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난정이 종우에게 빠져 들었던 것은 단지 성적인 요구에 휘말렸던 감정이었다. 밤을 지새우며 고뇌하던 그녀는 민기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삶에 지친 그녀는 무엇보다도 그가 말하듯이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로서 안정된 인생을 살고 싶었다.
다시 하루의 일을 시작하고 민기를 생각하는 난정은 오전 내내 휴대폰을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하며 망설였다. 점심 식사시간에 그녀는 결심을 하고 민기의 휴대폰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신호음만 가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다이얼을 누르니 그의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렸다.
“아! 난정 씨!”
“.......바쁘신가 봐요!?”
“물건 정리 하느라고. 이제 괜찮아요.”
“교대할 간병인에게 인수인계를 해줘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난정은 직접적으로 민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갖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쑥스러운 그녀는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잠시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결과적으로는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 드렸다는 말이었다. 그는 기뻐하는 마음 대신 차분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렇겠지요. 언제.......?”
“모레 오후....... 쯤이나 집에 갈 것 같은데요.”
“그럼, 집에 와서 전화해 줄래요?”
“네.......”
살며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른 난정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갑자기 그녀는 해야 할일이 많아 진 것 같아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녀는 간병인 센터로 전화를 걸어 교대할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떳떳하게 재혼을 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환자를 돌보는 틈을 내어 그녀는 소지품도 챙기기 시작했다.
난정의 결심을 알게 된 민기 또한 마음이 바빠졌다. 그는 새로운 기분으로 집안 살림을 바꾸고 싶었다. 가구점에 진열된 가구들을 살펴 본 그는 당장 그녀를 위해 화장대가 필요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직원을 시켜 화장대뿐만 아니라, 소파와 침대를 교체하였다.
난정이 간병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날이었다. 민기는 아침 일찍 가구점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긴장한 모습으로 매장을 배회하였다. 오후가 되어 조바심이 난 그는 자주 휴대폰에 신경을 썼다. 어두워지는 저녁에서야 그는 그녀가 집으로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반가움에 그녀에게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식당에서 민기와 마주 앉은 난정은 무척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탁자위에 음식이 놓이고 그녀는 말로 표현 못하는 마음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냈다. 그녀는 그의 수저를 챙겨주고, 찌개를 떠 주고, 반찬을 옮기는 등 그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식사와 곁들여 간단하게 술을 마셨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그가 넌지시 물었다.
“집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내일.......집주인에게 이사 간다고 말하려고요.”
“언제 나갈지 모르잖아요? 집 내놓고, 그냥, 내 집으로 오면 어때요?”
“..........”
난정은 민기의 말에 찬성하고 싶었다. 어차피 그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갖겠다고 결심한 그녀였다. 한동안 비워두었던 집이라 쓸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의 자존심인지 몰라도 그녀는 선뜻 대답하기가 거북했다. 그는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도 그녀가 쑥스러워 말을 못할 것 같았다.
“우리가 애들도 아닌데....... 어렵게 생각 말아요. 내일부터라도 집으로 와요.”
“내일은 좀.......! 짐도 없지만.......이번 주는 정리도 해야겠고.”
“그럼, 언제든 말해요. 이삿짐센터 차를 보낼게요.”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버릴 것들만 있어서........”
“아~! 그래요. 난정 씨! 편한 데로....... 대신, 내일 점심시간은 시간 내줘요!”
“.........네!”
식사가 끝나고 민기는 난정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는 급히 서둘러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조급했다. 그는 그녀가 집에 들어왔다 가라고 하기를 바랐다. 그녀도 그에게 차라도 끓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치우지 않아 난장판 되어 있는 집안을 그에게 보이기가 부끄러웠다.
집으로 돌아온 민기는 새로운 가정을 갖는다는 희망으로 부풀어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우왕좌왕 정신없이 가구점과 피시방을 오가던 민기는 점심시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했다. 그는 그녀를 승용차에 태워 백화점으로 갔다. 식당가에서 식사를 마친 그는 그녀를 데리고 쇼핑을 했다.
의류판매장 코너에서 민기는 난정에게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라고 했다. 남자에게 선물을 받아 보지 못한 그녀는 사양하였다. 그가 매장을 두루 살피더니 발랄한 젊은 여자들의 의상을 그녀에게 권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과분한 의상이라 다시 사양했다. 더욱이나 유명 브랜드 상품이라 가격도 고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민기는 여점원에게 난정에게 맞는 사이즈를 달라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일단 옷을 입어 보라고 했다. 마지못해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모습을 보고 여점원이 입이 닳도록 예쁘고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그녀가 입었던 옷을 구입했다.
그렇게 민기가 난정을 위해 구입한 옷들이 담긴 쇼핑백 숫자는 들고 다니기도 버거웠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마치 여왕이 된 것처럼 기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팔짱을 꼈다. 행복해 보이는 그녀 모습을 보고 그의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배시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쇼핑백을 잔뜩 들고 집에 돌아온 난정은 현실이 아니고 꿈만 같았다. 민기는 아직도 그녀의 몸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정신뿐만 아니라, 혼까지 빼앗기고 있었다. 물론 그의 물질적인 도움으로 그녀가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만큼은 어떤 대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편 난정은 스킨십조차 해주지 않는 민기가 서운하기도 했다. 그녀는 어쩌면 그가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집안 정리를 하면서도 그녀는 수시로 거울에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밤늦게까지 정리를 하고 그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리를 하고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하고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민기는 약속대로 난정의 통장에 은주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입금시켜 주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하루, 하루가 지루한 그는 주말이 되어 바쁘게 움직였다. 일찍부터 가구점과 피시방 영업상황을 점검한 그는 점원들에게는 지방에 다녀온다고 했다. 잠시 생각한 그는 난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네! 민기 씨!”
“집안 정리, 아직 멀었습니까?”
“대충 정리 했어요.”
“그럼, 오늘 바람 쏘이러 갈 수 있어요?”
“오늘요.......!?”
난정은 민기가 입금시켜준 돈으로 은주에게 유학비를 보내주고 한시름 놓은 상태였다. 갑작스런 그의 말에 당황했다. 그녀는 외출 준비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녀를 빤히 보고 있는 것처럼 그가 말했다.
“두 시간 정도, 기다리면 되겠습니까?”
“그, 그럴게요.”
엉겁결에 난정은 대답을 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는 민기의 배려에 고맙기도 하지만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통화를 끝낸 그녀는 서둘러 외출준비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았다. 오래간만에 하는 옅은 화장이지만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했다. 서둘러도 시간은 두 시간 가까이 흘러가고 있었다.
난정은 어떤 옷이 어울릴지를 생각하다가 민기가 선물한 의상 중에 바지와 티셔츠를 걸쳤다. 엉덩이가 들어나 보이는 바지와 레이스 달린 셔츠는 왠지 그녀의 나이에 비해 앳되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마도 그가 자신을 젊게 보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언더웨어를 걸친 그녀가 가구점 앞으로 나가니, 간편한 케쥬얼 복장을 걸친 그는 승용차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그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요!”
“...........”
눈웃음을 지어보인 난정은 민기가 차문을 열고 기다리는 조수석에 올라앉았다. 가구점에 있던 점원이 눈동자를 크게 뜨고 그들을 유심히 쳐다봤다. 민기는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승용차는 자동차 물결로 혼잡한 서울을 벗어났다. 기분이 들뜬 난정은 이따금 그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난정은 묵묵히 운전을 하는 민기의 모습이 남자다워 믿음직스러웠다. 금융기관의 책임자였던 만큼 그는 결단력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배려심도 많다고 그녀는 느꼈다. 그녀는 그를 처음 대면하고부터 훤칠한 얼굴, 균형 잡힌 체격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된다는 것에 더욱 행복해지는 감정에 젖었다. 승용차가 하남시를 벗어 날 무렵 그녀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그냥, 강원도로 드라이브 하려는데요. 여행 많이 다녀봤어요?”
“아뇨! 바쁘게 살다보니, 별로 여행할 기휘가 없었어요.”
“그래도 신혼여행은 다녀왔겠죠?”
“그거야.........”
난정은 공연히 얼굴을 붉혔다. 남녀 간의 여행이라는 것이 어쩌면 같이 잠을 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결혼 경험이 있는 그들 사이에 숨길 것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여행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강원도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그들은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화제를 나누었다. 민기가 학창 시절 얘기를 꺼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문학을 좋아해서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지요.”
“어머! 정말 시집을 냈었어요?”
“네. 그 앞에 박스 열어 봐요.”
난정이 앞에 있는 박스를 열었다. 정말 저자가 송 민기인 시집이 있었다. 그녀는 깊은 관심으로 표지를 넘겼다. 그의 사진과 함께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경력과 문학인 협회회원, 동인회 회원 등 약력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흘리는 그의 다른 면모를 알 수 있었다.
민기는 나이보다 앳되어 보이는 난정에게 관심을 느꼈었다. 그녀의 오목조목한 미모와 날씬하면서도 통통한 몸매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예전보다 생기발랄해 보이는 그녀는 이미 딸까지 낳은 여자여서인지 성적인 매력이 풍겨났다. 그녀가 시집을 들여다보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고 그가 불쑥 그녀를 불렀다.
“난정 씨!”
“네!”
시집을 들여다보던 난정의 시선이 민기를 향했다. 눈빛을 반짝이는 그녀를 향해 그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남자가 키스를 하려고 하자 여자가 ‘나는 남자와 키스해 본적이 없어요.’ 라고 하더래요.”
“.........!?”
“그러니 남자가 ‘나도 남자하고 키스해 본 일이 없어요.’ 라고 했더라는 군요.”
“호호호........!‘
민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귀를 기울였던 남정이 웃음을 터트렸다.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고 그는 다시 다른 유머를 떠올렸다.
“여행을 가서 여관방에 짐을 푼 남자가 심심해서 여자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다는 군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손가락으로 배꼽을 찌르기로 했는데 남자가 이겼어요.”
“..........?”
“이긴 남자가 배꼽을 찌르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어요. 어둠 속에서 여자가 ‘거긴 배꼽이 아니잖아요.’ 라고 신음소리를 흘렸어요.”
“...........!?”
민기를 빤히 쳐다보던 난정은 야한 유머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도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남자는 ‘나도 손가락이 아니야!’ 라고 말했데요. 그 순간 불이 들어오고 여자가 기겁을 했다는데, 왜, 그랬겠어요?”
“........몰라요.”
민기의 물음에 남녀의 육체관계를 떠올린 난정은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승용차 유리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가 짓궂게 다시 물었다.
“말해 봐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하하........! 남자의 발가락이 여자의 콧구멍에 들어가 있었다는 거야.”
“호호호.......!”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난정은 민기를 향해 곱게 눈을 흘겼다. 그리고 외면을 한 그녀는 그가 의도적으로 야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눈을 하얗게 흘긴 그녀는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못 됐어요.........!”
“하하하.........! 무슨 생각을 했는데?”
“몰라요. 짓궂어요.”
민기의 야한 유머였지만 난정은 도리어 훨씬 편안해질 수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난정은 다시 시집을 읽기 시작하고 침묵이 흘렀다. 그가 그녀를 다시 불렀다.
“난정 씨! 책은 나중에 봐요.”
“읽어보고 싶어서요.”
“남기남이란 수수께끼 알아요?”
“글쎄요........!?”
난정은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기도 하였다. 민기가 혼자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또 엉뚱한 얘기를 할 것 같아서 빤히 쳐다봤다. 그가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어떤 남자가 나처럼 여자에게 남기남이라는 수수께끼를 아느냐고 물었는데, 여자는 알지 못하기에 무척 궁금해서 캐물었데요. 남자는 술을 사면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술을 사줘도 남자가 가르쳐 주지 않자, 여자는 화가 나서 술을 마구 마셨어요.”
“.........”
“여자는 궁금해서 남자의 방까지 쫓아갔다는군요. 옷을 벗으면 가르쳐 준다고 하기에 오기가 생긴 여자가 옷을 벗는 것을 보고 남자도 벗었어요.”
“........!?”
“여자는 자신을 침대에 쓰러트리는 남자를 보고 놀랐어요. 남자의 우뚝 솟은 그것을 봤던 거지요. 놀란 여자가 뭐라고 그랬을 것 같아요?”
“네........!? 몰라요!”
남정은 발가벗은 남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남자의 성기를 떠올린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잘못 판단했다가는 또 민기의 엉뚱한 대답을 들을 것 같았다. 희미한 미소를 지은 그가 이어서 말했다.
“이 큰 것이 제 몸속에 다 들어오나요? 라고 여자가 물어보니, 남자가 ‘그럼, 이걸, 남기남!’ 이라고 수수께끼 답을 알려줬데요.”
“남, 기, 남.......!? 이 잉! 정말 못 됐어. 민기 씨! 저질이야........”
한마디씩 끊어서 읊조리던 난정은 단어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얼굴을 붉힌 그녀는 민기의 어깨를 마구 두들겼다.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외면하고 옆으로 돌아앉았다. 그는 천연덕스런 표정을 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토라진 그녀의 앙큼한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러웠다.
민기가 난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토닥거렸다. 그녀의 목덜미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준 그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스킨십을 하는 그에게 곱게 눈을 흘겼다. 강릉을 빠져 나간 승용차는 바다가 보이는 해안 도로를 달렸다. 그는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에 승용차를 주차시켰다.
모래사장 위를 거닐고 있는 청춘 남녀들의 다정한 모습들이 보였다. 승용차에서 내린 민기와 난정도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난정은 이제까지의 고통과 아픔이 한꺼번에 파도에 씻겨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한결 밝은 표정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 황혼이 짙게 드리워졌다.
파도가 밀려드는 바다를 넋을 잃고 바라보던 넋을 난정이 키들거리며 뛰어가는 아이들과 부딪쳐 넘어졌다. 민기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벗겨진 구두를 신겨주고 일어난 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의 배려 깊은 자상함에 감동을 느꼈다.
민기가 난정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그녀는 허리를 감싸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비로소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사랑! 그녀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인적이 드문 바닷가까지 걸어간 그가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그의 눈빛에 현기증을 느껴 눈을 감았다.
난정의 입술에 민기의 입술이 포개졌다. 가벼운 키스에 이어 그의 혀가 그녀는 입술을 벌리고 들어갔다. 그의 가슴에 갇힌 그녀는 짜릿한 감흥에 젖었다. 그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녀는 뜨거운 체온이 전달되는 그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지적인 이미지의 그에게 다른 면모를 느꼈다.
민기는 난정의 첫 인상보다는 다정다감하고 열정적이며 풍부한 감성을 지닌 남자였다. 긴 키스 후 그는 그녀의 양 볼을 받쳐 들고 한동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려다 봤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만족감에 젖었다. 그들이 다시 승용차에 올랐을 때 바닷가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들은 설악산 입구로 들어가서 그랜드 파크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그들은 나이트클럽에서 와인을 마시며 공연을 즐겼다. 그리고 그들은 밖으로 나와 수복들이 잘 정리된 정원을 거닐었다. 어둠을 밝히는 조명등 밑을 손을 잡고 거니는 그들은 꾸밈없이 미래를 약속하는 말들을 속삭였다.
“우리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의지하고 살아요.”
“네. 민기 씨만 믿고 변치 않게 살고 싶어요.”
이슬이 내리는 정원을 거닐던 그들은 늦은 밤에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난정은 민기의 여자가 되는 행복함에 젖었지만 막상 호텔 방으로 들어오니 부끄러웠다. 샤워를 하려는 그녀는 TV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그의 시선을 의식하고 되로 돌아서서 옷을 벗었다. 그러나 그는 옷을 벗고 있는 그녀의 몸매를 훔쳐보고 있었다.
타월로 앞가슴을 가리고 몸을 사리며 돌아선 난정과 민기의 시선이 마주쳤다. 반짝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몸을 돌려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그는 흡족했다. 아담하면서도 탄력 넘치는 그녀의 엉덩이는 앙증맞았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욕실을 나와 재빠르게 침대위로 올라가 모포를 뒤집어쓰고 누웠다.
난정이 긴장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민기도 샤워를 하고 나왔다. 욕실 문 여닫는 소리를 듣고 모포를 들추고 바라본 그녀는 다시 모포를 뒤집어썼다. 팬티만 걸친 그의 균형 잡힌 건장한 체격을 봤던 그녀는 처음 결혼한 여자처럼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녀는 침대위로 올라와 모포를 들추고 옆에 눕는 그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옆으로 누운 민기가 난정을 끌어안았다. 정신적으로 안기고 싶었던 남자의 손길에 그녀는 탄성을 흘릴 뻔했다. 그녀는 그의 손아귀 속으로 온 몸이 딸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는 그의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을 감미하였다. 그녀의 젖가슴 위에 엎드린 그가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보듬었다.
그들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입술을 마주했다.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탐닉했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의 손은 조각품을 다루듯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마술사의 손처럼 그의 손이 그녀의 예민한 살갗들의 돌기를 일으키고 다녔다. 그는 자신의 팬티를 벗고 그녀의 가운을 벗겨냈다. 발가벗겨진 그녀의 몸이 그의 손끝에서 뜨거워졌다.
민기는 난정의 젖가슴을 보듬어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육체는 한동안 종우에 의해 뜨거워졌던 불씨가 갇혀 있었다. 그녀의 몸속에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었다. 갇혀 있던 불씨가 활활 피어나 그녀의 몸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젖가슴을 애무하며 진한 키스를 하던 그의 혀가 젖꼭지의 돌기를 일으키더니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읍.........!”
난정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온 몸이 뜨거운 열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짜릿함이었다. 예민함을 보이지 않으려던 그녀는 젖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머리를 보듬었다. 발가벗고 하나가 된 그들은 서로의 육체를 갈구하는 숨결을 흘렸다. 그녀의 젖꼭지를 번갈아 입속으로 빨아 당기는 그의 손끝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음.........”
“아.........”
그들은 서로의 작은 숨소리만으로도 육체가 하나가 되었다. 난정은 음모를 쓸어내리는 민기의 손끝이 음순을 건드리는 촉감에 허벅지를 조였다. 그의 손끝은 유리잔을 만지듯이 그녀의 보지와 음모가 돋아난 둔덕을 스치고 지나다녔다. 그녀의 몸은 활화산에 던져진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녀의 흥분한 얼굴을 내려다보는 그는 손끝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끝이 매끄러워진 보지를 애무할수록 그녀의 허리가 꿈틀거렸다.
“아 으.........”
“흐 읍..........”
민기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민기는 황홀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난정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여자의 선정적인 아름다움이 남자에게는 성욕의 불길이었다. 그의 하복부에는 잔득 발기한 페니스가 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그녀는 끈질기게 젖가슴과 허벅지 사이를 애무하는 그의 손길에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미, 민기 씨.........!”
“나, 난정 씨는 내 여자야.......”
민기의 한마디는 난정의 육체를 더욱 불길에 휩싸이게 하는 촉매제였다.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신의 남자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고 내려다보는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의식했다. 그리고 그녀는 흠칫하였다. 그의 하복부에는 거대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순간 난정은 종우를 떠올렸다. 민기의 페니스는 종우 못지않게 우람하였다. 그는 매끄러운 이슬에 젖은 꽃잎처럼 피어나는 그녀의 진홍빛갈의 보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충혈 된 눈동자로 내려다보던 그는 발기된 페니스를 움켜쥐고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종우를 떠 올리던 그녀는 들이마신 숨을 급히 멈추었다.
“아 읍..........!”
“흐 읏..........!”
난정은 보지 속으로 치밀고 들어오는 페니스에 골반이 뻐근하여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상체를 들어 올린 그녀의 시야에는 보지 속에 반쯤 틀어박힌 우람한 그의 페니스가 들어나 보였다. 그녀는 마치 종우의 페니스를 받아 드리는 환상에 젖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보지 속 끝까지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자, 자기야! 사, 사랑해........”
“.........”
난정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민기는 왈칵 매달리는 그녀의 상체를 들어 올리며 페니스를 천천히 진퇴시켰다. 그들 사이에 더 이상의 어색함이나 쑥스러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부부일 뿐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발가벗은 그들은 거친 숨소리를 흘렸다.
“읍, 하 으, 으 읍, 하 아.........”
“헉, 윽, 읍, 읍.........”
황홀한 늪 속을 헤매는 난정에게 더 이상의 기쁨이나 행복은 없었다. 그녀는 정신적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만족했다. 그녀는 연거푸 엑스터시의 회오리 속에서 빠져들며 허우적거렸다. 기절할 것 같은 쾌감에 그녀는 그의 등을 움켜쥐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결국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리며 들이마신 숨을 목구멍에서 멈추었다.
“하 윽~! 사, 사랑해.........”
“헉........”
민기는 난정의 보지가 미랑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보지 속에서는 미랑보다 많은 오르가즘의 눈물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뒤늦게 절정의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끈적거리는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회전시키기도 하고 급히 빼냈다가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 그리고 허벅지와 진액이 마찰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읍, 하 으, 으읍, 하,........”
“찌거덕, 찌걱, 탁탁 탁, 찌거덕........”
오르가즘의 정상에서 난정은 반복되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기가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보듬고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발가벗은 몸은 멈출지 모르고 흔들리고 있었다. 살며시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쌍꺼풀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 그녀가 종알거렸다.
“보지 말아요. 창피해요........”
“우린 몸도 마음도 하나야. 나를 느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민기가 난정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페니스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순간 그녀는 이를 악물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의 페니스가 뼈끝까지 잇닿은 것 같아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민기는 곱게 눈을 흘기며 신음을 흘리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아 읍! 너, 너무해.........”
“내가 좋아?”
“네........!”
“지금까지 어떤 남자가 제일 좋았어?”
“몰라요! 그딴 걸 물어봐. 아 읍........”
민기에 의해 발가벗은 몸이 흔들리는 난정은 콧소리를 흘리며 외면했다. 부부생활의 경험이 있는 그들은 이미 성생활에 익숙하였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안겨 쾌감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에 만족했다. 그렇지만 남자는 여자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다시 물었다.
“우리 사이에 감출 것이 뭐있어! 어떤 남자가 제일 좋았어?”
“자기요........! 자기는 어떤 여자가 좋았어요? 아내.........!?”
“밤새도록 매달리는 아내의 의부증에 질렸어.........”
“정력이 좋은가 봐요. 미랑이라는 여자는요......!?”
“당신이 제일 좋아.........”
“피 잇~!”
입술을 삐죽 내민 난정은 쾌감을 참지 못해 둔부를 들썩거렸다. 쾌감을 느끼는 그녀의 표정에 민기는 더욱 흥분이 되었다. 그는 그녀의 보지 속에서 빼냈던 페니스를 깊이 밀어 넣었다. 그녀는 또 다시 밀려드는 오르가즘에 입술을 벌렸다.
“아, 안 돼.........난 몰라.......”
“헉........!”
오르가즘을 참고 견디던 민기는 난정의 보지 근육이 페니스를 휘감는 뜨거움을 느꼈다. 온 몸이 녹아내리는 혼돈 속에 그는 그녀를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또한 다시 봇물처럼 터지는 오르가즘에 휘말려 치를 떨었다. 한 치의 여유도 없이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는 보지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바들바들 떨었다.
“허 읍!”
“헉~!”
동시에 신음을 터트린 그들은 헐떡거리는 숨을 뱉어냈다. 거칠었던 숨소리가 잦아지고 그들은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황홀한 희열 속에 빠진 난정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안락한 육체관계였기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만약 꿈이라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시 하루의 일을 시작하고 민기를 생각하는 난정은 오전 내내 휴대폰을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하며 망설였다. 점심 식사시간에 그녀는 결심을 하고 민기의 휴대폰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신호음만 가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다이얼을 누르니 그의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렸다.
“아! 난정 씨!”
“.......바쁘신가 봐요!?”
“물건 정리 하느라고. 이제 괜찮아요.”
“교대할 간병인에게 인수인계를 해줘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난정은 직접적으로 민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갖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쑥스러운 그녀는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잠시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결과적으로는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 드렸다는 말이었다. 그는 기뻐하는 마음 대신 차분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렇겠지요. 언제.......?”
“모레 오후....... 쯤이나 집에 갈 것 같은데요.”
“그럼, 집에 와서 전화해 줄래요?”
“네.......”
살며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른 난정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갑자기 그녀는 해야 할일이 많아 진 것 같아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녀는 간병인 센터로 전화를 걸어 교대할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떳떳하게 재혼을 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환자를 돌보는 틈을 내어 그녀는 소지품도 챙기기 시작했다.
난정의 결심을 알게 된 민기 또한 마음이 바빠졌다. 그는 새로운 기분으로 집안 살림을 바꾸고 싶었다. 가구점에 진열된 가구들을 살펴 본 그는 당장 그녀를 위해 화장대가 필요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직원을 시켜 화장대뿐만 아니라, 소파와 침대를 교체하였다.
난정이 간병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날이었다. 민기는 아침 일찍 가구점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긴장한 모습으로 매장을 배회하였다. 오후가 되어 조바심이 난 그는 자주 휴대폰에 신경을 썼다. 어두워지는 저녁에서야 그는 그녀가 집으로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반가움에 그녀에게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식당에서 민기와 마주 앉은 난정은 무척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탁자위에 음식이 놓이고 그녀는 말로 표현 못하는 마음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냈다. 그녀는 그의 수저를 챙겨주고, 찌개를 떠 주고, 반찬을 옮기는 등 그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식사와 곁들여 간단하게 술을 마셨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그가 넌지시 물었다.
“집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내일.......집주인에게 이사 간다고 말하려고요.”
“언제 나갈지 모르잖아요? 집 내놓고, 그냥, 내 집으로 오면 어때요?”
“..........”
난정은 민기의 말에 찬성하고 싶었다. 어차피 그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갖겠다고 결심한 그녀였다. 한동안 비워두었던 집이라 쓸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의 자존심인지 몰라도 그녀는 선뜻 대답하기가 거북했다. 그는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도 그녀가 쑥스러워 말을 못할 것 같았다.
“우리가 애들도 아닌데....... 어렵게 생각 말아요. 내일부터라도 집으로 와요.”
“내일은 좀.......! 짐도 없지만.......이번 주는 정리도 해야겠고.”
“그럼, 언제든 말해요. 이삿짐센터 차를 보낼게요.”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버릴 것들만 있어서........”
“아~! 그래요. 난정 씨! 편한 데로....... 대신, 내일 점심시간은 시간 내줘요!”
“.........네!”
식사가 끝나고 민기는 난정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는 급히 서둘러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조급했다. 그는 그녀가 집에 들어왔다 가라고 하기를 바랐다. 그녀도 그에게 차라도 끓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치우지 않아 난장판 되어 있는 집안을 그에게 보이기가 부끄러웠다.
집으로 돌아온 민기는 새로운 가정을 갖는다는 희망으로 부풀어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우왕좌왕 정신없이 가구점과 피시방을 오가던 민기는 점심시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했다. 그는 그녀를 승용차에 태워 백화점으로 갔다. 식당가에서 식사를 마친 그는 그녀를 데리고 쇼핑을 했다.
의류판매장 코너에서 민기는 난정에게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라고 했다. 남자에게 선물을 받아 보지 못한 그녀는 사양하였다. 그가 매장을 두루 살피더니 발랄한 젊은 여자들의 의상을 그녀에게 권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과분한 의상이라 다시 사양했다. 더욱이나 유명 브랜드 상품이라 가격도 고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민기는 여점원에게 난정에게 맞는 사이즈를 달라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일단 옷을 입어 보라고 했다. 마지못해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모습을 보고 여점원이 입이 닳도록 예쁘고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그녀가 입었던 옷을 구입했다.
그렇게 민기가 난정을 위해 구입한 옷들이 담긴 쇼핑백 숫자는 들고 다니기도 버거웠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마치 여왕이 된 것처럼 기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팔짱을 꼈다. 행복해 보이는 그녀 모습을 보고 그의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배시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쇼핑백을 잔뜩 들고 집에 돌아온 난정은 현실이 아니고 꿈만 같았다. 민기는 아직도 그녀의 몸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정신뿐만 아니라, 혼까지 빼앗기고 있었다. 물론 그의 물질적인 도움으로 그녀가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만큼은 어떤 대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편 난정은 스킨십조차 해주지 않는 민기가 서운하기도 했다. 그녀는 어쩌면 그가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집안 정리를 하면서도 그녀는 수시로 거울에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밤늦게까지 정리를 하고 그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리를 하고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하고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민기는 약속대로 난정의 통장에 은주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입금시켜 주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하루, 하루가 지루한 그는 주말이 되어 바쁘게 움직였다. 일찍부터 가구점과 피시방 영업상황을 점검한 그는 점원들에게는 지방에 다녀온다고 했다. 잠시 생각한 그는 난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네! 민기 씨!”
“집안 정리, 아직 멀었습니까?”
“대충 정리 했어요.”
“그럼, 오늘 바람 쏘이러 갈 수 있어요?”
“오늘요.......!?”
난정은 민기가 입금시켜준 돈으로 은주에게 유학비를 보내주고 한시름 놓은 상태였다. 갑작스런 그의 말에 당황했다. 그녀는 외출 준비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녀를 빤히 보고 있는 것처럼 그가 말했다.
“두 시간 정도, 기다리면 되겠습니까?”
“그, 그럴게요.”
엉겁결에 난정은 대답을 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는 민기의 배려에 고맙기도 하지만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통화를 끝낸 그녀는 서둘러 외출준비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았다. 오래간만에 하는 옅은 화장이지만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했다. 서둘러도 시간은 두 시간 가까이 흘러가고 있었다.
난정은 어떤 옷이 어울릴지를 생각하다가 민기가 선물한 의상 중에 바지와 티셔츠를 걸쳤다. 엉덩이가 들어나 보이는 바지와 레이스 달린 셔츠는 왠지 그녀의 나이에 비해 앳되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마도 그가 자신을 젊게 보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언더웨어를 걸친 그녀가 가구점 앞으로 나가니, 간편한 케쥬얼 복장을 걸친 그는 승용차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그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요!”
“...........”
눈웃음을 지어보인 난정은 민기가 차문을 열고 기다리는 조수석에 올라앉았다. 가구점에 있던 점원이 눈동자를 크게 뜨고 그들을 유심히 쳐다봤다. 민기는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승용차는 자동차 물결로 혼잡한 서울을 벗어났다. 기분이 들뜬 난정은 이따금 그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난정은 묵묵히 운전을 하는 민기의 모습이 남자다워 믿음직스러웠다. 금융기관의 책임자였던 만큼 그는 결단력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배려심도 많다고 그녀는 느꼈다. 그녀는 그를 처음 대면하고부터 훤칠한 얼굴, 균형 잡힌 체격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된다는 것에 더욱 행복해지는 감정에 젖었다. 승용차가 하남시를 벗어 날 무렵 그녀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그냥, 강원도로 드라이브 하려는데요. 여행 많이 다녀봤어요?”
“아뇨! 바쁘게 살다보니, 별로 여행할 기휘가 없었어요.”
“그래도 신혼여행은 다녀왔겠죠?”
“그거야.........”
난정은 공연히 얼굴을 붉혔다. 남녀 간의 여행이라는 것이 어쩌면 같이 잠을 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결혼 경험이 있는 그들 사이에 숨길 것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여행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강원도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그들은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화제를 나누었다. 민기가 학창 시절 얘기를 꺼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문학을 좋아해서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지요.”
“어머! 정말 시집을 냈었어요?”
“네. 그 앞에 박스 열어 봐요.”
난정이 앞에 있는 박스를 열었다. 정말 저자가 송 민기인 시집이 있었다. 그녀는 깊은 관심으로 표지를 넘겼다. 그의 사진과 함께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경력과 문학인 협회회원, 동인회 회원 등 약력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흘리는 그의 다른 면모를 알 수 있었다.
민기는 나이보다 앳되어 보이는 난정에게 관심을 느꼈었다. 그녀의 오목조목한 미모와 날씬하면서도 통통한 몸매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예전보다 생기발랄해 보이는 그녀는 이미 딸까지 낳은 여자여서인지 성적인 매력이 풍겨났다. 그녀가 시집을 들여다보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고 그가 불쑥 그녀를 불렀다.
“난정 씨!”
“네!”
시집을 들여다보던 난정의 시선이 민기를 향했다. 눈빛을 반짝이는 그녀를 향해 그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남자가 키스를 하려고 하자 여자가 ‘나는 남자와 키스해 본적이 없어요.’ 라고 하더래요.”
“.........!?”
“그러니 남자가 ‘나도 남자하고 키스해 본 일이 없어요.’ 라고 했더라는 군요.”
“호호호........!‘
민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귀를 기울였던 남정이 웃음을 터트렸다.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고 그는 다시 다른 유머를 떠올렸다.
“여행을 가서 여관방에 짐을 푼 남자가 심심해서 여자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다는 군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손가락으로 배꼽을 찌르기로 했는데 남자가 이겼어요.”
“..........?”
“이긴 남자가 배꼽을 찌르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어요. 어둠 속에서 여자가 ‘거긴 배꼽이 아니잖아요.’ 라고 신음소리를 흘렸어요.”
“...........!?”
민기를 빤히 쳐다보던 난정은 야한 유머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도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남자는 ‘나도 손가락이 아니야!’ 라고 말했데요. 그 순간 불이 들어오고 여자가 기겁을 했다는데, 왜, 그랬겠어요?”
“........몰라요.”
민기의 물음에 남녀의 육체관계를 떠올린 난정은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승용차 유리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가 짓궂게 다시 물었다.
“말해 봐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하하........! 남자의 발가락이 여자의 콧구멍에 들어가 있었다는 거야.”
“호호호.......!”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난정은 민기를 향해 곱게 눈을 흘겼다. 그리고 외면을 한 그녀는 그가 의도적으로 야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눈을 하얗게 흘긴 그녀는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못 됐어요.........!”
“하하하.........! 무슨 생각을 했는데?”
“몰라요. 짓궂어요.”
민기의 야한 유머였지만 난정은 도리어 훨씬 편안해질 수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난정은 다시 시집을 읽기 시작하고 침묵이 흘렀다. 그가 그녀를 다시 불렀다.
“난정 씨! 책은 나중에 봐요.”
“읽어보고 싶어서요.”
“남기남이란 수수께끼 알아요?”
“글쎄요........!?”
난정은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기도 하였다. 민기가 혼자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또 엉뚱한 얘기를 할 것 같아서 빤히 쳐다봤다. 그가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어떤 남자가 나처럼 여자에게 남기남이라는 수수께끼를 아느냐고 물었는데, 여자는 알지 못하기에 무척 궁금해서 캐물었데요. 남자는 술을 사면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술을 사줘도 남자가 가르쳐 주지 않자, 여자는 화가 나서 술을 마구 마셨어요.”
“.........”
“여자는 궁금해서 남자의 방까지 쫓아갔다는군요. 옷을 벗으면 가르쳐 준다고 하기에 오기가 생긴 여자가 옷을 벗는 것을 보고 남자도 벗었어요.”
“........!?”
“여자는 자신을 침대에 쓰러트리는 남자를 보고 놀랐어요. 남자의 우뚝 솟은 그것을 봤던 거지요. 놀란 여자가 뭐라고 그랬을 것 같아요?”
“네........!? 몰라요!”
남정은 발가벗은 남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남자의 성기를 떠올린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잘못 판단했다가는 또 민기의 엉뚱한 대답을 들을 것 같았다. 희미한 미소를 지은 그가 이어서 말했다.
“이 큰 것이 제 몸속에 다 들어오나요? 라고 여자가 물어보니, 남자가 ‘그럼, 이걸, 남기남!’ 이라고 수수께끼 답을 알려줬데요.”
“남, 기, 남.......!? 이 잉! 정말 못 됐어. 민기 씨! 저질이야........”
한마디씩 끊어서 읊조리던 난정은 단어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얼굴을 붉힌 그녀는 민기의 어깨를 마구 두들겼다.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외면하고 옆으로 돌아앉았다. 그는 천연덕스런 표정을 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토라진 그녀의 앙큼한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러웠다.
민기가 난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토닥거렸다. 그녀의 목덜미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준 그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스킨십을 하는 그에게 곱게 눈을 흘겼다. 강릉을 빠져 나간 승용차는 바다가 보이는 해안 도로를 달렸다. 그는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에 승용차를 주차시켰다.
모래사장 위를 거닐고 있는 청춘 남녀들의 다정한 모습들이 보였다. 승용차에서 내린 민기와 난정도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난정은 이제까지의 고통과 아픔이 한꺼번에 파도에 씻겨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한결 밝은 표정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 황혼이 짙게 드리워졌다.
파도가 밀려드는 바다를 넋을 잃고 바라보던 넋을 난정이 키들거리며 뛰어가는 아이들과 부딪쳐 넘어졌다. 민기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벗겨진 구두를 신겨주고 일어난 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의 배려 깊은 자상함에 감동을 느꼈다.
민기가 난정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그녀는 허리를 감싸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비로소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사랑! 그녀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인적이 드문 바닷가까지 걸어간 그가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그의 눈빛에 현기증을 느껴 눈을 감았다.
난정의 입술에 민기의 입술이 포개졌다. 가벼운 키스에 이어 그의 혀가 그녀는 입술을 벌리고 들어갔다. 그의 가슴에 갇힌 그녀는 짜릿한 감흥에 젖었다. 그의 입속으로 혀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녀는 뜨거운 체온이 전달되는 그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지적인 이미지의 그에게 다른 면모를 느꼈다.
민기는 난정의 첫 인상보다는 다정다감하고 열정적이며 풍부한 감성을 지닌 남자였다. 긴 키스 후 그는 그녀의 양 볼을 받쳐 들고 한동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려다 봤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만족감에 젖었다. 그들이 다시 승용차에 올랐을 때 바닷가에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들은 설악산 입구로 들어가서 그랜드 파크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그들은 나이트클럽에서 와인을 마시며 공연을 즐겼다. 그리고 그들은 밖으로 나와 수복들이 잘 정리된 정원을 거닐었다. 어둠을 밝히는 조명등 밑을 손을 잡고 거니는 그들은 꾸밈없이 미래를 약속하는 말들을 속삭였다.
“우리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의지하고 살아요.”
“네. 민기 씨만 믿고 변치 않게 살고 싶어요.”
이슬이 내리는 정원을 거닐던 그들은 늦은 밤에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난정은 민기의 여자가 되는 행복함에 젖었지만 막상 호텔 방으로 들어오니 부끄러웠다. 샤워를 하려는 그녀는 TV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그의 시선을 의식하고 되로 돌아서서 옷을 벗었다. 그러나 그는 옷을 벗고 있는 그녀의 몸매를 훔쳐보고 있었다.
타월로 앞가슴을 가리고 몸을 사리며 돌아선 난정과 민기의 시선이 마주쳤다. 반짝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몸을 돌려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그는 흡족했다. 아담하면서도 탄력 넘치는 그녀의 엉덩이는 앙증맞았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욕실을 나와 재빠르게 침대위로 올라가 모포를 뒤집어쓰고 누웠다.
난정이 긴장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민기도 샤워를 하고 나왔다. 욕실 문 여닫는 소리를 듣고 모포를 들추고 바라본 그녀는 다시 모포를 뒤집어썼다. 팬티만 걸친 그의 균형 잡힌 건장한 체격을 봤던 그녀는 처음 결혼한 여자처럼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녀는 침대위로 올라와 모포를 들추고 옆에 눕는 그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옆으로 누운 민기가 난정을 끌어안았다. 정신적으로 안기고 싶었던 남자의 손길에 그녀는 탄성을 흘릴 뻔했다. 그녀는 그의 손아귀 속으로 온 몸이 딸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는 그의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을 감미하였다. 그녀의 젖가슴 위에 엎드린 그가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보듬었다.
그들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입술을 마주했다.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탐닉했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의 손은 조각품을 다루듯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마술사의 손처럼 그의 손이 그녀의 예민한 살갗들의 돌기를 일으키고 다녔다. 그는 자신의 팬티를 벗고 그녀의 가운을 벗겨냈다. 발가벗겨진 그녀의 몸이 그의 손끝에서 뜨거워졌다.
민기는 난정의 젖가슴을 보듬어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육체는 한동안 종우에 의해 뜨거워졌던 불씨가 갇혀 있었다. 그녀의 몸속에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었다. 갇혀 있던 불씨가 활활 피어나 그녀의 몸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젖가슴을 애무하며 진한 키스를 하던 그의 혀가 젖꼭지의 돌기를 일으키더니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읍.........!”
난정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온 몸이 뜨거운 열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짜릿함이었다. 예민함을 보이지 않으려던 그녀는 젖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머리를 보듬었다. 발가벗고 하나가 된 그들은 서로의 육체를 갈구하는 숨결을 흘렸다. 그녀의 젖꼭지를 번갈아 입속으로 빨아 당기는 그의 손끝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음.........”
“아.........”
그들은 서로의 작은 숨소리만으로도 육체가 하나가 되었다. 난정은 음모를 쓸어내리는 민기의 손끝이 음순을 건드리는 촉감에 허벅지를 조였다. 그의 손끝은 유리잔을 만지듯이 그녀의 보지와 음모가 돋아난 둔덕을 스치고 지나다녔다. 그녀의 몸은 활화산에 던져진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녀의 흥분한 얼굴을 내려다보는 그는 손끝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끝이 매끄러워진 보지를 애무할수록 그녀의 허리가 꿈틀거렸다.
“아 으.........”
“흐 읍..........”
민기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민기는 황홀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난정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여자의 선정적인 아름다움이 남자에게는 성욕의 불길이었다. 그의 하복부에는 잔득 발기한 페니스가 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그녀는 끈질기게 젖가슴과 허벅지 사이를 애무하는 그의 손길에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미, 민기 씨.........!”
“나, 난정 씨는 내 여자야.......”
민기의 한마디는 난정의 육체를 더욱 불길에 휩싸이게 하는 촉매제였다.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신의 남자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고 내려다보는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의식했다. 그리고 그녀는 흠칫하였다. 그의 하복부에는 거대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순간 난정은 종우를 떠올렸다. 민기의 페니스는 종우 못지않게 우람하였다. 그는 매끄러운 이슬에 젖은 꽃잎처럼 피어나는 그녀의 진홍빛갈의 보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충혈 된 눈동자로 내려다보던 그는 발기된 페니스를 움켜쥐고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종우를 떠 올리던 그녀는 들이마신 숨을 급히 멈추었다.
“아 읍..........!”
“흐 읏..........!”
난정은 보지 속으로 치밀고 들어오는 페니스에 골반이 뻐근하여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상체를 들어 올린 그녀의 시야에는 보지 속에 반쯤 틀어박힌 우람한 그의 페니스가 들어나 보였다. 그녀는 마치 종우의 페니스를 받아 드리는 환상에 젖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보지 속 끝까지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자, 자기야! 사, 사랑해........”
“.........”
난정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민기는 왈칵 매달리는 그녀의 상체를 들어 올리며 페니스를 천천히 진퇴시켰다. 그들 사이에 더 이상의 어색함이나 쑥스러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부부일 뿐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발가벗은 그들은 거친 숨소리를 흘렸다.
“읍, 하 으, 으 읍, 하 아.........”
“헉, 윽, 읍, 읍.........”
황홀한 늪 속을 헤매는 난정에게 더 이상의 기쁨이나 행복은 없었다. 그녀는 정신적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만족했다. 그녀는 연거푸 엑스터시의 회오리 속에서 빠져들며 허우적거렸다. 기절할 것 같은 쾌감에 그녀는 그의 등을 움켜쥐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결국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리며 들이마신 숨을 목구멍에서 멈추었다.
“하 윽~! 사, 사랑해.........”
“헉........”
민기는 난정의 보지가 미랑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보지 속에서는 미랑보다 많은 오르가즘의 눈물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뒤늦게 절정의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끈적거리는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회전시키기도 하고 급히 빼냈다가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 그리고 허벅지와 진액이 마찰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읍, 하 으, 으읍, 하,........”
“찌거덕, 찌걱, 탁탁 탁, 찌거덕........”
오르가즘의 정상에서 난정은 반복되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기가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보듬고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발가벗은 몸은 멈출지 모르고 흔들리고 있었다. 살며시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쌍꺼풀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 그녀가 종알거렸다.
“보지 말아요. 창피해요........”
“우린 몸도 마음도 하나야. 나를 느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민기가 난정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페니스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순간 그녀는 이를 악물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의 페니스가 뼈끝까지 잇닿은 것 같아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민기는 곱게 눈을 흘기며 신음을 흘리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아 읍! 너, 너무해.........”
“내가 좋아?”
“네........!”
“지금까지 어떤 남자가 제일 좋았어?”
“몰라요! 그딴 걸 물어봐. 아 읍........”
민기에 의해 발가벗은 몸이 흔들리는 난정은 콧소리를 흘리며 외면했다. 부부생활의 경험이 있는 그들은 이미 성생활에 익숙하였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안겨 쾌감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에 만족했다. 그렇지만 남자는 여자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다시 물었다.
“우리 사이에 감출 것이 뭐있어! 어떤 남자가 제일 좋았어?”
“자기요........! 자기는 어떤 여자가 좋았어요? 아내.........!?”
“밤새도록 매달리는 아내의 의부증에 질렸어.........”
“정력이 좋은가 봐요. 미랑이라는 여자는요......!?”
“당신이 제일 좋아.........”
“피 잇~!”
입술을 삐죽 내민 난정은 쾌감을 참지 못해 둔부를 들썩거렸다. 쾌감을 느끼는 그녀의 표정에 민기는 더욱 흥분이 되었다. 그는 그녀의 보지 속에서 빼냈던 페니스를 깊이 밀어 넣었다. 그녀는 또 다시 밀려드는 오르가즘에 입술을 벌렸다.
“아, 안 돼.........난 몰라.......”
“헉........!”
오르가즘을 참고 견디던 민기는 난정의 보지 근육이 페니스를 휘감는 뜨거움을 느꼈다. 온 몸이 녹아내리는 혼돈 속에 그는 그녀를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또한 다시 봇물처럼 터지는 오르가즘에 휘말려 치를 떨었다. 한 치의 여유도 없이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는 보지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바들바들 떨었다.
“허 읍!”
“헉~!”
동시에 신음을 터트린 그들은 헐떡거리는 숨을 뱉어냈다. 거칠었던 숨소리가 잦아지고 그들은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황홀한 희열 속에 빠진 난정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안락한 육체관계였기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만약 꿈이라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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