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일만 잔뜩 저질러놓고 왜 수습을 안하냐 여기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와중에 또 새글이라니...이런 썩어빠진 놈.....하실것 같은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글은 현재 10편까지 써진 중편의 글이구요...
길어도 스무편은 넘지 않을 야설입니다.
제가 벌려놓았던 쓰레기 야설들은(뭐..보시는 분도 얼마 없지만..여튼..)
개인사가 정리되는대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 글 역시...그 전에..혹은 그 때를 즈음해 마무리가 될 것이구요..
바쁜 업무...
양가 어르신들의 깊어가는 병....
소라 들어오기 싫을만큼 빈정상하게 했던 몇몇 개새끼들..(욕설로 신고해도 됩니다.)
야설 긁적거리기엔 아직 덥기만 한 날씨...
등등 여러 이유가 아직도 저를 힘들게 하는 날들입니다.
암튼 각설하고...
1인칭 여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연인과의 성장사입니다.
글이 좀 쌩뚱맞기도 한데...
야설이 야설이지 어디가겠습니까?
은은하게 자지 한번 세우고....추천 한방 누르고 가세요들...
그럼 이만 줄입니다...아...글은 시작이네요...
1.
나이 마흔..
나는 여자다..
한 남자의 아내이고....
.....................
아내인.....
그런 여자다..........
생일이 빨라 1년 일찍 들어간 학교...
그렇게 들어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같은 반이 된 6학년때는 내 뜻(?)에 따라 1년 내내 옆짝으로 지낼수 있었던....
그래...맞아....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기도 전부터 그를 사랑했던...
지금껏 전혀 한눈팔지 않고..
오직 남편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해바라기 여자다.....
남녀 공학이었던 고향의 중학교...
육상 선수 출신인 내가 내세울거라곤 미끈한(?) 몸에 조금 반반한 얼굴 뿐이었지만......
남편은 어릴적부터 다방면에서 워낙 도드라지던 사람이었고...
운동이면 운동...공부면 공부...인물이면 인물...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그에게
내가 경쟁자라 생각하던 여자들은 항시 존재해왔었다.
중학교 3학년........
나는 또래보다 성숙했던지라 동창들보다는 고등학생 오빠들의 프로포즈를 받는 일이 다반사였고.....
한 두명의 만남제안에는 솔깃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지만...
그 야릇하게 끓어올랐던 감정은
복도를 지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거짓말같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곤 했었다.
-기말고사 끝나는 날.. ‘몽’ 에서 만나지 않을래?-
하지만...
일주일을 거르지 않았던 나의 쪽지세례는
매몰차다시피한 그의 마음에 조금의 흔적도 남기질 못하고 있었고...
어떠한 답장조차도 받지 못한 채...
우리의 중3....1학기는 그렇게 지나가는 듯 했다.
“아잉...누가 보면 어쩌려구......하지마..응?”
“정말 하지마?”
“아니..내 말은 그게 아니구.....여기선 좀 그렇잖아..웅?”
“부모님 오늘 계모임 가셨다고?”
“응...그래서 이렇게 너 만나고 있는거잖아...왜?....우리 집에 놀러갈래?”
“그래도 돼?”
“음....그럼 좀 더 어두워져야 해...이웃분들이 보고 엄마한테 일러바치면..나 정말 혼난단 말이야..”
“몽 이나 갈까 그럼?”
“지금 가면 자리도 없을거야...오늘 고등학교도 시험 끝나서 언니오빠들로 꽉 찼을걸?”
친구들과 시험 끝난 기념으로 찾은 초등학교의 꽃동산...
우리가 그곳에서 작은 일탈(?)을 즐기던 동안...
우거진 꽃나무의 옆 그늘에선
인근 동네에서는 그 비교대상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미모의 같은 반 친구..
보영이의 교태스러운 목소리가 연신 울려퍼지고 있었고...
간간히 새어나오던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는...
내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보영이의 입술에 취해 있었다.
“저 년..저거저거..얌전한 척 하는 년이 먼저 솥뚜껑 연다더니.....그 말이 딱이네..”
“쟤 민수 맞지? 어머어머.......쟤도 그렇게 안봤는데....”
“쉿!”
“하아........저 개쌍년....시험공부 핑계로 민수 옆에서 떨어지질 않더니......결국 일냈네 일냈어.......하아..어떡해 희정아....”
“.......................”
“이대로 두고보기만 할거야!!”
“안두고보면.........어떡할건데?”
“아니...네가 민수 좋아하는 사실은 온 동네가 다 아는건데....저 씨발년..저걸 정말 죽여살려..”
“얼마 못갈테니까 걱정마..”
“희정아!!!”
“눈치 되게 빨라...조용히 해....듣겠어..”
“들으면 들으라지.....아니 들으라고 일부러 더 크게 소리치고 싶다 뭐..”
“제발 쉿...해라....나 미치는거 보고 싶지 않걸랑....알겠지?”
“하아...........어이구 어이구....저 미친년....전부 벗어라 벗어 이년아...아주 난리가 났네...”
“진짜 쟤 왜 저러니?...무슨 약이라도 먹은거 아냐? 휘어감네 감어....허어.....”
“입좀 다물고 담배나 하나 줘.....”
“하아..........”
그리고...
밤 12시가 다 돼서야 보영의 집을 나서던 그는...
켜켜히 쌓인 서레트 지붕 아래 울고 있던 나의 그림자를 뒤로 한 채..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지름길인 소롯길로 빠져들고야 말았고..
나는 그 모습을 눈으로만 쫓으며 하염없이 또 울어야 했다.
“흑흑.....흑.......”
“아까부터 너 왜 자꾸 울어!!!집에 무슨일 있니?”
“흑흑......아니야.......몰라두 돼....”
“우리 모르게 좀 울지그래?...”
“얘는.....친구(?)가 우는데 위로는 못해줄망정.....야 이보영...너 왜 울어...집안에 일이 있는것도 아니면...혹시...남친한테 차이기라도 했어?”
“흑흑..........흐엉..........”
“어머어머 얘봐.......점점 더.....너 정말 남자친구 사귀기라도 한거야?....얘들아...보영이 누구랑 사겼니?...너희들도 몰라?”
그 눈에 흐르던 눈물은..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흘려대던 또 다른 눈물을 먹이삼아...
아무도 모르게 가벼운 미소로 변해갔지만....
그래....
난 이런 여자다.......
오직...그만을 바라보고...
그만을 쫓았던...
별볼일 없는 그렇고 그런 여자...........
“무슨 생각해요?”
“아무 생각 안하는데....?”
“자기는 꼭 그러더라....거짓말이라는거 금방 들통날거면서...”
“이 상황에 무슨 생각을 해!!...넘겨짚기는.....”
“피....그러지말구 다리 좀 더 들어보세요....지금 자세 너무 불편해..”
“이렇게?”
“네...이제 좀 나아요...쭙~~~~쭙~~”
“너...기술이 점점 발전한다?”
“쭈웁~~~쭙....좋아요?....”
“뭐...아직은 그냥 그런데.....”
“그럼...여기 해드리면......쭙쭙쭙~~~~쭈웁~~~”
“괄약근 힘풀려서 변 쏟아지겠다..살살해....”
“그래두 좋아요.....쭙~~~쭈웁~~~쭙~~~자기가 좋다면...쭙쭙~~~”
그가 좋아한다면....
남편이 기뻐한다면....
항문이 아니라....똥통에 굴러도 개의치 않을...
그런 바보같은 여자.........
“희정이는 여기 고등학교로 진학할거지?”
“아니요...”
“아니야? 그럼 어디 따로 생각한 곳이라도 있니?.....”
“저...강릉으로 갈거에요 선생님...보내주세요..”
“강릉 어디?...거기는 학교가 여러개라...”
“제 성적으로 붙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하지 않을게요....”
“미안하지만...그건 선생님입장에서 곤란하구나.....너도 잘 알잖니...”
“제일 못하는 학교라도 상관없어요...원서만 써주세요..”
“얘 희정아!! 그런곳 갈 바엔 그냥 여기 학교로 진학하는게..”
“집에는 이미 말씀드렸어요...허락두 받았구요...”
“하지만..괜히 그 먼곳까지 가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경제적인 문제도 무시못하는데 굳이......”
“친척분이 살고 계시니까....보내주세요...네 선생님?”
과거라는 퇴적물이 쌓이고 쌓인 뒤에야..
지금의 이같은 나날이 있었지만..
그를 대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일말의 변함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가 시내의 남고에 진학했을때 조차도..
어쩌다 한번...주말을 이용해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맡기던 지친 그의 모습.
이를 바라보던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을때 또한...
지금의 마음과 맞닿아 있는 소녀시절이었을 뿐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쩔수 없이 움츠러들어야만 했던 가계...
덕분에
같은 도시의 하늘아래에서 그를 쫓던 나의 생활은..
고2의 중턱에 이르렀을때는 종지부를 찍어야 했지만...
“아버지 돌아가셨단 말 들었어...”
“.......?”
“집에 다니러 갔더니 엄마가 그러시대....”
“지금 가는거야?”
“보다시피....”
일요일 오후...
강릉으로 나가는 버스의 한켠....
먼산 바라보며 출발만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환한 태양으로 다가와...옆 자리에 가방을 던지던 그....
“너 다시 이곳으로 전학올거라며..?”
“그 소식은 누구한테 들은거야?..아직 아무도 모를텐데...”
“주희랑 수다 떨다가 알게 됐지 뭐.....주희한테 말한거 아니었어?”
“아.....”
“집에 갈때마다 주희 통해서 소식 가끔 듣곤 했어...”
그의 고향집 이웃인 주희...
나의 단짝친구이기도 한 그녀의 입을 통해
내 이력은 나도 모르게 그의 귀로 들어가고 있었고...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짧은 만남이 빌미가 되어...고향으로의 전학은 조금 더 연장될 수 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밤하늘에 박혀있는 별보다 많았지만...
오똑한 콧날과 하얀 피부...
앙다물어진 발간 입술..
날렵한 턱선....
호수를 담은 듯한 눈망울...
짧은 스포츠머리 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그의 귀태는...
그러한 나의 입을 다물게 했고...
한 시간이 넘는 구불길의 여로 동안..
앞.....
흘깃거릴때의 옆은 차치하고...
오직 앞만 바라보게 만들고야 말았다...
“할머니댁에서 산다며?”
“응? 뭐라고 했어?”
“얼굴이나 좀 보고 말해...”
“아........미안...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냐고..못들었어....”
“할머니랑 사냐구?”
“응....증조할머니....”
“증조할머니?...후와......아직 살아계신거야..?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
“흠...나도 잘은 몰라....여든은 넘으셨어.....”
“장수하시는구나...하긴......뭐.....그럼 증조할머니랑 다른 식구들은?”
“나...단 둘....”
“아...그렇구나....그래도 하숙비나 자취비 안들어서 좋겠다...이건 뭐 학기 바뀔때마다 올려달라고 눈치주니...우리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버텨낼수나 있나...쩝..”
“많이 비싸?”
“어....전학을 고민해야할만큼....”
“아..........”
물론...
그의 평온한 물음에...
덜컹거리는 가슴을 부여쥔 채 이어지던 대화는...
어색해서 더 끊길 수 밖에 없었던 침묵 속에 간신히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내려앉는 심장은...
좀처럼 매끄러운 연결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고........
그 소중한 만남을 허공에 흩뿌려버리는 후회는...
그가 집까지 바래다 준 시간을 뒤로 한 채....
며칠동안이나 끙끙거려야만 했던 가슴앓이를 선사하고 말았다.
“잉...내 하숙집이랑 무지 가까운데 살았구나...”
“...................바래다줘서 고마워...”
“그래...잘 들어가고...”
“응....너도 잘 지내...”
“간다~~~~”
“.................”
“안뇽~~~~”
묵직한 가방이 그의 등에 걸려있던 초가을 저녁...
멀어져가는 그의 뒤로..
“저...어기.............”
“...........................”
“저기 민수야......”
“.........................”
나의 벅찬 부름은...
마음속에서만 메아리쳐 돌아오는 허무한 꿈에 불과했고..
그는..
예전에도 그랬듯....
또다시
그 무심한 고개를 돌아볼 생각도 않은 채..
자신이 나아갈 길을 향해 앞만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말았다.
“엄마....갈 때 가더라도 나 2학년만 마치고 전학하면 안돼?”
“.................”
“2학년 마치면 어딜 가더라도 혼자 공부할 수 있을만큼 진도는 다 나가니까....응 엄마...”
“후우.............그래.....그럼 그래보도록 하자....”
엄마의 기나긴 한숨과...
달아오른 얼굴로 책상위에 묻어가던 나의 모습....
그 두 모습이 겹치던 시간은 2학기 내내 지속될 수 밖에 없었고..
대관령에서 불어오던 눈발이 작은 마당을 휩쓸고 다니던 초겨울에 이르러서야 겨우
내 가슴은 식어갈 수 있었다.
“이제 다 컸으니까 혼자 밥은 해먹을 수 있지?”
“걱정말라니까 자꾸 그래....그래봐야 며칠이나 해먹는다구....곧 방학이잖아...”
“그래...딸.....넌 할머니 병원 매일 찾아가지 않아도 되니까...남은 기말고사 잘 치르고..”
“에휴 울 엄마 정말 정신없구나?.....시험 오늘 다 끝났다고 몇 번을 말해.....방학때까진 한가하니까..내 걱정은 말구 동생들이나 잘 챙겨..할머니 병문안도 매일은 아니어도...집에 돌아갈때까진 자주 갈테니까...엄마까지 애써 오지 않아도 돼....알겠죠?”
“그래그래...내 딸....정말 다 컸구나.....”
“희영이랑 희순이 말썽부리면 언제든 말해...내가 가서 확~~~~~”
“후훗.....그래 말만 들어도 이 엄마가 든든하다.......어여 끊고....저녁밥 챙겨먹어..”
“응......”
하지만....
계절의 변화에 맞춰 식어가던 그 가슴은...
증조할머니가 노환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계심에도 불구하고...
시험 끝나고 방학을 며칠 앞둔
더욱이 그 며칠을 끝으로 2년 동안 정들었던 타지를 떠나야 하는
철부지 여고생과 그에 못지않던 친구들의 조촐한 파티준비로....
또 다시
정점을 향해 치솟아 오를 수 밖에 없었고...
“우리 술도 한잔하자...”
“얘는....그러다 누가 알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나...”
“뭐가!!!!!희정이네 집에서 우리끼리만 조금 먹겠다는데 누가 알어.......그러지말고 사자....응..응? 얘들아.....”
“웃!!!!!!!야야..조용히 해봐......”
“얘가 갑자기 왜 이래..학주라도 떴어? 왜 이리..............허얼.....”
“쟤지? 쟤 맞지?”
“......................”
“쟤 맞잖아.....윤민수......L고 탑 윤민수...........우와~~~~쟤를 여기서 다 보네...”
“이 멍충아...여기 쟤네 학교 근처잖아!!!”
“아....그렇지....히히히....어쨌든 오늘 눈호강 제대로 하네..”
“얘 희정아...근데 쟤...너희 동네 출신이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아니야?”
“......................”
“야 염희정!!!!!!!!”
“어?...응?.........뭐?”
“나 참........얘 얼빠진 모습 보니까...아니구만.....쟤 너랑 중학교 동창 아니지?”
“누구?..........민수?”
“우올~~~~~~~~~민수.......얘가 뭐래.....너 방금 민수라고 했지? 그럼 정말 쟤랑 아는 사이,....아니지...동창인거야?”
“어....?....응......나랑 동창.........맞지.....근데 왜?”
“왜는 뭐가 왜야 이년아....가서 말이라도 한번 걸어봐.......네 덕에 우리도 쟤 얼굴 가까이서 한번 보자..........응?....응 희정아!!!!!!!!얼른!!!!!!!”
한밤중...
그의 고등학교 근처 슈퍼마켓에서 맞닥뜨린 결과는...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전....
반가이 흔드는 새하얀 손짓에 의해.........
내 머릿속마저 하얗게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말았다.
더구나....
“희정.......오랜만!!!.........여긴 어쩐 일이야?....아...너희집이 여기 근처였지...시험 끝난거야?”
“어........응..........”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이랑 놀려구?”
“어....응...........너는..”
‘덥석~~~’
“흡.........”
“나는 내일 마지막 2과목 남았어....덕분에 좀 널럴해....”
아무 거리낌없이 내 한 손을 잡아채며 반가움을 쏟아내던 그로 인해..
나의 사고는 그 순간 모두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야 말았고....
“안녕.....나 희정이 친구...이름은 말해도 모를거구....암튼....좋은 시간 보내...”
“민수....윤민수 맞죠?”
“엥...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대?..아...희정이가 말해줬구나......어..나 민수라고 해....시험 끝나서 좋겠다....어우~~이놈의 시험....쩝...”
계속 존대말을 하며 그를 대하던 친구들과...
머리 두 개는 차이날 법한 그녀들을 내려다보며 해맑게 웃음짓던 그 사이에 오고가던 대화조차...
내 귀에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푸하.........야 염희정!!!!!!!너 바른대로 말해.........쟤 너랑 사겨?”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웃기잖아...사귀지도 않는데...잘 가라고 머리를 쓰다듬지를 않나...나 참...”
“그럴수도 있지 이년아...희정이랑은 어렸을적부터 같이 커왔을텐데...그치 희정아?”
“어......응?....엉......뭐....그렇지...뭐...”
“이거이거 아무래도 수상해......쟤 보고난 이후론 완전 백치됐어 얘....그치 얘들아..?”
“키키키...하긴..좀 웃기긴 하다...사귀는게 아니라면..너 쟤 무지 좋아했구나?..짝사랑....그치?”
“자자 조용히들 하고...얼른 준비해서 먹자...나 배고파 죽겠어...”
“야 최은미..너 다이어트 한다고 설레발 치던게 언젠데...왜 또 이래....너 미쳤어!!!!”
“시끄러 이년아.......오늘은 누가 뭐래도....먹고 죽어버릴거야..나 말릴 생각마..”
“어휴 저거저거 정말............하아........그나저나..정말 잘생기긴 했더라...”
“누구?...”
“누구긴 누구야...아까 본 ...우리 오빠 말이지....민수 오빠...”
“미친년........걔 우리랑 동갑이거든.........정신차려 이년아......”
“아냐...난 그냥 영원히 오빠할래......아~~~보고싶어요 민수오빵.....”
“낄낄낄........깔깔깔....미친년.....”
“키는 왜케 큰거야.........희정이가 옆에 섰는데도 엄청 차이나던데....야 염희정 너 키 얼마랬지?”
“187.....”
“뭐? 이게 정말 실성했나.......네가 왜 187이야...167이면 몰라도....”
“민수.....키..........”
“푸하.........야 그걸 네가 어찌알어.......정말 둘이 사겨? 그런거야?”
“........................”
“야 염희정!!!!!!!!!”
“두달전쯤에...같은 버스타고 올때 물어봤어....”
“아................그렇구나....근데 정말 187이야? 후와......진짜 크긴 크구나...하긴...창피해서 우린 옆에 서지도 못하겠더라. 그나마 너 정도 되니까 ....”
“희정이도 고목나무에 매미 신세 꼴이던데 뭐...야 염희정 너 170 안돼?”
“응 168...”
“거봐.......쟤가 저런데 우린 오죽하겠니........에휴~~~~~~일찌감치 포기...”
“미친년.....난 그래도 내 가슴속에 영원히 오빠로 간직할래........오빠...사랑하는 민수오빵....안아줘용~~~~~내 빵빵한 가슴..꼬옥 안아서 만져줭........”
“푸하하하하하.........”
“똘아이년.........낄낄낄..”
집에 돌아와서도..
중3 이후로 안마셔본 맥주 몇모금에 취해가면서도....
친구들의 수다는 들려오지 않았던 그 시간....
일만 잔뜩 저질러놓고 왜 수습을 안하냐 여기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와중에 또 새글이라니...이런 썩어빠진 놈.....하실것 같은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글은 현재 10편까지 써진 중편의 글이구요...
길어도 스무편은 넘지 않을 야설입니다.
제가 벌려놓았던 쓰레기 야설들은(뭐..보시는 분도 얼마 없지만..여튼..)
개인사가 정리되는대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 글 역시...그 전에..혹은 그 때를 즈음해 마무리가 될 것이구요..
바쁜 업무...
양가 어르신들의 깊어가는 병....
소라 들어오기 싫을만큼 빈정상하게 했던 몇몇 개새끼들..(욕설로 신고해도 됩니다.)
야설 긁적거리기엔 아직 덥기만 한 날씨...
등등 여러 이유가 아직도 저를 힘들게 하는 날들입니다.
암튼 각설하고...
1인칭 여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연인과의 성장사입니다.
글이 좀 쌩뚱맞기도 한데...
야설이 야설이지 어디가겠습니까?
은은하게 자지 한번 세우고....추천 한방 누르고 가세요들...
그럼 이만 줄입니다...아...글은 시작이네요...
1.
나이 마흔..
나는 여자다..
한 남자의 아내이고....
.....................
아내인.....
그런 여자다..........
생일이 빨라 1년 일찍 들어간 학교...
그렇게 들어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같은 반이 된 6학년때는 내 뜻(?)에 따라 1년 내내 옆짝으로 지낼수 있었던....
그래...맞아....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기도 전부터 그를 사랑했던...
지금껏 전혀 한눈팔지 않고..
오직 남편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해바라기 여자다.....
남녀 공학이었던 고향의 중학교...
육상 선수 출신인 내가 내세울거라곤 미끈한(?) 몸에 조금 반반한 얼굴 뿐이었지만......
남편은 어릴적부터 다방면에서 워낙 도드라지던 사람이었고...
운동이면 운동...공부면 공부...인물이면 인물...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그에게
내가 경쟁자라 생각하던 여자들은 항시 존재해왔었다.
중학교 3학년........
나는 또래보다 성숙했던지라 동창들보다는 고등학생 오빠들의 프로포즈를 받는 일이 다반사였고.....
한 두명의 만남제안에는 솔깃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지만...
그 야릇하게 끓어올랐던 감정은
복도를 지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거짓말같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곤 했었다.
-기말고사 끝나는 날.. ‘몽’ 에서 만나지 않을래?-
하지만...
일주일을 거르지 않았던 나의 쪽지세례는
매몰차다시피한 그의 마음에 조금의 흔적도 남기질 못하고 있었고...
어떠한 답장조차도 받지 못한 채...
우리의 중3....1학기는 그렇게 지나가는 듯 했다.
“아잉...누가 보면 어쩌려구......하지마..응?”
“정말 하지마?”
“아니..내 말은 그게 아니구.....여기선 좀 그렇잖아..웅?”
“부모님 오늘 계모임 가셨다고?”
“응...그래서 이렇게 너 만나고 있는거잖아...왜?....우리 집에 놀러갈래?”
“그래도 돼?”
“음....그럼 좀 더 어두워져야 해...이웃분들이 보고 엄마한테 일러바치면..나 정말 혼난단 말이야..”
“몽 이나 갈까 그럼?”
“지금 가면 자리도 없을거야...오늘 고등학교도 시험 끝나서 언니오빠들로 꽉 찼을걸?”
친구들과 시험 끝난 기념으로 찾은 초등학교의 꽃동산...
우리가 그곳에서 작은 일탈(?)을 즐기던 동안...
우거진 꽃나무의 옆 그늘에선
인근 동네에서는 그 비교대상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미모의 같은 반 친구..
보영이의 교태스러운 목소리가 연신 울려퍼지고 있었고...
간간히 새어나오던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는...
내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보영이의 입술에 취해 있었다.
“저 년..저거저거..얌전한 척 하는 년이 먼저 솥뚜껑 연다더니.....그 말이 딱이네..”
“쟤 민수 맞지? 어머어머.......쟤도 그렇게 안봤는데....”
“쉿!”
“하아........저 개쌍년....시험공부 핑계로 민수 옆에서 떨어지질 않더니......결국 일냈네 일냈어.......하아..어떡해 희정아....”
“.......................”
“이대로 두고보기만 할거야!!”
“안두고보면.........어떡할건데?”
“아니...네가 민수 좋아하는 사실은 온 동네가 다 아는건데....저 씨발년..저걸 정말 죽여살려..”
“얼마 못갈테니까 걱정마..”
“희정아!!!”
“눈치 되게 빨라...조용히 해....듣겠어..”
“들으면 들으라지.....아니 들으라고 일부러 더 크게 소리치고 싶다 뭐..”
“제발 쉿...해라....나 미치는거 보고 싶지 않걸랑....알겠지?”
“하아...........어이구 어이구....저 미친년....전부 벗어라 벗어 이년아...아주 난리가 났네...”
“진짜 쟤 왜 저러니?...무슨 약이라도 먹은거 아냐? 휘어감네 감어....허어.....”
“입좀 다물고 담배나 하나 줘.....”
“하아..........”
그리고...
밤 12시가 다 돼서야 보영의 집을 나서던 그는...
켜켜히 쌓인 서레트 지붕 아래 울고 있던 나의 그림자를 뒤로 한 채..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지름길인 소롯길로 빠져들고야 말았고..
나는 그 모습을 눈으로만 쫓으며 하염없이 또 울어야 했다.
“흑흑.....흑.......”
“아까부터 너 왜 자꾸 울어!!!집에 무슨일 있니?”
“흑흑......아니야.......몰라두 돼....”
“우리 모르게 좀 울지그래?...”
“얘는.....친구(?)가 우는데 위로는 못해줄망정.....야 이보영...너 왜 울어...집안에 일이 있는것도 아니면...혹시...남친한테 차이기라도 했어?”
“흑흑..........흐엉..........”
“어머어머 얘봐.......점점 더.....너 정말 남자친구 사귀기라도 한거야?....얘들아...보영이 누구랑 사겼니?...너희들도 몰라?”
그 눈에 흐르던 눈물은..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흘려대던 또 다른 눈물을 먹이삼아...
아무도 모르게 가벼운 미소로 변해갔지만....
그래....
난 이런 여자다.......
오직...그만을 바라보고...
그만을 쫓았던...
별볼일 없는 그렇고 그런 여자...........
“무슨 생각해요?”
“아무 생각 안하는데....?”
“자기는 꼭 그러더라....거짓말이라는거 금방 들통날거면서...”
“이 상황에 무슨 생각을 해!!...넘겨짚기는.....”
“피....그러지말구 다리 좀 더 들어보세요....지금 자세 너무 불편해..”
“이렇게?”
“네...이제 좀 나아요...쭙~~~~쭙~~”
“너...기술이 점점 발전한다?”
“쭈웁~~~쭙....좋아요?....”
“뭐...아직은 그냥 그런데.....”
“그럼...여기 해드리면......쭙쭙쭙~~~~쭈웁~~~”
“괄약근 힘풀려서 변 쏟아지겠다..살살해....”
“그래두 좋아요.....쭙~~~쭈웁~~~쭙~~~자기가 좋다면...쭙쭙~~~”
그가 좋아한다면....
남편이 기뻐한다면....
항문이 아니라....똥통에 굴러도 개의치 않을...
그런 바보같은 여자.........
“희정이는 여기 고등학교로 진학할거지?”
“아니요...”
“아니야? 그럼 어디 따로 생각한 곳이라도 있니?.....”
“저...강릉으로 갈거에요 선생님...보내주세요..”
“강릉 어디?...거기는 학교가 여러개라...”
“제 성적으로 붙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하지 않을게요....”
“미안하지만...그건 선생님입장에서 곤란하구나.....너도 잘 알잖니...”
“제일 못하는 학교라도 상관없어요...원서만 써주세요..”
“얘 희정아!! 그런곳 갈 바엔 그냥 여기 학교로 진학하는게..”
“집에는 이미 말씀드렸어요...허락두 받았구요...”
“하지만..괜히 그 먼곳까지 가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경제적인 문제도 무시못하는데 굳이......”
“친척분이 살고 계시니까....보내주세요...네 선생님?”
과거라는 퇴적물이 쌓이고 쌓인 뒤에야..
지금의 이같은 나날이 있었지만..
그를 대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일말의 변함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가 시내의 남고에 진학했을때 조차도..
어쩌다 한번...주말을 이용해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맡기던 지친 그의 모습.
이를 바라보던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을때 또한...
지금의 마음과 맞닿아 있는 소녀시절이었을 뿐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쩔수 없이 움츠러들어야만 했던 가계...
덕분에
같은 도시의 하늘아래에서 그를 쫓던 나의 생활은..
고2의 중턱에 이르렀을때는 종지부를 찍어야 했지만...
“아버지 돌아가셨단 말 들었어...”
“.......?”
“집에 다니러 갔더니 엄마가 그러시대....”
“지금 가는거야?”
“보다시피....”
일요일 오후...
강릉으로 나가는 버스의 한켠....
먼산 바라보며 출발만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환한 태양으로 다가와...옆 자리에 가방을 던지던 그....
“너 다시 이곳으로 전학올거라며..?”
“그 소식은 누구한테 들은거야?..아직 아무도 모를텐데...”
“주희랑 수다 떨다가 알게 됐지 뭐.....주희한테 말한거 아니었어?”
“아.....”
“집에 갈때마다 주희 통해서 소식 가끔 듣곤 했어...”
그의 고향집 이웃인 주희...
나의 단짝친구이기도 한 그녀의 입을 통해
내 이력은 나도 모르게 그의 귀로 들어가고 있었고...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짧은 만남이 빌미가 되어...고향으로의 전학은 조금 더 연장될 수 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밤하늘에 박혀있는 별보다 많았지만...
오똑한 콧날과 하얀 피부...
앙다물어진 발간 입술..
날렵한 턱선....
호수를 담은 듯한 눈망울...
짧은 스포츠머리 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그의 귀태는...
그러한 나의 입을 다물게 했고...
한 시간이 넘는 구불길의 여로 동안..
앞.....
흘깃거릴때의 옆은 차치하고...
오직 앞만 바라보게 만들고야 말았다...
“할머니댁에서 산다며?”
“응? 뭐라고 했어?”
“얼굴이나 좀 보고 말해...”
“아........미안...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냐고..못들었어....”
“할머니랑 사냐구?”
“응....증조할머니....”
“증조할머니?...후와......아직 살아계신거야..?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
“흠...나도 잘은 몰라....여든은 넘으셨어.....”
“장수하시는구나...하긴......뭐.....그럼 증조할머니랑 다른 식구들은?”
“나...단 둘....”
“아...그렇구나....그래도 하숙비나 자취비 안들어서 좋겠다...이건 뭐 학기 바뀔때마다 올려달라고 눈치주니...우리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버텨낼수나 있나...쩝..”
“많이 비싸?”
“어....전학을 고민해야할만큼....”
“아..........”
물론...
그의 평온한 물음에...
덜컹거리는 가슴을 부여쥔 채 이어지던 대화는...
어색해서 더 끊길 수 밖에 없었던 침묵 속에 간신히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내려앉는 심장은...
좀처럼 매끄러운 연결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고........
그 소중한 만남을 허공에 흩뿌려버리는 후회는...
그가 집까지 바래다 준 시간을 뒤로 한 채....
며칠동안이나 끙끙거려야만 했던 가슴앓이를 선사하고 말았다.
“잉...내 하숙집이랑 무지 가까운데 살았구나...”
“...................바래다줘서 고마워...”
“그래...잘 들어가고...”
“응....너도 잘 지내...”
“간다~~~~”
“.................”
“안뇽~~~~”
묵직한 가방이 그의 등에 걸려있던 초가을 저녁...
멀어져가는 그의 뒤로..
“저...어기.............”
“...........................”
“저기 민수야......”
“.........................”
나의 벅찬 부름은...
마음속에서만 메아리쳐 돌아오는 허무한 꿈에 불과했고..
그는..
예전에도 그랬듯....
또다시
그 무심한 고개를 돌아볼 생각도 않은 채..
자신이 나아갈 길을 향해 앞만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말았다.
“엄마....갈 때 가더라도 나 2학년만 마치고 전학하면 안돼?”
“.................”
“2학년 마치면 어딜 가더라도 혼자 공부할 수 있을만큼 진도는 다 나가니까....응 엄마...”
“후우.............그래.....그럼 그래보도록 하자....”
엄마의 기나긴 한숨과...
달아오른 얼굴로 책상위에 묻어가던 나의 모습....
그 두 모습이 겹치던 시간은 2학기 내내 지속될 수 밖에 없었고..
대관령에서 불어오던 눈발이 작은 마당을 휩쓸고 다니던 초겨울에 이르러서야 겨우
내 가슴은 식어갈 수 있었다.
“이제 다 컸으니까 혼자 밥은 해먹을 수 있지?”
“걱정말라니까 자꾸 그래....그래봐야 며칠이나 해먹는다구....곧 방학이잖아...”
“그래...딸.....넌 할머니 병원 매일 찾아가지 않아도 되니까...남은 기말고사 잘 치르고..”
“에휴 울 엄마 정말 정신없구나?.....시험 오늘 다 끝났다고 몇 번을 말해.....방학때까진 한가하니까..내 걱정은 말구 동생들이나 잘 챙겨..할머니 병문안도 매일은 아니어도...집에 돌아갈때까진 자주 갈테니까...엄마까지 애써 오지 않아도 돼....알겠죠?”
“그래그래...내 딸....정말 다 컸구나.....”
“희영이랑 희순이 말썽부리면 언제든 말해...내가 가서 확~~~~~”
“후훗.....그래 말만 들어도 이 엄마가 든든하다.......어여 끊고....저녁밥 챙겨먹어..”
“응......”
하지만....
계절의 변화에 맞춰 식어가던 그 가슴은...
증조할머니가 노환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계심에도 불구하고...
시험 끝나고 방학을 며칠 앞둔
더욱이 그 며칠을 끝으로 2년 동안 정들었던 타지를 떠나야 하는
철부지 여고생과 그에 못지않던 친구들의 조촐한 파티준비로....
또 다시
정점을 향해 치솟아 오를 수 밖에 없었고...
“우리 술도 한잔하자...”
“얘는....그러다 누가 알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나...”
“뭐가!!!!!희정이네 집에서 우리끼리만 조금 먹겠다는데 누가 알어.......그러지말고 사자....응..응? 얘들아.....”
“웃!!!!!!!야야..조용히 해봐......”
“얘가 갑자기 왜 이래..학주라도 떴어? 왜 이리..............허얼.....”
“쟤지? 쟤 맞지?”
“......................”
“쟤 맞잖아.....윤민수......L고 탑 윤민수...........우와~~~~쟤를 여기서 다 보네...”
“이 멍충아...여기 쟤네 학교 근처잖아!!!”
“아....그렇지....히히히....어쨌든 오늘 눈호강 제대로 하네..”
“얘 희정아...근데 쟤...너희 동네 출신이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아니야?”
“......................”
“야 염희정!!!!!!!!”
“어?...응?.........뭐?”
“나 참........얘 얼빠진 모습 보니까...아니구만.....쟤 너랑 중학교 동창 아니지?”
“누구?..........민수?”
“우올~~~~~~~~~민수.......얘가 뭐래.....너 방금 민수라고 했지? 그럼 정말 쟤랑 아는 사이,....아니지...동창인거야?”
“어....?....응......나랑 동창.........맞지.....근데 왜?”
“왜는 뭐가 왜야 이년아....가서 말이라도 한번 걸어봐.......네 덕에 우리도 쟤 얼굴 가까이서 한번 보자..........응?....응 희정아!!!!!!!!얼른!!!!!!!”
한밤중...
그의 고등학교 근처 슈퍼마켓에서 맞닥뜨린 결과는...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전....
반가이 흔드는 새하얀 손짓에 의해.........
내 머릿속마저 하얗게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말았다.
더구나....
“희정.......오랜만!!!.........여긴 어쩐 일이야?....아...너희집이 여기 근처였지...시험 끝난거야?”
“어........응..........”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이랑 놀려구?”
“어....응...........너는..”
‘덥석~~~’
“흡.........”
“나는 내일 마지막 2과목 남았어....덕분에 좀 널럴해....”
아무 거리낌없이 내 한 손을 잡아채며 반가움을 쏟아내던 그로 인해..
나의 사고는 그 순간 모두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야 말았고....
“안녕.....나 희정이 친구...이름은 말해도 모를거구....암튼....좋은 시간 보내...”
“민수....윤민수 맞죠?”
“엥...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대?..아...희정이가 말해줬구나......어..나 민수라고 해....시험 끝나서 좋겠다....어우~~이놈의 시험....쩝...”
계속 존대말을 하며 그를 대하던 친구들과...
머리 두 개는 차이날 법한 그녀들을 내려다보며 해맑게 웃음짓던 그 사이에 오고가던 대화조차...
내 귀에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푸하.........야 염희정!!!!!!!너 바른대로 말해.........쟤 너랑 사겨?”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웃기잖아...사귀지도 않는데...잘 가라고 머리를 쓰다듬지를 않나...나 참...”
“그럴수도 있지 이년아...희정이랑은 어렸을적부터 같이 커왔을텐데...그치 희정아?”
“어......응?....엉......뭐....그렇지...뭐...”
“이거이거 아무래도 수상해......쟤 보고난 이후론 완전 백치됐어 얘....그치 얘들아..?”
“키키키...하긴..좀 웃기긴 하다...사귀는게 아니라면..너 쟤 무지 좋아했구나?..짝사랑....그치?”
“자자 조용히들 하고...얼른 준비해서 먹자...나 배고파 죽겠어...”
“야 최은미..너 다이어트 한다고 설레발 치던게 언젠데...왜 또 이래....너 미쳤어!!!!”
“시끄러 이년아.......오늘은 누가 뭐래도....먹고 죽어버릴거야..나 말릴 생각마..”
“어휴 저거저거 정말............하아........그나저나..정말 잘생기긴 했더라...”
“누구?...”
“누구긴 누구야...아까 본 ...우리 오빠 말이지....민수 오빠...”
“미친년........걔 우리랑 동갑이거든.........정신차려 이년아......”
“아냐...난 그냥 영원히 오빠할래......아~~~보고싶어요 민수오빵.....”
“낄낄낄........깔깔깔....미친년.....”
“키는 왜케 큰거야.........희정이가 옆에 섰는데도 엄청 차이나던데....야 염희정 너 키 얼마랬지?”
“187.....”
“뭐? 이게 정말 실성했나.......네가 왜 187이야...167이면 몰라도....”
“민수.....키..........”
“푸하.........야 그걸 네가 어찌알어.......정말 둘이 사겨? 그런거야?”
“........................”
“야 염희정!!!!!!!!!”
“두달전쯤에...같은 버스타고 올때 물어봤어....”
“아................그렇구나....근데 정말 187이야? 후와......진짜 크긴 크구나...하긴...창피해서 우린 옆에 서지도 못하겠더라. 그나마 너 정도 되니까 ....”
“희정이도 고목나무에 매미 신세 꼴이던데 뭐...야 염희정 너 170 안돼?”
“응 168...”
“거봐.......쟤가 저런데 우린 오죽하겠니........에휴~~~~~~일찌감치 포기...”
“미친년.....난 그래도 내 가슴속에 영원히 오빠로 간직할래........오빠...사랑하는 민수오빵....안아줘용~~~~~내 빵빵한 가슴..꼬옥 안아서 만져줭........”
“푸하하하하하.........”
“똘아이년.........낄낄낄..”
집에 돌아와서도..
중3 이후로 안마셔본 맥주 몇모금에 취해가면서도....
친구들의 수다는 들려오지 않았던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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