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1)
*주의:이 소설은 게이(gay),트랜스(Trans)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반게이,반트랜스적인 사고를 지닌 분들은 읽지 않도록 해주세요.
(프롤로그)
태어난 지 8년째, 성실하셨고 부지런 하셨던 아버지를 추석 연휴 교통사고로 여의었다.
태어난 지 17년째, 유난히도 일찍 끝났던 그 날, 신경성 뇌졸증으로 어머니를 여의었다.
태어난 지 18년째, 어리고 어렸던 자그마한 내 마지막 혈육인 여동생마져 한 강간범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19년. 이제 난 혼자다. 가족도 없고, 친척에게 버려진. 나는 이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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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쾌쾌한 냄새,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던져저 있는 속옷들, 몇일동안 설거지를 안했는지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그릇들, 방안의 습기를 견디지 못하고 푸석하게 곰팡이가 져버린 벽지들. 전형적인 백수의 하숙집이었다.
-딩동,딩동-
한참 신나게 만화책을 보면서 낄낄대고 있는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어라? 우리집에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었나...?
"누구세요?"
문을 빼꼼히 열고 바라본 문 앞에는 아주, 너무나도 아주 예쁘게 생긴 여자가 서있었다.
"누..구세요?"
이게 꿈은아닌지, 저런 미인이 나에게 찾아왔다는게 믿겨지지 않아 다시한번 되물어
봤다. 내 얼굴을 보더니 방긋 웃던 그녀에게서 충격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서화 맞니?"
서화..웃기지만, 남자인 내게 붙어서는 안될 이름이지만 아무튼 그건 엄연한 내 이름이다. 하지만 함부로 떠들만큼 자랑스런 이름이 아니기에 극히 친한 친구들이 아니면 모르는 내 이름이건만, 저 정체모를 미인이 어째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어,어떻게 제 이름을..?"
놀라움 반, 기쁨(저렇게 이쁜 여자가 날 알고 있다는 사실에) 반으로 다시 또 물었다.
"나 모르겠니? 어렸을 때 내가 너 귀저귀도 많이 갈아주고 그랬는데~?"
어,어? 어렸을 때면..?
-기억은 과거로 , 아주 어릴적 과거로 되돌아 간다-
"언니, 저 왔어요~"
"어머, 이제 왔어요? 여보! 나와바요, 아가씨 오셨어요."
무슨 잔치라도 벌어졌는지 내 눈앞에는 엄청나게 큰 식탁이 놓여져 있었고 그 위에는 처음보는 이상한 음식들이 수도없이 많이 놓여져 있었다. 그 당시의 나로써는 그 음식들의 정체와, 왜 이런것들이 내 앞에 놓여져 있는지를 몰랐었다.
음식에 한눈팔려서 멀뚱거리던 내 머리를 누군가가 쓰다듬었다.
"호호, 오빠~언니랑 결혼 안했으면 어쩔 뻔 했어? 이렇게 귀여운 아이도 못 볼뻔 했잖아.후훗~아, 서화 돌 축하해!여기 선물 가지고 왔어-"
굉장히 이뻤던, 아마도 우리 아빠랑 비슷하게 생긴걸로 기억했던 그녀는, 고모. 내 막내고모 서연희씨였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재로, 기억속에서 현실로 서서히 돌아왔다.
"어,어..막내..고모?"
그렇다. 내 앞의 그 미인은 아마도 막내고모일것이다. 친척중 나를 귀여워해주고 우리집에 왔었던 사람은 막내고모밖에 없었을 테니까..
"기억하는구나? 호호호, 근데 서화야, 숙녀를 이렇게 밖에 세워놔도 되는거야?"
"아,아 들어오세요."
아..앗, 연희 고모가 왔다는 사실에 놀래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집 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런..!!
"고,고모 잠시만요!!"
문을 열고 들어오시려고 했던 막내고모를 급하게 밀쳐내고 순식간에 집안을 활보하면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말이 정리지..바닥에 널려있던 만화책과 잡동사니들은 모두 침대밑으로 숨겼고 설거지 그릇들은 싱크대 안에 쑤셔넣어 물만 틀어 논것 뿐이었다. 그래도 한결 나아진걸 보고 고모를 들여 보냈다.
"죄송해요 고모. 집안이 너무 더러워서요.."
"호호,남자 사는 집이 다 그렇고 그렇지 뭐~아, 서화야 이리와서 잠시 앉아볼래?"
급하게 커피 두잔을 내온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고모의 입이 열렸다.
"고모가 너를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너를 데리러 가려고 온거란다."
잘못하면 커피를 다 내뱉을 뻔 했다. 나를 데리러 오신거라고..?무슨 말이지?
"고모가 결혼한지 꽤 되었거든, 근데 지난 해에 네 동생..서희가 죽은 걸 알고 나서 네 걱정이 하도 되서 말이야.."
고모는 서희때문인지 아니면 내 걱정때문이신지 표정이 어두워 지셨다. 서희..서희 이름을 들으니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 걸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알고 있다. 남자가 혼자사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도 솔직히 말하면 막내고모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은 동정일뿐이었다.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그러는 것일꺼라고 생각하니.. 왠지 화도 나고 서러워져 버렸다.
"됐어요..저는 혼자사는게 편하거든요. 제 걱정 해주신건 고맙지만 지금 생활도 만족해요. 고마워요 고모.."
약간은 노기가 섞이고 한기가 흘러내리는 내 말투에서 고모가 눈치를 챈 듯 했다. 내가 동정하는 것일꺼라고 생각하면서 거부하는 것이라고..
"서화야! 너 고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거니?지금 내가 널 동정한다고 생각하는거야?그런거니?"
갑작스레 소리치면서 화를 내시는 고모를 보니 방금전 까지의 화났던 기분이 봄햇살에 눈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고모.."
"서화야, 고모는 어렸을때부터 주위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아왔어. 하지만 네 아빠는 항상 말썽만 일으키고 가족들에게서 외면만 당하고 사셨지. 결국에는 쫓겨나게 되었고 말이야. 모든 가족이 너희 아빠를 싫어하고 외면했었지만, 난 너희 아빠를 많이 따르고 좋아했었어.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너희 아빠에게 잘 못해드린 점이 얼마나 후회되고 죄송한지 아니? 너희 아빠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하고 널 찾으러 온거야. 그만큼 네가 나에게 소중한 아이고, 진심으로 너를 가족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야. 이제 알겠니?"
고모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 두 방울씩 눈물을 흘렸다.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에게 외면당셨던 아버지의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고모의 입을 통해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도 서럽고 아버지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소리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는 나를 고모는 조용히 껴안아 주셨고, 그 길로 나는 얼마 없는 짐을 싸들고 고모를 따라 고모의 가족에게로 향했다.
2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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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이 소설은 게이(gay),트랜스(Trans)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반게이,반트랜스적인 사고를 지닌 분들은 읽지 않도록 해주세요.
(프롤로그)
태어난 지 8년째, 성실하셨고 부지런 하셨던 아버지를 추석 연휴 교통사고로 여의었다.
태어난 지 17년째, 유난히도 일찍 끝났던 그 날, 신경성 뇌졸증으로 어머니를 여의었다.
태어난 지 18년째, 어리고 어렸던 자그마한 내 마지막 혈육인 여동생마져 한 강간범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19년. 이제 난 혼자다. 가족도 없고, 친척에게 버려진. 나는 이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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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쾌한 냄새,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던져저 있는 속옷들, 몇일동안 설거지를 안했는지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그릇들, 방안의 습기를 견디지 못하고 푸석하게 곰팡이가 져버린 벽지들. 전형적인 백수의 하숙집이었다.
-딩동,딩동-
한참 신나게 만화책을 보면서 낄낄대고 있는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어라? 우리집에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었나...?
"누구세요?"
문을 빼꼼히 열고 바라본 문 앞에는 아주, 너무나도 아주 예쁘게 생긴 여자가 서있었다.
"누..구세요?"
이게 꿈은아닌지, 저런 미인이 나에게 찾아왔다는게 믿겨지지 않아 다시한번 되물어
봤다. 내 얼굴을 보더니 방긋 웃던 그녀에게서 충격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서화 맞니?"
서화..웃기지만, 남자인 내게 붙어서는 안될 이름이지만 아무튼 그건 엄연한 내 이름이다. 하지만 함부로 떠들만큼 자랑스런 이름이 아니기에 극히 친한 친구들이 아니면 모르는 내 이름이건만, 저 정체모를 미인이 어째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어,어떻게 제 이름을..?"
놀라움 반, 기쁨(저렇게 이쁜 여자가 날 알고 있다는 사실에) 반으로 다시 또 물었다.
"나 모르겠니? 어렸을 때 내가 너 귀저귀도 많이 갈아주고 그랬는데~?"
어,어? 어렸을 때면..?
-기억은 과거로 , 아주 어릴적 과거로 되돌아 간다-
"언니, 저 왔어요~"
"어머, 이제 왔어요? 여보! 나와바요, 아가씨 오셨어요."
무슨 잔치라도 벌어졌는지 내 눈앞에는 엄청나게 큰 식탁이 놓여져 있었고 그 위에는 처음보는 이상한 음식들이 수도없이 많이 놓여져 있었다. 그 당시의 나로써는 그 음식들의 정체와, 왜 이런것들이 내 앞에 놓여져 있는지를 몰랐었다.
음식에 한눈팔려서 멀뚱거리던 내 머리를 누군가가 쓰다듬었다.
"호호, 오빠~언니랑 결혼 안했으면 어쩔 뻔 했어? 이렇게 귀여운 아이도 못 볼뻔 했잖아.후훗~아, 서화 돌 축하해!여기 선물 가지고 왔어-"
굉장히 이뻤던, 아마도 우리 아빠랑 비슷하게 생긴걸로 기억했던 그녀는, 고모. 내 막내고모 서연희씨였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재로, 기억속에서 현실로 서서히 돌아왔다.
"어,어..막내..고모?"
그렇다. 내 앞의 그 미인은 아마도 막내고모일것이다. 친척중 나를 귀여워해주고 우리집에 왔었던 사람은 막내고모밖에 없었을 테니까..
"기억하는구나? 호호호, 근데 서화야, 숙녀를 이렇게 밖에 세워놔도 되는거야?"
"아,아 들어오세요."
아..앗, 연희 고모가 왔다는 사실에 놀래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집 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런..!!
"고,고모 잠시만요!!"
문을 열고 들어오시려고 했던 막내고모를 급하게 밀쳐내고 순식간에 집안을 활보하면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말이 정리지..바닥에 널려있던 만화책과 잡동사니들은 모두 침대밑으로 숨겼고 설거지 그릇들은 싱크대 안에 쑤셔넣어 물만 틀어 논것 뿐이었다. 그래도 한결 나아진걸 보고 고모를 들여 보냈다.
"죄송해요 고모. 집안이 너무 더러워서요.."
"호호,남자 사는 집이 다 그렇고 그렇지 뭐~아, 서화야 이리와서 잠시 앉아볼래?"
급하게 커피 두잔을 내온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고모의 입이 열렸다.
"고모가 너를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너를 데리러 가려고 온거란다."
잘못하면 커피를 다 내뱉을 뻔 했다. 나를 데리러 오신거라고..?무슨 말이지?
"고모가 결혼한지 꽤 되었거든, 근데 지난 해에 네 동생..서희가 죽은 걸 알고 나서 네 걱정이 하도 되서 말이야.."
고모는 서희때문인지 아니면 내 걱정때문이신지 표정이 어두워 지셨다. 서희..서희 이름을 들으니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 걸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알고 있다. 남자가 혼자사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도 솔직히 말하면 막내고모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은 동정일뿐이었다.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그러는 것일꺼라고 생각하니.. 왠지 화도 나고 서러워져 버렸다.
"됐어요..저는 혼자사는게 편하거든요. 제 걱정 해주신건 고맙지만 지금 생활도 만족해요. 고마워요 고모.."
약간은 노기가 섞이고 한기가 흘러내리는 내 말투에서 고모가 눈치를 챈 듯 했다. 내가 동정하는 것일꺼라고 생각하면서 거부하는 것이라고..
"서화야! 너 고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거니?지금 내가 널 동정한다고 생각하는거야?그런거니?"
갑작스레 소리치면서 화를 내시는 고모를 보니 방금전 까지의 화났던 기분이 봄햇살에 눈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고모.."
"서화야, 고모는 어렸을때부터 주위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아왔어. 하지만 네 아빠는 항상 말썽만 일으키고 가족들에게서 외면만 당하고 사셨지. 결국에는 쫓겨나게 되었고 말이야. 모든 가족이 너희 아빠를 싫어하고 외면했었지만, 난 너희 아빠를 많이 따르고 좋아했었어.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너희 아빠에게 잘 못해드린 점이 얼마나 후회되고 죄송한지 아니? 너희 아빠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하고 널 찾으러 온거야. 그만큼 네가 나에게 소중한 아이고, 진심으로 너를 가족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야. 이제 알겠니?"
고모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 두 방울씩 눈물을 흘렸다.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에게 외면당셨던 아버지의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고모의 입을 통해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도 서럽고 아버지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소리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는 나를 고모는 조용히 껴안아 주셨고, 그 길로 나는 얼마 없는 짐을 싸들고 고모를 따라 고모의 가족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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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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