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멀쩡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나는 잘 생겼다. 키 185에 몸무게 80. 떡 벌어진 어깨를 가졌고 아까 말했듯이 잘 생겼다니까! 그런데 나는... 나는... 보잘 것 없다. 나에게는 여자친구도 없다. 키크고, 몸좋고, 잘 생겼는데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나는 돈이 없다. 나이 서른넷. 한창 결혼적령기다. 그런데 나의 직업은... 없다. 30대 중반의 백수에게 여자친구란 사치일 뿐이다. 뭐 여자친구를 만들려면 어렵지 않게 만들겠으나 내 나이 서른넷. 결혼을 목적으로한 진지한 만남은 가질 수 없다. 그저 잠깐 스쳐가는 인연으로만 만날 것이고 내 외모만 좀 보고 만나는 여자들도 그저 스쳐가는 정도,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이라도 만나려면... 돈이 깨진다. 돈 없이 여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뭐가 문제일까?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자. 나는 서른넷의 백수. 왜 백수가 되었을까? 나는 일단 대학을 제대로 나오지 못 했다. 대학을 제대로 나오지 못 했다고 백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성공하는 사람 많다. 그런데 왜 나는...
대학을 가지 못한 이유가 뭐겠는가? 고등학교 때 공부를 더럽게 안 했다는 것. 성적이 성실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성실하지 못 했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잘 생겼고, 키도 크고, 몸도 좋다. 어릴적부터 이런 애들은 노는 길에 빠지기 쉽다.
고등학교 때 나는 나름대로 날렸다. 큰도시에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조그만 도시 안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했다.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일진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사실 싸움을 잘할 필요도 없었다. 싸움을 잘하기 때문에 일진이 되는게 아니라, 일진이 되었기 때문에 싸움을 잘하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내가 그냥 동네 찌질이와 비슷한 정도의 싸움실력을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내가 걔랑 싸우면 몇 대 맞기도 하고 그러겠지. 그러나 일진이 되면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다.
"야 이 개새끼야!"
이러면서 뒤통수를 후려갈겨도 그 찌질이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맞고만 있는다. 싸움을 잘해서 일진이 아니라, 일진이라 싸움을 잘 한다는 것. 그것은 이런 상황을 보면 알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을 그렇게 보냈으니, 좋은 대학에 어떻게 가겠는가? 게다가 나는 자그마한 일도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일진으로 애들이나 패고 다니던 애가 뭘 할수 있겠나? 또 뭐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일진의 고충을...
내가 만약에 중국집 배달을 한다고 하자. 그러면 여러 집을 들어가야하고 거기에는 분명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걔는 나를 보고
"어? 너 혹시..."
이런 식으로 아는 척을 한다면... 나는 고등학교 때 애들 패고 다니다가 지금은 중국집 배달이나 하는, 사태가 완전히 역전된 상태가 된다. 돈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내 자존심까지 버리기에는... 내 자존심이 너무 컸다.
어쩌면 자존심밖에 남은 게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여러개를 가지고 자존심까지 있는 상태였다면 자존심을 포기할 수 있겠지만 그 때 내 상태는 자존심밖에 없는 상태. 전재산인 자존심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서른넷이 된 것이다. 여태까지 벌어놓은 재산이 200만원도 안 되는 상태의 30대 중반이 된 것이다. 어디 취직하기에도 애매한 나이의... 이제는 자존심을 더 찾을 수도 없는 상태다. 이렇게 살다가는 마흔, 쉰을 어떻게 버티겠는가? 나는 자존심을 버리기로 했다.
동창회. 고등학교 졸업후 한번도 찾은 적이 없는 그곳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동창회란 어찌보면 단순히 동창들이 모이는 자리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곳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나가는 장소이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옛정을 빌미로 도움을 구하는 장소이다. 그곳에 나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결심이었다.
동창회에 나가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부부동반이라고 했었지... 어느새 결혼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하긴 서른넷. 반 이상 결혼한 상태였다. 나는 그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로 보였다. 많은 친구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도 약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 서로는 친구일지 몰라도 나에게 만큼은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주변인처럼 그곳에 머물러있을 뿐이었다. 몇몇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인사를 건냈다. 그건 그냥 아는 척이었다. 척.
척, 하니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야, 너 오랜만이다!"
내 앞에 나타난 그 사람은 키도 별로 크지 않고, 몸매도 마른게 볼품없이 생겼지만 딱 보아도 성공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옷 때문인가? 아니면 그 말투의 당당함 때문인가? 이런것을 생각하면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려봤다.
내 친구 중에... 저런 애가... 있었나...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내 기억 속에 저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나를 똑똑히 기억하는 저 사람.
"아... 반갑다 나도! 근데 이거 이거 어쩌지? 내가 너 얼굴은 분명히 기억나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나네? 이름이 뭐였지?"
고등학생 때 같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이지만, 지금은 내가 도움을 받으러 나온 입장이니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대답했다.
"어? 이거 좀 섭섭한데? 나 기억 못 하겠어?"
그 사람은 장난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금 자신을 맞춰보라고 했지만 나는 정말 누군지 모르겠었다.
"진짜 미안해! 내가 진짜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미안, 미안."
"야! 나 호진이야! 호진이! 이호진!"
이호진. 나는 드디어 기억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찌질이. 그것도 내가 집중적으로 괴롭혔던 애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얘가 굉장히 싫었다. 대부분은 일진들이 꼭 한명 정도 정해놓고 괴롭히는 애가 있는데, 나는 얘였다.
가장 큰 이유 첫번째는 나와 비슷하단 점. 두 번째는 나와 다르다는 점.
나와 비슷한 점은 얘네 집도 우리집만큼이나 형편 없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삼형제끼리만 살아가는데 형이 벌어서 얘와 동생을 먹여살린다고 했다. 우리집도 얘네 집처럼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다. 물론 지금도...
그리고 나와 다른 점. 나는 삐뚤어졌다. 싸움도 잘 못하는게 어쩌다보니 일진이 되어 자기와 비슷한 애들이나 괴롭히고 삥이나 뜯고 다니는데 얘는 묵묵히 공부를 했다. 무언가 불만이 가득해보이는 것 같았지만 아무 문제를 안 일으키고 공부만 열심히 했다.
나와 똑같이 불만이 가득하다. 만약 얘가 나랑 놀아달라고 했다면 나도 얘를 나랑 노는 애들에게 소개시켜줘 일진으로 만들어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얘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도 안 쓰는 듯이 행동하며 공부를 했고, 거의 늘 전교 1등이었다.
그게...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나와 같은데, 나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점. 그것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 내내 괴롭혔다. 나와 다른 반이 되었더라도 내 빵을 사오는 애는 얘였다.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는게 꼴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를 이렇게 동창회에서 만났다. 나도 호진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호진이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의대에 갔었다. 의대에 가는 애는 예나 지금이나 흔하지 않으니 잘 기억하고 있었고, 그게 호진이었으니 나는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도... 왠지 호진이의 일은 더 귀담아듣고 했다. 호진이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이 부잣집이라는 것 정도도 말이다.
"어... 반갑다... 호진아. 이제 다 기억 난다."
나는 환하게 웃지 못 했다. 아마 호진이도 내 웃음이 어색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지도 모른다.
"새끼. 요즘 뭐하고 지내?"
새끼... 새끼라니?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아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의사친구가 백수친구에게 하는 말인데 저정도가 뭐 별거겠나?
"그냥 일 좀 알아보고 있어..."
요즘이 아니라, 지금, 이 동창회에서 하고있는게 그것이다. 일 좀 알아보는 일. 그게 내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제대로 못 해내고 있다. 그 일말의 자존심 때문에 가로막혀서 다른 사람들, 다른 친구들에게 말도 제대로 못 걸고 있는 것이다.
"너 여전하구나?"
여전하구나. 라는 말이 날카로웠다.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그 여전하다는 말이 다른 쌍욕들보다도 더 심하게 다가왔다. 나는 슬프게도 여전했다. 고등학교 때 나는 노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놀고 있었다. 한심하게도...
"나야 뭐 그렇지... 너는 어떻게 지내?"
나는 이미 호진이가 어떻게 사는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넘기려고 호진이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나도 뭐 똑같지."
뭐가 똑같다는 걸까? 고등학생 때? 내 빵이나 사오던 찌질이로 똑같다는 거야? 지금 모습을 봐. 너는 완전 달라졌어. 이제 너가 일진이 된 것 마냥 폼을 잡고 있고, 나는 네 앞에서 아무 죄도 없는데 마치 죄 지은 사람마냥 잔뜩 쫄아있다. 이게 그 때와 똑같은 건가...
"오빠? 뭐해?"
그 때 갑자기 한 여자가 오더니 호진이의 팔짱을 꼈다. 키는 좀 작아보였으나 얼핏봐도 가슴이 꽤 묵직해보이는 여자였다. 글래머임에도 섹시한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더 드는 그런 여자였다. 확실한 것은 어느 누가 보아도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을 만한... 더 나아가면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하는 그런 여자였다. 그리고 어려보였고...
"응,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 만나서 얘기 좀 했어. 인사해, 내 와이프."
호진이는 그 여자를 손바닥으로 가리켰고 나는 호진이의 와이프에게 인사를 했다. 전에 소식을 들었었지. 호진이가 결혼한 사람이 집안도 빵빵할 뿐만 아니라, 가슴도 빵빵하다고... 그리고 예쁘다는 것도...
"안녕하세요. 아, 역시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호진씨 부인되는 박은지라고 해요."
의사가 되니 저렇게 예쁜 부인도 만나는구나. 나는 백수라서 그런지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는다. 내가 호진이보다 외모로 봤을 때는 훨씬 앞서는데 말이다.
"듣던대로 미인이라고? 너 언제 은지 얘기 들었냐? 하하."
나는 뜨끔했다. 내가 호진이 소식을 조금씩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는 것을 들킨것만 같았다. 호진이는 그런것에 신경도 안 쓰는 듯이 웃고는 손을 살짝 까딱하며 인사를 했다.
"오늘 반가웠다. 너 하는 일 없다고 했지? 내가 조만간 연락 한번 할게."
이건 나에게 일을 주겠다는 건가? 나는 돌아가는 호진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호진이를 따라가는 은지씨도... 짧은 검정 원피스를 입은 은지씨는 살짝 뒤돌아보더니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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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씨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흘리고 간 후에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생각했다. 왜 은지씨가 그런 미소를 흘렸을까? 그 미소는 단순한 미소가 아니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듯한 것 같기도 하면서 어쩌면 나를 유혹하는 듯한 미소였다.
그로부터 얼마후 호진이에게 연락이 왔다. 호진이의 연락을 기다렸던 것은 일자리를 준다고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시 은지씨를 만나게 될수 있을까하는 기대도 약간은 있었다. 내가 은지씨를 이성적으로 어떻게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쁜 사람을 본다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
“기태야. 너 일 구한다고 했지?”
“응... 괜찮은 일 있다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응. 근데 그게 전화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네. 우리 만나서 얘기 좀 나눌까? 너 우리집 올래?”
갑자기 집이라? 나는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뭐 어쩌겠는가? 나는 호진이에게 집주소를 듣고 꾸역꾸역 그 집으로 찾아갔다. 꾸역꾸역이라고 말한 것은 내가 차가 없기 때문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조금 더 걸어서야 집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호진이의 집 앞에서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했다. 왜 두근거리는지 잘 모르겠다. 여태까지, 아니 전에 알았을 때에는 내가 갑이고 호진이가 을인 상태였는데 지금은 반대니까 그런 건가?
띵동
나는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고 딸깍하는 소리가 슬며시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나타난 사람은 호진이가 아니었다. 호진이가 아니라... 호진이의 와이프 은지씨였다.
“안녕하세요. 기태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 예...”
나는 약간 당황스러워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은지씨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기태가 나왔을 줄 알았다.
“호진씨는 조금 이따가 올거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은지씨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갔다. 나는 그런 은지씨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딱 달라붙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었다. 그것이 결코 야하다고 볼수 있는 의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충분히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옷이었다. 은지씨의 몸매는 충분히 예뻤고... 가슴은 C컵 정도... 옷이 딱 달라붙은 게 더 섹스하게 느껴졌다. 특히 엉덩이를 볼때는 더욱...
“기태씨. 뭐 마실거 드릴까요?”
“예?”
나는 또 당황해서 말을 얼버무렸다.
“뭐 마시고 싶은 거 있어요? 녹차, 커피, 쥬스 뭐 그런거요.”
“아... 저는 그냥 물 주세요. 물...”
은지씨는 쟁반에 물 두컵을 떠서 가져왔다. 나는 쇼파에 앉아있었는데 은지씨가 바로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직접 물 한컵을 집어 나에게 주었고 나는 쭈뼛쭈뼛하면서 두손으로 컵을 받았다.
“기태씨. 참 잘 생겼네요.”
“예? 아... 감사합니다...”
예쁜 여자가 접근하는 게 싫지는 않다. 아니, 접근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가? 어쨌든 예쁜 사람이 나보고 잘 생겼다고 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그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호진이의 집에서 호진이의 와이프와 단 둘이 있다는 것 자체가 편치 않았고, 그리고... 호진이의 와이프, 은지씨가 나를 대하는 게 약간...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뭐 이건 남자들이 쉽게 느끼는 자뻑이나, 착각일 수 있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거는 어쩔 수 없었다.
“호진이는 언제 쯤 오나요?”
“뭐... 곧 오겠죠? 왜 바쁜 일 있으세요?”
“아...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천천히 기다려요, 우리. 전 이렇게 기태씨랑 단둘이 있는 것도 좋은데요?”
은지씨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내가 저번 만남부터 상상해왔던 것 때문에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이상한 눈빛을 받았다고 생각한 이후로 계속 은지씨를 상상해왔으니 단순한 말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천천히 기다려요, 우리. 나는 그 우리라는 말과 나와 단둘이 있어서 좋다는 말이 걸렸던 것이다. 물론 나도 단둘이 있어서 좋았지만...
“기태씨. 뭐 이런 거 물어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음...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예? 뭐... 물어보세요.”
“음... 기태씨.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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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 대리부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대학생스와핑클럽을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께는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대리부로 먼저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이글을 올리고 일이 있어, 다음주에나 2부를 올릴 것 같습니다. 이제 주 3회씩 올리겠습니다. 이번주에만 1회인 걸 용서해주세요!
나는 돈이 없다. 나이 서른넷. 한창 결혼적령기다. 그런데 나의 직업은... 없다. 30대 중반의 백수에게 여자친구란 사치일 뿐이다. 뭐 여자친구를 만들려면 어렵지 않게 만들겠으나 내 나이 서른넷. 결혼을 목적으로한 진지한 만남은 가질 수 없다. 그저 잠깐 스쳐가는 인연으로만 만날 것이고 내 외모만 좀 보고 만나는 여자들도 그저 스쳐가는 정도,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이라도 만나려면... 돈이 깨진다. 돈 없이 여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뭐가 문제일까?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자. 나는 서른넷의 백수. 왜 백수가 되었을까? 나는 일단 대학을 제대로 나오지 못 했다. 대학을 제대로 나오지 못 했다고 백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성공하는 사람 많다. 그런데 왜 나는...
대학을 가지 못한 이유가 뭐겠는가? 고등학교 때 공부를 더럽게 안 했다는 것. 성적이 성실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성실하지 못 했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잘 생겼고, 키도 크고, 몸도 좋다. 어릴적부터 이런 애들은 노는 길에 빠지기 쉽다.
고등학교 때 나는 나름대로 날렸다. 큰도시에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조그만 도시 안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했다.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일진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사실 싸움을 잘할 필요도 없었다. 싸움을 잘하기 때문에 일진이 되는게 아니라, 일진이 되었기 때문에 싸움을 잘하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내가 그냥 동네 찌질이와 비슷한 정도의 싸움실력을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내가 걔랑 싸우면 몇 대 맞기도 하고 그러겠지. 그러나 일진이 되면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다.
"야 이 개새끼야!"
이러면서 뒤통수를 후려갈겨도 그 찌질이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맞고만 있는다. 싸움을 잘해서 일진이 아니라, 일진이라 싸움을 잘 한다는 것. 그것은 이런 상황을 보면 알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을 그렇게 보냈으니, 좋은 대학에 어떻게 가겠는가? 게다가 나는 자그마한 일도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일진으로 애들이나 패고 다니던 애가 뭘 할수 있겠나? 또 뭐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일진의 고충을...
내가 만약에 중국집 배달을 한다고 하자. 그러면 여러 집을 들어가야하고 거기에는 분명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걔는 나를 보고
"어? 너 혹시..."
이런 식으로 아는 척을 한다면... 나는 고등학교 때 애들 패고 다니다가 지금은 중국집 배달이나 하는, 사태가 완전히 역전된 상태가 된다. 돈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내 자존심까지 버리기에는... 내 자존심이 너무 컸다.
어쩌면 자존심밖에 남은 게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여러개를 가지고 자존심까지 있는 상태였다면 자존심을 포기할 수 있겠지만 그 때 내 상태는 자존심밖에 없는 상태. 전재산인 자존심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서른넷이 된 것이다. 여태까지 벌어놓은 재산이 200만원도 안 되는 상태의 30대 중반이 된 것이다. 어디 취직하기에도 애매한 나이의... 이제는 자존심을 더 찾을 수도 없는 상태다. 이렇게 살다가는 마흔, 쉰을 어떻게 버티겠는가? 나는 자존심을 버리기로 했다.
동창회. 고등학교 졸업후 한번도 찾은 적이 없는 그곳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동창회란 어찌보면 단순히 동창들이 모이는 자리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곳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나가는 장소이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옛정을 빌미로 도움을 구하는 장소이다. 그곳에 나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결심이었다.
동창회에 나가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부부동반이라고 했었지... 어느새 결혼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하긴 서른넷. 반 이상 결혼한 상태였다. 나는 그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로 보였다. 많은 친구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도 약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 서로는 친구일지 몰라도 나에게 만큼은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주변인처럼 그곳에 머물러있을 뿐이었다. 몇몇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인사를 건냈다. 그건 그냥 아는 척이었다. 척.
척, 하니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야, 너 오랜만이다!"
내 앞에 나타난 그 사람은 키도 별로 크지 않고, 몸매도 마른게 볼품없이 생겼지만 딱 보아도 성공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옷 때문인가? 아니면 그 말투의 당당함 때문인가? 이런것을 생각하면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려봤다.
내 친구 중에... 저런 애가... 있었나...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내 기억 속에 저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나를 똑똑히 기억하는 저 사람.
"아... 반갑다 나도! 근데 이거 이거 어쩌지? 내가 너 얼굴은 분명히 기억나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나네? 이름이 뭐였지?"
고등학생 때 같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이지만, 지금은 내가 도움을 받으러 나온 입장이니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대답했다.
"어? 이거 좀 섭섭한데? 나 기억 못 하겠어?"
그 사람은 장난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금 자신을 맞춰보라고 했지만 나는 정말 누군지 모르겠었다.
"진짜 미안해! 내가 진짜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미안, 미안."
"야! 나 호진이야! 호진이! 이호진!"
이호진. 나는 드디어 기억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찌질이. 그것도 내가 집중적으로 괴롭혔던 애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얘가 굉장히 싫었다. 대부분은 일진들이 꼭 한명 정도 정해놓고 괴롭히는 애가 있는데, 나는 얘였다.
가장 큰 이유 첫번째는 나와 비슷하단 점. 두 번째는 나와 다르다는 점.
나와 비슷한 점은 얘네 집도 우리집만큼이나 형편 없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삼형제끼리만 살아가는데 형이 벌어서 얘와 동생을 먹여살린다고 했다. 우리집도 얘네 집처럼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다. 물론 지금도...
그리고 나와 다른 점. 나는 삐뚤어졌다. 싸움도 잘 못하는게 어쩌다보니 일진이 되어 자기와 비슷한 애들이나 괴롭히고 삥이나 뜯고 다니는데 얘는 묵묵히 공부를 했다. 무언가 불만이 가득해보이는 것 같았지만 아무 문제를 안 일으키고 공부만 열심히 했다.
나와 똑같이 불만이 가득하다. 만약 얘가 나랑 놀아달라고 했다면 나도 얘를 나랑 노는 애들에게 소개시켜줘 일진으로 만들어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얘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도 안 쓰는 듯이 행동하며 공부를 했고, 거의 늘 전교 1등이었다.
그게...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나와 같은데, 나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점. 그것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 내내 괴롭혔다. 나와 다른 반이 되었더라도 내 빵을 사오는 애는 얘였다.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는게 꼴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를 이렇게 동창회에서 만났다. 나도 호진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호진이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의대에 갔었다. 의대에 가는 애는 예나 지금이나 흔하지 않으니 잘 기억하고 있었고, 그게 호진이었으니 나는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도... 왠지 호진이의 일은 더 귀담아듣고 했다. 호진이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이 부잣집이라는 것 정도도 말이다.
"어... 반갑다... 호진아. 이제 다 기억 난다."
나는 환하게 웃지 못 했다. 아마 호진이도 내 웃음이 어색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지도 모른다.
"새끼. 요즘 뭐하고 지내?"
새끼... 새끼라니?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아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의사친구가 백수친구에게 하는 말인데 저정도가 뭐 별거겠나?
"그냥 일 좀 알아보고 있어..."
요즘이 아니라, 지금, 이 동창회에서 하고있는게 그것이다. 일 좀 알아보는 일. 그게 내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제대로 못 해내고 있다. 그 일말의 자존심 때문에 가로막혀서 다른 사람들, 다른 친구들에게 말도 제대로 못 걸고 있는 것이다.
"너 여전하구나?"
여전하구나. 라는 말이 날카로웠다.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그 여전하다는 말이 다른 쌍욕들보다도 더 심하게 다가왔다. 나는 슬프게도 여전했다. 고등학교 때 나는 노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놀고 있었다. 한심하게도...
"나야 뭐 그렇지... 너는 어떻게 지내?"
나는 이미 호진이가 어떻게 사는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넘기려고 호진이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나도 뭐 똑같지."
뭐가 똑같다는 걸까? 고등학생 때? 내 빵이나 사오던 찌질이로 똑같다는 거야? 지금 모습을 봐. 너는 완전 달라졌어. 이제 너가 일진이 된 것 마냥 폼을 잡고 있고, 나는 네 앞에서 아무 죄도 없는데 마치 죄 지은 사람마냥 잔뜩 쫄아있다. 이게 그 때와 똑같은 건가...
"오빠? 뭐해?"
그 때 갑자기 한 여자가 오더니 호진이의 팔짱을 꼈다. 키는 좀 작아보였으나 얼핏봐도 가슴이 꽤 묵직해보이는 여자였다. 글래머임에도 섹시한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더 드는 그런 여자였다. 확실한 것은 어느 누가 보아도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을 만한... 더 나아가면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하는 그런 여자였다. 그리고 어려보였고...
"응,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 만나서 얘기 좀 했어. 인사해, 내 와이프."
호진이는 그 여자를 손바닥으로 가리켰고 나는 호진이의 와이프에게 인사를 했다. 전에 소식을 들었었지. 호진이가 결혼한 사람이 집안도 빵빵할 뿐만 아니라, 가슴도 빵빵하다고... 그리고 예쁘다는 것도...
"안녕하세요. 아, 역시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호진씨 부인되는 박은지라고 해요."
의사가 되니 저렇게 예쁜 부인도 만나는구나. 나는 백수라서 그런지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는다. 내가 호진이보다 외모로 봤을 때는 훨씬 앞서는데 말이다.
"듣던대로 미인이라고? 너 언제 은지 얘기 들었냐? 하하."
나는 뜨끔했다. 내가 호진이 소식을 조금씩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는 것을 들킨것만 같았다. 호진이는 그런것에 신경도 안 쓰는 듯이 웃고는 손을 살짝 까딱하며 인사를 했다.
"오늘 반가웠다. 너 하는 일 없다고 했지? 내가 조만간 연락 한번 할게."
이건 나에게 일을 주겠다는 건가? 나는 돌아가는 호진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호진이를 따라가는 은지씨도... 짧은 검정 원피스를 입은 은지씨는 살짝 뒤돌아보더니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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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씨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흘리고 간 후에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생각했다. 왜 은지씨가 그런 미소를 흘렸을까? 그 미소는 단순한 미소가 아니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듯한 것 같기도 하면서 어쩌면 나를 유혹하는 듯한 미소였다.
그로부터 얼마후 호진이에게 연락이 왔다. 호진이의 연락을 기다렸던 것은 일자리를 준다고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시 은지씨를 만나게 될수 있을까하는 기대도 약간은 있었다. 내가 은지씨를 이성적으로 어떻게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쁜 사람을 본다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
“기태야. 너 일 구한다고 했지?”
“응... 괜찮은 일 있다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응. 근데 그게 전화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네. 우리 만나서 얘기 좀 나눌까? 너 우리집 올래?”
갑자기 집이라? 나는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뭐 어쩌겠는가? 나는 호진이에게 집주소를 듣고 꾸역꾸역 그 집으로 찾아갔다. 꾸역꾸역이라고 말한 것은 내가 차가 없기 때문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조금 더 걸어서야 집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호진이의 집 앞에서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했다. 왜 두근거리는지 잘 모르겠다. 여태까지, 아니 전에 알았을 때에는 내가 갑이고 호진이가 을인 상태였는데 지금은 반대니까 그런 건가?
띵동
나는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고 딸깍하는 소리가 슬며시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나타난 사람은 호진이가 아니었다. 호진이가 아니라... 호진이의 와이프 은지씨였다.
“안녕하세요. 기태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 예...”
나는 약간 당황스러워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은지씨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기태가 나왔을 줄 알았다.
“호진씨는 조금 이따가 올거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은지씨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갔다. 나는 그런 은지씨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딱 달라붙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었다. 그것이 결코 야하다고 볼수 있는 의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충분히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옷이었다. 은지씨의 몸매는 충분히 예뻤고... 가슴은 C컵 정도... 옷이 딱 달라붙은 게 더 섹스하게 느껴졌다. 특히 엉덩이를 볼때는 더욱...
“기태씨. 뭐 마실거 드릴까요?”
“예?”
나는 또 당황해서 말을 얼버무렸다.
“뭐 마시고 싶은 거 있어요? 녹차, 커피, 쥬스 뭐 그런거요.”
“아... 저는 그냥 물 주세요. 물...”
은지씨는 쟁반에 물 두컵을 떠서 가져왔다. 나는 쇼파에 앉아있었는데 은지씨가 바로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직접 물 한컵을 집어 나에게 주었고 나는 쭈뼛쭈뼛하면서 두손으로 컵을 받았다.
“기태씨. 참 잘 생겼네요.”
“예? 아... 감사합니다...”
예쁜 여자가 접근하는 게 싫지는 않다. 아니, 접근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가? 어쨌든 예쁜 사람이 나보고 잘 생겼다고 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그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호진이의 집에서 호진이의 와이프와 단 둘이 있다는 것 자체가 편치 않았고, 그리고... 호진이의 와이프, 은지씨가 나를 대하는 게 약간...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뭐 이건 남자들이 쉽게 느끼는 자뻑이나, 착각일 수 있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거는 어쩔 수 없었다.
“호진이는 언제 쯤 오나요?”
“뭐... 곧 오겠죠? 왜 바쁜 일 있으세요?”
“아...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천천히 기다려요, 우리. 전 이렇게 기태씨랑 단둘이 있는 것도 좋은데요?”
은지씨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내가 저번 만남부터 상상해왔던 것 때문에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이상한 눈빛을 받았다고 생각한 이후로 계속 은지씨를 상상해왔으니 단순한 말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천천히 기다려요, 우리. 나는 그 우리라는 말과 나와 단둘이 있어서 좋다는 말이 걸렸던 것이다. 물론 나도 단둘이 있어서 좋았지만...
“기태씨. 뭐 이런 거 물어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음...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예? 뭐... 물어보세요.”
“음... 기태씨.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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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 대리부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대학생스와핑클럽을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께는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대리부로 먼저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이글을 올리고 일이 있어, 다음주에나 2부를 올릴 것 같습니다. 이제 주 3회씩 올리겠습니다. 이번주에만 1회인 걸 용서해주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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