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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7 1,460회 0건
“엄마아아아!”

연아가 방긋 웃으며 서영에게 달려들었다. 서영은 두 팔을 벌려 연아를 꼭 안아주었다. 연아의 체온이 느껴지자 서영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띠었다.

“이거 봐봐.”

서영의 품에서 떨어진 연아가 손에 감춘 무언가를 서영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뭘까? 우리 연아가 가져온 게...”

연아가 고사리 같은 손을 조금씩 펼치기 시작했고, 그녀의 작은 손 안에는 풀 하나가 있었다.

“엄마! 이거 뭘까요?”

연아가 환한 미소를 띠우며 서영에게 말을 했다. 서영은 연아가 가져온 풀보다는 그녀의 깜찍한 모습에 무한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글세... 연아가 가져온 것 클로버 아니야?”

연아가 가져온 풀은 서영이 보기에는 확실히 클로버였다.

“엄마! 반은 맞는데, 반은 틀렸어요.”

“응?”

“클로버는 맞는데... 자세히 봐!”

서영이 오른손 검지를 통해 연아가 가져온 클로버를 움직이며 관찰을 했다. 잎이 한 개, 두 개, 세 개, 그리고 네 개, 보기 드문 네잎 클로버였다.

“아하! 연아가 가져온 클로버 잎이 네 개구나. 네잎 클로버야.”

“응!”

연아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엄마! 네잎 클로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요?”

연아가 몸을 빌빌 몸을 꼬면서 서영에게 질문을 했다. 서영은 연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웃으며 되물었다.

“뭘까? 엄마는 모르겠는데...”

“헤헤. 네잎 클로버의 뜻은 행운이래.”

“행운?”

“응!”

“우리 연아는 행운이 무엇인지 알아?”

이번에는 서영이 연아에게 물었다. 서영의 질문에 연아는 자신의 작은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알았다!”

“뭘까?”

“좋은 거... 맞아! 좋은 거야.”

“좋은 거?”

“응.”

“호호호호.”

연아의 순수한 대답에 서영이 모처럼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엄마의 행복한 웃음을 보는 연아도 즐거워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래 맞아. 좋은 거야. 행운이란... 좋은 거야...”

“이거 선물!”

“엄마한테?”

“응! 엄머 가지세요.”

“고마워!”

연아가 서영에게 네잎 클로버를 건네주었다. 서영은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를 잠시 바라보더니, 연아를 다시 품에 끌어들여 안아주었다.

‘행운도 좋지만... 딸과 함께하는 것... 그게 행복인데... 우리는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연아를 안고 있는 서영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지금의 행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섹스 게임에 참여한 이상, 아니 그 전에 사채업자에 손을 벌렸던 순간부터 행복한 삶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저... 기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 오네.”

“정말?”

연아가 서영의 품에서 벗어나 뒤를 돌았다. 민혁이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이 급한 연아가 민혁에게 달려갔고, 서영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섹스 게임 2라운드를 통과한 지, 어느덧 3일 째였다. 집에 돌아 온 후, 민혁과 서영은 서로 섹스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세 번의 게임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수와 은희 부부에게 배신을 당했고, 또 성적으로 유린을 당하기도 했다.

민혁과 서영은 게임 중 상대 부부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직접 보지는 않았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상상은 되었다. 각자 자신들도 그 시간에 게임에 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말은 안했지만 서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고, 한편으로는 참고 인내해줘서 고마움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3일간의 민혁과 서영은 보통의 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컴퍼니 및 섹스 게임에 대한 대화만 나누지 않았을 뿐,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해왔고, 특히 7살 딸인 연아와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딸이기에 그만큼 미안함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오늘은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날이 매우 덥기는 했지만, 세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주세요.”

어느새 민혁에게 다가간 연아가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민혁이 연아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넨 후, 오른손으로 머리를 쓰다듬 거렸다.

“아이 차! 그런데 맛있어요.”

연아가 아이스크림을 앙증맞은 혀로 핥아 먹기 시작했다. 깜찍한 모습에 민혁이 잠시 웃음을 머금었지만, 이내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행히 연아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열중이라 이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음... 무슨 일 있어?”

두 부녀에게 다가온 서영이 말을 했다. 민혁이 눈짓으로 연아를 가리켰고, 서영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 연아. 저기 미끄럼틀 탈까?”

“응!”

연아가 활기차게 대답을 했다.

“먼저 가 있을까? 우리 연아? 혼자 탈 수 있지?”

“연아 혼자 탈 수 있어요!”

“엄마랑 아빠랑 연아 혼자 타는 것 보고 싶어서 그래. 조금 후에 갈게.”

“응!”

연아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우측으로 약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미끄럼틀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혁과 서영은 이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서영이 물었고, 민혁이 대답 대신 한 손을 뒤로 가져가 뒷주머니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들었다.

“..........”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임을 알아 본 서영이 잠시 말을 잊었다.

“3라운드가 시작 되나 봐.”

민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컴퍼니의 초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막상 그게 다시 현실로 다가오니 우울해진 민혁이었다.

“어떻게 초대장이...”

“몰라. 그냥 아이스크림을 샀을 뿐인데... 내 뒷주머니에 꽂혀 있던 걸. 주위를 둘러봐도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민혁의 말을 들으며 서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컴퍼니가 섹스 게임 참여자를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들을 감시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리 감시당하고 있던 거야? 아니, 지금도 누가 지켜보고 있는 거야?”

“그럴 수도...”

민혁이 대답을 흘렸다. 서영이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수상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네... 그보다 이번에는 어디야?”

“아직 안 봐서... 모르겠는데...”

민혁이 컴퍼니가 보낸 편지를 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영과 함께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놈의 행복한 가정을 기원한다는 말은... 쩝...”

초대장을 읽어 내려가는 민혁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컴퍼니의 섹스 게임으로 인해서 가정이 깨질까봐 불안해하며 살고 있는데, 행복한 가정을 기원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민혁이 생각하기에는 전혀 앞뒤가 안 맞았다.

“별 다른 내용은 없는데... 어? 이번에는 1박 2일인가 봐?”

3라운드를 위해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은 지난 두 번의 초대장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단지 이번 3라운드는 1박 2일로 꾸려지는 듯, 잠옷 및 간단한 세면도구를 챙겨 오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런 지옥 같은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니...”

7성급 호텔이라도 그곳에서 섹스 게임이 벌어지면 참여자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이틀 동안 게임을 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민혁과 서영은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는 어디지?”

“잠시만... 어... 우리 집인데?”

“집이라니?”

섹스 게임 참여 장소가 집이라는 말에 서영이 놀라 민혁에게 되물었다.

“게임은 이틀 뒤에 시작 되는데... 준비물 챙기고... 집에 있으면 된대... 그러면 데리러 온다는데?”

“시간은? 시간에 대해서는 말이 없어?”

“오전... 3시야.”

섹스 게임 초대장을 다 읽은 민혁과 서영은 마음이 답답해졌다. 집에 있으면 알아서 찾아온다니, 도대체 무슨 게임을 하려는 것일까? 더구나 오전 3시라면, 남들 다 자고 있을 새벽이 아니던가.

“꼭두새벽부터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게...”

2라운드, 특히 세 번째 게임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던 민혁과 서영이었지만, 다시 3라운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 반갑지가 않았다. 차라리 게임이라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30억이라는 빚을 갚을 방법이 없었다.

“휴우...”

“후......”

민혁과 서영이 나란히 한숨을 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든, 답이 없었다. 겪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

“한 가지만 약속하자.”

민혁이 서영을 보며 중얼거렸다.

“무얼?”

“다시는 속지 말자. 아니, 우리끼리 어떻게 해보자.”

민혁의 말을 듣고 서영은 영수와 은희를 떠올렸다.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렸던 경험이었기에 서영 역시 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만... 우리만 살아남으면 되는 거야.”

민혁이 다시 서영에게 말을 했고, 서영이 그 말을 들으며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연아를 쳐다보았다.

‘그래... 나도... 내 딸만... 내 딸만 신경 쓰자...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야.’

민혁과 서영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연아가 두 사람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엄마! 아빠 이리 와요!”

***

이틀 뒤, 새벽 3시 경.

딸 연아를 이미 외할머니께 맡긴 민혁과 서영이 컴퍼니 지시대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철컥.

정확히 3시가 되자, 민혁이 일부러 잠가놓은 현관문이 거짓말처럼 열렸다. 서영이 뒤로 물러나며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천천히 열린 현관문을 통해 몇 사람이 들어왔다.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의 컴퍼니 직원들... 그들 중에는 여자도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최민혁님, 그리고 김서영님.

그들 중 리더라고 보이는 자가 한발 앞서나와 민혁과 서영을 불렀다.

“우리는... 준비가 됐어요.”

서영이 대신 대답을 했고, 리더로 보이는 컴퍼니 직원이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준비가 되셨다면, 이 검은 두건을 쓰길 바랍니다.”

리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의 컴퍼니 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손에는 각자 검은 두건이 들려 있었다.

“이걸... 지금 쓰라는 건가요? 꼭 이래야만...”

“두건을 쓰셔야 3라운드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민혁이 두건을 쓰는 것에 대해 거부하려고 했지만, 리더의 결정은 단호했다.

“안전은 저희 컴퍼니 직원에서 보장해드립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민혁과 서영도 두건을 쓰는 것에 대해 조금은 주저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읽은 리더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말을 하자, 그때서야 민혁과 서영은 검은 두건을 쓰기 시작했다.

“모셔라.”

리더의 명령이 떨어지고, 컴퍼니 직원들이 두건을 쓴 민혁과 서영의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민혁과 서영은 앞이 보이지 않아 매우 답답했지만, 벗을 수도 없기에 차분히 컴퍼니 직원들의 유도에 따라 걸었다.

밖에는 창문조차 가려진 두 대의 승합차가 대기 중이었다. 컴퍼니 직원들은 두 대의 차에 민혁과 서영을 따로 태웠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두 대의 승합차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새벽 3시였기에 아무도 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은 3라운드 게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검은 두건 역시 벗지 못했다.




@ 25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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