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홍역처럼
“너, 계획적인 거였지? 그렇지?”
“그래.”
“나쁜 기집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 거진 죽다 살았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니가 한 짓은 그럴 수 있는 거고?”
“내가 뭘!”
“친구의 남편과 불륜관계를 가지면서도 태연하게 그 친구에게 친구행세를 한 것!”
“뭐?”
“구체적인 증거까지 말해줄까? 정확히 팔일 전 오후 2시에 김포의 셰르빌 모텔에서 너와 우리 그이가 나왔지. 심지어 보름 전쯤에는 다른 곳도 아닌 내가 사는 집에서!”
“……”
놀이터에는 마침 아무도 없었다. 보기 드문 선경의 높은 소리도 거친 바람을 타고 제법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가을 소나기에 그리 멀리 가지 않았다. 우산도 쓰지 않은 선경과 멋스런 문양의 푸른 우산을 쓴 희영의 날카로운 대치도 한 순간 힘없이 떨어져 내린 희영의 우산처럼 맥없는 결말로 치달았다.
“알고… 있었어?”
“하려거든 들키지 말고 했었어야지. 그도 아니면 차라리 떳떳하게 말하고 하던가!”
멍해진 표정의 희영을 두고 선경은 등을 돌렸다.
“서, 선경아!”
선경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듯 걸음을 떼자 희영이 날카롭게 외쳤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그게 나 혼자 그런 건 아니잖아! 니가 니 남편 간수 못한 잘못도 있다고!”
선경이 걸음을 멈추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쳤다.
“네 남편도 그렇게 생각할까?”
“뭐야? 지금 위협하는 거야?”
“하긴 서로 즐기시는 분들에게 그깟 것이 무슨 위협이 되겠어? 하지만……”
선경이 희영을 향해 돌아섰다.
“네 부모님께서는 생각이 좀 다르시겠지.”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네, 부모님!”
“어이가 없어…… 니가 뭔데 우리 부모님께 말을 해?”
“말? 그딴 걸 왜 말을 해?”
“그럼, 뭐야?”
선경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무언가 조작을 했고 잠시 뒤 희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 해봐.”
“이게 무슨 짓거리…… 이, 이건!”
흑인과 백인 사이에 온 몸을 뒤트는 희영의 모습과 목불인견의 온갖 신음소리들.
“그날 내 브로치가 유난히 크고 빛나지 않았어?”
“뭐야? 그럼 그게……”
“맞아, 네 짐작이. 네가 날 갖고 논 것처럼, 나도 똑같이 해주고 싶었거든. 그리고 네가 어떤 아인지 네 부모님께서도 곧 아시게 될 거야. 그럼 아마 네가 기대하는 네 아버지 회사지분이나 상속 따위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겠지. 어쩌면 아주 끝일지도 모르고. 안 그래도 배다른 네 오빠가 널 아주 껄끄럽게 여긴다며?”
창백하게 굳어진 희영을 뒤로 하고 몸을 돌린 선경이 아파트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선경아, 제발……”
선경은 돌아서지 않았다.
“내가,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힘없이 흘러나온 희영의 마지막 말을 선경은 듣지 못했다.
아파트 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경비초소에서 낯익은 얼굴의 경비아저씨가 비를 흠뻑 맞은 선경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말을 걸려 했지만 선경은 바람처럼 그대로 지나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히기 전, 어디서 본 듯한 우산 하나가 비와 함께 몰려온 바람에 힘없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기억나지 않지만 지독히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았다. 온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다. 손가락 마디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그대로 다시 깊은 잠에 빠지고 싶었다. 다시 무서운 꿈을 꾼다고 해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꿈으로의 도피가 더 편안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깨어난 의식은 너무나 목이 마르다고 졸라대고 있었다.
“아, 목말라……”
그 때 누군가 서둘러 잔에 물을 따라 선경의 등을 부축해 앉혀주고는 잔을 손에 쥐어줬다. 선경은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무심결에 잔을 받아 물을 들이켰다. 시원한 물이 혀와 목을 식히며 갈증을 끌어내려줬다. 절로 살 것 같다는 말이 튀어 나올 뻔 했다. 그 말 대신 다시 한 잔을 들이키고 나서야 선경은 조금의 여유를 갖고 다시 몸을 뉘였다. 조금 전의 손이 선경이 다시 누울 수 있게 부축해줬다.
잠시 눈도 뜨지 못한 채로 선경은 가만히 있었다. 물이 속으로 들어가서인지 조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허기가 밀려왔다. 눈을 떠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힘겹게 눈을 떴다.
하얀 천정이 보였다. 한 켠에 걸린 링거 병이 보여서야 선경은 여기가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정신이 좀 들어요?”
따뜻한 그 목소리에 선경은 자신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어떻게 된 거에요?”
“기억 안 나세요? 댁에서 나오시다가 근처 나들가게 앞에서 쓰러지셨다고 하던데……”
그랬던가? 그래, 그랬다. 희영과 헤어지고 나서 선경은 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짐을 챙겼다. 짐은 많지 않았다. 여행용 카트 가방에 옷가지 몇 개와 개인적인 물품 몇 개를 넣은 것이 다였다. 그 다음 집을 나와 카트 가방을 끌고 우산도 없이 비를 흠뻑 맞으며 홍여사 마트 앞을 지나려던 것이 기억났다. 거기까지였다. 아마도 거기에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그랬군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가게 아주머니께서 보셨던 모양입니다. 119 부르고 해서 여기로 왔지요.”
“그럼 지훈씨는 어떻게요?”
이제야 또렷이 보이는 지훈의 얼굴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구급차 안에서 저를 찾았다고 하시더군요.”
“제가요?”
“네.”
“어떻게 연락처를 했나요? 핸드폰에 저장도 안하고 그냥 머리로 외우고 있는데……”
“그분께 전화번호를 불러주셨다고……”
“제가요?”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선경의 얼굴이 급격히 붉어졌다. 내밀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지훈의 얼굴의 바라볼 수 없었다. 더구나 홍여사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 것인지……
“몸살이 오신 것 같아요. 열이 많이 올랐었습니다. 지금은 내렸지만 일단 푹 쉬세요. 그리고……”
그가 무언가 망설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주머니께서 가방을 열어보신 모양인데 선경씨가 집을 나온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것이 사실… 인가요?”
“……”
말없는 선경을 보며 그도 더 이상 물어오지 않았다.
“이런 모습 보여서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별말씀요……”
“그런데 아주머니는요?”
“가게 때문에 가셨습니다. 저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셨으니 곧 오실 겁니다. 참 가족 분들께 연락을 해야 할 텐데요?”
그 말에 선경이 고개를 돌렸다. 눈에서 눈물이 솟았다.
“연락할 곳… 없어요.”
“네…… 그럼 남편분께라도?”
“절대로요.”
“알겠습니다. 그럼 쉬고 계십시오.”
지훈이 휠체어를 돌려 병실을 나가려 했다.
“이유… 안 물어보세요?”
그가 휠체어를 멈추고 돌아봤다.
“지난 번 해주신 말씀도 있고, 또 아주머니께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랬군요.”
물어보지 않았어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자신이 지훈씨를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홍여사는 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그래도 막상 그가 자신의 모든 문제를 알아버린 것이 마치 치부를 들킨 듯 부끄럽기만 했다. 그런 선경의 마음을 아는 듯 그가 말했다.
“부끄럽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선경씨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은 걸요.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제가 당분간 머무실 곳을 알아보겠습니다.”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막상 집을 나왔을 때 정작 갈 곳이 없다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무척이나 당혹케 했었다. 그런 선경의 입장을 마치 꿰뚫듯이 머물 곳을 알아봐주겠다는 지훈의 말이 얼마나 마음 든든했는지 모른다. 물론 그것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시간 정도 일을 좀 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그 때쯤이면 링거도 거의 끝나실 것 같군요. 그럼.”
지훈이 나가고 선경은 멀뚱이 천정을 바라다 봤다. 앞으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미 어긋난 자신의 결혼생활을 어떻게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문제는 현석이 자신을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란 거였다. 아마도 그는 어떻게든 선경을 붙잡아두려 할 것이고, 또 어떻게든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선경을 이용하려 들 것이 뻔했다.
결혼 초부터 그는 선경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겼었다. 결혼 전, 2억이 넘는 아버지의 사업부채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했을 때, 고맙다고 여기기 전에 선경은 그의 인간됨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선경이 다니던 회사와 연관 있던 회사의 영업사업이었던 그는 처음엔 감히 선경에게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선경은 제법 괜찮은 여러 사람의 구애를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부터 선경에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경네 가세가 급격히 기운 것을 눈치 챈 다음부터였다. 결국 아버지의 사업은 부도가 났고 모든 재산이 압류되어 그야 말로 맨 몸으로 집밖에 쫓겨날 처지가 되자, 그것이 그에겐 호재였고 선경에겐 현석에게 삶을 저당 잡히는 굴레의 시작이었다.
(그 때 아무리 어려웠어도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었어.)
선경은 늘 후회하곤 했다. 생활하면 할수록 그는 결코 좋은 인격의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의 애완동물처럼 사육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선경은 최선을 다했다. 적어도 그러한 자신의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결과는 선경이 잘못 생각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새댁, 깨어났네?”
“아, 아주머니!”
홍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병실로 들어섰다.
“이제 좀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네. 아까는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얼굴은 창백해가지고 갑자기 나무토막처럼 가게 앞에서 쓰러져서 난 정말 큰 일 치르는 줄 알았다니까!”
“죄송해요, 놀라시게 해서.”
“아냐, 아냐. 별일 없으면 된 거지. 근데 그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홍여사가 주위를 살펴봤다.
“지훈씨는 일이 있어서 갔어요.”
“그래? 그 청년이 아주 신경을 많이 써주더라고.”
“네……”
“어떻게… 아는 사이야?”
“아, 그게… 그냥 어쩌다 보니……”
“음~ 뭐 사람 인연이란 게 알다가도 모를 일이긴 하지. 근데 참 괜찮더라. 다리가 불편한 거 빼고는 말야. 말하는 거며 행동하는 거며 특히 그 눈빛이 아주 좋아. 내가 인생 다 살진 않았지만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괜찮은 사람이란 거 정도는 알 나이가 됐지. 호호……”
“……”
“그런데 내가 전에 말한 거… 맞지? 자기 친구하고 바깥 양반하고 그렇고 그런 거지?”
“네……”
“거봐! 아무래도 눈치가 이상하더라고. 에구, 그나 저나 어쩌나! 착한 새댁이 마음에 상처가 컸을 텐데. 이럴 때 애라도 있으면 그래도 애한테라도 마음 붙이고 산다지만, 쩝!”
선경의 얼굴에 허탈한 웃음이 감돌았다. 그런 선경을 홍여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왜… 그래?”
“저희 애 못 낳아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이… 무정자증이에요.”
“뭐어? 그랬단 말야? 그래서 여태 애가 없었던 거야?”
홍여사가 너무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선경의 황당함에 비할 수는 없었다.
(당신은 처음부터 나를 속였어요. 그래서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거에요.)
선경이 비를 맞고 집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 생각은 얼마만이라도 떨어져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별거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 며칠간의 생각할 시간 정도였다. 그렇게 옷가지를 챙기고 자신의 물건을 챙기다 석현의 서재에 들어간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다 선경은 컴퓨터를 켜고 그간 지훈과 주고 받은 메일을 읽어봤다. 지금의 선경에게 주는 유일한 기쁨은 지훈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다.
한숨이 책상위로 흩어져갔다. 그렇게 흩어진 한숨을 내려다 보다 오른쪽 책상 서랍 맨 아래칸에 무언가 밖으로 삐쳐 나온 것이 보였다. 누런 봉투의 끝자락. 여자의 직감이 무섭게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서랍을 열어봤다. 잠겨있었다. 봉투의 끝을 손톱으로 잡고 살짝 당기자 봉투가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끌려 나온 봉투가 한쪽 면을 다 드러냈을 때, 열린 봉투 사이로 종이가 보였다. 선경이 그 종이를 조금 들춰봤다. 그러던 선경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갔다. 선경이 종이를 당겨 완전히 꺼내서 책상 위에 놓고 천천히, 그리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검사지는 두 개였다. 하나는 몇 달 전 것, 하나는 대력 오 년 전 것. 둘 다 똑 같은 무정자증 진단결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검사지를 잡은 선경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결혼 전에 건강진단이 필수라고 하더니……”
“그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선경의 설명을 들은 홍여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서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에구, 새댁이 정신 놓을 만 하네… 얼마나 놀라고 배신감이 들었으면…… 쯧쯧쯧……”
“그런데 아주머니!”
“응?”
“저 여기 있는 온 거 그이가 몰랐으면 좋겠어요. 공연히 지훈씨까지 입장 난처하게 되면 곤란하니까요.”
“알았어. 나도 제법 눈치 있는 사람이야.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그나 저나 지훈이란 청년…….”
“네?”
“보니까 새댁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그럴 리가요……”
“아냐, 내가 사람 볼 줄 안다니까!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그 청년 휠체어 타던데 어디가… 불편한 거야?”
“교통 사고가 났었대요. 그래서 하반신 마비가 됐다고 하더군요.”
“아, 그랬구나…… 그럼 말야… 혹시 그건 어떻대?”
“뭐…가요?”
“아, 왜 있잖아, 남자로서 기능 말야……”
“아주머니도 참……”
“그건 이상 없지?”
“그,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가, 호호호…… 하긴… 그거야 겉으로 봐서 알 수가 없지. 쿠쿠쿠…… 아이 참 내가 주책 맞지? 호호호……”
얼굴이 붉어진 선경은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시나 봐요.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던데요.”
“어, 지훈씨!”
“청년 왔구먼. 내 웃음소리가 좀 컸지?”
“네, 밖에서도 잘 들리던데요.”
“그래? 호호호…… 내가 좀 화통해. 크크…….”
“저도 좀 듣고 싶은데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긴지.”
“그럼 들려줄까?”
“아주머니!”
급하게 정색하는 선경을 보더니 홍여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나, 난 그만 갈 시간인 듯싶으니. 그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주도록 합시다. 호호호……”
그렇게 말하며 홍여사는 자리를 떴다. 곧 지훈이 다가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에요?”
“여자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니 더 궁금해집니다.”
“지훈씨도 참……”
“하하… 아, 선경씨가 있을 곳을 마련해 놨어요.”
“제가 있을 곳을요?”
“네. 오피스텔인데 당분간 지내시기는 크게 불편하지 않으실 거에요.”
“그렇게 안 하셔도 되는데……”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비워둔 곳이 있어서 청소하고 몇 가지 필요한 것들만 구비를 해놨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다녀오셨어요?”
“네. 사람을 시키긴 했지만 아무래도 제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까지…… 너무 죄송해요”
지훈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선경씨는 나에게……”
그의 뒷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네?”
무슨 말인지 몰라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혔다.
“저기,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아뇨, 그냥… 아, 링거 다 됐네요. 제가 가서 간호사분 모셔오죠.”
그렇게 문을 나서는 그를 보며 선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너, 계획적인 거였지? 그렇지?”
“그래.”
“나쁜 기집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 거진 죽다 살았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니가 한 짓은 그럴 수 있는 거고?”
“내가 뭘!”
“친구의 남편과 불륜관계를 가지면서도 태연하게 그 친구에게 친구행세를 한 것!”
“뭐?”
“구체적인 증거까지 말해줄까? 정확히 팔일 전 오후 2시에 김포의 셰르빌 모텔에서 너와 우리 그이가 나왔지. 심지어 보름 전쯤에는 다른 곳도 아닌 내가 사는 집에서!”
“……”
놀이터에는 마침 아무도 없었다. 보기 드문 선경의 높은 소리도 거친 바람을 타고 제법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가을 소나기에 그리 멀리 가지 않았다. 우산도 쓰지 않은 선경과 멋스런 문양의 푸른 우산을 쓴 희영의 날카로운 대치도 한 순간 힘없이 떨어져 내린 희영의 우산처럼 맥없는 결말로 치달았다.
“알고… 있었어?”
“하려거든 들키지 말고 했었어야지. 그도 아니면 차라리 떳떳하게 말하고 하던가!”
멍해진 표정의 희영을 두고 선경은 등을 돌렸다.
“서, 선경아!”
선경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듯 걸음을 떼자 희영이 날카롭게 외쳤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그게 나 혼자 그런 건 아니잖아! 니가 니 남편 간수 못한 잘못도 있다고!”
선경이 걸음을 멈추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쳤다.
“네 남편도 그렇게 생각할까?”
“뭐야? 지금 위협하는 거야?”
“하긴 서로 즐기시는 분들에게 그깟 것이 무슨 위협이 되겠어? 하지만……”
선경이 희영을 향해 돌아섰다.
“네 부모님께서는 생각이 좀 다르시겠지.”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네, 부모님!”
“어이가 없어…… 니가 뭔데 우리 부모님께 말을 해?”
“말? 그딴 걸 왜 말을 해?”
“그럼, 뭐야?”
선경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무언가 조작을 했고 잠시 뒤 희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 해봐.”
“이게 무슨 짓거리…… 이, 이건!”
흑인과 백인 사이에 온 몸을 뒤트는 희영의 모습과 목불인견의 온갖 신음소리들.
“그날 내 브로치가 유난히 크고 빛나지 않았어?”
“뭐야? 그럼 그게……”
“맞아, 네 짐작이. 네가 날 갖고 논 것처럼, 나도 똑같이 해주고 싶었거든. 그리고 네가 어떤 아인지 네 부모님께서도 곧 아시게 될 거야. 그럼 아마 네가 기대하는 네 아버지 회사지분이나 상속 따위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겠지. 어쩌면 아주 끝일지도 모르고. 안 그래도 배다른 네 오빠가 널 아주 껄끄럽게 여긴다며?”
창백하게 굳어진 희영을 뒤로 하고 몸을 돌린 선경이 아파트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선경아, 제발……”
선경은 돌아서지 않았다.
“내가,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힘없이 흘러나온 희영의 마지막 말을 선경은 듣지 못했다.
아파트 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경비초소에서 낯익은 얼굴의 경비아저씨가 비를 흠뻑 맞은 선경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말을 걸려 했지만 선경은 바람처럼 그대로 지나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히기 전, 어디서 본 듯한 우산 하나가 비와 함께 몰려온 바람에 힘없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기억나지 않지만 지독히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았다. 온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다. 손가락 마디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그대로 다시 깊은 잠에 빠지고 싶었다. 다시 무서운 꿈을 꾼다고 해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꿈으로의 도피가 더 편안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깨어난 의식은 너무나 목이 마르다고 졸라대고 있었다.
“아, 목말라……”
그 때 누군가 서둘러 잔에 물을 따라 선경의 등을 부축해 앉혀주고는 잔을 손에 쥐어줬다. 선경은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무심결에 잔을 받아 물을 들이켰다. 시원한 물이 혀와 목을 식히며 갈증을 끌어내려줬다. 절로 살 것 같다는 말이 튀어 나올 뻔 했다. 그 말 대신 다시 한 잔을 들이키고 나서야 선경은 조금의 여유를 갖고 다시 몸을 뉘였다. 조금 전의 손이 선경이 다시 누울 수 있게 부축해줬다.
잠시 눈도 뜨지 못한 채로 선경은 가만히 있었다. 물이 속으로 들어가서인지 조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허기가 밀려왔다. 눈을 떠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힘겹게 눈을 떴다.
하얀 천정이 보였다. 한 켠에 걸린 링거 병이 보여서야 선경은 여기가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정신이 좀 들어요?”
따뜻한 그 목소리에 선경은 자신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어떻게 된 거에요?”
“기억 안 나세요? 댁에서 나오시다가 근처 나들가게 앞에서 쓰러지셨다고 하던데……”
그랬던가? 그래, 그랬다. 희영과 헤어지고 나서 선경은 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짐을 챙겼다. 짐은 많지 않았다. 여행용 카트 가방에 옷가지 몇 개와 개인적인 물품 몇 개를 넣은 것이 다였다. 그 다음 집을 나와 카트 가방을 끌고 우산도 없이 비를 흠뻑 맞으며 홍여사 마트 앞을 지나려던 것이 기억났다. 거기까지였다. 아마도 거기에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그랬군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가게 아주머니께서 보셨던 모양입니다. 119 부르고 해서 여기로 왔지요.”
“그럼 지훈씨는 어떻게요?”
이제야 또렷이 보이는 지훈의 얼굴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구급차 안에서 저를 찾았다고 하시더군요.”
“제가요?”
“네.”
“어떻게 연락처를 했나요? 핸드폰에 저장도 안하고 그냥 머리로 외우고 있는데……”
“그분께 전화번호를 불러주셨다고……”
“제가요?”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선경의 얼굴이 급격히 붉어졌다. 내밀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지훈의 얼굴의 바라볼 수 없었다. 더구나 홍여사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 것인지……
“몸살이 오신 것 같아요. 열이 많이 올랐었습니다. 지금은 내렸지만 일단 푹 쉬세요. 그리고……”
그가 무언가 망설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주머니께서 가방을 열어보신 모양인데 선경씨가 집을 나온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것이 사실… 인가요?”
“……”
말없는 선경을 보며 그도 더 이상 물어오지 않았다.
“이런 모습 보여서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별말씀요……”
“그런데 아주머니는요?”
“가게 때문에 가셨습니다. 저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셨으니 곧 오실 겁니다. 참 가족 분들께 연락을 해야 할 텐데요?”
그 말에 선경이 고개를 돌렸다. 눈에서 눈물이 솟았다.
“연락할 곳… 없어요.”
“네…… 그럼 남편분께라도?”
“절대로요.”
“알겠습니다. 그럼 쉬고 계십시오.”
지훈이 휠체어를 돌려 병실을 나가려 했다.
“이유… 안 물어보세요?”
그가 휠체어를 멈추고 돌아봤다.
“지난 번 해주신 말씀도 있고, 또 아주머니께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랬군요.”
물어보지 않았어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자신이 지훈씨를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홍여사는 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그래도 막상 그가 자신의 모든 문제를 알아버린 것이 마치 치부를 들킨 듯 부끄럽기만 했다. 그런 선경의 마음을 아는 듯 그가 말했다.
“부끄럽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선경씨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은 걸요.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제가 당분간 머무실 곳을 알아보겠습니다.”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막상 집을 나왔을 때 정작 갈 곳이 없다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무척이나 당혹케 했었다. 그런 선경의 입장을 마치 꿰뚫듯이 머물 곳을 알아봐주겠다는 지훈의 말이 얼마나 마음 든든했는지 모른다. 물론 그것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시간 정도 일을 좀 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그 때쯤이면 링거도 거의 끝나실 것 같군요. 그럼.”
지훈이 나가고 선경은 멀뚱이 천정을 바라다 봤다. 앞으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미 어긋난 자신의 결혼생활을 어떻게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문제는 현석이 자신을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란 거였다. 아마도 그는 어떻게든 선경을 붙잡아두려 할 것이고, 또 어떻게든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선경을 이용하려 들 것이 뻔했다.
결혼 초부터 그는 선경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겼었다. 결혼 전, 2억이 넘는 아버지의 사업부채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했을 때, 고맙다고 여기기 전에 선경은 그의 인간됨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선경이 다니던 회사와 연관 있던 회사의 영업사업이었던 그는 처음엔 감히 선경에게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선경은 제법 괜찮은 여러 사람의 구애를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부터 선경에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경네 가세가 급격히 기운 것을 눈치 챈 다음부터였다. 결국 아버지의 사업은 부도가 났고 모든 재산이 압류되어 그야 말로 맨 몸으로 집밖에 쫓겨날 처지가 되자, 그것이 그에겐 호재였고 선경에겐 현석에게 삶을 저당 잡히는 굴레의 시작이었다.
(그 때 아무리 어려웠어도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었어.)
선경은 늘 후회하곤 했다. 생활하면 할수록 그는 결코 좋은 인격의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의 애완동물처럼 사육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선경은 최선을 다했다. 적어도 그러한 자신의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결과는 선경이 잘못 생각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새댁, 깨어났네?”
“아, 아주머니!”
홍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병실로 들어섰다.
“이제 좀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네. 아까는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얼굴은 창백해가지고 갑자기 나무토막처럼 가게 앞에서 쓰러져서 난 정말 큰 일 치르는 줄 알았다니까!”
“죄송해요, 놀라시게 해서.”
“아냐, 아냐. 별일 없으면 된 거지. 근데 그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홍여사가 주위를 살펴봤다.
“지훈씨는 일이 있어서 갔어요.”
“그래? 그 청년이 아주 신경을 많이 써주더라고.”
“네……”
“어떻게… 아는 사이야?”
“아, 그게… 그냥 어쩌다 보니……”
“음~ 뭐 사람 인연이란 게 알다가도 모를 일이긴 하지. 근데 참 괜찮더라. 다리가 불편한 거 빼고는 말야. 말하는 거며 행동하는 거며 특히 그 눈빛이 아주 좋아. 내가 인생 다 살진 않았지만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괜찮은 사람이란 거 정도는 알 나이가 됐지. 호호……”
“……”
“그런데 내가 전에 말한 거… 맞지? 자기 친구하고 바깥 양반하고 그렇고 그런 거지?”
“네……”
“거봐! 아무래도 눈치가 이상하더라고. 에구, 그나 저나 어쩌나! 착한 새댁이 마음에 상처가 컸을 텐데. 이럴 때 애라도 있으면 그래도 애한테라도 마음 붙이고 산다지만, 쩝!”
선경의 얼굴에 허탈한 웃음이 감돌았다. 그런 선경을 홍여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왜… 그래?”
“저희 애 못 낳아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이… 무정자증이에요.”
“뭐어? 그랬단 말야? 그래서 여태 애가 없었던 거야?”
홍여사가 너무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선경의 황당함에 비할 수는 없었다.
(당신은 처음부터 나를 속였어요. 그래서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거에요.)
선경이 비를 맞고 집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 생각은 얼마만이라도 떨어져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별거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 며칠간의 생각할 시간 정도였다. 그렇게 옷가지를 챙기고 자신의 물건을 챙기다 석현의 서재에 들어간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다 선경은 컴퓨터를 켜고 그간 지훈과 주고 받은 메일을 읽어봤다. 지금의 선경에게 주는 유일한 기쁨은 지훈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다.
한숨이 책상위로 흩어져갔다. 그렇게 흩어진 한숨을 내려다 보다 오른쪽 책상 서랍 맨 아래칸에 무언가 밖으로 삐쳐 나온 것이 보였다. 누런 봉투의 끝자락. 여자의 직감이 무섭게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서랍을 열어봤다. 잠겨있었다. 봉투의 끝을 손톱으로 잡고 살짝 당기자 봉투가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끌려 나온 봉투가 한쪽 면을 다 드러냈을 때, 열린 봉투 사이로 종이가 보였다. 선경이 그 종이를 조금 들춰봤다. 그러던 선경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갔다. 선경이 종이를 당겨 완전히 꺼내서 책상 위에 놓고 천천히, 그리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검사지는 두 개였다. 하나는 몇 달 전 것, 하나는 대력 오 년 전 것. 둘 다 똑 같은 무정자증 진단결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검사지를 잡은 선경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결혼 전에 건강진단이 필수라고 하더니……”
“그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선경의 설명을 들은 홍여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서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에구, 새댁이 정신 놓을 만 하네… 얼마나 놀라고 배신감이 들었으면…… 쯧쯧쯧……”
“그런데 아주머니!”
“응?”
“저 여기 있는 온 거 그이가 몰랐으면 좋겠어요. 공연히 지훈씨까지 입장 난처하게 되면 곤란하니까요.”
“알았어. 나도 제법 눈치 있는 사람이야.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그나 저나 지훈이란 청년…….”
“네?”
“보니까 새댁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그럴 리가요……”
“아냐, 내가 사람 볼 줄 안다니까!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그 청년 휠체어 타던데 어디가… 불편한 거야?”
“교통 사고가 났었대요. 그래서 하반신 마비가 됐다고 하더군요.”
“아, 그랬구나…… 그럼 말야… 혹시 그건 어떻대?”
“뭐…가요?”
“아, 왜 있잖아, 남자로서 기능 말야……”
“아주머니도 참……”
“그건 이상 없지?”
“그,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가, 호호호…… 하긴… 그거야 겉으로 봐서 알 수가 없지. 쿠쿠쿠…… 아이 참 내가 주책 맞지? 호호호……”
얼굴이 붉어진 선경은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시나 봐요.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던데요.”
“어, 지훈씨!”
“청년 왔구먼. 내 웃음소리가 좀 컸지?”
“네, 밖에서도 잘 들리던데요.”
“그래? 호호호…… 내가 좀 화통해. 크크…….”
“저도 좀 듣고 싶은데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긴지.”
“그럼 들려줄까?”
“아주머니!”
급하게 정색하는 선경을 보더니 홍여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나, 난 그만 갈 시간인 듯싶으니. 그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주도록 합시다. 호호호……”
그렇게 말하며 홍여사는 자리를 떴다. 곧 지훈이 다가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에요?”
“여자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니 더 궁금해집니다.”
“지훈씨도 참……”
“하하… 아, 선경씨가 있을 곳을 마련해 놨어요.”
“제가 있을 곳을요?”
“네. 오피스텔인데 당분간 지내시기는 크게 불편하지 않으실 거에요.”
“그렇게 안 하셔도 되는데……”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비워둔 곳이 있어서 청소하고 몇 가지 필요한 것들만 구비를 해놨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다녀오셨어요?”
“네. 사람을 시키긴 했지만 아무래도 제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까지…… 너무 죄송해요”
지훈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선경씨는 나에게……”
그의 뒷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네?”
무슨 말인지 몰라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혔다.
“저기,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아뇨, 그냥… 아, 링거 다 됐네요. 제가 가서 간호사분 모셔오죠.”
그렇게 문을 나서는 그를 보며 선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