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편의 글을 썼는데, 아직 한번도 안해서, 오늘도 또 안하면 되게 까일 것 겉은데 ..
* * *
11. 자기랑 있으니까 너무 좋다.
내 얼굴은 수희의 가슴으로 갔다. 하루종일 브래지어를 했던 자국이 너무 선명하게 나있다. 마치 비너스 상에서 보는 것처럼 두 개의 뽀오얀 봉우리가 볼록 솟아있다. 그리로 푸른 색 선들이 선명하게 지나가는 것이 비친다. 수희의 가슴은 투명한 수정 덩어리같다. 부드러운 봉우리는 내 거친 숨결에도 날려서 흐트러져버릴 것처럼 연약한 가루들이 쌓인것 같다. 그 끝에는 아주 작은 연한 핑크색 열매 한개씩을 달고 있다. 그 열매를 받치는 유륜에는 작은 돌기들이 오돌토돌 돋아있다.
수희에게 모성의 본능이 있다면 나에게는 아기의 본능이 있는 것일까? 갑자기 빨고 싶은 생각이 왈칵 솟으면서 내 몸이 전율에 휩싸인다. 수희가 숨을 쉴 때마다 가슴도 따라서 오르내린다. 성숙한 여인의 살냄새가 짙게 피어 오른다.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에 나는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도 지난 일주일 동안 같이 일하면서 비록 옷 위에서였지만 호기심에 찬 눈으로 몇번 바라보다가 수희에게 들킨 적이 있었다. 같이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스친 적도 있고, 또 수희가 나와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내 팔에 지긋이 눌러온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뭉클해오는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졌었다.
바로 그 수희의 가슴이 지금 이 순간에 내 앞에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에게 강한 흥분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같다. 내가 수희의 가슴을 넋을 잃은 것처럼 바라보는데, 수희의 숨소리가 조금씩 가빠지는 것 같다. 수희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또 수희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나에게도 전염되듯이 내 숨도 거칠어진다.
온갖 음난한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손을 뻗어 움켜쥐고 주무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가슴 곳곳을 내 혀로 핥고, 빨고 싶은 생각에 몸이 떨려온다.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나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내 눈은 수희의 가슴에 고정된 채 나는 약간 몸을 떨어뜨려서 수희의 가슴을 들여다본다.
"그 목욕 관리사 말이 맞네. 수희 가슴 진짜 엄청 예쁘다."
"그게 뭐. .."
"왜? 자연산 아니니?"
"무슨? 말도 안돼. 완전 자연산이야. 그게 아니고 .."
"그럼 왜 그래?"
"하아. .. 나한테는 그냥 있는 건데, 예쁘다고들 하니까 .."
"가슴 예쁜 것이 왜? 남들이 예쁘다고 하면 수희는 싫으니?"
"아이 참. .. 자기한테는 뭐가 그렇게 예뻐?"
"거울 있어?"
"큰 거울은 저쪽 화장대에."
수희의 화장대는 수희의 침실의 안쪽에 있었으므로 우리는 수희의 침실을 지나야 했다. 여인의 남새와 아기자기함이 들어있는 방이다. 수희의 침대에는 큼직한 곰돌이 한 마리가 버티고 앉아서 나를 째려보는 것 같다.
침실 다음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서니까 옷장과 행어 그리고 화장대가 있다. 화장대 옆으로 전신 거울도 있다. 나는 수희를 그 거울 앞에, 거울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게 했다.
"수희가 볼 때, 가슴이 조금이라도 아래로 처졌니?"
"안그러려고 가슴 운동을 엄청 하거든."
"가슴이 여기 쇄골 아래 쪽에서 시작하면서 아래로 갈수록 점점 볼록해지지? 밑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둥그렇게 살짝 들려 올라와서, 끝에 꼭지도 예쁘게 앉아있구만. 유륜도 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 적당하죠. 옆으로 펑퍼짐하지도 않고, 앞쪽은 가운데로 모이면서 정면으로 발딱 서있잖아? 이런 가슴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다른 여자들 가슴도 다 그런 것 같은데?"
"수희, 바보 같다. 목욕탕에 간다면서, 거기서 다른 여자들 가슴 못 봤어?"
"목욕탕에서 다른 여자 가슴을 어떻게 들여다 보고 있어? 사람들이 날보고 레즈라고 이상한 여자 취급할껀데."
"이렇게 양쪽으로 벌어지거나 아니면 끝부분이 뭉뚝하든지, 꼭지가 아래로 향해서 볼품 없는 것들도 많거든."
"나도 나이를 더 먹고, 아기를 낳아서 키우면 그렇게 되겠지?"
"수희 아기는 매일 이렇게 예쁜 가슴을 빨면서 자라니 얼마나 좋을까?"
"웃겨. 지금 아기 얘기가 왜 나와? 벌써 아기를 부러워 해? 하하하"
"그럼 미래의 수희 남편을 부러워해야 하나?"
"남편이 왜?"
"수희 남편은 매일 이렇게 예쁜 가슴을 주무르고 빨고 그럴꺼잖아?"
"하아아. 자기 말 엄청 야한 것 알아?"
"내 앞에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는 수희는 하나도 야하지 않지?"
"나 야하다는 말 들어도 좋아. 다른 사람 말고, 자기가 가슴 예쁘다고 하면서 예뻐해주는 것을 보고싶어."
“지금 진행형이거든요?”
“나중에 남편이 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자기가 주무르고 핥고 빨면 안될까?”
“남의 떡을 왜 건드리냐?”
“지금은 아직 아니잖아? .. 배고픈데, 벌써부터 니떡 내떡 가려?”
“야아. 나 배 하나도 안고프거든요.”
“내 배가 고프다. 제발 쪼오옴…”
나는 이 말을 하면서 수희를 옆으로 서게 했다. 수희는 거울에 비쳐진 가슴의 옆라인을 유심히 본다.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가슴 볼륨의 옆라인을 따라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훑어 내려간다.
"하아. .. 짜릿하면서 전기 통하는 것 같아."
"놀랐나보네. 미안해."
"미안해 하지마. 나 엄청 좋아지거든. 계속해줘."
"더 하면 우리 오늘 사고 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
"자기는 여자 가슴 전문이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살다 보면 이런 가슴 저런 가슴도 보게 돼."
"그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났으면 그렇게 많은 가슴을 알고 있냐고. 한 여자가 가슴 여러개씩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소리 자꾸 하면 나 집에 간다."
"아냐. 가지마. 미안. 미안해요."
수희가 화장대에 앉아서 앞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수희의 얼굴에서 만족하는 기색이 드러난다.
나는 수희의 등 뒤에 섰다. 내 두 손을 수희의 머리에 얹고, 양쪽 귀를 어루만지며 양쪽 볼을 따라 턱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수희의 두 눈이 꼬옥 감기고, 수희의 몸이 움찔한다. 수희의 손이 와서 나의 두 손등에 하나씩 포개진다.
내 손은 수희의 양쪽 어깨로 간다. 앞으로 가서 목과 쇄골 라인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수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고, 입이 조금 열려있다. 아래로 더 내려가서 수희의 아름다운 가슴을 아래에서 받쳐 올리듯이 하며 꼬옥 잡는다.
수희의 턱이 치켜 올라오고, 얼굴이 나를 향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수희의 검은 눈동자에서 뭔가가 흘러 넘칠 것 같다. 수희는 입을 반쯤 열고, 다시 두 눈을 사르르 감는다. 나는 수희의 이마와 양쪽 뺨에 키스한다. 수희의 열린 입에서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하아아."
나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잡아서 밖으로 뽑듯이 당겼다 놓는다.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고 이쪽 저쪽으로 비틀기도 했다. 처음에는 젖꼭지가 너무 작아서 쉽지 않았으나, 점점 부풀어올라서 크기가 조금 커졌다. 양 손에 잡한 수희의 가슴을 움켜쥐고 지긋이 누르면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수희의 두 손이 내 손등에 포개진다. 수희의 입이 열리고 거칠어진 숨이 쏟아진다.
"하아. .. 하아아. .. 하아. .. 자기야 더 꼬옥."
"이 정도면 내가 수희 가슴을 예뻐해준다고 생각해?"
"아직 아닌 것 같아."
"왜? 뭐가 부족해?"
"빨아달라니까 왜 안 빨아주는데?"
"흐으음 .."
"걸레가슴이라서 그러는 거야?"
"또 그누무 걸레소리! .. 그런 말 계속하면 나 집에 감."
"가지마삼. 다시는 안할꺼임. 그런데 왜 안 빨아주는데?"
"그거 빨면 나 오늘 못 참아."
"안 참으면?"
"그럼 사고 나죠. 그것도 완전 초특급 대형으로."
"하하. 그것 때문에 그래?"
"내가 누나랑 사귄다는 말은 같이 섹스하자는 말이 아니었거든."
"자기야. 우리가 섹스하게 될까봐 겁나? 하게 되면 하는 거지."
"섹스는 서로에게 몸과 마음을 열었을 때 해야죠. 충동으로 하면 그건 너무 동물 같잖아?"
"어차피 우리 인간도 동물이잖아? 나는 자기랑 이번 주에 같이 있으면서 몸과 마음 다 열었다고 생각해. 나는 언제든 자기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런데, 자기가 나랑 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아니야.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뿐이야."
나에게 걸레라는 말을 하는 것, 또 내가 수희와 섹스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까 내 마음이 아파온다. 지긋지긋한 그 순간에 수희는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고 치욕적인 모욕을 견뎌내야 했을 것이다. 어서 빨리 그 굴욕의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 고통을 참아야 했을 수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이다. 인간으로서, 또 여인으로의 가치를 모조리 상실 당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걸레같이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수희의 심정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은 반항하고, 울며 매달리고, 빌었겠지만, 한 마리인지 아니면 몇 마리인지 모를 미친 수컷이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인간성을 송두리째 빼앗아갔을 생각을 하면 울분이 솟아오르면서 치가 떨릴 정도이다.
수희가 눈을 감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자기야. 나도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수희가 왜 그런 생각을 한대? 우선 내가 수희를 사랑할거라고 내가 약속했거든."
그 때 내 전화기에 카톡이 들어온다. 열어보니까 지혜다.
"오빠, 이제 이사 끝났어요. 집 구경 언제 와?"
시간은 벌써 자정이 거의 되어간다. 나는 그제야 아이린과 지혜가 떠올랐다. 저녁 내내 지금까지 최수희에게 푸욱 빠져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최수희의 매력일까? 수희는 나로 하여금 자기만 보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것 같다.
수희가 화장대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나는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수희를 안았다. 수희의 좁은 어깨와 등을 맨 살 위에서 쓰다듬었다. 내 가슴에서는 수희의 아름다운 가슴의 모양이 일그러지고 있다. 나는 수희의 힘을 주어 몸을 당겨서 깊이 안았다.
"수희야. 너무 늦었거든. 나 집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자기 혼자 산다고 안 했나? 꼭 가야 해?"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가야지. 나도 귀소본능이 강한 남자거든."
"자기야. 오늘 딱 하루만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
"왜 그래? 무섭니?"
"아무리 엄마가 속을 썩여도, 집에 엄마가 있을 때에는 무섭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자기가 가고 나면 무서울 것 같아."
"24층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걱정하지 마."
"꼭 무슨 일이 생겨서 무섭나?"
"앞으로는 계속 혼자 살아야 할텐데, 어떻게 살을래?"
"자기랑 같이 살면 안될까? 헤헤."
"너 자꾸 그런 생각하면 나 진짜 완전 늑대로 변하는 수가 있거든."
"언제 변할껀데? 좀 빨리 변해주면 안돼? 나는 쫌 급하거든. 하하하."
"착하고 예쁜 수희 ..."
"말로만 그러지 말고 딱 오늘만 부탁해."
그러나 수희에게는 무섭다는 말의 의미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 정도는 나도 하고 있다. 수희가 혼자 자야 하는 첫날 밤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냥 간다는 것도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조금만 자다가 수희가 잠든 후에 새벽에 일찍 나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서 그러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이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럼 나는 거실 소파에서 자고 너는 침대에서 자는 거야. 이거 지킬 수 있지?"
"아냐. 자기가 왜 소파에서 자냐? 저쪽 끝에 손님방에 침대 또 있어."
수희는 거실로 나와서 남방을 몸에 걸쳤다. 단추 몇 개를 대충 채우더니 내 손을 잡고 소파 반대편에 있는 방으로 가서 불을 켰다. 그 방에는 큼직한 옷장과 더블베드가 놓여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수 있겠지?"
"알았어 자고 갈께. 그 대신에 내일은 알바때문에 아침 일찍 조용히 사라진다."
"그럴 자신 있으면. 하하하."
"나 짤리면 큰일이거든요?"
"짤리면 어때? 정과장이 정직원 시켜준다는데 뭐가 걱정이야?"
"나는 투잡맨이잖아?"
"그렇게 돈이 많이 필요해?"
"내년에 미국에 가려고 돈 모으는 중이야."
"알았어. 미국에는 내년에 가시고, 오늘 밤은 이 방에서 보내세요. 잠옷 줄께."
"나한테 맞는 잠옷이 있어?"
"엄마 때문에 형부나 오빠가 오면 자고 가니까 남자들 옷이 꽤 있어."
수희는 옷장의 설합을 열고 나에게 반팔 티와 반바지를 꺼내준다. 내 몸에 맞을 것 같다. 수하는 내 손을 잡고 방을 나서서 욕실로 갔다. 작은 수납장의 설합을 열고 새 치솔을 꺼내서 치약을 짜준다.
"씻고 옷 갈아입고 거실로 오세요. 맥주 마실 준비 해놓을께요."
샤워를 하면서 나는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수희가 나에게 덤벼드는 일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수희의 침실로 건너갈 것 같았다. 찬물을 틀고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정신을 집중했다. 수희는 지난 번 그 악몽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한다. 거기에 나까지 짐이 되면 안된다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내가 거실로 나갔을 때 수희는 TV를 보고있었다. 그 동안 수희는 옅은 초록색 반팔 원피스로 갈아입고 있다. 잠옷인 것 같다. 탁자에는 맥주와 과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하는 두 잔에 맥주를 채워서 나와 함께 건배를 했다. 시원한 맥주가 넘어 가면서 정신은 한층 더 맑아지는 것 같다. 수희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사과 조각 하나를 집어서 내 입에 넣어준다.
"TV 보든가, 피곤하면 들어가서 주무세요. 나도 씻고 올께요."
수희는 내 뺨에 뽀뽀를 하고 욕실 쪽으로 걸어가며 내게 말했다.
"하아. 자기 냄새 참 좋다."
나는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미드였는데 남자 대학교수가 여학생과 관계를 복잡하게 엮어가는 내용 같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남녀 사이는 항상 문제인 것 같다. 거실이 꽤 넓은데도 욕실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수희가 욕실 문을 열어놓고 샤워를 하는 것 같다. 내 눈은 TV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머리 속에서는 아까 본 수희의 가슴으로 물이 흐르고, 바디워셔 거품이 흐르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나는 머리를 흔들면서 미드 내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한참 후에 수희가 욕실에서 나와서 내게로 왔다.
"어머. 우리 자기 .. 안자고 기다렸네? 잠시만요. 머리만 말리고 빨리 올께."
수희는 침실쪽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본 표정 중에서는 가장 밝고 명랑한 것 같다. 나는 내가 남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전화기로 또 카톡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린이다.
"오늘 안오세요?"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는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가슴이 섬찟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아이린의 모습이 떠오른다. 답장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할까? 이 상황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또 거짓말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엄마한테 가서 자요. 내일 아침에 갈께요."
"애들이랑 집들이 하려고 했는데, 그럼 내일 할께요."
엄마가 이 밤에 아이린과 마주칠 일은 없지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지혜에게서 또 카톡이 온다.
"뭐야. 내 톡은 씹고, 엄마 톡에는 총알같이 답장하냐?"
"아까는 다같이 건배하는 중이었거든. 미안. 내일 아침에 보자."
"오빠네 집에 전화할꺼다. 아무래도 오빠가 외박하면서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지혜가 장난으로 한 소리겠지만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기는 오밤중에도 팬관리 하는 거야?"
"이누므 인기가 하늘을 찌르잖아? 하하."
어느새 수희는 내 옆에 새초롬하게 앉아있다. 맑고 깨끗한 백합처럼 내 옆에 앉아서 내게 기대온다. 그런데 아까 나한테서 냄새가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수희도 그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
"수희 몸에서 향긋한 냄새 .. 너무 좋다. 밤화장 했구나?"
"하하. 고마워. 스킨만 약간."
수희가 TV를 껐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수희는 내 입에 과일조각을 넣어준다.
"자기랑 있으니까 너무 좋다."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계속 껌딱지처럼 붙어 있구만. 이젠 지겨울 때도 됐거든?"
"지겨운 줄을 전혀 못 느끼겠는데? 난 갈수록 더 좋아져. 그런 말 하는 자기가 지겹구나?"
"내가 지겨울 리가 있나?"
이제 수희는 내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겨온다. 촉촉한 팔이 내 목을 감아서 당긴다. 나도 수희의 팔을 쓰다듬어준다.
"자기 입술 또 느끼고 싶거든."
"거칠게 하면 집에 간다."
"알았어."
수희의 향긋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다. 아까 내가 했던 그대로 수희는 혀끝으로 내 입술을 핥는다. 나는 입을 조금 열어주었다. 수희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와서 입술의 안쪽과 잇몸 그리고 치열을 스치고 다닌다. 수희는 아까와는 달리 엄청 침착하다. 나도 혀를 내밀어서 수희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살짝 누르면서 핱는다. 수희가 내 혀를 조심스럽게 빨아들였다. 서로의 입술을 빨고 혀도 빨면서 우리의 숨결은 서서히 거칠어져 간다.
* * *
죄송해요.
이 글에서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 이상은 바로 그 부분이라서 도저히 이대로는 쓸 자신이 없어요.
아무래도 고수님들 글 몇편 읽고 머리를 짜내야겠어요.
그리고, 제 집필실에서 조회수와 추천수를 보고 기절할 것 같았어요.
허접한 글에 이토록 성원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다음 글에서는 <확실하게> 쓰겠습니다.
그런데 처음 쓰는 거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 ..
- Ja"dore -
* * *
11. 자기랑 있으니까 너무 좋다.
내 얼굴은 수희의 가슴으로 갔다. 하루종일 브래지어를 했던 자국이 너무 선명하게 나있다. 마치 비너스 상에서 보는 것처럼 두 개의 뽀오얀 봉우리가 볼록 솟아있다. 그리로 푸른 색 선들이 선명하게 지나가는 것이 비친다. 수희의 가슴은 투명한 수정 덩어리같다. 부드러운 봉우리는 내 거친 숨결에도 날려서 흐트러져버릴 것처럼 연약한 가루들이 쌓인것 같다. 그 끝에는 아주 작은 연한 핑크색 열매 한개씩을 달고 있다. 그 열매를 받치는 유륜에는 작은 돌기들이 오돌토돌 돋아있다.
수희에게 모성의 본능이 있다면 나에게는 아기의 본능이 있는 것일까? 갑자기 빨고 싶은 생각이 왈칵 솟으면서 내 몸이 전율에 휩싸인다. 수희가 숨을 쉴 때마다 가슴도 따라서 오르내린다. 성숙한 여인의 살냄새가 짙게 피어 오른다.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에 나는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도 지난 일주일 동안 같이 일하면서 비록 옷 위에서였지만 호기심에 찬 눈으로 몇번 바라보다가 수희에게 들킨 적이 있었다. 같이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스친 적도 있고, 또 수희가 나와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내 팔에 지긋이 눌러온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뭉클해오는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졌었다.
바로 그 수희의 가슴이 지금 이 순간에 내 앞에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에게 강한 흥분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같다. 내가 수희의 가슴을 넋을 잃은 것처럼 바라보는데, 수희의 숨소리가 조금씩 가빠지는 것 같다. 수희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또 수희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나에게도 전염되듯이 내 숨도 거칠어진다.
온갖 음난한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손을 뻗어 움켜쥐고 주무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가슴 곳곳을 내 혀로 핥고, 빨고 싶은 생각에 몸이 떨려온다.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나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내 눈은 수희의 가슴에 고정된 채 나는 약간 몸을 떨어뜨려서 수희의 가슴을 들여다본다.
"그 목욕 관리사 말이 맞네. 수희 가슴 진짜 엄청 예쁘다."
"그게 뭐. .."
"왜? 자연산 아니니?"
"무슨? 말도 안돼. 완전 자연산이야. 그게 아니고 .."
"그럼 왜 그래?"
"하아. .. 나한테는 그냥 있는 건데, 예쁘다고들 하니까 .."
"가슴 예쁜 것이 왜? 남들이 예쁘다고 하면 수희는 싫으니?"
"아이 참. .. 자기한테는 뭐가 그렇게 예뻐?"
"거울 있어?"
"큰 거울은 저쪽 화장대에."
수희의 화장대는 수희의 침실의 안쪽에 있었으므로 우리는 수희의 침실을 지나야 했다. 여인의 남새와 아기자기함이 들어있는 방이다. 수희의 침대에는 큼직한 곰돌이 한 마리가 버티고 앉아서 나를 째려보는 것 같다.
침실 다음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서니까 옷장과 행어 그리고 화장대가 있다. 화장대 옆으로 전신 거울도 있다. 나는 수희를 그 거울 앞에, 거울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게 했다.
"수희가 볼 때, 가슴이 조금이라도 아래로 처졌니?"
"안그러려고 가슴 운동을 엄청 하거든."
"가슴이 여기 쇄골 아래 쪽에서 시작하면서 아래로 갈수록 점점 볼록해지지? 밑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둥그렇게 살짝 들려 올라와서, 끝에 꼭지도 예쁘게 앉아있구만. 유륜도 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 적당하죠. 옆으로 펑퍼짐하지도 않고, 앞쪽은 가운데로 모이면서 정면으로 발딱 서있잖아? 이런 가슴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다른 여자들 가슴도 다 그런 것 같은데?"
"수희, 바보 같다. 목욕탕에 간다면서, 거기서 다른 여자들 가슴 못 봤어?"
"목욕탕에서 다른 여자 가슴을 어떻게 들여다 보고 있어? 사람들이 날보고 레즈라고 이상한 여자 취급할껀데."
"이렇게 양쪽으로 벌어지거나 아니면 끝부분이 뭉뚝하든지, 꼭지가 아래로 향해서 볼품 없는 것들도 많거든."
"나도 나이를 더 먹고, 아기를 낳아서 키우면 그렇게 되겠지?"
"수희 아기는 매일 이렇게 예쁜 가슴을 빨면서 자라니 얼마나 좋을까?"
"웃겨. 지금 아기 얘기가 왜 나와? 벌써 아기를 부러워 해? 하하하"
"그럼 미래의 수희 남편을 부러워해야 하나?"
"남편이 왜?"
"수희 남편은 매일 이렇게 예쁜 가슴을 주무르고 빨고 그럴꺼잖아?"
"하아아. 자기 말 엄청 야한 것 알아?"
"내 앞에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는 수희는 하나도 야하지 않지?"
"나 야하다는 말 들어도 좋아. 다른 사람 말고, 자기가 가슴 예쁘다고 하면서 예뻐해주는 것을 보고싶어."
“지금 진행형이거든요?”
“나중에 남편이 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자기가 주무르고 핥고 빨면 안될까?”
“남의 떡을 왜 건드리냐?”
“지금은 아직 아니잖아? .. 배고픈데, 벌써부터 니떡 내떡 가려?”
“야아. 나 배 하나도 안고프거든요.”
“내 배가 고프다. 제발 쪼오옴…”
나는 이 말을 하면서 수희를 옆으로 서게 했다. 수희는 거울에 비쳐진 가슴의 옆라인을 유심히 본다.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가슴 볼륨의 옆라인을 따라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훑어 내려간다.
"하아. .. 짜릿하면서 전기 통하는 것 같아."
"놀랐나보네. 미안해."
"미안해 하지마. 나 엄청 좋아지거든. 계속해줘."
"더 하면 우리 오늘 사고 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
"자기는 여자 가슴 전문이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살다 보면 이런 가슴 저런 가슴도 보게 돼."
"그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났으면 그렇게 많은 가슴을 알고 있냐고. 한 여자가 가슴 여러개씩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소리 자꾸 하면 나 집에 간다."
"아냐. 가지마. 미안. 미안해요."
수희가 화장대에 앉아서 앞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수희의 얼굴에서 만족하는 기색이 드러난다.
나는 수희의 등 뒤에 섰다. 내 두 손을 수희의 머리에 얹고, 양쪽 귀를 어루만지며 양쪽 볼을 따라 턱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수희의 두 눈이 꼬옥 감기고, 수희의 몸이 움찔한다. 수희의 손이 와서 나의 두 손등에 하나씩 포개진다.
내 손은 수희의 양쪽 어깨로 간다. 앞으로 가서 목과 쇄골 라인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수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고, 입이 조금 열려있다. 아래로 더 내려가서 수희의 아름다운 가슴을 아래에서 받쳐 올리듯이 하며 꼬옥 잡는다.
수희의 턱이 치켜 올라오고, 얼굴이 나를 향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수희의 검은 눈동자에서 뭔가가 흘러 넘칠 것 같다. 수희는 입을 반쯤 열고, 다시 두 눈을 사르르 감는다. 나는 수희의 이마와 양쪽 뺨에 키스한다. 수희의 열린 입에서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하아아."
나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잡아서 밖으로 뽑듯이 당겼다 놓는다.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고 이쪽 저쪽으로 비틀기도 했다. 처음에는 젖꼭지가 너무 작아서 쉽지 않았으나, 점점 부풀어올라서 크기가 조금 커졌다. 양 손에 잡한 수희의 가슴을 움켜쥐고 지긋이 누르면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수희의 두 손이 내 손등에 포개진다. 수희의 입이 열리고 거칠어진 숨이 쏟아진다.
"하아. .. 하아아. .. 하아. .. 자기야 더 꼬옥."
"이 정도면 내가 수희 가슴을 예뻐해준다고 생각해?"
"아직 아닌 것 같아."
"왜? 뭐가 부족해?"
"빨아달라니까 왜 안 빨아주는데?"
"흐으음 .."
"걸레가슴이라서 그러는 거야?"
"또 그누무 걸레소리! .. 그런 말 계속하면 나 집에 감."
"가지마삼. 다시는 안할꺼임. 그런데 왜 안 빨아주는데?"
"그거 빨면 나 오늘 못 참아."
"안 참으면?"
"그럼 사고 나죠. 그것도 완전 초특급 대형으로."
"하하. 그것 때문에 그래?"
"내가 누나랑 사귄다는 말은 같이 섹스하자는 말이 아니었거든."
"자기야. 우리가 섹스하게 될까봐 겁나? 하게 되면 하는 거지."
"섹스는 서로에게 몸과 마음을 열었을 때 해야죠. 충동으로 하면 그건 너무 동물 같잖아?"
"어차피 우리 인간도 동물이잖아? 나는 자기랑 이번 주에 같이 있으면서 몸과 마음 다 열었다고 생각해. 나는 언제든 자기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런데, 자기가 나랑 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아니야.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뿐이야."
나에게 걸레라는 말을 하는 것, 또 내가 수희와 섹스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까 내 마음이 아파온다. 지긋지긋한 그 순간에 수희는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고 치욕적인 모욕을 견뎌내야 했을 것이다. 어서 빨리 그 굴욕의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 고통을 참아야 했을 수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이다. 인간으로서, 또 여인으로의 가치를 모조리 상실 당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걸레같이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수희의 심정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은 반항하고, 울며 매달리고, 빌었겠지만, 한 마리인지 아니면 몇 마리인지 모를 미친 수컷이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인간성을 송두리째 빼앗아갔을 생각을 하면 울분이 솟아오르면서 치가 떨릴 정도이다.
수희가 눈을 감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자기야. 나도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수희가 왜 그런 생각을 한대? 우선 내가 수희를 사랑할거라고 내가 약속했거든."
그 때 내 전화기에 카톡이 들어온다. 열어보니까 지혜다.
"오빠, 이제 이사 끝났어요. 집 구경 언제 와?"
시간은 벌써 자정이 거의 되어간다. 나는 그제야 아이린과 지혜가 떠올랐다. 저녁 내내 지금까지 최수희에게 푸욱 빠져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최수희의 매력일까? 수희는 나로 하여금 자기만 보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것 같다.
수희가 화장대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나는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수희를 안았다. 수희의 좁은 어깨와 등을 맨 살 위에서 쓰다듬었다. 내 가슴에서는 수희의 아름다운 가슴의 모양이 일그러지고 있다. 나는 수희의 힘을 주어 몸을 당겨서 깊이 안았다.
"수희야. 너무 늦었거든. 나 집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자기 혼자 산다고 안 했나? 꼭 가야 해?"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가야지. 나도 귀소본능이 강한 남자거든."
"자기야. 오늘 딱 하루만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
"왜 그래? 무섭니?"
"아무리 엄마가 속을 썩여도, 집에 엄마가 있을 때에는 무섭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자기가 가고 나면 무서울 것 같아."
"24층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걱정하지 마."
"꼭 무슨 일이 생겨서 무섭나?"
"앞으로는 계속 혼자 살아야 할텐데, 어떻게 살을래?"
"자기랑 같이 살면 안될까? 헤헤."
"너 자꾸 그런 생각하면 나 진짜 완전 늑대로 변하는 수가 있거든."
"언제 변할껀데? 좀 빨리 변해주면 안돼? 나는 쫌 급하거든. 하하하."
"착하고 예쁜 수희 ..."
"말로만 그러지 말고 딱 오늘만 부탁해."
그러나 수희에게는 무섭다는 말의 의미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 정도는 나도 하고 있다. 수희가 혼자 자야 하는 첫날 밤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냥 간다는 것도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조금만 자다가 수희가 잠든 후에 새벽에 일찍 나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서 그러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이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럼 나는 거실 소파에서 자고 너는 침대에서 자는 거야. 이거 지킬 수 있지?"
"아냐. 자기가 왜 소파에서 자냐? 저쪽 끝에 손님방에 침대 또 있어."
수희는 거실로 나와서 남방을 몸에 걸쳤다. 단추 몇 개를 대충 채우더니 내 손을 잡고 소파 반대편에 있는 방으로 가서 불을 켰다. 그 방에는 큼직한 옷장과 더블베드가 놓여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수 있겠지?"
"알았어 자고 갈께. 그 대신에 내일은 알바때문에 아침 일찍 조용히 사라진다."
"그럴 자신 있으면. 하하하."
"나 짤리면 큰일이거든요?"
"짤리면 어때? 정과장이 정직원 시켜준다는데 뭐가 걱정이야?"
"나는 투잡맨이잖아?"
"그렇게 돈이 많이 필요해?"
"내년에 미국에 가려고 돈 모으는 중이야."
"알았어. 미국에는 내년에 가시고, 오늘 밤은 이 방에서 보내세요. 잠옷 줄께."
"나한테 맞는 잠옷이 있어?"
"엄마 때문에 형부나 오빠가 오면 자고 가니까 남자들 옷이 꽤 있어."
수희는 옷장의 설합을 열고 나에게 반팔 티와 반바지를 꺼내준다. 내 몸에 맞을 것 같다. 수하는 내 손을 잡고 방을 나서서 욕실로 갔다. 작은 수납장의 설합을 열고 새 치솔을 꺼내서 치약을 짜준다.
"씻고 옷 갈아입고 거실로 오세요. 맥주 마실 준비 해놓을께요."
샤워를 하면서 나는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수희가 나에게 덤벼드는 일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수희의 침실로 건너갈 것 같았다. 찬물을 틀고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정신을 집중했다. 수희는 지난 번 그 악몽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한다. 거기에 나까지 짐이 되면 안된다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내가 거실로 나갔을 때 수희는 TV를 보고있었다. 그 동안 수희는 옅은 초록색 반팔 원피스로 갈아입고 있다. 잠옷인 것 같다. 탁자에는 맥주와 과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하는 두 잔에 맥주를 채워서 나와 함께 건배를 했다. 시원한 맥주가 넘어 가면서 정신은 한층 더 맑아지는 것 같다. 수희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사과 조각 하나를 집어서 내 입에 넣어준다.
"TV 보든가, 피곤하면 들어가서 주무세요. 나도 씻고 올께요."
수희는 내 뺨에 뽀뽀를 하고 욕실 쪽으로 걸어가며 내게 말했다.
"하아. 자기 냄새 참 좋다."
나는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미드였는데 남자 대학교수가 여학생과 관계를 복잡하게 엮어가는 내용 같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남녀 사이는 항상 문제인 것 같다. 거실이 꽤 넓은데도 욕실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수희가 욕실 문을 열어놓고 샤워를 하는 것 같다. 내 눈은 TV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머리 속에서는 아까 본 수희의 가슴으로 물이 흐르고, 바디워셔 거품이 흐르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나는 머리를 흔들면서 미드 내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한참 후에 수희가 욕실에서 나와서 내게로 왔다.
"어머. 우리 자기 .. 안자고 기다렸네? 잠시만요. 머리만 말리고 빨리 올께."
수희는 침실쪽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본 표정 중에서는 가장 밝고 명랑한 것 같다. 나는 내가 남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전화기로 또 카톡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린이다.
"오늘 안오세요?"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는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가슴이 섬찟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아이린의 모습이 떠오른다. 답장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할까? 이 상황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또 거짓말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엄마한테 가서 자요. 내일 아침에 갈께요."
"애들이랑 집들이 하려고 했는데, 그럼 내일 할께요."
엄마가 이 밤에 아이린과 마주칠 일은 없지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지혜에게서 또 카톡이 온다.
"뭐야. 내 톡은 씹고, 엄마 톡에는 총알같이 답장하냐?"
"아까는 다같이 건배하는 중이었거든. 미안. 내일 아침에 보자."
"오빠네 집에 전화할꺼다. 아무래도 오빠가 외박하면서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지혜가 장난으로 한 소리겠지만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기는 오밤중에도 팬관리 하는 거야?"
"이누므 인기가 하늘을 찌르잖아? 하하."
어느새 수희는 내 옆에 새초롬하게 앉아있다. 맑고 깨끗한 백합처럼 내 옆에 앉아서 내게 기대온다. 그런데 아까 나한테서 냄새가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수희도 그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
"수희 몸에서 향긋한 냄새 .. 너무 좋다. 밤화장 했구나?"
"하하. 고마워. 스킨만 약간."
수희가 TV를 껐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수희는 내 입에 과일조각을 넣어준다.
"자기랑 있으니까 너무 좋다."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계속 껌딱지처럼 붙어 있구만. 이젠 지겨울 때도 됐거든?"
"지겨운 줄을 전혀 못 느끼겠는데? 난 갈수록 더 좋아져. 그런 말 하는 자기가 지겹구나?"
"내가 지겨울 리가 있나?"
이제 수희는 내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겨온다. 촉촉한 팔이 내 목을 감아서 당긴다. 나도 수희의 팔을 쓰다듬어준다.
"자기 입술 또 느끼고 싶거든."
"거칠게 하면 집에 간다."
"알았어."
수희의 향긋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다. 아까 내가 했던 그대로 수희는 혀끝으로 내 입술을 핥는다. 나는 입을 조금 열어주었다. 수희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와서 입술의 안쪽과 잇몸 그리고 치열을 스치고 다닌다. 수희는 아까와는 달리 엄청 침착하다. 나도 혀를 내밀어서 수희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살짝 누르면서 핱는다. 수희가 내 혀를 조심스럽게 빨아들였다. 서로의 입술을 빨고 혀도 빨면서 우리의 숨결은 서서히 거칠어져 간다.
* * *
죄송해요.
이 글에서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 이상은 바로 그 부분이라서 도저히 이대로는 쓸 자신이 없어요.
아무래도 고수님들 글 몇편 읽고 머리를 짜내야겠어요.
그리고, 제 집필실에서 조회수와 추천수를 보고 기절할 것 같았어요.
허접한 글에 이토록 성원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다음 글에서는 <확실하게> 쓰겠습니다.
그런데 처음 쓰는 거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 ..
- Ja"dore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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