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과는 집이 같은 방향인지라 함께 하교를 종종, 아니 거의 같이 하는 편이었다.
나는 자전거로 통학을 했고 석민은 내 자전거 뒷좌석에 타기를 좋아했다. 집에 있는 쿠션
을 변형시켜 자기 나름의 시트도 준비해서 다니는 철두철미한 친구가 그였다.
하지만 그날은 자전거를 타고 일찍 도착하기 보단 부럽고 샘이 났지만 그의 첫 경험 얘기가
더 궁금했다.
가는 동안 내내 모델의 몸매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들었어도 새롭고 또 새로웠다. 눈만 감
으면 그녀가 알몸으로 튀어나와 나를 유혹할 것 같을 정도로 머릿속에 새겼다.
집에 도착해 씻는 동안도 그녀를 떠올리며 딸딸이를 두 번이나 쳐야 할 정도로 나의 영혼은
성욕으로 물들어 피폐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야이누무시꺄! 넌 뭔 놈의 샤워를 두 시간이나 해!”
팬티바람으로 물기를 닦고 있는 내게 다가와 등짝을 때린 엄마의 잔소리였다. 그대로 끝이
났으면 좋겠으련만 그게 시발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너!! 너어~~~ 응? 눈 밑이 너구리처럼 꺼먼 것 좀 봐~ 응? 엊그제 장어 쳐 먹고, 어젠 삼
겹살 쳐 먹은 놈의 눈탱이야 그게?“
“어후~ 엄마 쫌~ 나 기운 없어”
가뜩이나 알몸의 모델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중에 엄마의 잔소리는 그 무엇과 비교
해도 지지 않는 막강, 최강의 정신 사나움이었다.
“이놈이! 너 아무래도 그 방에 수맥이 도는 거 같으니 오늘부터 저쪽방으로 옮겨!”
“아! 됐어!”
‘이 엄마가 뭘 모르는 엄마네~ 이 방이 얼마나 좋은 방인데....’
나는 퉁명스레 대답을 내던져 놓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 버렸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정
말 같이 사는 아빠가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낮잠이라도 좀 자!”
“아! 됐다고! 됐다고!”
결국 끝까지 방문 앞에서 궁시렁 대던 엄마가 조용해질 때 쯤 나는 다시 모델의 알몸을 떠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나만의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팬티 안의 또 다른 나를 주물러대기 시
작했다. 모델의 거대한 가슴이 머리 안을 빙글빙글 떠다니며, 분홍빛의 앙증맞은 젖꼭지를
입에 머금고 있을 때였다.
“어? 새댁~~ 왠일이야? 어머 이게 다 뭐야~~~”
“저희 친정에서 보내 준건데...........................”
‘어? 이 목소리는?’
나는 팬티에서 손을 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분명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내던져 있던 반바지와 티셔츠
를 입고 조용히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헙”
나는 마른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처음 본 그날처럼 그녀는 나시티에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록 그날처럼 물기 머금은 흰색 나시티는 아니
었지만 더 화사하고 청초한 노란색의 민소매 티였다. 가슴에는 귀여운 푸우 한 마리가 수
놓여져 있는 귀여운 느낌의 옷이었다.
‘아~ 귀여워! 아줌마가 저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야?’
나는 우연히 나온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누나~”
“어? 성현이 안녕? 학교 갔다 일찍 왔네?”
생글대며 웃어주는 그녀의 눈웃음에 까무러칠 것 만 같았다.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거실을 지나쳐 주방을 가려는데 엄마의 잔소리와 신세한탄이 쏟아져 나왔다.
“너는 이 녀석아 누나가 뭐야 누나가~”
“왜요~ 저는 좋기만 한데요~”
인사 잘하고 지나치는 나에게 던져지는 시비 한 개를 그녀가 방향을 틀어주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엄마에게 반격을 시도했다.
“엄만 왜 그래? 누나가 좋다잖아 누나가~ 그쵸 누나~”
“아휴 아주 징글징글하게 말도 안 듣고.... 에휴”
두 모자의 티격태격이 우스운지 그녀는 연신 웃음을 머금은 채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다
가 그녀가 내 칭찬을 하기 시작했지만 엄마는 비관적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아주머니 왜요~ 그래도 성현이 착하잖아요 공부도 잘하고...”
“새댁! 공부 잘하는 거 다 필요없어~ 저 놈 마른 것 좀 봐~ 쟤가 원래는 안 저랬는데... 요
새는 꼴에 지도 남자라고...“
“엄마!!!”
“깜짝이야! 이노무새끼가 어른들 얘기하고 있는데 어디서 큰 소리얏!”
설마, 설마 하던 나였다. 그래도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에게 아들의 치부를 들먹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역시 강한 엄마였다. 말의 흐름상 엄마의 입에서는 ‘딸딸이’란 단어가 선택
될 게 불보듯 뻔 한 상황을 소리를 질러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아~ 우리 엄마는 정말 주책바가지야~’
하지만 누나는 엄마의 말을 안 들어도 안다는 듯 박장대소를 했다. 박수까지 쳐대며 고음의
웃음 소리까지 흘려주었다.
‘엄마 때매 망했어잇!’
나는 얼굴이 화끈해져 얼른 주방으로 피신했다. 한공간이기에 주방에서도 엄마와 그녀의 대
화는 충분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뚜껑을 비틀었다. ‘칙’소리와 함께 열린 콜라를 잔에 따르고 시원하
게 한 잔 들이킬 찰라였다.
“이.. 예의 없는 녀석아!! 여기 누나도 한 잔 갖다 줘야지! 너만 입이야?”
예감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예감은 하고 있었다. 다만 대비를 못했을 뿐이었다.
“아! 안 그래도 드릴라고 했어!”
이상하게도 그녀가 있어서였는지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다. 아마도 그녀에게 만큼
은 아이처럼 보이기 싫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예쁜 잔에 콜라를 담아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대접했다. 그것도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조심스레 탁자에 놓는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고마워~”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잔을 잡는 순간 그녀의 하
얗고 탐스런 유방이 훤하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비록 양쪽 컵에 빨간색 하트가 크게
그려진 브래지어가 유방을 덮고 있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그 순간 얼음이 되었다.
엄마가 분위기를 깨고 땡을 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얘가 오늘 왜이래?”
사실 학교에서 바로 돌아왔을 때에도 모델의 몸매를 상상하느라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고,
지금도 역시 아릿따운 누나의 가슴을 들여다 본 것이 그 이유였다.
엄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도 할 말은 끝까지 다 해버렸다.
“니네 엄만 주댕이냐?”
“엄마는 콜라 안 먹잖아~”
“오늘은 한 잔 먹어보자~ 나도 얼음 동동 띄워서 한 잔 줘”
“알았어!”
어쩌면 엄마는 내가 그렇게 몸이 굳은 이유를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워낙 눈치
도 빠른데다 나를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에게도 같은 잔에 얼음도 같은 개수로 넣어 가져다 준 뒤 다시 주방으로 왔다.
‘나도 참... 한 번에 하면 될 것을 도대체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하는 거야’
스스로 타박을 하고 콜라를 따른 잔을 들고 방으로 가려는데 엄마와 그녀가 하는 대화가 들
려왔다.
“새댁! 좋은 소식 없어?”
“네... 아직이요~”
나는 귀가 쫑긋 세워졌다. 엄마의 성격이라면 더 적나라하고 강도가 짙은 얘깃거리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였다.
“새댁이 올해 몇 살이지?”
“서른 하나요”
“서른 하나? 보기보다 많았구나~ 보기엔 딱 철없는 새댁처럼 어리게만 봤는데... 미안해”
“괜찮아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쌍꺼풀 없이 커다란 눈망울과 작지만 오똑 솟은 코, 달걀형의 동근 얼굴형과 안젤리나 졸리
도 울고 갈만큼 작고 도톰한 입술, 희고 투명한 피부와 정갈하게 뒤로 묶어 올린 머리하며,
사람의 나이테라고 하는 목주름하나 없는 매끈한 목선, 그리고 알맞게 영근 그녀의 유방이
잠시 쉬고 있는 자지를 다시 부풀게 했다.
‘저 얼굴이 서른 하나라고? 20대 초반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놀랄 만큼 동안을 가진 그녀의 나이를 엄마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근데 남편이 뭐한다고 했지?”
“그냥 직장 다녀요... 가끔 격일 근무도 하고요”
나는 그때 알 수 있었다.
2일에 한 번씩 비슷한 주기로 그녀의 죽어나는 신음이 들려온 이유를 말이다.
남편의 정력이 뛰어난 지 매일 들려 올 때도 있었지만 거의 2일에 한번 꼴로 들려온 것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기억을 더듬었다.
‘어젠 건너뛰었으니 오늘은... 100%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던 나는 계속해서 안 듣는 척 하며 엄마와 그녀의 대화에 귀를 기
울였다.
“아기는 안 갖어?”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들어서네요. 제가 좀 불규칙해서...”
“병원은?”
“다녀왔는데 둘 다 정상이래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 마~ 결혼한 지 얼마나 됐어?”
“음... 1년 3개월 됐어요~”
“짧아서 그런지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네? 난 결혼기념일도 까먹었는데...”
“어머~ 아주머니도 참... 그걸 어떻게 잊어요”
“살아 봐~ 그리고 저런 꼴통 하나 키워 봐~ 다 잊게 되있다우~”
“아주머니 너무 재밌어요~”
“재밌으라고 한 말 아니야... 그러니까 신혼 때 다 즐겨~ 다... 그리고 아들은 낳지 마”
“성현이 기분 나쁘겠어요”
엄마에 비하면 그녀는 천사 같았다. 그래도 난 우리 엄마가 좋았다. 왜냐하면 그녀 같은 엄
마보다는 그녀와 같은 이웃집 누나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누구의 아내이건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바라 볼 수 있는 것, 만약 누나의 아들로 태어났으
면 누나를 좋아할 수 없었을 테니까.....
“아무튼 고마워 새댁! 잘 먹을게~”
“아주머니도 참.... 맛있게 드세요~ 성현이도 많이 먹고...”
그녀가 나까지 잊지 않고 챙기며 말했다. 나는 문밖으로 멀어져가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따라 내려가 그녀를 힘껏 품고 싶었지만 어디까지
나 상상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나는 무심코 책상머리에 앉아 연습장을 펼쳤다. 아무 생각 없이 한 행
동이었다. 그 때 방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엄마가 얼굴을 빼꼼이 내비쳤다.
“왜?”
“뭐하나 해서~ 또 딸따....”
“엄마!!!!”
“이누무새끼가 사춘기라고 봐 줬더니 툭하면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지랄이!”
워낙 장난이 심한 엄마였지만 그 사실을 잊은 채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 버리고
말았다. 아까부터 누나에게 했던 말들이 불편한 심경으로 변해 단번에 터져 버린 것이었다.
엄마는 그런 내가 야속했던지 조금은 의기소침해진 말투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미안해 엄마! 근데 자꾸 심한 장난치니까 그렇지~”
“미안은... 나쁜 녀석 같으니라고... 새댁이 오징어 가져왔는데 지금 하나 먹을래?”
“이따... 저녁에 아빠랑 같이 먹지 뭐~”
“그러던지!”
그녀가 가져온 건 생물 오징어였다. 하도 싱싱해서 아들부터 먹이려는 엄마에게 큰소리를
친 게 못내 미안했던 나는 재빠르게 엄마에게 사과를 했고 엄마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과를 받아주었다.
십 수 년을 봐 온 엄마였다. 정말 화가 났는지 아닌지는 말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엄마가 문을 닫고 나간 후에 나는 다시 그녀의 생각에 잠겼다. 모델의 상상의 가슴과 우윳
빛깔 감도는 그녀의 적당한 크기의 유방이 번가르며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아~ 보고 싶어, 누나의 알몸이 보고 싶다......’
짧은 머리를 마구 헝클며 나는 괴로워했다.
괴로웠다. 밤마다 들려오는 그녀의 미친듯한 신음소리가 날 미치게 했고 그녀의 얼굴이 나
의 마음을 휘어잡아 온통 그녀의 생각만을 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생각인 걸 알지만 그녀를 범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도, 친구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오늘이 100% 하는 날인데...’
괴로워한다는 것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녀를 옅볼 기회를 생각해내고 있었다.
그녀를 생각할수록, 그녀를 마주칠수록 나의 성적 호기심은 점점 극에 달해가고 있었던 것
이다.
스스로 해도 될 것과 하면 안 될 것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깨닫지 못
하고 있었다.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한 시대의 혈기왕성한 젊은이일 뿐이었다.
우선적으로 그녀의 방을 볼 수 있는 창은 내방 아래쪽에 난 정원의 창, 즉 아래층의 안방의
창이 유일했다. 그 외 화장실의 작은 창과 출입구 쪽에 있는 작은방의 창이 겉으로 드러난
창의 전부였다.
‘흐음... 그렇다면 그녀를 볼 수 있는 창문은 안방과 화장실이 전부인데......’
화장실은 비교적 외지게 나 있어 훔쳐보기 안성맞춤이었지만 그때는 나는 그녀의 배설행위
보다는 성교행위만을 생각하는 장인의 옹고집과 다름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나는 재빠르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집 전체를 위아래로 훑으며 돌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넌방의 창문이었다.
‘보자~~~~~’
주위를 살핀 후 커튼이 쳐진 창의 빈틈을 찾아 눈을 갖다 댔다. 아래층은 2가구가 살 수 있
었지만 한 채는 아직 비어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을 하면 지금은 잠시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이모의 집이었다.
이모부와 같이 살다 이혼 후 못다한 공부를 하고 싶다며 날아간 후 벌써 3년이 다 되어가
고 있었던 것이었다.
‘음..... 옷 방 패스!’
어두컴컴한 방안을 비춰주는 것은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들어오는 거실의 빛 뿐이었다.
커텐 틈바구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행거에 걸린 옷가지들과 각종 패션잡화들이었다.
다시 걸음을 옮겨 정원으로 나있는 창으로 향했다.
나는 그녀의 침실이 보이는 창문 앞에 서성였다.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나름대로 그곳에 온
이유를 만들기 위해 볼펜 한 자루도 떨어뜨려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는지 안방으로는 들락거리지
않고 있었다.
‘저 침대 위에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거란 말이지!’
은은한 꽃무늬가 빼곡한 침대시트와 이불은 한 세트인 것처럼 보였다. 거의 핑크빛에 가까
웠지만 정신 사납거나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 예쁜 이불이었다.
나는 침대를 보자마자 그 위로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열린 창으로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러왔고 잠자리 커튼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내 눈엔 그저 훤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방이었다.
나는 빈틈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정원이라지만 그 창을 통해 훔쳐보기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바닥에서
30cm정도 올라선 곳부터 시작되는 창문은 충분히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는 높이였지만 분
명히 그림자와 사람의 형상이 커튼 뒤로 비쳐질 것이었다.
‘아~ 방법이 없나?’
또 정원 바닥에는 몽돌이 깔려 있어 아무리 조심히 걷는다고 해도 그 고요한 새벽엔 달그락
소리가 울릴 게 분명했다.
나는 잠시 후퇴를 해야만 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상념에 잠겼다. 그리고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잠자리에 눕기
바로 직전까지도 훔쳐볼 궁리만 연신 해대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아흠~ 아! 아흑”
그녀의 다리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다. 조금의 굽힘도 없이 쭉 뻗은 두 다리는 무척이나
길고 가늘었다. 그리고 허벅지는 튼실하니 탄력 있게 근육의 줄기를 선명하게 나타냈다.
“어때? 좋아?”
나는 연신 신음을 터뜨리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답 없이 신음만을 토해
낼 뿐이었다. 부드럽고 질척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부드럽게 조이는 그녀의 보지 속에 자
지를 넣고 비벼댈 때는 세상을 가진 것처럼 내 자신이 우월해보였다.
“아으으으으~~~ 흐음~~~~”
자지러지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을 잡아 주물러주자 그녀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그녀의 보지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나의 자지로 시선을 옮기자 허옇게 변한 물이 번들
거리고 있었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키와 피부톤으로 봐선 아래층 누나같았지
만 가슴의 크기로 봐선 보라모델같기도 했다.
‘얼굴이... 궁금해....’
고개를 천천히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려하자 그녀는 째지는 비명을 토해냈다.
그렇게 흥은 깨지고 말았다.
“꺄아악~~ 으악!! 억! 허억! 꺅!”
어김없이 창문으로는 아래층에서 비춰오는 엷은 빛이 투과되고 있었다. 그리고 높다란 괴성
의 신음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전보다 더 높아진 것처럼 귓가를 때리며 흘러 지나가고 있었다.
‘아~ 이제 시작인가?’
그녀의 목소리를 벗삼아 꿈을 되새겼다. 가슴이며, 다리며, 여자의 알몸이라곤 태어나서 본
적이 없는 나로썬 분명히 모델과 누나의 합친 모습이었을 거라고 결론 내렸다.
도대체 어디에 부벼지고 어느 구멍에 넣었는지 침대에서 아무리 허리를 움직여 자지를 자극
해봐도 꿈에서의 그 느낌이 나질 않았다.
‘아~ 짜증나! 괜히 얼굴을 보려 해가지고....’
나는 정액을 그녀의 몸에 싸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여전히 경이로운 신음소리와
울부짓는 그녀의 목소리가 나의 아쉬움을 더 크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딱 1년 전쯤 처음 그녀의 신음소리를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땐 잠시 동안이었지만 어떤
여자가 죽어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금세 그 소리가 어린 한남자의 성욕을 일깨워주는
소리란 걸 깨달은 후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깊숙이 품었다.
“커흣! 꺄악! 오... 옵빠... 사, 살려줘...”
드디어 그녀의 봇물같은 신음이 터져내리기 시작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 신음은 색기가
넘쳤다. 아니, 색기를 넘어선 거의 광기에 가까운 신음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기분이길래 저토록...’
궁금했다.
어른 남녀가 단둘이 해내는 몸의 대화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것이길래 저토록 미칠듯한 고
함을 질러대며 쾌락속으로 빠져드는지... 나의 무경험에서 오는 무지는 호기심을 넘어 상
상만으로 그것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끄흣! 흐읍! 흐읍! 허읍! 나... 나... 죽어... 어흑!”
그녀의 남편이 궁금했다. 포르노에 나오던 블랙조와 같은 흑인처럼 길고 굵은 자지를 휘두
르며 알통과 갑빠가 울퉁불퉁한 사내중에 사내일 것이라고 생각됐다. 한 여자를 저렇게 녹
여내다 못해 죽을정도로 농락하는 남자라면 최소한 그 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대단해...’
상상만으로도 그녀의 남편은 대단한 남자였다. 3초, 10초만에 일을 끝낸 석민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끊임없이 그녀를 공격하는 시간과, 그녀가 흘려내는 강도 높은 신음에서 그
가 굉장한 정력가라는 의심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갈수록 그녀에 대한 환상이 짙어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성친구를 만났더라면 아마
그 괴로운 외길짝사랑은 금세 끝이 났을지도 몰랐겠지만 그때는 이성을 만날 기회 조차 없
었다.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그렇다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이성친구를 사귈 마음도 없었
다. 지금 생각하면 학창시절 중 가장 아쉬운 대목이지만 나름대로 그녀 때문에 즐겁고 행복
했다. 외사랑, 그것도 나이 차가 아주 많이 나는 유부녀였지만 나는 좋았다.
간간이 마주치며 그녀를 볼 수 있어 좋았고,
밤새는 줄 모른 채 그녀의 신음소리에 흥분할 수 있어 좋았고,
그녀를 마음대로 마음에 품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녀를 더욱 더 마음속에 간절하게 품었을 때는 내가 막 고등학교를 진학한 즈음이었다.
막 교복의 상의를 벗고 춘추복으로 갈아입어야 할 5월, 춘추복이라고 해봐야 조끼와 겉옷을
벗는 것 뿐이지만, 날씨가 화창하고 그 화창한 날씨만큼 그녀를 더욱 진하게 기억할 수 있
게 만들어준 1994년 5월의 봄날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대한민국을 휩쓸기 시작해 ‘하여가(何如歌)’라는 곡이
젊은이들을 꿀꺽 집어 삼켰던 그 즈음이었다. 그 때부터 많은 친구들이 랩과 춤에 빠지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좀 논다하는 친구들은 각종 랩이나, 댄스서클에 가입하여 미친 듯이 춤
에 빠지기 시작한 때였다.
다른 친구들이 서태지나 듀스에 홀려 그랬다면 나는 그녀를 알고부터 성적이 떨어질 수 밖
에 없었다.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수업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또 집에 돌아온 시간이건
언제나 그녀의 세상에서 거닐곤 했다.
그래도 겨우겨우 시내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를 턱걸이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거의 고등학
교까지 뺑뺑이지만 우리 동네는 고등학교도 시험 봐서 합격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 즈음, 우리 중고생에게 연예인 말고도 또 한가지 열풍을 몰고 온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농구였다.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바로 직전 여학생들이 키 큰 남자를 좋아하게 된 계기
가 바로 농구라는 스포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지원, 이상민의 연대, 현주엽과 전희철의
고대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하다못해 연고전이네, 고연전이네 하는 갑과 을의 신문제목
만으로도 싸움을 할 정도로 농구의 인기는 최고인 시절이었다. 기아의 허동택트리오, 전통
의 강호 김영만이 버티고 있던 중앙대, 득점기계 김현준이 버티던 삼성까지 농구대잔치는
겨울 스포츠 중 단연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간만에 친구들과 농구 한 판을 하고 늦은 오후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 앞에 다다랐다. 운동신경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나 역시 그 당시 농구라는 것에 미친 듯
이 빠져 있던 때였고 그녀 생각이 간절할수록 친구들과 하는 농구 한 게임이 그나마 짐승같
은 성욕을 잠시 억눌러주던 때였다. 대문 앞에서 내려서는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들어섰
다. 첫 대면 이후로 나는 그녀를 위해 항상 그렇게 행동을 해왔다.
“어? 성현이 왔니?”
이건 뭐... 엄마가 반겨주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빨랫줄에 빨래를 걷어 들이며 나를 반겨
주었다. 빨랫줄이 조금 높게 설치 됐는지 그녀는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빨래를 걷고 있었고
팔을 들어 올릴때마다 생각보다 매끈한 허리선이 살짝 살짝 드러나고 있었다. 얇았다. 그리
고 섹시했다. 그런 그녀를 곁눈질 하며 자전거에 자물통을 잠궜다.
“누나 안녕하세요~”
그녀 앞에 서는 게 점점 부끄러워지는 나였다. 이제는 인사만 해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내 자신이 먼저 느꼈다. 그렇게 인사만 던지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려 했다.
“아! 성현아~ 아까 엄마가 나가시면서 오늘 아빠하고 좀 늦는다고 저녁 좀 먹이래~ 이따 7
시까지 우리 집으로 내려 와~“
“네~~~~”
나는 얼른 코너를 돌아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쾌재를 불렀다.
아마 모르기는 해도 엄마와 그녀는 어느새 많이 친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 엄마의 출타가
자주 있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집을 비울 때면 동네 아줌마들에게 저녁하나만큼은 당부를 하
고 나갔었다. 비록 어린나이는 아니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걱정스러웠나 보다.
얼른 집에 오자마자 나는 샤워부터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다.
그녀가 말해준 저녁시간까지는 40분여 남짓 남아있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나
도 모르게 서두르고 있었다.
팬티를 벗고 전신거울에 비춰 몸을 바라봤다. 아직 겨드랑이에 털이 나지는 않았지만 제법
어깨도 넓어지고 골격도 두꺼워진 내가 보였다. 귀두도 꽤나 씨알이 굵어져 있었고 땀을 흘
려서인지 축 쳐진 불알도 무게감이 상당해져 있었다.
중학교 올라가기 전 엄마 손을 잡고 병원에 가서 했던 포경수술 자욱도 많이 없어져 있었
다. 우리 엄마에 대해서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는 사건이 병원에서 있었다. 그땐 어려서 잘
몰랐지만 엄마는 의사에게 수술 전 이렇게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 이놈 커서 예쁨 좀 받게 해바라기로 해주세요”
아주 당당하게 말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국 해바라기는 못했지만 그와 비
슷하게 모양으로 잘 잡아준 덕에 성인이 된 지금은 만족하지만 어릴 적엔 친구들로부터 괴
물자지라는 놀림을 당하기도 했었다. 물론 괴물처럼 커서가 아니라 그 모양새가 울퉁불퉁하
고 수술 부위가 두꺼웠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엄마는 현실적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였다. 용감하고 정의로웠다. 내 자지를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줬으니...
이런 저런 생각과 샤워를 끝마친 나는 깔끔한 간편복으로 갈아입고 다가올 저녁시간을 기다
렸다. 괜히 심장이 떨리고, 호흡마저도 불안하게 유지되었다.
창 밖으로만 바라보던 그녀의 집엘 들어간다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벅차올라 뿌듯했다.
‘에이~ 향수라도 있으면 좀 뿌릴랬더니....’
엄마방을 뒤지던 나는 순전히 여자향기만 나는 화장품들만 즐비한 화장대를 뒤로 하고 천천
히 집을 나섰다. 아직 10분이상이나 남아 있었지만 도저히 좀이 쑤시고 안절부절 못하다 아
예 밖으로 나서버린 것이었다.
집 밖으로 나서 그녀의 집 문 앞에 다다르자 칼칼한 김치찌개 향이 코를 찔렀다. 냄새를 더
자세히 맡아보니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 같았다. 김치찌개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나로
썬 머릿털 난 후로 최고의 밥상을 기대하기 충분했다.
‘에잇 못 기다리겠다!’
밥과 찌개냄새에 혼이 빠져 정시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있는 집의 현관
문을 두 눈 꼭 감고 두드린 나는 낭랑하게 들려오는 고음을 듣고 난 후에 집안으로 들어섰
다.
‘흐음~ 냄새 좋다~~~~’
분명 집안은 김치찌개 냄새로 진동을 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풍기는 그녀만의 향기를 코는
기억을 하는 듯했다.
“딱 맞춰서 왔네? 거기 잠깐 앉아서 티비 보고 있어~ 거의 다 됐어”
“네~”
상냥하게 자리까지 콕 집어 안내해준 그녀는 막바지 음식준비로 분주했다.
작지 않은 소리로 티비가 켜져 있었지만 내 눈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그녀가 어떻게 사는지
옅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주위를 둘러보자 생각보다 단촐한 살림살이였다. 정말 필요한 것 정도만 있는, 그렇지만 분
위기 만큼은 화사한 것이 딱 신혼부부의 생활집 같은 느낌이었다. 벽엔 그녀를 처음 마주한
날 비닐봉투에 들려있던 액자가 걸려 있었고 그 위에는 봄날의 웃음을 닮은 행복한 표정의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금의 화장기 없는 모습이 수수하고 청초하다면 진한 웨딩메이크업을 한 사진속의 그녀는
단아하지만 섹시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짜식! 넌 좋겠다!!! 저렇게 예쁘고 착하고 색기있는 여자랑 살아서~’
나는 그가 부러웠다.
사진 속에 그녀를 힘껏 안아 올린 그에게 부러운 시선을 마구 보내고 있을 때 그녀가 말을
걸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헤헷! 깜빡하고 이걸 안올렸어~”
날계란이 풀어져 있는 뚝배기를 보여주며 눈웃음을 치는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녀의
남편이 더욱 부러워졌다.
“누나 결혼식 사진 너무 예뻐요~”
“그래? 고마워~”
나는 홀린 듯 그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누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누나는 그저
고맙다는 형식적인 말만 보내줄 뿐이었다. 나름 용기를 낸다고 낸 말에 퉁명스런 반응을 보
이자 괜히 뻘쭘해진 나는 고개를 티비로 맞추고 작고 아담한 소파 위에서 자세를 바로 잡고
있었다.
‘헙’
나는 재빠르게 그녀를 살폈다. 그녀가 음식을 차리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소파의 끝에 잘 개어져 있는 옷더미를 바라봤다.
더운 날씨가 시작됨에 따라 두껍고 무거운 색들의 옷은 없었고 면티셔츠나 나시티, 반바지
처럼 보이는 간편복이 예쁘게 개켜져 있었다. 그 중 단연 눈에 들어온 것은 가장 상위를 점
하고 있는 몇 장의 팬티와 앙증맞은 브라였다.
‘누...누나 빤스...’
괜히 못 볼 것을 본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별 것 아니지만 나는 그
녀의 속옷에 수많은 상상과 엄청난 욕정의 쓰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석민에게 변태냐
고 물었었지만 나는 그가 부러웠었다.
계속해서 그녀의 동태를 살피며 그녀의 속옷에 눈길을 주었다.
갖고 싶었다. 저것 하나만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만 같았다.
5장의 팬티 중 보기에도 2장은 그녀의 남편 것으로 보이는 트렁크였고 나머지 세 장은 그
녀의 것으로 추정됐다.
‘노란색이랑 하얀색은 별로야’
속으로 세 장의 팬티 중 하나를 마음속에 찍어두고 기회를 옅보기 시작했다. 집이 그리 넓
지 않아 그녀의 행동반경에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전부 보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전화벨이 세차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제 발 저린 도둑놈처럼 나
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릴 만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초보 도둑놈의 심정이 이러할까?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나의 심장을 벌렁이고 있었다.
손의 물기를 반바지 뒤쪽으로 닦으며 전화를 받는 그녀였다. 회색의 트레이닝 반바지 차림
의 그녀는 엉덩이 부위에 자그마한 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물기자욱이 있는지도 모른
채 내게서 등을 돌렸다.
“뭐? 지금? 알았어~”
전화가 온 것은 그녀의 남편 같았다.
무언가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을 했는지 그녀는 무선전화기를 들고 안방으로 모습을 숨겼다.
방에서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숫자를 불러주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계좌번호를 일러
주는 것 같았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나는 재빠르게 점찍어 둔 검은색 팬티를 주머니로 숨겼고 그와 세트로 보이는 검은 브라를
집었다. 팬티에서 느껴진 보드라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브라의 단단한 와이어가
심장을 터질 듯 두근거리게 했다. 하지만 작은 팬티와는 달리 브라의 크기가 의외로 커서
반바지의 주머니가 불룩해질 것만 같았다.
갈등이 됐다.
포기하기엔 아깝고, 갖자니 티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거 없어진 거 알면 어떡하지? 아마 그냥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겠지? 아니야... 의외
로 날 의심 할 수도 있어... 겨우 속옷 하나 때문에 의심까지 할까? 찾아보고 그냥 잃어버렸
다고 생각하겠지... 생각보다 예민한 성격이면? 아닐 거야, 지금까지 봐 온 결과 둔한 편에
속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질문과 답변까지 전부 주고 받으며 나와 나의 영혼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었다. 2년을 꽉 채우고 전세금 동결과 함께 재계약을 한 지금까지 보아 온 그녀는
분명 예민하거나 모난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와 한 지붕 아래서 산 것도 3년째가 되어가고 있었다.
“언제 와? 알았어~~~~”
상냥한 목소리가 점차 크게 들리는 순간 나는 손에 잡았던 브라는 아쉽게도 포기를 해야만
했다. 두 개가 한꺼번에 없어지면 의심을 깊게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했다.
“어머! 어머!! 으~~~~~”
그녀는 감정에 굉장히 충실한 것 같았다. 올려둔 음식이 탔는지 고음의 목소리가 자지를 자
극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속옷으로 인해 커질대로 커진 자지를 더욱 자극하는 목소리의
그녀였다. 그녀의 속옷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땐 몰랐는데, 의연한 마음으로 돌아와 시치미를
떼고 티비를 바라보고 있을 때 탄내가 풍겨져 왔다.
“어떡해~ 성현아... 계란찜 탔다!”
울먹이듯 검게 탄 아랫부분을 보여주며 어깨를 늘어뜨린 그녀는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
랑스러웠다.
“괜찮아요~ 나 원래 탄 거 겁나 좋아해여”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던져 놓고 다시 티비로 시선을 고정한 나는 마치 바늘 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그녀의 팬티가 혹시 삐져나오지는 않았는지 계속해서 신
경이 거슬려 티비에서는 무슨 내용이 방영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너 화장실 가고 싶지? 갔다 와~”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본 그녀는 아마도 내가 화장실이 급한 것처럼 보였던 것 같았다. 차
라리 그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든 나는 마렵지도 않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
손잡이의 배꼽을 눌렀다.
“팅”
금속의 마찰음이 너무도 크고 생생하게 귀에 울려 퍼지고 바지를 단번에 무릎까지 내려 성
난 자지를 매만져 주었다. 당장이라도 정액을 토해내고 싶었지만 화장실에 들어오기 전 그
녀는 식탁에 찬을 하나 둘씩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래 걸리면 왠지 그녀가 문을 두드리며 밥 먹으라고 소리를 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엄마처럼....
‘후우~ 이래서 죄 짓고는 못사는 거구나~~ 이왕 온 김에 화장실 탐색이나 해야겠다.’
여전히 바지를 무릎에 걸친 채 어기적거리며 좁은 화장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뒤진 곳은 단연 세탁기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양말 두 짝이 들어있을 뿐이
었다. 김이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껏 부푼 마음에서 ‘피쉬~익’ 소리가 나며 바
람빠지는 소리 말이다.
별로 볼 것은 없었다. 변기 옆에 있는 휴지통도 말끔히 비워져 있었고 수건을 올려놓은 선
반에도 생필품 외엔 관심 가는 것이 없었다.
자지도 김이 빠졌는지 서서히 누그러들고 있었고 다시 바지를 치켜 입은 나는 문고리를 잡
고 돌리기 전에 아쉬운 마음에 다시 뒤를 돌아봤다.
‘창문...’
빛이 들어올 리가 없는 그녀의 화장실 창은 건너편에 위치한 건물 덕분이었다. 사람이 드나
들기에는 비좁을뿐더러 마주한 건물의 벽면엔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보안이 취약한 부
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지 사람이 드나들 수 없도록 세로는 20cm정도, 가로는 충분히 넓
게 디자인 되어 위치했다. 그것도 위 아래로 두 개나 설치된 창문은 보안을 위한 것보다도
멋을 내기 위한 디자인적 요소인 것처럼 예쁘기도 했다. 채광창이었다.
‘밖에서 보는 거랑 안에서 보는 거랑은 많이 다르네... 예뻐’
원래 화장실 창문엔 대부분 불투명한 유리가 가로막고 있지만 깨진 적이 있었던지 아래쪽
창문은 이중창 모두 투명유리였다.
‘어? 그래! 화장실이라면 누나를 볼 수 있어~’
다행히 훔쳐보라는 하늘의 계시인지 커텐도 달려 있지 않았다. 수그러들던 자지가 다시 고
개를 쳐들고 있었다.
“성현아~ 아직 멀었니?”
“아...아뇨 나..나가요~”
나는 뜻밖의 확실한 소득을 안고 화장실을 나섰다. 다시 주방의 식탁으로 서서히 다가가자
그녀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마치 첫날밤을 치르는 새색시의 모습처
럼 수줍은 표정이기도 했다.
“그쪽으로 앉아...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녀의 수줍음은 외간 남자에게 처음으로 음식을 해주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모양이
었다.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그녀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가 해 준 밥을 먹는 나 역시 묘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빛깔이 맛있어 보이는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와 태워 먹은
계란찜이 주 메뉴였다. 계란찜은 탄 부분을 전부 걷어냈는지 노란 계란빛이 그대로 살아있
었다.
“잘 먹겠습니다”
윤기가 흐르는 밥을 한 수저 입에 넣고 김치찌개 국물을 떠먹었다.
그 맛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물맛이 진하고 얼큰했다.
“어때?”
새초롬하게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가 물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모습이 마치 맛을 심판받는 아내의 모습인 것 같았다.
“누나! 짱!! 진짜 맛있어요”
“정말?”
재차 묻는 그녀는 맛있다는 말에 흡족해했다. 표정에서 그녀의 모든 감정을 말해주고 있는
듯 처음의 표정보다는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완전 맛있어요... 맨날 먹고 싶다~”
“그래? 그 정도야? 그럼 맨날 와서 먹어~”
“정말요?”
“응, 배고프거나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라면이라도 끓여 줄께! 나 라면도 되게 잘 끓
여”
“나 라면 귀신인데~ 그럼 나중에 라면도 끓여 주세요”
“오케이!”
그녀는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만들어 보인 후에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며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계란찜은 탄내가 많이 났지만 못 먹을 정
도는 아니었고 혹여 그녀의 마음이 상하기라도 할까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아우! 써!!”
하지만 그녀는 계란찜을 한 입 머금었고 곧바로 쓰다는 말과 함께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
모습도 어찌나 귀여운지 마주한 얼굴을 쓰다듬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보며 미소가 머금어졌다.
“너! 이게 맛있어? 일부러 말 안 했지? 나 골탕 먹이려고!!”
“아니예요~ 맛있는데”
나는 일부러 계란찜을 한 수저 가득 떠 입에 넣었다. 조금 탄내가 나긴 했지만 못먹을 정도
는 아니었다. 간도 맞고 맛도 좋았다. 다만 탄내가 좀 심하게 날 뿐이었다.
“이거 먹지 마~”
그녀가 접시를 치우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접시를 그대로 뒀다. 전부 계산에 의
한 행동이었다. 처음 자리에 앉아 그녀의 손을 봤을 때부터 고운 손을 무척이나 잡고 싶었
다. 하얗고 고운 손, 투명한 손톱이 깔끔한 그녀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아니예요... 맛있어요~”
아예 양손을 사용해 그녀의 손을 잡아 접시를 놓게 한 뒤 나는 크게 웃음 띤 얼굴을 지었
다. 그러자 그녀도 웃음을 받아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아! 누나! 근데 아저씨는요?”
나는 식전부터 물어 본다는 걸 그제서야 물었다. 그녀의 남편을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았지
만 일종의 예의상 하려던 말을 늦게 하게 된 것이었다.
“응~ 오늘 조금 늦는데~ 먼저 먹어도 돼”
“아~~”
친절하게도 그녀는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안심까지 시켜주는 것 같았다. 가면 갈수록 섹스
심벌이 이상형이 되었고 또 이상형은 나의 짝사랑이 되었다.
그녀의 외모, 성격, 스타일 무엇 하나 맘에 안 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나는 그녀에게 빠져
만 갔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과일까지 먹고 난 후에야 나는 다시 윗층으로 올라왔다.
그냥 거기서 기절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그녀를 품에 안고 잠
들고 싶었던 바람은 그저 꿈 중에서도 개꿈일 수 밖에 없었다.
‘아~ 아쉽다!’
그녀의 집에서 나오는 것이 아쉬웠고, 그녀의 손을 더 만질 수 있는 기회를 못 만든 것이
아쉬웠고, 그녀의 브라를 못 챙겨 온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녀와 깊은 얘기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고, 나의 마음을 조금도 표현하지 못한 것 또한 큰
아쉬움으로 남고 말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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