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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란 이름으로 - 10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58 1,044회 0건




10부


끔찍하게 울려대는 폰 벨소리에 이러다 미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날 새벽까지 달렸던 이유로 숙취에 괴로워하며 출근도 못하고 술병을 앓고 있었죠.

천근같은 무거운 몸 기다시피 꾸물거려 겨우 냉수 한잔으로 목을 적시자 그나마 정신이 차려 집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폰을 열어보니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와 메세지가 나를 반기고 있습니다.

딸아이와 아내는 이미 각자의 포지션에 자리하는 시간이었기에 텅빈 거실이 휑하니 눈에 들어 왔습니다.


커피 한잔을 얼른 내려 허한 속을 채우며 폰을 검색해 봅니다.

사무실과 각 현장의 실장들...그리고 거래처 등.. 뒤죽 박죽 섞여 있던 부재중 전화와 메세지 목차 사이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녀 입니다.


그녀의 신혼집 공사를 마치고 일주일 정도 흐른 시간 이었습니다.

결혼 준비에 정신이 없는 그녀를 보며 이기적인 내 욕심만 채우는 것 같아 연락도 못하고 만남도 참고 있었죠.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그녀의 웨딩...

그녀에게 온 메세지를 열어 보았습니다.


"사장님 많이 바쁘시죠 ^^

바쁘실것 같아 연락도 못드리겠네요 ㅠㅠ

다름이 아니라 몇가지 공사를 추가해야 할 것 같아서요.

편안 시간에 연락 부탁드릴께요.

그리고....아니에요.

만나 뵙고 말씀드릴게요"



"일주일도 안남은 시간에 무슨 공사를 한다는 건지...."




몸이 너무 괴로워 먼저 사무실에 출근을 한후 통화를 해보기로 생각 했습니다.


"다시는 술 안먹는다...진짜루..."



"안녕하세요"


"그래 별일 없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비웠던 사무실 공기를 확인 합니다.

이윽고 내 책상으로 하나 둘 찾아와 블라블라~ 업무협의와 전달 사항을 알려 주었습니다.


"사장님 많이 힘들어 보이세요"

"에거..그래도 나 생각해 주는건 막내 밖에 없네..고맙다 미연아"


막내 설계기사가 방금 내린 듯 진한 향을 풍기는 커피를 가져다 주며 안부를 걱정합니다.

악으로 깡으로 정신줄 놓고 출근을 했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다 보니

조금씩 컨디션이 회복되는지 탁상 시계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오후 두시를 향해 달리는 시계 바늘을 보면서 집에서 쉴껄 괜히 나온것 같아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때마침 걸려온 친구 현수녀석의 전화를 잠시 망설이다 힘겹게 받았습니다.

피할수록 집요한 놈이라 어쩔수가 없었죠.


"모해? 목소리는 왜 다 죽어가는데?"


힘들고 귀찮았지만 지금의 메롱 상태를 대충 얼버무려 말해 주었습니다.


"와...치사하게 나 빼고 지들끼리 뭉쳐?...됐어 전화끊어!!"

"아..왜.. 지..랄..이야..나 머리아파..."

"야..다 필요없어 시방새들..우리 그 딴식으로 쭈~욱 가자?"


모처럼 화이어 볼 친구들이 뭉쳐 새벽 4시까지 달렸는데 같이 하지 못한 멤버인 녀석이 소문을 들었는지

어울리지도 않은 삐진척을 하고 난리 부르스를 떱니다.


"병시나 니가 죽어도 시간 못 낸다고 그랬다메~~~ 근데 왜 지금와서 지랄이야...재미도 없었어..진짜야.."


나름 필요할 때가 있는 녀석이라 놈에게 걸맞는 위로를 해줬습니다.


"재미가 없긴...종나 달렸다면서!! 와~~ 니들 그러는거 아니다..나랑 만날때는 노래방도 잘 안가면서

꼭 나 없을때만 달리더라..됐다 됐어.."


섹 자만 들어가면 발광을 하는 놈이라 내게 전화하기 전 또다른 친구넘에게 상황설명을 들은 듯 합니다.

녀석의 여성편력은 멤버중에서도 말들이 많았던 터라 쉬쉬하며 날짜를 잡은게 어제였나 봅니다.

놈의 특기가 룸방가서 다른 파트너 집적대기랑 떼씹을 목놓아 부르기여서 불편해 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재미없었다니깐..."

"아...누구세요? 누구신대 반말하시고 지랄이세요?"

"전화 끊는다?"

"됐어! 띱때야...연락하지마!!"




"ㅡ,.ㅡ?........"





왜 나한테 그러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머리 아파 죽겠고만.....에고~"


전화기를 만진김에 그녀에게 전화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정신없을 그녀를 생각하니 문자를 보내는게

나을 듯 싶었습니다.


"00디자인 김지석 입니다.

메세지 받고 연락 드립니다.

통화 편하실때 연락 주세요"


문자를 보내자 그녀에게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왜 이렇게 연락도 안하고 그래염!! 나 화났뜸!"

"애기 바쁠까봐 일부러 참고 있었는데...그러지 말껄 그랬나?"

"응응 그러지 마요...엽옹~~히히"

"헐...지금 어딘데?"


그녀의 장난끼가 조심스러워 그녀 주변의 시선이 걱정되었습니다.


"오빠가 만들어 준 집이지롱 헤헤"

"혼자야?"

"웅 지금은요..엄마랑 같이 와떠영~"

"헐..대화 조심해야겠다...어머니는?"

"걱정마영...엄마 상가에 내려 갔더영...우리 엽오 잘 있었어영? 난 엽오보고 싶어성 죽는줄 알았넹 히잉"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막바지 결혼 준비에 한창 이었고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내 생각이 간절하다고 했습니다.

아직 어리기만 한 그녀가 이제 몇일 후 면 가정을 꾸리고 새댁이 되는데 오지랖인지 몰라도 걱정이 되더군요.

이렇게 투정이라도 받아 줄때가 좋을것 같아서 그녀의 어리광을 계속 응대해 주었습니다.


"오빠 오늘 시간되용?"

"으..응? 왜?"

"아잉 시간 안되영?...나 오늘 겨우 시간 만들었는뎅..이잉"

"아..아니야..시간돼...며..몇시쯤?

"오빠 나 만나기 싫구낭? 그죵!!"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왜 그러겠어...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징짜? 헤헤헤...오빠 그럼 여기 몇시까지 올 수 있어요? 엄마가 같이 봐야 한다고 해서..헤헤"

"어머니? 왜~에?"

"아~ 엄마가 오빠한테 물어 보고 결정한다고 해서영...그리고 저녁 때 난 친구들 만난다고 했어요.

엽옹~~ 오늘 주우우으거썽~ 히히"


여전히 숙취에 벗어 나지 못했지만 그녀를 몇 일 동안 못 보았던 터라 무조건 약속을 정했습니다.

여전히 발랄하고 상콤한 그녀에게 빨리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사무실 밑이다 내려와"

"뭐?"

"오늘 시간 좀 내라"

"미친놈..연락도 없이 왠 오버야? 오늘은 안돼...일있어"

"너 일보는거 끝날때까지 기다릴수 있으니까 걱정말고...암튼 오늘도 쌩까면 진짜 끝이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부랴부랴 서두르는데 현수녀석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단단히 골이 난 듯 평소의 목소리가 아니였죠.


"아.... 색히...미치겠네 진짜..."


워낙 집요한 놈이라 맘 먹으면 꼭 해야 성이 풀리는 녀석이었기에 대략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때마침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출발했져영? 헤~"

"어....지금..막 출발하려고..."

"빨.리 오.세.용~ 히~"


그녀의 어머니와 같이 있는지 목소리를 속삭이며 귓속을 간지럽힙니다.


"그런데 애..기야..미안한데 우리 저녁 약속은 내일하면 안될까?"

"우잉~ 왜요?"

"친구 녀석이 좀 급한 일이 있나봐 지금 나를 찾아 왔는데 어머니랑 미팅하고 이녀석 좀 만나야 할것 같아서..".

"오빠 너무해욧!!! 나도 오늘 어렵게 시간 만든건데 나보다 친구가 더 중요해욧? 몰라욧!!"


현수 이 색히 때문에 돌아 버리겠습니다.

그녀 또한 완전 삐진듯 얼음같은 목소리에 서늘한 기운까지 느껴졌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 옵니다.


"오빠 오늘은 양보 못해요..무슨일 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안되겠어요..."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에 더욱 난처한 입자이 되었습니다.


"애기야..미...안해...알았어..그렇게 할께...대신 친구 녀석 만나서 잠깐만 얘기 할께...이해해 줄 수 있지?"

"얼마나영?...히잉...오빠 너무해.."

"미안해...조금만 이해해줘.."


그녀에게 애걸 복걸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의 여유도 내게 주지 않았습니다.

마치 우선순위에서 밀린게 억울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오빠 친구면 같이 보면 되겠넹...더 이상은 안되요...아라찌???!!!..."

그녀 입장에서 최대한 양보를 한 듯 심플하게 정리를 합니다.


"현수 이색히를 같이 보자고?"


뭔가 일이 꼬일것 같은 알수 없는 불안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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