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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22:22 1,548회 0건
겨우 2회짼데 계속 써야할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이런글이 소라에 어울릴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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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쏟아진 철수네 형의 정액들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그 일은 초등학생 시절을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졌었다.


당시에 일어난 일들, 왜 그 형이 내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일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 내가 왜 남자가 아닌 여자로 지금 살고

있는지를 고민할때 다시 내 기억속에서 나타났고

어린 시절 그렇게 내게 일어났던 몇몇 사건들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며 내게 미친 영향을 돌출해 낼 수가 있었다.


타고난 성과 정신적인 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전환증은 많은 경우

선척적인 문제로 다뤄지곤 한다. 성호르몬의 불균형이나 기타 유전자적인

문제가 주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일이 있은 후 나는 철수네 집에 놀러가지 않았다.

철수랑 노는 것도 싫어졌고

형에게 무슨 말을 들은건지, 왜인지는 몰라도 철수 역시 나를

만나러 놀러오는 일이 없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철수를 통해 내게 한 일이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생이었던 철수형은 주말에 철수네 집에 가지 않으면

굳이 만날 일도 없었지만, 어린 나는 철수형이 마냥 무서웠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 쉽게 추측이 디는 그런 사실들을 당시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혹시라도 만날까봐 그 근처를 갈 일이 있어도

빙 돌아 다른 길로 돌아가야 형을 피할수 있을 것 같았고 안심이 됐다.


그 후 중학생이 되면서 그곳을 떠나오기전까지 두세번 우연히 길가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만 형은 나를 모른채 했고 나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또 다른 사건은 또 다른 사람을 통해 내게 일어났다.

12살, 5학년때였다.


우리 동네에 이상한 아저씨가 나타났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노는 때에 스케치북을 들고 나타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동물에 대한 상식이나 기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스케치북에는 티비에서 보던, 또는 티비에서 보지 못했지만 당시 유행하던

로봇백과 같은 손바닥만한 책에서 볼 수 있었던 로봇들이 깔끔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직접 그린 그림이라며 아이들에게 한장씩 나눠주기도 했다.


어느날은 일본어로 된 두꺼운 책을 가져와서 보여주기도 했는데

거기에는 그 아저씨의 사진과 함께 4컷 만화가 실려 있었다.

전직 만화가라는 그 아저씨는 재일교포였는데 일본에서 만화를 연재했으나

한국에서 잠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날 집에 가서 부모님께 우리 동네에 만화가 아저씨가 있다고 수선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후 그 아저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동네 어른들과도 점점 친해졌고

아이들도 더욱 거리감 없이 아저씨를 대하게 되었다.


"희영아, 영길아 아저씨랑 소풍갈래?"

"네? 뭐라구요?"


아저씨는 약간 한국어가 어눌해서 우리는 한번에 이해를 못하고

다시 말해달라고 할때가 많았다.


"도시락 싸서 햇님 유치원 뒷편에 놀러가자. 아저씨가 만화 그림도 그려 줄께."


햇님 유치원 뒷편은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공사를 하느라 깎아놓은 흙이

산처럼 싸여 조그마한 언덕이 이루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그곳에서 여러가지 놀이를 하며 놀때가 많았는데 아저씨는 거기에서

우리가 노는 것을 본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유치원 뒷편에서 아저씨가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희들 재미있는 책 보여줄까?"

"히~ 보여주세요."


영길이와 나는 영문도 모르고 재미있다는 말에 함지박만한

미소를 띄우며 보고싶다고 말했다.


주섬 주섬 꺼낸 책에는 여성과 남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로의 몸을 만지며 뒤엉켜 있는 사진들로 가득차 있었다.

사실, 이상하다고만 생각을 했고 사진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나는

어떤 사진들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이 나진 않는다.


영길이는 그 사진을 보며 헤벌죽해 있었다.

"너희들 이런것 본적 있지?"

"아니요... 난 본적 없는데..."

"그럼 영길이는?"

"우리 집에 있어요. 우리 형이 보는 책이 있어요."

"저기, 왜 이러는 거에요?"

"남자와 여자는 서로 좋아하면 이렇게 하는거야."

"..."

"너희들도 어른이 되면 다 해야해"


아저씨는 우리에게 그런 사진을 보여주며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날은 그렇게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야산에서 내려오는 중에 굴러서 발목에 깁스를 하게된 것만 뺀다면 말이다.


나는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발목이 아파서 못앉아있겠다는

말을 하면 쉽게 조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그렇게 조퇴하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느날 아저씨를 만났다.


"희영아, 잘지냈어?"

"어, 아저씨. 어디가세요?"

"응, 집에 가는 길이야. 너는 왜 학교에 안갔어?"

"학교에 갔는데, 아파서 조퇴했어요. 저기, 나 아저씨 집에 놀러가도 돼요?"


혹시라도 아저씨집에 놀러가면 만화그림을 몇장 얻을수 있을까 나는 생각했었다.


"응 그래 가자. 좀 걸어가야 하니까 아저씨가 업어줄께."

"괜찮아요."


아저씨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얼른 업혀. 아저씨 힘들어."

내가 왜소한 몸집이긴 했지만, 5학년 아이가 업히기엔 아저씨도 그리 좋은 체격이

아니었다. 어쨌든 난 못이기는 척 아저씨에게 업혔다.



집에 도착하자 아저씨는 과자며 먹을것을 가져왔고 이런 저런 이야길 들려줬다.

내가 관심이 없는 아저씨의 일본 생활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이야기가 모두 나왔다.


"아저씨, 아저씨는 왜 혼자 살아요?"

"아저씨 가족은 모두 일본에 있어."

"아... 네..."


그리고 시작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을 이어졌다.


"아저씨도 일본에 너 나이만한 딸이 있었는데..."

"그래요?"

"응. 그런데 많이 아파서 몇년전에 죽었단다."

"네..."

아저씨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결국은 내 앞에서 안경을 벗고 눈가를 훔치기 시작했다.

"아저씨 울지 마세요..."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있는데,

아저씨가 옷장을 열더니 여자 아이 옷을 내게 보여줬다.

"이거 우리 딸이 입던 옷이야. 한번 입어볼래?"

"네? 여자 옷인데요?"

"아저씨가 너랑 있으니까 딸 생각이 나서 그래."

"그래두 여자옷인데..."

"아저씨 부탁이야. 응?"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저씨의 두눈은 마치 내게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나는 옷을 벗고 아저씨가 보여주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레이스와 프릴에 빨간 리본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는이 달려있는 그 옷은

소위 공주옷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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