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년만에 이어서 올리네요...
죄송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얼마나 잤을까
콧잔등이 간질거려 잠에서깼지만 눈을뜰수가 없었다
( 아..... 그렇지....)
아주 잠깐동안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몰랐지만 내얼굴 바로앞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는 그녀덕에 비로소 전 상황이 하나씩 떠올랐다
힘겹게 눈을뜨고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범인은 그녀의 머리카락임을 알수있었다
내쪽으로 돌아누운채 두손을모아 가지런히 자신의 가슴쪽에붙히고 최소한의 호흡으로 살아있다는 표시를하며 나지막히 잠들어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보고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창문밖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윤곽만 보일뿐 자세하게 보이지않았다
나의 오른팔은 그녀가 베고있었고 왼팔은 잘록한 허리에 올려져있었다
어떻게 이자세로 서로 잠들었는지 기억이없지만 지금 내눈앞엔 열정적으로 사랑을나눈 여인네가 있을뿐이다
왼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걷어올려 귀밑으로 넘긴다
< 으음.....>
그녀의호흡이 잠깐, 아주잠깐 멈칫했고 가슴깊은곳에서 나오는 낮고짧은 허밍음이 내 심장앞에서 울렸다
찰나의순간 손동작을 멈추고 다시 그녀의 허리위로 손을 원위치시켰다
이토록 곱고 이쁘게 잠든그녀를 깨우고싶지 않았다
오버하지않은 정숙한 화장기에 일자로 닫혀있는 눈썹,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크기로 오똑서있는 콧대와 콧망울, 도톰하면서 위로 약간 말려올라간 입술...
참 잘어울리는 얼굴조합이었다
코와 입술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녀가깰까봐 참기로했다
또다시 피곤이 몰려온다
무거웠던 눈꺼풀에 힘을빼니 자동으로 두눈이 감긴다
얼마나잔걸까
무언가 내얼굴을 스치는 느낌에 잠이깼지만 눈을뜰수도, 이상황을 생각할 겨를도없이 또다시 잠이든다
때르르르르릉~~~
적막하던 작은방에 요란하게 전화벨소리가 울리지만 낯선벨소리였다
팔베게를하고 내품에서 잠들었던 그녀가 나보다먼저 반응하고 부스럭거리며 몸을돌려 바로떪쨈?br />
때르때르르르르르르르릉~~~
또다시 길게 벨이울리고 나는 이 망할놈의 벨소리가 모텔전화기의 소리라는걸 눈치챘다
< 네....>
< 퇴실 해주셔야 되는데요... 한시간도 넘었어요>
< 알겠습니다>
머리맡을 더듬거려 수화기를찾아 최대한 잠든목소리로 낮게깔아 대답했고 수화기너머에선 모텔에 들어설때 카운터에서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사내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머....>
그녀가 깜짝놀란듯 부스스 상체를 일으킨다
< .....시간이 .....>
< ..........>
무슨말이라도 해야할텐데 아무말이 생각나지않았다
지금이 몇시쯤인지조차 알수없었다
내 주머니의 휴대폰을 보면 시간을 알수도 있겠지만 나는지금 일어설수있는 상황이 아니다
잠시전 불같은 사랑을 나눴지만 불쑥 알몸을 내보인다는건 나도 그녀도 아직은 쑥스러울것이다
어쩔줄몰라 망설이고 있을때 그녀가 살며시일어나며 이불홑청을 끌어당겨 가슴을 가렸고 뒤쪽에 누워있던 나는 그녀의 가녀린목선과 곧게뻗은 등뼈를감싸고있는 상반신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 등도 이쁘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말뚝한테도 절한다했나?
이제 그녀의 모든것이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 7시네요....>
주의를 조금 더듬거려보니 협탁앞쪽에 시계가 붙어있었고 약한불빛으로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걱정되 돌아보며 물었다
< 가셔야되죠?>
바보같은 내물음에 역시나 바보같은 그녀의 대답이 나온다
< 가셔야죠....?>
< 불.... 켤까요?>
상가의 간판들이 불을켜서인지 조금전보다 실내가 약간 밝아진듯 했지만 이대로 옷을입기엔 무리가있지싶어 꺼낸말에 그녀가 의외의말을 던진다
< 잠깐만.... 조금만 더요...>
말을끝내기전에 슬며시 이불속으로 몸을숨기며 떪쨈?br /> 내게 등을보이며 누웠지만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리는바람에 그녀의 목덜미밖에 보이지않았다
나도 어느샌가 그녀쪽으로 몸을틀어 같은방향으로 누웠지만 혹시 몸의접촉을 싫어할까봐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있었다
잠을 좀더 자겠다는건지 좀더 안아달라는건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원하는대로 맡겨두기로했다
낯선 그녀의 뒷모습을보니 한편으론 측은한 마음이 든다
< 미안해요....>
< ..........>
무엇이 미안해서 뱉은말인지 나도 정확히 몰랐지만 정숙한 유부녀를 내맘대로 간통현장의 공범으로 몰고온것이 맘에걸렸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러나온 자리에서 무언의 허락이었다고는하나 어쨋든 그녀를취했고 벗은몸으로 같이 누워있는 이상황이 그녀가 후회할수도 있으리란 생각이든다
하지만 그말은 내행동에대한 합리화이자 남자라는 동물의 번식본능으로 이해하라는 비겁하고 옹졸한 변명이었다
날카로운 전화벨이 두번째울리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힘겹게 눈을뜨니 그의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내코앞에 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반사적으로 고개를돌리고 천정을향해 몸을 바로똑劾?내머리를 받쳐주고있던건 베게가아니라 그남자의 팔이란걸 알게되었다
누가먼저 팔베게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지않은 시간을 움직이지않고 숙면을 취할수있게해준 이남자가 고마웠다
그리 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오랫만에 깊게 잠들수있었다
이윽고 옆에서자고있던 그가 내몸이 움직이지않도록 조심스레 전화기를 집는다
< 네....>
.
.
.
< 알겠습니다>
처음 전화기를 집을때완달리 둔탁하게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무슨 전화인지 궁금했는데 전화기를 내려놓을때 비로소 그의 휴대폰이 아닌 모텔 인터폰인줄 알게되었다
아차!
난 시간이 얼마나지났는지 지금이 몇시정돈지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급히 일어난다고는했지만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깨지않은 몸은 생각보다 천천히 움직여졌다
다행힌것이 몸을 일으키며 난 나의 ^ 아무것도 걸치지않은 맨몸이라 가슴이라도 가릴생각으로 이불을 슬쩍 잡아당겼고 자연스레 한쪽다리가 접혀져 허벅지가 침대바닥에 닿았을때 무언가 따뜻한느낌이 전해졌다
내가쏟은 애액이란걸 눈치채기까진 그리 오래걸리진 않았다
( 세상에나....)
갑자기 무안해지기 시작했다
몇시간전인지는 모르겠지만 극도의쾌감으로 오늘 처음본 외간남자랑 살을섞었고 이렇게까지 내자신이 섹스의맛을 알고있다는게 신기했다
서로의온몸을 빨고 핥고 주무르고 만지며 미친듯 섹스를했다지만 이제 그 여운조차 식어버린 와중에 이남자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어졌다
잠깐동안 오늘하루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평소 남편에게선 한번도 느껴보지못했던 내육체의 반응이 이토록 뜨겁게 불살라지리라고는 생각지못했다
몇잔의술과, 분위기와, 의도하지많았던 일탈, 매너좋은 애무로 내몸속 깊은반응을 끌어올려 알게해준 이남자에게 감사하고싶을정도였다
< 시간이.....>
그에게 묻는것이 아니었다
핸드백속에 휴대폰을 꺼내면 알수도 있겠지만 등뒤의 이남자가 내몸을 훑고있는 상황에 섣불리 내가먼저 일어날수가 없었다
부끄럽다기보다는 한번 관계를 가졌다고 불쑥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개념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게 싫었다
그건 결혼전 20대 젊은여자들이나 할수있는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린다
........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7시라면 남편이 집에 오기까지 두시간정도 여유가있었지만 이곳에서 나가 집안까지 내가먼저 도착해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대하려면 지금쯤 준비하고 나가야한다
으스스한 냉기가 온몸을 한바퀴휘감고 등쪽에 모여있는듯하다
조금만더 눕고싶었지만 그가 가야되잖냐고 묻는다
볼일을 끝냈으니 이제 각자 와이프와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자는소리로 들린다
한번더 그의 의중을 물으려 내가 똑같은 질문을했지만 그는 내마음을 모르고 재촉하듯 말한다
< 불 켤까요?>
가려고 마음 먹은듯했다
약간의 서운함과 배신감이 교차하며 복잡한 머리속과는달리 나도모르게 잠깐만 더있자고 말한다
이불을 최대한 끌어올려 머리까지 덮으려했지만 무엇에 걸려서인지 얼굴위로 더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남자쪽으로 떪쨈募째?오래사귄 커플들에게나 어울릴것이고 왠지 한번더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질까봐 반대쪽으로 누웠다
유치했지만 그에게 삐진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고싶었다
목덜미가 노출되니 차가운 한기가 더욱 느껴진다
이럴때... 따뜻하게 어깨라도 감싸주면 좋으련만 잠깐 부스슥거리곤 내게 미안하고 한다
미안하다....
뭐가 미안할까....
나를 강간한것도 아니고 사기를 친것도 아니고 고의적으로 유혹한것도 아닌데 저남자는 왜 나한테 미안하다는 표현을할까...
혹시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여자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지었기에 하는말인가...
( 그래..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
하룻밤의 섹스상대로 여기던, 생리욕구를 풀고싶어 안달난 숫컷의 발정이었다해도 나만 좋았으면 됐다고 자위한다
아니, 섹스자체의 행위가 이토록 황홀할수도 있다는걸 알게해줬으니 이남자의임무는 완벽히 소화했다
또한 나역시 한번도 그의손길을 제지하지 않았고 따라왔으니 미안할게있다면 나에게도 책임이있을것이다
얼떨결에 그녀의뒤로 따라누웠지만 더이상 시간을 끌수가없었다
그녀도 가정이있고, 자칫 오늘일로 부부사이에 안좋은일이 생긴다면 미안한마음으로 끝날일이 아니었다
내가 아내와 이혼하고 그녀를받아줄 처지는 더욱 아니었다
이불속으로 그녀의몸이 가볍게 진동한다
( 추운가?)
이불을 좀더끌어 바람이 들어가지않도록 목덜이까지 완전히 덮어주고 이불이 움직이지않도록 살며시 일어나 욕실로향했다
주위는어두웠지만 욕실의 전등을켜니 방안까지 환해졌다
욕실쪽으로 향해누운 그녀가 나를 볼수있는 상황이었지만 어쩔수없었다
욕실앞 화장대에서 아무렇게나 구겨져있던 수건을들고 문을닫았다
샤워기의물이 어깨부터 배를지나 다리로흐르니 온몸이 미끌거리는 느낌이었다
배꼽주위와 가슴쪽엔 정액덩어리가 말라붙어있었고 물건은 허연 가루와섞여 볼품없이 작아져있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크지않은 이놈의물건으로 그녀를 흥분시키고 사정시켰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진다
서둘러 샤워를끝내고 머리를말리며 밖으로나가니 그녀가 옷을입고 앉아있었다
난 적잖이당황했고 나의모습에 그녀가 창문쪽으로 시선을 돌려준다
부랴부랴 옷을입으며 앉아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한다
낮에 길에서 처음보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 맞아... 저모습이었어)
어느덧 다시 정숙한 한여자의 아내로 돌아가 다소곳이 앉아있는 그녀를보니 사랑의 감정이 느껴진다
얼추 옷을 입고, 집에가서 씻겠다는 그녀의 앞에서서 손을잡아 일으킨다
< .........>
갑작스런 내행동에 멈칫하던손이 그대로 따라오면서 그녀가 내앞에 서게되고 두팔로 그녀의허리를 감싸며 살며시 내쪽으로 당겼다
< 미안해요... 늦었죠?>
< .......>
< 그리고 고마워요....>
그녀를 알게해주고 나에게 몸을주고 지금나를 기다려준 그녀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가만히 있을줄알았던 그녀의 두팔이 내어깨에 걸쳐진다
이불을덮고나니 사각사각한 이불보가 차갑게느껴져 나도모르게 몸이 부르르떨린다
더이상 끌려오지않던 이불이 스르륵 내목까지 덮혀지곤 남자가 일어서 욕실쪽으로 걸어간다
뒷덜미가 한결 포근해짐을 느끼며 아빠가 아이이불을 덮어주고 나가는모습이 상상된다
( 그래도 자상하긴하네...)
욕실의불이켜지자 갑자기 눈앞의 모든사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남자의 정면으로 쏟아지는 조명으로 앞모습이 제대로 노출되었다
적당히벌어진 어깨, 가슴근육은 마흔살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나잇살인지 도톰히나온 뱃살이 귀엽게 느껴졌다
무엇을찾는지 잠시 두리번거리던 그가 화장대위에있던 수건을들고 문을닫는다
( 응? 저건 내가 쓰던건데?)
그를불러 새수건을 주고싶었지만 내가 눈을뜨고 있었다는걸 들키고싶지 않았다
샤워기소리가 들리고...
남자의 샤워모습이 마치 욕실벽을 투시해 보이는듯하다
방금전 욕실앞에서 전라의모습 그대로 샤워기앞에 서있을거라 생각하니 가슴한구석이 시큼했다
서둘러 일어나 스탠드를켜고 이불을들쳐 침대바닥을 살피고, 몸에묻어 말라있는 그의정액을 대충 손바닥으로 비벼 털어내곤 속옷을찾아 입었다
평소 어쩌다 남편과의 섹스후엔 곧바로 샤워를했었지만 오늘 이곳에서 그에게 몸을보이며 샤워하기 싫었고 얼른 집에가서 씻을 요량이었다
그가 나오기전에 옷을모두 갖춰입고 요란했던 침대끝자락에 앉아있었다
( 불을 다시 꺼놔야할까?)
그가 나오면 민망할지도 모른다는생각에 스탠드조명을 끄자 샤워기의 물줄기소리도 동시에 멈추고 잠시뒤 그가 수건으로 머리를털며 욕실문을 열고 나온다
< 이런....>
잠시 당황스럽다는듯 남자는 머리를털던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가렸고 어중충하게 자신의옷이 있는 쇼파쪽으로 걸어갔다
난 일부러 시선을돌려 창문쪽을 바라봤고 그는 서둘러 옷을 입는듯했다
< 씻.... 안씻으세요?>
< 집에가서....>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않은채 대답했고 집에가서 씻는다는말에 그는 묵묵히 자신의일을 한다
이시간이 어색하기도하고 지루하기도하다
옷을 다입었는지 내눈앞에 그가 다가오곤 내손을잡는다
어찌하라는건지 몰라 멀뚱거리며 그의얼굴만 쳐다보다가 나를 일으키려는 의도를알고 그대로 따라 일어났다
갓때어난 병아리안듯 그가 나를 당겨 안아준다
< 미안해요... 늦었죠?>
< ....>
< 그리고 고마워요....>
눈시울이 핑~ 돌뻔한걸 억지로참았다
( 그래... 이남자... 나를 싸구려 창녀취급한건 아니었어....)
그가 고마웠다
답례를하듯 그의어깨에 손을올리고 살며시 가슴에기댄다
그녀로부터 연락이온건 3일뒤였다
처음 그녀를품은날 집앞에올때까지 그녀는 마주잡은 내손을 놓지않더니 차가 정지하자 손등에 키스를해주곤 서둘러 아파트로 들어갔다
< 제가 연락드릴께요...>
이한마디를 남기곤 3일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하고싶었지만 할수없었고 문자라도 넣고싶었지만 그녀의 상황을 모르는 나로서는 무조건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남편이 눈치챈건 아닌지...
그날을 후회하고 연락을 끊으려는건 아닌지.. 3일이 3년처럼 지나간 늦은오후에 문자한통이 도착했다
[ 잘 지내시죠?]
그녀를 내려주곤 혹시나해서 저녁엔 전화기를 무음으로하고, 출근하는 차안에선 최대크기로 볼륨을 키워논다
그러면서도 하루에 수십, 수백번씩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길 지경이었다
띵똥! 울리는 멧세지음에 책상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에 반사적으로 시선이갔다
그녀의 문자였다
집나간 막내아들이 돌아온것처럼 기뻤다
[ 윤주씨는 별일 없었어요? 괜찮은거예요?]
[ 네... 조금 아팠어요..]
[ 네? 어디가아팠길래요? 병원엔 가셨어요? 많이 아픈거예요? 지금 전화통화 괜찮아요?]
[ ㅎㅎ천천히 물으세요~ 10분이따 전화 드릴께요]
아팠다면 지나친 긴장으로 몸살이었을 확률이 많았다
날만나서부터 집에 들어갈때까지 온통 온몸에 힘을주어 평소 사용하지않던 근육에 무리가 갔을수도있었다
비록 문자였지만 웃는글자도 있었기에 많이 좋아진거라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무실을 나섰다
대충 주변정리를 마치고 야외계단으로 나와 한손엔 휴대폰을, 한손엔 담배를들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때르르르~
벨소리가 한번을 다 울리기전에 전화기를 터치했다
< 윤주씨 어디가 아픈거예요?>
< ....... 뭐? 윤주? 또 언년전화를 기다리냐?>
!!!!!!!!!!!!!
아내전화였다
급한마음에 발신자를 확인안한게 잘못이었다
< 아... 당신야? 아..저....설계실 미쓰박이.... 아파서 안나왔는데 쫌전에 통화하다가 끊어졌거든....>
< 그래도그렇지 마누라 전화보다 반갑게 받는게 수상하다?>
< 수상은... 젠장.. 왜 전화했는데?>
< 나오늘 늦어! 염병할 사장새끼가 각매장의 점장들 긴급회의래 8시까지 다들어오래! >
< 그...그래? 할수없지 머... 얼마나 늦는데?>
< 가바야지 보나마나 매출가지고 지랄할테고 실적적은 매니져들 개박살날테고 서너시간 혼자떠들다가 단합대회 한답시고 밥이나먹고 가라면서 지좋아하는 역삼동알지? 여동생이하는 횟집! 거기가서 술처먹겠지 머! 미리 간다는년은 죄다 찍히자너>
< 알았어! 넘 늦지마>
< 어째 고맙다는 분위기냐? 윤주랑 스케쥴잡니?>
< 거참 아니래도... 끊어! 전화들어온다>
< 조심해라 검사할거다>
얼굴이 화끈거릴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아내는 평소에도 거침없는 말빨로 어디,어떤 사내들과도 지지않는 여장부스타일이었다
말까지 더듬거려 조금은 의심스럽게 생각할것이고 오늘밤은 내가 딴짓을했는지 안했는지 섹스를 시도해선 정액량을 확인하려 덤벼들지도 모른다
아내와의 통화가끝나자 다시 벨이울렸고 이번엔 그녀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받았다
< 네.... 윤주씨>
< 안녕하셨죠....>
< 안녕 못했어요. 걱정도되고 혹시나 제가 잘못한게있나... 먼저 연락할수도 없었고..... 답답했어요 무지무지>
< 미안해요.... 열이나고 몸살이 걸려서 꼼짝 못했어요...>
< 많이 아팠어요? 지금은요?>
< 지금은 좋아졌어요.. 걱정하시게해서 미안해요....>
< 아니예요... 제가 미안한걸요... 그날저녁 쪼끔 추웠나봐요>
< 네... 그랬었나봐요......>
< 네.....>
< ...........>
전화기건너편에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 윤주씨.... 많이 보고싶었어요...>
< ...........>
< 내리면서 연락주신다는 한마디에 사정이 어떤지 감히 제가먼저 할수가 없었어요... 지난 며칠이... 많이 답답했어요...>
< ............>
< 너무 보고싶었고... 혹시 집에서 잘못된건지... 걱정했는데... 이제됐어요>
< 미안해요....>
한참동안 나혼자 떠들었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하는 그녀가 보고싶었다
<윤주씨... 오늘... 볼수 있을까요?>
< 저... 오늘은...................... 일찍 와야해요....>
오늘은 안된다고 할줄알았는데 한참을 머뭇거리곤 마침내 허락한다
날아갈듯이 기뻐서 큰소리로 재촉한다
< 그래요. 얼굴만이라도 보고싶어요. 그쪽으로 갈까요?>
< 아뇨... 제가 나갈께요>
< 그럼 시청뒤 큰사거리지나 주택가에 커피숍있어요. 전 5분이면 도착합니다>
< 알겠어요... 조금 기다리셔야 할텐데..>
< 제걱정마시고 천천히오세요. 전 먼저 커피한잔 할께요>
< 네....>
그사람이 동네에 날 내려주고난후부터 온몸이 뻐근하고 나른하더니 급기야 침대위에서만 3일을 지내야했다
몸살이었다
잘 마시지않던 술을두병이나 마셨고 술기운에 나른하던몸이 갑작스레 경직되고 긴장한탓이었으리라
이불을덮어도 덮어도 가시지않은 한기와 등,배,다리,어깨 곳곳에 이불조각이나 머리카락 한올만스쳐도 그부분이 찢어질듯 고통스러웠다
저녁늦게 퇴근한 남편은 어디아프냐는 말한마디뿐 차려놓은 밥상에 몇번 숟가락을들곤 욕실로 들어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않고 누워있는 나를보더니 감기옮는다는핑계로 작은방에서 자겠다고 사라진다
그나마 고마웠다
옆에서자려면 침대에 오르면서, 누워있어도 자주 몸을 뒤척이는 잠버릇에 내 살갖이 남아나질 않을텐데 알아서 따로잔다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또한 아직 내몸에 남아있는 그남자의 체취를 남편이 눈치챌까봐 불안했었고 모텔에서 씻고오지 않은것에대해 죄책감이 들었지만 지금나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아니, 코에서나오는 뜨거운 숨이 베게에튕겨 내 얼굴피부에 닿는것조차 고통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난 움직일수없었다
하루에한번 소변보러 억지로일어나 환자처럼 주위의 모든사물을 잡고 화장실만 다녀올뿐 먹는것도없었고 물조차도 이틀동안 한컵U에 마실수가 없었다
3일째되는 오늘아침에서야 겨우 일어날수있었고 힘들게 병원을다녀오고 나서야 어느정도 기운을 차릴수있었다
( 그남자......)
이제좀 살만해졌나?
며칠전 온몸을 뜨겁게 달궈준 그남자가 생각나 급히 휴대폰을 찾아열어봤지만 스팸문자한통외엔 그어느누구도 나에게 전화건 사람이 없었다
내존재감이 이리도 없었나...
3일동안 세상과 동떨어져지냈다는게 서글펐고 이대로 죽었어도 시체나 발견할수있을까하는 막연한 서러움이 밀려왔다
( 내가먼저 연락한다는말에 기다리는건가? )
말은 그렇게했어도 문자한통 와있지않은게 서운했다
3일동안 죽을만큼 아팠던게 서럽기도했고 알아주는사람없어 창피하기도했다
아팠다는 내문자에 그남자가 적잖이 놀란듯했다
아파 누워있는동안 이남자는 하루종일 내연락만 기다린것같았다
그럼그렇지.. 내가 사람을 잘못보진 않았구나.. 어떤 의도인지 나도모르는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 저... 오늘은...................... 일찍 와야해요....>
볼수있냐는 그의물음에 오늘은 안될거라고 말하고싶었다
아직 몸의기운이 정상으로 돌아오지않았을뿐더러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못해 내가봐도 얼굴이 많이 망가진듯했다
하지만.. 끝내 안된다는말을 하지못했고 나는지금 화장대앞에서 쾡해진 내얼굴을 조금이라도 사람처럼 보이고싶어 무언가를 덕지덕지바르고있다
아직 손을들을 힘도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나가서 그를 만나는게 남편에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얼마나 잤을까
콧잔등이 간질거려 잠에서깼지만 눈을뜰수가 없었다
( 아..... 그렇지....)
아주 잠깐동안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몰랐지만 내얼굴 바로앞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는 그녀덕에 비로소 전 상황이 하나씩 떠올랐다
힘겹게 눈을뜨고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범인은 그녀의 머리카락임을 알수있었다
내쪽으로 돌아누운채 두손을모아 가지런히 자신의 가슴쪽에붙히고 최소한의 호흡으로 살아있다는 표시를하며 나지막히 잠들어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보고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창문밖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윤곽만 보일뿐 자세하게 보이지않았다
나의 오른팔은 그녀가 베고있었고 왼팔은 잘록한 허리에 올려져있었다
어떻게 이자세로 서로 잠들었는지 기억이없지만 지금 내눈앞엔 열정적으로 사랑을나눈 여인네가 있을뿐이다
왼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걷어올려 귀밑으로 넘긴다
< 으음.....>
그녀의호흡이 잠깐, 아주잠깐 멈칫했고 가슴깊은곳에서 나오는 낮고짧은 허밍음이 내 심장앞에서 울렸다
찰나의순간 손동작을 멈추고 다시 그녀의 허리위로 손을 원위치시켰다
이토록 곱고 이쁘게 잠든그녀를 깨우고싶지 않았다
오버하지않은 정숙한 화장기에 일자로 닫혀있는 눈썹,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크기로 오똑서있는 콧대와 콧망울, 도톰하면서 위로 약간 말려올라간 입술...
참 잘어울리는 얼굴조합이었다
코와 입술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녀가깰까봐 참기로했다
또다시 피곤이 몰려온다
무거웠던 눈꺼풀에 힘을빼니 자동으로 두눈이 감긴다
얼마나잔걸까
무언가 내얼굴을 스치는 느낌에 잠이깼지만 눈을뜰수도, 이상황을 생각할 겨를도없이 또다시 잠이든다
때르르르르릉~~~
적막하던 작은방에 요란하게 전화벨소리가 울리지만 낯선벨소리였다
팔베게를하고 내품에서 잠들었던 그녀가 나보다먼저 반응하고 부스럭거리며 몸을돌려 바로떪쨈?br />
때르때르르르르르르르릉~~~
또다시 길게 벨이울리고 나는 이 망할놈의 벨소리가 모텔전화기의 소리라는걸 눈치챘다
< 네....>
< 퇴실 해주셔야 되는데요... 한시간도 넘었어요>
< 알겠습니다>
머리맡을 더듬거려 수화기를찾아 최대한 잠든목소리로 낮게깔아 대답했고 수화기너머에선 모텔에 들어설때 카운터에서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사내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머....>
그녀가 깜짝놀란듯 부스스 상체를 일으킨다
< .....시간이 .....>
< ..........>
무슨말이라도 해야할텐데 아무말이 생각나지않았다
지금이 몇시쯤인지조차 알수없었다
내 주머니의 휴대폰을 보면 시간을 알수도 있겠지만 나는지금 일어설수있는 상황이 아니다
잠시전 불같은 사랑을 나눴지만 불쑥 알몸을 내보인다는건 나도 그녀도 아직은 쑥스러울것이다
어쩔줄몰라 망설이고 있을때 그녀가 살며시일어나며 이불홑청을 끌어당겨 가슴을 가렸고 뒤쪽에 누워있던 나는 그녀의 가녀린목선과 곧게뻗은 등뼈를감싸고있는 상반신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 등도 이쁘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말뚝한테도 절한다했나?
이제 그녀의 모든것이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 7시네요....>
주의를 조금 더듬거려보니 협탁앞쪽에 시계가 붙어있었고 약한불빛으로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걱정되 돌아보며 물었다
< 가셔야되죠?>
바보같은 내물음에 역시나 바보같은 그녀의 대답이 나온다
< 가셔야죠....?>
< 불.... 켤까요?>
상가의 간판들이 불을켜서인지 조금전보다 실내가 약간 밝아진듯 했지만 이대로 옷을입기엔 무리가있지싶어 꺼낸말에 그녀가 의외의말을 던진다
< 잠깐만.... 조금만 더요...>
말을끝내기전에 슬며시 이불속으로 몸을숨기며 떪쨈?br /> 내게 등을보이며 누웠지만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리는바람에 그녀의 목덜미밖에 보이지않았다
나도 어느샌가 그녀쪽으로 몸을틀어 같은방향으로 누웠지만 혹시 몸의접촉을 싫어할까봐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있었다
잠을 좀더 자겠다는건지 좀더 안아달라는건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원하는대로 맡겨두기로했다
낯선 그녀의 뒷모습을보니 한편으론 측은한 마음이 든다
< 미안해요....>
< ..........>
무엇이 미안해서 뱉은말인지 나도 정확히 몰랐지만 정숙한 유부녀를 내맘대로 간통현장의 공범으로 몰고온것이 맘에걸렸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러나온 자리에서 무언의 허락이었다고는하나 어쨋든 그녀를취했고 벗은몸으로 같이 누워있는 이상황이 그녀가 후회할수도 있으리란 생각이든다
하지만 그말은 내행동에대한 합리화이자 남자라는 동물의 번식본능으로 이해하라는 비겁하고 옹졸한 변명이었다
날카로운 전화벨이 두번째울리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힘겹게 눈을뜨니 그의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내코앞에 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반사적으로 고개를돌리고 천정을향해 몸을 바로똑劾?내머리를 받쳐주고있던건 베게가아니라 그남자의 팔이란걸 알게되었다
누가먼저 팔베게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지않은 시간을 움직이지않고 숙면을 취할수있게해준 이남자가 고마웠다
그리 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오랫만에 깊게 잠들수있었다
이윽고 옆에서자고있던 그가 내몸이 움직이지않도록 조심스레 전화기를 집는다
< 네....>
.
.
.
< 알겠습니다>
처음 전화기를 집을때완달리 둔탁하게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무슨 전화인지 궁금했는데 전화기를 내려놓을때 비로소 그의 휴대폰이 아닌 모텔 인터폰인줄 알게되었다
아차!
난 시간이 얼마나지났는지 지금이 몇시정돈지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급히 일어난다고는했지만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깨지않은 몸은 생각보다 천천히 움직여졌다
다행힌것이 몸을 일으키며 난 나의 ^ 아무것도 걸치지않은 맨몸이라 가슴이라도 가릴생각으로 이불을 슬쩍 잡아당겼고 자연스레 한쪽다리가 접혀져 허벅지가 침대바닥에 닿았을때 무언가 따뜻한느낌이 전해졌다
내가쏟은 애액이란걸 눈치채기까진 그리 오래걸리진 않았다
( 세상에나....)
갑자기 무안해지기 시작했다
몇시간전인지는 모르겠지만 극도의쾌감으로 오늘 처음본 외간남자랑 살을섞었고 이렇게까지 내자신이 섹스의맛을 알고있다는게 신기했다
서로의온몸을 빨고 핥고 주무르고 만지며 미친듯 섹스를했다지만 이제 그 여운조차 식어버린 와중에 이남자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어졌다
잠깐동안 오늘하루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평소 남편에게선 한번도 느껴보지못했던 내육체의 반응이 이토록 뜨겁게 불살라지리라고는 생각지못했다
몇잔의술과, 분위기와, 의도하지많았던 일탈, 매너좋은 애무로 내몸속 깊은반응을 끌어올려 알게해준 이남자에게 감사하고싶을정도였다
< 시간이.....>
그에게 묻는것이 아니었다
핸드백속에 휴대폰을 꺼내면 알수도 있겠지만 등뒤의 이남자가 내몸을 훑고있는 상황에 섣불리 내가먼저 일어날수가 없었다
부끄럽다기보다는 한번 관계를 가졌다고 불쑥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개념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게 싫었다
그건 결혼전 20대 젊은여자들이나 할수있는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린다
........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7시라면 남편이 집에 오기까지 두시간정도 여유가있었지만 이곳에서 나가 집안까지 내가먼저 도착해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대하려면 지금쯤 준비하고 나가야한다
으스스한 냉기가 온몸을 한바퀴휘감고 등쪽에 모여있는듯하다
조금만더 눕고싶었지만 그가 가야되잖냐고 묻는다
볼일을 끝냈으니 이제 각자 와이프와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자는소리로 들린다
한번더 그의 의중을 물으려 내가 똑같은 질문을했지만 그는 내마음을 모르고 재촉하듯 말한다
< 불 켤까요?>
가려고 마음 먹은듯했다
약간의 서운함과 배신감이 교차하며 복잡한 머리속과는달리 나도모르게 잠깐만 더있자고 말한다
이불을 최대한 끌어올려 머리까지 덮으려했지만 무엇에 걸려서인지 얼굴위로 더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남자쪽으로 떪쨈募째?오래사귄 커플들에게나 어울릴것이고 왠지 한번더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질까봐 반대쪽으로 누웠다
유치했지만 그에게 삐진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고싶었다
목덜미가 노출되니 차가운 한기가 더욱 느껴진다
이럴때... 따뜻하게 어깨라도 감싸주면 좋으련만 잠깐 부스슥거리곤 내게 미안하고 한다
미안하다....
뭐가 미안할까....
나를 강간한것도 아니고 사기를 친것도 아니고 고의적으로 유혹한것도 아닌데 저남자는 왜 나한테 미안하다는 표현을할까...
혹시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여자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지었기에 하는말인가...
( 그래..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
하룻밤의 섹스상대로 여기던, 생리욕구를 풀고싶어 안달난 숫컷의 발정이었다해도 나만 좋았으면 됐다고 자위한다
아니, 섹스자체의 행위가 이토록 황홀할수도 있다는걸 알게해줬으니 이남자의임무는 완벽히 소화했다
또한 나역시 한번도 그의손길을 제지하지 않았고 따라왔으니 미안할게있다면 나에게도 책임이있을것이다
얼떨결에 그녀의뒤로 따라누웠지만 더이상 시간을 끌수가없었다
그녀도 가정이있고, 자칫 오늘일로 부부사이에 안좋은일이 생긴다면 미안한마음으로 끝날일이 아니었다
내가 아내와 이혼하고 그녀를받아줄 처지는 더욱 아니었다
이불속으로 그녀의몸이 가볍게 진동한다
( 추운가?)
이불을 좀더끌어 바람이 들어가지않도록 목덜이까지 완전히 덮어주고 이불이 움직이지않도록 살며시 일어나 욕실로향했다
주위는어두웠지만 욕실의 전등을켜니 방안까지 환해졌다
욕실쪽으로 향해누운 그녀가 나를 볼수있는 상황이었지만 어쩔수없었다
욕실앞 화장대에서 아무렇게나 구겨져있던 수건을들고 문을닫았다
샤워기의물이 어깨부터 배를지나 다리로흐르니 온몸이 미끌거리는 느낌이었다
배꼽주위와 가슴쪽엔 정액덩어리가 말라붙어있었고 물건은 허연 가루와섞여 볼품없이 작아져있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크지않은 이놈의물건으로 그녀를 흥분시키고 사정시켰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진다
서둘러 샤워를끝내고 머리를말리며 밖으로나가니 그녀가 옷을입고 앉아있었다
난 적잖이당황했고 나의모습에 그녀가 창문쪽으로 시선을 돌려준다
부랴부랴 옷을입으며 앉아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한다
낮에 길에서 처음보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 맞아... 저모습이었어)
어느덧 다시 정숙한 한여자의 아내로 돌아가 다소곳이 앉아있는 그녀를보니 사랑의 감정이 느껴진다
얼추 옷을 입고, 집에가서 씻겠다는 그녀의 앞에서서 손을잡아 일으킨다
< .........>
갑작스런 내행동에 멈칫하던손이 그대로 따라오면서 그녀가 내앞에 서게되고 두팔로 그녀의허리를 감싸며 살며시 내쪽으로 당겼다
< 미안해요... 늦었죠?>
< .......>
< 그리고 고마워요....>
그녀를 알게해주고 나에게 몸을주고 지금나를 기다려준 그녀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가만히 있을줄알았던 그녀의 두팔이 내어깨에 걸쳐진다
이불을덮고나니 사각사각한 이불보가 차갑게느껴져 나도모르게 몸이 부르르떨린다
더이상 끌려오지않던 이불이 스르륵 내목까지 덮혀지곤 남자가 일어서 욕실쪽으로 걸어간다
뒷덜미가 한결 포근해짐을 느끼며 아빠가 아이이불을 덮어주고 나가는모습이 상상된다
( 그래도 자상하긴하네...)
욕실의불이켜지자 갑자기 눈앞의 모든사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남자의 정면으로 쏟아지는 조명으로 앞모습이 제대로 노출되었다
적당히벌어진 어깨, 가슴근육은 마흔살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나잇살인지 도톰히나온 뱃살이 귀엽게 느껴졌다
무엇을찾는지 잠시 두리번거리던 그가 화장대위에있던 수건을들고 문을닫는다
( 응? 저건 내가 쓰던건데?)
그를불러 새수건을 주고싶었지만 내가 눈을뜨고 있었다는걸 들키고싶지 않았다
샤워기소리가 들리고...
남자의 샤워모습이 마치 욕실벽을 투시해 보이는듯하다
방금전 욕실앞에서 전라의모습 그대로 샤워기앞에 서있을거라 생각하니 가슴한구석이 시큼했다
서둘러 일어나 스탠드를켜고 이불을들쳐 침대바닥을 살피고, 몸에묻어 말라있는 그의정액을 대충 손바닥으로 비벼 털어내곤 속옷을찾아 입었다
평소 어쩌다 남편과의 섹스후엔 곧바로 샤워를했었지만 오늘 이곳에서 그에게 몸을보이며 샤워하기 싫었고 얼른 집에가서 씻을 요량이었다
그가 나오기전에 옷을모두 갖춰입고 요란했던 침대끝자락에 앉아있었다
( 불을 다시 꺼놔야할까?)
그가 나오면 민망할지도 모른다는생각에 스탠드조명을 끄자 샤워기의 물줄기소리도 동시에 멈추고 잠시뒤 그가 수건으로 머리를털며 욕실문을 열고 나온다
< 이런....>
잠시 당황스럽다는듯 남자는 머리를털던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가렸고 어중충하게 자신의옷이 있는 쇼파쪽으로 걸어갔다
난 일부러 시선을돌려 창문쪽을 바라봤고 그는 서둘러 옷을 입는듯했다
< 씻.... 안씻으세요?>
< 집에가서....>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않은채 대답했고 집에가서 씻는다는말에 그는 묵묵히 자신의일을 한다
이시간이 어색하기도하고 지루하기도하다
옷을 다입었는지 내눈앞에 그가 다가오곤 내손을잡는다
어찌하라는건지 몰라 멀뚱거리며 그의얼굴만 쳐다보다가 나를 일으키려는 의도를알고 그대로 따라 일어났다
갓때어난 병아리안듯 그가 나를 당겨 안아준다
< 미안해요... 늦었죠?>
< ....>
< 그리고 고마워요....>
눈시울이 핑~ 돌뻔한걸 억지로참았다
( 그래... 이남자... 나를 싸구려 창녀취급한건 아니었어....)
그가 고마웠다
답례를하듯 그의어깨에 손을올리고 살며시 가슴에기댄다
그녀로부터 연락이온건 3일뒤였다
처음 그녀를품은날 집앞에올때까지 그녀는 마주잡은 내손을 놓지않더니 차가 정지하자 손등에 키스를해주곤 서둘러 아파트로 들어갔다
< 제가 연락드릴께요...>
이한마디를 남기곤 3일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하고싶었지만 할수없었고 문자라도 넣고싶었지만 그녀의 상황을 모르는 나로서는 무조건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남편이 눈치챈건 아닌지...
그날을 후회하고 연락을 끊으려는건 아닌지.. 3일이 3년처럼 지나간 늦은오후에 문자한통이 도착했다
[ 잘 지내시죠?]
그녀를 내려주곤 혹시나해서 저녁엔 전화기를 무음으로하고, 출근하는 차안에선 최대크기로 볼륨을 키워논다
그러면서도 하루에 수십, 수백번씩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길 지경이었다
띵똥! 울리는 멧세지음에 책상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에 반사적으로 시선이갔다
그녀의 문자였다
집나간 막내아들이 돌아온것처럼 기뻤다
[ 윤주씨는 별일 없었어요? 괜찮은거예요?]
[ 네... 조금 아팠어요..]
[ 네? 어디가아팠길래요? 병원엔 가셨어요? 많이 아픈거예요? 지금 전화통화 괜찮아요?]
[ ㅎㅎ천천히 물으세요~ 10분이따 전화 드릴께요]
아팠다면 지나친 긴장으로 몸살이었을 확률이 많았다
날만나서부터 집에 들어갈때까지 온통 온몸에 힘을주어 평소 사용하지않던 근육에 무리가 갔을수도있었다
비록 문자였지만 웃는글자도 있었기에 많이 좋아진거라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무실을 나섰다
대충 주변정리를 마치고 야외계단으로 나와 한손엔 휴대폰을, 한손엔 담배를들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때르르르~
벨소리가 한번을 다 울리기전에 전화기를 터치했다
< 윤주씨 어디가 아픈거예요?>
< ....... 뭐? 윤주? 또 언년전화를 기다리냐?>
!!!!!!!!!!!!!
아내전화였다
급한마음에 발신자를 확인안한게 잘못이었다
< 아... 당신야? 아..저....설계실 미쓰박이.... 아파서 안나왔는데 쫌전에 통화하다가 끊어졌거든....>
< 그래도그렇지 마누라 전화보다 반갑게 받는게 수상하다?>
< 수상은... 젠장.. 왜 전화했는데?>
< 나오늘 늦어! 염병할 사장새끼가 각매장의 점장들 긴급회의래 8시까지 다들어오래! >
< 그...그래? 할수없지 머... 얼마나 늦는데?>
< 가바야지 보나마나 매출가지고 지랄할테고 실적적은 매니져들 개박살날테고 서너시간 혼자떠들다가 단합대회 한답시고 밥이나먹고 가라면서 지좋아하는 역삼동알지? 여동생이하는 횟집! 거기가서 술처먹겠지 머! 미리 간다는년은 죄다 찍히자너>
< 알았어! 넘 늦지마>
< 어째 고맙다는 분위기냐? 윤주랑 스케쥴잡니?>
< 거참 아니래도... 끊어! 전화들어온다>
< 조심해라 검사할거다>
얼굴이 화끈거릴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아내는 평소에도 거침없는 말빨로 어디,어떤 사내들과도 지지않는 여장부스타일이었다
말까지 더듬거려 조금은 의심스럽게 생각할것이고 오늘밤은 내가 딴짓을했는지 안했는지 섹스를 시도해선 정액량을 확인하려 덤벼들지도 모른다
아내와의 통화가끝나자 다시 벨이울렸고 이번엔 그녀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받았다
< 네.... 윤주씨>
< 안녕하셨죠....>
< 안녕 못했어요. 걱정도되고 혹시나 제가 잘못한게있나... 먼저 연락할수도 없었고..... 답답했어요 무지무지>
< 미안해요.... 열이나고 몸살이 걸려서 꼼짝 못했어요...>
< 많이 아팠어요? 지금은요?>
< 지금은 좋아졌어요.. 걱정하시게해서 미안해요....>
< 아니예요... 제가 미안한걸요... 그날저녁 쪼끔 추웠나봐요>
< 네... 그랬었나봐요......>
< 네.....>
< ...........>
전화기건너편에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 윤주씨.... 많이 보고싶었어요...>
< ...........>
< 내리면서 연락주신다는 한마디에 사정이 어떤지 감히 제가먼저 할수가 없었어요... 지난 며칠이... 많이 답답했어요...>
< ............>
< 너무 보고싶었고... 혹시 집에서 잘못된건지... 걱정했는데... 이제됐어요>
< 미안해요....>
한참동안 나혼자 떠들었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하는 그녀가 보고싶었다
<윤주씨... 오늘... 볼수 있을까요?>
< 저... 오늘은...................... 일찍 와야해요....>
오늘은 안된다고 할줄알았는데 한참을 머뭇거리곤 마침내 허락한다
날아갈듯이 기뻐서 큰소리로 재촉한다
< 그래요. 얼굴만이라도 보고싶어요. 그쪽으로 갈까요?>
< 아뇨... 제가 나갈께요>
< 그럼 시청뒤 큰사거리지나 주택가에 커피숍있어요. 전 5분이면 도착합니다>
< 알겠어요... 조금 기다리셔야 할텐데..>
< 제걱정마시고 천천히오세요. 전 먼저 커피한잔 할께요>
< 네....>
그사람이 동네에 날 내려주고난후부터 온몸이 뻐근하고 나른하더니 급기야 침대위에서만 3일을 지내야했다
몸살이었다
잘 마시지않던 술을두병이나 마셨고 술기운에 나른하던몸이 갑작스레 경직되고 긴장한탓이었으리라
이불을덮어도 덮어도 가시지않은 한기와 등,배,다리,어깨 곳곳에 이불조각이나 머리카락 한올만스쳐도 그부분이 찢어질듯 고통스러웠다
저녁늦게 퇴근한 남편은 어디아프냐는 말한마디뿐 차려놓은 밥상에 몇번 숟가락을들곤 욕실로 들어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않고 누워있는 나를보더니 감기옮는다는핑계로 작은방에서 자겠다고 사라진다
그나마 고마웠다
옆에서자려면 침대에 오르면서, 누워있어도 자주 몸을 뒤척이는 잠버릇에 내 살갖이 남아나질 않을텐데 알아서 따로잔다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또한 아직 내몸에 남아있는 그남자의 체취를 남편이 눈치챌까봐 불안했었고 모텔에서 씻고오지 않은것에대해 죄책감이 들었지만 지금나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아니, 코에서나오는 뜨거운 숨이 베게에튕겨 내 얼굴피부에 닿는것조차 고통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난 움직일수없었다
하루에한번 소변보러 억지로일어나 환자처럼 주위의 모든사물을 잡고 화장실만 다녀올뿐 먹는것도없었고 물조차도 이틀동안 한컵U에 마실수가 없었다
3일째되는 오늘아침에서야 겨우 일어날수있었고 힘들게 병원을다녀오고 나서야 어느정도 기운을 차릴수있었다
( 그남자......)
이제좀 살만해졌나?
며칠전 온몸을 뜨겁게 달궈준 그남자가 생각나 급히 휴대폰을 찾아열어봤지만 스팸문자한통외엔 그어느누구도 나에게 전화건 사람이 없었다
내존재감이 이리도 없었나...
3일동안 세상과 동떨어져지냈다는게 서글펐고 이대로 죽었어도 시체나 발견할수있을까하는 막연한 서러움이 밀려왔다
( 내가먼저 연락한다는말에 기다리는건가? )
말은 그렇게했어도 문자한통 와있지않은게 서운했다
3일동안 죽을만큼 아팠던게 서럽기도했고 알아주는사람없어 창피하기도했다
아팠다는 내문자에 그남자가 적잖이 놀란듯했다
아파 누워있는동안 이남자는 하루종일 내연락만 기다린것같았다
그럼그렇지.. 내가 사람을 잘못보진 않았구나.. 어떤 의도인지 나도모르는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 저... 오늘은...................... 일찍 와야해요....>
볼수있냐는 그의물음에 오늘은 안될거라고 말하고싶었다
아직 몸의기운이 정상으로 돌아오지않았을뿐더러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못해 내가봐도 얼굴이 많이 망가진듯했다
하지만.. 끝내 안된다는말을 하지못했고 나는지금 화장대앞에서 쾡해진 내얼굴을 조금이라도 사람처럼 보이고싶어 무언가를 덕지덕지바르고있다
아직 손을들을 힘도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나가서 그를 만나는게 남편에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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