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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란 이름으로 - 9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58 1,004회 0건
9부



170cm 남짓의 키에 마른 체구, 얇은 금속테의 안경을 쓴 조금은 차가운 인상을 가진 그녀의 남자..

업체사람들 이었으면 그렇게 까지 놀랄일도 아니었지만 예상밖 인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떨리는 내 목소리가 신경 쓰였습니다.


"수고 많으세요. 사장님 처가 가는길에 들렀습니다."


애써 당황함을 감추는 표정에 다른 눈치인지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궁금함이 묻어 나왔습니다.


"아..네..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랬어요? 가구 업체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사람들 인줄 알았습니다."

"그러셨구나...와이프랑은 연락을 했습니다.가는길에 처가에 전화를 했더니 아직 도착을 안했다고 해서요..

생각보다 일찍 퇴근을 해서 데리러 왔습니다. 근데 어디 있나요? "


녀석은 이미 나를 지나쳐 두리번 거리며 그녀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업체직원 인줄만 알았던 나는 작업 공간만 피하면 그녀에게 옷매무새를 정리할 시간이 충분 할거라 판단하고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고자 성급히 문을 열어 준 것인데 오히려 그것이 악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마 그녀는 이상황을 모르고 미처 옷가지를 정리못할 수도 있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쥐락 펴락하는 손아귀에는 이미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 두근거리는 심박소리가 녀석에게

들키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쿵쾅 거렸습니다.


"와이프가 안 보이네요? 어디 갔나요?"


취조처럼 들리는 녀석의 거침없는 물음에 눈 앞이 캄캄해지고 몸이 기우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조금이나마 뜸을 들이면 녀석의 의심어린 눈초리에 내가 무너져 버릴것만 같았죠.


"화장실 가셨나 보네요...조금 전까지 주방에서 뵈었는데...저는 드레스룸에 확인할것이 있어서....."

"네에...아영아~"

녀석은 내 대답을 듣는둥 마는둥 숨바꼭질을 하는 술래 마냥 그녀를 찾아 부릅니다.

녀석을 지켜보며 실내에 퍼져있는 직전의 야릇한 분위기를 들키지는 않을까 싶어

이미 내속은 시커멍게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녀석이 공용 화장실을 열어 확인해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안방 문앞으로 다가 섭니다.


"어디 갔지? "


녀석이 안방 문앞에 서서 도어 핸들에 손을 올리는 순간

드레스룸 방문 옆에 기대어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던 나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찔함을

느끼며 머리속은 하얗게 질려 버렸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는 건가? 이런 미친...."



"아영아~ 여기 있어? 문이 왜이래? 이거...자기~"


도어핸들을 흔들며 문을 열어 보려 했지만 천만다행으로 락이 걸려 있었습니다.

가볍게 주먹으로 문을 때려 보지만 방안에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죠.


"사장님 여기 문이 잠겨져 있네요?...안방 화장실을 갔나?"


살짝 상기된 표정의 녀석이 나를 찾으려 몸을 돌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드레스 룸 안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렇게 녀석의 호출을 못들은 척 애꿎은 시스템 창호만 만지작 거렸습니다.


"사장님....사장님?"

"네?..네네.."


어느새 녀석은 내 등 뒤 까지 찾아와 서 있었습니다.


"안방 문이 잠겨져 있네요. 안에 와이프가 있는거 같은데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요..."

"화장실 사용 하시나 보죠. 기다리시면 나오시겠죠...."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그의 시선을 피했습니다.


"혹시 키 있으세요?"


녀석이 집요하게 그녀의 행방을 찾습니다.

뭔가 의심에 찬 녀석의 집요함이 서서히 내 목을 죄여 오는것 처럼 느껴집니다.


"눈치를 챈건가?"


"같이 계신거 아니었어요?"


녀석의 냉랭한 날선 추궁에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습니다.


"네..아영씨...아니 조카 며느님하고 같이 있었습니다. 가구 설치하는거 같이 보신다고 해서요."


녀석의 의심어린 목소리에 조금은 신경질적인 말투로 응대하자 녀석이 움찔합니다.


"가..같이 있었는데 어딜 간거야..."


자격지심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삼촌 후배에게 대하는 녀석의 말투가 조금은 건방지게 느껴져

녀석과 나의 관계를 환기시킬 요량으로 그녀를 조카며느리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바로 정신을 가다듬은 듯 차분한 어조로 재차 내게 확인을 합니다.


"방문 키 가지고 계시면 주실래요?"


녀석의 말투속에 깔려 있는 냉랭함은 나와 그녀의 사이를 의심하는 무언의 압박이 실려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녀와 현장을 동행하기로 마음 먹었을때 그럴 필요까지 있냐며 못마땅하게 반대를 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녀석의 반대를 그녀가 막무가내로 우겨서 잠재웠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의처증까지는 모르겠지만 일전에 그녀와 녀석의 큰싸움이 났을때 그녀가 나와 함께했던 술자리를

신경쓰던 녀석이라 지금 나를 대하는 녀석의 태도는 삼촌의 지인이 아닌 그녀 곁을 맴도는

한 남자로 보는것 같았습니다.

저런 녀석에게 그녀같이 젊고 매력적인 와이프의 존재라니 조금은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기다려 보시죠."


녀석의 압박에 가슴이 꽉 막힌듯 답답함을 느꼈지만 자포자기의 이면에는 되려 될대로 되라는 식의

승자의 자만심도 섞여 있었습니다.

내 품에서 행복해 하던 그녀의 진정한 남자는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고백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키가 없는 도어핸들 모델을 장착하였습니다.

락이 걸리면 얇은 송곳으로 눌러 오픈하는 방식이었기에 간단하게 문을 열수 있었죠.

그래도 그녀에게 시간을 벌어주려 먼저 노크를 해 봤습니다.


"아영씨...안에 계세요?"

"........"

"아영씨~"

"네에~ 잠시만용~~~~~"


방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자...자기! 안에 있었어?"


문 앞에서 녀석이 갈증이 난듯 갈라지는 목소리로 애타게 그녀를 부릅니다.

이윽고 열리는 도어 뒤에서 그녀는 빼꼼이 얼굴부터 내밀었습니다.


"어....어머..오...오..빠 어..떻게 왔어?.


녀석은 반쯤 열린 방문 속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그녀를 문 뒤쪽에 세우고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안에 있으면서 왜 대답을 안해!"


순간 녀석의 시선이 빠르게 아래 위로 훑고 지나 갔습니다.

방문 뒤로 그녀가 있던 터라 보이지 않는 그녀의 컨디션에 조바심이 들었지만

그대로 상황을 지켜 볼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화장실에 있어서 잘..안..들렸어...그런데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잖아..."


녀석의 다급한 물음에 그녀의 목소리도 당황한게 역력했습니다.


"놀래 줄려고 왔는데 뭐..그냥...자기가 보이지도 않고..그래서..."


막상 녀석 앞에 그녀가 나타나자 뻘쭘했는지 날카로웠던 녀석의 목소리가 수그러 들기 시작했습니다.


"옷 좀 잘 챙겨 입지 이게 모야...다 큰 여자가...."


그녀의 옷 매무새가 헐렁 했는지 정리를 해주는 냥 그녀의 허리 위치로 두 손을 뻗습니다.


"내..내가 할게...나가 있어.."


문 뒤에서 그녀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큰 위기는 모면한것 같아 나는 모른 척 그 자리를 피해 주었습니다.

내가 자리를 옮기고도 녀석은 그녀와 방안에서 속닥거리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굳이 듣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않아 둘샘가구 직원들이 자재를 가지고 속속 들어 오기 시작했죠.


"죄송합니다...저희들이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시간 없으니까 신속한 시공 부탁드릴께요. 그래도 꼼꼼하게 하셔야 합니다."

"넵! 걱정 마십시오...!!"


박실장을 통해서 미리 언지를 받았을 터인데 내가 별다른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를 하자

이내 안심이 되었는지 애띤 대리의 얼굴이 밝아지며 시공팀들에게 분주히 작업지시를 합니다.

긴장된 분위기가 순식간에 활기차게 바뀌면서 먹먹했던 가슴이 조금은 뚫리는 듯 했습니다.

무관심한 척 곁눈질로 그녀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데 그녀와 녀석이 거실로 걸어 나왔습니다.


"사장님 공사도 이제 거의 다 끝나 가네요? ㅎㅎ"


녀석의 멋적은 물음에 가만히 고개만 끄덕여 주었습니다.

이미 내 시선은 그녀에게 가 있었죠.

스쳐가듯 그녀와 나눈 아이컨택으로 안도하는 그녀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조급한 시간에 미처 정리를 못한 그녀의 긴 머리결이 조금은 부산스러워 보였습니다.

녀석이 보란듯이 내 앞에서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가끔씩 대화를 나누며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두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죠.

서로의 몸을 탐하던 촉촉한 기운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녀석의 리드를 따르는 그녀를 보며

또 다시 질투심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녀는 내 여자라구...."


별을 도는 행성처럼 중심에 서있는 나를 두고 그녀와 녀석이 걸음을 옮깁니다.

가끔씩 마주치는 그녀의 시선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헝클어 놓습니다.

마치 그녀석과 잡은 손을 떼어 달라는 구원요청의 메세지 같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미련없이 떠나 버릴

이방인의 그것 같기도 합니다.

눈앞에서 나를 농락하듯 행복해 겨운 보통의 신혼부부처럼 그렇게 그들이 서 있습니다.


"사장님 이건 뭐죠?"


녀석이 궁금한게 생긴듯 천정에 설치한 등박스를 바라보며 내게 묻습니다.

여전히 손을 내어준 그녀 옆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어 설명을 해 주었죠.

영혼없는 건조한 설명을 이어가는데 허전한 내 손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 졌습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비밀스럽게 내 손으로 들어온 그녀의 떨리는 손을 아무일도 없는것 처럼 꼬옥 쥐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녀석의 여자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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