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트랜스젠더/SM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께는 이 글을 권하지 않습니다.
프나츠부족마을의 입구에는 보초를 서는 청년 두명만이 이마르의 여행을 축복해 주었다.
이마르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뒤 터번을 뒤집어 쓰고는 낙타를 재촉했다.
아직도 그칠줄 모르는 눈물이 보초들에게 보이는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낙타가 걸으며 프나츠 부족의 입구를 지나자 이마르의 눈앞에 보이는건 온통 모래벌판 뿐이었다.
군데 군데 서있는 선인장만 아니면 온통 똑같은 모양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끝이보이지 않는 사막만이 이마르를 반겨주고 있었다.
-두구닥, 두구닥!
낙타가 빠르게 달리는 소리가 이마르의 귀에 들리며 점점 가까워 지는것이 느껴졌다.
낙타가 아무리 빨라봐야 얼마나 빠르겠냐만은 사막에서는 제일 빠른 교통수단중 하나였다.
물론 모래바람을 이용한 샌드보트가 더 빨랐지만, 바람이 불지않는 사막의 한낮을 생각하면
낙타는 꾸준히 오랫동안가는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그런 낙타도 달리기 시작하면 말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빠른 속도를 낼수있었다.
이마르는 갑자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낙타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는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두마리의 낙타중 한마리가 등에 사람을 태운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라... 라인츠?"
터번을 썼지만 4년동안 한집에서 생활한 라인츠는 멀리서봐도 알수있을정도로 눈에 익어버린지 오래였다.
눈만 빼놓고 얼굴의 모든부분을 가렸지만 달빛에 빛나는 그 눈빛만으로도 이마르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 사람이
라인츠 라는것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어째서..."
라인츠는 입구에서 낙타를 진정시키며 걷게 만들더니 이마르의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한발자국씩 낙타가 움직일때마다 이마르의 눈에서는 조금씩 멈춰지던 눈물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마르."
이마르는 대답할수가 없었다.
"이마르!"
라인츠는 어느새 이마르의 옆에 다가와 섰다.
그리고는 이마르의 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었다.
"너 임마... 사내자식이 울기나 하고..."
"왜! 왜왔어!"
"너 이거 잊어버리고 갔더라?"
라인츠는 품안에서 양피지말이를 꺼냈다.
고급양피지였는지 은은한 달빛에도 밝게 빛나는것이 이마르가 어디선가 본 양피지였다.
황립학교 신입생 모집공고의 내용이 룬문자로 쓰여져있던,
바로 그 양피지 종이였다.
"그건... 왜..."
"뭐 필요할거 같아서..."
"필요 없어..."
이마르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인츠는 헛웃음을 치더니 양피지를 도로 품안으로 집어 넣었다.
"같이가자."
라인츠는 어색한듯 터번을 만지며 작은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바람도 불지 않는 사막한가운데서 말한 작은 목소리는 충분히 이마르의 귓속까지 파고들었다.
"안간다며... 가기싫다며...?"
당분간의 정적이 흘렀다.
라인츠도 이마르도 둘이 같이있을때 이정도로 침묵했던 일은 처음인지라 어색해하며 웃을것 같지만
둘은 말없이 낙타위에서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정적은 깬것은 라인츠였다.
"가고싶었어... 가고싶었는데... 가고싶다고 할수가 없었어. 너와 떨어지게 될까봐.
너와 함께있어 즐거웠는데... 그럴수 없을까봐 말할수가 없었어..."
"왜...그럼 맨 처음부터 따라나오지 않았어? 왜?
자존심때문에? 사막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깨진 정적은 조용히 불타고있는 촛불에 기름을 부은것과 마찬가지 였다.
갑자기 샘솟듯이 쏟아져 나오는 이마르의 말에 라인츠는 그저 우물쭈물 거리기만 할뿐
이마르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낙타의 고삐를 잡고는
다시 길을 재촉하려 하였다.
"...그래... 자존심 때문에 그랬어...
그런데 이젠 다 필요 없어! 자존심따위 모르겠어! 난 그냥 너와 함께하고 싶을 뿐이라고!
너와 함께 즐겁게 놀고 웃고 싶어! 네가 없으면 할수 없어!"
이마르는 라인츠의 말에 피식 웃었다.
마치 3류 소설에서 헤어졌던 연인들의 재회때 쓰는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라인츠는 진지하게 친구로써 동료로써 말하고 있었다.
라인츠의 눈빛을 지켜보던 이마르는 입이 가려진 터번사이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쿠로이치와 같은 모습이었다.
얼굴을 가렸기 때문인지도 몰랐지만
눈빛만큼은 쿠로이치의 그것과 닮은 강한 눈빛이었다.
"뭐야... 닭살돋게. 그래 알았어 따라올테면 따라와. 대신 나중에라도 돌아간다는 말하기 없기야."
이마르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낙타의 옆구리를 살짝 찼다.
이마르를 태운 낙타가 천천히 걷기 시작하자 이마르의 짐을 실은 낙타도 조용히 그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조금후에 또다른 낙타의 모래밟는 소리가 이마르의 뒤쪽에서 들렸다.
멀어지지도, 가까워 지지도 않는 모래밟는소리...
이마르는 뒤를 쳐다보았다.
은은한 달빛에도 빛나는 라인츠의 두 눈동자가 이마르를 따라오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보내야 하나요?"
이제는 멀리 한점으로 보이는 두사람을 어느새 모인 마을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떠날때가 됐으니 떠나는 걸세... 라인츠도 더이상 이 좁은 마을에서 우물안 개구리가 될순 없지 않은가...
이 사막에서 썩히기엔 아까운 녀석이야..."
족장은 점점 멀어져가는 두사람을 지켜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족장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꼬마애들인데..."
부족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족장은 부족장을 쏘아보았다.
부족장이 움찔 놀라며 한발자국 물러섰다.
"사막의 남자와 사막의 남자를 구한 녀석이야. 더이상 꼬마아이가 아닐세!
그건 그렇고 마리아가 조금 외롭겠구만."
족장은 부족장을 쏘아보던 눈을 거두고는 마리아를 쳐다보았다.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 마리아가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딱히 위로의 말을 해줄수도 없었다.
그녀가 말리지 않았고, 그녀 또한 자식이 잘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다만, 어릴때부터 보살펴오던 자신의 아이가 사막을 가로질러 대륙까지 간다는 것에 대한
걱정과, 또한 한동안 볼수 없을것이라는 슬픔이 마리아의 눈물샘을 자극할 뿐이었다.
"걱...정 마세요... 잘 해낼... 거에요. 우리 라...인츠와 아미르...는... 흑...흐흑..."
아직까지 선명하게 모래바닥에 남아있는 낙타 발자국을 귀한것을 대하듯 쓰다듬던 마리아는
소리죽여 흘리던 눈물을 참지 못하고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사막의 누구 한사람조차 그녀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진한 인연...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은 다른사람의 중재로 해결될만한 일이 아니라는것을
프나츠부족의 부족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마리아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낙타발자국 위로 떨어져 선명한 물방울 무늬를 만들어 내었다.
마치 그들의 앞길을 축복하는 성수처럼...
"그건 그렇고 저녀석들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아? 라인츠의 말을 들을 때마다 온몸에 닭살이 확 돋는게 그냥..."
"예끼! 이사람아. 말이라도!"
라인츠와 이마르가 떠나고 프나츠부족에서는 마리아를 위로해주기위한 연회가 열렸다.
정작 마리아 본인은 잠시 얼굴만 비추고 집에 들어가 나올생각을 안했지만
가는길을 웃으며 떠나 보내주는것이 사막의 법칙인데다가
정작 모이려는 구심점이 없어 모이지 못하던 마을남자들은 손에 술잔을 들고 마을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아라감과 부족장이 빠진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부족장은 족장과 할일이 있다며 사라졌고, 아라감은 벌써 두달째 얼굴을 본사람조차도 없었기에
모두들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려고 하지 않고 쉴새없이 술잔을 부H히며 잔을 나누고 있었다.
"쩝, 이마르녀석이 여자였으면 우리 아들을 장가보내려고 했는데 말야... 벌써 4년전 일이구만?"
"만약 이마르가 여자였었더라면, 자네 아들과는 대화도 안나눴을걸?
자네랑 판박이처럼 생기지 않았나. 그리고 설사 그랬다 해도 이마르는 내 며느리가 되었을걸?"
"나랑 내아들이 어때서! 남자답고 듬직하니 잘생겼지. 왜? 그렇게 말하는거보니 자네도 관심이 있었구만?"
남자는 술잔을 쭈욱 들이키며 말했다.
"크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여자라고 오해할만한 외모 아닌가...
사실 족장님이 남자아이라고 공표만 안해줬어도 내 달려가서 내 아들놈과 맞선을 예약했을걸세.
어디 조금 예쁜 얼굴인가? 사막태생이 아닌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사막태생 아니라고 내 아들이 잡아 먹히는것도 아니니
나는 진즉에 이마르를 며느리 감으로 찍어 놓았는데... 크으..."
"큭큭... 이거이거 이사람 혼자 앞서 나가다가 끝났구만?
그래도 역시 이어진다면 라인츠 아니었을까? 한집에서 살면서 둘이 잘 어울렸잖아."
남자는 마른 낙타고기를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비워진 잔을 채웠다.
노란빛의 술이 거품을 내며 잔을 넘쳐 모래바닥을 조금 적셨다.
"어땠든, 두사람이 잘되었으면 하는맘일세..."
"이사람 위험하구만... 호모기질이 있는것 아냐?"
"무슨 소린가. 난 둘이 대륙에 가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말인데.
자네야 말로 위험한것 아닌가? 그런식으로 내 말을 받아들이다니..."
사막의 달빛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마르와 라인츠의 앞길을 축복해주는 사람들을 비춰주었다.
아직 보름달이 되지 않은 약한 달빛이었지만,
서로의 눈에 눈물이 고인 프나츠 부족의 사람들은 그 약한 달빛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프나츠부족마을의 입구에는 보초를 서는 청년 두명만이 이마르의 여행을 축복해 주었다.
이마르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뒤 터번을 뒤집어 쓰고는 낙타를 재촉했다.
아직도 그칠줄 모르는 눈물이 보초들에게 보이는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낙타가 걸으며 프나츠 부족의 입구를 지나자 이마르의 눈앞에 보이는건 온통 모래벌판 뿐이었다.
군데 군데 서있는 선인장만 아니면 온통 똑같은 모양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끝이보이지 않는 사막만이 이마르를 반겨주고 있었다.
-두구닥, 두구닥!
낙타가 빠르게 달리는 소리가 이마르의 귀에 들리며 점점 가까워 지는것이 느껴졌다.
낙타가 아무리 빨라봐야 얼마나 빠르겠냐만은 사막에서는 제일 빠른 교통수단중 하나였다.
물론 모래바람을 이용한 샌드보트가 더 빨랐지만, 바람이 불지않는 사막의 한낮을 생각하면
낙타는 꾸준히 오랫동안가는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그런 낙타도 달리기 시작하면 말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빠른 속도를 낼수있었다.
이마르는 갑자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낙타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는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두마리의 낙타중 한마리가 등에 사람을 태운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라... 라인츠?"
터번을 썼지만 4년동안 한집에서 생활한 라인츠는 멀리서봐도 알수있을정도로 눈에 익어버린지 오래였다.
눈만 빼놓고 얼굴의 모든부분을 가렸지만 달빛에 빛나는 그 눈빛만으로도 이마르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 사람이
라인츠 라는것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어째서..."
라인츠는 입구에서 낙타를 진정시키며 걷게 만들더니 이마르의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한발자국씩 낙타가 움직일때마다 이마르의 눈에서는 조금씩 멈춰지던 눈물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마르."
이마르는 대답할수가 없었다.
"이마르!"
라인츠는 어느새 이마르의 옆에 다가와 섰다.
그리고는 이마르의 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었다.
"너 임마... 사내자식이 울기나 하고..."
"왜! 왜왔어!"
"너 이거 잊어버리고 갔더라?"
라인츠는 품안에서 양피지말이를 꺼냈다.
고급양피지였는지 은은한 달빛에도 밝게 빛나는것이 이마르가 어디선가 본 양피지였다.
황립학교 신입생 모집공고의 내용이 룬문자로 쓰여져있던,
바로 그 양피지 종이였다.
"그건... 왜..."
"뭐 필요할거 같아서..."
"필요 없어..."
이마르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인츠는 헛웃음을 치더니 양피지를 도로 품안으로 집어 넣었다.
"같이가자."
라인츠는 어색한듯 터번을 만지며 작은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바람도 불지 않는 사막한가운데서 말한 작은 목소리는 충분히 이마르의 귓속까지 파고들었다.
"안간다며... 가기싫다며...?"
당분간의 정적이 흘렀다.
라인츠도 이마르도 둘이 같이있을때 이정도로 침묵했던 일은 처음인지라 어색해하며 웃을것 같지만
둘은 말없이 낙타위에서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정적은 깬것은 라인츠였다.
"가고싶었어... 가고싶었는데... 가고싶다고 할수가 없었어. 너와 떨어지게 될까봐.
너와 함께있어 즐거웠는데... 그럴수 없을까봐 말할수가 없었어..."
"왜...그럼 맨 처음부터 따라나오지 않았어? 왜?
자존심때문에? 사막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깨진 정적은 조용히 불타고있는 촛불에 기름을 부은것과 마찬가지 였다.
갑자기 샘솟듯이 쏟아져 나오는 이마르의 말에 라인츠는 그저 우물쭈물 거리기만 할뿐
이마르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마르는 그런 라인츠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낙타의 고삐를 잡고는
다시 길을 재촉하려 하였다.
"...그래... 자존심 때문에 그랬어...
그런데 이젠 다 필요 없어! 자존심따위 모르겠어! 난 그냥 너와 함께하고 싶을 뿐이라고!
너와 함께 즐겁게 놀고 웃고 싶어! 네가 없으면 할수 없어!"
이마르는 라인츠의 말에 피식 웃었다.
마치 3류 소설에서 헤어졌던 연인들의 재회때 쓰는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라인츠는 진지하게 친구로써 동료로써 말하고 있었다.
라인츠의 눈빛을 지켜보던 이마르는 입이 가려진 터번사이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쿠로이치와 같은 모습이었다.
얼굴을 가렸기 때문인지도 몰랐지만
눈빛만큼은 쿠로이치의 그것과 닮은 강한 눈빛이었다.
"뭐야... 닭살돋게. 그래 알았어 따라올테면 따라와. 대신 나중에라도 돌아간다는 말하기 없기야."
이마르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낙타의 옆구리를 살짝 찼다.
이마르를 태운 낙타가 천천히 걷기 시작하자 이마르의 짐을 실은 낙타도 조용히 그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조금후에 또다른 낙타의 모래밟는 소리가 이마르의 뒤쪽에서 들렸다.
멀어지지도, 가까워 지지도 않는 모래밟는소리...
이마르는 뒤를 쳐다보았다.
은은한 달빛에도 빛나는 라인츠의 두 눈동자가 이마르를 따라오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보내야 하나요?"
이제는 멀리 한점으로 보이는 두사람을 어느새 모인 마을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떠날때가 됐으니 떠나는 걸세... 라인츠도 더이상 이 좁은 마을에서 우물안 개구리가 될순 없지 않은가...
이 사막에서 썩히기엔 아까운 녀석이야..."
족장은 점점 멀어져가는 두사람을 지켜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족장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꼬마애들인데..."
부족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족장은 부족장을 쏘아보았다.
부족장이 움찔 놀라며 한발자국 물러섰다.
"사막의 남자와 사막의 남자를 구한 녀석이야. 더이상 꼬마아이가 아닐세!
그건 그렇고 마리아가 조금 외롭겠구만."
족장은 부족장을 쏘아보던 눈을 거두고는 마리아를 쳐다보았다.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 마리아가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딱히 위로의 말을 해줄수도 없었다.
그녀가 말리지 않았고, 그녀 또한 자식이 잘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다만, 어릴때부터 보살펴오던 자신의 아이가 사막을 가로질러 대륙까지 간다는 것에 대한
걱정과, 또한 한동안 볼수 없을것이라는 슬픔이 마리아의 눈물샘을 자극할 뿐이었다.
"걱...정 마세요... 잘 해낼... 거에요. 우리 라...인츠와 아미르...는... 흑...흐흑..."
아직까지 선명하게 모래바닥에 남아있는 낙타 발자국을 귀한것을 대하듯 쓰다듬던 마리아는
소리죽여 흘리던 눈물을 참지 못하고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사막의 누구 한사람조차 그녀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진한 인연...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은 다른사람의 중재로 해결될만한 일이 아니라는것을
프나츠부족의 부족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마리아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낙타발자국 위로 떨어져 선명한 물방울 무늬를 만들어 내었다.
마치 그들의 앞길을 축복하는 성수처럼...
"그건 그렇고 저녀석들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아? 라인츠의 말을 들을 때마다 온몸에 닭살이 확 돋는게 그냥..."
"예끼! 이사람아. 말이라도!"
라인츠와 이마르가 떠나고 프나츠부족에서는 마리아를 위로해주기위한 연회가 열렸다.
정작 마리아 본인은 잠시 얼굴만 비추고 집에 들어가 나올생각을 안했지만
가는길을 웃으며 떠나 보내주는것이 사막의 법칙인데다가
정작 모이려는 구심점이 없어 모이지 못하던 마을남자들은 손에 술잔을 들고 마을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아라감과 부족장이 빠진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부족장은 족장과 할일이 있다며 사라졌고, 아라감은 벌써 두달째 얼굴을 본사람조차도 없었기에
모두들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려고 하지 않고 쉴새없이 술잔을 부H히며 잔을 나누고 있었다.
"쩝, 이마르녀석이 여자였으면 우리 아들을 장가보내려고 했는데 말야... 벌써 4년전 일이구만?"
"만약 이마르가 여자였었더라면, 자네 아들과는 대화도 안나눴을걸?
자네랑 판박이처럼 생기지 않았나. 그리고 설사 그랬다 해도 이마르는 내 며느리가 되었을걸?"
"나랑 내아들이 어때서! 남자답고 듬직하니 잘생겼지. 왜? 그렇게 말하는거보니 자네도 관심이 있었구만?"
남자는 술잔을 쭈욱 들이키며 말했다.
"크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여자라고 오해할만한 외모 아닌가...
사실 족장님이 남자아이라고 공표만 안해줬어도 내 달려가서 내 아들놈과 맞선을 예약했을걸세.
어디 조금 예쁜 얼굴인가? 사막태생이 아닌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사막태생 아니라고 내 아들이 잡아 먹히는것도 아니니
나는 진즉에 이마르를 며느리 감으로 찍어 놓았는데... 크으..."
"큭큭... 이거이거 이사람 혼자 앞서 나가다가 끝났구만?
그래도 역시 이어진다면 라인츠 아니었을까? 한집에서 살면서 둘이 잘 어울렸잖아."
남자는 마른 낙타고기를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비워진 잔을 채웠다.
노란빛의 술이 거품을 내며 잔을 넘쳐 모래바닥을 조금 적셨다.
"어땠든, 두사람이 잘되었으면 하는맘일세..."
"이사람 위험하구만... 호모기질이 있는것 아냐?"
"무슨 소린가. 난 둘이 대륙에 가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말인데.
자네야 말로 위험한것 아닌가? 그런식으로 내 말을 받아들이다니..."
사막의 달빛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마르와 라인츠의 앞길을 축복해주는 사람들을 비춰주었다.
아직 보름달이 되지 않은 약한 달빛이었지만,
서로의 눈에 눈물이 고인 프나츠 부족의 사람들은 그 약한 달빛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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