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가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빠져 나갈 다른 구멍을 찾기 위해 움직일까? 주사위는 던져 졌고 아직도 팽그르르 돌면서 천장을 향할 숫자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변명할 게 뭐가 있겠어요. 흐엉...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모질지 못해서... 그 애가 처음 제 방으로 들어왔을 때... 흑흑... 그 때부터 모든 게...”
오정희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난 그녀가 할 이야기들을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처음 관계가 시작된 게 언제였죠?”
“그... 그 애가... 그 애가... 고등학교... 흑흑... 다닐 때였어요.”
“오정희씨. 그 친구가 가정을 이루기 전부터 만났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행동이 정당한 건 아닙니다. 이유성이 당신의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하면서 지금까지 만난 게 아니라면 십 년이 넘게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졌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요. 아무리 당신이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인다고 하더라도 아들의 친구인데...
그 친구가 우연한 기회에 당신 방으로 들어가서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십분 감안해서 당신의 입장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을 못했다고 쳐도... 지금까지 계속 만나온 건 당신의 의지 아닌가요?“
“흐흐흑... 흑흑... 흐흑...”
“그럼 설마 약점을 잡혀서 지금까지 그랬다는 거예요?”
“아... 아니에요... 흐흑... 전... 나쁜 년이에요. 제가 죽어야... 흐흑...”
오정희가 내게 보여주는 모습은 오피스텔에서 김유미를 협박했을 때 보았던 장면과 흡사했는데 두 사람 모두 이유성에 대한 말을 아끼면서 자신이 죽을 년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던 것이다. 내가 이 시점에서 오정희의 몸을 요구한다거나 그녀가 가진 돈을 뜯어내는 흥정은 쉽겠지만 되도록 자연스럽게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끌고 나와야 하는 게 숙제였다.
난 잠시 오정희가 눈물을 멈추고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기다린 후에 작은 희망을 그녀에게 던졌다.
“내가 이 사실을 눈감아 주길 원하나요?”
눈물이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정희가 날 응시했고 그녀는 그렇게만 해주면 뭐든지 하겠다고 눈빛으로 말하는 듯 했다.
난 무언가 고민을 하는 것처럼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우기 시작했고 그녀에게 말했다.
“커피 한 잔 더 줄래요? 아까 그 거요.”
오정희가 1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타서 올라왔고 난 커피를 받아 마시며 다시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오정희의 반대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 생각하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난 시간을 끌며 속으로는 그녀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내 카드를 보여주면 대부분의 협상은 불리해지고 부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오정희는 입막음의 대가로 뭘 제시할까?
십 여분의 시간 동안 난 그녀를 잠깐 쳐다보다 갸우뚱거리며 다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하는 걸 되풀이 했지만 눈물이 마른 뒤에도 오정희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처분에 맡기겠다는 것처럼 보여 난 다시 슬쩍 미끼를 던져야 했다.
“그냥 넘어간다면 그 대가로 뭘 줄 수 있죠?”
손에 깍지를 끼고 턱을 괸 채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려 말을 건네자 오정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답을 이야기 했다.
“뭐든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게요. 말씀만... 하시면...”
“뭐든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걸 보고 난 이 협상이 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뭔가가 부족하다. 뭐지?
이년이... 이실직고 하지 못할까? 오리발을 내미는 죄인이라면 사실대로 고하라고 곤장을 치는 게 자연스러운데 오정희는 모든 걸 시인하고 처벌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다.
그녀의 몸이나 돈을 요구하면서 그 때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듣는 게 가능할까? 무엇으로든 대가를 치루고 오정희의 마음이 변한다면 지금처럼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때 갑자기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권리... 그 걸로 가자.
“아까 당신의 아들에게 사실을 말한다면 죽어버리겠다고 하셨는데... 그 마음 아직도 변함없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조금 진정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들이나 며느리가 그 사실을 알면... 죽어요. 전...”
“죽는다... 음... 그럼 내가 간접적인 살인자가 될 수도 있겠군요. 반대로 그 사실을 내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간다면... 오정희씨는 내가 무엇을 원하든지 들어주겠다는 거네요.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맞나요?”
그녀가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치며 잠시 시간을 보내다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넘어가기엔... 뭐가 좀 석연치 않아요. 전 제 의뢰인이면서 예전 연인의 아픔 때문에 분노에 찬 상태로 당신을 만났는데... 당신을 걱정해서 물러나는 건 좀... 그래요.
물론 그 동안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정희씨를 자주 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관계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죽든, 아니면 부끄러워 아들 내외를 다시 못 보는 사이가 되든... 제가 알 바 아니라는 겁니다.”
무언가 희망을 가지고 날 바라보던 오정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어떤 명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늦었지만 오정희씨와 내가 어떤 관계가 되면... 남은 아니니... 그런데 다른 관계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내가 무엇을 원하든지 오정희씨가 들어줘야 하는 관계가 된다면... 어떨까...
제안을 하나 할게요. 저와 계약을 하나 맺죠. 당신이 계약을 깨지 않는다면 전 비밀을 지킬 겁니다. 그건 믿어도 좋아요.”
“어떤...?”
“일종의 노예계약이에요. 아니... 노예계약은 어감이 마음에 안 드는데... 제가 주인이 되고 당신은 종이 되는 계약... 주종계약이라는 말이 적당하겠네요.
만약 저와 주종계약을 맺는 다면 당신은 나의 종이니 내가 보호할 의무가 생기겠죠. 그와 동시에 오정희씨는 내게 복종할 의무가...
지금 이 순간을 넘어가기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는 건 안됩니다. 계약 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당신은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따라야 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모든 말이요? 그럼...”
“예.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따라야 해요. 그리고 단둘이 있을 때는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당장 입에 붙지는 않겠지만...”
“주인님... 이요?”
“예. 당신은 내게 거짓을 말해선 안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내 명령에 복종하지 못할 경우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아... 내가 무언가를 물었을 때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신은 당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모든 건 주인이 먼저입니다.”
만일 오정희가 주종계약을 받아들인 다면 다른 건 쉽게 풀릴 것이다. 일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엮는 건 성공했지만 그녀가 잠자코 내가 하자는 대로 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시간을 10분 드리죠. 10분 안에 결정하세요. 전 당신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만일...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죠?”
“당신이 죽는다고 해서 제안을 했을 뿐입니다. 추후에 벌어질 일은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죠.”
“다른 걸 요구하시면 안될까요? 돈이라면 제가 선생님이 원하시는 만큼 해 드릴게요.”
오정희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말을 할 정도면... 하지만 금전으로 협상을 진행시킬 거였으면 이렇게 어렵게 가지도 않았다.
“이 계통에서 의뢰인 외에 이중으로 돈을 받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하면 너무 많은 계산과 고민을 하고 살아야 하니까요. 전 그냥 돈은 처음에 계약한 금액... 추가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 경우 다시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원칙을 지킵니다.
돈으로 절 움직이려 하지 마세요. 아... 이 이야기가 빠졌군요. 오정희씨가 제 종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돈까지 제 것은 아닙니다. 돈은 예외로 할게요. 당신은 재산을 모으는 게 허락된 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의뢰된 일이 아니지 않나요?”
질질 끌려만 가던 그녀가 갑자기 버텨보려고 힘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제 의뢰인에게 맡은 일은 이유성의 여자관계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조사 결과는 적절한 시기에 공개 하는 것을 전제로 하죠. 의뢰인이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고 지금 현재 정신적으로 온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녀와의 관계도 있고 해서 제가 나선 겁니다. 의뢰인 대신 제가 공개를 하는 것이 의뢰된 일인지 아닌 지의 판단은 전적으로 제가 합니다.”
“당신은 결국 절 죽이려고 하는 거군요... 그렇지 않나요?”
“그럴까요? 제 나름대로는 당신이 이유성과 그런 사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다른 여자들에 비해 몇 배의 시간을 투자 했습니다. 당신의 겉으로 드러나는 품격은 싸구려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거죠.
도저히 당신과 이유성 사이에 연결 고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당신 아들 천용호씨의 모교 분당 00고등학교까지 찾아 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제가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 이 제안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나 보군요.“
“날 종으로 만들어 살리겠다... 그냥은 못 살려주겠다... 종이 된다고 하면 뭐가 더 있는 거죠?”
“이제 정신을 차리셨군요. 진작 그 질문을 하셨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전 이미 답을 알려드렸고 만약에 절 주인으로 섬기고 나서 당신이 걱정하는 무언가가 더 있다면 그 것까지 감당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간단할 것 같네요.”
오정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잔인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5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몇 분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갔다. 시선을 창문 밖으로 돌린 채 멍하니 있다가 간간히 한숨을 쉬던 오정희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 방법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 말은 제 종이 되시겠다는 겁니까?”
그녀는 차마 말로 하는 게 힘들었던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와 볼펜이 있나요?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계약서요? 그런 것 까지 써야 하나요?”
“별 다른 의미는 없을지 몰라도 쓰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계약기간도 정하고...”
“계약기간이요? 그건 또 뭐죠?”
“종신 계약을 할 수는 없죠. 일단 1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그럼 1년이 지난 후에 당신이 마음이 바뀌어서 모든 걸 폭로하면 어떻게 해요? 전 시한부 인생이 되는 건가요?”
“아니요. 주종계약의 연장 여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오정희씨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지 않으면 자동 갱신이 됩니다. 세상 일이 1년 후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종이와 펜을 가져다주세요.”
오정희가 1층으로 내려가 A4용지 몇 장과 볼펜을 가져왔다. 난 한 장을 꺼내 주종계약서라는 제목을 크게 쓴 후 그녀에게 몇 가지 사항을 물어보며 계약서를 써 내려갔다.
주종관계 계약서
갑과 을은 다음과 같이 주종관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다.
(갑) 성 명 : 조석훈
생년월일 : 73. 5. 3. 전화번호 : 010-2654-××××
(을) 성 명 : 오정희
생년월일 : 63. 7. 15. 전화번호 : 010-4487-××××
1. 주종계약기간 : 2012년 2월 20일부터 2013년 2월 19일까지
※ 계약기간 종료 시 을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다음 년도까지 자동 갱신됨
2. 상호 관계 내용
- 갑은 을에게 주인의 지위를, 을은 갑의 명령에 따르는 종이 된다.
- 갑과 을이 단 둘이 있는 경우 을은 갑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갑은 하대를 한다.
- 을에게 할 수 있는 갑의 명령은 예외사항을 제외한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 을은 갑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없다.
- 을이 갑의 명령에 따르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 사전에 허락을 구해야 하며
피치 못할 사정에 을의 주관적인 입장이나 기분은 해당되지 않는다.
3. 예외사항
- 갑은 을의 재산에 대해 소유, 이전, 양도 등 어떠한 권리도 을의 동의 없이 주장할 수 없다.
- 을이 갑의 부름에 바로 오지 않을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 갑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고 받은 휴가 기간
; 갑에게 미리 동의를 구한 가족이나 친척, 이웃, 친구들과 약속 시간
; 갑과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만난 남자와 함께 있는 경우
(이 조항은 미리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으며 사후 보고가 가능하다)
4. 연 봉 : 1,000,000원
5. 기 타
- 이 계약서에 정함이 없는 사항이 있을 경우 갑의 뜻대로 한다.
2012년 2월 20일
(갑) 조석훈 (서명)
(을) 오정희 (서명)
계약서를 작성 후 내가 먼저 서명을 하고 그녀에게 내밀자 오정희는 몇 번을 다시 읽어보더니 내게 물었다.
“백만 원은 뭐죠? 저한테 준다는 건가요?”
“예... 원래 이런 계약을 생각하고 당신을 만난 건 아니라 지금 현금이 백만 원 있는 건 아니지만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지갑에 있는 삼십만 원은 먼저 드리고 다음에 만날 때 나머지는 드릴게요.”
“무슨 의미가 있죠? 어차피 난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원래 종은 새경을 받아요. 난 당신과 주종계약을 했으니까 돈이나 물건으로 새경을 지불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한 것 뿐 입니다. 액수가 너무 적다면... 음... 다음 번 계약 때 그걸 논의해보죠.”
그녀와 나 사이에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오간 뒤에 오정희는 사인을 했다. 그리고 난 지갑 속에서 30만원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받아요. 계약금입니다.”
오정희가 돈을 받자 난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며 말했다.
“일어나봐. 키가 몇 이지?”
“160 조금 넘어요”
“그래? 조금 더 뒤로 가봐!”
오정희가 어리둥절하며 뒷걸음질 쳤다.
“됐어. 거기 서!”
오정희가 2층에서 제일 밝은 화장실 앞에 가서 서자 내가 말했다.
“벗어!”
“예?... 뭐...뭘요?”
“입고 있는 옷. 다 벗어!”
그녀를 바닥으로 시선을 내린 채 물었다.
“당신이 말하는 종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요? 결국...”
난 잠시 뜸을 들인 후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벗어!”
오정희는 약간 화가 난 듯 입술을 깨물다가 손을 뒤로 뻗어 원피스의 지퍼를 내리며 말했다.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당신이 결국 이런 걸 원할 거라고... 좋아요. 어차피 약점을 잡혔으니... 어디 마음대로 해봐요!”
원피스가 그녀의 다리 밑으로 떨어지자 하얀 브래지어와 팬티로만 가려진 여체가 눈 앞에 드러났다.
“앞으로 당신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돼. 날 부를 땐 주인님이라고 이야기 해.”
“....”
“따라해봐. 주인님!”
“...”
“주인님!”
내 눈빛이 심각해지자 오정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했다.
“주...인..님.”
“다시!”
“주인..님.”
“다시!”
“주인님.”
“더 크게.”
“주인님.”
오정희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커지자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다 벗어!”
오정희는 원망스러운 듯 날 한 번 쳐다보더니 천천히 속옷을 벗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었고 한 손으로는 은밀한 곳을 또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린 채 서서 부끄러운 듯 시선을 들지 못했다.
“손을 뒤로 돌리고 상체를 세워봐!”
오정희가 머뭇거리며 천천히 손을 뗀 채 꼿꼿이 서자 농익은 여체가 한 눈에 들어왔고 약간 처질 정도로 커다란 가슴과 빨간색 유두... 역 삼각형으로 은밀한 곳을 가리는 새까만 치모는 50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만들고 있었다.
“천천히 한 바퀴 돌아!”
훤히 드러난 부잣집 사모님의 커다란 엉덩이는 아직 사내를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이 탐스럽게 솟아 있었다. 이런 여인을 고등학교 때부터 품고 있었다니 이유성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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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연재 시작한게 2011년 인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초창기부터 읽고 계신 분에게는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명할 게 뭐가 있겠어요. 흐엉...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모질지 못해서... 그 애가 처음 제 방으로 들어왔을 때... 흑흑... 그 때부터 모든 게...”
오정희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난 그녀가 할 이야기들을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처음 관계가 시작된 게 언제였죠?”
“그... 그 애가... 그 애가... 고등학교... 흑흑... 다닐 때였어요.”
“오정희씨. 그 친구가 가정을 이루기 전부터 만났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행동이 정당한 건 아닙니다. 이유성이 당신의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하면서 지금까지 만난 게 아니라면 십 년이 넘게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졌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요. 아무리 당신이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인다고 하더라도 아들의 친구인데...
그 친구가 우연한 기회에 당신 방으로 들어가서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십분 감안해서 당신의 입장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을 못했다고 쳐도... 지금까지 계속 만나온 건 당신의 의지 아닌가요?“
“흐흐흑... 흑흑... 흐흑...”
“그럼 설마 약점을 잡혀서 지금까지 그랬다는 거예요?”
“아... 아니에요... 흐흑... 전... 나쁜 년이에요. 제가 죽어야... 흐흑...”
오정희가 내게 보여주는 모습은 오피스텔에서 김유미를 협박했을 때 보았던 장면과 흡사했는데 두 사람 모두 이유성에 대한 말을 아끼면서 자신이 죽을 년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던 것이다. 내가 이 시점에서 오정희의 몸을 요구한다거나 그녀가 가진 돈을 뜯어내는 흥정은 쉽겠지만 되도록 자연스럽게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끌고 나와야 하는 게 숙제였다.
난 잠시 오정희가 눈물을 멈추고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기다린 후에 작은 희망을 그녀에게 던졌다.
“내가 이 사실을 눈감아 주길 원하나요?”
눈물이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정희가 날 응시했고 그녀는 그렇게만 해주면 뭐든지 하겠다고 눈빛으로 말하는 듯 했다.
난 무언가 고민을 하는 것처럼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우기 시작했고 그녀에게 말했다.
“커피 한 잔 더 줄래요? 아까 그 거요.”
오정희가 1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타서 올라왔고 난 커피를 받아 마시며 다시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오정희의 반대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 생각하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난 시간을 끌며 속으로는 그녀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내 카드를 보여주면 대부분의 협상은 불리해지고 부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오정희는 입막음의 대가로 뭘 제시할까?
십 여분의 시간 동안 난 그녀를 잠깐 쳐다보다 갸우뚱거리며 다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하는 걸 되풀이 했지만 눈물이 마른 뒤에도 오정희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처분에 맡기겠다는 것처럼 보여 난 다시 슬쩍 미끼를 던져야 했다.
“그냥 넘어간다면 그 대가로 뭘 줄 수 있죠?”
손에 깍지를 끼고 턱을 괸 채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려 말을 건네자 오정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답을 이야기 했다.
“뭐든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게요. 말씀만... 하시면...”
“뭐든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걸 보고 난 이 협상이 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뭔가가 부족하다. 뭐지?
이년이... 이실직고 하지 못할까? 오리발을 내미는 죄인이라면 사실대로 고하라고 곤장을 치는 게 자연스러운데 오정희는 모든 걸 시인하고 처벌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다.
그녀의 몸이나 돈을 요구하면서 그 때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듣는 게 가능할까? 무엇으로든 대가를 치루고 오정희의 마음이 변한다면 지금처럼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때 갑자기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권리... 그 걸로 가자.
“아까 당신의 아들에게 사실을 말한다면 죽어버리겠다고 하셨는데... 그 마음 아직도 변함없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조금 진정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들이나 며느리가 그 사실을 알면... 죽어요. 전...”
“죽는다... 음... 그럼 내가 간접적인 살인자가 될 수도 있겠군요. 반대로 그 사실을 내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간다면... 오정희씨는 내가 무엇을 원하든지 들어주겠다는 거네요.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맞나요?”
그녀가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치며 잠시 시간을 보내다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넘어가기엔... 뭐가 좀 석연치 않아요. 전 제 의뢰인이면서 예전 연인의 아픔 때문에 분노에 찬 상태로 당신을 만났는데... 당신을 걱정해서 물러나는 건 좀... 그래요.
물론 그 동안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정희씨를 자주 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관계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죽든, 아니면 부끄러워 아들 내외를 다시 못 보는 사이가 되든... 제가 알 바 아니라는 겁니다.”
무언가 희망을 가지고 날 바라보던 오정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어떤 명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늦었지만 오정희씨와 내가 어떤 관계가 되면... 남은 아니니... 그런데 다른 관계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내가 무엇을 원하든지 오정희씨가 들어줘야 하는 관계가 된다면... 어떨까...
제안을 하나 할게요. 저와 계약을 하나 맺죠. 당신이 계약을 깨지 않는다면 전 비밀을 지킬 겁니다. 그건 믿어도 좋아요.”
“어떤...?”
“일종의 노예계약이에요. 아니... 노예계약은 어감이 마음에 안 드는데... 제가 주인이 되고 당신은 종이 되는 계약... 주종계약이라는 말이 적당하겠네요.
만약 저와 주종계약을 맺는 다면 당신은 나의 종이니 내가 보호할 의무가 생기겠죠. 그와 동시에 오정희씨는 내게 복종할 의무가...
지금 이 순간을 넘어가기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는 건 안됩니다. 계약 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당신은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따라야 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모든 말이요? 그럼...”
“예.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따라야 해요. 그리고 단둘이 있을 때는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당장 입에 붙지는 않겠지만...”
“주인님... 이요?”
“예. 당신은 내게 거짓을 말해선 안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내 명령에 복종하지 못할 경우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아... 내가 무언가를 물었을 때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신은 당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모든 건 주인이 먼저입니다.”
만일 오정희가 주종계약을 받아들인 다면 다른 건 쉽게 풀릴 것이다. 일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엮는 건 성공했지만 그녀가 잠자코 내가 하자는 대로 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시간을 10분 드리죠. 10분 안에 결정하세요. 전 당신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만일...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죠?”
“당신이 죽는다고 해서 제안을 했을 뿐입니다. 추후에 벌어질 일은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죠.”
“다른 걸 요구하시면 안될까요? 돈이라면 제가 선생님이 원하시는 만큼 해 드릴게요.”
오정희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말을 할 정도면... 하지만 금전으로 협상을 진행시킬 거였으면 이렇게 어렵게 가지도 않았다.
“이 계통에서 의뢰인 외에 이중으로 돈을 받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하면 너무 많은 계산과 고민을 하고 살아야 하니까요. 전 그냥 돈은 처음에 계약한 금액... 추가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 경우 다시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원칙을 지킵니다.
돈으로 절 움직이려 하지 마세요. 아... 이 이야기가 빠졌군요. 오정희씨가 제 종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돈까지 제 것은 아닙니다. 돈은 예외로 할게요. 당신은 재산을 모으는 게 허락된 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의뢰된 일이 아니지 않나요?”
질질 끌려만 가던 그녀가 갑자기 버텨보려고 힘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제 의뢰인에게 맡은 일은 이유성의 여자관계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조사 결과는 적절한 시기에 공개 하는 것을 전제로 하죠. 의뢰인이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고 지금 현재 정신적으로 온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녀와의 관계도 있고 해서 제가 나선 겁니다. 의뢰인 대신 제가 공개를 하는 것이 의뢰된 일인지 아닌 지의 판단은 전적으로 제가 합니다.”
“당신은 결국 절 죽이려고 하는 거군요... 그렇지 않나요?”
“그럴까요? 제 나름대로는 당신이 이유성과 그런 사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다른 여자들에 비해 몇 배의 시간을 투자 했습니다. 당신의 겉으로 드러나는 품격은 싸구려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거죠.
도저히 당신과 이유성 사이에 연결 고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당신 아들 천용호씨의 모교 분당 00고등학교까지 찾아 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제가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 이 제안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나 보군요.“
“날 종으로 만들어 살리겠다... 그냥은 못 살려주겠다... 종이 된다고 하면 뭐가 더 있는 거죠?”
“이제 정신을 차리셨군요. 진작 그 질문을 하셨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전 이미 답을 알려드렸고 만약에 절 주인으로 섬기고 나서 당신이 걱정하는 무언가가 더 있다면 그 것까지 감당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간단할 것 같네요.”
오정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잔인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5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몇 분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갔다. 시선을 창문 밖으로 돌린 채 멍하니 있다가 간간히 한숨을 쉬던 오정희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 방법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 말은 제 종이 되시겠다는 겁니까?”
그녀는 차마 말로 하는 게 힘들었던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와 볼펜이 있나요?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계약서요? 그런 것 까지 써야 하나요?”
“별 다른 의미는 없을지 몰라도 쓰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계약기간도 정하고...”
“계약기간이요? 그건 또 뭐죠?”
“종신 계약을 할 수는 없죠. 일단 1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그럼 1년이 지난 후에 당신이 마음이 바뀌어서 모든 걸 폭로하면 어떻게 해요? 전 시한부 인생이 되는 건가요?”
“아니요. 주종계약의 연장 여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오정희씨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지 않으면 자동 갱신이 됩니다. 세상 일이 1년 후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종이와 펜을 가져다주세요.”
오정희가 1층으로 내려가 A4용지 몇 장과 볼펜을 가져왔다. 난 한 장을 꺼내 주종계약서라는 제목을 크게 쓴 후 그녀에게 몇 가지 사항을 물어보며 계약서를 써 내려갔다.
주종관계 계약서
갑과 을은 다음과 같이 주종관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다.
(갑) 성 명 : 조석훈
생년월일 : 73. 5. 3. 전화번호 : 010-2654-××××
(을) 성 명 : 오정희
생년월일 : 63. 7. 15. 전화번호 : 010-4487-××××
1. 주종계약기간 : 2012년 2월 20일부터 2013년 2월 19일까지
※ 계약기간 종료 시 을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다음 년도까지 자동 갱신됨
2. 상호 관계 내용
- 갑은 을에게 주인의 지위를, 을은 갑의 명령에 따르는 종이 된다.
- 갑과 을이 단 둘이 있는 경우 을은 갑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갑은 하대를 한다.
- 을에게 할 수 있는 갑의 명령은 예외사항을 제외한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 을은 갑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없다.
- 을이 갑의 명령에 따르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 사전에 허락을 구해야 하며
피치 못할 사정에 을의 주관적인 입장이나 기분은 해당되지 않는다.
3. 예외사항
- 갑은 을의 재산에 대해 소유, 이전, 양도 등 어떠한 권리도 을의 동의 없이 주장할 수 없다.
- 을이 갑의 부름에 바로 오지 않을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 갑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고 받은 휴가 기간
; 갑에게 미리 동의를 구한 가족이나 친척, 이웃, 친구들과 약속 시간
; 갑과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만난 남자와 함께 있는 경우
(이 조항은 미리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으며 사후 보고가 가능하다)
4. 연 봉 : 1,000,000원
5. 기 타
- 이 계약서에 정함이 없는 사항이 있을 경우 갑의 뜻대로 한다.
2012년 2월 20일
(갑) 조석훈 (서명)
(을) 오정희 (서명)
계약서를 작성 후 내가 먼저 서명을 하고 그녀에게 내밀자 오정희는 몇 번을 다시 읽어보더니 내게 물었다.
“백만 원은 뭐죠? 저한테 준다는 건가요?”
“예... 원래 이런 계약을 생각하고 당신을 만난 건 아니라 지금 현금이 백만 원 있는 건 아니지만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지갑에 있는 삼십만 원은 먼저 드리고 다음에 만날 때 나머지는 드릴게요.”
“무슨 의미가 있죠? 어차피 난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원래 종은 새경을 받아요. 난 당신과 주종계약을 했으니까 돈이나 물건으로 새경을 지불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한 것 뿐 입니다. 액수가 너무 적다면... 음... 다음 번 계약 때 그걸 논의해보죠.”
그녀와 나 사이에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오간 뒤에 오정희는 사인을 했다. 그리고 난 지갑 속에서 30만원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받아요. 계약금입니다.”
오정희가 돈을 받자 난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며 말했다.
“일어나봐. 키가 몇 이지?”
“160 조금 넘어요”
“그래? 조금 더 뒤로 가봐!”
오정희가 어리둥절하며 뒷걸음질 쳤다.
“됐어. 거기 서!”
오정희가 2층에서 제일 밝은 화장실 앞에 가서 서자 내가 말했다.
“벗어!”
“예?... 뭐...뭘요?”
“입고 있는 옷. 다 벗어!”
그녀를 바닥으로 시선을 내린 채 물었다.
“당신이 말하는 종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요? 결국...”
난 잠시 뜸을 들인 후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벗어!”
오정희는 약간 화가 난 듯 입술을 깨물다가 손을 뒤로 뻗어 원피스의 지퍼를 내리며 말했다.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당신이 결국 이런 걸 원할 거라고... 좋아요. 어차피 약점을 잡혔으니... 어디 마음대로 해봐요!”
원피스가 그녀의 다리 밑으로 떨어지자 하얀 브래지어와 팬티로만 가려진 여체가 눈 앞에 드러났다.
“앞으로 당신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돼. 날 부를 땐 주인님이라고 이야기 해.”
“....”
“따라해봐. 주인님!”
“...”
“주인님!”
내 눈빛이 심각해지자 오정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했다.
“주...인..님.”
“다시!”
“주인..님.”
“다시!”
“주인님.”
“더 크게.”
“주인님.”
오정희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커지자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다 벗어!”
오정희는 원망스러운 듯 날 한 번 쳐다보더니 천천히 속옷을 벗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었고 한 손으로는 은밀한 곳을 또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린 채 서서 부끄러운 듯 시선을 들지 못했다.
“손을 뒤로 돌리고 상체를 세워봐!”
오정희가 머뭇거리며 천천히 손을 뗀 채 꼿꼿이 서자 농익은 여체가 한 눈에 들어왔고 약간 처질 정도로 커다란 가슴과 빨간색 유두... 역 삼각형으로 은밀한 곳을 가리는 새까만 치모는 50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만들고 있었다.
“천천히 한 바퀴 돌아!”
훤히 드러난 부잣집 사모님의 커다란 엉덩이는 아직 사내를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이 탐스럽게 솟아 있었다. 이런 여인을 고등학교 때부터 품고 있었다니 이유성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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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연재 시작한게 2011년 인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초창기부터 읽고 계신 분에게는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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