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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0:07 1,108회 0건

이러면 안되는데...
또 연재를 질질 끌게 되어버렸군요;
아직 연말이라고 보기엔 좀 이른데 왜들 이렇게 사람을 불러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래 기다리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번 이야기 처음 부분은 야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내용입니다;
읽는데 많이 지루하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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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 2005년 11월 7일(월) 여깡 오 연희 계도하기


천왕 고교로 전학 온 지 거의 1주 만에 두 명의 보지와 관계를 맺은 미애는 나날이 정말 즐겁고 쾌락으로 가득찼다. 귀여운 윤경이와 함께 놀면서 그녀를 범하고, 매력적인 현경에게 몸을 맡기고 극도의 쾌락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두 보지를 번갈아 가며 느끼면서 보낸 지난 주말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최고의 주말이었다.

허나 그녀가 느낀 극상의 쾌락과는 달리, 그녀의 마음 한 구석은 조금 착잡했다. 윤경이와 함께 있을 때에는 언니로써 리드하고, 현경과 함께 있을 때는 동생으로써 몸을 맡기는 그런 이중적인 상황. 미애는 두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윤경이에게 얘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라도 윤경이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었고, 현경에게 이야기 하지 않은 이유는 왠지 모르게 윤경이도 그녀의 마수에 걸려들게 된다면 자신의 동생을 빼앗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었다. 물론 근거 없고 쓸데 없는 생각일 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렇다고 해서 당당하게 말하고 다닐 만한 일은 또 아니었다.

‘그래도 둘 중 콕 찝어서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버스를 타고 있던 미애는 잠시 차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한 정거장을 더 갔을 때쯤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역시나 윤경이 쪽이겠지.’



“언니, 왔어?”

교실에 들어서자, 먼저 도착한 윤경이가 해맑은 얼굴로 정답게 인사를 건넸다. 미애가 태어나 처음으로 반해버린
사람, 그녀의 얼굴을 보자 미애의 얼굴에도 금새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 앉으면서 미애는 슬며시 그녀의 얼굴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가리고 귓가에 키스를 해주었다.

“꺄아, 언니...”

기습적인 키스에 깜짝 놀란 윤경에게 미애는 그저 흐뭇한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어머, 또 둘이서 아침부터 연애질이니...호호호.”

지나가던 친구가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전학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미애와 윤경, 특히 미애는 벌써 1학년의 유명인이었다. 본래 학생을 얼굴로 뽑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천왕고교에서도 탑클래스의 미모의 소유자가 혜성같이 나타났다는 점,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에도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팔방미인이라는 점, 상냥하고 친절해서 남학생들은 물론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원래부터 귀엽기로 유명했던 윤경이와 언니 동생하면서 같이 다닌다는 점이 둘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물론, 두 사람의 철저한 관리로 인해서 그 둘은 평범한 친구 이상으로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친구라는 것 이외에는 누구도 다른 생각을 품지 않았다.

“연애질이라니, 얘도 참.”

말을 걸어왔던 친구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그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둘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를, 그녀들 단 둘이 있을때 무슨 일을 하는지를, 그리고 그녀들의 치마 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1교시가 시작되고, 순조롭게 수업이 진행되어 어느덧 마지막 6교시마저 끝나버렸다. 담임선생인 현경의 종례가 끝나고 미애는 가방을 싸면서 이렇게 또 평범한 하루가 지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오늘의 사건은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 터졌다. 미애가 청소 당번인지라 간단히 교실 청소를 끝내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참이었다. 교사 뒤편에 있는 쓰레기 수거장으로 향하다 건물의 모서리 쪽에서 몸을 틀은 미애는 갑자기 누구와 부딪혔다.

“앗!”
“꺄아!”

미애는 재빨리 밸런스를 잡고 버텨냈지만, 그녀와 부딪힌 여학생은 그 자리에서 뒤로 넘어져 버렸다. 미애는 들고 있던 쓰레기 봉지를 내려놓고 그 여학생의 팔을 붙잡고 급히 일으켰다.

“괜찮니, 미안해...좀 더 천천히...꺄앗!”
“찰싹!”

그러나 친절하게 상대를 일으킨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이었다. 척 보기에 소위 ‘노는 아이’같이 생긴 그 여학생은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세차게 미애의 뺨을 후려쳤다.

“야, 이 씨발년아! 니 눈깔은 장식이냐?”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
“찰싹!”

붉게 물든 뺨 위로 살짝 눈물이 고인 미애가 억울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그 여학생은 인정사정없이 그녀의 뺨을 재차 후려쳤다. 어찌나 강하게 쳤는지 미애는 그 자리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이 년이 어디다가 눈을 후라려! 죽고 싶냐!”
“......”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공적인 자리인 학교에서는 최대한 교양 있고 얌전한 요조숙녀처럼 지내고 싶었던 미애였지만, 두 번째로 뺨을 맞고서 머리속에서 뭔가가 확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일어나, 좀 쳐맞아야 정신을...윽!!”

잽싸게 몸을 일으킨 미애의 주먹이 상대의 복부에 작렬했다. 미애의 갑작스런 기습에 배를 얻어맞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지만, 미애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왼손이 넥타이를 움켜잡고 상대의 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깨끗한 펀치가 안면에 꽂혔다. 도저히 평범한 여학생의 싸움방법이라곤 볼 수 없었다.

“이 학교에도 너 같은 년이 설치고 다닐 줄은 몰랐다.”
“퍼억!”

다시 한 번의 정타가 상대의 안면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꺄아악!”
“네 년이 뭐하는 년인지는 몰라도,”
“퍼억!”
“상대를 잘 못...”
“퍽!”
“골랐어!”
“꺄아아아!!”

기세등등하게 미애의 뺨을 후려갈겼던 그 여학생은 그 기세가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미애에게 난타 당했다. 마지막 펀치가 복부에 꽂힐 때,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후우...별 개같은...”

그제서야 분이 풀렸는지, 미애가 빨갛게 물들은 주먹을 감싸쥐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 학교에서는 최대한 얌전하게 지내고 싶었던 미애였기에 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다시 쓰레기봉투를 들고 수거장으로 향하려던 미애였지만, 거칠은 발소리와 함께 세 명의 여학생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들 눈에 확 틔는 염색과 화장, 지나치게 짧게 줄인 교복 치마가 공통적인 학생들. 방금 미애의 공격에 뻗어버린 학생의 친구들인 모양이었다.

“수진아...무슨...!”
“......”

그 중에서 미애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가운데 서있는 차가운 인상의 여학생이었다. 생긴 것부터가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녀는 어른스러운 검은 가디건을 걸치고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그 위로 치렁치렁 드리운 채로 차갑게 미애를 노려보았다. 나머지 두 여학생은 급히 쓰러져 있는 여학생에게로 달려가 그녀를 흔들었다. 다행히 의식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연희야, 수진이 정신 차렸어!”
“야, 이 썅년아. 니가 이렇게 한 거냐!”

미애는 뒤에서 들려오는 쫄따구들의 말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바로 앞에 있는 연희라는 여학생의 차가운 눈빛에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을 봐서는 아무래도 또 폭력이 오갈 것 같았지만, 그녀를 상대론 미애도 승산을 계산하지 못했다. 완전히 압도당한 기분이었다.

“너...”

조용히 연희가 입을 떼었다. 촉촉하고 예쁘장한 입술 사이로 담배냄새가 스며나왔다.

“분명히 이번에 5반에 전학 온 윤미애. 맞지?”
“어라, 난 그쪽을 모르는데 고맙게도 기억해 준 모양이네.”

도발성 멘트 같았지만, 일단 그 말은 사실이었다. 확실히 같은 반 친구도 아니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데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물론 그것은 미애가 전학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 외모로 금세 유명인이 되었기 때문이었지만.

“퍽!”

그러나 대답 대신 날아온 것은 연희의 빠른 주먹이었다. 아까의 싸움으로 봐서, 보통 이상은 훨씬 넘는 미애의 실력이었지만, 그 공격은 눈에 잡히지도 않았다. 그 공격에 이어서 연희의 파상 공세가 쏟아졌다. 그 공격들은 주로 복부에 집중되었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애는 그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면서 간간히 연희에게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계속 누적되는 데미지는 이내 미애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크윽...”

쓰러진 미애를 세 쫄따구가 일으켜서 학교 뒤에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갔다.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은 차가운 표정으로 미애를 쳐다보던 연희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쫄따구들이 급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이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미애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연희가 입을 열었다.

“너, 제법 하는구나. 맘에 들었어.”

그 말을 하며 연희가 아름답게 미소를 지었지만, 미애는 그 미소마저 오싹하게 느껴졌다.

“연희야, 이 썅년 빨리 족쳐버...”
“닥쳐.”

연희의 승리에 좋다구나 하고 지껄이던 수진이란 쫄따구는 연희의 한 마디에 그대로 입을 봉해버렸다.
“상대의 실력도 모르고 덤벼대다니...멍청하기는. 미애가 전력으로 덤볐으면 너희 셋이 달려들어도 못 이길걸?”
하나도 기쁘지 않은 칭찬. 의외로 우호적으로 나오는 연희의 태도였지만, 미애는 그 태도가 전혀 기쁘지도 달갑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런 태도는 미애에게 승자의 거만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호오, 정말 처음 보기보다 훨씬 당차고 멋진 아이잖아, 너.”
“.....”
“이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은 그냥 너희 먼저 가 봐.”

연희는 눈을 미애의 눈과 마주친 채로 손짓만으로 미애를 붙들고 있는 세 명에게 말했다. 그들은 잠시 주춤주춤 거리다가 어쩔 수 없었는지 아무런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잠시 묵묵히 담배 연기만 빨아대고 있던 연희는 잠시 후에 필터 근처까지 타버린 담배를 땅에 비벼 끄면서 입을 열었다.

“맞은데는...괜찮아 보이는구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미애는 여전히 지지 않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차가운, 그러나 진심이 담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별 건 없어...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 생각보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달까?”
“뭐...?”
“내 이름은 오연희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윤미애.”

뭔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나가자 당황하고 있던 미애에게, 연희는 그녀의 뺨에 난데없는 키스까지 살짝 날리고서 일어나 버렸다. 근처에 세워져 있던 붉은 오토바이에 올라탄 연희는 엉덩이까지 쓸려 올라간 치마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한 포즈로 시동을 걸었다.

“오늘 간만에 즐거웠어.”
“부르릉, 부릉!”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소리만 남기고 연희는 그렇게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다행히 린치를 당한다거나 하는 큰일은 없었지만, 미애는 윤경이의 집에서 놀기로 한 약속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윤경이의 집에서 놀게 된다면 결국 하는 것은 같이 자는 것인데, 곳곳에 맞은 자국이 남아 있는 배를 보여줄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윤경이는 아쉬워 하는 한편으론 의아해 했지만, 언니의 미소와 키스를 받고는 얌전히 혼자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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