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여자들은 모두가 나의 여자들
18부
철민이와 떨어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지 박주희는 자기 남편과 함께 전자랜드 매장의 문을 닫으면서도 내내 애틋한 눈길을 철민이에게 주었다.
철민이는 전자랜드 주차장에 세워 둔 자기 승용차에 오르면서도 박주희와 서로 눈길을 떼지 못하다가 이내 결심을 하고는 자기 할머니 댁으로 올라갔다.
“아니? 바빠서 못 온다더니 그래 시간이 용케 났나 보구나! 어서 이리로 올라 오너라!”
철민이가 집안으로 불쑥 들어서는 것을 보고 철민이 할머니가 반기며 말했다.
부엌에서 한참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수정이가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철민이를 보면서 말했다.
“오빠! 마침 잘 왔어요. 오빠가 오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무 좋아해요”
“그래? 어쨌든 오랜만에 우리 수정이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서 좋네!”
철민이는 박주희와 갑자기 헤어진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그러나 자기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는 않았다.
갑작스럽게 수정이와 함께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는 동안 철민이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밥만 묵묵히 먹고 있었다.
“철민아! 이참에 우리 수정이랑 아예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어떠냐?”
“네엣? 수정이하고 제가 결혼을 해요? 할머니!”
갑자기 야밤중에 봉창 문을 뚜드리는 것 같은 철민이 할머니의 말씀에 철민이는 화들짝 놀라며 반문을 하였다.
“아니? 왜 싫으냐? 우리 수정이가 어때서 그러냐? 얼굴 예쁘지 마음씨 착하지 싹싹하게 일 잘하지 나는 우리 수정이가 내 마음에 쏙 든다”
“할머니는 그러실지 몰라도 나는 아직 수정이가 내 친 누이동생 같아서 여자로 안 보입니다. 그러니 저를 보고 할머니는 수정이하고 결혼을 해라 이런 말씀은 다시 마세요!”
“혹시? 네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여자가 있느냐?”
철민이가 수정이하고 결혼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에 철민이 할머니가 물었다.
“아닙니다. 아직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 여자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오로지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철민이는 자기 할머니의 말에 열변을 토하듯이 자기 회사 일에 대한 열정을 내세웠다.
“뭐 회사일로 그렇게나 바빠서 결혼을 못 한다니 이 할미가 네 말을 믿어주지 하지만 철민이 네가 수정이하고 결혼을 해서 아들도 낳고 딸도 낳고 해서 우리 집안에 복이 넘치는 그런 분위기가 되면 너무나 좋겠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버리지 못한 철민이 할머니가 계속 희망사항을 철민이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할머니! 이참에 철민이 오빠보고 나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맹세를 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래야 제가 다른 데로 시집을 가지 않고 오빠를 기다리고 있지요”
불쑥 수정이가 나서며 철민이 할머니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것 참 좋겠구나! 철민아! 수정이 말처럼 약속을 할 수가 있지?”
철민이 할머니는 수정이의 말에 ‘그것 참 좋은 수다’ 하는 생각에 재빨리 밀어서 붙였다.
“하! 참! 할머니는? 아니? 내가 왜 수정이하고 무엇 때문에 맹세를 합니까? 수정이가 기다리기는 왜 기다립니까? 수정이네 집에서도 아마 중매를 할 수도 있는데”
철민이는 자기 할머니와 수정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뜻으로 말을 하다가 수정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타이르듯이 말했다.
“수정아! 기다리지 말고 너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아서 어서 시집을 가거라! 별로 훌륭하지도 않은 이 오빠를 바라보지 말고”
“난 그래도 끝까지 오빠를 기다릴 텐데”
철민이의 말에 수정이는 어림도 없다는 투로 자기의 생각을 고수했다.
수정이가 철민이 할머니 댁에서 꼭 자고 가겠다는 것을 철민이가 달래서 자기 집에 데려다가 주고 천수보살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겠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철민이를 보고 처녀귀신 혜진이가 쑥 나서며 말했다.
“아유! 깜짝이야! 아니?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면 간이 작은 사람은 기절초풍 하겠네!”
철민이가 혜진이의 출현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엥? 귀신이 무슨 인기척을 하나? 아무 곳이나 이렇게 확 나타나는 거지!”
철민이의 말에 처녀귀신 혜진이는 자기의 초자연적인 출현에 대하여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소연씨는 지금 잠이 들었나 보지? 혜진씨가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다니는 것을 보니”
“그래요 지금 보니 철민씨!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한데 내가 위로해 줄까요?”
“아니 됐습니다. 괜히 그랬다가는 소연씨에게 야단맞습니다.”
한참 마당에서 철민이와 처녀귀신 혜진이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대문을 열어 준 혜영이 엄마가 기다려도 철민이가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고 마당에 서 있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혜진씨와 함께 있나 보네요. 기다려도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고 있기에 나왔어요. 요즘 사장님을 보기가 어렵네요.”
“며칠 집에 들어오지를 못해서 그랬나 봅니다.”
“안에서 지금 천수보살님께서 기다리시는데”
“아 그래요?”
철민이는 혜영이 엄마의 말에 안으로 들어가 천수보살님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 참 요즘 우리 사장님 만나 뵙기가 임금님을 만나 뵙기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좀 바쁜 일이 많다가 보니 그런 가 봅니다”
“바쁘기는 좀 바빴네! 그래 박주희는 완전하게 정복을 했고 이제는 우리 집안에 있는 여자들을 서서히 정복을 할 차례인가 보네”
“네엣?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보살님!”
철민이는 천수보살의 말에 그만 가슴이 덜컥하며 안절부절 하다가 이내 자기의 속마음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왜?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놀랬지? 그건 그렇고 소연이가 철민이 너하고 부부의 인연을 맺으면 여자애가 태어날 텐데 그 여자애가 앞으로 자라서 이 나라에 대통령이 될 팔자다”
“정말요?”
순간
철민이는 너무 좋아서 팔짝 팔짝 뛰려고 하다가 이내 천수보살님의 얼굴을 살피며 일부러 놀란 듯이 물었다.
“그렇다! 앞으로 매사에 조심하고 마음을 깨끗이 씻도록 해라!”
“네 잘 알겠습니다. 천수보살님!”
철민이는 천수보살의 말에 조심스럽게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천수보살의 방을 나오며 철민이는 그냥 막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을 하니 미희와 옥경이가 철민이를 보고 애원을 하듯이 말했다.
“사장님! 이제 어디 가시면 목적지를 분명히 말씀을 해주시고 가세요!”
“그래요 회사에 사장님이 안 계시면 우리가 너무 불안하다 말 이예요”
“다음부터는 분명하게 내가 가는 곳을 알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채로 미희와 옥경이를 보며 철민이가 대답을 했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며칠 동안 자기 비밀 아지트에 처박혀 두문불출하고 최근 자기의 하는 행동에 번번이 나타나 방해를 하는 뜻밖의 인물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바람같이 나타나 자기의 일을 방해하는 총각 녀석이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두어 번 자기와 마주친 날랜 제비처럼 잽싸게 빠른 그 새파란 총각 놈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좋은 수가 선뜻 떠오르지를 않았다. 갑자기 악몽 같은 그날 밤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손이 허준영이의 이마에 갔다. 그의 손끝에 만져지는 상처 자국에 자기도 모르게 발끈하며 분노가 치솟게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와 자기의 이마에 박히던 그 오백 원짜리 동전이 자기의 이마빡에 박히던 날! 허준영이는 순간적으로 자기의 제삿날이 되는 줄로 알았다. 다행이도 평소에 단련한 아파트 가스배관 타고 오르기를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단련을 한 덕분에 필사적으로 탈출을 할 수가 있었다.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어린놈의 새끼! 어디 두고 보자!”
이빨을 ‘으드득’ 하고 갈던 허준영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 밤 작업을 할 도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벌써 두 번째 망치 공구 세트를 분실하고서 또 다시 철물점에 가서 새것으로 망치를 구입하였다. 철물점에서 망치를 살 때도 얼굴을 모자로 푹 눌러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철저하게 자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을 하였다. 나중에 형사 잡새들이 망치를 찾아서 철물점을 뒤지면 자기의 얼굴 윤곽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변장을 하였다.
급하게 사가지고 온 라면을 끊여서 끼니를 때우고 오늘밤 어디에서 작업을 할 것인지 세밀하게 시내의 지도를 보면서 연구를 하였다. 최근에 불행하게도 그 새파란 젊은 놈과 마주친 곳은 두 곳이 모두 다 봉천동이었다.
“에이! 봉천동은 피하고 부자들이 사는 서울 강남으로 가 보자!”
행동 장소를 서울 강남으로 옮긴 허준영이는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으로 갔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작은 배낭을 어깨에 메고 가는 허준영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자들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의 주택지에 접어서 들자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방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였다. 길 모퉁이 마다 방범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집집마다 무인경비시스템의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집집마다 대문과 정원 집안 구석구석에 감시용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어떤 집에는 허준영이가 지나가는 기색을 알고 경비견인 큰 개가 “우왕~” 하고 큰소리를 질렀다.
“이런 곳에서는 날고뛰는 재주가 있어도 어렵겠는데”
허준영이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강남에서 하려고 했던 살인행각을 포기하고 말았다.
자기의 비밀 아지트로 다시 되돌아 온 허준영이는 지금까지의 살인 방법을 바꾸어서 여자들을 자기 아지트로 불러들여서 일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그 오백 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새파란 젊은 놈과 마주칠 일도 없고 괜히 거리를 끄떡거리며 활보를 하다가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에 걸리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백 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그 젊은 놈만 아니어도 자기가 직접 거리로 나가서 먹잇감을 골라잡는 재미도 있을 것인데 너무 아쉽게 되었다는 생각이 온통 허준영이의 머리통을 복잡하게 하였다.
휴대폰을 걸어서 여자들을 자기 아지트로 불러들이는 일도 그리 수월치만은 않았다. 발신자 추적을 하게 되면 자기의 아지트가 드러나는지라 미리 훔친 차를 타고 강남이나 성북동 쪽으로 가서 유흥업소 여자들을 자기 차가 있는 곳으로 불러내어 차에 태우고 자기의 아지트로 돌아왔다. 멋도 모르고 연락을 받고 나간 유흥업소 여자들이 하나 둘 허준영이의 비밀 아지트에서 강간을 당하고 살해되기 시작했다.
유흥업소를 경영하는 업주들이 자기 업소의 여자들이 하나 둘 감쪽같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자기들의 손길을 벗어나 멀리 도망을 친 것으로 알고 추격대를 보내어 찾아오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지라 원인이 그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리하여 유흥업소 업주들이 모여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예방책을 의논한 결과 자기 업소의 여자들이 외출을 할 때는 주먹을 잘 쓰는 남자 비밀 공작원을 하나씩 몰래 뒤따르게 하였다. 괜히 자기 유흥업소 여자들이 갑자기 실종되었다고 경찰에 연락을 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아무 도움이 되지를 못하고 유흥업소 여자를 뒤따라 감시를 하던 남자 비밀 공작원도 “찍” 소리도 못하고 허준영이의 번개같이 내리치는 망치에 머리통이 박살이 나서 모조리 작살이 나고 말았다. 남자 비밀 공작원이 유흥업소 여자의 뒤를 따라서 허준영이의 아지트로 다가갔을 때 난데없이 뒤에서 나타나 망치로 내리치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변변히 대항하지도 못하고 쓰러지고는 하였다.
“그냥 경찰에 신고를 합시다!”
“다른 방법이 없소!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방법이 희생을 줄이는 길입니다.”
“이제는 여자 뿐 만 아니라 남자도 죽이는데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유흥업소 업주들이 입을 모아 떠들다가 결국은 경찰에 범죄 피해 신고를 했다.
요즘 안연홍 경찰서장은 상부에서 연쇄살인범을 빨리 잡아서 들이라는 독촉으로 머리가 아팠다. 최근에 일어난 봉천동 연쇄살인범의 출현에 대해 마치 범인이 봉천동에 그 근거지를 둔 것으로 몰아붙이며 하루속히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이제 며칠 후에 시간을 내어서 철민이 할머니를 만나 자기의 딸 소연이하고 결혼문제를 성사시키려고 했는데 갑자기 활개를 치며 다시 활동을 재개한 연쇄살인범 때문에 잠시도 자기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수사과 형사반장 최영석이 자기 수하 형사들을 대동하여 연쇄살인범의 행방을 찾아서 헤맸지만 범인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이 오리무중으로 깊은 안개 속에 파묻혔다.
“하! 그 놈의 새끼!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지?”
장도일 형사가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훅’ 하고 내어 쉬며 중얼거렸다.
“혹시? 깊은 산속에 굴을 파고 두더지처럼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차진엽 형사가 힘이 빠진 듯 가망이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산속에 굴을 파고 산다면 그 놈이 밖으로 기어서 나오기 전에는 잡을 수가 없겠습니다.”
천석대 형사도 기운이 빠진 듯이 말했다.
밤이 늦게 연쇄살인범을 빨리 잡는 방안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지만 무슨 특별한 방법이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서장님께서 대진건설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하셔야 되겠습니다.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직접 본 목격자도 그 사장님이시니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지만 그 길 밖에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장님께서 직접 대진건설 사장님께 도움을 구해 보시는 방법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장도일 형사의 말에 최영석 수사반장도 애원을 하듯이 말했다.
“그럼 내가 대진건설 사장님을 한번 만나서 도움을 구해보지”
안연홍 경찰서장도 그 길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음을 실감하고 곧 바로 철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진건설 사장님이시지요? 나는 소연이 엄마예요 지금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철민이와 전화통화가 이루어지자 안연홍 경찰서장은 약간 긴장이 된 음성으로 말했다.
“아 어머니세요? 약속 장소를 정해주시면 곧바로 그리로 가겠습니다.”
소연이 엄마의 전화를 받자마자 철민이는 약속 장소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캔디호텔 커피숍으로 오세요!”
“네 어머니 그리로 가겠습니다.”
막 회사에서 퇴근을 하려던 철민이는 소연이 엄마와 전화 통화를 끝내고 만나자고 하는 약속장소로 자기 승용차를 타고 갔다. 복잡한 도심의 거리를 지나서 약속 장소에 가니 미리 소연이 엄마가 와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네”
두 사람은 분위기가 좋은 한쪽에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아 커피를 시켰다.
“갑자기 이렇게 불러내서 놀랐지요?”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만나자고 하시니 저는 좋습니다.”
“응 그러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네요.”
“갑자기 무슨 일이 있으세요? 어머니!”
“그래요 저번에 여자들을 성폭행하고 죽이는 연쇄살인범을 직접 본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범인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네, 저번에 우리 회사 여직원의 원룸에 그 놈이 침입을 해서 직접 대면을 한 적이 있고 그 뒤에 우리 동네 전자랜드 매장에 나타나 여자 사장님을 납치해서 죽이려는 것을 제가 구해 냈습니다. 그래서 그 놈의 얼굴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방심하여 그 놈을 놓쳤는데 그렇게 잔인한 놈인 줄을 알았으면 그때 바로 작살을 내어 버리는 것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그럼 그 범인을 잡는데 사장님이 좀 협조를 해 줄래요?”
“그러지요 어머니!”
철민이는 소연이 엄마의 말에 그대로 협조를 하겠다고 승낙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미희와 옥경이의 말을 들은 소연이가 기다리다가 철민이를 맞으며 물었다.
“철민씨! 우리 엄마 만나서 연쇄살인범 잡는 일에 협조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 나쁜 놈을 잡는 일에 당연히 앞장을 서야지요.”
“철민씨도 참 너무 순진해서 탈이에요”
“아니? 그런 나쁜 놈을 잡는 것이 뭐 잘못된 일입니까?”
소연이의 말에 철민이는 그 뜻을 몰라 반문했다.
“연쇄살인범을 잡는 일은 경찰관들이 해야지요. 철민씨는 민간인으로서 왜 그런 일에 나서요?”
“아니? 나는 세상에 그런 나쁜 놈이 있다는 자체가 정말로 싫습니다. 더구나 나약한 여자들을 잡아다가 성폭행하고 죽이는 그놈을 그냥 살려두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내가 만사를 제쳐놓고서도 그놈을 잡을 것이니 소연씨는 아무 신경을 쓰지 마세요.”
“참 철민씨는 용감하시기도 하셔요. 그런 흉악한 연쇄살인범을 잡는 일에 기를 쓰고 달려가시겠다고 하니까요”
소연이는 이러는 철민이가 영 마음에 들지가 않는지 계속 타이르는 듯이 빙 돌려서 말했다.
“언니! 우리 오빠는 그 유명한 해병대 출신이잖아!”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혜영이가 한 마디 했다.
“아니? 애도 참 해병대가 별거니? 괜히 그러다가 그 잔인한 연쇄살인범에게 봉변을 당하면 어떡하려고?”
혜영이의 말에 소연이는 해병대가 별거냐? 하는 말로 잔인한 연쇄살인범의 마수에서 철민이를 벗어나게 하려고 애를 썼다.
요즘 소연이가 철민이의 사주팔자를 보니 딱 흉악한 놈에게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별로 좋지 않는 사주팔자였다.
철민이가 그 위기에서 벗어나는 천운을 지녔지만 대신 자기 엄마와 아주 가까워질 그런 사주팔자였다.
좀 더 세밀하게 철민이와 자기 엄마 안연홍이의 사주팔자를 보니 두 사람의 궁합이 찰떡궁합으로 만약에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더라면 억수로 좋을 번 하였다. 뿐만 아니라 철민이가 자기 엄마 안연홍이와 부부가 되었더라면 내리 아들만 일곱을 낳을 운수대통의 천생연분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소연이는 차마 이런 사실을 철민이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든지 자기 엄마와 철민이를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18부
철민이와 떨어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지 박주희는 자기 남편과 함께 전자랜드 매장의 문을 닫으면서도 내내 애틋한 눈길을 철민이에게 주었다.
철민이는 전자랜드 주차장에 세워 둔 자기 승용차에 오르면서도 박주희와 서로 눈길을 떼지 못하다가 이내 결심을 하고는 자기 할머니 댁으로 올라갔다.
“아니? 바빠서 못 온다더니 그래 시간이 용케 났나 보구나! 어서 이리로 올라 오너라!”
철민이가 집안으로 불쑥 들어서는 것을 보고 철민이 할머니가 반기며 말했다.
부엌에서 한참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수정이가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철민이를 보면서 말했다.
“오빠! 마침 잘 왔어요. 오빠가 오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무 좋아해요”
“그래? 어쨌든 오랜만에 우리 수정이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서 좋네!”
철민이는 박주희와 갑자기 헤어진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그러나 자기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는 않았다.
갑작스럽게 수정이와 함께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는 동안 철민이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밥만 묵묵히 먹고 있었다.
“철민아! 이참에 우리 수정이랑 아예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어떠냐?”
“네엣? 수정이하고 제가 결혼을 해요? 할머니!”
갑자기 야밤중에 봉창 문을 뚜드리는 것 같은 철민이 할머니의 말씀에 철민이는 화들짝 놀라며 반문을 하였다.
“아니? 왜 싫으냐? 우리 수정이가 어때서 그러냐? 얼굴 예쁘지 마음씨 착하지 싹싹하게 일 잘하지 나는 우리 수정이가 내 마음에 쏙 든다”
“할머니는 그러실지 몰라도 나는 아직 수정이가 내 친 누이동생 같아서 여자로 안 보입니다. 그러니 저를 보고 할머니는 수정이하고 결혼을 해라 이런 말씀은 다시 마세요!”
“혹시? 네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여자가 있느냐?”
철민이가 수정이하고 결혼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에 철민이 할머니가 물었다.
“아닙니다. 아직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 여자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오로지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철민이는 자기 할머니의 말에 열변을 토하듯이 자기 회사 일에 대한 열정을 내세웠다.
“뭐 회사일로 그렇게나 바빠서 결혼을 못 한다니 이 할미가 네 말을 믿어주지 하지만 철민이 네가 수정이하고 결혼을 해서 아들도 낳고 딸도 낳고 해서 우리 집안에 복이 넘치는 그런 분위기가 되면 너무나 좋겠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버리지 못한 철민이 할머니가 계속 희망사항을 철민이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할머니! 이참에 철민이 오빠보고 나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맹세를 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래야 제가 다른 데로 시집을 가지 않고 오빠를 기다리고 있지요”
불쑥 수정이가 나서며 철민이 할머니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것 참 좋겠구나! 철민아! 수정이 말처럼 약속을 할 수가 있지?”
철민이 할머니는 수정이의 말에 ‘그것 참 좋은 수다’ 하는 생각에 재빨리 밀어서 붙였다.
“하! 참! 할머니는? 아니? 내가 왜 수정이하고 무엇 때문에 맹세를 합니까? 수정이가 기다리기는 왜 기다립니까? 수정이네 집에서도 아마 중매를 할 수도 있는데”
철민이는 자기 할머니와 수정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뜻으로 말을 하다가 수정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타이르듯이 말했다.
“수정아! 기다리지 말고 너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아서 어서 시집을 가거라! 별로 훌륭하지도 않은 이 오빠를 바라보지 말고”
“난 그래도 끝까지 오빠를 기다릴 텐데”
철민이의 말에 수정이는 어림도 없다는 투로 자기의 생각을 고수했다.
수정이가 철민이 할머니 댁에서 꼭 자고 가겠다는 것을 철민이가 달래서 자기 집에 데려다가 주고 천수보살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겠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철민이를 보고 처녀귀신 혜진이가 쑥 나서며 말했다.
“아유! 깜짝이야! 아니?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면 간이 작은 사람은 기절초풍 하겠네!”
철민이가 혜진이의 출현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엥? 귀신이 무슨 인기척을 하나? 아무 곳이나 이렇게 확 나타나는 거지!”
철민이의 말에 처녀귀신 혜진이는 자기의 초자연적인 출현에 대하여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소연씨는 지금 잠이 들었나 보지? 혜진씨가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다니는 것을 보니”
“그래요 지금 보니 철민씨!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한데 내가 위로해 줄까요?”
“아니 됐습니다. 괜히 그랬다가는 소연씨에게 야단맞습니다.”
한참 마당에서 철민이와 처녀귀신 혜진이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대문을 열어 준 혜영이 엄마가 기다려도 철민이가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고 마당에 서 있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혜진씨와 함께 있나 보네요. 기다려도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고 있기에 나왔어요. 요즘 사장님을 보기가 어렵네요.”
“며칠 집에 들어오지를 못해서 그랬나 봅니다.”
“안에서 지금 천수보살님께서 기다리시는데”
“아 그래요?”
철민이는 혜영이 엄마의 말에 안으로 들어가 천수보살님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 참 요즘 우리 사장님 만나 뵙기가 임금님을 만나 뵙기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좀 바쁜 일이 많다가 보니 그런 가 봅니다”
“바쁘기는 좀 바빴네! 그래 박주희는 완전하게 정복을 했고 이제는 우리 집안에 있는 여자들을 서서히 정복을 할 차례인가 보네”
“네엣?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보살님!”
철민이는 천수보살의 말에 그만 가슴이 덜컥하며 안절부절 하다가 이내 자기의 속마음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왜?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놀랬지? 그건 그렇고 소연이가 철민이 너하고 부부의 인연을 맺으면 여자애가 태어날 텐데 그 여자애가 앞으로 자라서 이 나라에 대통령이 될 팔자다”
“정말요?”
순간
철민이는 너무 좋아서 팔짝 팔짝 뛰려고 하다가 이내 천수보살님의 얼굴을 살피며 일부러 놀란 듯이 물었다.
“그렇다! 앞으로 매사에 조심하고 마음을 깨끗이 씻도록 해라!”
“네 잘 알겠습니다. 천수보살님!”
철민이는 천수보살의 말에 조심스럽게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천수보살의 방을 나오며 철민이는 그냥 막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을 하니 미희와 옥경이가 철민이를 보고 애원을 하듯이 말했다.
“사장님! 이제 어디 가시면 목적지를 분명히 말씀을 해주시고 가세요!”
“그래요 회사에 사장님이 안 계시면 우리가 너무 불안하다 말 이예요”
“다음부터는 분명하게 내가 가는 곳을 알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채로 미희와 옥경이를 보며 철민이가 대답을 했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며칠 동안 자기 비밀 아지트에 처박혀 두문불출하고 최근 자기의 하는 행동에 번번이 나타나 방해를 하는 뜻밖의 인물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바람같이 나타나 자기의 일을 방해하는 총각 녀석이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두어 번 자기와 마주친 날랜 제비처럼 잽싸게 빠른 그 새파란 총각 놈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좋은 수가 선뜻 떠오르지를 않았다. 갑자기 악몽 같은 그날 밤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손이 허준영이의 이마에 갔다. 그의 손끝에 만져지는 상처 자국에 자기도 모르게 발끈하며 분노가 치솟게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와 자기의 이마에 박히던 그 오백 원짜리 동전이 자기의 이마빡에 박히던 날! 허준영이는 순간적으로 자기의 제삿날이 되는 줄로 알았다. 다행이도 평소에 단련한 아파트 가스배관 타고 오르기를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단련을 한 덕분에 필사적으로 탈출을 할 수가 있었다.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어린놈의 새끼! 어디 두고 보자!”
이빨을 ‘으드득’ 하고 갈던 허준영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 밤 작업을 할 도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벌써 두 번째 망치 공구 세트를 분실하고서 또 다시 철물점에 가서 새것으로 망치를 구입하였다. 철물점에서 망치를 살 때도 얼굴을 모자로 푹 눌러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철저하게 자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을 하였다. 나중에 형사 잡새들이 망치를 찾아서 철물점을 뒤지면 자기의 얼굴 윤곽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변장을 하였다.
급하게 사가지고 온 라면을 끊여서 끼니를 때우고 오늘밤 어디에서 작업을 할 것인지 세밀하게 시내의 지도를 보면서 연구를 하였다. 최근에 불행하게도 그 새파란 젊은 놈과 마주친 곳은 두 곳이 모두 다 봉천동이었다.
“에이! 봉천동은 피하고 부자들이 사는 서울 강남으로 가 보자!”
행동 장소를 서울 강남으로 옮긴 허준영이는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으로 갔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작은 배낭을 어깨에 메고 가는 허준영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자들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의 주택지에 접어서 들자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방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였다. 길 모퉁이 마다 방범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집집마다 무인경비시스템의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집집마다 대문과 정원 집안 구석구석에 감시용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어떤 집에는 허준영이가 지나가는 기색을 알고 경비견인 큰 개가 “우왕~” 하고 큰소리를 질렀다.
“이런 곳에서는 날고뛰는 재주가 있어도 어렵겠는데”
허준영이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강남에서 하려고 했던 살인행각을 포기하고 말았다.
자기의 비밀 아지트로 다시 되돌아 온 허준영이는 지금까지의 살인 방법을 바꾸어서 여자들을 자기 아지트로 불러들여서 일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그 오백 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새파란 젊은 놈과 마주칠 일도 없고 괜히 거리를 끄떡거리며 활보를 하다가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에 걸리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백 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그 젊은 놈만 아니어도 자기가 직접 거리로 나가서 먹잇감을 골라잡는 재미도 있을 것인데 너무 아쉽게 되었다는 생각이 온통 허준영이의 머리통을 복잡하게 하였다.
휴대폰을 걸어서 여자들을 자기 아지트로 불러들이는 일도 그리 수월치만은 않았다. 발신자 추적을 하게 되면 자기의 아지트가 드러나는지라 미리 훔친 차를 타고 강남이나 성북동 쪽으로 가서 유흥업소 여자들을 자기 차가 있는 곳으로 불러내어 차에 태우고 자기의 아지트로 돌아왔다. 멋도 모르고 연락을 받고 나간 유흥업소 여자들이 하나 둘 허준영이의 비밀 아지트에서 강간을 당하고 살해되기 시작했다.
유흥업소를 경영하는 업주들이 자기 업소의 여자들이 하나 둘 감쪽같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자기들의 손길을 벗어나 멀리 도망을 친 것으로 알고 추격대를 보내어 찾아오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지라 원인이 그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리하여 유흥업소 업주들이 모여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예방책을 의논한 결과 자기 업소의 여자들이 외출을 할 때는 주먹을 잘 쓰는 남자 비밀 공작원을 하나씩 몰래 뒤따르게 하였다. 괜히 자기 유흥업소 여자들이 갑자기 실종되었다고 경찰에 연락을 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아무 도움이 되지를 못하고 유흥업소 여자를 뒤따라 감시를 하던 남자 비밀 공작원도 “찍” 소리도 못하고 허준영이의 번개같이 내리치는 망치에 머리통이 박살이 나서 모조리 작살이 나고 말았다. 남자 비밀 공작원이 유흥업소 여자의 뒤를 따라서 허준영이의 아지트로 다가갔을 때 난데없이 뒤에서 나타나 망치로 내리치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변변히 대항하지도 못하고 쓰러지고는 하였다.
“그냥 경찰에 신고를 합시다!”
“다른 방법이 없소!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방법이 희생을 줄이는 길입니다.”
“이제는 여자 뿐 만 아니라 남자도 죽이는데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유흥업소 업주들이 입을 모아 떠들다가 결국은 경찰에 범죄 피해 신고를 했다.
요즘 안연홍 경찰서장은 상부에서 연쇄살인범을 빨리 잡아서 들이라는 독촉으로 머리가 아팠다. 최근에 일어난 봉천동 연쇄살인범의 출현에 대해 마치 범인이 봉천동에 그 근거지를 둔 것으로 몰아붙이며 하루속히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이제 며칠 후에 시간을 내어서 철민이 할머니를 만나 자기의 딸 소연이하고 결혼문제를 성사시키려고 했는데 갑자기 활개를 치며 다시 활동을 재개한 연쇄살인범 때문에 잠시도 자기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수사과 형사반장 최영석이 자기 수하 형사들을 대동하여 연쇄살인범의 행방을 찾아서 헤맸지만 범인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이 오리무중으로 깊은 안개 속에 파묻혔다.
“하! 그 놈의 새끼!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지?”
장도일 형사가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훅’ 하고 내어 쉬며 중얼거렸다.
“혹시? 깊은 산속에 굴을 파고 두더지처럼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차진엽 형사가 힘이 빠진 듯 가망이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산속에 굴을 파고 산다면 그 놈이 밖으로 기어서 나오기 전에는 잡을 수가 없겠습니다.”
천석대 형사도 기운이 빠진 듯이 말했다.
밤이 늦게 연쇄살인범을 빨리 잡는 방안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지만 무슨 특별한 방법이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서장님께서 대진건설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하셔야 되겠습니다.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직접 본 목격자도 그 사장님이시니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지만 그 길 밖에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장님께서 직접 대진건설 사장님께 도움을 구해 보시는 방법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장도일 형사의 말에 최영석 수사반장도 애원을 하듯이 말했다.
“그럼 내가 대진건설 사장님을 한번 만나서 도움을 구해보지”
안연홍 경찰서장도 그 길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음을 실감하고 곧 바로 철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진건설 사장님이시지요? 나는 소연이 엄마예요 지금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철민이와 전화통화가 이루어지자 안연홍 경찰서장은 약간 긴장이 된 음성으로 말했다.
“아 어머니세요? 약속 장소를 정해주시면 곧바로 그리로 가겠습니다.”
소연이 엄마의 전화를 받자마자 철민이는 약속 장소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캔디호텔 커피숍으로 오세요!”
“네 어머니 그리로 가겠습니다.”
막 회사에서 퇴근을 하려던 철민이는 소연이 엄마와 전화 통화를 끝내고 만나자고 하는 약속장소로 자기 승용차를 타고 갔다. 복잡한 도심의 거리를 지나서 약속 장소에 가니 미리 소연이 엄마가 와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네”
두 사람은 분위기가 좋은 한쪽에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아 커피를 시켰다.
“갑자기 이렇게 불러내서 놀랐지요?”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만나자고 하시니 저는 좋습니다.”
“응 그러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네요.”
“갑자기 무슨 일이 있으세요? 어머니!”
“그래요 저번에 여자들을 성폭행하고 죽이는 연쇄살인범을 직접 본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범인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네, 저번에 우리 회사 여직원의 원룸에 그 놈이 침입을 해서 직접 대면을 한 적이 있고 그 뒤에 우리 동네 전자랜드 매장에 나타나 여자 사장님을 납치해서 죽이려는 것을 제가 구해 냈습니다. 그래서 그 놈의 얼굴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방심하여 그 놈을 놓쳤는데 그렇게 잔인한 놈인 줄을 알았으면 그때 바로 작살을 내어 버리는 것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그럼 그 범인을 잡는데 사장님이 좀 협조를 해 줄래요?”
“그러지요 어머니!”
철민이는 소연이 엄마의 말에 그대로 협조를 하겠다고 승낙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미희와 옥경이의 말을 들은 소연이가 기다리다가 철민이를 맞으며 물었다.
“철민씨! 우리 엄마 만나서 연쇄살인범 잡는 일에 협조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 나쁜 놈을 잡는 일에 당연히 앞장을 서야지요.”
“철민씨도 참 너무 순진해서 탈이에요”
“아니? 그런 나쁜 놈을 잡는 것이 뭐 잘못된 일입니까?”
소연이의 말에 철민이는 그 뜻을 몰라 반문했다.
“연쇄살인범을 잡는 일은 경찰관들이 해야지요. 철민씨는 민간인으로서 왜 그런 일에 나서요?”
“아니? 나는 세상에 그런 나쁜 놈이 있다는 자체가 정말로 싫습니다. 더구나 나약한 여자들을 잡아다가 성폭행하고 죽이는 그놈을 그냥 살려두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내가 만사를 제쳐놓고서도 그놈을 잡을 것이니 소연씨는 아무 신경을 쓰지 마세요.”
“참 철민씨는 용감하시기도 하셔요. 그런 흉악한 연쇄살인범을 잡는 일에 기를 쓰고 달려가시겠다고 하니까요”
소연이는 이러는 철민이가 영 마음에 들지가 않는지 계속 타이르는 듯이 빙 돌려서 말했다.
“언니! 우리 오빠는 그 유명한 해병대 출신이잖아!”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혜영이가 한 마디 했다.
“아니? 애도 참 해병대가 별거니? 괜히 그러다가 그 잔인한 연쇄살인범에게 봉변을 당하면 어떡하려고?”
혜영이의 말에 소연이는 해병대가 별거냐? 하는 말로 잔인한 연쇄살인범의 마수에서 철민이를 벗어나게 하려고 애를 썼다.
요즘 소연이가 철민이의 사주팔자를 보니 딱 흉악한 놈에게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별로 좋지 않는 사주팔자였다.
철민이가 그 위기에서 벗어나는 천운을 지녔지만 대신 자기 엄마와 아주 가까워질 그런 사주팔자였다.
좀 더 세밀하게 철민이와 자기 엄마 안연홍이의 사주팔자를 보니 두 사람의 궁합이 찰떡궁합으로 만약에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더라면 억수로 좋을 번 하였다. 뿐만 아니라 철민이가 자기 엄마 안연홍이와 부부가 되었더라면 내리 아들만 일곱을 낳을 운수대통의 천생연분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소연이는 차마 이런 사실을 철민이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든지 자기 엄마와 철민이를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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