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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것 - 1부5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24 969회 0건
호텔로 들어간 희정은 프런트에 오고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숙여 걸어간 그녀는 엘리베이터 앞의 사람들 틈에 섰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그녀는 현기증을 느껴 뒤뚱거렸다. 형광판에 나타난 층수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는 호텔 룸이 507이었는지 705이었는지 가물가물하였다.

희정은 아마도 낮은 층이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고 7층에서 내렸다. 양탄자가 깔린 복도는 적막이 깃들어 있어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녀는 다시 5호실인지 7호실인지 기억이 흐릿했다. 5호실 앞에 서서 망설이며 초인종에 몇 번인가 손을 뻗쳤다가 멈췄다. 큰 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옆의 호실 문이 열렸다.

열린 문사이로 가운 차림의 남자가 희정을 바라보면서 손짓을 했다. 앞머리 벗겨진 교무주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아! 7호실이었나? 하고 몸을 돌렸다. 그녀는 남자의 손짓에 이끌리듯이 7호실 앞에 가서 섰다. 그녀가 서는 동시에 남자가 룸 안으로 그녀를 끌어 들였다.

식물인간처럼 끌려 들어간 그녀는 벽에 기대서서 천장을 바라봤다. 누워서 보라고 했는지 침대 위쪽의 천장에는 선정적인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희정의 귀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지.”
“..........”

항상 존댓말을 하던 남자는 반말을 했다. 정복하려는 자의 오만인지도 모른다. 희정은 어떤 식의 말이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이도 생김새도 어떤 사람인지도 알 필요가 없다. 단지 그녀의 육체를 필요로 하는 남자이기에 감정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다시 남자의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 여사! 돈은 가져왔겠지?”
“........”

희정은 속이 매스껍고 구역질이 났다. 갑자기 그녀는 돈을 주면서까지 여자의 육체를 제공해야 하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그녀는 손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주었다. 봉투를 받아든 남자가 돈을 꺼내 확인했다.

남자는 봉투를 옷걸이에 걸어 놓은 양복주머니에 넣고 희정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남자가 다가와 옷을 벗기려 할 때 손을 내밀었다. 남자의 의혹어린 눈빛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억양이 없는 말투를 흘렸다.

“영수증.........”
“아.......! 좋아. 돈을 받았으니 영수증은 줘야지.”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양복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찢더니 볼펜을 들고 응접탁자에 엎드렸다. 늙은 남자의 보기 흉한 엉덩이가 그녀를 향해 들려 있었다. 남자가 작성한 영수증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말없이 사인을 한 영수증을 보다가 다시 또박또박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직함! 집 주소 !........”
“깐깐하기는! 주민등록번호 있잖아.”

희정은 여전히 다른 말없이 남자를 쳐다봤다. 어이가 없다는 남자의 눈빛과 무표정한 그녀의 눈빛이 마주쳤다. 입맛을 다신 남자가 희죽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난 약속을 지킬 테니, 문제를 일으킬 생각 말아.”

남자가 다시 탁자에 엎드려 희정이 요구한 사항을 적어 넣었다. 남자가 다시 희정에게 작성한 영수증을 건네줬다. 희정은 영수증의 자신이 필요한 사항을 획인하고 손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은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워서 모포를 턱까지 끌어 당겼다.

남자는 세심한 성격인지 방문을 확인하고 전등불 스위치를 끄더니 붉은 침대등불을 켰다. 붉은 등불이 켜진 방안은 선정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침대위로 올라간 남자는 그녀 옆에 누워 모포를 밀어 냈다. 붉은 등불을 받은 그녀의 발가벗은 알몸에서 윤기가 흘렀다. 남자는 그녀의 젖가슴을 관찰하듯이 손바닥으로 문질러 봤다.

“하아! 나이보다 역시 탄력 있고 보드랍군. 내가 여자 보는 눈은 있지.”
“.........”

무표정하게 다리를 가지런히 하고 꼿꼿하게 누워있던 희정은 눈을 감았다. 남자는 신기한 표본을 감상하듯이 그녀의 젖가슴을 둥글게 문지르기도 하고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마찰을 하기도 했다. 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젖꼭지에 닿았다. 그리고 남자의 입속으로 젖꼭지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희정은 절대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남자의 손길에 반응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젖꼭지가 남자의 혀끝에서 돌돌 말리는 순간 그녀는 저절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한동안 그녀를 더듬고 애무하던 남자의 숨결이 높아갔다. 그리고 남자의 손이 그녀의 음부를 더듬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게 했다. 생리적 현상인가, 붉은 등불을 받은 그녀의 보지는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음모를 쓰다듬기도 하고 음순을 손가락으로 굴리던 남자는 자신의 가운을 벗고 알몸이 되었다. 다시 그녀의 보지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음, 피부가 까무잡잡해서 섹시하고, 보지도 예쁘네.......”
“...........”

“매끄럽게 젖었네. 남편이 무척 좋아 하겠군.”
“..........”

희정의 보지와 젖가슴을 주무르던 남자는 흥분하여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도 감정을 억누르고 있기는 하지만 자극을 받은 온 몸이 예민해져서 인내하기가 더 어려웠다. 양손으로 모포를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이따금 바르르 떨렸다. 남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녀의 보지 속에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순간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딸렸다.

보지 속에 페니스를 밀어 넣은 남자는 희정의 배위에 엎드렸다. 그녀의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기는 남자의 몸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녀의 몸도 덩달아 흔들렸다. 몇 번인가 그녀의 보지 속에 들어간 페니스를 좌우로 흔들기도 하며 거친 숨을 토하던 남자가 넋두리를 했다.

“하 우! 미치겠다.”

남자의 엉덩이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음과는 달리 물결처럼 밀려오는 성감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의 엉덩이가 격렬하게 움직였다. 남자의 거친 호흡에는 마치 병자의 쉰 숨소리 같았다. 그리고 남자는 그녀를 부둥켜안으며 경직되었다.

“하 윽!”
“.........”

모포를 움켜쥔 희정은 하마터면 남자를 끌어안을 뻔했다. 보지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남자의 뜨거운 정액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엑스터시를 느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너무나 허전했다. 음식을 먹기도 전에 체한 기분이었다. 혼자서 오르가즘을 느낀 남자는 헐떡거리며 그녀의 몸 위에서 쓰러지듯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리고 공연히 한마디 했다.

“에이! 돌부처 같으니까. 재미도 없고 일찍 싸버렸잖아............”
“...........”

남자는 자신이 나이든 것을 망각하는 모양이었다. 남자의 말을 흘려버린 희정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쉬운지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노려보앗다. 번쩍거리는 남자의 앞이마를 바라보며 그녀는 속이 메스꺼웠다. 남자가 탁한 목소리를 흘렸다.

“왜! 벌써 가려고? 한 번만 더 안아보면 안 돼?”
“아까 준 돈.........”

목석처럼 서있던 희정은 남자에게 손을 벌렸다. 그녀는 돈이라도 돌려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자가 희죽 쓴웃음을 지었다.

“에이! 무슨 말이야! 그렇게 비싸?‘
“...........”

희정은 손복을 뿌리치고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사실 그녀는 남자에게 돈을 되돌려 받기도 싫었고 다시 남자의 정액을 받아내는 도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세면장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는 말없이 옷을 걸쳐 입었다. 남자는 그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쳐다봤다. 그리고 남자도 일어나 옷을 걸쳐 입으며 말했다.

“처녀도 아니고. 우리 서로 좋다고 하는 건데, 더 있다가 가지.”
“...........”

희정은 대꾸도 하지 않고 룸 문을 열고 나왔다. 교무주임이 뒤따라 나왔다. 조심스러웠던 복도를 그녀는 당당하게 걸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젊은 남자가 젊은 여자의 허리를 껴안고 있었다. 희정은 아마도 연인끼리 정사를 하고 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층 프런트 앞을 지나는데 교무주임이 그녀 옆에 바짝 붙어 걸으며 말했다.

“종우 문제는 내가 잘 처리하고 논술대회도 나가게 할게, 우리 언제 다시 만나지?”
“우리 아들 문제는 당연하지. 아니면 당신 가만 안 놔둬..........”

희정은 냉정하고 사무적인 말투를 뱉어냈다. 그녀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교무주임은 호텔 입구를 지나 층계를 내려오면서도 그녀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우산을 두고 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교무주임이 그녀에게 우산을 받쳐 주었다.

호텔을 드나드는 사람들 시선을 의식한 희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층계를 내려가다가 무심코 뒤돌아 본 희정은 온 몸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호텔 입구에서 내려오던 젊은 남자의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종우가 잔뜩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뒤돌아 본 교무주임도 종우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는 슬그머니 희정의 곁을 벗어나 층계를 내려가더니 재빨리 안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희정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노려보고 있던 종우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엄마.......! 왜, 교무주임하고 거기서 나와?”
“응.......!? 응! 우리 아들 문제 마무리 짓느라고........”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
“그럼, 엄마가 왜 교무주임을 만났겠니?”

“엄마가 호텔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는 것 다 봤어. 엄마! 교무주임이 어떤 사람인줄 알아?”
“어떤 사람이긴.......! 교무주임이지.”

희정은 아들이 의심 할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일층에 제과점이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이층부터는 호텔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봤다면 뭐라고 변명해도 이해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는 엉겁결에 아들을 위한 일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종우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 사람 소문 난 사람이야. 바람둥이라고 소문난 사람이야.”
“그것과 무슨 상관있니?”

“자모회 어머니들하고 이상한 소문도 있었는데........”
“엄마를 믿어, 아들을 위해서 엄마가 살고 있는 거야.”

“엄만 전부 거짓말이야! 나 오늘부터 집에 안 들어가!”

종우는 한마디를 뱉어놓고 층계를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교무주임 스스로 종우와 같은 말을 실토했었다. 희정은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주저앉을 것 같은 그녀는 아들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뒤쫓아 갔다. 그러나 아들을 뒤따라가기는 역부족이었다. 뛰어가던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멈추어 섰다. 어떻게든지 아들을 이해시켜야 했다.

희정은 휴대폰을 꺼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빗방울을 맞으며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집으로 돌아온 희정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종우가 안 돌아온다면 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종우는 더 남편의 증오를 받을 것이다. 종우가 집에 안 들어오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도 그녀는 모르겠다. 종우하고 만난 것을 설명하자면 교무주임과 만난 것이 들어날 수도 있다. 그녀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주방으로 들어간 희정은 양주를 꺼내서 식탁 앞에 앉는다. 잘 마시지 않는 술이지만 도저히 맑은 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컵에 양주와 냉수를 따라 한꺼번에 마셨다. 짜르르한 아픔이 내장 속으로 흘러 내려갔다. 그녀는 다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쉰 그녀는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제발 전화 받을래? 엄마가 아들 없이는 못 산다는 걸 알지.”

몇 번인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휴대폰을 들고 씨름을 하던 희정은 취기가 올라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술이 모지란 탓일까. 그녀는 다시 양주 한 잔을 더 따라 마셨다. 현기증을 느끼는 그녀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교무주임, 그 놈이 약속은 지킬까. 직장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들의 말처럼 그놈도 솔직히 감춰야 할 말을 했다.

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식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차임벨 소리에 눈을 뜬 그녀는 머리가 뻐근했다. 창문에는 벌써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아들이 돌아 온 것일까. 아니면 남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후다닥 일어나 현관 모니터를 봤다. 깐깐한 표정의 남편 눈빛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은 그녀는 현관문 스위치를 눌렀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민식이 거실로 들어왔다. 희정은 자책감에 흠칫하였다. 자신의 몸에서 다른 남자의 체취가 흘러나오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남편의 눈치를 살피던 희정은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남편이 종우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했다. 얼른 남편이 벗는 점퍼를 받아 들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힘들었지요! 시장할 텐데 저녁 준비할게요.”
“응.......!”

민식은 소파에 털석 주저앉으며 리모컨을 집어 들어 TV를 켰다. 남편의 점퍼를 옷걸이에 걸어놓은 희정은 부리나케 주방으로 향했다. 찌개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는 희정의 관심은 거실에 있는 남편에게 향해있었다. 거실에서 남편이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여보~!”
“네!”

희정은 한걸음에 달려와 남편 앞에 섰다. 그녀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할지 두렵다. 남편 앞에 서 양손을 모으고 서있는 그녀는 무조건 복종해야하는 하녀의 자세였다. 그런데 그녀를 올려다보는 민식의 표정은 왠지 거북스러워 보였다.

“나. 말이야.........”
“네.......!?”

“이번 주말에 친구들과 중국여행 다녀와야 하는데.........”
“.......중국예요?”

“응! 그동안 모은 회비가 있거든. 5일 약정으로 가는데, 당신도 같이 갈래?”
“부부동반예요?”

남편이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은 처음이기에 희정은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물음에 남편은 어눌한 표정이다. 주말이라고 하지만 이틀이 남았다. 빙긋이 미소를 띠운 민식이 주저하더니 헛기침을 했다.

“뭐.......같이 가는 사람도 있고.”
“그럼, 당신이나 머리도 식힐 겸 다녀오세요.”

다른 날 같으면 희정은 남편의 여행에 동행했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말은 고맙지만 희정은 아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도 말은 그렇지만 그녀가 동행하는 것을 원치 않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쩌면 종우가 집을 나가 있는 상태에서 남편이 없다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럴까! 괜찮겠어?”
“나는 나중에라도 갈수 있으니까요.”

희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편의 앞을 떠났다. 저녁식사를 남편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그녀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남편을 힐끔 바랄 볼 때마다 그녀는 교무주임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들의 모습이 짙게 떠올랐다. 아들의 여자가 되기 전에는 오직 남편만을 알았던 그녀였다. 그런데 교무주임이 쏟아낸 분비물의 불쾌감을 느끼는 그녀는 죄책감을 느꼈다.

다음날도 희정은 집안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집안을 배회하는 그녀는 수시로 아들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내 아들’이라는 통화기록으로 빽빽하였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지나도록 아들의 소식을 알 수 없는 희정은 번민과 고통의 시간 속에 파묻혔다.

아침부터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회색빛갈의 하늘이었다. 희정은 남편이 가게로 나가는 대신 여행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가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편은 아들에게 관심이 없는지 물어 보지도 않았다. 그녀가 염려했던 것이라 다행이지만 이제는 자식이 안중에도 없는 남편이 야속했다. 그녀는 허전한 마음으로 소파에 웅크리고 앉았다. 모두가 떠나고 팅 빈 도시 같은 거실이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몸을 요구할 아들이 없으니 집안은 더욱 쓸쓸해 보였다. 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역시 아들에게 통화를 시도해도 상대가 받지 않는다는 멘트만 흘러 나왔다. 그녀는 아들에게 음성 녹음을 남겼다.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는 너 없으면 못 산다는 걸 알지? 아버지는 아직 네가 집을 나간 것은 모르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니 집에 들어와. 엄마가 죽으면 집에 들어올 거니? 네가 없는 하루하루는 엄마의 고통이다.”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로서 희정의 간절한 애원이었다. 아니 어쩌면 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자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사실 종우는 엄마에게서 수없이 걸려왔던 전화와 문자를 알고 있었다. 그 시간에 종우는 이모 난정의 집에 있었다. 지난밤에 친구 집에서 자고 잠간 들린 것이었다. 그는 엄마의 음성 녹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엄마의 음성을 듣고 있는 그에게 난정이 커피를 끓여다 주며 안타까워했다.

“종우야! 엄마 걱정하는데 집에 왜 안 들어가는 거야! 무슨 일야? 너, 여기 있다고 엄마한테 말해줄까?”
“이모는.......! 내가 말하지 말라잖아. 엄마한테 알리면 나, 멀리 가버릴 거야.”

“무슨 일인데, 그래! 너 큰일 저질렀구나?”
“큰일은 뭐.......! 친구하고 싸우긴 했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엄마가 화를 내잖아. 아버지도 싫고 엄마도 싫어.”

“그건 엄마가 아들을 사랑해서 그런 거야.”

이모의 말을 종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텔에서 교무주임과 같이 나오던 엄마가 증오스러웠다. 그는 호텔 일층 제과점에서 만난 친구와 헤어져 나오다가 엄마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는 것은 호텔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교무주임의 자모회 어머니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니 확실한 사실이지만 누구도 밝히는 사람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뿐이었다.

종우는 엄마가 영원히 자신의 여자이기를 바랬다. 성관계를 할 때 희열을 느끼는 엄마의 모습은 환상이었다. 그는 엄마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남자는 자신뿐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교무주임과 알몸으로 뒹굴었을 엄마를 생각하면 피가 끓어올랐다. 그가 알고 있는 소문대로라면 교무주임은 아들의 징계 무마를 조건으로 엄마의 몸을 요구했을 것이다.

울화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른 종우는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들어 꿀꺽 마셨다. TV 화면을 주시하는 난정은 이따금 종우를 곁눈질했다. 그녀는 종우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언니가 핏덩이였던 종우를 입양한 비밀을 알고 있고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언니가 종우를 어린아이처럼 애지중지하는 모습에 익숙한 난정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던 종우가 어엿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의 우람한 페니스가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종우를 어린애 다루듯 하는 언니가 신기했다. 생각을 하던 그녀의 볼이 볼그스름해졌다. 종우와 시선이 마주친 것이었다.

“..........!”
“...........!”

힐끔 종우를 쳐다보던 난정은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의 우람한 페니스를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우가 겸연쩍은 미소를 띠었다. 그도 그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발가벗고 교무주임에게 안겼을 엄마를 상상하다가 문득 세면장에서 보았던 이모의 나신을 함께 떠 올린 것이다.

종우가 봤던 이모의 발가벗은 몸은 엄마보다 날씬하고 곡선미가 있었다. 그는 엄마의 화사한 미모보다 인형처럼 오목조목하고 통통한 미모를 지닌 이모가 좋았다. 또한 까무잡잡한 엄마의 피부보다 이모의 피부는 하얗고 윤기가 흘러 보였다. 물론 엄마보다 네 살이 어리기에 그렇겠지만, 매끄럽고 탄력 넘쳐 보였던 이모의 피부는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공연히 겸연쩍은 생각에 집안을 둘러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은주는 자고 있나........!”
“아니, 아침식사도 안하고 나갔다. 좋아하는 가수 리사이틀에 간다고. 게는 공부도 안하고 밤낮 싸질러만 다니니, 큰일이다. 하기야 제 운명, 제가 타고난걸 뭐.”

“이모! 너무 걱정 마. 공부는 할 때 되면 할 테니.”
“종우도 엄마 속 썩이지 말고 집에 들어가.”

난정은 허리를 굽혀 탁자에 놓인 리모컨을 집어 들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소파에 등을 대고 있던 종우는 심호흡을 했다. 굽히고 있는 이모의 탱글탱글하고 투명한 피부의 젖가슴이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훤히 보인 것이다. 순간 그는 젖가슴을 움켜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는 불쑥 이모의 등을 껴안았다.

“난, 이모가 엄마면 좋겠어.”
“얘......! 얘는......”

갑작스런 종우의 행동에 난정은 흠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엄마라면 좋겠다는 종우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조카의 체취가 아니고 남자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남편을 잃고 그녀가 남자에게 안겨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종우의 손길이 언제 블라우스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얘는! 네 엄마가 들으면 실망하겠다.”
“정말이라니까. 이모는 내가 싫어?”

“싫기는........! 나도 너 같은 조카가 있어서 좋지........”
“이모는 또 다른 엄마인걸 뭐.”

여전히 TV를 응시하지만 난정의 신경은 블라우스 속에 들어온 종우의 손에 있었다. 종우의 시선도 그녀의 젖가슴에 닿을 것 같은 자신의 손끝에 있었다. 브래지어 밖으로 들어날 것 같은 젖꼭지를 보는 종우의 심장이 터질 것 만 같았다.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손은 어느새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은주가 만지는 건가........!”
“............!”

머릿속이 아찔한 난정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한손에 리모컨을 한손은 허공에서 그녀는 당황하였다. 그리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면 더욱 이상 할 것 같았다. 그녀는 문득 언니가 종우의 스킨십을 받아주는 것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이모의 입장에서 태연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너, 까불어! 손 치워. 징그러.”
“하하! 엄마는 받아 주던데.........”

“내가....... 엄마하고 같니?”
“이모도 작은 엄마지, 뭐.”

난정은 하마터면 옅은 신음을 흘릴 뻔했다. 종우의 손가락 사이에 젖꼭지가 돌돌 말려지는 것이었다. 온 몸의 돌기가 민감해지며 나른해지는 그녀는 공연히 사타구니 사이가 촉촉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뒤돌아 앉으며 주먹으로 종우를 후려치려고 했다.

“너! 정말 혼나볼래?”
“하하.......! 이모 얼굴이 빨개졌네........”

웃음을 터트리는 종우가 휘두르는 난정의 손목을 잡았다. 난정은 종우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고 종우는 그녀의 손목을 놓치지 않으려고 엎치락뒤치락 하였다. 난정은 남자의 힘을 당할 수 없었다. 약이 오른 그녀가 손목을 잡은 종우의 손을 입으로 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밀려 소파에 벌렁 누었다.

“이거 안 놔! 정말 까불 거야!”
“이모가 때리려고 하니 그렇지.”

종우가 난정의 하복부를 깔고 앉은 자세였다. 호흡이 거칠어진 그들은 씩씩거리며 시선을 마주하였다. 난정은 이글거리는 남자의 눈빛을 의식했다. 아울러 그녀는 허벅지 사이에 잇닿은 뜨거움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종우의 우람한 페니스를 떠올린 그녀의 둔부가 꿈틀거렸다. 몸을 굴려 소파에서 떨어진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이모한테 혼나 볼래!”
“하하하.........!”

얼굴이 빨갛게 된 난정이 빗자루를 들어 종우를 후려쳤다.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는 휘두르는 빗자루를 팔로 막으며 피해 도망쳤다. 거실을 빙빙 돌던 종우는 옆에 열린 방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악이 바친 난정이 빗자루로 문을 마구 두들겼다.

“너, 문 안 열어!”
“하하! 빗자루로 때리면 아프단 말이야.......”

“문 안 열면. 엄마한테 너, 여기 있다고 한다.”
“그럼, 난, 영영 집에 안 들어 갈 거야.”

그렇다고 난정은 언니에게 종우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순간적으로 느꼈던 충동의 열기인지 그녀는 진저리가 쳐졌다. 젖가슴에 종우의 손길에서 전해왔던 짜릿함이 다시 느껴졌다. 남편이 죽고 독수공방하면서 잠재되어 있던 본능의 불씨였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빗자루를 내려놓으며 종알거렸다.

“나오기만 해봐라.”
“..........”

방문 앞이 조용해지자 종우는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풋풋한 체취가 흐르는 은주의 방이었다. 책상 앞에 앉은 그의 시선이 작은 상자에 꽂힌 메모 쪽지들을 향했다. 꽃무늬의 쪽지들을 꺼내 읽어보니 은주가 남자친구들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메모들을 하나씩 읽던 중 그의 관심을 끄는 글이 있었다.

[내 사랑 은주! 넌, 영원한 내 여자야. 네 몸을 간직했던 순간들은 영원할거야. 오늘도 너를 안고 싶은 마음! 잠을 이룰 수 없구나. 은주 가슴 속에 언제나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

메모를 읽은 종우는 기가 막혔다. 메모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은주는 이미 남자를 경험한 것이었다. 문득 그는 은주가 놀기 좋아하고 밤늦게 돌아다닌다는 이모의 말을 떠올렸다. 빙그레 미소를 흘린 종우는 메모지를 제자리에 던져 놓았다. 방을 나오니 주방에 있던 난정이 그를 향해 왔다. 그녀는 종우가 항복한다는 자세로 양손을 드는 모습을 보고 눈을 흘겼다.

“그럼 집에 들어 갈 거지?”
“응! 친구 만나고 들어갈게.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약속이다!?”
“알았어.”

손을 들어 보인 종우가 현관으로 향했다. 난정이 뒤쫓아 와서 그가 운동화를 신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허리를 굽혀 운동화를 신은 종우가 불쑥 뒤돌아서더니 난정의 젖가슴을 양손으로 와락 움켜쥐었다. 깜짝 놀란 난정이 그의 손을 뿌리치고 주먹을 휘둘렀다.

“너, 또.........”
“하하하........! 이모가 좋아.”

장난기 섞인 웃음을 터트린 종우가 현관문을 열고 도망쳤다. 난정은 한동안 석고상처럼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젖가슴을 문질렀다. 종우가 너무 우악스럽게 잡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뒤이어 오는 짜릿함에 스스로 젖가슴을 문질렀다. 그녀는 무언가 알지 못할 아쉬운 감정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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