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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15 1,003회 0건
동네 여자들은 모두가 나의 여자들




48부


신라 호텔에서 연재를 품에 안고 잠이 든 철민이는 꿈속에서 신라의 마의태자가 되어 산속으로 들어가려는 자기의 옷소매를 부여잡고 우는 낙랑공주를 애써 뿌리쳤다.

마의를 걸치고 산속으로 들어가려는 자기의 앞길을 하도 애써 막는 낙랑공주의 얼굴을 살펴보니 그녀는 다름이 아닌 손연재였다.

깜짝 놀란 철민이가 연재의 손을 붙잡고 큰 소리로 “연재야!” “연재야!” 하고 부르다가 잠을 깨어보니 서울 신라호텔 객실 침대위에 누워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 방안에 불을 켜고 보니 자기 곁에 예쁜 연재가 쌔근쌔근 고운 숨을 내어 쉬며 자고 있었다.

비로소 어제 밤에 연재와 함께 이곳에 투숙하여 서로 하나가 되어 동침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정말 우리 연재가 전생에서 공주였나 보다”

철민이는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호텔에서 나와 연재를 자기 집에 데려다주고 봉천동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니 철민이 할아버지가 동네 경로당으로 막 나가시다가 마주쳤다.

“어제 밤에 집에서 자고 오느냐?”

“아닙니다. 다른 볼일로 밖에서 자고 지금 오는 길입니다.”

“그래? 수정이는 전자랜드로 출근하고 너희 할머니는 오늘 복지관에 요가를 배우러 나갔다.”

“그럼 할아버지 나중에 점심은 어떻게 하시고요?”

“그냥 경로당에 가서 바둑이나 두고 놀다가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올 테니 사장님은 알아서 점심을 먹어”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할아버지!”

철민이는 자기 할아버지와 이런 말을 주고받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철민이 할아버지는 꼭 자기 손자를 보고 늘 “사장님!” 하고 부른다.

철민이가 자기 손자인데도 큰 회사의 사장님이 된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신다. 하긴 동네 사람들 보기에도 자기 손자가 이제는 현직 국회의원이며 일곱 개의 계열 건설 회사를 가진 사장님이다 보니 함부로 말을 낮추지를 못하고 그냥 사장님하고 부른다.

철민이는 자기 할아버지를 보고 그냥 “철민아!” 하고 부르시라고 말씀을 드려도 막무가내로 “사장님!”하고 부른다.

방안에는 사랑스러운 수정이의 향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미안하다 수정아!”

전자랜드로 출근을 하고 없는 수정이의 예쁜 얼굴을 떠 올리며 철민이는 혼자서 수정이의 이름을 부르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방안에 이불을 깔고 베개를 베고 철민이가 편안하게 누워서 잠을 청하니 곧바로 잠이 몰려왔다.

얼마나 잠을 많이 잤던지 깨어보니 오후 3시가 지나가 있었다.

몸을 깨끗이 단장하고 모처럼 봉천동 자기가 살던 동네를 향수에 젖어 걷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틀림이 없이 예쁜 연재가 걸어 온 전화일거라고 생각을 하고는 반가운 마음으로 스마트 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보니 회사에서 옥경이가 걸어온 전화였다.

“사장님! 지금 곧 바로 회사로 오세요! 사장님을 찾는 사람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응? 누군데요?”

“저는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요. 다짜고짜로 자기가 이숙희씨의 남편이라며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어서 빨리 사장님을 불러오라고 야단법석을 부리고 승엽이 해성이 영호가 애써 타일러 보내려고 해도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어요.”

“그래요? 지금 곧 바로 가겠습니다.”

철민이는 진옥경이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급하게 자기 할머니 집으로 와서 마당가에 세워 둔 자기 승용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설마 숙희씨하고 싸우다가 회사로 온 것은 아니겠지?”

회사로 가면서 철민이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철민이의 승용차가 회사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경비실에서 수위가 뛰어나와 경례를 하면서 안으로 통과를 시켰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니 수혁이 재만이 승엽이 해성이 영호 성호 승우 동민이 근석이가 모두 모여서 지키고 있다가 철민이를 보고는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다 이야기를 했다.

먼저 수혁이가 말을 했다.

“형님! 저 사람이 갑자기 택시를 타고 우리 회사로 쳐들어와서 지금까지 저렇게 형님을 불러달라며 죽치고 앉아있습니다.”

“아주 막가는 인생인 것 같습니다. ‘죽일 테면 죽여라’ 하고 배짱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런 쪽에서는 훤하게 트인 인간 같습니다.”

“형님하고 무슨 관계냐고 물어도 그냥 사장님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만하고 있습니다.”

수혁이의 말에 이어서 동민이 근석이 영호가 질타를 해 댄다.

철민이가 자기 회사 사무실에 앉아있는 이숙희의 남편을 보니 확실히는 몰라도 나이가 한 오십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제가 바로 이 회사의 사장입니다 어떤 이유로 저를 찾아오셨는지요?”

어느 정도 예감을 하면서도 철민이는 이숙희의 남편을 보고 물었다.

“아 바로 김철민 사장님이시군요. 현직 국회의원이시기도 하시고 부도 난 대진건설을 인수하여 엄청나게 사업수단이 좋으셔서 지금은 일곱 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계시더군요.”

처음 보는 이숙희의 남편은 이런 말을 하고는 자기의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저어 손님! 사무실 안에서는 금연입니다. 담배를 피우시려면 밖으로 나가서 피우고 오십시오.”

옥경이가 철민이를 찾아 온 남자를 보고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남자는 피우려던 담배를 도로 주머니에 집어서 넣으며 정중하게 옥경이에게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근데 당신은 아주 뻔뻔스럽게 우리 사장님 앞에서 예의도 없이 소파에 그대로 앉아서 인사도 없이 대하는 것이 너무 한 것 같은데”

보다 못해서 승엽이가 나서며 한마디 하자 이숙희의 남편은 조금도 꿀리지 않는 모습으로 냅다 소리를 질렀다.

“어허! 젊은이! 어디 함부로 말을 그렇게 하나? 당신이 뭐야? 선생님이라던가? 사장님! 하고 부르던지 하다 안 되면 아저씨! 하고 불러야지 당신이 뭐야?”

“뭐요? 아니 이 사람이?”

남자의 말에 승엽이가 화를 불쑥 내며 달려들 기세를 하자 철민이가 재빨리 막으며 말했다.

“승엽이는 화를 내지 말고 손님께서는 저하고 사장실로 가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시지요.”

“아 그러지요”

이숙희의 남편은 철민이의 이런 말에 대번 호응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철민이는 자기를 찾아 온 이숙희의 남편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차를 가져다 드릴까요?”

옥경이가 철민이를 보면서 물었다.

“아니 됐습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부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옥경이가 철민이의 말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장실로 들어 온 이숙희의 남편은 철민이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곧바로 말을 끄집어 내었다.

“사장님은 아마 제 아내에게 전화를 미리 받으셔서 다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바로 혜영이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오늘 처음으로 혜영이 아버지를 뵙습니다만 숙희씨에게서 전화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철민이는 오늘 자기를 찾아온 이숙희의 남편을 비로소 쳐다보며 사실대로 말했다.

“아 그러십니까? 왜 제 아내가 사장님께 전화를 하지 않았지요? 그것 참 이해가 안 되는 여자입니다.”

“제가 오는 길에 우리 회사 비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숙희씨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운전을 하고 오는 길이라 못하고 그리고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무슨 이유인지를 알고 싶기도 하고 해서 그냥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사장님! 이제 제가 뭐 더 숨기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먼저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가 지금 현직 국회의원이신 사장님을 갑자기 생각하니 혹시나 신문에 사건보도라도 나면 별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조용히 회사로 찾아왔습니다.”

이숙희의 남편은 아주 철민이에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말했다.

“그래요? 그럼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 보십시오”

철민이는 약간 기분이 나빠지면서 이런 자기의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을 보면서 말했다

“세상에 윤리와 도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예사롭게 보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습니다. 오랜만에 제 아내를 찾아서 왔더니만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찾지를 못했는데 여기저기 아는 제 친구들을 동원해서 동사무소로 가서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를 찾아갔습니다. 옛날에 초라하던 제 아내가 이제는 사장님의 연인으로 확 바뀌어 있더군요.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더니 저렇게 팔자가 좋아질 수가 있나?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도 엄청나게 났습니다. 솔직하게 말입니다. 이제는 천수장 여관 주인으로 자리도 아주 높아져 있어서 감히 제 아내 손도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경비원 아저씨들에게서 쫓겨났습니다. 하아 아직 법적으로 제 아내인데도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철민이는 아름다운 이숙희의 얼굴을 떠 올리며 말했다.

“글쎄 말입니다. 그년이 아니 제 아내가 이미 마음이 사장님에게로 기울어져 있어서 그랬겠지만 여관 마당에 서서 한참동안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니 행하니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 고년 참 부부라도 돌아서 누우면 남이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 말을 숙희씨가 하던가요?”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당신하고 남남이니 자기를 잊어버리고 새 출발을 하라는 것이었지요. 나는 갑자기 웬 밤중에 봉창 문 뚜드리는 소리냐고 했더니 이제 자기는 몸도 마음도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으니 나하고는 영원히 같이 할 수가 없다는 그런 말 이였지요.”

“그런데 숙희씨가 어떻게 저하고 그런 사이인 것을 알았습니까? 혹시? 짐작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증거라도 가지고 계시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원 사장님도 농담도 하실 줄을 아시는군요.”

“네? 농담이라니요?”

“아니 퉁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고 퍽 하면 수박 깨지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한 달 동안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제 아내에 관한 뒷조사를 샅샅이 다 했지요 그런데 제 아내라는 그년이 어쩜 그리도 냉정한지 아예 그 뒤로 만나주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요즘 돈을 주니까 사장님과 제 아내의 모든 비밀을 다 조사해서 저에게 주는 그런 곳이 있더군요. 뭐 사실대로 다 이야기하면 더 길어지니까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고 마치겠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게 다 입니까?”

“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해 달라는 말입니까?”

“어떻게 하시기는 요 사장님께서 잘 판단을 해서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를 않도록 조처를 해 달라는 말 이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달라는 말씀인지?”

“아니? 사장님! 제가 지금까지 쭉 이야기를 한 것을 들으시고도 감이 오지를 않습니까?”

“무슨 감이?”

“그 참 이렇게나 순진하신 분이 다 있나? 그럼 제가 가르쳐 드리리다. 제 아내와 제 딸을 모두 차지를 하시지 않았습니까? 하 제 아내나 제 딸년이나 둘이 다 똑 같이 사장님 것이 되지 않았습니까? 뭐 두 년이 다 사장님을 좋아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이런 입장에서 저는 얼마나 충격이 크고 힘든 줄을 아십니까? 그리고 세상에 엄마와 딸을 동시에 차지를 하고 애를 똑 같이 낳게 한 그 일이 보통 일입니까?”

“...............”

“그러니 말입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바에야 서로가 좋게 합의를 보고 조용히 끝내자는 이야기지요”

“..............”

이숙희 남편의 말에 철민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함부로 자기가 이일을 처리 했다가는 낭패를 볼 것 같아서 똑똑한 박영선 변호사에게 맡겨서 처리를 하려고 하다가 그렇게 하면 더 큰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를 하고 천수보살님께 맡기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그것도 어렵고 그러다가 마침내 정미홍 변호사에게 맡기기로 할까? 하다가 그 생각도 그만 두었다.

“그럼 제가 혜영이 아버지와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러시지요.”

철민이의 이 말에 이숙희의 남편은 아주 만족한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혜영이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제가 그 의견을 조율을 해서 서로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아 좋지요 그럼 사장님! 곧 바로 제가 제안을 하겠습니다. 저의 아내와 우리 혜영이하고 둘 다 합쳐서 2억만 받겠습니다.”

“네?”

갑작스런 이숙희의 남편 말에 철민이는 어이가 없어서 잠시 동안 쳐다보고 있으니까 아니다 싶었는지 다시 말을 고쳐서 말했다.

“아 그럼 둘 다 1억5천으로 하겠습니다. 사장님!”

비로소 이숙희의 남편이 요구하는 것이 돈이라는 것을 알자 철민이는 인생의 허무함을 갑자기 느꼈다.

이숙희의 남편이 자기 아내와 딸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요구하는 모습을 보니 철민이는 왜 그런지 처량하고 불쌍해 보였다.

“1억5천으로 할 것이 아니라 처음 부른 대로 2억을 주면 되겠습니까?”

“네? 아 그러면 저야 너무 좋지요”

“그럼 제가 수표로 바로 드릴 테니 은행에 가서 찾으시면 됩니다. 제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은 제일은행입니다.”

“아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숙희 남편은 자기의 뜻대로 된 것이 너무나 좋은지 입이 함지박 같이 커지면서 좋아했다.

철민이는 사장실 한쪽에 있는 금고의 문을 열고 수표책을 꺼냈다. 이 금고를 열 수 있는 사람은 사장인 철민이와 비서인 미희 옥경이 세 사람 뿐이다.

책상 앞으로 돌아 온 철민이는 수표책에서 수표 한 장을 찢어 2억 5000만원 이라고 금액을 쓰고 책상 서랍을 열어 회사의 직인을 찍고 펜으로 김철민이라는 자기의 사인을 해서 이숙희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수표를 받아서 보던 이숙희 남편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2억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5000만원을 더 얹어서 주시는 군요”

“2억은 신중하게 생각하셔서 잘 사용하시고 제가 따로 5000만원을 드릴 테니 생활비로 쓰십시오. 아 그리고 가실 때는 제 동생들 보고 은행까지 우리 회사 차로 모셔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사장님의 넓으신 아량에 저는 너무나 감격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제 아내와 제 딸 혜영이를 찾아오지 않겠습니다. 사장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태껏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지 않던 이숙희 남편은 2억 5000만원이라는 큰돈을 철민이에게서 받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숙희씨와 혜영이는 제가 잘 돌보아 드릴 것이니 아무 염려 마시고 새로운 좋은 삶을 찾아서 보람이 있게 잘 살기를 바랍니다.”

“사장님은 정말 위대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저 같은 사람을 생각해 주시니 그 은혜를 영원히 잊지를 않겠습니다.”

철민이의 이런 배려에 이숙희 남편은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는지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 사장실을 나갔다.

이숙희의 남편이 사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미희와 옥경이가 재빨리 들어왔다.

“사장님! 어찌 된 일이에요?”

“해결은 잘 되었나요?”

미희와 옥경이는 염려가 섞인 표정으로 철민이를 보면서 물었다.

“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리고 승엽이 해성이 보고 저 분을 제일은행 까지 모셔드리라고 해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미희가 철민이의 말을 듣고 사장실을 나갔다.

옥경이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그대로 서 있다가 철민이가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서 있자 조용히 사장실 문을 닫고 나갔다.

철민이는 자기 생각에 이숙희 남편이 자기 아내와 딸에 대한 문제로 시끄럽게 할 줄을 알았는데 뜻밖에도 돈을 요구하는 행동으로 조용하게 끝나버리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인생살이가 너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위에 전화가 계속 울려서 받아보니 수정이가 걸어 온 전화였다.

“오빠! 오늘도 집에 안 들어 올 거야?”

“아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 할머니 집에 갔다가 네 방에서 잠을 자고 지금 회사에 와서 있는 중이다.”

“그래? 그럼 오늘 저녁에 오빠! 들어 올 거지?”

“그래 들어가야지”

“그럼 저녁에 우리 만나요”

수정이는 너무나 기분이 좋은지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철민이는 수정이의 생기발랄한 예쁜 모습을 떠 올리며 한시 바삐 이 복잡한 자리에서 벗어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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