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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오솔길 옆 - 8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0:02 1,013회 0건
“앗! 은성 스님! 엄마! 은성 스님 왔어!”
여자애가 소리를 지르자 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복도 끝의 방문이 열리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현관으로 나왔다. 이 분이 은성이 말한 보살님인 듯 했다.
“아우 은성 스님 오시는데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네, 보살님 여전히 건강해 보이시네요. 잘 지내셨나요?”
두 여인은 합장으로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옆에 서 있던 나도 한 박자 늦긴 했지만 곧 합장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이구 물론이죠~! 어쩜 우리 스님은 출가까지 한 양반이 하루가 다르게 이렇게 고와져! 괜히 결혼 못한 남자들만 불쌍하게 돼서 어쩐데?” 하면서 웃었다. 파도를 타듯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그녀의 억양이 재미 있어서 고개를 숙인 채 비실비실 웃고 있으려니 보살님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아이가 지금 맡아서 키우신다는 그??”
난 웃음을 눌러 참고, 다시 한 번 합장하면서 그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안녕하세요 보살님. 박 상원이라고 합니다.”
“이야…생각한 것보다 훨씬 인물도 좋고, 키도 훤칠하네! 나이가 어떻게 되요? 우리 학생은?”
“네 올 해가 2001년이니까…. 16살이 되었습니다.”
“어머 열 여섯??” 혜정아! 혜정아! 이 행자가 너랑 동갑이래!”

문을 열어준 키 작은 여자애가 보살의 말에 차갑게 턱을 끄덕이고는 “안녕”하고는 짧고 차갑게 인사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규칙인지 아이는 짧은 단발 머리였다. 큰 눈, 낮은 코,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이라고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작은 키까지 어린 동생 같은 아이였다. 나를 쭈욱 보고 있더니 묻는 것이”너 키가 몇이냐? 너네 반에서 네가 키 제일 크지?” 라는 것이었다. 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기에 은성이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에 옆을 바라 보았으나 은성은 보살과의 반년만의 해후로 바빠 보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키는 이제 180cm가 조금 넘었을 것 같아. 암자에서 살면서 갑자기 키가 더 많이 컸거든.”
“우와! 진짜?”
“응. 그리고 나 학교는 다니지 않아. 검정고시 보려고 스님에게 공부 배우고 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숨을 쉬었다.”아….나도 자퇴하구 싶다! 엄마 나 자퇴하면 안돼? 나중에 검정고시 봐서 대학교 꼭 갈게! 응? 응?”
“얘가 뭐라는 거야. 은성 스님 말씀 들으니까 저 행자승 머리도 좋다더라! 넌 너네 반에서 중간도 못 가면서 학교까지 안 다니면 인생 망칠라고 그래?”
혜정이는 엄마에게 혼이 나자 분홍빛 작은 입술을 쭉 내밀고는 날 째려보았다.
“혜정이도 공부 잘할 거에요, 보살님. 모두 부처님께서 옳은 길로 인도해주실 거에요.”
은성이 혜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평소의 미소로 차분히 말했다. 보살은 그제서야 “어머 그러고 보니 현관에서 우리 뭐하고 있니? 두 분 모두 빨리 들어와요. 점심 식사 아직 안 하셨죠?” 시장하시겠네!”하며 우리를 잡아 끌었다. 나와 은성은 신발을 벗고 거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혜정의 집은 평범한 32평 아파트였다.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고, 혜정이는 은성 옆에 앉아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나는 멍청히 앉아 집 이 곳 저 곳을 살폈다. Tv 위에는 보살과 혜정, 둘이서 찍은 사진이 큰 사이즈로 출력 되어 두꺼운 액자에 껴 있었는데 아마도 이 집엔 두 여자만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베란다에 세워진 건조대에는 두 여인의 빨래가 걸려 있었다. 비 오는 동안 미루다가 오늘 아침에야 말린 듯 아직 물기가 가득한 빨래는 아직 젖어있을 듯 했다. 보살이 집에서 편히 입는 듯한 길고 폭이 넓은 주름 치마 한 장, 수건들, 그리고 남은 공간을 가득 채운 두 여자의 속옷들이 있었는데 크기만 봐도 어떤 것이 혜정의 것인지 어떤 것이 보살의 것인지 알게 될 만큼 크기부터 색과 패턴까지 둘이 어떤 색과 패턴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스텔 톤 레이스가 가득 찬 소녀 취향은 아마도 혜정이 속옷, 단색의 깔끔한 형태지만 실크나 혹시 그 비슷한 재질로 보이는 보살의 속옷으로 보였다.

“혜정아 상 펴자! 식사 다 됐어!” 보살의 목소리에 나와 은성은 자리를 피해 주었고, 나까지 네 사람은 거실 한 가운데에 상을 펴 식사를 시작 했다. 평소 때에 밥과 반찬 하나, 김치 몇 쪼가리로 식사를 하다가 채소뿐이라 해도 갖가지 반찬들이 펼쳐진 상에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밥을 두 공기나 비우고 말았다.
“상원이 평소 때보다 맛있게 먹네? 맨날 나랑 먹을 때는 한 공기 비우면 배부르다고 하면서?”
은성의 장난 어린 질문에 당황하는 날 보며 보살은 식사를 차린 보람이 있었는지 웃고 있다.

보살의 웃는 얼굴은 보면 볼수록 마치 동양화 속에 그려진 여성의 얼굴 같았다. 작고 찢어진 눈, 얼굴 윤곽에 비해 도드라진 광대뼈, 그리고 두툼하지만 좁은 입술. 미인의 형상은 아니었지만 타인에게 편안함을 주는 인상이었다. 게다가 헤프다 싶을 만큼 웃음이 입에서 떠나지를 않아서 아마 주변에서 인기가 많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 없이 혜정과 둘만 지내는 것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여자였다. 게다가 군살이 많이 붙지는 않았지만 동글동글한 모양새를 가져서 넉넉하고 포근한 인상을 주는 여자였다.

점심을 마치고 보살은 옷을 갈아입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보살님은 무슨 일하셔?” 나는 혜정이에게 물었다.
“엄마? 아파트 들어올 때 상가 봤지? 거기 안에서 부동산 하셔.”
그녀의 밝은 인상이 중개인으로써 크게 성공할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안방에 들어갔던 보살은 풀려있던 머리를 올려 매고, 검정 셔츠에 배꼽까지 올라오는 high waist 하얀 팬츠를 입고는 일반 사무 가방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샤넬의 검정색 클러치 백을 들고 나왔다. 분명 미인이 아님에도 그녀는 분명 아름다웠다. 광고 속 커리어 우먼 같았다. 그녀는 지갑을 꺼내고는 손짓으로 혜정이를 불렀다. “우리 행자님 간만에 산에서 나오셨으니까 같이 나가서 맛있는 것도 좀 사먹고, 재미 있게 놀다 와!”라며 혜정의 손에 10만원을 쥐어 주었다. 혜정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엄마 나한테는 용돈도 잘 안주면서! 그리고 나 있다가 슬애랑 만나기로 했는데 저런 승복 입은 애랑 같이 나가라고?” 라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내 승복이 뭐가 어때서 그래! 혜정아, 네가 불자의 삶을 알긴 하니? 라면서 속으로 툴툴대긴 했지만 분명 10대 소녀가 하지 못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삼켰다. 나는 은성을 보며 “아 저는 은성 스님과 같이 있으면 되요.”라고 말하자 은성은 “아 상원아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한데 나도 오랜만에 학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거든. 미안해 헤헤” 웃으면서 말하는 은성은 그새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간 듯 했다. 그 모습에 나는 바보처럼 멍-해져서는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은성이 새롭게 보여주는 모습에 반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새로운 매력이 내 볼마저 붉게 만들었다.
“야-야-상원아.”
혜정이가 팔꿈치로 툭툭 치는 바람에 저 멀리 갔던 내 정신이 다시금 돌아왔다. “내 친구들 만나러 같이 가자. 대신 너 옷만 갈아입어. 응?”, “알았어. 다 여자애들이야?”라고 묻자 “아니 그건 아니고 나까지 여자애 3명이랑 미국 유학 갔던 초등학교 때 친구가 한국에 잠깐 와서 다 같이 만나기로 했거든. 걔 성격 좋으니까 같이 가면 재미있을 거야. 괜찮지?” “응 나는 괜찮아. 근데 나 승복 말고는 옷이 한 벌도 없어” 암자에 가기 전에 집에서 챙겨 나온 가방에 분명 여러 벌의 옷이 있었으나 노숙 생활에 옷이 모두 헤지고 더러워져서 암자에 가서도 굳이 빨거나 수선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내겐 회색 승복 몇 벌이 가진 옷의 전부였다. 은성은 자신의 짐에서 돈을 꺼내주려고 했지만, 보살은 이를 애써 말리고 내게 카드를 하나 쥐어주었다. “그러면 혜정이가 백화점 가서 상원이 옷도 사고 친구들이랑 같이 놀아. 은성 스님 그래도 괜찮죠?” 은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혜정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엄마! 엄마! 사는 김에 나도 옷 하나만 사면 안될까? 응? 딱 하나만! 응?”
보살에게 조르는 혜정을 보니 내 옛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엄마의 평소 모습과 함께 날 버리고 떠난 날 신발 하나 없이 비어있던 신발장마저 떠올랐다. 그렇게 서로를 싫어하는 부모님인데 왜 그날은 함께 떠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들 덕분에 나는 이런 새로운 삶을 접해 살고 있으니 언젠가 부모님을 다시 만나면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당신들이 없어서 나는 더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말이다.

“엄마 늦었어! 혜정이 네가 알아서 사! 상원이 옷이 더 중요한 것 잊지마! 엄마 다녀올게. 모두 저녁에 봐요!” 하고는 보살이 나가자 혜정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웃었다. 눈웃음을 치면서 웃는 그 모습을 보고는 ‘혜정이 학교에서 꽤나 인기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은성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우리 혜정이 좋겠네!”하면서 혜정이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우리는 먹은 것을 정리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외출 준비라 해도 나와 은성은 더운 날씨에 흘린 땀을 씻고자 세수하고, 이를 닦은 뒤 혜정이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짧은 단발머리라서 굳이 긴 준비가 필요 없어 보였는데, 머리를 감고, 말리고, 고데기로 말고, 얼굴에 이것 저것 알지도 모르는 화장품까지 바르고, 옷 방에 들어가 옷을 한참을 고르고 있었다.

그 때, “상원아, 나는 이제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원래 상원이 이 주변 살았다고 했으니까 나 걱정 안 해도 되는 것 맞지?” 은성이 챙겨온 짐을 어깨에 메며 내게 말했다. 난 웃으며 “네, 걱정 마세요. 스님. 스님이야말로 길이라도 잃으시면 꼭 연락하세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 은성은 평소처럼 우아하게 웃고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 “혜정아, 나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먼저 나갈게!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하고, 너무 늦으면 안돼! 상원이 잘 부탁해!”라며 마지막 걱정을 전하고, 문을 열고 내게 미소를 띄어 보이고는 집을 나섰다. 나는 짧게 합장하여 인사 하고 거실에 앉아 혜정의 준비가 끝나길 기다리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단지 내 똑 같은 모습을 한 아파트들, 그리고 그 주변에 세워진 또 다른 아파트들, 수많은 건축물들이 어지러울 만큼 이 땅을 채웠다. 하늘에는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구름도 비구름이 아닌 단지 흩날릴 뿐인 찢어진 솜 모양 구름이었다. 넓은 도로 위는 차가 가득하다.

산 골짜기와는 너무 다른 환경이라 이제는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서울’, 한 때는 나도 이 중 일부가 되어 살아가던 도시였다. 그렇지만 지금 난 더 이상 이 곳에 살지 않고, 타지에서 잠시 놀러 온 손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창 밖, 도시의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는다. 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미소를 멈춘다.

날 반기는 이 하나 없는 이 곳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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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 글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심에

무한한 감사드립니다.

야설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집필중인 소설인만큼 성적 묘사를 주로 삼아야 함이 분명하지만

필력도 짧고 유명한 경찰의 옛말처럼 "억하니 턱하고" 섹스했다가 되고싶지 않음에...

그래도 마치 사진의 한컷처럼 한장 한장 쌓이는 충분한 단서를 쌓아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 성장이 주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싶습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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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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