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키스해도 돼요?
새벽에 수희와의 일이 있은 후, 집에 와서 잠을 잔다고 잤지만, 내게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까지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눈을 뜨고 나니까 배가 너무 고파서 허기질 정도이다.
그런데도 내 앞에 앉아있는 아이린의 단아한 모습에 내가 정신을 잃은 것 같다.
<내 옆으로 누우라>는 말이 어떻게 내 입에서 아이린에게 나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다.
내 팔은 이미 아이린의 허리를 둘러버렸고, 내 손은 그녀의 옆구리에 가 있다.
아이린의 눈이 감기고, 내 손을 아이린의 손이 와서 꼬옥 잡는다.
그녀의 발그레한 얼굴이 약간 옆으로 돌아가있다.
이렇게 되면 내가 일을 저질러버린 것이다.
아이린은 마치 나를 달래기라도 하는 듯 낮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태현씨, 이제 그만 일어나서 점심 먹자."
아이린에게 뭐라고 대답하는 대신에 나는 아이린의 허리를 내 쪽으로 힘껏 당겼다.
앉은 채로 약간 버팅기던 아이린은 내게로 힘없이 쓰러져온다.
나는 아이린을 받아 안았다.
나는 팬티만 입고 이불 속에 있다.
아이린은 이불 밖에 있고, 가게에서 일할 때 입는 청바지에 남방차림이다.
나와 아이린 사이에는 얇은 이불 한 장이 있다.
아이린은 몸을 옆으로 세워 내게 등을 보이고 누워있다.
나는 아이린의 몸을 당겼으나, 아이린이 힘을 주어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린의 뒷목에 얼굴을 묻었다.
아이린의 머리에서 향긋한 냄새가 바로 내 코로 들어온다.
아이린은 무엇 때문인지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 샴푸 냄새는 아닌 것 같은데 ..
"이러고 있으니까 좋아?"
"응."
"어쩜. .. 자기는 내 생각을 눈곱만큼도 안해? 자기만 좋으면 되는 거니?"
"내가 누나 생각을 안 한다고?"
"하아. .. 자기가 이러면 .. 난 어쩌라고?"
"누나가 왜?"
나와 아이린은 이 어색한 국면을 타개하려고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그 말은 아마도 거의 횡설수설이나 중얼거리는 정도였다.
나는 팔 하나를 아이린의 겨드랑이를 지나 가슴 앞으로 보냈다.
아이린은 또 내 손을 잡는다.
아마도 내 손이 자기 가슴을 잡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 같다.
아이린의 숨결이 약간 거칠어진 것 같다.
아이린에게 물었다.
"나 쳐다보기도 싫어요?"
"그런게 아니라, 갑자기 이렇게 하면 .."
"갑자기가 아닌데. 지금까지 누나가 나한테 한 것을 생각하면. .. 하하."
"하아. .. 내가 언제? 뭘 어쨌다고?"
"이러언. .. 다음부터는 CCTV로 찍어놓든지 해야지."
"......."
"방금 전에 누나가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눈이 부셔서 쳐다보지를 못하겠어."
"햇빛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눈이 왜 부셔? 잠을 잘 못 잤나?"
"누나가 반짝 반짝 빛났거든. 하하."
"아이. 참. .. 내가 무슨 빛이 난다고"
아이린이 나를 향해서 돌아누워서 나를 감동시킨다.
이제 아이린의 얼굴이 내 코 앞에 와있다.
아이린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내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인다.
내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의 얼굴에 눈, 코, 입이 오목조목 모두 들어있다.
아이린은 두 눈을 빤히 뜨고 나를 보고 있다.
붉은 입술은 굳게 닫혀있다.
아이린은 한 손을 뻗어서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나는 아이린의 어깨로 팔을 둘러서 아이린의 몸을 내 쪽으로 당겼다.
아이린은 내게로 몸을 밀착시켜오면서 머리를 내 어깨로 기대와서 눈을 감는다.
나는 손가락 두 개로 아이린의 굳게 닫힌 입술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 예쁜 입술에 키스 할까요?"
"싫어. 하지 마."
"그럴 줄 알았어. 괜히 물어봤네. 그냥 해버릴 껄."
"하기만 해."
"하면 어쩔껀데?"
"하아아. .. 가만 안둬."
내 어깨에 닿은 아이린에게서 거친 숨이 내 목으로 쏟아진다.
아이린의 남방 단추 두 개가 풀려있고, 남방의 앞자락은 뒤틀려있다.
그 안으로 뽀오얀 가슴이 보인다.
그 안을 들여다보던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아이린은 눈을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애들은 오피스텔 마음에 들어해요?"
"그럼요. 둘다 아빠한테 완전 뻑 갔어요."
"다행이다."
"그런데, 태현씨. .. 우리 지혜 어떻해?"
"왜? 무슨 일이 있어요?"
"어제 짐 정리한다고 피곤해하면서도 새벽 두시 넘어서까지 자기를 기다리는 거야."
"내가 여기 안 오고 집에 간다고 했는데?"
"그건 자기가 지혜한테가 아니고 나한테 보낸 거잖아요."
"그렇지."
"지혜가 저한테도 무슨 연락이 올꺼라면서 기다리던 눈치였어."
"그 시간까지 날 기다리면서 뭐했는 줄은 알아요?"
"옷정리, 책정리 하다가 나중에는 공부한다던데, 잘은 모르겠고 ..."
"그럼 나한테 연락하지 그랬어요?"
"나는 분명 카톡을 보냈는데, 자기가 안보던데?"
"별로 걱정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지혜 나이가 지금 한참 그럴 나이라서 걱정이 .."
"하하하. 걱정하지 마요. 내가 지혜에게 늑대짓을 하지는 않을테니까."
"그건 그렇고, 자기 뭐라도 좀 먹어야 할텐데. .."
내 말에 아이린은 얼른 말을 바꾸면서 눈을 내리깔아버린다.
아이린은 지금 엄마로서 딸을 걱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경고를 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 둘은 처음으로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다.
또 나는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린을 안고 있다.
나는 아이린에게서 떨어지기 싫었지만, 아이린이 일어나자고 자꾸 보챈다.
"이제 고만 일어나자니까."
"나는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했거든요."
"먹고 와서 또 이렇게 하자. 그럼 됐지?"
"거짓말."
"아이 참. .. 이러면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꺼야.."
아이린이 거짓말을 한다.
식사하고 와서 또 이렇게 있어주겠다는 것이나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것은 아이린이 하는 거짓말이다.
나를 꼬득이기 위해서 둘러대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정말 배가 엄청 고팠으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욕실로 가서 씻고, 옷방에서 청바지에 티셔츠를 꺼내 입고, 그리고 다시 침실로 갔다.
아이린은 침대를 정리하고 있다.
주방에 있는 커피메이커에서 커피가 다 됐다고 부글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거실 전체에서 커피 냄새가 진동할 정도이다.
나는 충전기에서 전화기를 뽑아 들고 주방으로 갔다.
아이린은 어느새 주방으로 와서 커피를 잔에 따르고 있다.
유리창으로 5월의 맑고 따스한 한낮의 햇살이 들어온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서 조용히 커피를 마신다.
아이린의 눈길이 자주 나와 부딪히고, 아이린의 얼굴에 간간이 미소가 번진다.
"자고 일어나서 여자랑 커피 마시는 일이 자주 있지?"
"자주는 뭐. .."
"그럴 때마다 항상 다른 여자였겠고?"
"아니. 이제 나를 뭘로 보고 하는 소리죠?"
"말 안해도 다 알아요. 알면서 물어본 거야."
"누나!"
"자기는 방황하는 남자야. 어제 밤에 집에서 잤다는 말도 거짓말이지?"
"참나. .."
내가 말하지 않고 숨기려고 했던 것을 아이린이 어떻게 알아챘을까?
여자로서 가진 여섯번째의 감각 때문일일까?
나는 들키고 나니까 부끄럽지만, 또 아이린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와 아이린은 커피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으로 걸어가면서, 또 밥을 먹으면서 아이린은 어제 이사한 일을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포장 이사 그리고 저녁에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은 이야기.
식사 후에는 아이린이 가게로 간다고 해서, 나는 아이린을 PC방 앞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PC 방 앞에 도착한 아이린은 멈춰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애들 에버랜드에 간다던데 ..."
"누나도 가고 싶어?"
"가고는 싶지. 그치만 용인 말고, 다른 데."
"거기가 어디야?"
"아냐. 됐어. 이따 저녁에 봐요."
아이린은 2층으로 계단을 올라갔고, 나는 집으로 갔다.
집에서는 엄마 혼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계셨다.
"이 좋은 날 엄마는 혼자 집에서 무슨 궁상이래?"
"난 늘 혼자거든. 너야 말로 전화도 안받고, 여기는 웬 일이야? 또 돈이 필요해?"
"돈은 나도 많거든요. 외근 때문에 차 가지러 왔어요."
"그럼 다행이고."
"엄마가 지난 번에 빌려주신 것 갚을께요."
"됐네요. 다음에 또 손 내밀지나 말아요."
"아아. 바다와 같은 이 엄마의 사랑. 눈물 찔끔. .. 헤헤."
나는 군에 가기 전에 엄마의 그렌저를 물려받아서 타다가, 입대하면서 다시 엄마에게 반납했다.
제대하고 나니까 엄마는 바다색 액센트를 사주셨다.
그렇지만 내게는 차를 탈 일이 별로 없어서 2주 정도를 집 앞에 세워두고 있었다.
이제 수희와 같이 외근을 다닐 때에, 회사차 보다는 내 차가 좋을 것 같아서 가져가려고 한다.
나는 액센트를 세차장으로 끌고 가서 깨끗이 세차했다.
기름까지 꽉 채워서 주유소를 빠져나오는데 벌써 해는 기울어간다.
오피스텔 앞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PC방으로 갔다.
아이린이 나를 보고 웃는다.
"왜 이제 나타나?"
"집에 갔다 왔어요."
"어제 밤에 집에서 자고 새벽에 왔다며, 또 갔어?"
"난 집이 여러개거든요. .. 헤헤."
그 때 지혜에게서 전화가 온다.
나는 재빨리 흡연실로 가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와아아. 오빠, 아직 살아있네?"
"뭐야?"
"하루 종일 전화도, 카톡도 전부 다 씹었잖아."
"씹긴? 그러고 보니까 나도 쪼끔 바빴네."
"알았어. 오늘도 공부 못할 것 같아. 나랑 경식이 지금 완전 KO 상태거든."
"기왕 날 잡아서 노는 것이니까, 공부 생각하지 말고 확실하게 놀아."
"진짜? 그래도 돼?"
"공부를 찌질하게 하는 애들이 노는 것도 찌질해."
"와아아. 오빠 그 말 완전 심했다. 이따 봐."
나는 통화를 끝내고 흡연실을 나와서 카운터로 갔다.
그런데 거기에 아이린은 없었다.
낯익은 알바생이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는 PC방 밖으로 나와서 서있었다.
한참 후에 아이린도 내려와서, 방금 화장실에 갔었다고 했다.
나는 내 액센트의 문을 열고 아이린을 차에 태우고, 나도 운전석에 탔다.
"차가 너무 귀엽네. 자기 차야?"
"네.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 말해요."
"지금? 늦어서 안되거든요. 애들 오면 어쩌려고?"
"애들? 저녁은 먹었겠고. 자기들 텔도 따로 있는 데 뭐가 걱정이래?"
"그럼 멀리는 가지 말자."
우리는 잠시 한강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고, 마트에 들러서 물건을 사기로 했다.
나중에 내가 애들에게 줄 선물과 약간의 음료수를 사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서강대교를 건너서 여의도로 갔다.
원효대교 방향으로 가다가 한강공원에 차를 주차해 두고, 걸어서 강변으로 내려갔다.
배타는 나루 옆에서 아이린은 벤치에 앉고, 나는 그 옆에 서있다.
초저녁 강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나는 한 손을 아이린의 어깨에 얹었고, 아이린이 그 손을 잡는다.
"태현씨, 오늘 이상해."
"뭐가?"
"자기 스킨쉽이 감당이 안돼."
"이상하다. 위험한 부분에는 절대 손대지 않았는데?"
"위험한 부분? 내 몸에 위험한 부분이 있어?"
"엄청 많아요, 하하. .. 싫으면 손 치울께요."
"싫다고 안했어."
"오늘은 내가 이상해야 건전해. 누나가 이상하면 완전 변태 같아."
한강 이쪽 저쪽으로 불빛이 찬란하다.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키스해도 돼요?"
"안물어보고 그냥 한다며?"
"그러면 가만 안둔다며?"
"여기 다시 안오면 안되나?"
사람들 오가는 것이 뜨음 할 때 나는 용기를 내서 내 입술 사이로 아이린의 아랫입술을 물고 천천히 빨아들인다.
아이린도 입을 열어서 내 윗입술을 빨았다.
여자들도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운동하느라고 씩씩대며 걷는다.
괜찮은 몸매가 지나갈 때면 나는 고개를 돌려가며 넋을 잃고 바라본다.
몇번을 그러자 아이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날카롭게 한마디 했다.
"가요. 마트로 가요."
"그럴까? 아직 시간 있을텐데?"
"어휴. 이 변태."
"내가?"
아이린은 팔짱을 끼며 나를 끌었다. 팔에 물컹한 가슴이 느껴진다.
차있는 곳으로 걷는 동안 아이린은 계속 내 팔을 당겨서 자기 가슴을 눌렀다.
아이린의 가슴에서 자극이 맹렬하게 내 몸을 공격해온다.
내가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볼 때마다 아이린은 가슴으로 나를 공격한 것이다.
"누나, 갈수록 점점 야해지는데?"
"밤이야. 여자는 밤이면 야해진대."
"그럼 누나가 밤마다 야했나?"
"내가 야하지 않으면, 자기가 다른 야한 여자들 쳐다보느라고 정신을 못 차리잖아."
우리는 차를 타고 성산대교를 건너왔다.
마트에 들러서 물건을 카트에 싣고 계산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린의 전화기로 지혜가 전화를 했다.
"엄마, 어디야?"
"왔니? 나 지금 마트니까, 씻고 쉬고 있어. 곧 갈꺼야."
"오빠는?"
"여기 같이 와있어."
우리는 오피스텔로 갔다.
세 방으로 갈 짐을 나와 아이린이 나누어 들었다.
짐을 전부 일단 내 방에 올려다 놓고, 거기서 두 방으로 내려갈 짐을 나누어 들었다.
우리는 우선 경식이 방으로 내려갔다.
경식이는 거의 잠들어있다가 깨어난 것 같다.
아이린은 경식이의 냉장고에 음료수를 넣어주고, 나는 선물을 전해주었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경식이의 방을 나섰다.
그런데 인형처럼 맑고 깨끗한 지혜의 얼굴은 아직 초롱초롱하다.
머리도 아직 물기에 젖어 촉촉하다.
지혜도 잠옷으로 입는 원피스바람이다.
"어라? 피곤하다더니 뻥이었니? 이 정도면 공부해야 하는데?"
"남자가 한번 한 말은 지켜야지. 하하."
"이것 받아. 이사 축하한다."
"흥! .. 여신 이사 들어오는 날 외박하고 이걸로 때우시겠다?"
"그건 아니고 .."
"그럼 나랑 소주 한잔 해요."
"얘가? 갑자기 웬 소주야?"
"엄마, 피곤할 때 소주 한잔 마시고 푸욱 자면 엄청 좋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지?"
"그런데, 지혜야, 어쩌지? 나한테 소주는 없고 와인이나 맥주가 있는데?"
"그럼 나야 더 좋죠. 엄마랑 먼저 올라가. 옷만 갈아입고 금방 갈께."
나와 아이린은 내 방으로 올라왔다.
아이린은 식탁에 술상을 차렸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린이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했다.
"하아. .. 어떻해?"
"왜? 와인이 없어?"
"그게 아니라. 태현씨 아직 저녁 안 먹었을텐데 .."
"에이. 그거야 배달피자 한판이면 돼요."
아이린은 피자를 주문했다.
나는 우선 두 잔에 와인을 따라서 아이린과 건배했다.
"밤에 야한 여자를 위하여. 하하."
"에이. 그러지 말고, 변태를 위하여."
우리가 그 잔을 비울 때 주문했던 피자가 왔다.
지혜도 그 때 올라왔다.
"웬 피자?"
"엄마랑 나, 아직 저녁 못 먹었어."
"나도 한쪽만 먹자."
"저녁 먹었다며?"
"엄마는 날 아직도 모르나? 저녁은 저녁이고, 피자는 피자죠."
"알았다. 먹어라. 먹어."
"그런데, 오빠는 오늘 뭐 하느라고 바빴어? 우리 없을 때, 엄마를 데리고 나가서 데이트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하면 안돼?"
"지혜야!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네."
"엄마, 내가 뭐 틀린 소리 했나? 어차피 오빠 게임밖에 더 해? 그런 것 말고 좀 더 생산적인 것을 하면 좋지않냐 이거지."
"지혜야. 내가 엄마랑 데이트 하면 생산적이니? 그럼 내 앞길은 어떻게 되라고?"
"오빠 여친 아직 이 나라에 없다며? 그렇다고 누가 우리 엄마랑 바람 피랬나? 오빠랑 엄마가 영화보고 저녁먹고 그러면 안되는 사이야?"
"알았어. 다음에는 그렇게 할테니까 걱정 말고, 건배."
나는 시큼한 와인이 들어가면 지혜가 조용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지혜는 발그레한 얼굴로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쫑알거린다.
주로 오늘 아빠랑 새엄마랑 같이 놀면서 있었던 일들이다.
나는 조용히 피자를 먹고 와인을 마셨다.
지혜가 이런 나를 보고 한마디 한다.
"밖에 나가서 외박까지 해도, 이 여신만한 여자가 없지? 헤헤."
"여신 말이 맞다니까."
나중에 자리를 끝내고 일어서는데 아이린이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오늘 밤에는 나 혼자 올라가서 자야 하네?"
"에이. 나나 오빠가 있잖아? 우리가 엄마 혼자 올라가게 그냥 둘 것 같아?"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나는 길을 따라 앞서 걷고, 지혜와 아이린은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아이린의 아파트에서 지혜와 나는 아이린을 엘리베이터 안에 들여보내고,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
아파트 단지를 걸어나올 때 지혜는 내게 팔짱을 끼고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지혜의 가슴은 아이린의 가슴보다는 작았지만 나이에 비해서는 제법 큰 것 같다.
"나와서 살게 돼서 좋으니?"
"오빠가 와박하는 것을 코앞에서 보는데, 좋긴 뭐가 좋아?"
"야아.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오냐?"
"그런데 어제 원나잇은 성공한 거야?"
"집에서 잤다니까."
"됐어요. 지금 누굴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엄마는 믿어?"
"아니."
"거봐. 나도 안믿어."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지혜는 5층을, 나는 7층을 눌렀다.
그런데 지혜가 5층에서 내리면서 나를 끌고 내렸다.
"여신을 밤길에 온자 가게 하려고?"
"무슨 밤길? 바로 10미터도 안되는데."
"그것도 밤길은 밤길이잖아? .. 헤헤."
지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지혜에게 잘 자라고 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비상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제혜가 다시 내게 팔짱을 끼고 따라온다.
복도에서 꺾어서 계단으로 들어섰다.
지혜가 나를 불렀다.
"오빠."
"응?"
지혜가 갑자기 내 뺨에 뽀뽀를 했다.
"올라가서 잘 자라고."
"에이."
"여신이 얼굴에 뽀뽀하는데, 혹시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불만? 불만은 무슨 불만? .. 아냐. 전혀 없어. "
지혜은 재빨리 내 입술에 뽀뽀를 한다.
여리고 축축한 지혜의 입술이 내 입술을 흥건하게 적시면서 부드럽게 처천히 빨아들인다.
"으읍. .. 읍읍. .. 지혜. .. 너. .."
그런데 지혜는 벌써 계단을 나가서 복도로 가고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지혜의 뒤를 따라갈까 하다가 그냥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내 혀로 내 입술을 핥으며, 내 입술에 묻어있는 지혜의 타액을 느끼려고 애를 썼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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