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부산으로
월요일 아침에 자고 있는 나를 지혜가 키스하면서 깨웠다. 나도 잠결에 지혜를 덥석 안아버렸다. 지혜가 침대에 걸터앉아 몸을 구부리고 나의 입술을 빨다가 내게로 무너져 내렸다. 지혜의 탱글탱글한 가슴은 내 가슴을 짓누르고, 지혜의 향긋한 입술이 내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나도 지혜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빨아당겼다. 지혜가 내 귀에 속삭였다.
"오빠, 지금 잠이 와?"
이 말을 들은 나는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줄 알고 두 눈을 떴다. 내 눈 앞에 지혜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클로즈업 되어 있다. 지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혜는 벌써 놀러 가는 옷차림이다. 선명하게 빨간 핫팬츠에 옅은 핑크빛이 살짝 들어있는 반팔 라운드티. 그 안에 갇혀있는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기세이다. 라운드 티의 앞가슴에는 마릴린 먼로의 붉은 입술이 커다랗게 찍혀있다. 지혜의 입술도 그 정도는 빨갛다.
"어? 지금 몇시?"
"여덟시."
"아직 새벽이구만. .."
"어제 또 술 마시고 늦게 왔구나?"
"술은 마셨는데, 늦지는 않았거든요."
"나 내려갈 때가 12시였는데, 그 때까지 안왔으면서 .."
"1시에 왔어. 엄마는?"
"경식이랑 같이 가게에 있어. 문 잠그는 일이 오래 걸린대."
"짐은 챙겼니?"
"대충."
나는 지혜를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욕실로 달렸다. 뒤에서 지혜가 깔깔거린다. 안그래도 아침마다 볼상사납게 텐트를 치는데, 오늘은 쪼끄만게 나를 너무 몰아붙였다.
나는 찬물로 샤워를 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면바지와 반팔 남방차림으로 거실로 왔다.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도록 해놓고, 침실로 가서 침대를 정리했다. 그런데 지혜가 보이지 않는다. 집 아니면 가게에 갔겠지 생각하고 여기저기 정리를 하려고 부산하게 오고갔다. 그런데 아이린이 어제 벌써 다 치웠기 때문에 치울 것도 별로 없다.
나는 CD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스타트 스위치를 눌렀다. 식탁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데, 지혜가 현관 문을 열고 쏘옥 들어온다. 얼굴을 보니까 그 사이에 내려가서 화장을 옅게 한 것 같다.
"오빠, 나도 모닝커피 한잔 마시면 안돼?"
"피부 망가진다니까."
"에이. .. 커피 한잔에 여신 피부가 왜 망가져?"
나는 지혜에게 커피 한잔을 따라주었다. 지혜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다가 아이린의 차가 오피스텔 앞에 있다면서 나에게 키를 건네주었다. CD 플레이어에서 곡이 바뀌자 지혜가 약간 놀라는 표정을 한다.
"앗!"
"왜?"
"오빠, 죠지 거슈인(George Gershwin) 이다."
"그 사람은 이 곡의 작곡가야."
"곡 이름이 아니었어? 하하."
"이 곡은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 그런데 네가 이 곡을 어떻게 알아?"
"난 알면 안돼? 학교에서 곰탱이가 수업 시간에 들려줬거든."
"곰탱이는 또 누군데?"
"우리 음악쌤. 하하."
"누가 연주한 곡으로 들었어?"
"몰라. 레오날드 번슈타인 (Leonard Bernstein)이 그랜드피아노에 앉아서 지휘하면서 직접 피아노도 연주하고."
"이것도 바로 그 연주 부분만을 CD 로 만든 거야. 이 곡은 다른 클래식이랑은 전혀 다르지?"
"완전 생뚱맞아. 째즈가 자꾸 나오는 바람에 우리는 쌤이 음악을 잘 못 가져온 줄 알았어."
"클래식하는 사람들이 이 곡처럼 재즈도 갖다 붙이고. ..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했거든."
"이 곡 처음부터 다시 들으면 안될까?"
"왜?"
"처음에 시작할 때 나오는 클라리넷 독주를 들으면 완전 소름 돋던데.."
지혜는 CD 플레이어로 가서 그 곡을 처음부터 다시 재생시켰다.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것이라서, 처음에는 박수치는 소리가 먼저 나온다.
"지금 레오나드 번슈타인이 무대에 나오는 동안이야. 오빠도 이 영상 봤어?"
"아니야. 나는 말로만 들었어."
그런데 내가 한 대답은 거짓말이었다. 한수정은 나에게 이 곡의 연주 실황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내 기억에 아마도 17분 짜리였던 것 같다.
한수정의 말에 의하면 미국은 유럽에 대하여 문화적으로는 항상 콤플렉스를 갖고 있으며, 또 미국인들은 문화적으로는 미국이 유럽의 식민지라는 말 까지도 공공연하게 한다고 한다. 이 때 뉴욕 필하모닉에 나타난 레오나드 번슈타인은 유럽에서까지 지휘를 하면서, 그 당시 독일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경쟁에 나섰다. 나중에는 콧대 높은 유럽인들도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이 연주는 1976년에 영국 런던의 켄싱턴 가든에 있는 <로얄 알버트 홀>에서 그의 지휘로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하는데, 지혜가 말한 대로, 그는 지휘대에 그랜드피아노를 놓고 앉아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지휘했다.
곡이 시작되자 먼저 박수 소리가 난다. 그런데 지금 레오나드번슈타인이 무대로 나오는 대신에, 지혜가 나에게 와서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지혜는 내 뒤로 서서 나에게 백허그를 한다. 클라리넷 독주가 시작되자 지혜는 가슴을 내 등에 대고 음악에 맞추어 짓누르면서 터뜨릴 것처럼 일그러뜨리고 있다. 나는 내 가슴에 와있는 지혜의 손을 잡고 내 등을 지혜의 가슴 쪽으로 살짝 밀어본다. 내 귀로 숨을 몰아쉬는 지혜에게 나는 한마디 한다.
"그러다가 가슴 터질라."
"하아. .. 터지면 오빠 책임이야."
"먼저 누른 것은 너거든?"
"오빠도 뒤로 밀었거든. .. 아흑. .. 방금 또 .."
지혜는 내 귀에 숨을 몰아쉬며 꼬박꼬박 말대꾸를 한다. 그렇지만 지혜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고, 거친 숨소리와 섞여있다. 나도 꿈속에 있는 것처럼 흥분에 들떠있다. 지혜는 아랫배와 그 아래 쪽의 도톰한 부분까지도 내 엉덩이에 밀어붙이고 비빈다.
레오나드 번슈타인이 피아노 독주를 시작할 때 내 고개가 지혜 쪽으로 돌아갔다. 지혜는 백허그를 풀고 내 앞쪽으로 와서 나를 안는다. 피아노가 연주하는 재즈 멜로디에 맞춰서 자기 가슴을 내 가슴에 대고 누른다. 나도 지혜의 몸을 끌어당겨서 안으면서 지혜의 가슴을 눌렀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지혜는 내 입술을 빨고 있다. 템포가 빨라지면 내 입술을 문채로 빨면서 혀로 핥기도 한다.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지휘에 따라서 17분 동안을 우리는 서로를 부등켜 안고 비비면서 키스를 했다.
나에게는 엄청 아쉽게 ..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가 끝났다.
그래서 우리의 키스도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식탁에 나란히 붙어 앉아서 식은 커피를 마셨다. 지혜는 왼손으로 내 오른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왼손으로 마셔야 했다.
아이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마지막 손님을 내쫓다시피하고 PC 방 문을 잠갔다면서 우리에게 내려오라고 했다. 나와 지혜는 아이린의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아이린은 세차를 했는지 흰색 차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우리는 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깜찍한 지혜나, 귀여운 경식이, 그리고 우아한 아이린은 각자 또는 전부 셔터를 눌러댄다. 나중에는 우리 넷이 차 앞에 서고,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젊은 여자를 불러 세워서 우리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차에 탔다. 나와 아이린은 앞자리에, 그리고 지혜와 경식이는 뒤에 탔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아이린은 등받이를 뒤로 약간 비스듬히 젖히고 편안하게 기대고 있다. 아이린도 하얀 반바지, 그리고 하얀 반팔 티에, 운동화와 야구모자도 흰 색이다. 오늘 아이린의 컨셉은 하얀 여인인가? 아이린의 두 가슴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안전벨트에 약간 질투심이 생긴다. 반바지는 무릎 위 15센티미터 쯤에서 끝나고, 역시 하얀 허벅지가 무릎까지 내려온다. 모자는 약간 위로 올려썼고, 꼬옥 감고있는 검은 눈이 파르르 떨린다.
나는 룸미러로 뒤를 둘러보며 지혜와 경식이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을 보고 재촉하면서 출발을 선언했다.
"10시 정각입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 매십시오."
"예. 하하하."
"형, 우리 아침은 어떻게 해결해요?"
"그것은 엄마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 내 생각에는 고속도로에 휴게소 엄청 많거든요."
우리는 한산한 한남대교를 건너고, 여유있게 뻗은 넓직한 도로를 달려서 고속도로에 올라왔다.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130까지는 밟을 수 있었다. 휴가 가는 기분이 이제야 든다.
한참 가다가, 뒤 쪽이 조용해서 룸미러로 뒤를 보니까 애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아이린도 고개를 돌려서 잠깐 애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몸을 내 쪽으로 돌려 나를 보고 말하면서 눈이 젖는다.
"태현씨, 고마워요. 태현씨 덕에 우리 식구가 여름 휴가도 가네요."
"아이 참. .. 누나, 방금 전에 우리 기분 좋게 출발했거든요?"
"미안해. 꿈도 못꾸다가 이렇게 갑자기 가게 되니까 .. 울컥하는 바람에 ..."
"지혜 아빠도 같이 가시면 좋을텐데요."
"애아빠가 같이 못가서 미안하다면서, 이번 휴가비를 자기가 부담한대. 이번에 눈 딱 감고 마음 놓고 질르고 오래. 하하."
우리는 세군데의 휴게소에 들러서 군것질을 했다. 또 애들도 아이린도 한숨씩 잤다. 우리가 부산에 들어선 것은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였다. 원래는 나와 아이린이 교대로 운전하기로 했지만, 나 혼자 부산까지 운전해서 왔다.
우리는 우선 해운대에 있는 해운대 쎈텀호텔로 갔다. 나는 전화로 20층에 있는 스카이블루 스위트룸 두개를 예약하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비는 스위트룸은 한 개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방은 아이린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나는 19층에 있는 가든 스위트를 예약했다.
나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카드키 두쎄트를 받았다. 서로의 방에 드나들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나와 아이린이 한세트씩 나누었다. 아이린의 키에도 내 키가 달려있고, 내 키에도 아이린의 키가 달려있다. 이 아이디어는 지혜가 낸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머리는 잘 쓰는 것 같다.
우리는 우선 20층에 있는 아이린이 묵을 방으로 갔다. 앞 쪽은 전부 유리벽이다. 지혜는 거실 쪽에, 경식이는 침실 쪽에 있는 유리벽에 붙어서 밖을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아이린은 한번은 경식이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지혜에게 가서 한번씩 안아주고 같이 밖을 구경한다. 가까이에 보이는 것은 벡스코 단지, 백화점, 그리고 아파트들이다.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간다고 방을 나서는데, 전부 다 따라 나온다. 우리는 내가 묵을 방도 구경했다. 위층은 더블베드이지만, 여기는 프렌치 베드이다. 일인용 침대 두 개가 따로 떨어져있다.
우리는 한시간 후에 위층에서 만나서 저녁 먹으러 나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경식이가 올라가기 싫어한다.
"형. 나 이 방에서 형이랑 같이 있으면 안될까?"
"안돼. 가족은 같이 있어야 해. 더구나 너는 남자거든요."
"에이. 그래도 침대가 하나 뿐인데 여자 둘이랑 쫌 .."
"엄마랑 누나잖아? .. 참아. 겨우 이틀 밤이야."
"어차피 형 방에 침대 하나는 비어있구만."
"임자 있거든요?"
"어? 누구?"
"아무튼 너는 아니야."
경식이가 입을 삐쭉 내밀고 투덜거리면서 올라갔다.
저녁은 애들이 횟집에서 먹자고 했다. 우리는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횟집으로 이동했다. 아이린과 나는 소주를 마셨다. 당연히 지혜도 같이 마시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식이까지 껴든다. 아이린은 경식이에게도 소주 마시는 것을 허락했다.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야. 우리 다 같이 마시고 잠이나 푹 자자."
"뭐? 엄마는 자러 휴가 왔어요?"
"오느라고 피곤했으니까 .."
"엄마는 오면서 계속 자던데 뭐가 피곤하다는 거야? 오빠야 혼자 운전을 다했으니까 오빠가 피곤하다면 이해가 간다."
"맞아. 엄마 쫌 심했어요. 하하"
우리는 식사 후에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리자 애들은 호텔 건너편으로 있는 벡스코 주변과 바닷가 쪽으로 산책을 하자고 했다. 나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저녁 바람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덥지 않아서 걷기에는 괜찮았다. 내 왼쪽에는 지혜가 팔짱을 끼고 있고, 오른 쪽에는 경식이가 있다. 아이린은 우리 뒤에 혼자 따라온다.
"형. 부산 공기가 쫌 이상하지 않아요?"
"맞다. 비릿한 냄새가 나고. .. 오빠는 못느끼지?"
"내 코도 살아있거든요. 바닷가니까 아무래도 바다 냄새가 나겠지?"
건너편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듯 지혜는 바로 바닷가로 가자고 했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조선호텔 쪽으로 가서 백사장으로 갔다. 애들은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돌아다닌다.
나와 아이린은 물가로 갔다. 물결이 찰싹거리면서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아이린은 저 건너편 어둠 속 어딘가에 있을 수평선 쪽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내 손을 살짝 잡는다.
"누나, 바닷가에 오니까 기분이 약간 쎈치해지는구나. 이러다 애들 오면 어쩌려고?"
"아.. 맞네."
내 말을 들은 아이린은 놀라면서 얼른 손을 놓는다.
"누나가 엄청 피곤할텐데, 쉬지도 못하고."
"나야 ... 애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이 쉬는 건데. 자기가 피곤해서 어쩌지?"
"나는 아직은 쌩쌩해요."
아이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애들이 약간 멀리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내 뺨에 입술을 대고 키스한다.
"아이. 씨이. .. 도둑질 하는 기분이네. .. 하하."
"누나가 도둑질 한 것 맞거든요. 하하."
"아이잉. .. 자기 진짜 이럴꺼야?"
밤이 깊어갈수록 더 시원해진다. 애들은 피곤한 것도, 잠잘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나는 꾹 참고 버티고 있었다. 아이린이 드디어 애들을 불렀다.
"우리만 생각하면 어떻해?"
"맞다. 오빠가 너무 피곤하겠다."
"아아. 형. .. 자러 가기기에는 이 밤이 너무 아깝다. 안그래요?"
"바닷가라서 더 시원하니까."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각자 방으로 갔다.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에 떨어졌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두런두런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혜가 저쪽 침대에 누워있고, 경식이가 그 침대에 걸터앉아서 서로 얘기하고 있다. 나는 놀라서 기겁을 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 너네들이 왜 여기에 ..?"
"경식이가 자면서 자꾸 나를 발로 걷어차잖아. 엄마는 소파에서 자고 있고. 그래서 나는 잘 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이리로 내려왔어."
"그럼 한밤중에 이 방 키는 어디서 났어?"
"엄마가 우리방 키에 같이 매달아 놨잖아? 갖고 내려와서 문을 열고, 다시 올려다 놨어."
"엄마랑 나는 누나가 가출한 줄 알고 엄청 걱정했거든."
"얘는? 내가 휴가 와서 왜 가출하냐? 하하하."
잠시 후에는 아이린도 내려왔다. 아이린은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물었다.
"지혜 때문에 어떻게 주무셨어요?"
"나는 지혜 오는 줄도 몰랐어요. 지금 시끄러워서 깨니까 얘들 둘이 와있네요."
곰곰 생각해보니까 지난 밤에 꾼 꿈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누군가가 내 침대로 와서 내 남성을 만지면서 내 입술과 혀를 빨았었다. 그럼 그것이 꿈이 아니고 지혜가 그랬단 말인가?
나는 지혜를 쳐다보았다. 지혜는 유리벽을 바라보면서 내 눈길을 피한다. 쪼끄만게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 같다. 나는 30분 후에 올라갈테니까 세 식구에게 위층으로 올라가서 아침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데 또 지혜가 내려왔다.
"샤워좀 할께."
지혜는 이 말을 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경식이에게 이 방에서 나와 같이 있으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지혜가 욕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윤기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에는 늘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는 윤기숙의 목소리가 오늘은 약간 들떠있는 것 같다.
"오빠, 지금 어디야? 서울 아니죠?"
"응. 부산인데. 새벽에 웬 일이야?"
"주영심 언니가 급한 일이라면서, 오빠를 꼭 만나야 한다는데, 어떻해?"
"냅둬봐. 영심이가 급하면 영심이가 연락하겠지."
"그게 아니고 한수정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 같은데?"
"캐나다에서?"
"응. 오빠는 전혀 몰라?"
"나한테 오는 이메일에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는데."
"그럼 영심이 언니한테 오빠 부산에서 휴가중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되지?"
"그래.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무슨 비밀이라고?"
“그래도 오빠가 쉬러 내려갔으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쉬어야죠. 하하.”
영심이도 분명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직접 말하지 않고 윤기숙을 통해서 말을 전 했을까? 캐나다에 있는 한수정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데 급하다는 거지?
시간은 벌써 9시이다. 나는 지혜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혼자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경식이는 보이지 않고 아이린이 씩고 나와서 발가벗은 몸으로 옷을 입으려 하고 있다. 내가 들어서자 아이린은 옷을 들고 침실 쪽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전혀 놀라지도 않고, 급하게 서두르지도 않는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유리벽으로 밖을 바라보면서 윤기숙이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전화벨이 울린다. 이번에는 발신인이 주영심이다.
*=*=*=*=*=*
그거는 아직 쫌 더 걸려야겠네요. ㅋㅋ
- Ja"dore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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