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짓밟으면 어떡하나?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봐라.”
“사람이야? 암캐지. 암캐는 그렇게 길들여야 돼. 잘해주면 사람 문다구.”
“이모가 사람이지 어F게 암캐냐? 너 돌았냐?”
“자기가 암캐라메. 그래서 내가 이해를 한 거지. 사람이면 불륜이야.”
“설정이잖아. 설정.”
“내가 이모 신랑한테 얘기해 볼까? 둘이 설정 극을 하고 있다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미애가 이모의 남편을 들먹거렸다.
“세상 사람들에게 말 해? 총각이 유부녀와 붙어 먹는다구?”
미애는 이모와 나의 관계를 불륜으로 몰아갔다. 나는 논쟁을 끝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미애를 집으로 ?다시피 보냈다
미애도 가고 이모도 가고 나는 침대에 덩그러니 혼자 누웠다.
미애가 그토록 표독스러울 줄이야 애초에 몰랐다. 정나미가 떨어졌다.
이모가 불쌍하다. 어쩌다 어린놈하고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가지고.
지하에 계신 엄마는 기뻐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 될 애가 자신의 원수를 학대해 주니 말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이모에게 문자를 넣었다.
- 이모. 어디야? -
- 사무실이에여. 주인님. -
아! 얼굴이 부어서 집에 못 같구나. 사무실에서 잤구나.
- 밤새 많이 울었겠네. 펑 펑. -
- 밤새 계란마사지 했어여. 주인님. 이제 다 가라 앉았어여. -
- 집에 갈 거야? -
- 보고 싶으세여? 주인님. -
- 아냐. 그냥 집에 가. 소희 기다리겠다. -
- 감사합니다. 주인님. -
그래도 다행이었다. 미애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퉁퉁 부은 얼굴로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잤다는 것도 다행이었다.
찜질방이나 모텔을 가려해도 얼굴이 벌겋게 부어 창피해서 못 갔을 것이다.
미애 때문에 이모와의 관계를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공부도 해야 하고 엄마 원수도 갚아야 하는데. 미애 때문에 산통이 깨질 수도 있음이었다.
너무 모질게 하면 이모가 달아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미애의 행동은 순전히 시앗싸움이었다. 본처가 첩을 학대하는 셈이었다.
나 하나를 놓고 두 여인이 시기와 질투를 하고 있음이었다.
시앗 싸움은 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나는 머리가 아팠다.
오전 10시 경.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상을 치우는데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을 보니 미애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문을 열어 보니 미애가 큰 트렁크를 두 개나 들고 서 있었다.
“뭐야 이거? 어디 여행 가?”
미애는 다짜고짜 트렁크를 앞세워 나를 밀고 들어왔다.
“여행은 무슨? 자기하고 살려고 왔지. 자기는 감시가 필요 해.”
머리가 띵 했다.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살려고 왔단다.
나는 엉거주춤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미애를 ?아 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파트를 버리고 떠날 수도 없었다.
미애는 골 때리는 나의 애인이었다. 막가파 두목이었다.
미애를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다른 여자가 들락거리니 언니 집에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짓을 하는지 자기가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나의 성기를 지희이모가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싶을 것이다.
미애는 내가 먹었던 밥상부터 치웠다. 설거지통에 물을 틀어놓고
싱크대를 청소했다. 수도꼭지를 잠그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미애는 안방 장롱을 열어젖혔다. 정리되지 않은 내 옷을 한 쪽으로 몰고
트렁크를 열어 자기 옷을 장롱 속에 걸기 시작했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이미 말릴 수 없었다. 미애는 작심하고 온 듯 했다.
뜻하지 않게 동거가 시작되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이다.
미애가 있어서 내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집안에는 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모를 부를 수가 없었다. 이모가 오면 또 미애가 쌍심지를 켜고 괴롭힐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나는 미애를 지켜보기만 했다.
미애는 트렁크를 비우고 장롱 문을 닫았다.
세면장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며칠 밀린 빨래를 통째 들고나와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걸레를 빨아 컴퓨터, TV,
문갑, 장식장 등 등. 온 천지를 걸레질하고 다녔다.
“자기야. 베란다 창문 좀 닦아라. 이사 와서 한 번도 안 닦았지?”
“여보야. 나 이제 고생문이 훤하다.”
나는 미애를 보며 엄살을 떨었다. 진짜 고생문이 보였다.
“아냐. 자기야.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나는 미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걸레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창틀 사이로 내다보니 20층 아래가 까마득하다.
유리창 닦다가 실수해서 떨어지면 미애도 이모도 영원히 안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잘못하면 엄마한테 바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미애와 나는 이사 오고 처음으로 집안 대청소를 했다.
미애가 앞 장 서고 내가 뒤따라서 청소를 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했다.
집안 어디에도 먼지 한 톨 없었다. 가구와 장식들이 빛이 났다.
힘은 들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치킨을 주문했다.
어제 미애가 사다놓은 양주를 꺼냈다.
미애가 재빨리 술상을 폈다. 둘이라는 것이 이럴 때 좋은 것 같았다.
혼자 있으면 밥도 귀찮아서 안 먹을 때가 있는데
둘이서 손 발 맞추니 모든 일이 척척 해결 되었다. 장단이 맞았다.
우리는 일요일 대낮부터 마주앉아 양주잔을 기울였다.
독한 양주를 입안에 홀짝 홀짝 털어 넣었다.
까지 꺼 취하면 어떠냐? 둘이 끌어안고 자면 되지.
양주를 마시니 꽃마차와 춘자누나가 생각났다.
누나는 어떻게 지내나? 이모가 누나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이모 가방에 춘자누나가 수표를 넣어 주는 걸 보니 도움은 되었을 것이다.
미애는 꽃마차에 가면 잘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여보야.”
“왜? 자기이.”
“내가 학교 졸업하고 실업자일 때 나를 돌봐준 누나가 있거든.”
“친누나는 아니고 아는 누나란 말이지.”
“응.”
“도대체 여자가 몇이야? 아! 이 남자 답답하고 어렵네.”
“아! 그런 관계가 아니구. 성공하면 갚으라고 용돈 주던 누난데 말이야.”
“용돈만 받았어? 딴 짓은 안 하구?”
“그럼. 용돈만 빵빵하게 받았지.”
나는 양주를 마시다 어느새 취해 있었다. 취한 건 미애도 마찬가지였다.
“고마운 분이네.”
“고맙지?”
“그럼. 고맙지.”
“여보야도 고맙지?”
“그럼 자기 챙겨준 누나. 나도 고맙지.”
“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왜?”
“요즘 그 누나 집에 일손이 딸리나봐.”
“뭐하는 집인데 일손이 딸려?”
“꽃마차.”
“꽃 파는 집이야?”
“아니. 술파는 집. 여자(花) 파는 집.”
“술집 여자야? 술집 여자가 돌봐 줬어?”
미애가 정색을 했다.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왜? 술집 여자는 사람 아냐?”
“누가 뭐래? 그런데? 일손이 딸리는데 어쩌자고?”
미애가 야시시한 눈길로 나를 째려보며 묻는다.
내가 할 말을 미리 짐작하고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여보야가 누나 좀 도오와 줘라.”
“뭘 도와 줘. 청소? 설거지? 내가 할 게 뭐 있어?”
“손님 옆에 앉아만 있으면 돼.”
술상이 뒤집어졌다. 바닥에 치킨과 양주병이 뒹굴었다.
“야. 이 새끼. 너 미쳤어? 나보고 술집에 가라는 거야?”
미애가 악을 썼다. 미애의 목소리가 아파트를 쩌렁쩌렁 울렸다.
미애의 패악에 나는 술이 확 깼다. 미애는 나에게 삿대질도 했다.
“야. 민호. 날 술집 넘기려고 꼬셨어? 술장사 시키려고 사귀자 했어?”
미애의 성질이 보통 넘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미애를 앉아 있는 그대로 반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달랑 들고 안방 침대로 옮겼다.
미애를 침대위에 던지고 나는 바지를 벗고 미애를 덮쳤다.
섹스가 하고 싶어 미애를 안방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다.
섹스를 하기위해 미애를 침대에 던진 건 아니었다.
내가 말을 실수한 것 같아 풀기위해 섹스를 시도했다.
화가 난 미애를 풀어주고 싶었다. 애정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미애는 섹스도 거부했다. 키스를 하려해도 입술을 벌리지 않았다.
다리를 꼬고 팔을 웅크리고 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나는 스커트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잡았다.
미애는 싫다고 도리질을 쳤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욕구가 돋았다.
하고 싶다고 안기는 이모에겐 튕겼지만 싫다고 발버둥치는 미애는 꺾고 싶었다.
팬티를 벗겼다. 미애가 몸을 뒤집으며 나를 발로 차며 몸부림쳤다.
나는 손가락으로 미애의 구멍을 후벼 팠다. 입술로 셔츠위에서 젖꼭지를 빨았다.
미애의 아랫도리에 물이 고이면서 차츰 조용해졌다.
아랫도리가 흥건해지면서 입술이 열리고 다리가 풀리고 가슴이 열렸다.
성기가 삽입되니 미애도 반응을 했다. 신음을 흘리며 나에게 안겨왔다.
나는 미애의 사타구니에 힘차게 펌프질을 했다.
미애의 신음이 비명이 될 때까지 세차게 펌프질을 했다.
이윽고 미애의 몸속 깊이 나의 정액이 쏟아져 들어갔다.
우리는 삽입을 한 채 포개져 숨을 고르고 있었다.
입술은 맞붙어 타액을 주고받고 있었다. 다리는 서로 감겨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기가 스스로 음부에서 빠져 나왔다.
아랫도리 물기도 닦지 않은 채 우리는 나란히 누웠다.
대낮이라 잠은 오지 않았다. 그냥 서로 부둥켜안고만 있었다.
한참 만에 미애가 화를 가라앉힌 듯 입을 열었다.
“자기야. 나 밉지?”
“뭐가?”
“이모를 괴롭혀서 무지 밉지?”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미애도 잠시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 미애가 몸을 돌려 내 젖꼭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장님을 내가 괴롭혀서 밉지? 그래서 술집에 넘기려는 거지?”
나는 얼른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 오른 손 검지로 미애의 입을 막았다.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미애 뿐이야. 이모 사랑 안 해.”
미애는 내 손가락을 팔로 걷어내고 자기 할 말을 했다.
“사랑도 안 하는데 왜 발가벗고 둘이 있어? 사랑 안 하는데 관계를 해?”
“그건 그냥 즐기는 거지. 별거 아냐.”
“자기는 별거 아니지만 나는 중요한 문제야.”
“쉽게 쉽게 살자. 세상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나는 아니야. 미애는 아니야. 어떻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관계를 해?”
“나한테 집도 사주고 공부도 시켜 주는데 어떻게 싫다고 딱 자르니? 좋게 지내야지.”
“좋게 지낸다구?” 발가벗고 기어 다니는 게 좋게 지내는 거야?”
“미안 해. 여보야가 이해해 주라. 나 성공하면 여보야도 좋잖아.”
“안 들키게 하지. 왜 들켰어?”
미애는 흐느끼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연락도 안 하고 오니까 보게 된 거지. 미리 연락했으면.”
“자기. 언제부턴가 저녁만 되면 폰 꺼놨어. 밤늦게 들어오고. 꺼진 폰에 어떻게 연락 해?”
“그때는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이해 좀 해라.”
“이해? 그 때 미행을 해서라도 알아 봤어야 했어. 내가 속았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모를 만날 때마다 폰을 꺼둔 적이 있었다.
미애에게서 연락이 올까봐 일부러 꺼둔 적이 있었다. 이모를 보내고
아파트에 돌아오면 미애가 복도에서 잠들어 있던 그때였다.
미애가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애. 어제 작은 방에서 발가벗은 사장님 발견하고 기겁을 했어.”
나도 팔을 벋어 미애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렸다.
미애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앞이 깜깜했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생면부지의 사람도 아니고 나도 알고 자기도 아는 사람이
발가벗고 비밀의 방에 숨어 있다니. 그 방은 예전부터 비밀의 방이었잖아.“
나는 미애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애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미애가 자기 속마음을 읊어대고 있었다.
“비밀의 방에서 사장님을 보는 순간, 나는 자기의 엄마가 베란다로
몸을 던진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어. 참혹한 심정이었어.“
“……”
“자기를 후원해주고 SM을 한다기에 이해를 하고 싶었어.”
“……”
“그래도 속으로는 분이 안 풀리는 거야. 이모를 괴롭히면서 내 마음을 달랬어.”
“……”
“집에 가서도 잠이 오지 않았어. 둘이 발가벗고 엉켜있는 상상만 하다가 밤을 꼬박 새웠어.”
“……”
“그래서 아침에 보따리를 샀어. 자기를 지키려고. 자기 내 말 이해 해? 미애 맘 이해 해?”
“그래그래. 이해한다. 미안하다.”
“사실 내 마음은 사장님을 죽여 버리고 싶었어.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순 없었어.”
“……”
“그래서 자기하고 같이 SM을 하자고 스스로 달랬어. 보조를 맞추기로 마음을 다졌어.”
“……”
“미애도 SM을 해 본적은 없어. 인터넷에서 많이 봤지. 따라하니 되데. 이모가 협조를 많이 하더라.”
“……”
“나는 지금도 사장님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괴롭히기 보다는 죽여 버리고 싶어.”
“……”
“불륜으로 걸어 처넣으면 좋겠지만 자기하고 나는 법적으론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
“근데 오늘은 뭐? 술집에 가서 낯선 사내 옆에 앉아 있으라구? 자기 나 사랑하기는 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날 못 땠다. 독하다. 나쁘다. 욕하지 마. 다른 사람이 내 입장 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야.”
“그래. 그래. 내가 여보야를 나쁜 사람 만들었다. 용서해라.”
“용서해 줄 테니까 현관 비번 갈켜 줘.”
나는 순간 헛웃음을 날렸다. 딱 걸렸다. 피해 갈 수 없었다.
“사람이야? 암캐지. 암캐는 그렇게 길들여야 돼. 잘해주면 사람 문다구.”
“이모가 사람이지 어F게 암캐냐? 너 돌았냐?”
“자기가 암캐라메. 그래서 내가 이해를 한 거지. 사람이면 불륜이야.”
“설정이잖아. 설정.”
“내가 이모 신랑한테 얘기해 볼까? 둘이 설정 극을 하고 있다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미애가 이모의 남편을 들먹거렸다.
“세상 사람들에게 말 해? 총각이 유부녀와 붙어 먹는다구?”
미애는 이모와 나의 관계를 불륜으로 몰아갔다. 나는 논쟁을 끝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미애를 집으로 ?다시피 보냈다
미애도 가고 이모도 가고 나는 침대에 덩그러니 혼자 누웠다.
미애가 그토록 표독스러울 줄이야 애초에 몰랐다. 정나미가 떨어졌다.
이모가 불쌍하다. 어쩌다 어린놈하고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가지고.
지하에 계신 엄마는 기뻐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 될 애가 자신의 원수를 학대해 주니 말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이모에게 문자를 넣었다.
- 이모. 어디야? -
- 사무실이에여. 주인님. -
아! 얼굴이 부어서 집에 못 같구나. 사무실에서 잤구나.
- 밤새 많이 울었겠네. 펑 펑. -
- 밤새 계란마사지 했어여. 주인님. 이제 다 가라 앉았어여. -
- 집에 갈 거야? -
- 보고 싶으세여? 주인님. -
- 아냐. 그냥 집에 가. 소희 기다리겠다. -
- 감사합니다. 주인님. -
그래도 다행이었다. 미애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퉁퉁 부은 얼굴로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잤다는 것도 다행이었다.
찜질방이나 모텔을 가려해도 얼굴이 벌겋게 부어 창피해서 못 갔을 것이다.
미애 때문에 이모와의 관계를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공부도 해야 하고 엄마 원수도 갚아야 하는데. 미애 때문에 산통이 깨질 수도 있음이었다.
너무 모질게 하면 이모가 달아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미애의 행동은 순전히 시앗싸움이었다. 본처가 첩을 학대하는 셈이었다.
나 하나를 놓고 두 여인이 시기와 질투를 하고 있음이었다.
시앗 싸움은 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나는 머리가 아팠다.
오전 10시 경.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상을 치우는데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을 보니 미애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문을 열어 보니 미애가 큰 트렁크를 두 개나 들고 서 있었다.
“뭐야 이거? 어디 여행 가?”
미애는 다짜고짜 트렁크를 앞세워 나를 밀고 들어왔다.
“여행은 무슨? 자기하고 살려고 왔지. 자기는 감시가 필요 해.”
머리가 띵 했다.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살려고 왔단다.
나는 엉거주춤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미애를 ?아 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파트를 버리고 떠날 수도 없었다.
미애는 골 때리는 나의 애인이었다. 막가파 두목이었다.
미애를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다른 여자가 들락거리니 언니 집에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짓을 하는지 자기가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나의 성기를 지희이모가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싶을 것이다.
미애는 내가 먹었던 밥상부터 치웠다. 설거지통에 물을 틀어놓고
싱크대를 청소했다. 수도꼭지를 잠그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미애는 안방 장롱을 열어젖혔다. 정리되지 않은 내 옷을 한 쪽으로 몰고
트렁크를 열어 자기 옷을 장롱 속에 걸기 시작했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이미 말릴 수 없었다. 미애는 작심하고 온 듯 했다.
뜻하지 않게 동거가 시작되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이다.
미애가 있어서 내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집안에는 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모를 부를 수가 없었다. 이모가 오면 또 미애가 쌍심지를 켜고 괴롭힐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나는 미애를 지켜보기만 했다.
미애는 트렁크를 비우고 장롱 문을 닫았다.
세면장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며칠 밀린 빨래를 통째 들고나와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걸레를 빨아 컴퓨터, TV,
문갑, 장식장 등 등. 온 천지를 걸레질하고 다녔다.
“자기야. 베란다 창문 좀 닦아라. 이사 와서 한 번도 안 닦았지?”
“여보야. 나 이제 고생문이 훤하다.”
나는 미애를 보며 엄살을 떨었다. 진짜 고생문이 보였다.
“아냐. 자기야.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나는 미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걸레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창틀 사이로 내다보니 20층 아래가 까마득하다.
유리창 닦다가 실수해서 떨어지면 미애도 이모도 영원히 안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잘못하면 엄마한테 바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미애와 나는 이사 오고 처음으로 집안 대청소를 했다.
미애가 앞 장 서고 내가 뒤따라서 청소를 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했다.
집안 어디에도 먼지 한 톨 없었다. 가구와 장식들이 빛이 났다.
힘은 들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치킨을 주문했다.
어제 미애가 사다놓은 양주를 꺼냈다.
미애가 재빨리 술상을 폈다. 둘이라는 것이 이럴 때 좋은 것 같았다.
혼자 있으면 밥도 귀찮아서 안 먹을 때가 있는데
둘이서 손 발 맞추니 모든 일이 척척 해결 되었다. 장단이 맞았다.
우리는 일요일 대낮부터 마주앉아 양주잔을 기울였다.
독한 양주를 입안에 홀짝 홀짝 털어 넣었다.
까지 꺼 취하면 어떠냐? 둘이 끌어안고 자면 되지.
양주를 마시니 꽃마차와 춘자누나가 생각났다.
누나는 어떻게 지내나? 이모가 누나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이모 가방에 춘자누나가 수표를 넣어 주는 걸 보니 도움은 되었을 것이다.
미애는 꽃마차에 가면 잘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여보야.”
“왜? 자기이.”
“내가 학교 졸업하고 실업자일 때 나를 돌봐준 누나가 있거든.”
“친누나는 아니고 아는 누나란 말이지.”
“응.”
“도대체 여자가 몇이야? 아! 이 남자 답답하고 어렵네.”
“아! 그런 관계가 아니구. 성공하면 갚으라고 용돈 주던 누난데 말이야.”
“용돈만 받았어? 딴 짓은 안 하구?”
“그럼. 용돈만 빵빵하게 받았지.”
나는 양주를 마시다 어느새 취해 있었다. 취한 건 미애도 마찬가지였다.
“고마운 분이네.”
“고맙지?”
“그럼. 고맙지.”
“여보야도 고맙지?”
“그럼 자기 챙겨준 누나. 나도 고맙지.”
“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왜?”
“요즘 그 누나 집에 일손이 딸리나봐.”
“뭐하는 집인데 일손이 딸려?”
“꽃마차.”
“꽃 파는 집이야?”
“아니. 술파는 집. 여자(花) 파는 집.”
“술집 여자야? 술집 여자가 돌봐 줬어?”
미애가 정색을 했다.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왜? 술집 여자는 사람 아냐?”
“누가 뭐래? 그런데? 일손이 딸리는데 어쩌자고?”
미애가 야시시한 눈길로 나를 째려보며 묻는다.
내가 할 말을 미리 짐작하고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여보야가 누나 좀 도오와 줘라.”
“뭘 도와 줘. 청소? 설거지? 내가 할 게 뭐 있어?”
“손님 옆에 앉아만 있으면 돼.”
술상이 뒤집어졌다. 바닥에 치킨과 양주병이 뒹굴었다.
“야. 이 새끼. 너 미쳤어? 나보고 술집에 가라는 거야?”
미애가 악을 썼다. 미애의 목소리가 아파트를 쩌렁쩌렁 울렸다.
미애의 패악에 나는 술이 확 깼다. 미애는 나에게 삿대질도 했다.
“야. 민호. 날 술집 넘기려고 꼬셨어? 술장사 시키려고 사귀자 했어?”
미애의 성질이 보통 넘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미애를 앉아 있는 그대로 반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달랑 들고 안방 침대로 옮겼다.
미애를 침대위에 던지고 나는 바지를 벗고 미애를 덮쳤다.
섹스가 하고 싶어 미애를 안방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다.
섹스를 하기위해 미애를 침대에 던진 건 아니었다.
내가 말을 실수한 것 같아 풀기위해 섹스를 시도했다.
화가 난 미애를 풀어주고 싶었다. 애정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미애는 섹스도 거부했다. 키스를 하려해도 입술을 벌리지 않았다.
다리를 꼬고 팔을 웅크리고 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나는 스커트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잡았다.
미애는 싫다고 도리질을 쳤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욕구가 돋았다.
하고 싶다고 안기는 이모에겐 튕겼지만 싫다고 발버둥치는 미애는 꺾고 싶었다.
팬티를 벗겼다. 미애가 몸을 뒤집으며 나를 발로 차며 몸부림쳤다.
나는 손가락으로 미애의 구멍을 후벼 팠다. 입술로 셔츠위에서 젖꼭지를 빨았다.
미애의 아랫도리에 물이 고이면서 차츰 조용해졌다.
아랫도리가 흥건해지면서 입술이 열리고 다리가 풀리고 가슴이 열렸다.
성기가 삽입되니 미애도 반응을 했다. 신음을 흘리며 나에게 안겨왔다.
나는 미애의 사타구니에 힘차게 펌프질을 했다.
미애의 신음이 비명이 될 때까지 세차게 펌프질을 했다.
이윽고 미애의 몸속 깊이 나의 정액이 쏟아져 들어갔다.
우리는 삽입을 한 채 포개져 숨을 고르고 있었다.
입술은 맞붙어 타액을 주고받고 있었다. 다리는 서로 감겨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기가 스스로 음부에서 빠져 나왔다.
아랫도리 물기도 닦지 않은 채 우리는 나란히 누웠다.
대낮이라 잠은 오지 않았다. 그냥 서로 부둥켜안고만 있었다.
한참 만에 미애가 화를 가라앉힌 듯 입을 열었다.
“자기야. 나 밉지?”
“뭐가?”
“이모를 괴롭혀서 무지 밉지?”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미애도 잠시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 미애가 몸을 돌려 내 젖꼭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장님을 내가 괴롭혀서 밉지? 그래서 술집에 넘기려는 거지?”
나는 얼른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 오른 손 검지로 미애의 입을 막았다.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미애 뿐이야. 이모 사랑 안 해.”
미애는 내 손가락을 팔로 걷어내고 자기 할 말을 했다.
“사랑도 안 하는데 왜 발가벗고 둘이 있어? 사랑 안 하는데 관계를 해?”
“그건 그냥 즐기는 거지. 별거 아냐.”
“자기는 별거 아니지만 나는 중요한 문제야.”
“쉽게 쉽게 살자. 세상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나는 아니야. 미애는 아니야. 어떻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관계를 해?”
“나한테 집도 사주고 공부도 시켜 주는데 어떻게 싫다고 딱 자르니? 좋게 지내야지.”
“좋게 지낸다구?” 발가벗고 기어 다니는 게 좋게 지내는 거야?”
“미안 해. 여보야가 이해해 주라. 나 성공하면 여보야도 좋잖아.”
“안 들키게 하지. 왜 들켰어?”
미애는 흐느끼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연락도 안 하고 오니까 보게 된 거지. 미리 연락했으면.”
“자기. 언제부턴가 저녁만 되면 폰 꺼놨어. 밤늦게 들어오고. 꺼진 폰에 어떻게 연락 해?”
“그때는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이해 좀 해라.”
“이해? 그 때 미행을 해서라도 알아 봤어야 했어. 내가 속았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모를 만날 때마다 폰을 꺼둔 적이 있었다.
미애에게서 연락이 올까봐 일부러 꺼둔 적이 있었다. 이모를 보내고
아파트에 돌아오면 미애가 복도에서 잠들어 있던 그때였다.
미애가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애. 어제 작은 방에서 발가벗은 사장님 발견하고 기겁을 했어.”
나도 팔을 벋어 미애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렸다.
미애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앞이 깜깜했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생면부지의 사람도 아니고 나도 알고 자기도 아는 사람이
발가벗고 비밀의 방에 숨어 있다니. 그 방은 예전부터 비밀의 방이었잖아.“
나는 미애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애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미애가 자기 속마음을 읊어대고 있었다.
“비밀의 방에서 사장님을 보는 순간, 나는 자기의 엄마가 베란다로
몸을 던진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어. 참혹한 심정이었어.“
“……”
“자기를 후원해주고 SM을 한다기에 이해를 하고 싶었어.”
“……”
“그래도 속으로는 분이 안 풀리는 거야. 이모를 괴롭히면서 내 마음을 달랬어.”
“……”
“집에 가서도 잠이 오지 않았어. 둘이 발가벗고 엉켜있는 상상만 하다가 밤을 꼬박 새웠어.”
“……”
“그래서 아침에 보따리를 샀어. 자기를 지키려고. 자기 내 말 이해 해? 미애 맘 이해 해?”
“그래그래. 이해한다. 미안하다.”
“사실 내 마음은 사장님을 죽여 버리고 싶었어.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순 없었어.”
“……”
“그래서 자기하고 같이 SM을 하자고 스스로 달랬어. 보조를 맞추기로 마음을 다졌어.”
“……”
“미애도 SM을 해 본적은 없어. 인터넷에서 많이 봤지. 따라하니 되데. 이모가 협조를 많이 하더라.”
“……”
“나는 지금도 사장님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괴롭히기 보다는 죽여 버리고 싶어.”
“……”
“불륜으로 걸어 처넣으면 좋겠지만 자기하고 나는 법적으론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
“근데 오늘은 뭐? 술집에 가서 낯선 사내 옆에 앉아 있으라구? 자기 나 사랑하기는 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날 못 땠다. 독하다. 나쁘다. 욕하지 마. 다른 사람이 내 입장 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야.”
“그래. 그래. 내가 여보야를 나쁜 사람 만들었다. 용서해라.”
“용서해 줄 테니까 현관 비번 갈켜 줘.”
나는 순간 헛웃음을 날렸다. 딱 걸렸다. 피해 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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