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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9 828회 0건
황혼이 사라지고 있는 저녁 무렵. 은영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한 달간이나 출장을 갔던 남편이 집에 도착할 시간이었다. 멀리서 자동차 엔진소리만 들려도 공연히 온 몸의 피가 빠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지훈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지훈의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그녀는 남편을 마주할것이 드려웠다.

‘어떤 옷을 입고 있어야 정숙한 아내로 보일까. 아니, 아무렇게나 하고 있으면 남편에게 천덕꾸러기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긴 은영은 이것저것 옷을 꺼내 걸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그녀를 흡족하게 하는 옷이 없는 것만 같았다. 아니 남편에게 변함없는 아내로 보일지가 궁금하다. 지훈과의 육체관계로 엉덩이가 커진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가 애무했던 젖가슴이 커진 것은 아닌지. 그녀는 남편이 어떻게 볼는지 의문스럽기만 했다.

“.........!?”

집 앞의 도로에 승용차가 멈추어 서는 소리가 들렸다. 은영은 갑자기 당황했다. 볼륨감 넘치는 검은색 원피스를 걸친 상태에서 그녀는 허둥지둥 침실을 나와 현관 밖으로 나갔다. 철문을 열고 나가니 승용차 운전석에서 내리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왠지 남편이 핼쑥해 보였다. 객지 생활이 힘들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보~! 힘들었죠!”
“아니, 별로. 후배가 있어서 많이 도와줬어.”

빙긋이 미소를 지은 민기가 차안에서 꽃다발과 쇼핑백을 꺼내 들었다. 그는 고지식한 남편으로 보이지만 이따금 아내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은영은 남편이 건네주는 꽃다발과 쇼핑백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왠지 오랜 출장을 하고 온 남편이 가벼운 키스라도 해 줄 것만 같았다. 물론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별 일 없었어요?”
“네. 무슨 일이 있겠어요.”

민기는 지금까지 아내에게 꼭 존칭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서 아내에게 품위 있는 남편으로 명예로운 대학교수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철문 안을 들어서서 정원 사이를 걸어 들어오며 은영이 남편의 팔짱을 꼈다. 민기가 흠칫하였다. 오랜만의 아내이건만 청초한 지나의 모습과 비교가 됐던 것이었다. 그는 걸음을 옮기면서 물었다.

“당신 외출하려고 했었소?”
“아뇨. 당신이 오는데 어디를 가요? 왜요.”

“외출복을 입은 것 같아서요.”
“보기 싫어요?”

“보기 싫기는! 좀 난해보이고 살찐 것 같아서요.”
“그런가요. 당신 마중하려고 걸친 건데요.”

은영은 남편의 말에 조금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 나름대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 조금은 서운했다. 그녀는 속으로 “내가 살이 쪘다고? 선정적으로 보였나? 지훈과의 반복되는 성관계로 내 몸이 변했나? 그녀는 은연중에 두려움이 앞섰다. 거실로 들어온 그녀는 남편의 준비했던 남편의 옷을 꺼내 놓았다.

남편이 욕실로 들어간 사이에 은영은 쇼핑백을 열었다. 그녀를 위한 남편의 선물이었다. 고급 메이커 상표가 붙은 손가방과 붉은 루비 목걸이였다. 항상 받았던 선물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주방으로 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동태찌개를 준비한다. 그녀는 욕실에서 나온 남편이 거실에서 신문을 펼쳐드는 모습을 힐끔 쳐다봤다.

“여보! 선물 고마워요.”
“마음에 들어요?”

“네. 예쁘네요.”
“다행이네.”

신문을 펴들고 있지만 민기도 역시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지나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그는 슬그머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지나에게 집에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조금 있으려니 문자 도착 신호음이 울렸다. 그는 주방을 힐끗 쳐다보고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큰 옵! 보고 싶어.]
[나도 보고 싶다. 공부 잘하고 있어.]
[ㅋ.ㅋ. 맨날 공부하래. ^.^;;]
[공부는 해야지. 그래야 멋진 여자가 되지.]
[알았어. 큰 옵, 언제 내려올 거야?]
[글쎄......]

문자를 주고받던 민기는 흠칫 놀라서 휴대폰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주방에 있던 아내가 거실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공연히 아내가 앞을 지나쳐갈 때 숨을 정지시켰다. 베란다로 향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어느새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민기는 아내가 걸치고 있었던 원피스를 보고 쌀 쪘다고 했던 말이 후회되었다. 아마도 그래서 아내가 옷을 갈아입은 것 같아서였다. 베란다로 나갔던 아내가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그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큰 옵! 언제 내려 올 거냐고?]
[큰 옵........!?]
[아저씨~~]
[아저씨. 왜, 가만히 있어?]
[아저씨~~~]
[뭐야~?]

지나에게서 여러 번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답장을 보내려고 하니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어떻게 하지?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할까. 그럴 수는 없잖아. 답신을 보내지 않으면 지나가 궁금하게 여길 것이 뻔했다 그는 너무 가혹한 행동이라고 판단됐다.

[지금 손님이 왔어. 나중에 전화할게. 안녕! ]

어렵게 답신을 보낸 민기는 휴대폰 전원을 꺼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밖으로 나가서 지나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지 망설였다. 하지만 지나에게 집착하는 자신이 천박하게도 느껴졌다. 다시 신문을 펴들었으나 집중이 되지 않았다. TV를 켜놓고 다시 신문을 펴들었다. 그는 신문과 TV를 번갈아 보던 그는 깜박 잠이 들었다.

“여보! 식사하세요.”
“..........”

아내의 목소리에 민기는 눈을 떴다. 베란다 밖에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하품을 길게 하고 일어선 그는 주방으로 들어가 식탁 앞에 앉았다. 아내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지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그들 부부사이는 평상시에도 대화가 많지 않았다.

자상한 표현을 하지 못하는 민기가 할 말이라고는 대학가에 관련된 것인데, 은영이 대부분 알고 있는 소재들이기 때문에 더욱 부부간의 대화가 적었다. 식사를 하면서 아내의 눈치를 살피던 그가 한마디 했다.

“지훈이는 언제 들어와요?”
“모르겠어요. 요즘은 자주 늦게 들어오니까요.”

은영은 남편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곁눈질로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남편이 돌아오는 날이기에 일찍 들어오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추측했다. 지훈이 술을 마시고 들어올는지도 모른다. 그가 술이 취한 상태로 들어와 남편 앞에서 실수나 하지 않을는지 그녀는 걱정이 되었다.

저녁 식사 후에 민기는 이층 서재로 올라갔다. 내일 본교로 출근해서 강의할 리포트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강의할 자료들을 펼쳐 놓았으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나에게 전화를 하려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망설인다. 하지만 이제 현실로 돌아왔는데, 지나에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 달 만에 집에 들어왔기에 아내의 충실한 남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오래간만에 오늘밤 아내와 부부관계를 해야 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아내가 아무리 정숙한 여자라고 하지만 성적으로 민감해지는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아내도 그를 받아들일 생각에 들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평소에 집에서 걸치지 않던 옷을 걸치고 그를 맞이했는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설거지를 마친 은영은 현관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늦게 귀가할 것만 같은 지훈이 걱정스러웠다. TV화면을 주시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한 달 만에 돌아온 남편이 부부관계를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지훈과 정사로 느꼈던 황홀한 쾌감을 남편에게서 느낄 수 있을는지. 아니 남편과 관계를 한다는 자체가 두려웠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은영은 내일 아침 식사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11시가 다되어서 그녀는 이층 서재에서 내려오는 남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욕실을 드나들던 민기가 주방을 기웃거렸다.

“당신, 늦게 뭐해요?”
“아침 준비를 해놓으려고요.”

“피곤한데, 일찍 자도록 하지요.......!?”
“먼저 주무세요. 피곤하실 텐데.......”

주춤거리던 민기는 주방으로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 마시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주방 일을 끝내고도 은영은 탁자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남편이 기다리는 침실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동안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킨 그녀는 세면을 하고 거실 안을 배회하였다.

어차피 남편 옆에서 자야한다는 생각에 은영은 길게 한 숨을 내쉬고 침실로 들어갔다. 남편은 침대등불 아래 비스듬히 누워 책을 펴들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빗어 묶고 슬립으로 갈아입었다. 화장대 거울 속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이 유난히 의식되었다. 그녀는 공연히 잘 정리된 화장품들을 이리저리 옮겨 진열하였다.

책을 펴들고 있는 민기는 곁눈질로 아내의 뒷모습을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그는 새삼스럽게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재혼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슬립 위로 들어나는 나긋한 허리선이 무척 선정적으로 보였다. 지나의 청초하고 풋풋한 자태와는 대조적이었다. 결혼생활 오년이 지난 아내는 아직도 처녀 같은 자태이면서도 농염한 여인의 향기가 풍겼다.

민기가 기다리기 지루하도록 시간을 보내던 은영이 침대로 올라와 누웠다. 그리고 모포를 젖가슴까지 끌어 올리고 반듯이 누웠다. 그는 들고 있던 책을 옆 탁자위에 놓고 아내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들이 서로에 대해 예민해진 상태에서 정적이 흘렀다. 그가 마른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는 슬며시 아내를 끌어안으며 혼잣말처럼 가라앉은 목소리를 흘렸다.

“당신. 보고 싶었어요.”
“고생되셨지요.”

민기의 한마디는 부부간의 육체관계를 요구하는 신호였다. 그는 그녀의 슬립 어깨끈을 벗겨내고 젖가슴을 보듬었다. 지나의 봉긋한 젖가슴보다 아내 젖가슴이 보드랍고 탄력 넘쳤다. 그가 오년 동안 보듬었던 젖가슴이었다. 그는 젖가슴을 애무해도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아내가 항상 불만이었다.

반듯이 누운 은영은 남편의 손길이 왠지 낯설었다. 젖가슴이 애무 당할수록 몸이 굳어지지만, 의무적으로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동안 젖가슴을 애무하던 그가 그녀의 슬립을 벗겨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기에 팬티만 걸친 상태였다. 그가 자신의 잠옷과 팬티를 차례차례 벗고 그녀의 팬티를 벗겼다.

“..........”

민기는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지나 옆에만 있어도 흥분이 됐었는데 별로 자극이 오지 않았다. 그는 아내의 알몸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젖가슴을 주무르며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한쪽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돌돌 굴리면서 마찰을 했다. 아내의 젖가슴이 그의 타액으로 적셔졌다.

민기는 번갈아 가며 아내의 양쪽 젖꼭지를 탐닉했다. 그때서야 허벅지 사이의 페니스가 발기되기 시작했다. 그는 젖꼭지를 주무르며 아내의 목과 허리 그리고 복부를 혀끝으로 핥았다. 그의 손끝이 아내의 음모를 쓸어내리며 밑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조금은 습한 보지와 음순이 손가락 끝에 거치적거렸다.

“읍.........”

은영이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남편의 손가락 끝이 보지 입구를 문질렀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열기에 휩싸이던 그녀는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거의 매일같이 지훈과 성관계로 아무래도 성감이 예민해진 것만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순간 그녀는 지훈처럼 농도 깊은 스킨십으로 성감을 애무해주었으면 하는 갈망을 했다.

“흐 음. 하........”

민기는 몸속에서 일어나는 열기에 깊은 숨소리를 흘렸다. 그는 아내의 조그만 반응에도 쾌감을 느낄 것만 같았다. 아내의 몸을 혀와 손으로 애무하던 그는 스스로 발기하는 페니스를 의식했다. 그 순간 그는 기뻤다. 아내와 성관계로 엑스터시를 느낄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는 발기되기 시작한 페니스를 아내의 보지 구멍에 넣었다.

“하 아........”
“.........!?”

거친 숨소리를 흘리는 민기는 갑자기 당황했다. 보지 구멍에 귀두만 걸친 상태에서 페니스가 자꾸만 힘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다시 페니스를 꺼내 자위하듯이 손으로 마찰을 했다. 간신히 발기하는 페니스를 보지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역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

눈을 감고 있던 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떠서 보니 남편이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이 애처로워 보였다. 한편으로 점점 흥분이 되는 그녀는 남편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보지 속에 들어가려던 페니스가 허벅지 사이만 쿡쿡 찔렀다.

“음........”

안간힘을 쓰는 민기의 이마에는 진땀이 흘렀다. 그의 마음으로는 아내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했다. 그는 아내의 보지 구멍을 손가락으로 벌리고 빠져 나왔던 페니스 귀두를 간신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보지 속으로 깊게 진퇴시키려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내 보지에서 느끼는 짜릿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하 으.......”
“...........!?”

지루하게만 여긴 은영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허벅지를 넓게 벌려주었다. 민기는 아내가 페니스를 받아 드리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는 반쯤 보지 속으로 들어간 페니스를 진퇴시키기 시작했다. 아내는 인형처럼 반듯이 누워 있었다. 그런데 진퇴시키던 페니스가 다시 보지 밖으로 빠져 나왔다.

“하 으.......”

민기는 멈추지 않고 보지 구멍 속으로 페니스를 삽입하면서 마구 마찰을 시켰다. 답답해진 은영이 남편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헐떡거리는 그는 금방 사정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페니스는 보지구멍 속으로 삽입됐다가 빠져 나오기를 반복했다. 빠르게 허리를 들썩거리던 그는 갑자기 경직되었다.

“헉~!”

민기는 아내의 어깨를 부둥켜안으면서 축 늘어졌다. 보지 입구를 마찰하던 페니스에서 분비물이 쏟아져 나왔다. 거친 숨을 흘리는 그는 자존심이 상하고 체면마저 구기고 말았다. 보지 입구에 사정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는 한동안 아내의 나신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

차츰 흥분의 열기에 휩싸이던 은영은 좌절감이 들었다. 애처롭게 보이던 남편이 측은했다. 허벅지 사이에는 남편이 사정한 분비물로 끈적거렸다. 벽시계와 심장소리만 뚝딱거리는 정적이 흘렀다. 엎드려있던 민기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내려다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일그러진 미소를 흘렸다,

“미안하오.......”
“괜찮아요. 당신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은영은 남편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몸속에는 그나마 피어오르던 불꽃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 위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가 바로 눕는 남편의 손을 잡아 주었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편을 보며 그녀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도 남편과 부부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물론 은영은 이미 지훈의 여자가 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당하지 못한 지훈과의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것이고, 남편이 존재하는데, 항상 또 다른 불안감에 휩싸인다는 것은 행복하지 못한 생활의 연속일 것이다. 그녀는 안개 같은 내일들을 어떻게 지탱해야할지 걱정스러웠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고 은영의 하루하루는 지루하고 답답했다. 남편이 있는 시간이면 지훈도 있었기에 마음대로 대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는 지훈은 집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더욱이나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남편이 낮에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은 지훈이 남편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녀를 갖고 싶다는 귓속말로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훈은 밤에라도 은영을 자신의 방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아니면 낮에 그가 집에 들어가거나 그녀를 밖에서 만나고 싶기도 했지만, 요즘 와서 아버지가 박사 학위 논문 작성하느라고 낮에도 집에 있었기에 생각대로 쉽지 않았다. 또한 아버지가 존재하기에 그녀와의 사랑은 불륜이고 불장난에 그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마주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워 밖으로 떠도는 것이었다.

어둠이 짙어진 한강 공원 주변에는 팔짱을 낀 아베크족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밤하늘을 치솟아 오른 불꽃이 오색찬란한 풍경을 연출했다. 지훈은 상미와 나란히 강변을 거닐고 있었다. 그는 돌 하나를 주워서 강물위에 던졌다. 나이테를 그리며 물결을 타는 돌이 멀리 멀리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멀어져갔다.

“어머~! 멋있다. 호호호......”
“.........”

상미가 지훈의 팔을 잡고 간드러지게 웃으며 허리를 비비꼬는 애교를 부렸다. 그는 사실 그녀를 멀리하고 싶었다. 결혼을 전제로 육체를 허락하려는 그녀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녀를 볼수록 소유하고 싶은 욕구로 괴롭기만 했다. 그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경사진 축대 위에 앉았다. 그녀도 스키니 진 바지를 걸친 다리를 옆으로 모으며 앉았다.

“지훈 씨! 오늘은 술 마시러 안가?”
“아까 한 잔 했어.”

“앵~! 나 몰래 마셨구나.”
“맥주 한잔인걸........”

“나하고 한 잔 하러 가자.”
“오늘은 마시고 싶지 않아.........”

“나하고 마시기 싫은 거지?”

상미가 하얗게 눈을 흘겼다. 사실 지훈은 그녀와 술을 마시고 취하면 더 힘들었다. 육감적인 몸매를 소유한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 때문이었다. 어쩌면 상미도 그런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미주 쳐다본 그는 멋쩍은 미소를 흘렸다. 도시의 불빛에 들어난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더욱 선정적으로 보였다.

지훈은 슬그머니 상미의 턱을 들어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기대며 눈을 사르르 감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으며 입술을 포갰다. 소프트한 키스가 점점 짙어지고 혀와 혀가 엉키었다. 옅은 흥분에 빠진 그는 그녀의 티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지훈 씨!”
“...........!”

상미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의 손은 이미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가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성관계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녀는 그이 농도 깊은 스킨십에 익숙해져 있었다. 다만 상미는 뒤이어 닥치는 그의 요구가 두려울 뿐이었다. 그녀의 젖꼭지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유린을 당했다. 그녀의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그만. 나 이상해진단 말이야.”
“그래도 잠은 같이 안 잔다면서.......”

“정말 나하고 결혼 안할래? 언제 대답해 줄 거야?”
“몰라. 나도. 우린 아직 할 일이 많잖아.”

“피 잇. 핫~!”

눈을 흘기던 상미가 놀라서 입술을 벌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지훈이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는 젖꼭지를 돌돌 말아 돌리다가 강하게 쥐었기 때문이었다. 벌떡 일어난 그녀가 들고 있던 손가방으로 그의 등을 후려쳤다.

“아프단 말이야! 정말 못됐어.....”
“하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린 지훈은 의도적으로 상미를 뒤로하고 부지런히 걸어갔다. 뒤쫓아 오던 그녀가 그의 팔짱을 끼고 눈치를 살폈다. 고민스러워하는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그는 무표정하게 앞만 보고 걸어갔다.

“어디가는거야?”
“집에 가야지.”

“삐졌구나? 지훈 씨.”
“...........”

“남자들은 정말, 짐승이라니까.”

상미가 종알거렸다. 지훈이 항상 그녀의 육체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사실 지훈은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욕구를 만족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와 있는 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그는 갑자기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 승용차를 세워놓은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지훈은 말없이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상미가 조수석에 오르자 그는 급발진을 시켜 강변 공원을 벗어났다. 묵묵히 안아 있던 상미가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지훈 씨 내일 야구장 가자.”
“나. 내일 선배하고 약속 있어.”

“선배. 누구?”
“상미는 모르는 사람인데.........”

“헐~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당구장 갈 건데.”

“내 친구는 여자인데도 당구 잘 치더라. 그런데 게는 직장 다니는 남자를 당구장에서 만나서 교제를 했는데, 알고 보니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고 고민이래. 아마 여러 번 같이 잤던 모양이야. 요즘.......”

상미는 슬쩍슬쩍 지훈의 눈치를 보면서 종알거렸다. 그녀의 얘기는 천호동에 도착 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가 그녀를 데려다 주러 온 것이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어도 한동안 그녀는 쉬지 않고 자신의 얘기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가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지훈은 그녀가 육체를 허락하지 않는 이유를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승용차에서 내린 상미가 손을 흔들고 아파트 안에 들어가고 나서도 지훈은 한참이나 넋을 잃고 있었다. 막상 갈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그는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입맛을 다신 그는 가속페달을 밟아 집으로 향했다.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새 갈색으로 변했던 정원의 나뭇잎들이 한잎 두잎 떨어지고 있었다. TV에서는 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의 주제곡을 부르는 로렌크리스트의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은영은 왠지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

오전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민기는 논문을 작성하느라고 서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집안은 꼭 유령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적막하고 으스스했다. 정적을 깨고 바깥 철문의 차임벨 소리가 들렸다. 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훈이 요즘 낮에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누구인지. 다시 벨소리가 들렸다.

“.........!?”

은영은 현관문을 나와 철문 창살 밖을 내다보며 정원 사이를 걸어갔다. 철문을 열고 보니 짧은 원피스에 망사 재킷을 걸친 날씬한 여자가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도 환한 미소를 보냈다. 그녀의 여고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학교 후배였다. 그녀도 대학시절 캠퍼스 메이퀸 후보에 오를 만큼 뛰어난 미모로 남자들의 시선을 끌었었다.

“어머~! 수진아! 웬일이니? 어서와.”
“언니! 잘 지냈어?”

“그렇지. 뭐.”
“더, 예뻐졌는데.”

그녀들은 손을 맞잡고 웃으면서 정원을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왔다. 수진이 은영보다 한 학번 아래였지만 나이는 두 살 어렸다. 수진을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하고 은영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과일과 음료수를 쟁반에 받쳐서 들고 나왔다. 반가운 표정을 지은 그녀는 엷은 미소로 수진과 마주앉아 탁자위에 내려놓은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니?”
“난, 요즘 좀 바빴어. 새로운 디자인 상품을 내놓느라고. 지난주에 의상 발표회도 했어. 곧 상품으로 나올 거야.”

“네가 직접 제품 생산하니?”
“아니.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돈 많은 남자나 만나면 모를까. 그냥 디자인해서 넘긴 거지.”

“왜......!? 너는 아직도 젊고 남자들은 많다.”
“하지만 다시는 결혼 하고 싶지 않아. 그냥 프리로 살고 싶어.”

수진은 의상 디자이너였다. 이 년 전에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독신으로 살고 있는 커리어우먼이었다. 연애결혼으로 6년간이나 별 탈 없이 결혼생활을 했으나 사업에 실패한 남편의 도박 때문에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생활환경이 다르다보니 한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냈지만,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였던 그녀들은 비슷한 입장이었기에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외롭지 않니?”
“그런 면도 있지만, 자유스럽고 편해. 딸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끔 들어.”

“나이 들면 의지한 사람이 필요 할 텐데.”
“입양해서 키울까. 호호호.......”

은영은 깍은 사과를 포크에 찍어 간드러지게 웃는 수진에게 건네주었다. 엷은 웃음을 입가에 띠운 은영은 딸이 있으면 좋겠다는 남편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낳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아들인 지훈을 생각하고 공연히 수진의 눈치를 살폈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언니는 대단해. 초혼에 어떻게 장 교수님과 결혼했는지. 용기가 대단해.”

“그게 운명인가 봐.”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잖아. 장 교수님 아들은 언니한테 잘해?”

“그냥 그렇지. 뭐........”

수진의 말에 은영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감추고 있는 것을 수진이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원래 수진과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연적이었고, 메이퀸 선발에서 경쟁 상대이기도 했다. 같은 캠퍼스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단짝이 되어 항상 붙어 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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