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가 이브까 근처 공터에 도착했을 때 민서가 이미 마중 나와 있었다.
가슴골이 깊게 패인 하얀 셔츠에 핑크색 스커트 차림의 민서는
내가 차에서 내리자 화알짝 웃으며 다가왔다. 안 그래도 이쁜년이
함박웃음을 지으니 나의 애간장이 흘러 내렸다.
나는 먼저 민서의 얼굴을 살폈다. 깨끗하다. 상처도 흠집도 없다.
민서의 얼굴을 보고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끌어안고 쭉쭉 빨아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손만 잡고 이브까로 향했다.
이브까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입술을 찾아 혀를 휘감고 빨았다.
우리가 마주서서 키스를 할 때 누가 보면 가관이다.
민서는 키가 작아 뒤꿈치를 들고 바동거린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꺾어야
민서 입술에 맞출 수 있다. 그래도 맛있다. 좋다.
민서 입술이 맛있고 민서의 침은 달다. 구부리고 바동거리며 키스를 나누다 보니
테이블에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를 풀어주고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씩씩 거리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한 손은 잡고 있었다.
나는 민서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핸드백을 열고 냅킨을 꺼내 입술 주변을 닦았다.
어제의 일이 스쳐갔다. 민서 신랑이 아니고 손님이 와도 입술을 벌겋게
해가지고 있는 일은 실례였다.
내 입술을 닦고 다른 냅킨을 꺼내 민서의 입술도 닦아 주었다.
내가 닦아 주는 동안 민서는 어린 아이마냥 나에게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민서야. 연지 좀 작작 발라라. 어제 네 신랑 무슨 말 안 하디?”
민서는 내 손을 놓고 갑자기 까르르 웃어 제치고 있었다.
양손으로 자기 배를 부둥켜안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웃어 제쳤다.
민서가 웃음을 참으며 숨을 고르며 말을 했다.
“어제 너 가고 우리 신랑이 거울도 안보는 여자라고 놀렸어.”
“칠칠맞다고 하디?”
“응. 저래가지고 길거리를 나 댕긴다고 하루에 손이라도 한 번 씻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민서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나는 민서를 걱정하는 동안 둘이서 얼마나 내 흉을 봤을까?
다시는 민서 신랑을 마주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민서에게도 은근히 배신감 느껴졌다.
“너 때문이잔하 이뇬아. 입술에 작작 좀 쳐 발라라.”
“그래서 오늘은 안 발랐어. 이제는 립스틱 안 바르고 살 거야.”
“투명한 거. 색깔 없는 거 바르면 되잖아.”
“그럴까? 그래야겠다.”
착한 민서였다. 내가 창피를 당했다고 입술연지를 안 바르겠다는 민서.
깨물어 주고 싶었지만 두 손만 꽉 잡아 주었다.
“우리 둘이 뽀뽀 했다고 이야기 하지?”
나는 민서에게 농을 건넸다.
“미쳤니? 그러면 너는 무사할 줄 알어?”
“왜? 나도 두들겨 팬데?”
“동네방네 떠들고 신문에도 낼걸.”
“ㅋ ㅋ ㅋ. 신문에 나면 천상 우리 둘이 살림 차려야겠다.”
“살림은? 둘 다 집에 갇혀서 밖에도 못 나갈 텐데.”
어느새 민서의 왼손이 내 가슴은 주무르고 있었다. 민서의 손이
내 브라자 속에 들어와 있었다. 조몰락거리고 있었다.
나도 손을 뻗어 민서의 치마 밑에 손을 넣고 팬티 속의 털을 쓸어 주었다.
“그래. 치킨 사들고 같이 손잡고 집에 들어 간 거야?”
“저녁도 같이 먹었어. 둘이. 삼겹살.”
“좋았겠네. 니가 좋았으니 나도 좋다.”
“우리 신랑이 어제 좋은 일이 있었어.”
“무슨 일? 복권이라도 당첨 됐데?”
“노래방을 하나 인수 했데.”
“야. 잘 됐네. 역시 사업 하던 사람은 사업을 해야 돼."
“우리 신랑이 수단은 좋으니까 잘 할 거야.”
“그래. 사업에 몰두하다 보면 주먹질도 안 할 거야. 정말 잘 됐다.”
“그럴 거야. 세상에 응어리진 게 많으니까 울분에 아무한테나 화풀이 했다고 봐야지 뭐.”
“이제 신랑이 스트레스 안 받아 화풀이 안하면 너한테 내가 찬밥 되는 것 아냐?”
나는 민서 팬티 속에 넣은 손으로 털을 손가락으로 잡아 지그시 당겼다.
민서는 나의 장난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픈지 얼굴은 찡그렸지만 몸을 피하거나 내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지희야. 나를 못 믿니? 천지가 개벽을 해도 내 사랑은 지희야.”
“고맙다 민서. 나의 영원한 사랑도 민서뿐이야.”
민서가 팬티를 벗었다. 민서 치마 속에 들어가 있는 내 손이 자유로워졌다.
구멍에 손을 넣어보니 촉촉하다. 벌써 느꼈나 보다.
“근데 노래방 남자 혼자 하기 힘들 텐데. 네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냐?”
“나도 그런 생각 했어. 근데 신랑이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래.”
“우리 언제 한 번 가자. 오늘 갈까?”
“장사는 하는데 아직 정식개업 안 했어. 개업 하면 가자.”
“그래. 노래 연습 많이 해 둬.”
나는 민서의 치마 밑에서 손을 빼며 일어섰다.
내 가슴을 주무르던 민서 손도 자연스럽게 빠졌다. 핸드백을 챙겼다.
“벌써 갈려구?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지.”
“네가 걱정돼서 왔다. 무사하니 다행이다. 난 이제 업무 시작이야.”
“그래. 시간나면 또 들러. 같이 있어도 보고 싶다.”
민서는 남자에게 하는 양 어리광을 부렸다. 나는 그저 웃어 줄 수밖에.
민서가 내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머리도 만져 주었다.
나는 챙겨주는 아내에게 몸을 맡기 듯 가만히 있었다.
민서 신랑 앞에서 창피를 당한 것이 액땜이었을까? 이브까를 나와서 다섯 명의
고객을 만났는데 다섯 명 다 계약을 성사 시켰다.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해 주고 염려해서 찾아봐준 내게 하늘이 준 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들 주려고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발걸음 가볍게 집으로 향했다.
아들이 플라스틱 칼로 케이크를 잘랐다. 남편도 성큼 다가온다.
나는 남편을 향해 눈을 흘깃했다. 남편은 개의치 않았다.
나한테는 먹어 보라는 말도 없이 둘이 케이크를 쟁반에 담아 먹어댄다.
밉다. 싫다. 남편이 먹는 것만 봐도 진절머리가 난다. 골초. 무기력한 사람.
나는 아들에게 휴지를 쥐어 주고 일어났다. 세면장으로 향한다.
씻고 자야겠다. 너무나 좋아야할, 너무나 존경스러워야할 남편이 싫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쩌랴. 내가 견뎌야할 몫인 것을.
샤워를 하면서 민서와 동거를 하는 상상을 했다.
민서 아이 셋과 우리 아들을 함께 키우며 서로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담 날은 민서가 소개한 사무관 부인을 찾았다.
연륜이 있어서일까? 가진 자의 여유일까?
후덕하고 윤기 나고 평화로워 보이는 노인네였다.
나는 직업상 곱게 늙으셨다느니. 피부가 젊은 사람 보다 곱다느니하며
갖은 아양을 떨었다. 덕분에 나는 두 건이나 계약을 하고
그 분의 친구 세 분을 추천 받았다. 큰 인맥이 될 성 싶었다.
보험이란 게 알음알음으로 연결 지어 가는 것이니까.
친구에게 성사시키고 또 친구를 소개받고 나는 민서 덕분에 또 다른 인맥을 잡았다.
퇴근 시간에 당연히 민서가 생각났다.
백화점에 들러 플라워 목걸이를 하나 샀다.
목에 착 달라붙는 꽃문양이 주렁주렁 달린 예쁜 목걸이였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을 담았다. 꽃문양 뒤에 내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S J H
예고 없이 이브까를 방문했다. 민서는 혼자 자장면을 시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절반 정도 먹었나? 입술이 거무티티하다. 나를 보더니 젓가락을 든채
달려 나왔다. 나는 젓가락에 묻은 짜장이 내 옷에 묻을까봐
팔을 뻗어 민서를 제지했다. 민서는 흠칫하더니 배시시 웃었다.
“내 정신 좀 봐. 젓가락을 들고 있네.”
민서는 달려가 짜장 그릇에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고 달려와 내 목을 틀어 안았다.
짜장면으로 범벅된 입술을 내 얼굴에 부비부비 했다.
나는 민서를 밀어내지 않았다. 나도 같이 민서 입술의 자장을 핥아 먹었다.
민서 손에 이끌려 테이블로 왔다.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기운이 없다. 얼굴은 짜장이 묻어 끈적거린다.
내가 왔으니까 민서가 먹던 자장을 치우려고 했다.
“아. 잠깐. 내가 먹을게. 나 배고파.”
“이걸? 먹던 걸? 새로 한 그릇 시켜 줄게.”
“한 그릇도 배달하니? 욕하겠다.”
“바로 앞집이야. 가서 가져와도 돼.”
“아냐. 우리 민서 침 묻은 자장면 먹고 싶어.”
민서가 자장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대신에 목걸이가 든 상자를
민서 앞으로 내 밀었다.
“뭐야?”
“선물.”
“왠일?”
“나 아니면 누가 민서 챙겨 주겠니"
“고마워. 역시 내 사랑은 지희 뿐이양.”
나는 자장면 찌꺼기를 삼키고 민서는 재바른 손놀림으로 포장을 풀었다.
“야. 목걸이다. 플라워네.”
민서는 목걸이를 두 손으로 만세 부르듯 높이 들고 좋아서 펄펄 뛰었다.
“좋아?”
“그럼. 누가 주는 건데.”
“이니셜도 있어.”
“어디 어디? 누구 이니셜?”
민서는 이니셜을 찾는다고 목걸이를 눈앞으로 당겨 살폈다.
“누구긴. 민서의 영원한 사랑 지희님이지.”
“아. 여기 있다. S J H 님. 호호호.”
나는 다 먹은 자장면 그릇을 식탁에 놓았다.
상의를 벗고 맨살에 목걸이를 걸고 거울 앞에서 폼을 잡는 민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 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족하는 것이 사랑해주는 사람의 기쁨이다.
민서가 현관으로 달려가더니 가게 문을 잠갔다.
“왜? 영업 끝난 거니?”
“선물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지.”
민서는 홀에 불도 꺼버리고 방으로 가는 커튼을 걷었다.
가슴골이 깊게 패인 하얀 셔츠에 핑크색 스커트 차림의 민서는
내가 차에서 내리자 화알짝 웃으며 다가왔다. 안 그래도 이쁜년이
함박웃음을 지으니 나의 애간장이 흘러 내렸다.
나는 먼저 민서의 얼굴을 살폈다. 깨끗하다. 상처도 흠집도 없다.
민서의 얼굴을 보고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끌어안고 쭉쭉 빨아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손만 잡고 이브까로 향했다.
이브까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입술을 찾아 혀를 휘감고 빨았다.
우리가 마주서서 키스를 할 때 누가 보면 가관이다.
민서는 키가 작아 뒤꿈치를 들고 바동거린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꺾어야
민서 입술에 맞출 수 있다. 그래도 맛있다. 좋다.
민서 입술이 맛있고 민서의 침은 달다. 구부리고 바동거리며 키스를 나누다 보니
테이블에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를 풀어주고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씩씩 거리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한 손은 잡고 있었다.
나는 민서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핸드백을 열고 냅킨을 꺼내 입술 주변을 닦았다.
어제의 일이 스쳐갔다. 민서 신랑이 아니고 손님이 와도 입술을 벌겋게
해가지고 있는 일은 실례였다.
내 입술을 닦고 다른 냅킨을 꺼내 민서의 입술도 닦아 주었다.
내가 닦아 주는 동안 민서는 어린 아이마냥 나에게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민서야. 연지 좀 작작 발라라. 어제 네 신랑 무슨 말 안 하디?”
민서는 내 손을 놓고 갑자기 까르르 웃어 제치고 있었다.
양손으로 자기 배를 부둥켜안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웃어 제쳤다.
민서가 웃음을 참으며 숨을 고르며 말을 했다.
“어제 너 가고 우리 신랑이 거울도 안보는 여자라고 놀렸어.”
“칠칠맞다고 하디?”
“응. 저래가지고 길거리를 나 댕긴다고 하루에 손이라도 한 번 씻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민서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나는 민서를 걱정하는 동안 둘이서 얼마나 내 흉을 봤을까?
다시는 민서 신랑을 마주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민서에게도 은근히 배신감 느껴졌다.
“너 때문이잔하 이뇬아. 입술에 작작 좀 쳐 발라라.”
“그래서 오늘은 안 발랐어. 이제는 립스틱 안 바르고 살 거야.”
“투명한 거. 색깔 없는 거 바르면 되잖아.”
“그럴까? 그래야겠다.”
착한 민서였다. 내가 창피를 당했다고 입술연지를 안 바르겠다는 민서.
깨물어 주고 싶었지만 두 손만 꽉 잡아 주었다.
“우리 둘이 뽀뽀 했다고 이야기 하지?”
나는 민서에게 농을 건넸다.
“미쳤니? 그러면 너는 무사할 줄 알어?”
“왜? 나도 두들겨 팬데?”
“동네방네 떠들고 신문에도 낼걸.”
“ㅋ ㅋ ㅋ. 신문에 나면 천상 우리 둘이 살림 차려야겠다.”
“살림은? 둘 다 집에 갇혀서 밖에도 못 나갈 텐데.”
어느새 민서의 왼손이 내 가슴은 주무르고 있었다. 민서의 손이
내 브라자 속에 들어와 있었다. 조몰락거리고 있었다.
나도 손을 뻗어 민서의 치마 밑에 손을 넣고 팬티 속의 털을 쓸어 주었다.
“그래. 치킨 사들고 같이 손잡고 집에 들어 간 거야?”
“저녁도 같이 먹었어. 둘이. 삼겹살.”
“좋았겠네. 니가 좋았으니 나도 좋다.”
“우리 신랑이 어제 좋은 일이 있었어.”
“무슨 일? 복권이라도 당첨 됐데?”
“노래방을 하나 인수 했데.”
“야. 잘 됐네. 역시 사업 하던 사람은 사업을 해야 돼."
“우리 신랑이 수단은 좋으니까 잘 할 거야.”
“그래. 사업에 몰두하다 보면 주먹질도 안 할 거야. 정말 잘 됐다.”
“그럴 거야. 세상에 응어리진 게 많으니까 울분에 아무한테나 화풀이 했다고 봐야지 뭐.”
“이제 신랑이 스트레스 안 받아 화풀이 안하면 너한테 내가 찬밥 되는 것 아냐?”
나는 민서 팬티 속에 넣은 손으로 털을 손가락으로 잡아 지그시 당겼다.
민서는 나의 장난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픈지 얼굴은 찡그렸지만 몸을 피하거나 내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지희야. 나를 못 믿니? 천지가 개벽을 해도 내 사랑은 지희야.”
“고맙다 민서. 나의 영원한 사랑도 민서뿐이야.”
민서가 팬티를 벗었다. 민서 치마 속에 들어가 있는 내 손이 자유로워졌다.
구멍에 손을 넣어보니 촉촉하다. 벌써 느꼈나 보다.
“근데 노래방 남자 혼자 하기 힘들 텐데. 네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냐?”
“나도 그런 생각 했어. 근데 신랑이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래.”
“우리 언제 한 번 가자. 오늘 갈까?”
“장사는 하는데 아직 정식개업 안 했어. 개업 하면 가자.”
“그래. 노래 연습 많이 해 둬.”
나는 민서의 치마 밑에서 손을 빼며 일어섰다.
내 가슴을 주무르던 민서 손도 자연스럽게 빠졌다. 핸드백을 챙겼다.
“벌써 갈려구?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지.”
“네가 걱정돼서 왔다. 무사하니 다행이다. 난 이제 업무 시작이야.”
“그래. 시간나면 또 들러. 같이 있어도 보고 싶다.”
민서는 남자에게 하는 양 어리광을 부렸다. 나는 그저 웃어 줄 수밖에.
민서가 내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머리도 만져 주었다.
나는 챙겨주는 아내에게 몸을 맡기 듯 가만히 있었다.
민서 신랑 앞에서 창피를 당한 것이 액땜이었을까? 이브까를 나와서 다섯 명의
고객을 만났는데 다섯 명 다 계약을 성사 시켰다.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해 주고 염려해서 찾아봐준 내게 하늘이 준 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들 주려고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발걸음 가볍게 집으로 향했다.
아들이 플라스틱 칼로 케이크를 잘랐다. 남편도 성큼 다가온다.
나는 남편을 향해 눈을 흘깃했다. 남편은 개의치 않았다.
나한테는 먹어 보라는 말도 없이 둘이 케이크를 쟁반에 담아 먹어댄다.
밉다. 싫다. 남편이 먹는 것만 봐도 진절머리가 난다. 골초. 무기력한 사람.
나는 아들에게 휴지를 쥐어 주고 일어났다. 세면장으로 향한다.
씻고 자야겠다. 너무나 좋아야할, 너무나 존경스러워야할 남편이 싫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쩌랴. 내가 견뎌야할 몫인 것을.
샤워를 하면서 민서와 동거를 하는 상상을 했다.
민서 아이 셋과 우리 아들을 함께 키우며 서로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담 날은 민서가 소개한 사무관 부인을 찾았다.
연륜이 있어서일까? 가진 자의 여유일까?
후덕하고 윤기 나고 평화로워 보이는 노인네였다.
나는 직업상 곱게 늙으셨다느니. 피부가 젊은 사람 보다 곱다느니하며
갖은 아양을 떨었다. 덕분에 나는 두 건이나 계약을 하고
그 분의 친구 세 분을 추천 받았다. 큰 인맥이 될 성 싶었다.
보험이란 게 알음알음으로 연결 지어 가는 것이니까.
친구에게 성사시키고 또 친구를 소개받고 나는 민서 덕분에 또 다른 인맥을 잡았다.
퇴근 시간에 당연히 민서가 생각났다.
백화점에 들러 플라워 목걸이를 하나 샀다.
목에 착 달라붙는 꽃문양이 주렁주렁 달린 예쁜 목걸이였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을 담았다. 꽃문양 뒤에 내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S J H
예고 없이 이브까를 방문했다. 민서는 혼자 자장면을 시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절반 정도 먹었나? 입술이 거무티티하다. 나를 보더니 젓가락을 든채
달려 나왔다. 나는 젓가락에 묻은 짜장이 내 옷에 묻을까봐
팔을 뻗어 민서를 제지했다. 민서는 흠칫하더니 배시시 웃었다.
“내 정신 좀 봐. 젓가락을 들고 있네.”
민서는 달려가 짜장 그릇에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고 달려와 내 목을 틀어 안았다.
짜장면으로 범벅된 입술을 내 얼굴에 부비부비 했다.
나는 민서를 밀어내지 않았다. 나도 같이 민서 입술의 자장을 핥아 먹었다.
민서 손에 이끌려 테이블로 왔다.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기운이 없다. 얼굴은 짜장이 묻어 끈적거린다.
내가 왔으니까 민서가 먹던 자장을 치우려고 했다.
“아. 잠깐. 내가 먹을게. 나 배고파.”
“이걸? 먹던 걸? 새로 한 그릇 시켜 줄게.”
“한 그릇도 배달하니? 욕하겠다.”
“바로 앞집이야. 가서 가져와도 돼.”
“아냐. 우리 민서 침 묻은 자장면 먹고 싶어.”
민서가 자장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대신에 목걸이가 든 상자를
민서 앞으로 내 밀었다.
“뭐야?”
“선물.”
“왠일?”
“나 아니면 누가 민서 챙겨 주겠니"
“고마워. 역시 내 사랑은 지희 뿐이양.”
나는 자장면 찌꺼기를 삼키고 민서는 재바른 손놀림으로 포장을 풀었다.
“야. 목걸이다. 플라워네.”
민서는 목걸이를 두 손으로 만세 부르듯 높이 들고 좋아서 펄펄 뛰었다.
“좋아?”
“그럼. 누가 주는 건데.”
“이니셜도 있어.”
“어디 어디? 누구 이니셜?”
민서는 이니셜을 찾는다고 목걸이를 눈앞으로 당겨 살폈다.
“누구긴. 민서의 영원한 사랑 지희님이지.”
“아. 여기 있다. S J H 님. 호호호.”
나는 다 먹은 자장면 그릇을 식탁에 놓았다.
상의를 벗고 맨살에 목걸이를 걸고 거울 앞에서 폼을 잡는 민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 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족하는 것이 사랑해주는 사람의 기쁨이다.
민서가 현관으로 달려가더니 가게 문을 잠갔다.
“왜? 영업 끝난 거니?”
“선물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지.”
민서는 홀에 불도 꺼버리고 방으로 가는 커튼을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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