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시의 수변 공원은 나에게 추억이 있다.
하루가 고달플 때 용역회사 다니는 강수 형과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었다.
일과가 끝난 새벽에 소주를 마시며 세상을 씹었다. 사람들을 씹었다.
흐르는 물가에서 마시는 소주는 좀체 취하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술도 많이 늘었다.
공원을 살펴보면 큰 도로가에 정문이 있고 정문에서 우측에 주차장이 있다.
좌측에 주차장만큼이나 넓은 풀밭이 있었고 풀밭 옆으로 운동장이 2 개 있다.
하나는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는 넓은 운동장이었고
하나는 족구나 배드민턴을 치는 소운동장이었다. 운동장과 풀밭을 가로질러
들어가면 작은 동산이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동산이라 높지는 않다.
그 안에 강이 흐르고 강 건너 산이 있다. 강 이쪽에는 강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자갈길이 있다.
자갈길에는 건강 산책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사람들은
건강 산책길을 신발 들고 맨발로 걷는다. 발바닥이 아프도록. 혼자 또는 무더기로.
강에는 분수가 있다. 낮에는 일 반 분수지만 밤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비추어 장관을 이룬다.
강과 자갈길 사이에는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계절별 온갖 꽃이 있으니 항상 피어 있다.
사람들은 자갈길을 걸으며 꽃밭을 감상한다. 자갈길을 걸으며 분수를 구경한다.
그래서 수변 공원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득시글거린다.
강수 형과 나는 사람들이 보금자리로 찾아든 새벽에 소주병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때로는 동산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마셨고 때로는 자갈길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마셨다.
아마 강수 형과 내가 이 공원에서 마신 술, 빈병을 모아 놓았으면 한 트럭은 족히 될 것이다.
가진 자들은 우리의 안주였다. 잘 난놈들도 우리에겐 안주였다.
예쁜 년, 못된 년, 더러운 놈, 까진 년, 잘난 척 하는 년들도 우리의 안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이 우리의 이빨에 씹혔고 아는 사람들이 거의 우리 이빨에 씹혔다.
이 공원에 오면 생각나는 또 한사람이 있었다. 춘자 누나.
친누나는 아니다. 이웃 누나도 아니다.
오다가다 만난 사이인데 나에게 누나하고 싶다고 매달린 여자다.
키 160cm에 몸무게가 85kg인 여자. 스물아홉에 방석집을 경영하는 사장이다.
나에게 용돈도 아낌없이 준다. 달라고 안 해도 막 준다.
그런데 나중에 갚으란다. 꼭 받는단다. 나는 줄 생각이 없는데.
내가 커서 돈 벌면 갚으라고 용돈 준 거 장부에 적어두는 철저한 누나다.
그 장부를 어느 날 보여 주는데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어느 천 년에 돈을 벌어 갚을 것인가?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누나는 헛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주면 고맙다는 말이나 듣지.
지금 생각하면 못 갚을 빚도 아니다.
누나에게 받은 용돈 이모에게 한 번만 손 벌리면 갚을 수 있다.
사람 팔자 참으로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춘자 누나에게 용돈을 받을 때는 앞길이 막막했다. 갑갑했다.
지희 이모에게 뜯어 쓰는 요즘. 나는 등 따시고 배부르다. 아쉬운 것이 없다.
강수 형과 내가 술을 마실 때면 춘자 누나도 가끔 끼여서 술값을 부담 하곤 했다.
그녀도 새벽에 일을 마치니까 우리하고 죽이 잘 맞는다.
누나는 우리 보다 입이 거칠고 한이 많아 세상을 씹고 인생을 씹는다.
“어디로 가고 싶어?”
“동산에 올라 갈가여? 주인님.”
나는 차의 시동을 껐다. 키를 이모에게 넘겨주었다.
차에서 내린 이모는 동산으로 향하지 않았다. 정문으로 향했다.
“어디 가? 동산 가자며.”
“정문 앞에 마트에 가여. 먹을거리 사러여.”
“그럼 나 혼자 천천히 올라갈게.”
“예. 주인님.”
이모는 정문으로 총총 걸어갔다.
같이 따라가서 짐을 들어 주고 싶었지만 이모는 이미 마트를 향해 가버린 후였다.
나 혼자 동산을 서서히 올랐다. 토요일 오후라 공원엔 사람들로 득시글거렸다.
수변공원 작은 동산을 천천히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풀밭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게임도 하고 저마다 무리를 지어 어울리고 있었다.
대운동장에는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고
족구장에는 세 쌍의 남녀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숲인 동산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산이라고, 언덕이라고 사람들은 올라오지 않고 쳐다보기만 했다.
드문드문 쌍쌍이 벤치에 앉거나 누워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이 보였다.
중간쯤 오르다가 나는 소나무에 기대서서 이모를 기다렸다.
내가 너무 올라가 버리면 서로가 찾지 못해 전화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만치 이모가 보였다. 양 손에 까만 봉지를 들고 달음박질을 하고 있었다.
봉지 두 개를 들고 언덕을 뛰어서 오르고 있었다. 빨리는 아니지만.
내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내가 손 흔드는 것을 보았는지 이모가 소리쳤다.
“주인니임! 같이 가요~~~”
나는 머리가 쭈뼛거리며 섰다. 피가 머리로 몰렸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모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쳐다보는 사람은 없는지.
“주인니임. 기다리셔요~~~~”
주인님이라는 호칭이 갑자기 듣기 싫었다. 누가 들으면 궁금증을 유발할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생각하기에 끔찍하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거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으려고 덤빌 것이다.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모를 향해 달려 내려갔다.
이모가 들고 오는 봉지 두 개를 내 손에 받아 쥐었다.
이모는 앞서가는 내 뒤를 숨을 고르며 뒤따라왔다.
나는 봉지 두 개를 들고 앞장서서 동산의 정상까지 단숨에 올랐다.
공원을 살펴보니 운동장과 풀밭에만 사람들이 몰려 있다.
강가에도 사람들이 더러 있었고 꽃밭에서 사진 찍는 이들도 가끔 있었다.
건강산책길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날이 더워서 돌이 뜨거우니 아무도 맨발로 걷고자 하지 않는 모양이다.
건강산책길은 아침이나 저녁에 줄을 서는 곳이다.
나는 사람이 많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 운동장이 잘 보이는 벤치에 봉지를 놓았다.
그 곳에서는 족구장도 보이고 풀밭도 보인다.
하지만 대 운동장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강과 건강산책길, 분수대는 등 뒤에 위치하게 되는 셈이다.
까만 봉지를 풀어헤치고 먹거리를 꺼내는 이모에게 내가 말했다.
“이모. 체력 좋던데. 거기를 막 뛰어 오르데?”
“주인님. 제가 아침에 조깅 90분, 줄넘기 30분 하거든요. 호 호 호”
아하. 이모가 몸매를 가꾸는 비결이 조깅과 줄넘기였구나.
미애는 수영과 헬스라 했는데 노력 없는 대가는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모. 대중이 있는 곳에서는 주인님 하지 마라. 남들 듣는다.”
“남들 신경 쓰지 마세여. 주인님. 저들은 저들대로 살아가는 거에여.”
“말대꾸 하는 거야? 이모. 자꾸 아는 척, 잘난 척 할 거야?”
“죄송합니다. 주인님. 하명만 하세여.”
이모가 풀이 팍 죽었다. 저자세로 꼬리를 내린 셈이었다.
나는 봉지에서 먹거리를 꺼내는 이모의 어깨를 감쌌다.
“이모. 대중 앞에서는 주인님 하지마라. 챙피하다.”
“저는 모시는 주인님이 있어서 자랑스러운데여. 뭐가 창피 하세여?”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이해를 못 할 거 아니야.”
“이상하게 생각하는 남들이 나쁜 거져. 걱정 마세여. 주인님.”
이모는 까만 봉지에서 이것저것 벤치에 꺼내 놓으며 능청스럽게
주 종 관계가 자랑스러운 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는 투로.
“내가 싫어. 대중 앞에서 주인님이라는 호칭 내가 싫어.”
“그럼. 뭐라고 부를까여? 주인님. 자기라고 불러도 되어?”
일단 이모가 남들 앞에서 나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말려야 했다.
“그래. 맘대로 해. 아파트에서, 그리고 차안에서는 주인님이야.”
“자기잉! 이모 기분 너무 좋다. 아는 사람 만나면 민호야 하고 불러도 되져?”
“아는 사람 누구?”
“혹시 모르잖아요. 세상이 좁다고 우리를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기도 오해 받을텐데.”
“그래. 이모 편리한대로 해. 호칭은 맘대로 해도 관계는 주인이야.”
“예. 주인님.”
또 주인님이란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누가 듣고 이상하게 볼 까봐.
이모가 펼쳐놓은 먹을거리는 밀감과 음료수, 과자, 아이스크림뿐이었다.
“이모. 술은? 한 잔 없어?”
“술 마시고 운전 하실 거에여?”
“갈 때는 이모가 해. 나는 술 먹고 잘래.”
“흐 흐 갈 때는 제가 옷 벗기고 창문 열어여.”
“대화는 자기고 관계는 주인님이랬지? 여기서 벌 한번 받아 볼래?”
“죄성해여. 그냥 분위기 띄운다고.”
“술 사올래? 내가 사올까?”
“그냥 음료수로 해여. 자기. 갈 때도 운전 하시구.”
“올 때 신경을 많이 썼더니 피곤해. 갈 때는 잘래.”
“자기. 운전 잘 하던데여. 소질이 있어여.”
“잠든 척 하랬는데 어떻게 알아? 손수건에 구멍 뚫렸어?”
“느낌으로 알죠. 급브레이크 안 밟고 급발진 안 하고 급커브 안 꺾으면 잘하는 거죠.”
“아부 하지 마. 운전은 칭찬도 자랑도 하는 거 아니래.”
고래도 칭찬을 들으면 춤을 춘다고 했나? 이모의 칭찬에 나는 우쭐 해졌다.
“운전 오래한 사람도 옆에 탄 사람 불안하게 만들고 앞 차 욕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여.”
나는 일단 술 생각을 접었다. 우리의 정면에 대운동장이 있었다.
대운동장에서 공 차던 사람들이 경기를 끝냈다.
그들이 나가면서 하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과 빨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옷 색깔로 편을 가르고 돈을 거두었다. 거둔 돈을 심판에게 위탁했다.
내기 축구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모가 까주는 밀감을 입만 벌려 받아먹으며 말했다.
“이모. 우리 내기하자. 저기 한 팀씩 맡아서 응원하고 내기하자.”
이모가 운동장을 찬찬히 살피며 손으로는 밀감을 부지런히 깠다.
“자기는 어느 팀 하실래여?”
“이모가 먼저 골라. 남는 팀 내가 할게.”
나는 내심 하얀 팀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덩치가 일단 더 컸다.
“저는 빨간 팀 할게여.”
“왜?”
“옷이 이쁘잖아여. 느낌이 좋아여.”
“좋아. 나는 하얀 팀. 지는 사람 벌칙은?”
“제가 이기면 정액 주세여. 주인.. 자기이.”
“좋아. 하얀 팀 이기면 이모는 나의 과제를 수행 할 것.”
“감사합니다. 제발 빨간 팀 이겨 주세여.”
우리의 내기가 마무리 될 즈음 대운동장의 경기도 시작 되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치고 올라간 하얀 유니폼이 순식간에 선취골을 넣었다.
나는 탑성을 응원하듯이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를 보냈다.
거리가 있어서 운동장에 전달되지는 않을 터였다. 내가 응원해도 저들은 알 턱이 없다.
이모는 기죽지 않고 응원에 열을 올렸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경기가 진행 될수록 하얀 유니폼이 밀렸다. 덩치가 크니까 동작이 느렸다.
빨간 유니폼이 날쌔고 조직력이 있었다. 하얀 유니폼이 개인기는 있어 보였다.
힘과 개인기의 하얀 유니폼이 팀워크의 빨간 유니폼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을 1 : 2로 역전 당했다. 후반에 따라 붙었지만 5 : 2로 하얀 유니폼이 지고 말았다.
이모는 엉덩이를 폴짝폴짝 거리며 좋아했다.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흘렀다.
이긴 것이 좋은 것일까. 정액이 좋은 것일까. 하여간 이모는 손뼉까지 치고 있었다.
나에게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거부했다.
하얀 유니폼과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졌다는 것은 기분이 꿀꿀했다.
나는 이모의 기를 꺾고 싶어 머리를 굴렸다. 예전에 문자메시지에 호칭 빼먹은 것이 떠올랐다.
따른 경험을 시켜 주겠다고 경고 했었다. 오늘 이모를 곤궁에 몰고 싶었다.
“이모. 전에 메시지에 호칭 생략해서 벌 받아야 되는 거 기억하지?”
“자기이. 이렇게 좋은 날 케케묵은 걸 들추고 그래여? 그건 집에 가서 해여.”
이모가 내 팔을 잡고 어깨에 얼굴을 기대왔다. 상체도 흔들며 아양을 떤다.
“이모가 결정 하는 거야? 여기서 싫으면 말고 집에 가서 해야 되는 거야?”
“죄성해여.”
이모의 기가 꺾였다.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팔도 놓았다.
이모에게 어떻게 창피를 줄까 고민 하는데 노인이 한사람 보였다.
대운동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벤치에서 몸을 뒤로 돌리면 강이 보인다.
분수대가 있고 건강 산책길이 있는 방향에 노인네 한 사람이 망연자실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칠순은 넘어 보이는 노인네가 우리 오기 전부터 혼자 있었으니 일행은 없어 보였다.
만날 사람이 있었다면 벌써 왔을 것이고 그리 오랜 시간 혼자 있을 리 없었다.
낚시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오랜 시간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는 모습이 내 눈길을 붙들었다.
“이모. 저기 노인 보이지. 혼자 강 바라보는 노인.”
“예. 아까부터 꼼짝 않고 강만 노려 보네여. 무슨 사연이 있나?”
“심심해 보이는 노인네에게 이모가 호의를 좀 베풀고 와야겠다.”
“예?”
이모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입을 주시했다. 나는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노인네한테 이모가 노팬티라는 것을 보여 주고와.”
“예에?”
“가서 스커트 번쩍 들고 보여주면 미친년 소리 들으니까 작전이 필요 해.”
나는 이모의 얼굴에 수심을 보았다. 묘하게 일그러지는.
“이모가 수작을 걸어서 소란 일어나지 않게 노인네가 이모의 스커트 안에 손을 넣으면 옵션 완료야.”
이모는 난감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머리를 굴리는 듯 눈알이 번쩍였고
입술을 오물 거렸지만,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해 볼 거야? 다른 미션 줄까?”
이모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를 향해 애절한 눈빛만 날렸다.
“할게여. 자기가 보고 있으니 용기가 나네여.”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이모의 얼굴이 편안 해졌다. 미션을 수행하겠단다.
“할 수 있겠어? 괜히 우사 당할 거 같으면 다른 걸로 해.”
내가 오히려 걱정이 됐다. 노인에게 뺨이라도 맞고 멱살을 잡힐 것 같았다.
이모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노인이 앉은 벤치를 향해 사뿐히 걸어 내려갔다.
나는 먹거리와 쓰레기를 까만 봉지 두 개에 갈라 담았다. 여차하면 들고튀어야 했다.
이모는 노인에게 다가가 다소곳이 인사하고 옆에 앉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모가 노인네의 몸을 왼 팔로 두르며 자기 몸을 노인에게 기댔다.
둘의 행동을 뒤에서만 보아야 하는 것이 유감이었다.
노인네가 나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자리를 옮겼어야 했는데 준비가 부족했다. 전망 좋은 곳으로.
이모의 오른 손이 노인의 앞으로 뻗쳐졌다. 무엇을 만지는 것 같았다.
이모의 머리는 무슨 말을 지껄이는 듯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손은 손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활동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무성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이모가 일어섰다. 노인네 정면으로 마주 섰다.
이모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나에게도 정면으로 잘 보였다.
다음 장면은 기가 막혔다. 노인네가 이모의 스커트를 왼 손으로 들어 올렸다.
이모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고 오른 손으로 이모의 치마 밑을 더듬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내 아랫도리가 불끈 서면서 머리끝으로 피가 몰렸다.
이모는 행복한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느끼는 듯 눈도 지그시 감았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왠지 약이 올랐다. 질투가. 샘이 났다.
이모의 가랑이 사이에 이를 잡아 주는 것인가? 노인네는 한참을 이모의 가랑이 사이를 더듬었다.
그리고는 치마를 내리고 손을 뗐다. 이모가 노인네의 이마에 뽀를 해주고
정문을 향해 총총 걸어갔다. 왜 나에게로 안 오는 것일까? 마트에 갔나?
잠시 후에 내 폰에 문자가 왔다.
- 주인님. 옵션 수행 했습니다. 정문으로 오시지여. -
나도 메시지를 보냈다.
- 건방진. 이리로 와서 보고 해야지. 누구 보고 오라 가라 하느냐? -
- 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주인님과 함께 있는 것을 노인이 보면 클 납니다. -
나는 쓰레기를 버리고 먹다 남은 것을 싸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 주차장으로 와. 코란도에서 만나자. -
내가 조수석으로 올랐다. 이모가 운전석으로 올라탔다.
어느새 공원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벌써 가시게여? 아직 시간 멀었는데.”
이모가 아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 본다.
“노인네 하고 무슨 수작했어? 어떻게 치마 밑에 손을 넣어?”
“옵션 수행 했어여. 시키는 대로 했거든여.”
“잘 못을 따지는 게 아니고 과정을 듣고 싶은 거야.”
“비밀이에여. 주인님. 다 보셨잖아여.”
이모는 나의 궁금증을 풀어 주지 않았다. 요걸 또 어떻게 기를 죽이나.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져 들었다. 생글거리는 이모를 울리고 싶었다.
“저녁이나 먹고 올라 가실래여? 주인님.”
“저녁? 벌써? 뭐 먹을까?”
“주인님 좋아 하시는 거 먹어여. 제가 살께여.”
사실 내가 사도 이모 돈이니 누가 사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직 밥 생각 없어. 소주가 땡겨.”
강수 형이 생각났다. 춘자 누나가 생각났다. 새벽에 마시던 소주가 생각났다.
“저녁 먹으면서 반주 한 잔 하시면 되져. 아직 밝은 시간인데.”
“취해서 비틀거릴까봐? 목만 축일거야.”
“음료수로 목 축였잖아여. 주인님. 더 사올까여?”
“아직 남았어. 과자도 남았고. 밀감은 없네.”
“밀감은 저녁 먹고 사여. 올라가며 차에서 먹어여. 주인님.”
“밀감이 없다는 거지. 먹고 싶다곤 안 했어. 저녁이나 먹자.”
“삼계탕 좋아 하세여? 여름이니까 먹어 두는 것도 좋은데.”
“그래. 좋아. 아무거나 먹고 올라가자.”
이모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했다.
“이 근처에 삼계탕 집 없어? 어디로 가.”
“유명한 삼계탕 집을 알아여. 촬영할 때마다 갔었는데 참 잘해여.”
이모가 모는 코란도가 춘자 누나가 술집을 하는 동네로 들어섰다.
골목은 달랐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꽃마차.
코란도를 삼계탕집 입구에 세우고 우리는 내렸다.
주차 요원이 부리나케 달려 왔다. 차에서 내리는 이모에게 굽실거리며 인사를 했다.
“주인님. 들어 가세여. 여기에여.”
이모의 주인이란 호칭에 나는 또 얼굴이 화끈 거렸다. 주차요원이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모를 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종업원들이 이모와 구면인 듯 아는 척을 했다.
우리는 종업원들의 안내에 따라 2층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님. 어때여? 분위기는 괜찮져?”
“이모. 차에서 내렸다. 호칭 좀 가려라.”
“어머나. 자기. 매너 있다아. 나는 깜박 했네.”
여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아주 친절하다. 나는 소주 두 병을 추가로 시켰다.
“두 병씩이나 누가 다 마셔여. 자기 취하면 난 달아나 버릴 거에여.”
“달아나면 붙잡아서 개 목줄 채워서 다닐 거야.”
“무서버라. 잡히면 안 되겠네. 호호호.”
그때 귀티 나는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이모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 여인은 허리를 구십 도로 꺾으며 이모에게 인사를 했다.
“멀리 오셨네요. 오늘도 촬영 있으셨나요?”
“아니에요. 오늘은 수변공원에 놀러 왔어요.”
“저분은 누구? ...”
“아! 우리 직원이에요. 피팅모델.”
“잘 생겼다. 우리 아들 하고 싶다. 영리하게 생겼네.”
그 여인은 나를 귀엽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덕담을 했다.
“맛있게 드세요. 부족한 거 있으면 언제든 호출 하시구요.”
“예. 사장님.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찾아 주셔서 제가 고맙지요. 편하게 쉬세요.”
삼계탕 집 여사장이었다. 삼계탕 두 그릇 주문했는데 인사하러 올 정도면
이모는 이 집에 vip인 것 같았다. 전망 좋은 자리에 사장까지 인사를 오니
이모의 위엄이 나에게 벅찼다. 함부로 다루다가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계탕과 소주가 오면서 쟁반에 호리병이 하나 따라왔다.
“분주에요. 향이 좋아요. 사장님이 드리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나는 삼계탕을 먹으며 분주부터 마셨다. 이모는 딱 한 잔만 주고 내가 다 마셨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마시니 알딸딸했다. 두 병째는 따지를 않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도 여사장이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배웅을 했다.
이모의 위세에 내 기가 꺾였다. 내가 강아지로 부릴 여인이 아니었다.
춘자 누나나 보고 갈까? 나는 이모에게 갈 곳이 있다고 지시하는 대로 가라고 명령했다.
좌회전, 우회전, 직진을 외치며 춘자 누나네 가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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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가 삐끼 하던 시절. 어느 날. 강수 형이 큰 건을 해결 했다고 술을 한잔 샀다.
우리는 둘이 소주를 다섯 병 해치우고 거리로 나섰는데 우연히 홍등가로 접어들게 되었다.
휘황한 불빛에 시원하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에게 홀려 꽃마차라는 가게로 들어섰다.
색시들의 요사스런 행동에 우리는 홀라당 벗고 맥주를 세 박스나 먹었다.
그만 먹자고 선언하고 계산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나는 강수 형이 한 잔 산다고 해서 따라온 처지였다. 강수 형은 1차를 자기가 샀으니
2차는 내가 사는 줄 알았단다. 나는 형이 한턱내는 줄 알았다. 아가씨들이 태도가 돌변했다.
여주인이 나타나 무전취식으로 경찰서를 가든가 양아치들에게 매를 맞든가
선택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장에 주먹이 날아올 기세였다.
강수 형이 돈을 구해 오겠다고 나섰다. 내가 볼모로 잡혔다.
자정에 돈을 구하러 나간 강수 형은 새벽이 되도 소식이 없었다.
새벽 세시가 지나고 색시들이 퇴근을 했는데도 강수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꽃마차 여사장과 나와 둘만 남았다. 힘으로 밀어 붙이고 달아날까도 생각했다.
여주인의 덩치를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부딪쳐도 나만 자빠질 것 같았다.
양아치들 부르면 나는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고 발가벗겨져 집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돌아오지 않는 강수 형이 원망스러웠다. 혼자 도망간 건 아니겠지?
“어이 총각. 그 새끼 왜 함흥차사야? 너희들 별 볼일 없는 사이야?”
“학교 선배입니다. 꼭 올 겁니다. 기다려 보세요.”
“야 이 새끼야. 나는 잠도 안자고 너만 지키란 말이야? 전화라도 해 봐.”
강수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꺼져 있었다. 눈앞이 캄캄하다. 머리가 멍하다.
정말 혼자 살자고 달아난 건가? 의리의 강수 형인데 그럴 리가 없었다.
꽃마차 여주인이 다가 오더니 내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 채 갔다.
재킷도 벗겨서 방으로 던져 넣었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겁에 질려 있었다.
여주인이 홀을 한 바퀴 휘돌아 오더니 내 셔츠를 벗겼다. 나는 저항도 못했다.
머릿속만 복잡할 뿐이었다. 강수 형은 왜 안 오나. 돈은 구하고 있는 건가?
혼자 숨은 거는 아니겠지. 설마 나하고 영원히 안면 바꾸려는 건 아니겠지.
하기야. 형이나 나나 가난한 형편에 밤중에 어디 가서 돈 백만 원을 구한단 말인가.
차라리 같이 두들겨 맞았으면 덜 아플 텐데. 이제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일어서 새꺄. 바지 벗어 시발 놈아.”
나는 엉거주춤 일어서서 허리띠를 잡고 떨고 있었다.
여자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힘으로 못 당할 것 같았다. 거구였다.
가게를 벗어나도 골목 안에서 양아치에게 잡혀 개죽음을 당할 것 같았다.
겁먹은 나는 바지도 벗을 수밖에 없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여주인은 내가 벗은 옷을 모두 방으로 던지고 방문을 닫았다.
여주인은 현관문을 잠그고 셔터까지 내리고는 사라졌다.
나 혼자 홀에서 홀랑 벗겨진 채 의자에 앉아 달달 떨고 있었다.
추워서 떠는 것이 아니고 무서워서 떨었다. 두려워서 떨었다.
돈 없이 술을 먹고 돈 구하러간 강수 형은 소식도 없고 나는 이제 가게 안에 갇혀 버렸다.
셔터도 내려졌으니 강수 형이 와도 들어오지도 못할 텐데. 내 신세가 처량했다.
강수 형은 정말 혼자 살겠다고 달아난 것인가? 어느새 술이 다 깨어 있었다.
언제 술을 먹었느냐는 듯 정신이 말짱했다. 잔머리를 굴려도 달아날 방책이 없었다.
구멍이 있어도 밤중이지만 벌거벗고 길거리로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우리가 술을 마시던, 내 옷이 던져진 방으로 다가갔다.
옷이라도 꺼내 입고 달아날 구멍을 찾아야 했다. 방에는 희미한 등이 켜져 있었다.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나는 방문을 주먹만큼 열고 세 걸음을 물러났다.
방안에 여주인이 앉아 있었다. 귀신인가? 셔터를 내리고 사라졌는데 방안에 있었다.
열다만 방문을 여주인이 마저 열고 홀로 나왔다.
“왜. 갈려고. 옷 찾으러 왔어?”
“아! 아닙니다. 그냥……”
“그냥 뭐. 아무도 업으면 옷 챙겨 입고 도망가려 했잖아.”
“술값 떼먹고 어떻게 도망가요? 우리 형 올 거예요.”
“올 놈이면 진작 왔지. 전화도 안 받고 숨었겠냐?”
“와요. 걱정 마세요. 밖에 와 있을지도 모르는데.”
“밖에 와 있으면 셔터 내려졌으니 네 휴대폰으로 전화 왔겠지.”
여주인이 내 휴대폰을 들고 흔들었다. 은근이 형이 원망스러웠다.
“하하. 잘 생겼다. 여자들 졸졸 따르겠네.”
어느새 홀로 나온 여주인이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쓸면서 말했다.
나는 팔로 여주인의 손을 걷어내고 한 걸음 물러섰다.
“너 이 새끼. 내가 폰 번호만 누르면 애들이 금방 달려와.”
여주인이 나를 겁주었다. 겁먹지 않을 수 없는 나의 형편이었다.
“애들 오면 너는 초주검이야. 매타작 한다구.”
다시 여주인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물러서지 못했다.
여주인이 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쓸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다.
그냥 여자 손이니까 보드랍다는 느낌이 있을 뿐이었다.
여주인이 내 젖꼭지를 비틀었다. 약하게.
“흐으 아악!”
나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엄살을 떨어야 덜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았다.
“얌마. 손만 댔는데 죽는 소리 하냐? 앉아 임마.”
나는 여주인의 말에 떠밀리듯 의자에 앉았다. 여주인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의자에 앉은 나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몸만 뒤로 젖혔다.
이젠 여주인이 양 손으로 내 가슴을 쓸고 있었다.
“꽃미남. 몇 살이야?”
“열아홉인데요.”
“열아홉 살짜리가 이런데 들락거려? 골빈 놈이구만 이거.”
“죄송합니다.”
아니 술집에 술 마시러 왔는데 뭐가 죄송한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빌어야 했다. 그것이 무사하게 돌아가는 길일 것 같았다.
여주인은 골빈 놈이라고 하면서 내 뺨을 찰싹 찰싹 때리고 있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치욕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참아야 했다.
뺨을 때리던 여자의 손은 나의 젖꼭지를 비틀더니 배로 내려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팬티 속으로 침입했다. 성기를 불끈 잡았다.
“흐아악! 이러시면 안 돼요. 돈 구해 올 거에요.”
여주인이 순간 무엇에 놀랐는지 손을 급하게 뺐다.
“우와! 대물이네. 내가 만자 좃 많이 봤지만 이런 물건 처음 본다.”
여주인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 팬티 속으로 손을 넣었다.
나는 반항도 못하고 비명도 참으며 이빨만 지그시 깨물었다.
여자의 손이 내 팬티 속으로 재침입 하니까 성기가 발작을 했다.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면서 성기가 제대로 발기를 했다.
끝없이 뻗어 나갔다. 꿈틀 거리는 성기를 여주인은 미꾸리지 잡 듯 양 손으로 움켜쥐었다.
“일어 서.”
여주인의 단발적인 명령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정신이 없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마에게 홀린 듯 나는 경황없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해야 했다.
벌떡 일어서니 여주인의 손에 걸려있던 내 팬티가 무릎 아래로 흘러 내렸다.
발기한 성기가 요동치며 세상 밖으로 튀어 나왔다.
여주인은 팬티를 종아리에 걸어놓고 내 성기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으로 들어가.”
나는 팬티를 글어 올리며 하마의 명령대로 순순히 방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온 하마가 나를 껴안으며 몸을 더듬었다.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여주인이 내 몸을 혀로 핥아대며 다리 걸어 나를 넘어트렸다.
나는 방바닥에 힘없이 넘어졌다. 여주인이 위에 덮치고 내 몸을 혀로 애무했다.
나는 반항도 거부도 못하고 큰 大 자로 그냥 누워 있었다.
성기를 손으로 주무르며 내 몸을 핥던 여주인이 가랑이 벌리고 내 위로 올라 왔다.
160cm. 80kg 하마가 내 몸 위에 올라탔다. 나는 여주인 밑에 깔려 처분만 기다려야 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온 몸에 전기가 통하고 야릇한 기대감에 마음이 설랬다.
여주인이 내 성기를 자신의 구멍에 꽂았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며 나는 정신이 몽롱 해졌다.
몸이 왠지 뜨거워지고 기분은 구름을 탄 듯 붕붕 솟았다.
성기는 끝없이 뻗어 나가는 듯 했고 여주인의 구멍은 따뜻했다.
여주인은 나의 성기를 자기의 구멍에 꽂고 야릇한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엉덩이를 돌리며 자신의 젖통을 쥐어짰다. 허리를 굽히고 혀로 내 귀를 핥았다.
여주인의 행위에 나도 빠져 들었고 느낌대로 반응했다. 그리고 사정을 했다.
내 정액을 몸속에 넣은 여주인이 휴지로 내 성기와 자신의 구멍을 닦고 내 옆에 나란히 누웠다.
“첨이야?”
우악스럽고 거세기만 하던 하마가 숨을 할딱이며 보드랍게 물어왔다.
“예.”
“여자하고 첨이야?”
여주인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사실 처음이었다.
나는 하마 같은 여주인에게 강제로 동정을 뺐기고 말았던 것이다.
억울했다. 이렇게 동정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게 당한 것이었다.
나의 동정을 앗아간 하마의 이름은 춘자였다.
춘자는 인생이 더럽게 꼬여 유흥가를 전전했다. 어느 룸싸롱에서 유부남과 눈이 맞았고
그 중년 신사가 술집을 차려 주었다. 경영자가 되어 뒷짐만 지고 있다 보니,
현장을 뛰지 않으니 몸무게가 배로 불었단다. 160/40 이던 몸매가 160/83 으로 변해 버렸다.
갑자기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병원도 가보았다. 심신이 편해서 그렇다는 진단을 받았단다.
술집을 차려주고 수시로 불러서 데리고 놀던 중년신사는 춘자가 뚱보가 되면서
차츰 찾는 횟수가 줄더니 요새는 아예 찾지 않는단다.
그래도 가게를 뺏어가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미련은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이 춘자의 생각이었다.
항상 그 분이 부르면 달려갈 마음이 있지만, 이제는 안부를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단다.
나에게 처음으로 여자 경험을 시켜준 춘자가 양주와 안주를 들고 왔다.
안주는 강수 형과 내가 먹다 남긴 그 것이었다. 날이 밝아 오는데 우리는
양주를 들이켰다. 하마가, 춘자가 나보고 누나라 부르란다. 싫지 않았다.
술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왠지 정이 가는 여자였다.
부모도 형제도 없는 나였다. 누나라 부를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춘자 누나는 스물아홉 살인데 덩치가 커서인지 험하게 살아서인지 마흔은 넘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남성을 바치고만 춘자를 누나라 부르기로 했다.
춘자도 부모 형제와 연을 끊은 지 오래란다. 그 분이 찾아주지 않은지도
너무 오래 되었단다. 나 같은 꽃미남이 허전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좋겠단다.
둘이서 양주 두 병을 마셨다. 짧은 시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나 혼자 술 취해서 넋두리를 했다.
어려서 부모 잃고 고모 집에 얹혀살았던 아픔을 춘자 누나에게 깡그리 읊었었다.
춘자 누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혀를 차며 내 이야기를 다 들어 주었다.
누구에겐가 내 아픔을 털어 놓으니 속이다 시원했다.
춘자 누나는 그럴수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나를 격려했다.
어린 새끼가 이런 곳이나 기웃 거리지 말고 열심히 돈 모으라고 훈시도 했다.
술자리가 끝났다. 춘자 누나는 업무가 끝나고 자야할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제 볼모에서 풀려나 집으로 향해야 했다.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 아침부터 비틀거리며 걸어 다닐 수는 없었다.
춘자 누나가 내 손에 쥐어준 돈으로 택시를 타야했다.
나는 외로울 때나 힘들 때 춘자 누나를 찾았다. 고모 보다 더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갈 때마다 춘자 누나는 용돈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용돈을 그냥 주는 것은 아니었다. 장부에 적어 두었다.
내가 돈 많이 벌면 받아간 용돈 이자 붙여서 갚으라는 것이 춘자 누나의 원칙이었다.
가끔은 누나가 나를 부를 때도 있었다. 춘자 누나가 나를 부르는 날은 둘이 함께 자는 날이었다.
누나와 함께 자고 받는 용돈은 두둑했다. 그 용돈은 장부에 적지 않는다 했다.
춘자 누나는 그랬다. 돈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 하라고.
춘자 누나는 수시로 ‘어린놈이 여자 있는 술집 기웃거리거나 허랑방탕하면
애들 풀어서 요절을 내겠다.‘고 나에게 다짐과 겁을 주었다.
한밤중에 강수 형과 내가 수변 공원 분수대를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면 새벽에
춘자 누나가 자주 끼어들었다. 누나가 오면 우리는 술값 걱정은 안 했다.
내가 미애를 덮칠 수 있었던 것도, 이모를 강간 할 수 있었던 것도
춘자 누나에게 경험을 쌓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나는 내 이름을 한 번도 불러 준적이 없다. 언제나 꽃미남이라고 불렀다.
이모가 데리고 일하는 현서도 나를 꽃미남이라 부른다. 듣기 싫지는 않았다.
하루가 고달플 때 용역회사 다니는 강수 형과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었다.
일과가 끝난 새벽에 소주를 마시며 세상을 씹었다. 사람들을 씹었다.
흐르는 물가에서 마시는 소주는 좀체 취하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술도 많이 늘었다.
공원을 살펴보면 큰 도로가에 정문이 있고 정문에서 우측에 주차장이 있다.
좌측에 주차장만큼이나 넓은 풀밭이 있었고 풀밭 옆으로 운동장이 2 개 있다.
하나는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는 넓은 운동장이었고
하나는 족구나 배드민턴을 치는 소운동장이었다. 운동장과 풀밭을 가로질러
들어가면 작은 동산이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동산이라 높지는 않다.
그 안에 강이 흐르고 강 건너 산이 있다. 강 이쪽에는 강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자갈길이 있다.
자갈길에는 건강 산책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사람들은
건강 산책길을 신발 들고 맨발로 걷는다. 발바닥이 아프도록. 혼자 또는 무더기로.
강에는 분수가 있다. 낮에는 일 반 분수지만 밤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비추어 장관을 이룬다.
강과 자갈길 사이에는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계절별 온갖 꽃이 있으니 항상 피어 있다.
사람들은 자갈길을 걸으며 꽃밭을 감상한다. 자갈길을 걸으며 분수를 구경한다.
그래서 수변 공원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득시글거린다.
강수 형과 나는 사람들이 보금자리로 찾아든 새벽에 소주병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때로는 동산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마셨고 때로는 자갈길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마셨다.
아마 강수 형과 내가 이 공원에서 마신 술, 빈병을 모아 놓았으면 한 트럭은 족히 될 것이다.
가진 자들은 우리의 안주였다. 잘 난놈들도 우리에겐 안주였다.
예쁜 년, 못된 년, 더러운 놈, 까진 년, 잘난 척 하는 년들도 우리의 안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이 우리의 이빨에 씹혔고 아는 사람들이 거의 우리 이빨에 씹혔다.
이 공원에 오면 생각나는 또 한사람이 있었다. 춘자 누나.
친누나는 아니다. 이웃 누나도 아니다.
오다가다 만난 사이인데 나에게 누나하고 싶다고 매달린 여자다.
키 160cm에 몸무게가 85kg인 여자. 스물아홉에 방석집을 경영하는 사장이다.
나에게 용돈도 아낌없이 준다. 달라고 안 해도 막 준다.
그런데 나중에 갚으란다. 꼭 받는단다. 나는 줄 생각이 없는데.
내가 커서 돈 벌면 갚으라고 용돈 준 거 장부에 적어두는 철저한 누나다.
그 장부를 어느 날 보여 주는데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어느 천 년에 돈을 벌어 갚을 것인가?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누나는 헛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주면 고맙다는 말이나 듣지.
지금 생각하면 못 갚을 빚도 아니다.
누나에게 받은 용돈 이모에게 한 번만 손 벌리면 갚을 수 있다.
사람 팔자 참으로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춘자 누나에게 용돈을 받을 때는 앞길이 막막했다. 갑갑했다.
지희 이모에게 뜯어 쓰는 요즘. 나는 등 따시고 배부르다. 아쉬운 것이 없다.
강수 형과 내가 술을 마실 때면 춘자 누나도 가끔 끼여서 술값을 부담 하곤 했다.
그녀도 새벽에 일을 마치니까 우리하고 죽이 잘 맞는다.
누나는 우리 보다 입이 거칠고 한이 많아 세상을 씹고 인생을 씹는다.
“어디로 가고 싶어?”
“동산에 올라 갈가여? 주인님.”
나는 차의 시동을 껐다. 키를 이모에게 넘겨주었다.
차에서 내린 이모는 동산으로 향하지 않았다. 정문으로 향했다.
“어디 가? 동산 가자며.”
“정문 앞에 마트에 가여. 먹을거리 사러여.”
“그럼 나 혼자 천천히 올라갈게.”
“예. 주인님.”
이모는 정문으로 총총 걸어갔다.
같이 따라가서 짐을 들어 주고 싶었지만 이모는 이미 마트를 향해 가버린 후였다.
나 혼자 동산을 서서히 올랐다. 토요일 오후라 공원엔 사람들로 득시글거렸다.
수변공원 작은 동산을 천천히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풀밭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게임도 하고 저마다 무리를 지어 어울리고 있었다.
대운동장에는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고
족구장에는 세 쌍의 남녀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숲인 동산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산이라고, 언덕이라고 사람들은 올라오지 않고 쳐다보기만 했다.
드문드문 쌍쌍이 벤치에 앉거나 누워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이 보였다.
중간쯤 오르다가 나는 소나무에 기대서서 이모를 기다렸다.
내가 너무 올라가 버리면 서로가 찾지 못해 전화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만치 이모가 보였다. 양 손에 까만 봉지를 들고 달음박질을 하고 있었다.
봉지 두 개를 들고 언덕을 뛰어서 오르고 있었다. 빨리는 아니지만.
내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내가 손 흔드는 것을 보았는지 이모가 소리쳤다.
“주인니임! 같이 가요~~~”
나는 머리가 쭈뼛거리며 섰다. 피가 머리로 몰렸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모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쳐다보는 사람은 없는지.
“주인니임. 기다리셔요~~~~”
주인님이라는 호칭이 갑자기 듣기 싫었다. 누가 들으면 궁금증을 유발할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생각하기에 끔찍하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거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으려고 덤빌 것이다.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모를 향해 달려 내려갔다.
이모가 들고 오는 봉지 두 개를 내 손에 받아 쥐었다.
이모는 앞서가는 내 뒤를 숨을 고르며 뒤따라왔다.
나는 봉지 두 개를 들고 앞장서서 동산의 정상까지 단숨에 올랐다.
공원을 살펴보니 운동장과 풀밭에만 사람들이 몰려 있다.
강가에도 사람들이 더러 있었고 꽃밭에서 사진 찍는 이들도 가끔 있었다.
건강산책길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날이 더워서 돌이 뜨거우니 아무도 맨발로 걷고자 하지 않는 모양이다.
건강산책길은 아침이나 저녁에 줄을 서는 곳이다.
나는 사람이 많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 운동장이 잘 보이는 벤치에 봉지를 놓았다.
그 곳에서는 족구장도 보이고 풀밭도 보인다.
하지만 대 운동장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강과 건강산책길, 분수대는 등 뒤에 위치하게 되는 셈이다.
까만 봉지를 풀어헤치고 먹거리를 꺼내는 이모에게 내가 말했다.
“이모. 체력 좋던데. 거기를 막 뛰어 오르데?”
“주인님. 제가 아침에 조깅 90분, 줄넘기 30분 하거든요. 호 호 호”
아하. 이모가 몸매를 가꾸는 비결이 조깅과 줄넘기였구나.
미애는 수영과 헬스라 했는데 노력 없는 대가는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모. 대중이 있는 곳에서는 주인님 하지 마라. 남들 듣는다.”
“남들 신경 쓰지 마세여. 주인님. 저들은 저들대로 살아가는 거에여.”
“말대꾸 하는 거야? 이모. 자꾸 아는 척, 잘난 척 할 거야?”
“죄송합니다. 주인님. 하명만 하세여.”
이모가 풀이 팍 죽었다. 저자세로 꼬리를 내린 셈이었다.
나는 봉지에서 먹거리를 꺼내는 이모의 어깨를 감쌌다.
“이모. 대중 앞에서는 주인님 하지마라. 챙피하다.”
“저는 모시는 주인님이 있어서 자랑스러운데여. 뭐가 창피 하세여?”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이해를 못 할 거 아니야.”
“이상하게 생각하는 남들이 나쁜 거져. 걱정 마세여. 주인님.”
이모는 까만 봉지에서 이것저것 벤치에 꺼내 놓으며 능청스럽게
주 종 관계가 자랑스러운 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는 투로.
“내가 싫어. 대중 앞에서 주인님이라는 호칭 내가 싫어.”
“그럼. 뭐라고 부를까여? 주인님. 자기라고 불러도 되어?”
일단 이모가 남들 앞에서 나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말려야 했다.
“그래. 맘대로 해. 아파트에서, 그리고 차안에서는 주인님이야.”
“자기잉! 이모 기분 너무 좋다. 아는 사람 만나면 민호야 하고 불러도 되져?”
“아는 사람 누구?”
“혹시 모르잖아요. 세상이 좁다고 우리를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기도 오해 받을텐데.”
“그래. 이모 편리한대로 해. 호칭은 맘대로 해도 관계는 주인이야.”
“예. 주인님.”
또 주인님이란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누가 듣고 이상하게 볼 까봐.
이모가 펼쳐놓은 먹을거리는 밀감과 음료수, 과자, 아이스크림뿐이었다.
“이모. 술은? 한 잔 없어?”
“술 마시고 운전 하실 거에여?”
“갈 때는 이모가 해. 나는 술 먹고 잘래.”
“흐 흐 갈 때는 제가 옷 벗기고 창문 열어여.”
“대화는 자기고 관계는 주인님이랬지? 여기서 벌 한번 받아 볼래?”
“죄성해여. 그냥 분위기 띄운다고.”
“술 사올래? 내가 사올까?”
“그냥 음료수로 해여. 자기. 갈 때도 운전 하시구.”
“올 때 신경을 많이 썼더니 피곤해. 갈 때는 잘래.”
“자기. 운전 잘 하던데여. 소질이 있어여.”
“잠든 척 하랬는데 어떻게 알아? 손수건에 구멍 뚫렸어?”
“느낌으로 알죠. 급브레이크 안 밟고 급발진 안 하고 급커브 안 꺾으면 잘하는 거죠.”
“아부 하지 마. 운전은 칭찬도 자랑도 하는 거 아니래.”
고래도 칭찬을 들으면 춤을 춘다고 했나? 이모의 칭찬에 나는 우쭐 해졌다.
“운전 오래한 사람도 옆에 탄 사람 불안하게 만들고 앞 차 욕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여.”
나는 일단 술 생각을 접었다. 우리의 정면에 대운동장이 있었다.
대운동장에서 공 차던 사람들이 경기를 끝냈다.
그들이 나가면서 하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과 빨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옷 색깔로 편을 가르고 돈을 거두었다. 거둔 돈을 심판에게 위탁했다.
내기 축구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모가 까주는 밀감을 입만 벌려 받아먹으며 말했다.
“이모. 우리 내기하자. 저기 한 팀씩 맡아서 응원하고 내기하자.”
이모가 운동장을 찬찬히 살피며 손으로는 밀감을 부지런히 깠다.
“자기는 어느 팀 하실래여?”
“이모가 먼저 골라. 남는 팀 내가 할게.”
나는 내심 하얀 팀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덩치가 일단 더 컸다.
“저는 빨간 팀 할게여.”
“왜?”
“옷이 이쁘잖아여. 느낌이 좋아여.”
“좋아. 나는 하얀 팀. 지는 사람 벌칙은?”
“제가 이기면 정액 주세여. 주인.. 자기이.”
“좋아. 하얀 팀 이기면 이모는 나의 과제를 수행 할 것.”
“감사합니다. 제발 빨간 팀 이겨 주세여.”
우리의 내기가 마무리 될 즈음 대운동장의 경기도 시작 되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치고 올라간 하얀 유니폼이 순식간에 선취골을 넣었다.
나는 탑성을 응원하듯이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를 보냈다.
거리가 있어서 운동장에 전달되지는 않을 터였다. 내가 응원해도 저들은 알 턱이 없다.
이모는 기죽지 않고 응원에 열을 올렸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경기가 진행 될수록 하얀 유니폼이 밀렸다. 덩치가 크니까 동작이 느렸다.
빨간 유니폼이 날쌔고 조직력이 있었다. 하얀 유니폼이 개인기는 있어 보였다.
힘과 개인기의 하얀 유니폼이 팀워크의 빨간 유니폼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을 1 : 2로 역전 당했다. 후반에 따라 붙었지만 5 : 2로 하얀 유니폼이 지고 말았다.
이모는 엉덩이를 폴짝폴짝 거리며 좋아했다.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흘렀다.
이긴 것이 좋은 것일까. 정액이 좋은 것일까. 하여간 이모는 손뼉까지 치고 있었다.
나에게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거부했다.
하얀 유니폼과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졌다는 것은 기분이 꿀꿀했다.
나는 이모의 기를 꺾고 싶어 머리를 굴렸다. 예전에 문자메시지에 호칭 빼먹은 것이 떠올랐다.
따른 경험을 시켜 주겠다고 경고 했었다. 오늘 이모를 곤궁에 몰고 싶었다.
“이모. 전에 메시지에 호칭 생략해서 벌 받아야 되는 거 기억하지?”
“자기이. 이렇게 좋은 날 케케묵은 걸 들추고 그래여? 그건 집에 가서 해여.”
이모가 내 팔을 잡고 어깨에 얼굴을 기대왔다. 상체도 흔들며 아양을 떤다.
“이모가 결정 하는 거야? 여기서 싫으면 말고 집에 가서 해야 되는 거야?”
“죄성해여.”
이모의 기가 꺾였다.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팔도 놓았다.
이모에게 어떻게 창피를 줄까 고민 하는데 노인이 한사람 보였다.
대운동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벤치에서 몸을 뒤로 돌리면 강이 보인다.
분수대가 있고 건강 산책길이 있는 방향에 노인네 한 사람이 망연자실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칠순은 넘어 보이는 노인네가 우리 오기 전부터 혼자 있었으니 일행은 없어 보였다.
만날 사람이 있었다면 벌써 왔을 것이고 그리 오랜 시간 혼자 있을 리 없었다.
낚시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오랜 시간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는 모습이 내 눈길을 붙들었다.
“이모. 저기 노인 보이지. 혼자 강 바라보는 노인.”
“예. 아까부터 꼼짝 않고 강만 노려 보네여. 무슨 사연이 있나?”
“심심해 보이는 노인네에게 이모가 호의를 좀 베풀고 와야겠다.”
“예?”
이모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입을 주시했다. 나는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노인네한테 이모가 노팬티라는 것을 보여 주고와.”
“예에?”
“가서 스커트 번쩍 들고 보여주면 미친년 소리 들으니까 작전이 필요 해.”
나는 이모의 얼굴에 수심을 보았다. 묘하게 일그러지는.
“이모가 수작을 걸어서 소란 일어나지 않게 노인네가 이모의 스커트 안에 손을 넣으면 옵션 완료야.”
이모는 난감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머리를 굴리는 듯 눈알이 번쩍였고
입술을 오물 거렸지만,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해 볼 거야? 다른 미션 줄까?”
이모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를 향해 애절한 눈빛만 날렸다.
“할게여. 자기가 보고 있으니 용기가 나네여.”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이모의 얼굴이 편안 해졌다. 미션을 수행하겠단다.
“할 수 있겠어? 괜히 우사 당할 거 같으면 다른 걸로 해.”
내가 오히려 걱정이 됐다. 노인에게 뺨이라도 맞고 멱살을 잡힐 것 같았다.
이모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노인이 앉은 벤치를 향해 사뿐히 걸어 내려갔다.
나는 먹거리와 쓰레기를 까만 봉지 두 개에 갈라 담았다. 여차하면 들고튀어야 했다.
이모는 노인에게 다가가 다소곳이 인사하고 옆에 앉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모가 노인네의 몸을 왼 팔로 두르며 자기 몸을 노인에게 기댔다.
둘의 행동을 뒤에서만 보아야 하는 것이 유감이었다.
노인네가 나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자리를 옮겼어야 했는데 준비가 부족했다. 전망 좋은 곳으로.
이모의 오른 손이 노인의 앞으로 뻗쳐졌다. 무엇을 만지는 것 같았다.
이모의 머리는 무슨 말을 지껄이는 듯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손은 손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활동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무성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이모가 일어섰다. 노인네 정면으로 마주 섰다.
이모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나에게도 정면으로 잘 보였다.
다음 장면은 기가 막혔다. 노인네가 이모의 스커트를 왼 손으로 들어 올렸다.
이모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고 오른 손으로 이모의 치마 밑을 더듬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내 아랫도리가 불끈 서면서 머리끝으로 피가 몰렸다.
이모는 행복한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느끼는 듯 눈도 지그시 감았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왠지 약이 올랐다. 질투가. 샘이 났다.
이모의 가랑이 사이에 이를 잡아 주는 것인가? 노인네는 한참을 이모의 가랑이 사이를 더듬었다.
그리고는 치마를 내리고 손을 뗐다. 이모가 노인네의 이마에 뽀를 해주고
정문을 향해 총총 걸어갔다. 왜 나에게로 안 오는 것일까? 마트에 갔나?
잠시 후에 내 폰에 문자가 왔다.
- 주인님. 옵션 수행 했습니다. 정문으로 오시지여. -
나도 메시지를 보냈다.
- 건방진. 이리로 와서 보고 해야지. 누구 보고 오라 가라 하느냐? -
- 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주인님과 함께 있는 것을 노인이 보면 클 납니다. -
나는 쓰레기를 버리고 먹다 남은 것을 싸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 주차장으로 와. 코란도에서 만나자. -
내가 조수석으로 올랐다. 이모가 운전석으로 올라탔다.
어느새 공원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벌써 가시게여? 아직 시간 멀었는데.”
이모가 아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 본다.
“노인네 하고 무슨 수작했어? 어떻게 치마 밑에 손을 넣어?”
“옵션 수행 했어여. 시키는 대로 했거든여.”
“잘 못을 따지는 게 아니고 과정을 듣고 싶은 거야.”
“비밀이에여. 주인님. 다 보셨잖아여.”
이모는 나의 궁금증을 풀어 주지 않았다. 요걸 또 어떻게 기를 죽이나.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져 들었다. 생글거리는 이모를 울리고 싶었다.
“저녁이나 먹고 올라 가실래여? 주인님.”
“저녁? 벌써? 뭐 먹을까?”
“주인님 좋아 하시는 거 먹어여. 제가 살께여.”
사실 내가 사도 이모 돈이니 누가 사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직 밥 생각 없어. 소주가 땡겨.”
강수 형이 생각났다. 춘자 누나가 생각났다. 새벽에 마시던 소주가 생각났다.
“저녁 먹으면서 반주 한 잔 하시면 되져. 아직 밝은 시간인데.”
“취해서 비틀거릴까봐? 목만 축일거야.”
“음료수로 목 축였잖아여. 주인님. 더 사올까여?”
“아직 남았어. 과자도 남았고. 밀감은 없네.”
“밀감은 저녁 먹고 사여. 올라가며 차에서 먹어여. 주인님.”
“밀감이 없다는 거지. 먹고 싶다곤 안 했어. 저녁이나 먹자.”
“삼계탕 좋아 하세여? 여름이니까 먹어 두는 것도 좋은데.”
“그래. 좋아. 아무거나 먹고 올라가자.”
이모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했다.
“이 근처에 삼계탕 집 없어? 어디로 가.”
“유명한 삼계탕 집을 알아여. 촬영할 때마다 갔었는데 참 잘해여.”
이모가 모는 코란도가 춘자 누나가 술집을 하는 동네로 들어섰다.
골목은 달랐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꽃마차.
코란도를 삼계탕집 입구에 세우고 우리는 내렸다.
주차 요원이 부리나케 달려 왔다. 차에서 내리는 이모에게 굽실거리며 인사를 했다.
“주인님. 들어 가세여. 여기에여.”
이모의 주인이란 호칭에 나는 또 얼굴이 화끈 거렸다. 주차요원이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모를 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종업원들이 이모와 구면인 듯 아는 척을 했다.
우리는 종업원들의 안내에 따라 2층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님. 어때여? 분위기는 괜찮져?”
“이모. 차에서 내렸다. 호칭 좀 가려라.”
“어머나. 자기. 매너 있다아. 나는 깜박 했네.”
여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아주 친절하다. 나는 소주 두 병을 추가로 시켰다.
“두 병씩이나 누가 다 마셔여. 자기 취하면 난 달아나 버릴 거에여.”
“달아나면 붙잡아서 개 목줄 채워서 다닐 거야.”
“무서버라. 잡히면 안 되겠네. 호호호.”
그때 귀티 나는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이모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 여인은 허리를 구십 도로 꺾으며 이모에게 인사를 했다.
“멀리 오셨네요. 오늘도 촬영 있으셨나요?”
“아니에요. 오늘은 수변공원에 놀러 왔어요.”
“저분은 누구? ...”
“아! 우리 직원이에요. 피팅모델.”
“잘 생겼다. 우리 아들 하고 싶다. 영리하게 생겼네.”
그 여인은 나를 귀엽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덕담을 했다.
“맛있게 드세요. 부족한 거 있으면 언제든 호출 하시구요.”
“예. 사장님.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찾아 주셔서 제가 고맙지요. 편하게 쉬세요.”
삼계탕 집 여사장이었다. 삼계탕 두 그릇 주문했는데 인사하러 올 정도면
이모는 이 집에 vip인 것 같았다. 전망 좋은 자리에 사장까지 인사를 오니
이모의 위엄이 나에게 벅찼다. 함부로 다루다가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계탕과 소주가 오면서 쟁반에 호리병이 하나 따라왔다.
“분주에요. 향이 좋아요. 사장님이 드리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나는 삼계탕을 먹으며 분주부터 마셨다. 이모는 딱 한 잔만 주고 내가 다 마셨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마시니 알딸딸했다. 두 병째는 따지를 않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도 여사장이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배웅을 했다.
이모의 위세에 내 기가 꺾였다. 내가 강아지로 부릴 여인이 아니었다.
춘자 누나나 보고 갈까? 나는 이모에게 갈 곳이 있다고 지시하는 대로 가라고 명령했다.
좌회전, 우회전, 직진을 외치며 춘자 누나네 가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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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가 삐끼 하던 시절. 어느 날. 강수 형이 큰 건을 해결 했다고 술을 한잔 샀다.
우리는 둘이 소주를 다섯 병 해치우고 거리로 나섰는데 우연히 홍등가로 접어들게 되었다.
휘황한 불빛에 시원하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에게 홀려 꽃마차라는 가게로 들어섰다.
색시들의 요사스런 행동에 우리는 홀라당 벗고 맥주를 세 박스나 먹었다.
그만 먹자고 선언하고 계산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나는 강수 형이 한 잔 산다고 해서 따라온 처지였다. 강수 형은 1차를 자기가 샀으니
2차는 내가 사는 줄 알았단다. 나는 형이 한턱내는 줄 알았다. 아가씨들이 태도가 돌변했다.
여주인이 나타나 무전취식으로 경찰서를 가든가 양아치들에게 매를 맞든가
선택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당장에 주먹이 날아올 기세였다.
강수 형이 돈을 구해 오겠다고 나섰다. 내가 볼모로 잡혔다.
자정에 돈을 구하러 나간 강수 형은 새벽이 되도 소식이 없었다.
새벽 세시가 지나고 색시들이 퇴근을 했는데도 강수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꽃마차 여사장과 나와 둘만 남았다. 힘으로 밀어 붙이고 달아날까도 생각했다.
여주인의 덩치를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부딪쳐도 나만 자빠질 것 같았다.
양아치들 부르면 나는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고 발가벗겨져 집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돌아오지 않는 강수 형이 원망스러웠다. 혼자 도망간 건 아니겠지?
“어이 총각. 그 새끼 왜 함흥차사야? 너희들 별 볼일 없는 사이야?”
“학교 선배입니다. 꼭 올 겁니다. 기다려 보세요.”
“야 이 새끼야. 나는 잠도 안자고 너만 지키란 말이야? 전화라도 해 봐.”
강수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꺼져 있었다. 눈앞이 캄캄하다. 머리가 멍하다.
정말 혼자 살자고 달아난 건가? 의리의 강수 형인데 그럴 리가 없었다.
꽃마차 여주인이 다가 오더니 내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 채 갔다.
재킷도 벗겨서 방으로 던져 넣었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겁에 질려 있었다.
여주인이 홀을 한 바퀴 휘돌아 오더니 내 셔츠를 벗겼다. 나는 저항도 못했다.
머릿속만 복잡할 뿐이었다. 강수 형은 왜 안 오나. 돈은 구하고 있는 건가?
혼자 숨은 거는 아니겠지. 설마 나하고 영원히 안면 바꾸려는 건 아니겠지.
하기야. 형이나 나나 가난한 형편에 밤중에 어디 가서 돈 백만 원을 구한단 말인가.
차라리 같이 두들겨 맞았으면 덜 아플 텐데. 이제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일어서 새꺄. 바지 벗어 시발 놈아.”
나는 엉거주춤 일어서서 허리띠를 잡고 떨고 있었다.
여자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힘으로 못 당할 것 같았다. 거구였다.
가게를 벗어나도 골목 안에서 양아치에게 잡혀 개죽음을 당할 것 같았다.
겁먹은 나는 바지도 벗을 수밖에 없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여주인은 내가 벗은 옷을 모두 방으로 던지고 방문을 닫았다.
여주인은 현관문을 잠그고 셔터까지 내리고는 사라졌다.
나 혼자 홀에서 홀랑 벗겨진 채 의자에 앉아 달달 떨고 있었다.
추워서 떠는 것이 아니고 무서워서 떨었다. 두려워서 떨었다.
돈 없이 술을 먹고 돈 구하러간 강수 형은 소식도 없고 나는 이제 가게 안에 갇혀 버렸다.
셔터도 내려졌으니 강수 형이 와도 들어오지도 못할 텐데. 내 신세가 처량했다.
강수 형은 정말 혼자 살겠다고 달아난 것인가? 어느새 술이 다 깨어 있었다.
언제 술을 먹었느냐는 듯 정신이 말짱했다. 잔머리를 굴려도 달아날 방책이 없었다.
구멍이 있어도 밤중이지만 벌거벗고 길거리로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우리가 술을 마시던, 내 옷이 던져진 방으로 다가갔다.
옷이라도 꺼내 입고 달아날 구멍을 찾아야 했다. 방에는 희미한 등이 켜져 있었다.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나는 방문을 주먹만큼 열고 세 걸음을 물러났다.
방안에 여주인이 앉아 있었다. 귀신인가? 셔터를 내리고 사라졌는데 방안에 있었다.
열다만 방문을 여주인이 마저 열고 홀로 나왔다.
“왜. 갈려고. 옷 찾으러 왔어?”
“아! 아닙니다. 그냥……”
“그냥 뭐. 아무도 업으면 옷 챙겨 입고 도망가려 했잖아.”
“술값 떼먹고 어떻게 도망가요? 우리 형 올 거예요.”
“올 놈이면 진작 왔지. 전화도 안 받고 숨었겠냐?”
“와요. 걱정 마세요. 밖에 와 있을지도 모르는데.”
“밖에 와 있으면 셔터 내려졌으니 네 휴대폰으로 전화 왔겠지.”
여주인이 내 휴대폰을 들고 흔들었다. 은근이 형이 원망스러웠다.
“하하. 잘 생겼다. 여자들 졸졸 따르겠네.”
어느새 홀로 나온 여주인이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쓸면서 말했다.
나는 팔로 여주인의 손을 걷어내고 한 걸음 물러섰다.
“너 이 새끼. 내가 폰 번호만 누르면 애들이 금방 달려와.”
여주인이 나를 겁주었다. 겁먹지 않을 수 없는 나의 형편이었다.
“애들 오면 너는 초주검이야. 매타작 한다구.”
다시 여주인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물러서지 못했다.
여주인이 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쓸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다.
그냥 여자 손이니까 보드랍다는 느낌이 있을 뿐이었다.
여주인이 내 젖꼭지를 비틀었다. 약하게.
“흐으 아악!”
나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엄살을 떨어야 덜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았다.
“얌마. 손만 댔는데 죽는 소리 하냐? 앉아 임마.”
나는 여주인의 말에 떠밀리듯 의자에 앉았다. 여주인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의자에 앉은 나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몸만 뒤로 젖혔다.
이젠 여주인이 양 손으로 내 가슴을 쓸고 있었다.
“꽃미남. 몇 살이야?”
“열아홉인데요.”
“열아홉 살짜리가 이런데 들락거려? 골빈 놈이구만 이거.”
“죄송합니다.”
아니 술집에 술 마시러 왔는데 뭐가 죄송한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빌어야 했다. 그것이 무사하게 돌아가는 길일 것 같았다.
여주인은 골빈 놈이라고 하면서 내 뺨을 찰싹 찰싹 때리고 있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치욕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참아야 했다.
뺨을 때리던 여자의 손은 나의 젖꼭지를 비틀더니 배로 내려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팬티 속으로 침입했다. 성기를 불끈 잡았다.
“흐아악! 이러시면 안 돼요. 돈 구해 올 거에요.”
여주인이 순간 무엇에 놀랐는지 손을 급하게 뺐다.
“우와! 대물이네. 내가 만자 좃 많이 봤지만 이런 물건 처음 본다.”
여주인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 팬티 속으로 손을 넣었다.
나는 반항도 못하고 비명도 참으며 이빨만 지그시 깨물었다.
여자의 손이 내 팬티 속으로 재침입 하니까 성기가 발작을 했다.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면서 성기가 제대로 발기를 했다.
끝없이 뻗어 나갔다. 꿈틀 거리는 성기를 여주인은 미꾸리지 잡 듯 양 손으로 움켜쥐었다.
“일어 서.”
여주인의 단발적인 명령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정신이 없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마에게 홀린 듯 나는 경황없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해야 했다.
벌떡 일어서니 여주인의 손에 걸려있던 내 팬티가 무릎 아래로 흘러 내렸다.
발기한 성기가 요동치며 세상 밖으로 튀어 나왔다.
여주인은 팬티를 종아리에 걸어놓고 내 성기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으로 들어가.”
나는 팬티를 글어 올리며 하마의 명령대로 순순히 방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온 하마가 나를 껴안으며 몸을 더듬었다.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여주인이 내 몸을 혀로 핥아대며 다리 걸어 나를 넘어트렸다.
나는 방바닥에 힘없이 넘어졌다. 여주인이 위에 덮치고 내 몸을 혀로 애무했다.
나는 반항도 거부도 못하고 큰 大 자로 그냥 누워 있었다.
성기를 손으로 주무르며 내 몸을 핥던 여주인이 가랑이 벌리고 내 위로 올라 왔다.
160cm. 80kg 하마가 내 몸 위에 올라탔다. 나는 여주인 밑에 깔려 처분만 기다려야 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온 몸에 전기가 통하고 야릇한 기대감에 마음이 설랬다.
여주인이 내 성기를 자신의 구멍에 꽂았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며 나는 정신이 몽롱 해졌다.
몸이 왠지 뜨거워지고 기분은 구름을 탄 듯 붕붕 솟았다.
성기는 끝없이 뻗어 나가는 듯 했고 여주인의 구멍은 따뜻했다.
여주인은 나의 성기를 자기의 구멍에 꽂고 야릇한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엉덩이를 돌리며 자신의 젖통을 쥐어짰다. 허리를 굽히고 혀로 내 귀를 핥았다.
여주인의 행위에 나도 빠져 들었고 느낌대로 반응했다. 그리고 사정을 했다.
내 정액을 몸속에 넣은 여주인이 휴지로 내 성기와 자신의 구멍을 닦고 내 옆에 나란히 누웠다.
“첨이야?”
우악스럽고 거세기만 하던 하마가 숨을 할딱이며 보드랍게 물어왔다.
“예.”
“여자하고 첨이야?”
여주인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사실 처음이었다.
나는 하마 같은 여주인에게 강제로 동정을 뺐기고 말았던 것이다.
억울했다. 이렇게 동정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게 당한 것이었다.
나의 동정을 앗아간 하마의 이름은 춘자였다.
춘자는 인생이 더럽게 꼬여 유흥가를 전전했다. 어느 룸싸롱에서 유부남과 눈이 맞았고
그 중년 신사가 술집을 차려 주었다. 경영자가 되어 뒷짐만 지고 있다 보니,
현장을 뛰지 않으니 몸무게가 배로 불었단다. 160/40 이던 몸매가 160/83 으로 변해 버렸다.
갑자기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병원도 가보았다. 심신이 편해서 그렇다는 진단을 받았단다.
술집을 차려주고 수시로 불러서 데리고 놀던 중년신사는 춘자가 뚱보가 되면서
차츰 찾는 횟수가 줄더니 요새는 아예 찾지 않는단다.
그래도 가게를 뺏어가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미련은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이 춘자의 생각이었다.
항상 그 분이 부르면 달려갈 마음이 있지만, 이제는 안부를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단다.
나에게 처음으로 여자 경험을 시켜준 춘자가 양주와 안주를 들고 왔다.
안주는 강수 형과 내가 먹다 남긴 그 것이었다. 날이 밝아 오는데 우리는
양주를 들이켰다. 하마가, 춘자가 나보고 누나라 부르란다. 싫지 않았다.
술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왠지 정이 가는 여자였다.
부모도 형제도 없는 나였다. 누나라 부를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춘자 누나는 스물아홉 살인데 덩치가 커서인지 험하게 살아서인지 마흔은 넘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남성을 바치고만 춘자를 누나라 부르기로 했다.
춘자도 부모 형제와 연을 끊은 지 오래란다. 그 분이 찾아주지 않은지도
너무 오래 되었단다. 나 같은 꽃미남이 허전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좋겠단다.
둘이서 양주 두 병을 마셨다. 짧은 시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나 혼자 술 취해서 넋두리를 했다.
어려서 부모 잃고 고모 집에 얹혀살았던 아픔을 춘자 누나에게 깡그리 읊었었다.
춘자 누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혀를 차며 내 이야기를 다 들어 주었다.
누구에겐가 내 아픔을 털어 놓으니 속이다 시원했다.
춘자 누나는 그럴수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나를 격려했다.
어린 새끼가 이런 곳이나 기웃 거리지 말고 열심히 돈 모으라고 훈시도 했다.
술자리가 끝났다. 춘자 누나는 업무가 끝나고 자야할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제 볼모에서 풀려나 집으로 향해야 했다.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 아침부터 비틀거리며 걸어 다닐 수는 없었다.
춘자 누나가 내 손에 쥐어준 돈으로 택시를 타야했다.
나는 외로울 때나 힘들 때 춘자 누나를 찾았다. 고모 보다 더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갈 때마다 춘자 누나는 용돈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용돈을 그냥 주는 것은 아니었다. 장부에 적어 두었다.
내가 돈 많이 벌면 받아간 용돈 이자 붙여서 갚으라는 것이 춘자 누나의 원칙이었다.
가끔은 누나가 나를 부를 때도 있었다. 춘자 누나가 나를 부르는 날은 둘이 함께 자는 날이었다.
누나와 함께 자고 받는 용돈은 두둑했다. 그 용돈은 장부에 적지 않는다 했다.
춘자 누나는 그랬다. 돈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 하라고.
춘자 누나는 수시로 ‘어린놈이 여자 있는 술집 기웃거리거나 허랑방탕하면
애들 풀어서 요절을 내겠다.‘고 나에게 다짐과 겁을 주었다.
한밤중에 강수 형과 내가 수변 공원 분수대를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면 새벽에
춘자 누나가 자주 끼어들었다. 누나가 오면 우리는 술값 걱정은 안 했다.
내가 미애를 덮칠 수 있었던 것도, 이모를 강간 할 수 있었던 것도
춘자 누나에게 경험을 쌓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나는 내 이름을 한 번도 불러 준적이 없다. 언제나 꽃미남이라고 불렀다.
이모가 데리고 일하는 현서도 나를 꽃미남이라 부른다. 듣기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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