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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생의 로망은 역시 친구 엄마 - 2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17 1,735회 0건
26부





“뭐라구요? 이번주, 아니..
꼭 당장은 아니라도 곧! 같이 여행 떠날 것처럼 얘기하지 않으셨어요?“
“그게.. 그..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얘..”
“말 더듬는거 보니까 누나도 당황하셨네?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봐요”
“아이 참! 야... 너 진짜~
그렇게 재촉하면 하려던 말도 쉽게 안나와”



현준은 수학여행을 다녀온 후, 오랜만에 만난 영애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몹시 들뜨고 설레는 마음... 왜이리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지.
히야, 선녀로구나...
제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다고 해도,
우리 맘씨 고운 누님 앞에서는 비교도 안되지~
싱글 벙글 웃으면서 속으로 되뇌인다.


감정에 지극히 충실하고 단순한 놈..
현준은 가만히 몸을 있질 못하면서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금방이라도 이성을 잃고 영애를 껴안을 지경이다.
제법 흥분해서 팽창한 얼굴로 사랑하는 누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데..
영애는 그 눈길이 부담스러워 마주보지도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 호호...” 살짝 웃어주었다.



이 타이밍에 나올 이야기는 미리 정해져 있다.
꿈처럼 달콤한 나의 누님과 드디어!
기념적인 첫경험을 나눌 시간이 다가왔는데..
오늘은 오랜만의 얼굴을 마주보며 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했다.
어랍쇼 근데....
아직 대화가 결론난 것은 아니지만
영애의 말이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나오고 나서’가 다르다.
아니.. 뭐라는 거야 지금, 장난쳐요?



“일본! 일본 가자면서요!?
비행기 티켓 다 끊어놨다고 안 그러셨어요!?”
“...... 아휴.. 진정해봐.
얼굴은 벌개갖구.. 목소리도 너무 크다 야..”
“아... 죄송해요.
저 흥분하면 금방 잘 이래요. 알잖아요 누나”
“킥... 모르거든.
남자가 혈기를 다스릴 줄도 알아야지..
흐흠, 너어~ 해외 여행간다고 해서 많이 설어?”
“저는... 꼭 일본을 떠나서.. 어디 해외여행이란걸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요.
사실은 쪽바리 새끼들 많이 미워해서 썩 내키지도 않아요.
그래도 여행은 또 다른 이야기잖아요~
이번에 온천도 가고 맛나는 거 마니 묵는다해서 기대가 컸다구요.
씨이~~”


“어어..? 지금 혹시.. 나한테 욕하는 거야~?”
“으잉? 제가 언제 욕을 했어요?
이건 그냥 입에서 새는 소리죠...”
“키득 키득. 장난이야..
이번에 일본 가는건, 쭌아.
일정상 너무 시간도 빠듯하고.. 게다가 맘편하게 놀러갈 상황이 아닌 것 같애.
여러 가지 이유가 많아.
항공여행 성수기도 올해는 6월달부터 일찍 시작됐다고 그러공...”



“좀 이상하네.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세요.
무슨 성수기가 지금 벌써.. 보통은 칠팔월즈음 아니에요..?
지금 아직 티켓이 널널할텐데요?”
“...... 올해는 그렇대.
여행사마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속해봐도 다 비슷비슷해~”
“이따 집에 가서 내가 직접 티켓 있나없나 찾아봐야지”
“......... 자꾸 따지고 들거니 너 -_-
해외여행을, 너희들 방학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다녀온다는게 말이 되는 이야기라 생각해?”



현준은 영애가 조금 차갑게 눈빛을 반짝거리자, 금새 주눅이 들었다.



“솔직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
헤헤, 그러면 차라리 첨부터 누나가..
방학을 하고 나서 뭘 하든지 라고 말을 하셨어야죠..
처음에 일본 가자고 신나서 제안한 사람이 누구였는데 그래요?”
“......... 음....
듣고 보니까 쫌.. 쭌이 너 말도 맞긴 해...
푸흡. 부끄럽다 야~
내가 내 모습을 기억하거든... 힛
근데, 그렇게 내가 신나서 말했니? 눈빛도 반짝거리구?”
“그럼요? 말도 마요.
어린 초딩이 좋아서 방방뛰는 줄 알고 새삼 놀란 기억이 나네요.
어떻게 잊을 수가~ 하하”
“씨이~...
또 나이많은 누나를 어린애 취급한다”
“어어? 지금 혹시 저한테 욕하시는..”
“-_-...”



자리를 옮긴 둘은, 분위기 괜찮은 프렌치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과.. 곳곳에 세심하고 아기자기한 실내 디자인이 돋보인다.
건물의 2층에서 바깥으로 내보이는 테라스를 통해
조금전까지 붙어 앉아 재잘거리던 공원의 전경이 보였다.



“맛있어요.. 냠냠.. 피자 같은 것 먹을 생각으로 나왔는데..
좋은 식사 사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헤헷”
“얼씨궁.. 여행 다녀오더니 철좀 들었네~ 후후
맨날 볼멘소리만 할줄 아네.. 싶더니 곧바른 소리도 잘하고.
끄응~ 오랜만에 먹었더니 좀 느끼한 거 있지. 나 배부르당 쭌아”
“그러게요~?
여기 있는 그릇들 다 누나 혼자 드셨으니까요”
“또.. 거짓말 할꼬야?... 자기 그릇이랑 합쳐논 거면서 장난쳐”
“킥킥. 근데 누나 솔직히 나는 이렇게 좋은 가게도 좋지만
패스트푸드가 제일 땡겨요. 여기 디게 비싸보이거든요...”



영애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작게 들리도록 목소리 톤을 낮춘다.



“후훗. 나도 사실 여기 왜이리 비쌀까.. 가끔 얄미울 때가 있어.. 호호..
그리고 나도 애들 입맛인거 알잖아.
현준이 너 오랜만에 만나서 든든하게 잘 먹여야지.. 오늘은 이 생각뿐이야.
누나랑 같이 있을 짧은 동안이라도, 맛난거 위주로 먹어야지 않겠니“
“그래요.. 근데 들리기에 따라서는 같이 있을 동안이라고 하니까..
왠지 조금 이상하게 들린다..”
“무슨.. 어감?
호호.. 아무 뜻 없는데”
“..... 헤헤.. 아니에요.
우리 언제 나가요?”
“기다려봐. 후식은 뭘로 먹을래? 호호. 여기 디저트도 맛있어”



딸기와 블루베리가 곁들여진 달콤 시원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현준은 영애의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너무나 귀엽다는 듯이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기 있잖아요. 누나...
우리 해외로 가는 것은 어렵다치구요..
국내 여행지로 어디 다녀오는 건 안되나요?”
“이거 맛있다 야~ 크...
응? 모라 그랬어. 여행?
가면 되지. 그게 뭐가 어렵다구.
이번 주말에 너 가보고 싶은데 있니?”
“.... 가보고 싶은곳??
내가 고르면 가실 거예요?”



“응~ 후후...
일본도 못갔는데 가자는 곳은 어디든 가야지.
단~ 부산처럼 너무 먼 곳은 하루 당일치기로 못가고..”
“오... 꺼져가던 희망이 되살아나는 이 느낌..?!
당일치기로 가다니요. 가려면 최소한 하루 이상은 자고 올 생각을 해야지...”
“어우 야...
그거는 좀.. 그래”
“뭐가 어우 야예요?
하루 정도밖에 시간이 안되시나봐요”


“잠깐.... 아니다.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어디 가서 며칠씩이나.. 그러니까 여러날 있다 오는게 어렵다는 뜻이었어”
“아하.
그럼 당일치기가 아니라, 딱 1박 정도는 되겠네요?”
“응......
하루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할거야”
“진짜?? 진짜죠!??
또 다른 소리 하기 없기예요”
“...... 그래.
실없는 말 안할테니까 걱정하지 않기... 호호~”



지우와 선우, 그리고 남편 앞에서는 우유부단한 모습이 드물고
강직하며 분명하게 자기 주장을 잘 내세우는 편이다.
그런데 현준과 대화를 나눌 때는..
요상하게~ 그런 자기 주도식 이야기의 흐름이 잘 안풀린다.
지금도 거절하기 무척 미안해서 말꼬리를 슬며시 흘리다가.. 빌미를 주고 말았다.



“오케이! 지금 바로 출발해요”
“뭐? 지금.. 차타고 떠나게?
그건 안돼~ 주말이 어떠냐고 했잖니.
오늘은 지우랑 선우랑 뮤지컬 보러 가기로 저녁에 약속 잡아놨어”
“하... 뮤지컬이라니...
좋겠다 애들은..
나랑도 그런 문화생활 같이 가고 좀 그래요 누나..”
“히히. 알겠어..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되서 기회가 없었잖아.
아, 시간 점점 간다 쭌아. 이제 일어나자”



옷과 핸드백을 챙기고 바삐 계산하느라 영애는 현준을 제대로 못 보았다.
지우와 선우가 엄마와 함께 공연보러 간다는 말을 들을 때..
현준의 얼굴은 쓸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지금 함께 있고, 며칠후 넉넉한 시간만큼 같이 있기로 약속했지만
새삼스럽게..
평상시의 오후 일과를, 정상적인 가족 관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두 아이들이 굉장히 부러워진다.


차에 올라탄 영애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핸드폰 화면을 점검하며
현준에게 눈길을 제대로 주지 않고 말했다.



“이크... 늦었다, 늦었어...
쭌아~ 누나가 허둥대서 미안한데, 거기 조수석 앞 서랍에 열어보면 지도책이 있을거야”
“어디~ 응. 여네요. 이건 왜요?”
“그걸로.. 미안한데
내가 지금 오늘 저녁외에 누구 만나기로 되있어서 또..
아휴 진짜 미안해. 연락이 조금전에 또 왔어”
“엇, 지금요?
오늘은 그럼 잠깐 보고 헤어지는 거네..”
“응... 그렇게 되었어. 이따 막간에 전화할게 히히..
그러니까, 그 책자좀 펴봐. 지금 천호동부터 갈테니까 니가 얼른 보렴”
“제가 가고싶은 여행지를 찾으라, 이 말이군요”



서운한 감정을 숨기며, 지도책을 한두장씩 넘겨본다.
태연한 표정이지만 머릿속은 조금 짜증이 났다.
일주일만에 만나는 날인데,
지금 만난지 한두시간도 안됐는데.. 선약 때문에 바쁘다고?
성질나네..
가만히 자리에 앉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지도를 살피면서
애써 화를 낼일도 아니니 침착하자.. 후~ 호흡을 내쉰다.



“슬슬 다왔어. 미안해 쭌아.. 히이.. 이제 내려야겠다”
“뭐야 진짜....”
“왜 그래. 뭐 잊은 거라도 있니?”
“아뇨 그게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에요”
“... ?? 후훗.. 집에 가면서 생각이 나면 전화해줘.
누난 맘이 급해서 이제 가볼게..”
“알았어요. 쳇.
내가 정하는 대로 가기로 약속한거예요!”
“킥.. 알겠어”


-


저녁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현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우가 곁에 있을까봐 전화하기 눈치보인다는 문자.
영애는 씨익- 웃으며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일어섰다.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조용한 분위기의 까페에 앉아 맛나는 와플과 파르페, 과일빙수를 깔아놓고
저들 나름대로 오늘 봤던 공연에 대해서 제법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응. 화장실로 들어왔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라니.. 목적지 정해지면 전화한댔잖아요”
“아.. 그래 맞아. 히히... 미안.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정했니?”
“응~ 있잖아요.
충남 당진이나, 서산쪽 바닷구경 어때요?”
“당진.... 태안?
음.. 바다가 보이는 서해안 쪽이라.. 괜찮은데? 호호”


“헤.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 누나도.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맞아 맞아. 센스있어~
게다가 아주 멀지도 않지만, 서울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
“쳇.. 아무렴 내가 알아서 잘 골랐을까봐서요”
“근데 현준아. 서산쪽이면... 너 원래 태어난 고향쪽이 아니었니?”
“..... 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누나한테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제가?”



영애는 현준과 대화하며 집중하느라
환하게 웃으며 자기도 모르게 몇걸음 앞뒤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오늘 현준이 틀림없이,
짧게 끝난 데이트에서 서운함을 느꼈음을 눈치채고 있었는데..
지금 같은 때.. 이렇게 작은 서프라이즈를 해줄 기회구나 싶다.
현준의 톤이 높은걸 보니 의외로 많이 놀란 듯하다.



“왜 몰라?
본인이 말해놓고도 기억을 못하니. 쿡쿡.
우리 왜.. 내가 학교에 수업갔던 그날.. 처음 만난 날에 말이야.
둘이 붙어 앉아서 이야기 나눌 때
네가 자기 소개를 해야겠다며 많이 진지해져서..
후후~ 이것저것 고향이나 지금 사는 곳 등등을 이야기했잖아”


“그랬다구요? 정말?
저는 기억이 안나는데...
그럼, 그.. 잠깐 나눴던 대화를 누나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
“너두 참... 왜 기억을 못해?
그리고..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데 쭌아..
그 정도는 기본으로 머릿속에 담아둬야지..”
“우와.. 누나 쩌네요..
내가 민망해지네.
저는 정작 말한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헤헤헤헤”
“후훗.. 아무튼 나는 잊지 않았어.
충남 당진~ 거기에 어디쯤이 고향이니?”


“어디더라.. 음 대산읍이에요.
가족이랑 계속 살다가 나중에 아부지랑 안산으로 올라왔어요.
엄마는.....”
“아... 그래..
어머니 말씀은 일단 쩜프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
것보다, 네가 익숙한 곳이고.. 추억도 생각나서 가보고 싶어졌어?”


“겸사겸사죠.. 아니 꼭 거길 가고 싶진 않아요.
이제 와서 기억 하나도 안나고.. 근데 지금 어디세요?
지우는 옆에 있는거 아니죠”
“응 괜찮아. 동생이랑 둘이 신나서 얘기하느라 엄마가 없어져도 신경 안써.. 히잉"
“ㅋㅋㅋ 아들들한테 외면당한 엄마네.
잠깐 나랑 얘기하다, 뭐 중요한 전화왔었다 하고 나가요”
“그럴 생각이예요. 쿠쿠..
집이야? 뭐하고 있어 우리 쭌이~”


“식사는 좀전에 마쳤구요. 방 침대에 누워서 전화하는 거예요”
“킥... 티비라도 보든가 그러지 심심하겠다.
그 얘기로 돌아가서... 여행가는 날짜는, 말이 나온 김에..
이번주 금요일 저녁 즈음이 어떠니?”


“아주 적극적으로 나오시네요~ 흐흐
나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어서 그러시나?
금요일에 가서 그 다음날 오기~ 아니면 일요일까지는.. 어렵나요?”
“이, 일요일...??
금욜밤에 자고 토요일은 늦게라도 올라와야지... 하루 더 있고 싶어?”
“네!!
기왕에 여행가는거 1박이 뭡니까.. 2박 3일은 달려야죠”
“풋.. 뭐야...
그렇게 이틀씩이나 집을 막 비우는건 어려워”


“뭐 좋아요. 그건 그때 그때 알아서 정하면 되고.
누나, 뭔가 세워놓은 좋은 계획은 있으시겠죠?”
“계획이라니 뜬금없이.. 놀러가서 어떻게 지낼거냐는 말이니?”
“아니~ 그건 그래도 남잔데 내가 해야지..
자잘한 거 말구요. 이틀간 둘러댈 핑계거리 말하는 거잖아요 아놔..”
“아~ 킥킥.
알아.. 무슨 말인지.
그리고 다 생각해둔 나름의 해결책이 있으니까. 염려마”


-


“어디 갔다왔어? 찾았잖아”
“미안^^ 통화하느라.. 잘 놀고 있었죠~ 우리 이쁜 멋쟁이들?
야.. 이게 뭐야아..!
비싼거 놓고 왜 요것밖에 안먹고 그러니..”
“배불러.. 얘가 하두 안먹어서 이거 빙수도 내가 다먹은거야.
으 속쓰려.. 참 엄마~ 유미 아줌마한테 전화왔다.
왜 이렇게 통화가 안되냐고 그러든데”
“유미가..?”


“응. 문자보내기 귀찮아서 그냥 나한테 했대”
“알았어. 오늘 상의할 일이 있었거든.
근데 어떻게 네 번호를 알지..? 알려준 적이 없는데”
“싸가지 주나은이 보나마나 엄마~ 내가 지우꺼 줄게~ 하면서 꼬리쳤겠지.. 클클”
“야. 너는 이 자식이..
그래도 나은이가 두 살이나 많은데..
이쁜 누나한테 싸가지라니, 표현이 그게 뭐야??
걔가 겉보기만 그렇지.. 얼마나 속이 깊고 착한 앤데..”
“옴마~ 왜 그런걸로 화를 낸대..”
“엄마, 우리 언제 집에가?”
“응~ 아들~ 우리 애기 심심했구나?
호호. 자 이제 가자. 지우야 가방 잘 챙겨”



지우는 엄마가 인상을 쓰며 나은을 감싸자 괜히 황당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싸가지를....
지우 본인에게 박힌 나은의 이미지는 언젠가부터 꼴통이었는데 뭐..
영애는 귀엽게 다리를 껴안는 둘째 아들을 부드럽게 웃으며 보듬어주었다.
차를 타고 집에 금방 도착.
간단하게 씻기가 무섭게 전화를 건다.
유미에게 오늘 낮에 그렇잖아도 저녁에 꼭 통화하자고 메시지를 넣어두었다.



“기집애야. 왜 이제 연락해. 집에 들어갔어?”
“늦었지 좀? 헤헤.. 집이니?”
“집이지. 이쁜 따님이랑 영화보고 있다~ 후후후.
왜 전화하라고 그런 거야?
... 아우, 야~!!~
너는 가만히 좀 있어. 전화하는데”
“호호. 나은이가 내 목소리 들리니까 바꿔달래니?”
“응. 가시내가 엄마 통화하는데 지가 왜 바꿔달래..
휴~ 자, 방으로 들어왔어용.
뭔가 비밀스런 할 얘기가 있을테니까~”
“하하. 비밀 이야기인걸 어떻게 아셨을까나?”



나은은 영애의 목소리가 들리자 굉장히 반가운 모양이다.
무턱대고 전화를 뺏으려는 성급한 딸래미의 얼굴을~ 저만치 밀어놓고
방문을 달칵- 조심스럽게 잠그고 화장대 앞 의자에 앉았다.
영애는 눈치 빠른 유미의 신속한 행동에 웃음지으며
천천히, 현준과의 여행 계획에 대해서 유미에게 상의를 나누었다.
오늘은 진작부터 저녁을 기다리며
가장 친한 친구인 유미와 의견을 교환할 생각이었다.
정말 중요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도..



“흐음..... 재미있네...”
“어때, 다 듣고난 소감은..”
“젊은 애가 참 적극적이다 얘~ 누나 입장은 생각 안해주고?...”
“ㅋ... 현준이가 성질이 조금 급해..”
“뭐 어때 좋지..
여우같은 너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힘 안들이고.. 쿡쿡쿡”
“힘 안들이고 뭘..? -.-
그리고 여우라니 정유미씨 무슨 뉘앙스가 그렇지~? 호호..”
“아니야. 훗훗~
부러워서, 보기 좋아서 뜸들이는 거다..
그래서, 결론만 말하면...
준호 씨한테 내가 전화를 일부러 걸어달라, 이 얘기지?”


“으응. 부탁이 그거였어”
“아~ 아~ 전화하는 것도 꽤 부담스러운데...
너, 니 남편하고 상의는 그 뒤에 해본거고~?”
“어제 살짝 한번 더 귀띔했지.. 전에도 가볍게 말은 해놨으니까.
1박으로 다녀온다니까~ 그래? 하고서 별말 없었어”
“그랬다라...
흠... 아니 그랬다쳐도
아흐~ 전화를 내가 어떻게 느희 서방님께 드리냔 말야”
“부탁좀할게잉~~
그게 뭐 그리 어려워? 호호.. 친구 좋다는게 뭐니.
오늘, 좀 있다~ 전화끊고 한시간 뒤에 꼭 해봐?”


“아..... 못살아.. 젤 친한 친구란게 이딴 난처한 부탁이나 맨날 하고”
“호홋. 내일 만나서 우리 맛있는거 먹어~^^”
“글지 말고.. 내일 다시 의논하고 그러고 전화하자, 응?”
“안돼. 오늘 반드시 해야돼”
“야..!”



영애가 유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남편 준호에게 둘러댈 구실을 위해서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행선지는 유미의 고향인 전주로 이야기 되어있으며
유미와 함께 오랜만에 그녀의 본가도 찾아보고, 여행하기로 입을 맞춘 것이다.
어느 정도의 협의는 꼭 필요한 절차였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알리바이를 위해...
유미가 영애의 남편인 준호에게 구태여 전화까지 걸어줄 것을 부탁한다.
이 일은 그렇잖아도 지난주에 아이들이 제주도에 가 있는 사이,
미리 귀띔을 해둔 상황이었다.


-


그 다음날 화요일.
MBC 일산 드림센터 근처에서 영애와 유미가 만났다.
영애는 드림센터에서 두어블럭 떨어진 아파트 바깥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때마침 야외 촬영이 있는 날이라...
다수의 스탭들과 배우 몇 명이 부지런히 동선을 체크해가며 촬영하는걸 보고 있었다.


고생들 많네.. 이 더운 날씨에 카메라에 조명판을 환하게 켜놓고..


땀 뻘뻘 흘리는 스텝들의 모습과 연기자들의 열연에 시선을 고정.
그 와중에 주연감은 아니지만, 당당한 주역 포스를 뽐내며..
40대 중반의 상대 여배우와 진지하게 호흡하는 유미가 보였다.
TV 모니터를 통해 보고 느끼는 평상시 절친의 모습과
직접 촬영현장에서 생생히 살아 숨쉬는 모습은 판이하다.
브라운관에서는 냄새를 감지하기 힘들었던..
더욱 프로페셔널하고 도도한 그녀 특유의 카리스마가 노출되어서 무척 근사하다.
후훗... 지지배~
제법 늠름한 포스네. 멋져.



“덥다~! 힘드러~~ 령애야... ㅠㅠ..."
“왔냐는 말도 안하고..ㅋㅋ 에어컨 시원하지?
고생했어. 이것부터 마셔”
“후후후. 니가 내 개인 매니저자나~^^
아이 좋아. 시원해! 거마워”
“해맑기도 해라. 후훗. 감독님들은 모두 들어가셨어?”
“응. 스탭분들은 일부 남아서 센터로 들어가고, 각자 할 일 찾아 헤어졌지”
“그 와중에~ 가장 힘 안쓰는 한가로운 배우님만 차에 오롯이 탔구만..”
“배고픈데 시비걸지 말고.. 혼날래~? -.-”



영애도 꽉 막힌 성격이 아니다.
조신하고 품위있는 일면을 갖추면서도 시원 털털한 성향도 있는 편인데..
유미가 그보다 더 소탈하다 보면 되겠다.
일적으로는 촬영장에서든 어디서든
모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깍듯하게 매너와 예의를 지킨다.
본인 스스로가 늘 교만해지지 않으려고 행동에 신중을 기하는 타입이다.
그런 유미도 절친인 영애 앞에선..
언제나 모든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배고파! 얼른 맛있는거 사줘잉~”
“칫.. 너 아침 안먹었어?”
“굶었지! 바보얏. 오늘 아침 8시부터 슛 들어간다 그래서...
7시 전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느라 아무것도 입에 댈 여유가 없었어”
“그래도 뭘좀 챙겨들지.. 으이구”
“그런건 됐구~
참~~ 얼른 어제 뒷 이야기부터 풀어보셔!”
“뒷 이야기, 무얼?”
“준호 씨가 나랑 통화하구.. 그리고 나서 뭐라그래? 별말 없어?”


“아아.. 그리고서.. 혼자 많이 머쓱해하더라..
나한테 쑥스럽게 웃으면서..
유미 씨는 굳이 그런 일로 전화도 주냐고..”
“킥킥. 그런 것 같앴어.
좀 놀라시는 것 같더라.. 그리고 또 별말은?”
“후후. 안전벨트부터 매셔요~ 아가씨~ 타자마자 그 얘기니?”



영애는 호기심 충만한 친구의 반짝 반짝~ 거리는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왼쪽으로 산뜻한 풍광을 자랑하는 드넓은 호수공원,
오른쪽으로는 탁~ 트인 문화광장의 우거진 풀숲을 뒤로하고 차를 몰았다.
곧 오피스텔과 상업지구의 정중앙 라페스타에 도착.
영애도 배가 무척 고팠던 터라, 유미와 정신없이 숯불닭갈비로 배를 채운다.
먹는 한편으로..
간만에 걸신들린 듯 먹어치우는 친구 유미의 식사쇼도 재밌게 감상한다.



“후~~ 현준이는 그럼...
아빠랑은 따로 떨어져서, 지금 서울에서 혼자 사는거네?“
“응.. 외삼촌 댁에서 식구들이랑 같이 지내.
다행이 사이도 그렇게 나쁘진 않고..
의외로 식구들이랑 유들유들하게 잘 지내는가봐”
“그렇구나. 애가 성격은 좋아보이더라..
예의도 바르고 행동하는 모습이 싹싹하고”
“풉... 그랬어?
쭌이가.. 그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윰탱이한테 좋은 인상을 찍었구나? ㅎㅎ”



“쿠쿠. 난 왠만하면 사람 처음 보고 좋게 평가해.
첫점수는 누구나 후하게 줘”
“첫인상은 잘 주지..
그리고 나서 조금만 안좋은 모습 보이면 빠르게 헐뜯기 시작하구~”
“뭐라고 하는 거야..?
한국말로 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하하하.
헐뜯다니! 좋은 방향으로 뒷담화를 재미지게 가꿔보자, 그런 거지ㅎㅎ~”
“웃기고 있어..
너를 몰라 내가?ㅋㅋ”
“얏~!
그게 문제가 아니고, 원점으로 돌아가.
그럼 출발은.. 예정대로 금요일 저녁, 아니 오후쯤에?”
“응.... 금요일 밤에. 아직 딱히 어디로 갈건지 정하지는 않았고”




유미랑 현준의 이야기를 이것저것 늘어놓으며
영애는 문득, 현준이 동탄에서 유미를 처음 만났던 그날이 떠올랐다.
가벼운 식사와 차를 곁들인 퓨전 스타일의 경양식집이었다.
당시 유미는 촬영을 마치고 편안한 블랙 레깅스에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었다.
시원한 여름 벨벳 자켓도 검은색 계열..
영애는 괜히 현준에게 무안했지만, 유미는 당당한 모습 그대로 아무렇지 않았다.


영애는 현준이 여자들의 과한 레깅스 차림과,
거기에 위아래로 색 맞춤을 싫어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게 문제 될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도 영애의 눈 앞에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당차고 씩씩한 모습만 연상되던 현준이..
유미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말투에도 엄청나게 긴장해서 쩔쩔 매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정도까지 바싹 긴장해서 얼어있을 줄은.. 후후..


연예인 별것 아닌데..
괜히 유명인을 처음 만난다는 긴장이 과했을까.
현준은 시종일관 유미의 아름다운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보다못한 유미가 살갑게 웃으며~
어깨와 팔을 가볍게 주무르고 따스한 말투로 웃어주어도
좀처럼 각 잡은 것을 풀지 않았다.
자기 딴에는 그게 최선의 예의를 다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나보다.
헤어질 무렵이 돼서야 긴장이 좀 풀어져 유미한테 밝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그 성질 드러운 쭌이한테 그런 일면이 또 있을 줄이야..
하긴 나한테도 처음에는 아주 공손했으니까..
현준의 바짝 군기든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유)
“...... 그런데.. 자기야.
정말 정말 별의별 생각을 많이 하고 시름이 깊을텐데..
마음 속으로 고민도 많이 하고 막상 지금 또 불안해하고..
니 성격에 뭐 걱정이 되도.. 나한테 막 하소연하고 토로하는 편도 아니지만
너~ 지금도 충분한 마음의 각오를 여러번 다지고 있는 거지?”
(영)
“응...”
“계속 마음이 떨리고 그러잖니?
여행가는 내내, 앞으로 점점 더 그럴거야.. 그럴때는..”


둘은 어느새 장소를 조용한 카페로 옮겼다.


“윰아. 신경써주는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나 괜찮아..
니가 생각하는 만큼이나
마음이 괴롭다거나 그러진 않은 것 같애.. 아직까지는~ 정말루”
“그래.. 그러면 다행이다.
아직까지라도 평온하니 그게 어디니..
참.. 너, 준호 씨랑 마지막으로 관계한게 언제적이야?”


“.......... 갑자기..?
그런걸 왜물어..”
“글쎄~? 괜찮으니까 어여 말이나 해”
“얘는.. 갑자기 챙피해 야~...
끙...... 으음, 하나둘셋..
5월 둘째주였던 것 같은데..”


“뭐?? 한달이나 되었어!?”
“야..! 너 목소리 너무 커. 줄여..”
“미, 미안. 나 놀라서..
(한결 작은 톤으로)
그.. 둘이서 부부관계를 한달씩이나 안 갖기도 하구, 그래?”
“왜애..? 너희 커플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인가봐 후후.
난 니가 보이는 반응이 더 이해하기 힘든데..
요즘 섹스.. 사느라 바빠서 안하고 그냥 저냥 사는 부부들이 훨 많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쪽이라고!
영애의 당당하게 바라보는 눈빛을 보자.. 유미도 잠시 가만 있다가 피식 웃는다.
부드럽게 영애의 예쁜 손과 팔목을 살살~ 어루만지며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의 옆구리에 바짝, 붙는 유미.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 조그만 목소리로 영애에게 속삭인다.



“맞아. 나는 그냥..
보통은 지금 우리 나이대가 한창~ 아주 뜨거울 시기니까.
흐흐흐~ 령아. 좀 걱정이 돼서 목소리가 커진 거야”
“풋, 알아~ 나쁘게 생각 안했어.
근데 말야. 너 표현대로..
킥킥, 그다지 땡기지가 않는걸 어떻게 하냐”
“우왕~ 네 입에서 그런 저렴한 표현도 나오니? ㅋㅋ 신선하네..
여튼~ 준호 씨를 쨔안~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요새는 막, 아~ 뜨겁게 안기고 싶다~ 이런 강렬한 충동이 안들어!?”


“.... 정유미.. 또 하이톤 됐어. 목소리 낮춰..”
“미안.. 아이쿠. 힛~ 여기 옆에 사람들도 신경안쓴다 뭐~”
“으휴.. 못살아..
야.. 생각이 아예 없다고 하면 그게 참말이겠니..”
“그니까! 하고는 싶지?
가끔 가다, 아무리 바빠서 뜸해졌어도 드문 드문?”
“.......
꼭 그걸 내 입으로 확인하고 싶어? ㅋㅋ..
그래, 이 웬수같은 지지배야, 하고 싶어 나도, 됐니?
말이 나와서 나도 얘기하는데..
니가 설레발 치지 않아도 이번주에는 사랑을 꼭 나누려고 했어”


“헤에~... 그건 진짜냐?”
“응, 울 신랑이 대개 늦게 들어오고 나도 맘에 여유도 없고,
그래서 시간을 못 가진거지. 글고 원래~
우리 여보나 나나.. 그거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잖아. 너 알지?”
“뭘 알아?
그건 여자 입장에서만 생각한 너 얘기야. 령씨~
남자들의 시시때때로~ 아 그 뭐라해..
자르르 활활~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가마는.. 아무때고 건들면 펑하고 터진단다”
“무슨.. 불가마.. 황토? ㅋㅋㅋ 웃기당~
우리 남편은 성욕도 그렇게 세지 않다니까..”


“넘어가고..ㅎㅎ
나는 말야. 네가 아직도..
순진하게 남녀간의 이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해서..
가끔 이런 생각도 했어. 들어봐.
얘네들 부부한테는.. 매달 꼬박 한번씩 살을 섞는다고 칠때
복싱으로 따지면~ 챔피언이 다달이 어쩔수 없이 타이틀 지키려 갖는..
의무 방어전같은 의미가 아닐까~? 하고”


“뭐.. 거창하게 챔피언 뭐래나 봤더니 의무 방어전? ;;;
야~ 그 정도는 아니거든”
“프하하~ 자꾸 얘기하니까 너 얼굴 빨개진다.
그래. 오늘, 아니 반드시 내일이라도..
현준이랑 같이 여행가기 전에 꼬옥~ 준호 씨랑 잠자리를 갖도록 해”


“.......
꼭, 그렇게 해야되는 걸까?”
“응. 반드시 그래야돼.
너도 그럴 맘이 있었다니까 말이 통하네.
너~ 너희 남편 준호 씨 계속 배신하고 외면하고 살 것 아니잖아.
네가 지금은, 현준이한테 아주 폭~ 빠져있기 때문에..
사랑에 눈이 멀어서 사리분별을 못하고 조급한 거야.
내가 너를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 봤고, 이해하니까 이런 말도 할수있는 거다”


“휴..... 머리 아프니까 거기까지만 해.
너 전화왔으니까 그거나 받어”
“전화? 벨소리가 안들리지 왜..
으음~? 이건 안 받아도 돼~”
“윰아~ 어쨌든 무슨 말인지 아니까, 일단 그 얘기는 패스!”
“옹~! 나도 너랑 현준이 생각하니까 좀 흥분했다.
릴렉스 릴렉스~~ㅎㅎ
우리 이제 나가자 자갸~”
“어디 가게? 오늘 스케줄 비워놨다고 했잖아”
“응~^^ 오늘은 아기 영애랑 같이 있을 거야.
아까 말하다 불가마가 나와서 긍가.
갑자기 뜨듯하게 몸이 지지고 싶어졌어! ㅋㅋ 우리 사우나 가자”
“뭐야... 쿡쿡”


-


영애와 유미는 저녁까지 해결하고 잠실로 돌아왔다.
유미와의 유쾌한 만남과 훈훈한 설왕설래에 마음이 든든하다.
그렇지만..
역시 며칠 후를 떠올리면..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 다시 기분이 가라앉는다.
깊은 한숨을 쉬며 집으로 들어서는 영애.


핸드폰을 내내 확인 못하다 그제야 켜보니
큰 아들 지우는 학원에서 기태와 또 다른 친구와 뭘 사러 다녀온단다.
선우도 학원 마치고 저녁먹고 곧 들어온다는 연락이 있었다.
그 문자들을 보니...
내가 없어도 아이들은 알아서 앞가림을 잘 해주는구나.
새삼스럽게 드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지는 기분이었다.


가족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미안하기도 하고...
씁쓸한 감정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미에게 오늘 들은 이야기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좀체 정리가 안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분명하게 머릿속에 강하게 울려퍼지는 메시지-
어떤 일이 있어도, 남편과는 여행가기 전에 자야한다는 그 말...
그리고 집 앞에 당도해서 유미를 내려주기 전에, 차안에서 그 아이가 한 말이다.



“그래. 나도 현준이를.. 처음 보자마자
영애 네가 홀랑 빠지는게 당연하다고 직감했어.
그건 운명이 아닌 필연, 그런 느낌?
사정을 아니까... 그러니 그 애한테 안길 생각 가지곤 뭐라 터치 안해.
다만~ 네가 최소한의 해야할 도리는 했으면 좋겠다”
“알았어.
집에 가서 찬찬히 생각해볼게. 고맙다 자기야”



기집애 머리는 잘 돌아간다니까..
달변가 기질은 여전해 후후.
이제 영애 나름대로 준비할 상황이 되었다.
그래, 오늘은 꼭 오랜만에..
생각해보니 지난 2개월간 관계를 맺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나 이번 한달간은 잠자리를 가진적이 정말 없네..
남편이나 자신이나 의도치 않게 여건이 안 되었던 만큼,
그리고.. 속죄하는 의미에서도..
오늘은 꼭 시간을 갖자!
짧게 한숨 쉬며 주먹을 불끈 쥐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할말은 있어.
억지로는 하기 싫어서 그랬던 거야..
그렇다고 일부러 준호 씰 피한것도 아닌데..
마음 좀 가라앉히고.. 오늘은 그이에게 전념하자’



숨을 고르고 머리를 돌려본다.
유혹하려면 나름의 준비가 필요한데...
어라, 전에 사두고 한번 밖에 입지 않은 속옷이?
영애가 아끼는 짙은 퍼플색의 위아래 브래지어, 팬티 셋트가 없다.
색감 자체는 요염한 시각적 자극이 약한데..
그 새겨진 문양이나, 가슴골이 돋보이도록 파여있는 노출하며..
얇게 피부를 감싸주는 기분 좋은 면 재질이 좋았다.
허벅지가 예쁘게 드러나는 과감한 팬티였는데.. 잃어버렸나?
마음에 쏙 들던 거라, 세탁기와 속옷 보관함까지 꼼꼼하게 뒤져본다.



“우~~웅~~!! 화나..
어디 간고야.. 에잇, 일단 검은거 입자”



아이들이 혹시 일찍 올까봐, 문을 잘 잠그고
전신을 비출 수 있는 긴 거울 앞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나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 살이 조금 빠진 줄 알았더니.. 다시 도로 붙은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약간 커졌나..
휴.. 어깨가 살짝 결린다 싶더니..
후훗, 그래도 현준이나 준호 씨는 좋아해줄지도 모르지..”



본인은 다소 아쉬운 말투로..
상체를 노출시킨채 팬티만 입고 가만히 서있지만
객관적으로 보이기에 실로 완벽한 몸매다.
팔과 다리가 서구형 체형으로서 길쭉 길쭉해서 시원스럽다.
적당하게, 너무 마르지도 않게
알맞은 정도로 부풀어 오른.. 근사한 가슴과
그와 조화를 이루며 예쁜 곡선을 그리고 있는 탐스러운 히프.
탄력있게 잘 가꾸어져 있는 그 조형미의 멋진 곡선이
꼼꼼한 영애 성격답게 몸매 관리를 잘한 편이다.


그런데 영애는 되려 그게 불만이다.
봉긋 솟아오른 자신의 히프가.. 너무 토실 토실 살이 찐 것 같아 속상하다.
현준은 의외로 지난번에 집에 데려왔을 때,
그리고 석촌호숫가 차 안에서의 그 때도..
영애의 겉으로 드러난 히프의 맨살을 보고 광분해서
마구 뜨거운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거칠게 주무르길 쉬지 않았다.


그때 실은 상당히 아팠는데..
녀석이 힘이 오죽 좋아야지.
영애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현준을 은근히 무서워했다.
반면 그와 동시에
남편 준호로부터는 그렇게 거칠게 취급 당해본 적이 드물어서
일시적이지만.. 강렬한 수컷의 야성미를 느끼며
스스로도 적잖게.. 몸이 들뜨고 흥분했었다.


그때 현준이 마구 더듬고 주무른 그 짜릿한 쾌감을
그 크고 울퉁불퉁한 손으로 짓눌렸던 감각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
훗, 이런 통통한 아줌마의 히프가 뭐 그리 좋다고..



“후후.. 쭌이 손이 엄청나게 크지..
내 볼기살이 모두 손안에 가득 들어가 버릴 정도니..
이따가 랑이 오면 비교도 해봐야겠다.
에효, 허벅지 살도 여전히 그대로다.. 이렇게 두꺼워서 살겠니 ㅜㅜ
브래지어는.. 음...
검은색이 더 잘어울리는 거 같네 후후”



다행스럽게도 브래지어가 풍만한 가슴을 예쁘게 커버해준다.
이상하게 가슴이 분명히, 예전에 비해서 커졌다.
부지런히 운동을 한 덕택이다.
둘째 선우를 낳고
몇 년간은 아래로 살짝 쳐져있는 기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면에서 윗 방향을 향하여, 봉긋 탄력있게 솟아오른 모습이다.
예쁘네.. 내가 봐도... 모양도 썩 괜찮다.
수술 안한 참젖 치고는..
파하하~~
영애는 스스로 주책이라는 생각에 얼굴을 붉힌다.


남편에게 오늘은 언제 오냐고 문자를 보내본다.
평소와 다를바 없는 안부 문자지만, 오늘은 답이 빨리 오길 간절히 바랐다.
두근 두근... 1분이 10여분처럼 길게 느껴지는 느낌.
다행이 답장이 바로 왔다.
준호도 별다른 일정 없이 저녁 9시 반이면 도착하겠단다.
아홉시 반. 이제 정확히 한시간 남았네..



준호는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주며 아내에게 옷을 맡겼다.
영애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신랑을 따스이 환대하는데..
부드럽고 자애롭기까지 한 영애의 아름다운 미소에
남편은 슬쩍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끄러미 얼굴만 들여다본다.
그 눈빛에, 영애는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왜 그래? 영애야. 어디 아프니.. 얼굴이 좀 발갛다”
“아뇨.. 그렇지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 이상해요?”
“이상하다기 보다는 어딘가 좀 다른데.. 화장품 새로 샀어?”
“예에~? 당신도 참..^^
저도 모르게 얼굴에 조금 더 바른 모양이에요”
“하하. 그래? 여보야가 오늘~ 유난히 얼굴이 반짝 반짝 아름답게 빛나네..”


“아휴~ 이이는~ 닭살은..
호호. 식사하고 온거예요?”
“먹었지~ 간단하게 먹고 미팅 간략하게 갖고..
흐아암~~ 흐.. 피곤해서 바로 왔어.
끄하.. 기지개 키니까 몸이 짜뿌둥하다~ 선우는 아직인가~?”
“네. 곧 오겠죠...”



영애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시무룩한 얼굴로, 차려놓았던 식탁을 정리했다.
모처럼 좋아하는 찌개를 정성스럽게 차렸건만.. 치잇..
아무리 피곤하다고 식탁 제대로 봐주지도 않고 샤워하러 가버리냐.
꽤 서운한 감정이 드는 순간.
앗! 하고 머리를 스치는 생각...
평소 같으면 이렇게까지 야속한 기분이 들지 않을텐데..?


음.. 혹시 내가 지금 몸도 마음도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게 아닐까.
꽤 오랜만에..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인 마음으로 그이에게 안길 생각을 하니
부지불식간에, 정신과 육체 모두가 민감해져 있음을 깨닫는다.
아닌게 아니라 얼굴 뺨에 손을 살며시 올려 만져보니..
상당히 뜨거워져 있다.
아까 전에 방에서 거울 앞에 섰을때는 안 그러더니..
미묘한 감정적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준호 말마따나, 약간 화사한 컬러의 에센스를 살짝 발라두어 다행이었다.


개운하게 샤워후,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캔과 안주를 꺼내는 준호.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오늘 저녁에 있을 유럽축구 중계를 확인하고 있다.
모든 것이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다.
오직 다른 점은..
은밀히, 숨가쁘게 들뜨고 있는 영애의 설레임 뿐.
아무 일 없다는듯 천하태평한 표정의 준호를 보면
괜시리 야속한 기분도 들다가도,
새삼 오늘따라..
눈여겨보지 않았던 남편의 옷 매무새와 헤어스타일, 혈색과 기운 하나하나를 살펴보게 된다.


아참, 현준이한테 연락줘야 하는데..
대개 저녁 7시를 넘기면 현준이 먼저 전화할 일은 없다.
그건 둘만의 불문율.
핸드폰을 여니 15분 전에 문자가 와있다.
여느 때처럼 답신을 보내려다.. 키패드를 누르는 손이 굳어진다.
그래. 오늘은 남편에게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잖니..
탁- 폰을 닫고 조용히 화장대 서랍을 스윽 열고 넣는다.


작은 아들은 집에 들어오고, 엄마와 잠시 토닥거린 후..
씻은 뒤에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잠들었다.
큰 아들놈은 어차피 밤 시간에 엄마 방을 노크하지 않으니.. 신경 쓸 일 없고.
이제 시간은 어느덧 거진 밤 11시.
영애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서 살짝 문을 닫고
두근 두근... 거리는 심경으로 침대에 가만히 앉아 TV를 켠다.
최대한 재밌는 프로그램에 집중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평소처럼 썩 재밌지도 않고 집중도 안되니... 뭐가 뭐라 떠드는지 생경할 뿐이었다.
이이는 언제까지 거실에서 쉬고 있을 참인지..?



얼마나 지났을까.
은은한 스탠드 불빛이 포근한 침대와 주위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다.
편안하게 가슴을 다독여주는 그 살구빛이 살짝 마음을 다스려 준다.
찰칵-
남편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떨린다.
조금 전까지 가라앉아 있던 가슴이.. 다시 쿵쿵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남편은 영애가 자는 줄만 알고,
조용히 침대 옆으로 다가와 옷을 벗는다.
곧 런닝 셔츠와 사각 팬티바람이 되었다.


은은한 아이보리색 엷은 잠옷을 입고 몸을 이불 속에 묻은 영애.
준호는 ‘이 날씨에 덥지도 않나..’ 싶어 아내를 보고 피식 웃는다.
오늘따라 어째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영애의 고운 미모다.
쌔액- 쌔액- 얕은 숨소리를 흘리는..
아내의 단아한 자태를 바라보는 남자.


영애는 자신의 얼굴에 쏟아지는 준호의 뜨거운 시선을 알고 있다.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
슬그머니 눈을 떠보고도 싶은데..
그러다가 곧 작은 한숨소리와 함께 옆에 드러눕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스탠드를 왜 안끄지..?
의아해서 영애가 살며시 눈을 뜨는 그 순간.
준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자는거 아니지?”
“...... 네..
잠이 안와서 그냥 누워 있었어요”
“하핫. 그랬구나.
누워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고 좀 이상하더라”
“.... 호호...
그렇게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앗.. 당신..?”



갑자기 몸을 틀더니 그녀의 늘씬한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영애는 짐짓 당황했지만.. 가만히 몸을 맡긴다.
사내가 입김을 가만히 내쉬자
옅은 알코올 내음과, 은은한 스킨 로션 향기가 같이 밀려온다.
아까 샤워해서 깔끔하긴 하네.. 그래두 기왕이면 양치 또 하고 오지..
영애는 은근히 두근 두근..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자신의 심장 고동을 느끼면서
따스한 준호의 품에 안겨서..
살포시 한쪽 눈만 뜨고 남편의 귀여운 행동을 바라본다.



“술 많이 안마셨어.
한컵 반정도만.. 끄윽, 아.. 미안타..”
“호호. 괜찮아요. 냄새나도 좋은데?
다른 사람 체취도 아니고 당신꺼잖아.
뭐 어때. 트름 더 해도 돼요 ㅋㅋ”
“하하.. 우리 와이프가 착하구나..
마음도 푸근해지고~ 최고다”
“여보, 저기..”
“응. 뭐 할 말 있어?”


“우리, 지난번에 관계 갖고.. 안한지 얼마나 됐죠?”
“......... 뭐...
당신이 왠일로 그런걸 묻지.. 놀랍네..
글쎄다. 한달은 아직 안되었지, 하나 둘 셋.. 음, 3주 좀 넘었어”
“그래요? 그렇게 오래 됐구나.
오늘~ 오랜만에 사랑 나눠요 그럼..”
“정말?”
“응~”
“왠일이야...?? 먼저 하자는 때가 있고..”
“후후, 어서요?
또 변덕부려서 맘 변하기 전에~?”
“알따. 알았어. 크크크”



영애는 남편 준호와 여덟 살 차이다.
현재 美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 상무이사로
작년 44세의 꽤 젊은 나이에 고속 승진한 엘리트다.
젊어서부터 허튼 짓 안하고 부지런히 한길에 매진해온 준호.
영애와는 선을 통해 6개월간의 연애 끝에 결혼하였다.
기본적으로 성격은 차분하고 조용한 타입이다.
좀체 개인적인 분야가 아니면, 남의 일에는 매우 무관심한 주의이고
다만..
화가 나면 성정을 잘 유지 못하고 물불 안가리고 포악해지는 흠이 있다.
기본적으로 아내 영애를 무척 끔찍하게 아끼며
결혼했을 당시부터 줄곧.. 소중히 잘 대해준다.



“잠옷을 더운데.. 직접 벗을래?”
“아니에요. 당신이 벗겨주세요”
“오늘... 여러 가지로 적극적이네. 하하.
좋다 이런 모습.. 자 이리 돌아누워봐”
“응...”
“엉덩이 살짝 들어. 그렇지..
오랜만에 보니, 살이 조금 더 빠진 것 같은데”
“쿡. 이이는.. 빠지긴 뭘 빠져요. 더 찐 것 같아서 불만이구만”



준호의 따스한 손길이 피부에 닿자,
영애는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랄 뻔 했다.
깜짝이야...
내 몸이 왜 이래?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다.
가볍게 가볍게 살갗을 스치며 어루만지는데
너무 간지럽기도 하고, 그 짜릿한 감촉에 절로 흥분이 느껴진다.
이상하게 그의 손등이 뜨거운 열을 발산하는 기분..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
영애는 확신했다.
현준과 그동안 만나는 사이...
이 혈기왕성한 자식이 걸핏하면,
남의 집 귀한 유부녀를 만날때마다 껴안고
불같은 욕정을 못 이겨, 입이고 몸이고 뜨거운 스킨쉽을 해대니...
영애는 37년 세월동안 살아오며, 전에 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최근 몇 달간 몸이 꽤 예민해져 있던것이다.
아주 큰 변화라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사실, 영애는 스스로 성적性的으로는 잘 깨어나지 않는 둔감한 몸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근데 웬걸, 지금은 기분 탓에 더욱...
자신의 솟아오르는 육정肉情을 주체하기가 벅차다.



‘나쁜 놈..
그렇게 막 키스하고 주무르고 하니까 이러잖아..
현준이 너어 책임져..
나 어떻게 할거야...’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입술 한쪽끝을 살짝 삐죽이자
그 귀여운 애교에 준호가 피식, 웃으며 입술을 덮는다.
쪽... 쪼좁...
은은하게 스치는 감미로운 입맞춤이 따스하다.
자연히 입과 입을 통하여 촉촉한 알코올이..
아직 그의 입속에 조금 담겨있던 방울 방울을 타고 전해진다.


아이 참.. 술냄새 싫은데...
알싸한 냄새가 예민한 코를 파고드는데..
그래도 고개를 돌려 외면하진 않았다.
지금껏 가장 사랑해오던 내 남편의 것인데 아무렴 어떠냐.
준호의 뜨거운 혀와.. 영애의 습기를 머금은 축축한 혀가 하나로 뒤엉킨다.


쮸릅... 츄즈습...
쫍... 쪼좁... 츠즙... 쫍...
부부의 침실은 뜨거운 침과 타액이 뒤섞이며..
진하게 혀와 혀의 속살을 부비고 끈적.. 끈적.. 적시는 소리로 가득찼다.
자연히 서로의 달아오른 입가가 작은 열기를 피어올린다.


금방 흥분한 준호.
영애의 검은색 브래지어를 화악, 벗겨올리고
눈처럼 하얗고 뽀얀... 아름다운 유방을.. 콰악~ 맛있게 베어문다.
반듯하게 곡선이 잘 살아있는 모범적인 젖가슴의 둥금새.
상큼한 선홍빛으로 반짝 반짝 광택을 내는 어여쁜 유두...
그 기막힌 예술 조각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급하기만 하다.
영애는 자기도 모르게
“아학!!...”

터져나오려는 가쁜 호흡을.. 서둘러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
너무 큰 비명이 터져나올까봐 겁이 난다.


팽팽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의 원숙미.
현준도, 지금 안고 있는 남편도 끝없이 아름다움을 칭찬해주었던..
다소 고고하면서도, 약간 수줍은 듯 뺨을 붉히는 것이
몹시나 매혹적이고, 품고 입에 담고 싶어 미치게 한다.
그 맛좋은 수밀도를 즐기며...
남편은 아내의 온몸이 찌릿 찌릿 저려오면서
그가 알던 그동안의 리액션에 비해...
미묘하게 색기를 더욱 내뿜는
그 흐느끼는 듯한 색정적인 몸짓에...
그 역시 과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야하네 오늘...
꿀꺽, 입맛을 다시느라 침을 계속 삼킨다.
가뜩이나 술까지 먹어서, 흥분하니..
순식간에 얼굴과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다소곳한 모습으로 가만히 몸을 내어주는 아내를 향해..
와락~!
거칠게, 그 백옥같은 상체를 한 품에 부둥켜 안고
으스러지듯... 두 팔안 가득 담고
꽈아악...
있는 힘껏 영애를 가슴으로 느끼며 녹여버린다.



“꺄악! 아파...
아파요... 그렇게.. 안지마... 무서워..”
“하아.. 하아..
너 오늘 완존 섹시해. 진짜 흥분된다”
“.....응... 하읏!
너무 세게 누르고 안으면 괴로워요... 여보..”
“후우.. 미안.. 너 아주 아주 진~짜 맛있어..
흐하.. 흐흡! 츄왑.. ??”
“.......흣... 하앙... 여보... 아파...
으흣!... 으응...
나.. 거기요..... 응, 거기... 어서..”
“응? 알아 알아. 꼬추 넣어달란 거지?
흐~ 안그래도 넣을 거야.
아니지, 바로 넣기전에 좀 만져야.. 그래야 젖지? 다리 좀 벌려봐”



영애는 준호가 소중한 꽃잎 주위를 빠르게 손가락으로 비비자
하마터면... 급박하게 밀려오는 거센 자극에 놀라,
입을 열고 소리내어..
“아니! 오늘은 이미 젖어있어. 그냥 넣어도 돼욧...”
라고 말할뻔 했다.
평소 같으면 쉽게 젖지도, 젖으려 애써도 물도 잘 안나오는 체질이었는데
오늘은... 왜???
임박한 상황이 상황이고..
타이밍상 이번 주말과의 절묘한 조화..
그 심리적인 시너지 효과가... 여인의 온 몸에 기묘한 스파크를 불어넣었고!
이미 그녀의 질 안은.. 애액으로 흥건해진 것이다.


놀라움도 잠시.
남편은 그 성급한 와중에도
최대한 침착히 평정을 찾으려 애쓴다.
마음은 그 즉시, 입구를 열어젖히고 강하게 막 들이대고 싶지만
꿀꺽.. 꼴깍....
마른 침을 어렵게 삼키고.. 겨우 이성을 차린다.
오늘따라 아내의 아름다운 두 허벅지가
도톰하게 물이 올라, 반짝 반짝... 윤기를 자르르 흘리며..
달빛을 받아 희뽀얗게 반사되는 광경이 정말..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 백옥같은 두 허벅지의 벌어진 사이로...


희고 매끄러운 속살이 수줍게 길을 열어주자
어여쁜 두 뽀얀 다리 사이의 좁은 오솔길 아래....
혹자는 너무나도 간절히 마시고 탐하기 갈망했던
귀하디 귀한 옥액玉液이 쪼르르르...
맑은 음색과 함께 계곡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 뭐, 뭐야??
뭐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엄마야?! 세상에...
끼약!!..... 여보, 만지지마!....’



영애는 생각지도 못한 자기 몸의 이상 변화에..
온통 하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버렸다.
준호는 그 빨갛게 달아오른 섹시한 홍시를 볼 여유도 없었지만
아내가 하체를.. 전에 없이 매우 민감하게 부르르.. 떨며
무척이나 수줍어 어쩔줄 모르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영애의 조금 잔혹한 표현을 빌리면
‘성욕 자체가 그리 활발하지 못하고, 성에 대해 많이 알고자는 큰 욕심도 없는’
그런 둔한 사람이 준호인데..
아무리 타고난 천성이 그런 이라도, 확연히 달라졌음을 눈치 못챌 리가 있나.
왜 이렇게 흠뻑 젖어서..
부들 부들 진동하고 난리도 아니지..??
틀림없이 오늘의 아내는 자신의 평소 그녀가 아닌 것 같다.
기분이 묘하다.



“....
당신.. 영애야.. 너 왜 이렇게, 오늘은 좀..?”
“...........하아.
준호 씨.. 부탁인데 그냥 그런 말, 아무 말도 하지말고..
그냥 얼른, 빨리 좀..
손가락으로 거기.. 클... 거기 만져줘요!.. 어서, 어서..”
“어? 으응, 그래..! 미안..”
“하앗...! 아... 아프잖아요. 클리토리스를..
너무 막 짓누르면 안돼요~
아니,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아흣.. 아이, 참!... 흐읏......
언저리만.. 만지지말... 아읏!... 여보! 뭐하는 거얏...”



얘가 대체 왜 이래?
당황스러움이 담긴 준호의 뚱한 얼굴.



“........??”
“그만, 그만...
하아... 거기만 말고 쫌...!...”
“야, 너... 괜찮니??”
“........ 응응, 하읏....”
“영애야?”
“..... 빨리, 빨리.... 넣어줘... 여봇....”
“..... 뭐? 참나..”



이런 답답한 친구..
차려진 밥상을 감사히 덥썩~ 받아들 줄 모르네..
영애의 심경이 지금 그것이다.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차마 그래선 안되니까..
부글 부글 끓는 속을 다스리면서 죽겠는 감정을 쥐어짜야했다.
에잇, 이 멍텅구리 샌님아!
참지 못한 그녀는...
보는 어벙이가 깜짝 놀라던 말던,
직접 가늘고 예쁜 손가락으로..
그의 무척 뜨거워진 페니스를 꽉! 쥐고 확~ 끌어당긴다.



“영애야??... 흐헉?!?”
“당신 바보 진짜...
아!!...... 아.....
들...어왔어여... 자기...”
“?........
너...? 엄청 뜨겁다... 굉장해....”
“흐긋! 하응..... 아앙!
어쩜 좋아... 아... 아.... 주노씨.....
꺄앗....!.... 하으흥.......응...... 좋아......”
“후핫? 으... 이야!...
너... 흐!....
꽉 쪼여주는거 바라... 우와!....
이야..... 뜨거.. 엄청 쪼여.....”



두 아이를 순산하고 나서도 여전히 질조임이 뛰어나다.
둘째 낳고 건강이 쇠약해지는 걸 염려해서.. 꾸준히 10년 넘게 여러 운동을 해왔다.
성실한 운동의 결실이 명품 S 라인의 몸매와 더불어
이와같은 밤일에 있어서도 기막힌 선물을 안겨줄 줄이야!...


다르다. 분명히..
아랫입이 작은 육봉을 쫘악~ 쫘악~ 손으로 잡고 가볍게 쥐어짜는 것 같다...
물은 어찌나 흘러 내리는지...
매우 뜨거운 영애의 먹음직스런 질 속이 굉장히 아늑하고 축축하다.
물에 적신 용광로라 해도 좋겠다.
질벽의 살아있는 거웃들이...
마치 하나하나 바싹~ 곤두선 촉수처럼..
행운의 남자, 준호의 초라한 육봉을 사정없이 휘어감는다.


귀두부터 불알까지 찌르르....훑어내리는 쾌감!
안그래도 빨리 싸는데... 쓰읍...
사내의 페니스를 입으로 애무하듯이 적셔주는 영애의 속살..
준호는 아내의 가랑이 사이에 스스로 불을 질러놓고,
어쩔 줄을 모르며 낑낑~ 그녀의 허리와 히프를 꽈악....
껴안으며, 저절로 허리가 미친듯이 격렬히 흔들리고 있었다.
으 씨발... 내 몸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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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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