑같이 당한 적이 있는 우쿄는 전신주 뒤에서 숨어보면서 질려버렸다.
그런데 치한은 두 여자를 과도過度하게 위협威脅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우쿄와도 안면이 있었다.
<그만두지 못해요? >
< ~~~ 속으로는 좋으면서 뭔 내숭이고? >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거예요!! >
<부를 테면 불러봐라~~~ >
치한은 화를 내는 아가씨들을 오히려 놀려대며 잔뜩 곧추선 거대한 음경陰莖을 들이대고 있었다.
여자들 중 한 명인 소현은 놈의 혐오스러운 흉기가 뻣뻣이 선 채로 꺼떡대자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도망치려고 해도 놈이 숙녀들을 막아 서서 그럴 수도 없는 듯 했다.
곧바로 우쿄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고 괴한 앞에 팔을 벌리고 막아서 피해자들을 보호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쓴 괴한은 자기 앞을 막고 있는 당돌하기 짝이 없는 작은 꼬마의
존재에 잠시 당황했다.
<니 뭐꼬, 임마!! 꺼지라!! >
<그만 둬요!!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에요? >
잠시 뒤 험악한 목소리로 위협하는 놈에게 우쿄는 되도록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야단치며 단호한 표정으로
직시했다. 다행히 제법 완벽한 발음이어서 자신이 외국인外國人임을 들키지는 않았다. 외국인, 특히 일본인임을
알면 놈은 더 얕볼 것이었다.
<이런 때릴 데도 없이 쥐방울 만한 게 어디서 까부노, 니 죽고 싶나, 으이?!! >
우쿄보다 훨씬 큰 덩치와 목소리만 믿고 놈은 우쿄에게 을러댔다.
우쿄는 의연하게 놈을 노려봤지만 목소리가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 호루라기 소리와 같이 급하게 뛰어오는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이런 씨X!! >
괴한은 화들짝 놀라서 바바리 코트로 몸을 감싸고 도망가 버렸다.
우쿄가 뒤따라 가려다 팔목이 붙잡혔다. 피해자들 중에 한명인 미진이 가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괴한은 도망가는 와중에 돌아보더니 우쿄에게 손가락질을 하고서 그 손가락으로 자신의 굵은 목을 그었다.
비열한 놈은 우쿄에게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다.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년에게 말이다.
경찰관들이 곧 괴한을 뒤쫓았고 그제야 우쿄는 맥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주저앉아 있던 우쿄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놈을 추격했던 경찰관들이 놈을 놓치고 돌아와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뒤였다.
한 경찰관이 우쿄를 일으켜 세웠다.
<이봐, 학생!! 괜찮은가? >
<は, はい,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예, 고맙습니다.)>
약간 넋이 나간 소년의 입에서 일본어가 나오자 경관警官은 약간 당황해 하는 눈초리였다.
경찰에게 연락 받은 석준과 석주, 그리고 소현의 이복 오빠인 혁이 검찰청과 학교에서 동시에 경찰
지구대地區隊 본부에 황망하게 도착한 것은 대략 40여분 뒤였다.
혁은 자기 이복동생 때문에 지구대에 왔다가 우쿄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
석준은 신분확인을 요청하는 지구대장에게 검찰관신분증을 제시한 후 상황을 물었다.
<따님이 같이 있던 숙녀분과 함께 치한에게 봉변을 당했습니다. 저 일본인 학생은 따님을 보호하려 했고요. >
석준과 석주는 동시에 전혀 뜻밖이라는 듯 우쿄를 바라봤다.
<그게 정말이냐? >
<사실이에요. 거기다 치한이 도망가려니까 쫓아가려고까지 했어요. >
소현이 대신 대답했다.
두 중년 남자와 청년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헛웃음까지 흘렸다.
<괜찮아? >
혁이 걱정스럽게 물었고 우쿄는 괜찮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심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다소 안심이 되었다.
지구대장은 상당히 어린 소년의 용기가 가상하게 여겨졌다.
< 何, とにかくすごいね。 表で見てはそんなに勇ましいとかするようではないのに……
(뭐, 어쨌든 대단하군. 겉으로 봐서는 그렇게 용감하거나 할 것 같진 않은데……) >
대충 석주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은 한국경찰관의 상당히 서툰 일본어 칭찬에
우쿄는 얼굴이 빨개져 몸을 움츠린 채 고개를 약간 돌렸다.
그러다 석주와 석준, 특히 미진의 얼굴을 흘끔 보고 나자 오기가 생겼다.
< 大和魂を重視する 日本の男の子として當たり前の事をしただけです。
(일본의 정신을 중시하는 일본남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
자못 의젓한 그 말에 미진은 -그녀는 일본어는 모르지만 몇 가지 아는 단어로 내용을 추측해-반발하려는
기색을 보였고 석주와 석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혁은 모두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장도 얼굴이 약간 굳어진 뒤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それでもこれからむやみに危ない仕業はしないようにやって。
そうでなくてもそのバ-バリマンなのかアダムなのかする氣違いが一ヶ月
前ぐらいからこの OO大學あたりを騷き亂して通って被害が急增する
中であたりの巡察を强化するところだからこれからは申告をするようにして,
譯もなく後で何の仕業をするかも知れないから……
(그래도 앞으로 함부로 위험한 짓은 하지 않도록 해. 안 그래도 그 바바리 맨인지
아담인지 하는 미친놈이 한 달여 전부터 이 OO대학근방을 휘젓고 다녀서 피해가
급증하는 중이라 근방의 순찰을 강화하는 중이니 앞으로는 신고를 하도록 하고,
괜히 나중에 무슨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니까…… )>
< あ, 實は先ほど逃げだしながら手眞似で私を殺すと脅迫をしたんですが……
(아, 실은 아까 도망가면서 손짓으로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었습니다만……)>
그 말에 혁과 석주가 같이 반응했다.
< 사실이니? >
우쿄는 두 사람의 심각해 하는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まさか本當にそうしないですね。(설마 진짜 그러지는 않겠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무서웠다. 실은 싸움도 못하는 데 적절한 타이밍에 경찰관이 안 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맥이 풀렸다. 그 말에 대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이군. 일단은 그냥 공갈이겠지만……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게는 걸?
……뭐 어쨌든 그렇게 걱정들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경찰이 그런 파렴치범을
결단코 체포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거니까요. 그렇더라도 되도록이면 주의하실
필요는 있으시겠습니다. 早乙女君も氣を付ける必要はあるがそれほど不安に思う
必要はないだろう。 私たち大韓民國警察も日本警察劣らないから信じて安心するように。
(사오토메군도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우리 대한민국 경찰도 일본경찰 못지 않으니까 믿고 안심하라구……) >
대장은 모두에게 그렇게 말한 뒤 우쿄에게도 자상하게 말해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까 경찰 아저씨 말씀대로 위험한 일에 함부로 나서지 않도록 해. >
혁은 파출소를 나오자 마자 우쿄에게 주의를 주었다.
혁으로서는 우쿄의 일로 내심 이만저만 놀란 게 아니었다. 아니한 말로 그렇게 놀란 것은 처음이었다.
우쿄가 잘못되어서 무슨 일이라도 당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래 인석아. 까딱 잘못해서 얻어맞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냐? >
석주도 아들의 용감한 행동이 놀랍고 기특했지만 너무 위험하고 무모했다는 생각이었다.
< でも近くに人もいなかったしとにかく二人すべて分かる人だから………
(하지만 근처에 사람도 없었고 두 사람 다 아는 사람이라………)>
우쿄는 거기까지 말하고서 미진들을 흘끔 보았다.
미진의 표정은 여전히 도도하고 냉담했지만 평소보다는 우쿄에게 보이는 표정이 다소 풀어져 있었다.
석준은 미진에게 뭐라고-그다지 다정하지는 않은 어조로-주의를 준 뒤 석주에게 다가가 우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형~~~ 우리 가문 장손, 이제 보니 대단하지 않아? >
<그러게, 내 아들이 이렇게 용감한 줄은 전혀 몰랐는데….. >
<석철이 자식, 이걸 한번 봐야 하는데 말이야. >
석준은 재작년에 우쿄에게 남자 같지 않다며 모멸감을 안겨주고 도쿄까지 찾아가 난동을 부렸던
막내를 거론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미진 옆에 있던 소현이 혁에게 시선을 보냈다.
혁은 소현에게 다소 냉담함을 가장한 어색한 시선을 던지더니 석주에게 인사를 했다.
<선생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
<응, 다음에 한번 보자.>
그 다음 석주는 혁에게 손짓을 해서 어깨를 감싸 안고 귀속 말을 했다.
<한 배는 아니지만 네 여동생이잖냐. 오늘 많이 놀라기도 했을 테고, 한번쯤 오빠 노릇 좀 해줘 봐. >
석주는 혁의 가정상황을 혁의 담임으로서 상세히 알고 있었고 혁 몰래 혁의 아버지를 만나면서 소현의
얼굴을 같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국민학생이었던 꼬마숙녀가 이제는 어여쁜 여대생이 되어 있었다.
<예. >
혁은 석주의 말에 이의 없이 답했다.
아마도 소현은 집 대신에 일부러 혁의 연락처를 경찰에게 가르쳐 주었을 것이었다.
혁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석주는 혁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들겨 준 뒤 떨어졌다. 혁은 스승의 소중한 조언을 감사하게 느꼈다.
<케타로짱. 정말 고마워. >
소현은 그냥 귀여운 꼬마라고만 생각했던 우쿄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게 실감이 안가고 있었다.
우쿄와 안 이래 어느 정도 친해지긴 했지만 우쿄가 마치 덜 길들여진 아기 고양이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어서 약간은 서운했던 참이었다.
그런데 모성본능으로 지켜주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이 소년이 오히려 자신을 도와준 것이다.
너무 놀랍고 기특했다.
< 저는 ただ阻んでば(그냥 막기만) 했을 뿐인 걸요.)>
우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지며 그렇게 대단한 것을 한 것도 아니잖냐 는 태도였고 소현은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도 치한을 보자마자 여친을 내팽개쳐두고 도망간 겉만 번지르르 했던 어느 부잣집 도련님보다야 훨씬
낮지 뭐. >
소현은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친한 후배였던 미진에게 짓궂은 표정을 지었고 유진의 표정에 굴욕감이 번져갔다.
석주는 소현과 우쿄가 꽤 친해 보이는 것에 관심이 갔다. 혹시 그새에 여자친구라도 사귀게 된 건지……
<미진아. 사오토메군에게 고맙다고 해. >
석준은 자못 엄한 표정으로 미진에게 말했다.
석준은 이 참에 우쿄를 볼 때마다 마치 콩쥐를 대하는 팥쥐처럼 심술궂게 대하는 미진에게 어느 정도 부채 감을
느끼게 해 주기로 했다.
<……오늘은 고마웠어.>
미진은 마지 못해 우쿄에게 -다소 인색하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그들의 앞에 고급 벤츠 승용차가 한대 서더니 아마도 소현과 비슷한 나이일 -우쿄의 지금 스웨터와
청바지의 소박한 차림과는 비교도 안되는- 최고급 캐주얼 정장차림의 청년이 쭈뼛대며 내려 나왔다.
석준은 그 청년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고 미진은 그에게 다가가서 따귀를 때렸다.
<너랑은 이제 끝이야, 이 촌뜨기 어린애만도 못한 병신새끼!!! >
미진은 앙칼진 목소리로 비겁한 남자친구에게 화풀이를 하며 절교를 선언했다.
<어머 정말이에요? >
걱정스러운 마음에 집 앞까지 마중 나온 우경과 수진은 석준의 차에 동승해 온 석주에게 두 부자를 위해 늦은
저녁을 차리며 사태의 전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쿄는 석주에게 괜한 말을 한다는 듯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 그래도 너무 위험했어요. >
<맞아요. >
이미 먼저 식사를 한 우경과 수진은 식탁에서 차를 마시면서 한마디씩 했다.
우쿄는 잠자코 먹기만 했고 석주는 그 말에 강변剛辯했다
<물론 위험한 짓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집 장남이 사나이 대장부로서의 기백을 보였다는 게 기특하지 않아? >
석주로서는 왠지 이 일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얌전한 게 마치 계집아이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조카들이나 다른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추어 아쉬웠던 게 사실이었다. 그랬던 아들이 간만에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여자를 보호하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 ごちそうさま。 私先に寢ます。 おやすみなさい。
(잘 먹었어요. 저 먼저 잘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우쿄는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원래 적게 먹는 밥을 이번에는 남겼다.
<좀 더 먹지 그러냐? >
<실은 저녁에 너무 놀라서 그렇게 식욕이 없네요. >
우쿄는 씁쓸하게 미소를 띈 모습을 보이며 목례를 하고 2층으로 올랐다.
<녀석 하고는…… >
< お兄ちゃん, 寢る前に宿題ちょっと敎えてくれる。(오빠. 자기 전에 숙제 좀 가르쳐 줘.) >
<いいよ。>
수진이 물 찬 제비 같은 발랄한 움직임으로 오빠를 따라 올라갔다.
석주는 딸의 입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일본어가 나오자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수진은 오빠와 일본어로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냥 하는 정도가 아니라 발음이고 악센트고 완전히 일본인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 우리 집이 임나일본부가 되가는 것 같어. 집 밖에다 임시정부라도 차려야 하는 거 아냐? >
우경은 남편의 불평 섞인 다소 썰렁한 농담에 폭소를 터트렸다. 석주는 발랄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이 귀여웠다.
<호호호~~~~ 안라왜신관이겠죠~~~ >
우경도 알고 있는 한국사 지식을 동원해 한국사 스승이었던 남편의 로우개그에 편승했다.
석주는 갓 한국으로 시집온 아내가 일본인으로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잘못 알까 싶어서 다소 열성적으로
우경에게 가르쳐 줬던 옛날과 입장이 뒤바뀐 것 같다 싶은 생각에 껄껄 웃고 말았다.
수진의 공부를 봐준 뒤 세면을 마친 우쿄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누워버렸다.
밤의 일만으로 머리가 아프고 피로가 몰려왔다.
어차피 오늘은 작성해야 할 레포트-우쿄는 그냥 숙제宿題라고 부르지만-도 없어서 안경을 벗어서 머리맡에
놓고 이불을 뒤집어 써버렸다.
물론 두 여자를 위해 끼어든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도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고 별것도 아닌 일에 과도하게 칭찬받을 것 같아 민망했다. 그렇더라도 걱정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괴한은 우쿄에게 살해위협까지 가했으니 앞으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일본도 아니고 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どうしよう?(어쩌지?))
문득 그 괴한이 흉물스럽게 드러내 놓은 거대한 음경이 생각났다.
간간히 같은 남자에게 추행을 당해야 했던 우쿄는 다른 남자의 성기가 이미 예사스럽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확 달아오르며 흥분이 됨을 느껴야 했다.
만약에 그에게 추행을 당하고 있던 게 두 숙녀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면 어땠을까? 거기다 심지어 그 치한이 더
지독한 변태였다면? 그래서 우쿄에게 덤비기라도 했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우쿄는 흥분이 되었다가 불쾌감에 휩싸였다.
그런 미치광이에게 그런 짓을 당하는 상상을 하다니, 그것도 남자인 자기가!!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대상이었다. 그런 파렴치 범은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니 꿈에 나올까 무섭다.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리려 애썼다.
차라리 자신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사람, 혁을 생각한다면?
그러나 그것은 좋은 생각이 못되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혁의 모습은 평소의 신사다운 풍모가 아니라 완전히 나체였다.
괴한의 흉측한 알몸과는 달리 가늘고 호리호리하지만 근육질로 단련된 늠름하고 고대 그리스의 조각 같을 것
같은 혁의 몸이 상상되자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선배의 것은 어떨까? 그 파렴치한과 똑같을까? 아니면 더 클까?
(バカ!! 今何か考えをするの!! (바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화들짝 놀라서 자신을 질책했다.
자기를 키워준 아버지인 노조무와 많이 흡사한 분위기의 혁은 우쿄에게 친 형처럼 대해준 고마운 선배이다.
아직 애기나 다름 없는 친 동생인 우주를 빼고 형제남매라고는 모두 여자인 우쿄에게는 그런 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혁에게 그런 상상을 한다는 것은 혁에 대한 모독冒瀆이고 배은망덕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혁이 생물학적으로 같은 남성을 좋아하는 취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은 우쿄는 MP3를 집어서 이어폰을 귀에 꽃은 뒤 정신이 깨도록 금속성의 강렬한 메탈 음악으로
세팅했다.
하지만 자꾸 혁의 모습이 연상되고 있었다. 완전히 발동이 걸린 우쿄는 멈출 수가 없었다.
(작가註: 2부 상의 혁의 꿈과 비교해서 읽을 것, 옷차림은 똑같음)
평소의 온후하고 상냥한 모습과는 달리 상상 속의 그는 오만한 태도로 우쿄의 앞에 서서 무언無言으로 복종을
강요하고 있었다.
우쿄는 말없이 그 자리에 무릎으로 바닥을 짚고 앉았다.
커다란 전해질의 생체기관이 거만하게 끄덕거리며 다가오자 소년은 그의 위풍당당한 자태에 압도되어 있었다.
소년의 손이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거대한 불기둥은 말 그대로 뜨겁고 딱딱해서 흥분하게 만들었다.
우쿄는 그것을 사랑스럽게 감싸 쥐고 부드럽게 훌쳐나갔다.
혁은 우쿄가 자신의 불기둥을 애무하자 움찔했다. 불기둥 밑의 음낭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우쿄는 입을 그쪽으로 다가가서 탐스러운 청년의 음낭을 입에 머금고 빨기 시작했다.
<으~~~음!! >
청년은 소년의 애무에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혁에게서 가느다랗게 신음소리가 나오자 우쿄는 이제 음경을 입안으로 넣었다.
이미 경험이 있는 우쿄는 거리낌없이 같은 남자의 성기를 펠라티오하고 있었다.
혁은 만족스러운 듯 우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청년의 부드러운 손길에 고무된 소년은 계속하여 청년의 불기둥을 정성스럽게 구강 안에서 애무했다.
청년은 더 참지 못하고 소년의 구강 안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크윽!!!!!!!!!!!!!! >
뜨거운 액체가 구강 안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자마자 그대로 구강을 완전히 채우고 말았다. 소년은 그대로
걸쭉하고 비릿한 액체를 머금었다.
불기둥이 입 밖으로 빠져 나왔을 때 아예 바닥에 주저앉은 소년은 뱉어내지 않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꼴딱~~~!!”
그 상황이 청년을 더더욱 흥분시키고 말았다. 어떻게 된 건지 우쿄의 뒤에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혁은 그대로
우쿄를 들어 안았다. 이내 소년은 침대 위에 내동댕이 쳐졌다. 청년은 야수같이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소년의 옷이 모조리 벗겨졌다. 소년의 -남자의 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깨끗하고 가녀린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청년은 소년이 얼굴에 걸치고 있던 안경을 벗겨버리면서 목덜미를 깨물듯이 빨았다.
청년의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소도미를 감행했다.
<ああっ!! >
창피한 곳을 침범 당한 소년은 몸이 급격히 뜨거워졌다.
골짜기의 비좁고 은밀한 동굴로 청년이 진입해 들어가는 순간 소년의 감흥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い,行く…… ああっ!!>
우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어두운 방 안이었다. 이불은 꽤 멀찍이 걷어 차였고 하체는 파자마 바지와 속옷까지
벗겨져 있었다. 웃옷도 가슴 언저리까지 올라가 있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하체는 왼 손끝과 함께 허연 액체 범벅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오나니를 하고 사정까지 한 우쿄는 힘이 빠져서 축 늘어져 있었다.
귀에는 X-JAPAN의 다소 템포가 느린 곡이 흐르고 있었다.
< …………僕というやつは最低だ。 先輩をおかずにするなんて ………
(………나란 녀석은 최악이야. 선배를 오나펫으로 삼다니……) >
그러고 보면 자신이 남에게 오나펫이 되거나 성추행을 당하고 거의 강제로 남자를 받아들여야 했던 일은 있어도
자신이 같은 남자에게 먼저 그러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마도 지극히 정상이고 동성애 같은 걸 불쾌하게 여길 것 같은 혁에게 그러했으니……
죄의식이 밀려오는 중에도 우쿄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한층 격한 쾌감 때문에 멍한 상태 그대로였다.
시선은 망연히 천장만 응시하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티슈로 손과 하체에 묻은 정액을 닦아 낸 뒤 느릿하게 파자마 바지와 속옷을 입고 욕실로
향했다. 옷을 다 벗고 샤워기를 틀었다.
그러고 나서 욕조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았다.
새삼 자신이 한 행동에 극심한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 明日から先輩の顔をどんなに見なければならないでしょう? ………(내일부터 선배 얼굴을 어떻게 보지?) >
착잡한 기분은 샤워로도 씻겨나갈 조짐을 안보였다.
차 안에 있는 내내 남매는 말수가 적었다.
<………… 많이 놀랐니? >
이윽고 오빠의 입에서 자못 자상한 물음이 들려왔다?
<어? 응. >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다시 소현이 입을 열었다.
<근데 오빠……>
<그 치한, 어떤 녀석인지 기억나? >
<어? >
갑자기 혁의 질문에 소현은 -다시 생각하기 끔찍했지만-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덩치가 크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데…… 아 맞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 음악부 신입생 환영회 때 난동을 부렸던 남학생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
누군지 알 것도 같았다. 혁은 운전에 집중하며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 그게 사실인가? 그 변태성욕 자에 대해 나도는 소문 중에 하나가 대학에서 퇴학당해서
그 분풀이로 재학중인 여학생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머, 그럼…… >
<확실한 건 아니잖아? 괜한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고……>
혁은 소현에게 속단速斷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머릿속에 떠올린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지 싶지만 그저 심증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사실이면 경찰에 넘기기 전에 자신이 가만 두지 않을 심산이다. 그 녀석은 우쿄에게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미친 새끼가 또……)
혁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잠시 뒤 혁이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성북동의 고급주택가 중에 한곳에 있는 저택邸이었다.
차를 세우자 마자 혁은 조수석으로 가 손수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서 내린 소현은 혁과 함께 대문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저기…. 이왕 온 김에 들러서 차라도 마시다가…… >
<……많이 놀랐겠지만 오늘 일은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안심해. 그럼 학교에서 보자. >
혁은 동생을 위로하는 말을 해 준 뒤 그대로 차에 올랐다.
소현은 혁에게는 이복 여동생으로 딱히 밉거나 하는 감정은 없었다.
그저 아버지에 대한 감정 때문에 서먹하게 대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소현이 자신을 친 오빠처럼 생각하면서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아버지와 화해하기를 바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마음 씀씀이가 예쁘게 느껴졌다. 동생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혁은 곧바로 출발했다.
차를 몰고 자나가는 길에 돌연 갈증을 느낀 혁은 이태원의 한 편의점에 차를 세웠다.
생수 한 병을 사서 차 앞에서 물을 들이키고 난 순간에 또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서 그리로 달려갔더니 좁은
골목길에서 덩치 큰 미군이 가죽 재질의 점퍼와 미니스커트 차림을 한 금발의 백인여자를 강제로 끌어안고
있었다.
병사는 술에 취해선지 영어에 정통한 혁으로서도 의미를 짐작할 수 없었다.
여자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지만 남자의 손이 스커트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기 힘들었다.
<오우, 노우!!!!! 헬프미!!!!!!!!! >
(오늘 무슨 날이 이래? 국제적으로 여난難일인가?)
혁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자기보다 덩치가 큰 미군의 어깨를 붙잡았다.
<-헤이!! 그만둬!! ->
<갓뎀!! >
미군은 곧바로 혁에게 주먹을 날렸다.
말로는 안되겠다고 직감한 혁은 가볍게 피한 뒤 자신의 주먹을 병사의 복부에 꽂았다.
“퍽!!!!!!!!!!!! “
<~~~오우!!! 지저스~~~!! >
혁의 일격에 미군은 그대로 배를 움켜쥐고 허리를 굽힌 채 고통스럽다는 듯 입을 쫙 벌렸다.
혁은 마지막으로 병사의 얼굴에 일격을 먹여 꼬꾸라뜨렸다.
단 두 방에 미군은 커다란 종량제 쓰레기봉투 더미에 나자빠져 혼절昏絶했다.
쓰러진 병사를 살피려는 순간 그를 부르는 이국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으로 돌아보자 풍성한 금발이 찰랑거리는 방금 전에 미군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던
혁과 비슷한 나이의 섹시한 미국 여인이 안도하는 미소 띤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티나!!! >
혁은 그녀와 인연이 있었다. 그 순간에 정신을 차린 미군 병사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네 혁에게
달려들려 했고 혁은 구둣발로 병사의 손을 차서 칼을 날려버린 뒤 위협했다.
그제야 병사는 임자를 잘못 만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도망가버렸다.
혁이 제대하기 몇 달 전이었다.
혁이 복무하고 있던 부대는 전방에서 미군부대와 인접하고 있었는데 대대大隊 급의 부대가 합의하에
며칠에 걸쳐 전투훈련을 벌였었다. 대개 합동훈련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한국군과 미군간의 실전에
가까운 워 게임이었는데 미군은 일방적으로 한국군을 패퇴시켰고 급기야 한국군 측은 달랑 1개 소대만
온전히 병력을 보존 한 채 거의 궤멸직전까지 몰리기 시작했다.
설정상 대대장과 중대장 전원에 소대장 대부분까지 전사戰死하는 지경에 이르자 한국군
측은 온전했던 1개 소대를 중심으로 결집해 재편성해야 했는데 그 소대가 바로 혁의 소대였다.
하여튼 이 전투에서 한국군의 패배는 기정사실이었고 미군은 이미 완전무결한 승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승리감이 도취되어 자만해 있던 미군은 마지막에서 철저히 뒤통수를 얻어맞기 시작했다.
한국군의 잔당들이 한동안 종적을 감추더니 다음 순간 미군의 각 소대들을 각개격파한 것이다.
규모가 줄어들 대로 줄어든 한국군 쪽에 지휘관이라고는 혁 한 명뿐이라는 상황이 연출되자 혁은 한시적이지만
제법 늘어난 휘하병력에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권한을 이용해 나중에 상대편 장교들이 한편의 끔찍한
사이코패스 호러 영화를 본 기분이라고 치를 떨 정도로 능수능란한 작전으로 적을 갖고 논 다음 하나씩
사냥해 나갔고 한국군은 만루의 역전홈런을 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의외의 상황에 한국군과 미군 양측은 다소의 충격을 받아야 했다. 더구나 혁은 육사출신도 아니어서 더
그러했다.
나중에 혁은 진급이나 육군본부 전출 등의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며 아예 군대에 그대로 눌러 앉을 것을 종용하는 상관의 제의를 받고 고민해야 할 정도로 군부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전에 훈련 뒤에 미군부대의 장교클럽에서
있었던 뒤풀이 파티에서 -첫째로 그 수려한 외모때문에라도- 미군 쪽 여군장교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그 중에 적극적으로 혁에게 대쉬한 여인이 마지막까지 혁과 호각을 이루며 전투를 벌였던 소대의 소대장이었던
티나였다.
그 날밤에 혁은 이 야성적이고도 관능적인 미국산 백마白馬를 길들였고 혁이 제대하기 전까지 둘은 은밀히
뜨거운 관계를 이어갔었다.
<-그때 우리 쪽 장교들이 혁에게 뭐라고 별명 붙였는지 알아? ->
<-아니? 몰라->
근처의 바에서 혁은 티나가 장난스럽게 묻는 말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 랩터Raptor. >
<-…… 이를테면 독수리 같은? ->
<-그것도 있지만……- >
위스키를 한 모금 넘긴 그녀의 표정에 장난기가 돌았다.
<-혹시 “쥐라기 공원”이라는 영화 본 적 있어? ->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혁은 곧바로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가 공룡恐龍이란 말이야? ->
티나는 바 안이 떠나가라 미국여성 특유의 쾌활한 웃음소리를 냈다. 여성의 웃음소리에 바 안의 -외국인까지
포함된- 손님들은 그 웃음소리의 진원지인 매력적인 미국여성에 주목했다.
바깥에서 입고 있다가 벗어서 등받이에 걸쳐두었던 미군용 가죽점퍼 안에 감춰졌던 그녀의 몸에는 배꼽 티에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완전히 파여져 있는 티셔츠 사이로 풍만한 가슴계곡이 보는 남자들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호호호~~~ 그만큼 지능적이고 능숙한 사냥꾼이었다는 뜻이지. - >
<-…… 유능한 사냥꾼인지 미숙한 사냥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의 최고의 사냥감은 티나였을 걸?- >
혁은 그저 농담으로 받아 쳤을 뿐이었다. 그는 연애과정에서 여자를 단순히 사냥감이나 쾌락의 대상으로만
생각한 적은 전혀 없었다.
<-맞아. 나는 그 날 혁에게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완전히 포획된 거였어. ->
티나는 잔에 남아 있는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킨 뒤 혁을 뜨겁고 끈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근무기간 만료로 내일 비행기로 본토로 돌아가게 돼. - >
<-그래? 축하할 일이네? - >
<- 마지막으로 혁을 만나고 싶었어. 아쉽지만 포기했었는데…… 다행히 이렇게 만나게 되네?- >
티나의 의미 있는 말에 혁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처의 러브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티나는 혁에게 안겨서 먼저 격하게 입술을 맞추었다.
오랜만의 그녀의 관능적인 육탄공세에 혁도 잠시나마 약간 수동적이 되었다.
이내 혁은 그녀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혀를 그녀의 구강으로 진입시켰다.
두 남녀의 혀가 그 안에서 비벼지고 뒤엉켰다.
혁은 그녀의 티셔츠 위로 노 브래지어의 거유巨乳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돌출 된 유두가 감지되었다.
티나는 혁의 정장 상의와 넥타이를 풀어내더니 곧바로 와이셔츠까지 벗겨냈다.
혁의 호리호리하지만 근육질의 탄탄한 가슴과 복근腹筋이 티나를 흥분시켰다.
티나는 서서히 무릎을 굽히며 혁의 가슴을 혀로 핥으며 애무했다. 백인미녀의 뜨거운 애무에 혁은 더더욱
흥분되었다. 이윽고 티나는 완전히 아래로 내려와 혁의 바지의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혁의 완전히 팽창한 불기둥이 그녀의 손에 의해 끌려 나왔고 티나는 혁의 -웬만한 미국남성
못잖은-강건한 남성을 보자 깊은 탄식에 가까운 감탄사를 연출했다.
티나는 교태스럽게 혀로 입술을 적시고 그대로 완전히 팽창한 불기둥을 입에 넣었다.
<허억!!>
티나가 불기둥을 강렬한 흡입력으로 입 안에서 빨아내자 혁은 급격한 쾌감을 느꼈다.
티나는 혁의 불기둥을 탐욕스럽게 빨았고 거기에 어떤 기교도 개입되지 않았다.
이전에 보았을 때 미키만은 못해도 펠라티오의 기교는 티나도 제법 좋았지만 지금은 그것도
무시한 채 아플 정도로 음경을 거세게 빠는 데 혁은 신선한 감흥을 느꼈다.
<크~~~윽!!-티나. 너무 세게 빠는 거 아냐? ->
<-오우~~! 지금까지 혁이 너무 그리웠었나 봐. ->
<-그래도 내 몸은 캔디가 아니라고. ->
<-더 달콤한 것 같은데?->
그 말에 혁은 웃으면서 티나를 일으켜 세워 다시금 키스 하면서 침대에 눕혔다.
이번에는 혁이 티나의 초미니 스커트를 올렸다.
검은색의 아무 무늬 없는 T팬티가 색기 넘치는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혁은 그대로 그녀의 팬티를 벗겨 내렸다. 팬티를 벗겨 내리고 늘씬한 다리를 벌리는 순간
이국夷國의 백인 여성의 은밀한 계곡이 혁의 눈에 그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하였고 혁의
흥분은 정점에 이르렀다.
무성한 밀림을 이루는 황금색 비단실을 연상시키는 거웃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도톰한
여음은 야성적인 색체를 띄고 있어서 묘하게 흥분시켰다.
넘쳐흐르는 윤활유가 야생화의 꽃잎을 흠뻑 적셔서 싱싱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 야생화는 옅고 얌전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 오우~~~ 캡틴 강, 컴 온!! ->
혁은 그대로 야생화의 꽃잎을 입술로 집어 당기면서 빨았다.
<오우~~~ 예스~~~~ 으으음~으음므~~ >
혁의 쿤닐링구스에 티나는 온 몸이 뜨겁게 달구어졌다.
혁은 부드럽게 꽃잎을 애무한 다음 티나의 하체에 오똑한 코끝까지 닿을 만치 밀착해
티나가 했던 것처럼 -야생화를 모조리 입으로 감싸서 강렬하게 탐닉했다.
<오우~~~~ 예스~~~ 예스~~~ 캡틴 강 컴 온, 컴 온!! >
티나는 혁의 애무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혁에게 들어올 것을 재촉했다.
혁은 조급해진 티나와는 달리 여유를 두고 더더욱 티나의 은밀한 곳을 애무해 나가며
조금씩 상체를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초미니 스커트와 티셔츠로 된 옷을 부드럽게 모두 벗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티셔츠가 벗겨지자 터질 것 같은 풍만한 살덩이가 보는 이에게
숨이 멎게 할 것 같은 탄력으로 출렁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 미키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동양여성에게는 느끼기 힘든 박력迫力이었다.
혁은 그대로 티나의 유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주무르며 빨았다.
<-오우~~~ 예스으음음므 으음음므~~~~~! >
티나는 혁의 가슴 애무에 이제는 광분하기 시작했다.
혁의 경험으로는 티나는 감흥을 받는 순간 상당히 역동적動的으로 돌변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혁의 불기둥이 티나의 비경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피스톤 운동을
하자마자 티나는 허리를 움직이며 탐욕스럽게 혁의 불기둥
앞 편을 일부 교정했음을 알립니다. 아참 아직 호모섹스 같은 건 안나오니까 부담 가지기 마시길.
우쿄이야기/宇京物語 1券 美少年 4부- 벚꽃바람
<뭐 꼭 그런 것만도 아니제. >
<그런 것만도 아니라니? >
영진의 말에 혁은 의아해 했다.
혁은 며칠전에 주로 거래하던 출판사에서 인류문화사 관련서적의 번역을 의뢰받았었고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었던 영진의 집에서 영진과 함께동료 번역작가인 석현과 그 내용을 같이 토른하고 잇었는데 하필이면 책의
내용이 性 풍속사였고 동성애나 남색에 대한 내용이 심심찮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에 혁은 아연실색했다.
혁도 역사歷史-정치 문화등을 망라해-에 관한 지식은 해박했지만 성 풍속사 같은 것은 그저 단편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하물며 동성애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처음 입대했을 때 "샤워 중에 비누가 떨어지면 허리만 숙여서 줍지 말라"는 경구警句를 처음 듣고 의미를
몰라서 어리둥절해 했던 그였다.
현재 대학원 생인 그가 생활을 위해 하는 일은 일본어와 스페인어. 독일어와 영어의 프리랜서 통역및 번역작가로 관련 자격증은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준비해 제대除隊 얼마 전에 취득했다. 일을 시작한 것은 그 직후로 덕분에
평균적인 샐러리 맨 이상의 소득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학교 등록금등의 학비는 ROTC 출신 장교로서의 군 복무자에 대한 특전으로 전액 국비지원을 받고 있어서
혁에게 부담은 없지만 입대전의 대학시절에도 전적으로 과외나 아르바이트, 장학금 등으로 어렵게나마 직접
해결하면서 생활했던 그였다.
만에 하나 아버지와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원한다면 부유富有한 아버지 슬하에서 소위 말하는 오렌지 족의
방탕放蕩한 생활도 할 수 있었겠지만 순전히 멋을 위해 적절適切히 명품을 구입하는 것 외에 과도한 사치나
방종과는 거리를 두어왔던 그로서는 설령 아버지와 그리 되지 않았더라도 집이나 아버지에 의지한다거나 하는
정신적인 미숙과는 애초에 무관한 성격이어서 최소한 스스로 살아갈 능력도 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왔고
그대로 실천해 왔었다.
그로서는 마산의 외가로 쫓겨나다시피 한 순간부터 아버지의 슬하를 벗어나 완전히 홀로서기를 했던 것이다.
다만 현재의 그의 거처에 대해서만은 그런 원칙을 어겼다는 게 그의 유일한 딜레마였다.
학교에서 몇 불록 정도 떨어진 혁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30여층의 주상복합住商複合건물로 지하에서 1~2층까지
가 상가인데 식당가도 조성되어 있고 거주민을 위한 헬스클럽과 대형 마트, 세탁소등의 편의시설도 있어서 혼자
생활하기에도 달리 불편한 것은 없었다.
심지어 성인 용품점까지 있는데는 실소했지만 헬스클럽은 시설등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등록하기까지 했다.
전역을 앞두고 여전히 집에 들어가기 껄끄러웠던 혁에게 그의 아버지에게 은밀히 부탁받은 석현이 거주할
오피스텔을 알아봐 주었다며 계약을 강권하기에 계약조건이 너무 좋은것을 내심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친구를
믿고 예약을 일임한 뒤 전역하고 들어온 뒤에야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서 건설한 오피스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군 입대 이후에 건설된 것이기 때문인데 심지어 아버지는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을 자신의 아들을 위해 일부러
비워두었던 것이다. 밖에 내놓은 자식이라고는 해도 안쓰럽기는 매 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입주한 그 날 석현이 취중에 고해성하하듯 털어 놓는데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서 바로 짐-이라고 해봐야
책 몇권, 옷가지 몇벌의 정말 얼마 안돼는- 싸 들고 나가버리려다 친구들이 붙잡아서 말리는 소동이 일어났지만
나중에 안 더 황당한 사실은 이 싯가時價로 따져 가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 건물의 명의상 건물주가 남도
아니고 바로 혁 본인이라는 것이다.
만번 양보해 자신의 부친의 사업수단은 인정하지만 과정이 떳떳지 못한 면이 허다하다 보니 이것도 그런 건가
하고 냉담하게 넘어가 버렸고 처음에 어떻게 집을 구해 나가려고도 했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거니와
기실 어렵게 마련했던 집 보증금, 관리비 등이 고스란히 굳었기도 하고 아버지에 대한 마음도 어느정도는
누그러져 이런 것까지 뿌리치는 것도 마음에 걸려서 그냥 눌러 앉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거주지는 아버지의 신세를 졌지만 그 외 생활에서는 누구의 도움 없이 빨리 자리를 잡아갔던 것이다.
실은 장교로서의 군 복무시기와 함께 비행청소년으로 10대 후반에 심히 삐둘어졌던 시절이 역설적으로
인격적으로 강인하게 단련시키고 성숙하도록 북돋아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 때 내가 말을 잘 못한 게 동성애라는 게 그저 이성간의 성행위가
어려울 때의 대체물로 나타난 것처럼 말한 게 잘못이라는 기제. 실은 꼭 그것만도 아닌데...... >
<근데 나는 이해가 안가. 동성애라는 게 고대 로마 같은 퇴폐했던 사회에서나 유행했다고 아는데...... >
<남색이 제도적이었던 古代 그리스는그렇게 퇴폐한 사회는 아니었어. >
석현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뒤 담배 연기를 내보낼 요량으로 베란다를 막고
있는 미닫이 문을 살짝 연 뒤에 등을 기댔다.
영진의 애견인 뭉치는 담배연기 때문에 거의 질식직전이었다가 황급히 베란다로 도망쳤다.
혁, 영진, 석현 못말리는 골초인 세 남자로 인해 새 주인을 맞이 하고도 한참 뒤인 일주일 전에야 이삿짐 정리를
대충 완료했지만여전히 어수선한 房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영진의 여자친구인 주희가 영진의 흡연 습관에 바가지를 긁어대며 책상 앞에 써 붙인 "절대금연"이라는 문구가
무색無色해져 있었다.
영진은 자신이 군대에 있을 동안에 고무신 꺼꾸로 안신고 기다려준 사랑스런 여자친구가 고마워서라도 되도록
지키려고는 하지만 음주흡연에서 욕망이 의지를 압도하는 남자의 못말리는 본성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스는 논외라 쳐도 고대 로마제국은 그렇지 않았냐는 것이지. >
<로마제국도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막나간 사회는 아니었다 카더라, 마.>
<사실 그 문화권文化圈이 문란하다, 아니다 하는 문제는 제 3자의 편견에 불과한 게 대부분이야. 가령 우리나라만
해도 이웃의 일본을 많이 비난했지만 그런 거야 조선시대의 엄격한 유교적 잣대를 일방적으로 들이댔던 것 뿐이었던 게 엄연한 사실이지. >
<한 시간을 2000년 쯤 되돌려 보면 오히려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서는 삼한三韓의 풍속이
심하게 문란했다고 기술되어 있고 반대로 왜인전倭人傳에서는 고대 일본 쪽이 엄격했다고 되어 있다 안 카나? >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혁은 사뭇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원서를 집어 들어 잠시 훑어보았다.
<이 책은 호모섹스가 고대에는 아주 정상적이었던 것인 양 기술하고 있군.>
<그랬나 보지, 실제로….>
석현의 대답에 혁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뭣? >
<세계 역사를 반추反芻해 보면 동성애가 용인되거나 아예 제도적이었던 사회가 의외로 많았다는 얘기야.>
<그럴 리가 있나? 아니, 기독교의 성경에서도 동성애나 수간獸姦같은 걸 강력하게 규제하는 대목이 있다는
것은 그 시대에도 그런 게 있다 하더라도 극소수의 부도덕하고 비 정상적인 행위로 여겨졌으니까 금기시 했을
거 아냐?>
<글쎄? 정 반대로 워낙에 그런 게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 야훼신이 성깔이 괴팍해서 그런 게 불만시러뎬彭?보제…. 원래 그 신은 사람 못살게 구는 게 취미 아이었나?>
영진의 직설적인 독신瀆神발언에 혁과 석현은 비록 그 자신이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짐짓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영진씨, -명색이- 조물주를 그렇게 모독하시면 나중에 벌받습니다. >
<농담이다~~~ >
영진은 석현의 핀잔에 장난스럽게 대응했다.
석현은 혁의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의 친구였고 영진은 마산에서의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친구로 시차를 두고
사귀었었다. 영진과 석현이 알게 된 것은 대학 진학 후에 혁을 통해서였지만 그저 “친구의 친구”라는 식이었고
본격적으로 친구 사이가 된 것은 영진의 제대와 복학 이후였다.
<하여튼, 몇몇 고대 전사戰士집단의 경우 오히려 장려되기까지 했다는 거야. 가장 최근의 경우 이전의
아프리카의 원시부족에서 그런 사례가 보이는데 어른 전사가 소년 병을 하나씩 맡아서 애인으로 삼으면서
전투기술이나 군사학등을 가르쳤다는 거지. 그리고 그런 관계가 되면 서로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더 용감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전력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고대 그리스에서도 어른인 선생과 미성년자인 제자 사이에
있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군. 현대의 군대에서는 군 기강 문란을 이유로 금지하는데…… >
<고대 그리스 전쟁 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 않나? 그리고 실은 군대에서 강조하는 “전우애”라는 게 그런
데서 연원을 둘 수 있는 거다.>
<신 영진, 전역하고 몇 달도 안된 녀석이 군인정신軍人精神을 모독하는 말을 잘도 하는군? >
<사실이 그런데 무슨 모독이고?>
<그래도 그리 기분 좋은 게 아니거든…… >
<그게 서양에서뿐이 아냐. 일본에서도 무사집단이나 스님들 사이에 주로 사제지간을 중심으로 많았다고
하더라구, 심지어 이전에는 스님들 사이의 남색을 슈도衆道라고 했을 정도니까. 그리스에서도 그런 면이
있지만 그런 관계를 정신의 합일合一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라 하여서 심지어는 이성간의 성애보다 상위上位에
두고 고상하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신성시神聖視했던 경우도 있으니까. >
<…………고상한 게 다 죽었군!! >
<애초에 일본 연극인 가부키가 성인남자들만을 배우로 내세운 것도 여자 배우는 매춘으로 빠지기 일쑤고 어린
머스마들을 여자대역으로 썼더만 고것들이 또 남색으로 빠져서 그랬다는 거 아이가? 그런 풍토風土다 보니께
부자나 무사 귀족들 사이에 남자 첩妾을 두는 경우까지 있었고……>
<뭐 일본 쪽이라면……….. 하지만 우리나라나 중국中國은 그게 그리 흔한 일도 아니었잖아, 안 그래? >
혁의 단언에 석현과 영진은 헛웃음을 쳤다.
<….. 아냐?>
<강민혁이, 우리는 지금까지 니가 완벽한 천재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닌 갑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법이야. >
영진의 놀림에 혁은 퉁명스럽게 응수했다.
<혹시 단수斷袖라는 말 들어봤냐? >
<아니?. 단수斷水는 아닐 터이고…… >
<강민혁군君답지 않은 썰렁한 농담이었어. >
<흠!! 칭찬으로 듣겠어. >
<어흠!! 하여튼 중국 사에서 전한前漢의 황제인 애제가 애인으로 삼던 환관宦官을 팔베개 해주면서 같이
자다가 먼저 깨서는 깨우지 않으려고 자기 옷 소매를 잘랐다는 얘기에서 호모섹스를 애둘러 표현한 말이 되었지. 중국의 경우도 황족이나 귀족 사이에 그런 일이 많았던 모양이야. >
순간적으로 혁은 우쿄를 옆에 팔베개를 해 주며 같이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버렸다.
<마, 우리나라에도 고려 목종이나 공민왕이 유명했다 아이가? 거기다 최근에 발견된 화랑세기의 필사본에서는
신라의 화랑도도 그런 사례가 많았던 모양이고……>
<화랑세기…… 그거 솔직히 믿을 만한 게 못 되는데…… >
<씨알도 안 먹힐 소리만 써넣은 한단고기보다야 그나마 나을 걸?>
<우얘되暳?간에 동성애라는 게 고래古來로 생각만큼 드문 일도 아니고 색안경을 끼고 볼 일도 아니었다
이 말이제. >
혁은 괜한 반발감이 일기 시작했다.
<거 참 이상하네. 그렇다고 그게 바람직한 것도 아닌 건 확실하잖아, 안 그래? >
< 바람직하고 뭐고 간에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거나 차별할 필요는 없다 이런 거지.>
<아, 그러셔? 그럼 가령 내가 너희 둘 앞에서 여장裝이라도 해볼까? 그게 보기 좋은지 꼴불견인지?>
혁의 약간 흥분한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은 뭔가 상상하는 듯 하더니 곧 이어서 영진은 눈살을 찌푸렸고 석현은
박장대소拍掌大笑 하기 시작했다.
<야 야, 그거 참 볼만하겠다!! 민혁이 이 자식, 보기보다 인물 하나는 볼만하니까 그 근육 좀 덜어내고 얼굴 좀
다듬으면 남자들이 줄 설 것 같은데? >
그 말에 혁은 정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무신 소리고!! 일마가 게이 같은 게 될 리가 없겠지만 서도 설령 그래도 야는 곧 죽어도 탑TOP만 하려 들지
바텀BOTTOM은 절대 안될 기다. 지 덩치의 2배도 넘는 넘도 때려눕히던 아가 뭔~~~ >
<……생각해 보니 그렇네? >
석현은 영진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진의 입에서 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用語-단어 자체는 새로울 것도 없지만-에 혁은 어리둥절 했다.
<탑, 바텀? 그건 또 뭐야? >
영진은 생각 같아선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은 걸-아무래도 혁의 불쾌지수가 더 높아질 듯싶어서- 꾹 참았다.
<……… 그런 게 있다, 마. 더 알려고 들지 마라. >
그러다 잠시 후 현관에서 초인종招人鐘이 울리더니 주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나왔어. >
자못 귀여운 아가씨의 목소리에 영진은 각자 두어 개씩 까 마신 맥주 캔이 널브러져 있는 탁자 위의 재떨이에
수북한 담배꽁초와 방안에 자욱한 담배연기를 보고 아연해 했다. 눈치 없는 강아지 뭉치는 다소 냉정한 주인보다
자기를 엄청 이뻐해 주는 주인의 여친 목소리가 들리자 그저 좋아서 득달같이 현관玄關으로 달려가 꼬리를 치며 좋아했다.
<자, 잠깐만 리달리라~~ 어이쿠!! 큰일났네. 이 꼬락서니를 보면 주희가 날 잡아먹으려 들 기다~~~! >
<에라, 못난 놈~~ 아직 장가도 못간 놈이 벌써부터 여자한테 쥐어 사냐? >
세 남자는 -영진을 놀려먹으면서- 방안의 연기를 황급히 밖으로 내보내고 재떨이를 치운 뒤 비로소 숙녀를
맞았다.
주희의 양 손에 영진을 위해 준비한 밑반찬이 한 보따리였다.
<문 여는 게 왜 이렇게 늦어, 어머나!! 방안이 깨끗하네? >
영진은 시치미 뚝 떼는 표정이었고 나머지 둘은 능글맞게 영진을 흘겨보았다.
<우데~~~, 언제는 안 깨끗했나? >
<으이그~~~, 평소에는 홀아비 냄새 풀풀 풍기면서 사는 주제에♡>
주희의 애교스런 면박에 영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잠시 후 혁이 석현과 함께 영진의 집을 나선 뒤 교수의 호출을 받고 다시 학교로 갔다 나온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이제는 차갑다기 보다는 시원스러운 봄의 밤공기가 싱그럽게 느껴졌다.
학교의 교정校庭에는 벚나무가 우거져 있는 공원이 있다.
공원을 지나치는 순간 뒤에서 부르는 앳된 소리가 들렸다.
<先パイ~~~!! >
자못 귀엽게 느껴지는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혁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 早乙女君!! >
혁은 뒤로 몸을 돌려서 소년에게 따뜻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고 보면 우쿄와 혁은 알고 지낸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친해진 정도는 그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우쿄는 혁을 마치 친형처럼 따르고 있었고 혁은 그런 우쿄를 귀여워했다.
마침 소년의 뒤로 혁의 연인도 같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사제지간에? >
혁은 우쿄의 윤기 있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면서 미키에게 물었다.
<끝나고 나서 잠깐 자료를 대부貸付 받으러 도서관에 갔더니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데? >
뒤에서 우쿄를 끌어안고 있는 미키는 우쿄가 여간 기특한 게 아니었다.
< 공부를 한 건 아니에요. 그냥 재미 있는 책이 많이 들어왔길래……>
미키의 칭찬에 우쿄는 짐짓 화들짝 놀라며 사실을 정정했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좀 놀기도 하고 그래. 원래 네 나이쯤 되면 공부벌레보다는 활달하게 뛰어
노는 게 더 어울려. >
< そうでしょうか………(그런가요?)>
우쿄는 혁의 진심 어린 충고에 그런가 하고 안경을 고쳐 쓰며 약간 고개를 갸우뚱 했다.
천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수재秀才네 뭐네 해도 평소에 타인에게 풍기는 우쿄의 인상印象은 역시다소 수줍음을 타는 천진난만한
어린 남자아이였다.
현재 17살이라는 나이보다 더 어려 보여서 마치 초등학생을 방불케 하는 동안에다 거의 여자아이 같은
예쁘장한 모습도 다소 작은 키의 가녀린 몸매와 함께 앙증맞은 느낌이어서 수재라든가 특히 한국인에게는
일본인이라는 비우호적인 시선 대신에 “귀여운 이웃집 꼬마”라는 느낌으로 같은 학교의 여대생들에 더해 몇몇 남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혁이 아는 한 우쿄는 겉으로 보이는 어른들에게 어린 아이로 귀여움 받기 십상인 온순하고 천진한
분위기와는 달리 상당히 조숙하고 자기 통제가 철저하며 사려思慮 깊은 성격이다. 언뜻 보이는 학문이나
철학적인 견해를 봐도 생부인 석주가 말하듯 외가에서 응석이나 어리광이나 피던 꼬마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응석받이로만 자랐다는 것도 평소의 일본인으로서의 예의 바른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오히려 뜻밖에 엄한 가정교육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진지하고 점잖은 꼬마철학자는
아마도 그 신중한 성격에 자신의 여러 감정(민족적 정체성. 일본의 가족들과 한국의 친 가족들에 대한 애정,
친가에 대한 적대감등)을 두 번 세 번 성찰省察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너무 공부만 하고 마음고생도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는 어느 정도 즐겨도 되지 않겠니? >
< そうですね 。(그렇네요……)>
우쿄는 혁의 말에 뭔가 공감이 된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마치 뭔가에 쫓기며 도망치듯 너무 앞만 보고 온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제는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자신도 돌아보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덧 세 사람의 시선은 공원의 벚나무로 옮겨졌다.
< 韓國は櫻がちょっと遲れますね……(한국은 벚꽃이 좀 늦네요…… )>
우쿄는 공원의 벚나무를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다.
< 東京よりは北だからそうなの……(도쿄보다는 북쪽이니까 그렇겠지…… )>
미키도 우쿄의 말에 깊은 동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차피 필 꽃인데 그렇게 기다려져? >
혁의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질문에 두 사람은 진지하게 합창했다.
< 當たり前じゃないでしょうか? 日本人なのに…
(당연하잖아요? -벚꽃이라면 너무나 좋아하는- 일본사람인데…… )>
두 사람의 반응이 재미있었던 혁은 문득 며칠 전에 새로 발급 받았다며 미키가 보여준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본 적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
분명히 대한민국 정부에서 대한민국 국적보유자에게 발급한 신분증이니까 그녀의 한국이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전혀 뜻밖에도 일본 이름인 요시노 미키(吉野 美木)라는 이름이 떡 하니 찍혀 있었던 것이다.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황당해하며 묻는 혁에게 그녀는 자기도 도무지 모르겠다며 고개만 으쓱거리고 있었는데
원래의 한국식 성을 알아내려 백방으로 애를 쓰다 지친 아버지가 조만간 새엄마의 성인 진 씨로 바꾸려 하는
모양이지만 자신은 절대 이 이름을 지킬 거라는 것이다.
새 엄마는 좋아하지만 그거와는 무관하게 지금 -일본식-이름이 더 좋다면서…..
<아, 여의도에 윤중로라는 곳이 벚꽃으로 유명하거든. 어때, 벚꽃이 피면 이렇게 세 명이 다같이 구경 가 보는
게? >
<あら(어머)~~ 그거 나쁘지 않겠네? >
<……저도 끼어도 되는 거예요? >
<왜 안돼? 이렇게 세 명이라니까……>
우쿄는 수진에게 배운 것 같은 어린애다운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デㅡトでしょ?(……데이트잖아요?) >
제법 당돌한 우쿄의 말에 혁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가볍게 알밤을 먹였다.
<꺄~~~~~~~~~~~~~~~~~~ㄱ!! >
혁과 미키와 헤어져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우쿄는 근처의 주택가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듣고
바로 그 쪽으로 향했다.
제법 넓지만 인적이 없는 골목에서 웬 덩치 큰 괴한怪漢이 여대생 두 명을 막아서고 있었는데 바바리 코트
Burberry coat를 한껏 벌리고 있었고 여대생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바바리 코트 안의 괴한의 몸은 완전히 나체體였다.
(韓國にも通り魔があるにはあるね。(한국에도 토오리마-지나가는 사람을 괴롭히는 악한-가 있긴 있구나.))
자신도 일본에서 몇 번 똑같이 당한 적이 있는 우쿄는 전신주 뒤에서 숨어보면서 질려버렸다.
그런데 치한은 두 여자를 과도過度하게 위협威脅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우쿄와도 안면이 있었다.
<그만두지 못해요? >
< ~~~ 속으로는 좋으면서 뭔 내숭이고? >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거예요!! >
<부를 테면 불러봐라~~~ >
치한은 화를 내는 아가씨들을 오히려 놀려대며 잔뜩 곧추선 거대한 음경陰莖을 들이대고 있었다.
여자들 중 한 명인 소현은 놈의 혐오스러운 흉기가 뻣뻣이 선 채로 꺼떡대자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도망치려고 해도 놈이 숙녀들을 막아 서서 그럴 수도 없는 듯 했다.
곧바로 우쿄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고 괴한 앞에 팔을 벌리고 막아서 피해자들을 보호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쓴 괴한은 자기 앞을 막고 있는 당돌하기 짝이 없는 작은 꼬마의
존재에 잠시 당황했다.
<니 뭐꼬, 임마!! 꺼지라!! >
<그만 둬요!!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에요? >
잠시 뒤 험악한 목소리로 위협하는 놈에게 우쿄는 되도록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야단치며 단호한 표정으로
직시했다. 다행히 제법 완벽한 발음이어서 자신이 외국인外國人임을 들키지는 않았다. 외국인, 특히 일본인임을
알면 놈은 더 얕볼 것이었다.
<이런 때릴 데도 없이 쥐방울 만한 게 어디서 까부노, 니 죽고 싶나, 으이?!! >
우쿄보다 훨씬 큰 덩치와 목소리만 믿고 놈은 우쿄에게 을러댔다.
우쿄는 의연하게 놈을 노려봤지만 목소리가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 호루라기 소리와 같이 급하게 뛰어오는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이런 씨X!! >
괴한은 화들짝 놀라서 바바리 코트로 몸을 감싸고 도망가 버렸다.
우쿄가 뒤따라 가려다 팔목이 붙잡혔다. 피해자들 중에 한명인 미진이 가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괴한은 도망가는 와중에 돌아보더니 우쿄에게 손가락질을 하고서 그 손가락으로 자신의 굵은 목을 그었다.
비열한 놈은 우쿄에게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다.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년에게 말이다.
경찰관들이 곧 괴한을 뒤쫓았고 그제야 우쿄는 맥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주저앉아 있던 우쿄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놈을 추격했던 경찰관들이 놈을 놓치고 돌아와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뒤였다.
한 경찰관이 우쿄를 일으켜 세웠다.
<이봐, 학생!! 괜찮은가? >
<は, はい,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예, 고맙습니다.)>
약간 넋이 나간 소년의 입에서 일본어가 나오자 경관警官은 약간 당황해 하는 눈초리였다.
경찰에게 연락 받은 석준과 석주, 그리고 소현의 이복 오빠인 혁이 검찰청과 학교에서 동시에 경찰
지구대地區隊 본부에 황망하게 도착한 것은 대략 40여분 뒤였다.
혁은 자기 이복동생 때문에 지구대에 왔다가 우쿄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
석준은 신분확인을 요청하는 지구대장에게 검찰관신분증을 제시한 후 상황을 물었다.
<따님이 같이 있던 숙녀분과 함께 치한에게 봉변을 당했습니다. 저 일본인 학생은 따님을 보호하려 했고요. >
석준과 석주는 동시에 전혀 뜻밖이라는 듯 우쿄를 바라봤다.
<그게 정말이냐? >
<사실이에요. 거기다 치한이 도망가려니까 쫓아가려고까지 했어요. >
소현이 대신 대답했다.
두 중년 남자와 청년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헛웃음까지 흘렸다.
<괜찮아? >
혁이 걱정스럽게 물었고 우쿄는 괜찮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심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다소 안심이 되었다.
지구대장은 상당히 어린 소년의 용기가 가상하게 여겨졌다.
< 何, とにかくすごいね。 表で見てはそんなに勇ましいとかするようではないのに……
(뭐, 어쨌든 대단하군. 겉으로 봐서는 그렇게 용감하거나 할 것 같진 않은데……) >
대충 석주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은 한국경찰관의 상당히 서툰 일본어 칭찬에
우쿄는 얼굴이 빨개져 몸을 움츠린 채 고개를 약간 돌렸다.
그러다 석주와 석준, 특히 미진의 얼굴을 흘끔 보고 나자 오기가 생겼다.
< 大和魂を重視する 日本の男の子として當たり前の事をしただけです。
(일본의 정신을 중시하는 일본남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
자못 의젓한 그 말에 미진은 -그녀는 일본어는 모르지만 몇 가지 아는 단어로 내용을 추측해-반발하려는
기색을 보였고 석주와 석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혁은 모두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장도 얼굴이 약간 굳어진 뒤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それでもこれからむやみに危ない仕業はしないようにやって。
そうでなくてもそのバ-バリマンなのかアダムなのかする氣違いが一ヶ月
前ぐらいからこの OO大學あたりを騷き亂して通って被害が急增する
中であたりの巡察を强化するところだからこれからは申告をするようにして,
譯もなく後で何の仕業をするかも知れないから……
(그래도 앞으로 함부로 위험한 짓은 하지 않도록 해. 안 그래도 그 바바리 맨인지
아담인지 하는 미친놈이 한 달여 전부터 이 OO대학근방을 휘젓고 다녀서 피해가
급증하는 중이라 근방의 순찰을 강화하는 중이니 앞으로는 신고를 하도록 하고,
괜히 나중에 무슨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니까…… )>
< あ, 實は先ほど逃げだしながら手眞似で私を殺すと脅迫をしたんですが……
(아, 실은 아까 도망가면서 손짓으로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었습니다만……)>
그 말에 혁과 석주가 같이 반응했다.
< 사실이니? >
우쿄는 두 사람의 심각해 하는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まさか本當にそうしないですね。(설마 진짜 그러지는 않겠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무서웠다. 실은 싸움도 못하는 데 적절한 타이밍에 경찰관이 안 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맥이 풀렸다. 그 말에 대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이군. 일단은 그냥 공갈이겠지만……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게는 걸?
……뭐 어쨌든 그렇게 걱정들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경찰이 그런 파렴치범을
결단코 체포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거니까요. 그렇더라도 되도록이면 주의하실
필요는 있으시겠습니다. 早乙女君も氣を付ける必要はあるがそれほど不安に思う
必要はないだろう。 私たち大韓民國警察も日本警察劣らないから信じて安心するように。
(사오토메군도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우리 대한민국 경찰도 일본경찰 못지 않으니까 믿고 안심하라구……) >
대장은 모두에게 그렇게 말한 뒤 우쿄에게도 자상하게 말해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까 경찰 아저씨 말씀대로 위험한 일에 함부로 나서지 않도록 해. >
혁은 파출소를 나오자 마자 우쿄에게 주의를 주었다.
혁으로서는 우쿄의 일로 내심 이만저만 놀란 게 아니었다. 아니한 말로 그렇게 놀란 것은 처음이었다.
우쿄가 잘못되어서 무슨 일이라도 당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래 인석아. 까딱 잘못해서 얻어맞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냐? >
석주도 아들의 용감한 행동이 놀랍고 기특했지만 너무 위험하고 무모했다는 생각이었다.
< でも近くに人もいなかったしとにかく二人すべて分かる人だから………
(하지만 근처에 사람도 없었고 두 사람 다 아는 사람이라………)>
우쿄는 거기까지 말하고서 미진들을 흘끔 보았다.
미진의 표정은 여전히 도도하고 냉담했지만 평소보다는 우쿄에게 보이는 표정이 다소 풀어져 있었다.
석준은 미진에게 뭐라고-그다지 다정하지는 않은 어조로-주의를 준 뒤 석주에게 다가가 우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형~~~ 우리 가문 장손, 이제 보니 대단하지 않아? >
<그러게, 내 아들이 이렇게 용감한 줄은 전혀 몰랐는데….. >
<석철이 자식, 이걸 한번 봐야 하는데 말이야. >
석준은 재작년에 우쿄에게 남자 같지 않다며 모멸감을 안겨주고 도쿄까지 찾아가 난동을 부렸던
막내를 거론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미진 옆에 있던 소현이 혁에게 시선을 보냈다.
혁은 소현에게 다소 냉담함을 가장한 어색한 시선을 던지더니 석주에게 인사를 했다.
<선생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
<응, 다음에 한번 보자.>
그 다음 석주는 혁에게 손짓을 해서 어깨를 감싸 안고 귀속 말을 했다.
<한 배는 아니지만 네 여동생이잖냐. 오늘 많이 놀라기도 했을 테고, 한번쯤 오빠 노릇 좀 해줘 봐. >
석주는 혁의 가정상황을 혁의 담임으로서 상세히 알고 있었고 혁 몰래 혁의 아버지를 만나면서 소현의
얼굴을 같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국민학생이었던 꼬마숙녀가 이제는 어여쁜 여대생이 되어 있었다.
<예. >
혁은 석주의 말에 이의 없이 답했다.
아마도 소현은 집 대신에 일부러 혁의 연락처를 경찰에게 가르쳐 주었을 것이었다.
혁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석주는 혁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들겨 준 뒤 떨어졌다. 혁은 스승의 소중한 조언을 감사하게 느꼈다.
<케타로짱. 정말 고마워. >
소현은 그냥 귀여운 꼬마라고만 생각했던 우쿄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게 실감이 안가고 있었다.
우쿄와 안 이래 어느 정도 친해지긴 했지만 우쿄가 마치 덜 길들여진 아기 고양이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어서 약간은 서운했던 참이었다.
그런데 모성본능으로 지켜주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이 소년이 오히려 자신을 도와준 것이다.
너무 놀랍고 기특했다.
< 저는 ただ阻んでば(그냥 막기만) 했을 뿐인 걸요.)>
우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지며 그렇게 대단한 것을 한 것도 아니잖냐 는 태도였고 소현은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도 치한을 보자마자 여친을 내팽개쳐두고 도망간 겉만 번지르르 했던 어느 부잣집 도련님보다야 훨씬
낮지 뭐. >
소현은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친한 후배였던 미진에게 짓궂은 표정을 지었고 유진의 표정에 굴욕감이 번져갔다.
석주는 소현과 우쿄가 꽤 친해 보이는 것에 관심이 갔다. 혹시 그새에 여자친구라도 사귀게 된 건지……
<미진아. 사오토메군에게 고맙다고 해. >
석준은 자못 엄한 표정으로 미진에게 말했다.
석준은 이 참에 우쿄를 볼 때마다 마치 콩쥐를 대하는 팥쥐처럼 심술궂게 대하는 미진에게 어느 정도 부채 감을
느끼게 해 주기로 했다.
<……오늘은 고마웠어.>
미진은 마지 못해 우쿄에게 -다소 인색하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그들의 앞에 고급 벤츠 승용차가 한대 서더니 아마도 소현과 비슷한 나이일 -우쿄의 지금 스웨터와
청바지의 소박한 차림과는 비교도 안되는- 최고급 캐주얼 정장차림의 청년이 쭈뼛대며 내려 나왔다.
석준은 그 청년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고 미진은 그에게 다가가서 따귀를 때렸다.
<너랑은 이제 끝이야, 이 촌뜨기 어린애만도 못한 병신새끼!!! >
미진은 앙칼진 목소리로 비겁한 남자친구에게 화풀이를 하며 절교를 선언했다.
<어머 정말이에요? >
걱정스러운 마음에 집 앞까지 마중 나온 우경과 수진은 석준의 차에 동승해 온 석주에게 두 부자를 위해 늦은
저녁을 차리며 사태의 전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쿄는 석주에게 괜한 말을 한다는 듯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 그래도 너무 위험했어요. >
<맞아요. >
이미 먼저 식사를 한 우경과 수진은 식탁에서 차를 마시면서 한마디씩 했다.
우쿄는 잠자코 먹기만 했고 석주는 그 말에 강변剛辯했다
<물론 위험한 짓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집 장남이 사나이 대장부로서의 기백을 보였다는 게 기특하지 않아? >
석주로서는 왠지 이 일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얌전한 게 마치 계집아이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조카들이나 다른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추어 아쉬웠던 게 사실이었다. 그랬던 아들이 간만에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여자를 보호하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 ごちそうさま。 私先に寢ます。 おやすみなさい。
(잘 먹었어요. 저 먼저 잘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우쿄는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원래 적게 먹는 밥을 이번에는 남겼다.
<좀 더 먹지 그러냐? >
<실은 저녁에 너무 놀라서 그렇게 식욕이 없네요. >
우쿄는 씁쓸하게 미소를 띈 모습을 보이며 목례를 하고 2층으로 올랐다.
<녀석 하고는…… >
< お兄ちゃん, 寢る前に宿題ちょっと敎えてくれる。(오빠. 자기 전에 숙제 좀 가르쳐 줘.) >
<いいよ。>
수진이 물 찬 제비 같은 발랄한 움직임으로 오빠를 따라 올라갔다.
석주는 딸의 입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일본어가 나오자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수진은 오빠와 일본어로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냥 하는 정도가 아니라 발음이고 악센트고 완전히 일본인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 우리 집이 임나일본부가 되가는 것 같어. 집 밖에다 임시정부라도 차려야 하는 거 아냐? >
우경은 남편의 불평 섞인 다소 썰렁한 농담에 폭소를 터트렸다. 석주는 발랄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이 귀여웠다.
<호호호~~~~ 안라왜신관이겠죠~~~ >
우경도 알고 있는 한국사 지식을 동원해 한국사 스승이었던 남편의 로우개그에 편승했다.
석주는 갓 한국으로 시집온 아내가 일본인으로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잘못 알까 싶어서 다소 열성적으로
우경에게 가르쳐 줬던 옛날과 입장이 뒤바뀐 것 같다 싶은 생각에 껄껄 웃고 말았다.
수진의 공부를 봐준 뒤 세면을 마친 우쿄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누워버렸다.
밤의 일만으로 머리가 아프고 피로가 몰려왔다.
어차피 오늘은 작성해야 할 레포트-우쿄는 그냥 숙제宿題라고 부르지만-도 없어서 안경을 벗어서 머리맡에
놓고 이불을 뒤집어 써버렸다.
물론 두 여자를 위해 끼어든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도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고 별것도 아닌 일에 과도하게 칭찬받을 것 같아 민망했다. 그렇더라도 걱정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괴한은 우쿄에게 살해위협까지 가했으니 앞으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일본도 아니고 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どうしよう?(어쩌지?))
문득 그 괴한이 흉물스럽게 드러내 놓은 거대한 음경이 생각났다.
간간히 같은 남자에게 추행을 당해야 했던 우쿄는 다른 남자의 성기가 이미 예사스럽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확 달아오르며 흥분이 됨을 느껴야 했다.
만약에 그에게 추행을 당하고 있던 게 두 숙녀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면 어땠을까? 거기다 심지어 그 치한이 더
지독한 변태였다면? 그래서 우쿄에게 덤비기라도 했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우쿄는 흥분이 되었다가 불쾌감에 휩싸였다.
그런 미치광이에게 그런 짓을 당하는 상상을 하다니, 그것도 남자인 자기가!!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대상이었다. 그런 파렴치 범은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니 꿈에 나올까 무섭다.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리려 애썼다.
차라리 자신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사람, 혁을 생각한다면?
그러나 그것은 좋은 생각이 못되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혁의 모습은 평소의 신사다운 풍모가 아니라 완전히 나체였다.
괴한의 흉측한 알몸과는 달리 가늘고 호리호리하지만 근육질로 단련된 늠름하고 고대 그리스의 조각 같을 것
같은 혁의 몸이 상상되자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선배의 것은 어떨까? 그 파렴치한과 똑같을까? 아니면 더 클까?
(バカ!! 今何か考えをするの!! (바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화들짝 놀라서 자신을 질책했다.
자기를 키워준 아버지인 노조무와 많이 흡사한 분위기의 혁은 우쿄에게 친 형처럼 대해준 고마운 선배이다.
아직 애기나 다름 없는 친 동생인 우주를 빼고 형제남매라고는 모두 여자인 우쿄에게는 그런 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혁에게 그런 상상을 한다는 것은 혁에 대한 모독冒瀆이고 배은망덕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혁이 생물학적으로 같은 남성을 좋아하는 취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은 우쿄는 MP3를 집어서 이어폰을 귀에 꽃은 뒤 정신이 깨도록 금속성의 강렬한 메탈 음악으로
세팅했다.
하지만 자꾸 혁의 모습이 연상되고 있었다. 완전히 발동이 걸린 우쿄는 멈출 수가 없었다.
(작가註: 2부 상의 혁의 꿈과 비교해서 읽을 것, 옷차림은 똑같음)
평소의 온후하고 상냥한 모습과는 달리 상상 속의 그는 오만한 태도로 우쿄의 앞에 서서 무언無言으로 복종을
강요하고 있었다.
우쿄는 말없이 그 자리에 무릎으로 바닥을 짚고 앉았다.
커다란 전해질의 생체기관이 거만하게 끄덕거리며 다가오자 소년은 그의 위풍당당한 자태에 압도되어 있었다.
소년의 손이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거대한 불기둥은 말 그대로 뜨겁고 딱딱해서 흥분하게 만들었다.
우쿄는 그것을 사랑스럽게 감싸 쥐고 부드럽게 훌쳐나갔다.
혁은 우쿄가 자신의 불기둥을 애무하자 움찔했다. 불기둥 밑의 음낭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우쿄는 입을 그쪽으로 다가가서 탐스러운 청년의 음낭을 입에 머금고 빨기 시작했다.
<으~~~음!! >
청년은 소년의 애무에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혁에게서 가느다랗게 신음소리가 나오자 우쿄는 이제 음경을 입안으로 넣었다.
이미 경험이 있는 우쿄는 거리낌없이 같은 남자의 성기를 펠라티오하고 있었다.
혁은 만족스러운 듯 우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청년의 부드러운 손길에 고무된 소년은 계속하여 청년의 불기둥을 정성스럽게 구강 안에서 애무했다.
청년은 더 참지 못하고 소년의 구강 안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크윽!!!!!!!!!!!!!! >
뜨거운 액체가 구강 안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자마자 그대로 구강을 완전히 채우고 말았다. 소년은 그대로
걸쭉하고 비릿한 액체를 머금었다.
불기둥이 입 밖으로 빠져 나왔을 때 아예 바닥에 주저앉은 소년은 뱉어내지 않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꼴딱~~~!!”
그 상황이 청년을 더더욱 흥분시키고 말았다. 어떻게 된 건지 우쿄의 뒤에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혁은 그대로
우쿄를 들어 안았다. 이내 소년은 침대 위에 내동댕이 쳐졌다. 청년은 야수같이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소년의 옷이 모조리 벗겨졌다. 소년의 -남자의 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깨끗하고 가녀린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청년은 소년이 얼굴에 걸치고 있던 안경을 벗겨버리면서 목덜미를 깨물듯이 빨았다.
청년의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소도미를 감행했다.
<ああっ!! >
창피한 곳을 침범 당한 소년은 몸이 급격히 뜨거워졌다.
골짜기의 비좁고 은밀한 동굴로 청년이 진입해 들어가는 순간 소년의 감흥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い,行く…… ああっ!!>
우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어두운 방 안이었다. 이불은 꽤 멀찍이 걷어 차였고 하체는 파자마 바지와 속옷까지
벗겨져 있었다. 웃옷도 가슴 언저리까지 올라가 있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하체는 왼 손끝과 함께 허연 액체 범벅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오나니를 하고 사정까지 한 우쿄는 힘이 빠져서 축 늘어져 있었다.
귀에는 X-JAPAN의 다소 템포가 느린 곡이 흐르고 있었다.
< …………僕というやつは最低だ。 先輩をおかずにするなんて ………
(………나란 녀석은 최악이야. 선배를 오나펫으로 삼다니……) >
그러고 보면 자신이 남에게 오나펫이 되거나 성추행을 당하고 거의 강제로 남자를 받아들여야 했던 일은 있어도
자신이 같은 남자에게 먼저 그러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마도 지극히 정상이고 동성애 같은 걸 불쾌하게 여길 것 같은 혁에게 그러했으니……
죄의식이 밀려오는 중에도 우쿄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한층 격한 쾌감 때문에 멍한 상태 그대로였다.
시선은 망연히 천장만 응시하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티슈로 손과 하체에 묻은 정액을 닦아 낸 뒤 느릿하게 파자마 바지와 속옷을 입고 욕실로
향했다. 옷을 다 벗고 샤워기를 틀었다.
그러고 나서 욕조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았다.
새삼 자신이 한 행동에 극심한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 明日から先輩の顔をどんなに見なければならないでしょう? ………(내일부터 선배 얼굴을 어떻게 보지?) >
착잡한 기분은 샤워로도 씻겨나갈 조짐을 안보였다.
차 안에 있는 내내 남매는 말수가 적었다.
<………… 많이 놀랐니? >
이윽고 오빠의 입에서 자못 자상한 물음이 들려왔다?
<어? 응. >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다시 소현이 입을 열었다.
<근데 오빠……>
<그 치한, 어떤 녀석인지 기억나? >
<어? >
갑자기 혁의 질문에 소현은 -다시 생각하기 끔찍했지만-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덩치가 크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데…… 아 맞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 음악부 신입생 환영회 때 난동을 부렸던 남학생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
누군지 알 것도 같았다. 혁은 운전에 집중하며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 그게 사실인가? 그 변태성욕 자에 대해 나도는 소문 중에 하나가 대학에서 퇴학당해서
그 분풀이로 재학중인 여학생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머, 그럼…… >
<확실한 건 아니잖아? 괜한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고……>
혁은 소현에게 속단速斷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머릿속에 떠올린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지 싶지만 그저 심증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사실이면 경찰에 넘기기 전에 자신이 가만 두지 않을 심산이다. 그 녀석은 우쿄에게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미친 새끼가 또……)
혁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잠시 뒤 혁이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성북동의 고급주택가 중에 한곳에 있는 저택邸이었다.
차를 세우자 마자 혁은 조수석으로 가 손수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서 내린 소현은 혁과 함께 대문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저기…. 이왕 온 김에 들러서 차라도 마시다가…… >
<……많이 놀랐겠지만 오늘 일은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안심해. 그럼 학교에서 보자. >
혁은 동생을 위로하는 말을 해 준 뒤 그대로 차에 올랐다.
소현은 혁에게는 이복 여동생으로 딱히 밉거나 하는 감정은 없었다.
그저 아버지에 대한 감정 때문에 서먹하게 대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소현이 자신을 친 오빠처럼 생각하면서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아버지와 화해하기를 바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마음 씀씀이가 예쁘게 느껴졌다. 동생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혁은 곧바로 출발했다.
차를 몰고 자나가는 길에 돌연 갈증을 느낀 혁은 이태원의 한 편의점에 차를 세웠다.
생수 한 병을 사서 차 앞에서 물을 들이키고 난 순간에 또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서 그리로 달려갔더니 좁은
골목길에서 덩치 큰 미군이 가죽 재질의 점퍼와 미니스커트 차림을 한 금발의 백인여자를 강제로 끌어안고
있었다.
병사는 술에 취해선지 영어에 정통한 혁으로서도 의미를 짐작할 수 없었다.
여자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지만 남자의 손이 스커트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기 힘들었다.
<오우, 노우!!!!! 헬프미!!!!!!!!! >
(오늘 무슨 날이 이래? 국제적으로 여난難일인가?)
혁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자기보다 덩치가 큰 미군의 어깨를 붙잡았다.
<-헤이!! 그만둬!! ->
<갓뎀!! >
미군은 곧바로 혁에게 주먹을 날렸다.
말로는 안되겠다고 직감한 혁은 가볍게 피한 뒤 자신의 주먹을 병사의 복부에 꽂았다.
“퍽!!!!!!!!!!!! “
<~~~오우!!! 지저스~~~!! >
혁의 일격에 미군은 그대로 배를 움켜쥐고 허리를 굽힌 채 고통스럽다는 듯 입을 쫙 벌렸다.
혁은 마지막으로 병사의 얼굴에 일격을 먹여 꼬꾸라뜨렸다.
단 두 방에 미군은 커다란 종량제 쓰레기봉투 더미에 나자빠져 혼절昏絶했다.
쓰러진 병사를 살피려는 순간 그를 부르는 이국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으로 돌아보자 풍성한 금발이 찰랑거리는 방금 전에 미군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던
혁과 비슷한 나이의 섹시한 미국 여인이 안도하는 미소 띤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티나!!! >
혁은 그녀와 인연이 있었다. 그 순간에 정신을 차린 미군 병사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네 혁에게
달려들려 했고 혁은 구둣발로 병사의 손을 차서 칼을 날려버린 뒤 위협했다.
그제야 병사는 임자를 잘못 만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도망가버렸다.
혁이 제대하기 몇 달 전이었다.
혁이 복무하고 있던 부대는 전방에서 미군부대와 인접하고 있었는데 대대大隊 급의 부대가 합의하에
며칠에 걸쳐 전투훈련을 벌였었다. 대개 합동훈련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한국군과 미군간의 실전에
가까운 워 게임이었는데 미군은 일방적으로 한국군을 패퇴시켰고 급기야 한국군 측은 달랑 1개 소대만
온전히 병력을 보존 한 채 거의 궤멸직전까지 몰리기 시작했다.
설정상 대대장과 중대장 전원에 소대장 대부분까지 전사戰死하는 지경에 이르자 한국군
측은 온전했던 1개 소대를 중심으로 결집해 재편성해야 했는데 그 소대가 바로 혁의 소대였다.
하여튼 이 전투에서 한국군의 패배는 기정사실이었고 미군은 이미 완전무결한 승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승리감이 도취되어 자만해 있던 미군은 마지막에서 철저히 뒤통수를 얻어맞기 시작했다.
한국군의 잔당들이 한동안 종적을 감추더니 다음 순간 미군의 각 소대들을 각개격파한 것이다.
규모가 줄어들 대로 줄어든 한국군 쪽에 지휘관이라고는 혁 한 명뿐이라는 상황이 연출되자 혁은 한시적이지만
제법 늘어난 휘하병력에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권한을 이용해 나중에 상대편 장교들이 한편의 끔찍한
사이코패스 호러 영화를 본 기분이라고 치를 떨 정도로 능수능란한 작전으로 적을 갖고 논 다음 하나씩
사냥해 나갔고 한국군은 만루의 역전홈런을 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의외의 상황에 한국군과 미군 양측은 다소의 충격을 받아야 했다. 더구나 혁은 육사출신도 아니어서 더
그러했다.
나중에 혁은 진급이나 육군본부 전출 등의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며 아예 군대에 그대로 눌러 앉을 것을 종용하는 상관의 제의를 받고 고민해야 할 정도로 군부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전에 훈련 뒤에 미군부대의 장교클럽에서
있었던 뒤풀이 파티에서 -첫째로 그 수려한 외모때문에라도- 미군 쪽 여군장교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그 중에 적극적으로 혁에게 대쉬한 여인이 마지막까지 혁과 호각을 이루며 전투를 벌였던 소대의 소대장이었던
티나였다.
그 날밤에 혁은 이 야성적이고도 관능적인 미국산 백마白馬를 길들였고 혁이 제대하기 전까지 둘은 은밀히
뜨거운 관계를 이어갔었다.
<-그때 우리 쪽 장교들이 혁에게 뭐라고 별명 붙였는지 알아? ->
<-아니? 몰라->
근처의 바에서 혁은 티나가 장난스럽게 묻는 말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 랩터Raptor. >
<-…… 이를테면 독수리 같은? ->
<-그것도 있지만……- >
위스키를 한 모금 넘긴 그녀의 표정에 장난기가 돌았다.
<-혹시 “쥐라기 공원”이라는 영화 본 적 있어? ->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혁은 곧바로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가 공룡恐龍이란 말이야? ->
티나는 바 안이 떠나가라 미국여성 특유의 쾌활한 웃음소리를 냈다. 여성의 웃음소리에 바 안의 -외국인까지
포함된- 손님들은 그 웃음소리의 진원지인 매력적인 미국여성에 주목했다.
바깥에서 입고 있다가 벗어서 등받이에 걸쳐두었던 미군용 가죽점퍼 안에 감춰졌던 그녀의 몸에는 배꼽 티에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완전히 파여져 있는 티셔츠 사이로 풍만한 가슴계곡이 보는 남자들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호호호~~~ 그만큼 지능적이고 능숙한 사냥꾼이었다는 뜻이지. - >
<-…… 유능한 사냥꾼인지 미숙한 사냥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의 최고의 사냥감은 티나였을 걸?- >
혁은 그저 농담으로 받아 쳤을 뿐이었다. 그는 연애과정에서 여자를 단순히 사냥감이나 쾌락의 대상으로만
생각한 적은 전혀 없었다.
<-맞아. 나는 그 날 혁에게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완전히 포획된 거였어. ->
티나는 잔에 남아 있는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킨 뒤 혁을 뜨겁고 끈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근무기간 만료로 내일 비행기로 본토로 돌아가게 돼. - >
<-그래? 축하할 일이네? - >
<- 마지막으로 혁을 만나고 싶었어. 아쉽지만 포기했었는데…… 다행히 이렇게 만나게 되네?- >
티나의 의미 있는 말에 혁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처의 러브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티나는 혁에게 안겨서 먼저 격하게 입술을 맞추었다.
오랜만의 그녀의 관능적인 육탄공세에 혁도 잠시나마 약간 수동적이 되었다.
이내 혁은 그녀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혀를 그녀의 구강으로 진입시켰다.
두 남녀의 혀가 그 안에서 비벼지고 뒤엉켰다.
혁은 그녀의 티셔츠 위로 노 브래지어의 거유巨乳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돌출 된 유두가 감지되었다.
티나는 혁의 정장 상의와 넥타이를 풀어내더니 곧바로 와이셔츠까지 벗겨냈다.
혁의 호리호리하지만 근육질의 탄탄한 가슴과 복근腹筋이 티나를 흥분시켰다.
티나는 서서히 무릎을 굽히며 혁의 가슴을 혀로 핥으며 애무했다. 백인미녀의 뜨거운 애무에 혁은 더더욱
흥분되었다. 이윽고 티나는 완전히 아래로 내려와 혁의 바지의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혁의 완전히 팽창한 불기둥이 그녀의 손에 의해 끌려 나왔고 티나는 혁의 -웬만한 미국남성
못잖은-강건한 남성을 보자 깊은 탄식에 가까운 감탄사를 연출했다.
티나는 교태스럽게 혀로 입술을 적시고 그대로 완전히 팽창한 불기둥을 입에 넣었다.
<허억!!>
티나가 불기둥을 강렬한 흡입력으로 입 안에서 빨아내자 혁은 급격한 쾌감을 느꼈다.
티나는 혁의 불기둥을 탐욕스럽게 빨았고 거기에 어떤 기교도 개입되지 않았다.
이전에 보았을 때 미키만은 못해도 펠라티오의 기교는 티나도 제법 좋았지만 지금은 그것도
무시한 채 아플 정도로 음경을 거세게 빠는 데 혁은 신선한 감흥을 느꼈다.
<크~~~윽!!-티나. 너무 세게 빠는 거 아냐? ->
<-오우~~! 지금까지 혁이 너무 그리웠었나 봐. ->
<-그래도 내 몸은 캔디가 아니라고. ->
<-더 달콤한 것 같은데?->
그 말에 혁은 웃으면서 티나를 일으켜 세워 다시금 키스 하면서 침대에 눕혔다.
이번에는 혁이 티나의 초미니 스커트를 올렸다.
검은색의 아무 무늬 없는 T팬티가 색기 넘치는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혁은 그대로 그녀의 팬티를 벗겨 내렸다. 팬티를 벗겨 내리고 늘씬한 다리를 벌리는 순간
이국夷國의 백인 여성의 은밀한 계곡이 혁의 눈에 그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하였고 혁의
흥분은 정점에 이르렀다.
무성한 밀림을 이루는 황금색 비단실을 연상시키는 거웃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도톰한
여음은 야성적인 색체를 띄고 있어서 묘하게 흥분시켰다.
넘쳐흐르는 윤활유가 야생화의 꽃잎을 흠뻑 적셔서 싱싱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 야생화는 옅고 얌전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 오우~~~ 캡틴 강, 컴 온!! ->
혁은 그대로 야생화의 꽃잎을 입술로 집어 당기면서 빨았다.
<오우~~~ 예스~~~~ 으으음~으음므~~ >
혁의 쿤닐링구스에 티나는 온 몸이 뜨겁게 달구어졌다.
혁은 부드럽게 꽃잎을 애무한 다음 티나의 하체에 오똑한 코끝까지 닿을 만치 밀착해
티나가 했던 것처럼 -야생화를 모조리 입으로 감싸서 강렬하게 탐닉했다.
<오우~~~~ 예스~~~ 예스~~~ 캡틴 강 컴 온, 컴 온!! >
티나는 혁의 애무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혁에게 들어올 것을 재촉했다.
혁은 조급해진 티나와는 달리 여유를 두고 더더욱 티나의 은밀한 곳을 애무해 나가며
조금씩 상체를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초미니 스커트와 티셔츠로 된 옷을 부드럽게 모두 벗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티셔츠가 벗겨지자 터질 것 같은 풍만한 살덩이가 보는 이에게
숨이 멎게 할 것 같은 탄력으로 출렁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 미키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동양여성에게는 느끼기 힘든 박력迫力이었다.
혁은 그대로 티나의 유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주무르며 빨았다.
<-오우~~~ 예스으음음므 으음음므~~~~~! >
티나는 혁의 가슴 애무에 이제는 광분하기 시작했다.
혁의 경험으로는 티나는 감흥을 받는 순간 상당히 역동적動的으로 돌변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혁의 불기둥이 티나의 비경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피스톤 운동을
하자마자 티나는 허리를 움직이며 탐욕스럽게 혁의 불기둥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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